책 소개
★★★★★
“여리고 섬세한 청소년의 마음을 그려 내는
작가의 탁월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_황인찬(시인)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지만 아직 어른이 되지는 못한 나
마음에 피어오른 작은 불꽃을 응시하는 여섯 편의 이야기
작은 마음을 단 하나도 놓치지 않는 신현이 작가의 첫 소설집. 동화 『아름다운 것은 자꾸 생각나』로 제24회 한국가톨릭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하고, 차분해 보이지만 그 안에 작고 강렬한 불꽃을 품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발표하며 믿음직한 작가로 문단에 존재감을 각인시킨 신현이가 ‘처음’의 애틋한 마음을 가득 담아 선보이는 소설집이다. 둘도 없는 단짝에게 연인이 생겨 혼자가 되었다고 느낄 때, 영원할 줄 알았던 무리에서 튕겨져 나와 다시는 친구를 사귀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예기치 못하게 찾아온 혼란 속에서 ‘나만 너무 예민한가?’를 고민하다 끝내 자신만의 길을 찾아내는 청소년들의 이야기 여섯 편을 수록했다. 더 이상 어린아이는 아니지만 아직 어른은 아닌 불안의 시간을 통과하는 10대의 마음을 촘촘히 기록하여, 구석이 편한 아이들에게 햇살처럼 따스한 위안과 용기를 불어넣어 줄 책이다.
꿈결에 들려오는 말소리와 달달한 크림 퍼프,
상상 속 칠게와 덜컹거리는 마음이
느리게 흘러가는 오늘의 쉬는 시간
교실과 복도에는 각기 다른 힘이 작동하는 것 같았다. 교실의 힘이 나를 밀어내고 있었다. 한 발 가까이 다가가면 나는 교실의 힘에 떠밀려서, 멀리멀리 떠밀려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고 영원히 떠다닐 것만 같았다. 나는 까마득하게 멀어 보이는 교실 문을 바라보았다. “그냥 영원히 들어가지 말까?” (「칠게는 너무 많아」 , 42쪽)
참았던 숨을 내쉬며 너도나도 벌떡 일어나는 쉬는 시간. 활짝 밝아지는 교실에서 그늘진 마음으로 움츠린 아이들이 있다. 무리의 기운에 밀려난 혼자들이다. 이 책은 여러 사정으로 혼자인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아이들은 때로 예기치 못하게 혼자가 된다. 친구에게 다른 친구가 생겨서, 친구와 사소한 일로 다투어서, 친구를 사귀는 데 실패해서, 함께 있지만 친구의 마음이 다른 곳에 가 있어서. 혼자인 시간은 너무나 느리게 흐르며 나를 무겁게 짓누른다.
무엇보다 나의 생각과 친구의 생각 사이에 존재하는 거리를 재어 보는 일은 아픔으로 다가온다. 대범하지 못한 내가 어린아이 같아 부끄럽기도 하다가, 이런 나와는 사뭇 다르게 어른스러워진 다른 아이의 모습에 흠칫하기도 한다. 그렇게 불현듯 고독을 맞닥뜨린 아이들은 다른 누구도 아닌 스스로와 솔직히 이야기를 나누기로 한다. 취약해진 마음을 가만 들여다보면 그 속에 외로움만 있지는 않다. 다정한 친구를 잃지 않겠다는 결심, 내가 바라는 나에 대한 소망, 다가올 삶에 대한 기대가 작지만 분명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 쉬는 시간은 아이의 수만큼 각기 다른 빛들이 형형하는 시간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진짜 혼자를 경험하는 것 같았다.’
다정한 마음을 지키기 위해 끝내 몸을 일으킨 아이들
창에는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 너머 어딘가에서 삶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었다. (「새와 돌」 , 163쪽)
우정과 사랑의 무게를 비교하며 혼란한 마음, 더는 동화 같지 않은 현실의 친구 관계, 언젠가는 자립하여 내 삶을 만나러 가야 한다는 숙제와 마주하며 끊임없이 분열하는 10대의 시간. 신현이 작가는 이런 마음이 되었다가 저런 마음이 되기도 하는 예각의 시간을 보채지 않으면서, 날마다 분투하며 자라는 아이들을 환히 조명한다. 그 분투의 끝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러나 괴로운 건 괴로운 거다”(「이상한 심부름」)라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이런 마음과 저런 마음이 모두 자기 자신 안에 또렷이 존재했음을 서술하는 방식으로 구석의 아이들을 대변한다.
좋아하는 친구와 나란히 앉았을 때 내 눈꺼풀을 통과하는 햇살(「훨씬 더 많은 햇빛」), 조금 어색해진 친구의 옆얼굴을 밝히는 은은한 빛(「내게 도착한 메시지는」)의 질감까지 표현해 내는 작가의 문장은 마치 지금 내가 주인공의 순간을 겪는 듯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기울어 가던 마음을 다잡기 위해 끝내 몸을 일으키고 한 걸음 정성스레 내딛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그동안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내 안의 불꽃과 내 곁의 다정함을 발견해 내는 기쁨을 선물처럼 받아안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저의 첫 소설집입니다. 쉬는 시간을 나 홀로 보내는 이들이, 쉬는 시간을 나와 함께 보내자며 손을 내미는 이들이, 이 책과도 함께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습니다.” _작가의 말
■ 수록 작품 소개
쉬는 시간, 뒤에서 누군가 내 말을 했다. “세정이가 불행한 일을 당했잖아.” 단짝 설희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는데, 그게 불행한 일이라고? 처음에는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점점 그 아이 말대로 불행한 아이가 되어 갔다. 이 불행을 막을 방법은 단 하나. 「이상한 심부름」
한상영과 다툰 이후로 나는 친구 없이 혼자다. 상상 속 칠게와 함께 쉬는 시간을 때우는데, 마찬가지로 혼자인 최계성이 앞에 나타났다. 그러나 최계성과도 다투어 버렸다. 이러다 영원히 친구를 사귀지 못하면 어쩌지? 커다란 집게발이 내 마음을 콱 깨문 것 같았다. 「칠게는 너무 많아」
오래지 않아 나와 서령이 살고 있는 빌라가 철거된다. 우리는 언제나 소망빌라 뒤편 벤치에서 만났다. 서령이 이야기를 시작하면, 나는 서령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서령은 이야기에 정성을 들였다. 내가 잘 들어 주어야만 이야기가 생명을 얻기라도 하는 것처럼. 곧 사라질 것들이 환한 빛 가운데 있었다. 「훨씬 더 많은 햇빛」
장은하가 내 자리로 올 때마다 j는 휘파람을 불었다. j의 휘파람이, j의 웃음이 표창처럼 날아와 꽂혔다. 나는 j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황룡도서관으로 달렸다. 도서관에 있는 모든 책들이 나를 위해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왜 도망치는가? 나는 왜 j가 무서운가? j는… 어떤 아이인가? 「덜컹거리는 존재」
어릴 때 친하게 지냈던 진명과 같은 학원을 다니기로 했다. 오랜만에 만난 우리 사이는 어쩐지 조금 어색하다. 둘이서 함께한 어린 시절에 대해 내 기억과 진명의 기억이 달라서일까? 처음으로 엄마 없는 빈집에서 혼자 자게 된 날, 비밀스러운 메시지가 나에게 도착한다. 「내게 도착한 메시지는」
상희와 한림이 다니던 회사의 사정이 어려워졌다. 마지막 야유회에서 둘은 돌밭에 앉아 짧은 대화를 나누고 헤어진다. 한림은 상희를 보면 보호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상희는 그런 한림을 좋아했다.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해 주어야 한다는 마음, 그 너머에서 삶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새와 돌」
작가 소개
신현이
2012년 동화 「새아빠」로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아름다운 것은 자꾸 생각나』로 제24회 한국가톨릭문학상 신인상을 받았다. 동화 『저절로 알게 되는 파랑』 『저녁까지만 거짓말하기로 한 날』 등을 썼고, 청소년 테마 소설 『성장의 프리즘』 『사랑의 입자』 『더 이상 도토리는 없다』에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목 차
이상한 심부름 7
칠게는 너무 많아 33
훨씬 더 많은 햇빛 59
덜컹거리는 존재 87
내게 도착한 메시지는 115
새와 돌 145
작가의 말 167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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