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글은 쓴다고 해가지고

고객평점
저자백가흠
출판사항난다, 발행일:2024/06/30
형태사항p.207 46판:20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94171003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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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비루한 환경과 사회에서 자꾸만 내몰리며 고통받는 그들을 내가 구원할 수는 없지만 소설 안에서 그들의 삶을 되살릴 수는 있다고 믿는다. 독자들이 내게 종종 화까지 내면서 묻는다. 그렇게 인물들을 비극적인 상황에 던져놓기만 하면 어떡하냐고.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타인의 고통’에 대해 대안을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것은 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때론 흥분하고 분노하지만, 또 어떠한 대안에 동조하지만 그것을 창조해내는 일은 내 것이 아님이다. 그것은 정치와 법, 시스템의 몫이다. 문학으로는, 글로는, 소설로는 아무런 대안을 그려놓을 수가 없다. 사람들을 구원할 수가 없다. 본디, 문학이라는 것이 온통 질문으로만 채워진 까닭이다. _「춘천, 그녀들」


‘소설은 과거의 문법이다.’ 나는 이 문장을 오랫동안 믿어왔고 그 진의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확인하지 않은 채 여러 곳을 전전하며 떠들어왔다. 저 단순한 명제가 소설을 쓰고 읽는 데 가장 중요한 점이라는 것에 어느 정도 확신이 있었으니 그랬을 것이다. 이는 소설이란 작업은, 멈추고 일단락된 시간이 ‘영원’으로 가는 길을 그리는 작업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마무리되었으나 진정으로 ‘영원’의 시간대에 올라탄 소설이라니 이 얼마나 멋진가. 이것은 역사성과 사회적인 성격으로서의 소설을 믿어왔다는 말이다. 그 소신은 여전히 변함없으나 조금 더 근사한 일들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시가 가진 현재성과 현장성을 발견하고부터이다. _「그보다 어떤 ‘감’」


어느 날 선생님이 그릇에 음식을 담아 식당으로 내려왔다. “밥 먹는 데 신경쓰일까 잘 안 내려오는데, 단지를 헐다 꼭 먹이고 싶어서……” 선생님이 들고 있던 쟁반에는 각종 짠지들이 얹혀 있었다. 무짠지, 고춧잎, 콩잎 등등. “밥은 입에 맞나 몰라 항상 걱정이고, 어쨌거나 편안하게 맘 편하게 있다 가세요. 여서 뭘 많은 걸 하려고 하지 말고 그저 푹 잘 쉬고 일은 돌아가서 해도 되고. 하이튼 여기서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잘 먹고 잘 쉬고 가면 돼요. 그게 바람뿐이고……” 선생님이 쟁반을 식탁에 내려놓고 수줍게 웃었다. 선생님이 내려놓은 짠지, 정말 짠했다. _「배추벌레 잡던 할머니」


부지런히 돌을 줍고 옮기는 사람들을 알고 있다. 생각보다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꽤 많다. 강원도에서 주운 돌을 그리스 해변으로 옮겨놓거나 샌프란시스코에서 어렵게 돌을 들고 와서 전라북도 익산시 황등면에 버리는 사람들. 내게 문학의 어제는 무엇이었냐고 묻는다면, 쓸모없어 보이는 일을 사랑하는 사람들, 조용히 ‘돌을 나르는 사람들’에 관한 개인사라고 얘기하겠다. 돌을 나르는 일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하면 또 어떠한가. 무의미 또한 다른 하나의 의미로 남게 되는 것. 그런 게 문학 아닌가. 문학은 결국 이쪽에 있는 돌을 저쪽으로 옮겨놓는 일. 의미를 만들면 찾을 수 있고, 없어도 상관없는 그런 일, 이런저런 생각 없이 돌을 열심히 나르고 버리는 일, 말하자면 돌을 나르는 숙명을 저버리지 않는 것. _「어제, 포도나무가 내게」

작가 소개

지은이 : 백가흠

200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광어」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귀뚜라미가 온다』 『조대리의 트렁크』 『힌트는 도련님』 『사십사四十四』 『같았다』, 장편소설 『나프탈렌』 『향』 『마담뺑덕』 『아콰마린』, 짧은 소설 『그리스는 달랐다』, 산문집 『느네 아버지 방에서 운다』 등이 있다. 현재 계명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목 차

작가의 말 ◦ 005


1부 나는 작가가 안 됐으면 목수가 되려고 했다

사랑하기 때문에, 쓴다 ◦ 012

누가 나인가 ◦ 026

그저 그런, 촌놈 콤플렉스 ◦ 031

춘천, 그녀들 ◦ 035

왜 쓰는가? ◦ 044

그보다 어떤 ‘감’ ◦ 049

나는 똥인가 작가인가 ◦ 061

첫 문장이 찾아오기까지 ◦ 066

문학에서 시작된 행복지론 ◦ 071

표절에 대한 단상 ◦ 075

문학잡지도 그저 잡지라는 것 ◦ 080

배추벌레 잡던 할머니 ◦ 094

어제, 포도나무가 내게 ◦ 102


2부 책은 책으로 말하고 소설은 소설로 살아가는

콜레라 시대의 마감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 114

늙지 않는 소설-최인석, 『구렁이들의 집』 ◦ 121

세상의 바깥에서 지켜보는 관대함-나쓰메 소세키, 『도련님』 ◦ 128

고무줄의 싱싱함과 느슨함 사이의 신화(神話), 아니 인화(人話)

-김민정,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 ◦ 141

결코, 가볍지 않은 나날들-제임스 설터, 『가벼운 나날』 ◦ 146

고통이 신을 창조했다-김은국, 『순교자』 ◦ 153

히데를 기다리며 백민석을 읽는다

-백민석,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 ◦ 159

‘이별의 재구성’하여 ‘이 별의 재구성’

-안현미, 『이별의 재구성』 ◦ 165

이젠, 더이상-레몽 장, 『카페 여주인』 ◦ 170

참회와 속죄 사이-이안 맥큐언, 『속죄』 ◦ 175

한 시절의 부름을 받는-조경란, 『식빵 굽는 시간』 ◦ 180

사랑과 열정 사이, 그가 서 있다

-조용호, 『여기가 끝이라면-조용호의 나마스테』 ◦ 188

신화의 숲에 남은 위험한 나무-이응준, 『무정한 짐승의 연애』 ◦ 195

눈물의 의미-곽수인 외 39인, 『엄마. 나야.』 ◦ 202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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