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문장을 구성하는 사이에 현재는 떠밀려간다.
현재는 영원히 기술될 수 없는 상태로 남는다.”
《자동 피아노》 천희란, 이미 써버린 소설에 관한 소설
예리한 감각과 치밀한 문장으로 복잡하고 모순적인 인간 내면을 종이 위에 펼쳐내는 작가 천희란의 신작 《작가의 말》이 위즈덤하우스 단편소설 시리즈 위픽으로 출간되었다. 천희란 작가의 작품은 자주 작품에 수록된 ‘작가의 말’과 함께 독해되어왔다. 이번 신간 《작가의 말》은 바로 그 ‘작가의 말’에 관한 ‘소설’이다. 그는 이 작품을 ‘소설’로 부름으로써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환상적으로 흐려놓고 소설에 개입하려는 현실을 유머처럼 혼란에 빠뜨린다.
몇 해 전 ‘나’는 깊은 우울과 반복적인 자살 충동에 사로잡힌 인물의 내면을 받아쓴 소설을 발표했다. 그것은 ‘나’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작품을 발표할 때는 마침내 죽음을 향한 들끓는 욕망이 잦아들었다고 믿었고, 무엇이든 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전에 없던 해방감과 자유의 짧은 유효기간이 다하자 허무와 우울 속에 더는 아무것도 쓰지 못하리라는 근거 없는 예감이 빠르게 ‘나’를 사로잡았다.
‘나’는 햇살이 집 안 깊숙이 들어오는 완벽한 서향의 복층 집으로 이사하며 집이 글쓰기의 의욕을 되살려주거나 쓰지 않으면서도 자신을 부정하지 않게 해줄 공간이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장마가 본격적으로 찾아오기도 전에 집은 ‘나’의 기대를 배반하고, 천장 곳곳에서 물이 떨어지고 곰팡이가 어둠처럼 번지는 가운데 ‘나’의 눈에 ‘턱걸이를 할 수 있는’ 운동기구가 들어온다. 아래층 옷방에는 길고 질긴 간절기용 머플러가 걸려 있다.
‘죽음’은 천희란 작가가 오래 천착해온 주제였고, 이는 그가 ‘삶’을 써왔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작가의 말》에서 그는 작가에게 삶과 같은 글쓰기와 죽음 사이를 오가며 죽음을 양팔 벌려 맞이하는 순간까지도 완벽하게 평행을 이루는 삶과 죽음의 시소를 촘촘한 문장으로 절묘하게 그려낸다.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
위즈덤하우스는 2022년 11월부터 단편소설 연재 프로젝트 ‘위클리 픽션’을 통해 오늘 한국문학의 가장 다양한 모습, 가장 새로운 이야기를 일주일에 한 편씩 소개하고 있다. 구병모 〈파쇄〉, 조예은 〈만조를 기다리며〉, 안담 〈소녀는 따로 자란다〉, 최진영 〈오로라〉 등 1년 동안 50편의 이야기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위픽 시리즈는 이렇게 연재를 마친 소설들을 순차적으로 출간하며, 이때 여러 편의 단편소설을 한데 묶는 기존의 방식이 아닌, ‘단 한 편’의 단편만으로 책을 구성하는 이례적인 시도를 통해 독자들에게 한 편 한 편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위픽은 소재나 형식 등 그 어떤 기준과 구분에도 얽매이지 않고 오직 ‘단 한 편의 이야기’라는 완결성에 주목한다. 소설가뿐만 아니라 논픽션 작가, 시인, 청소년문학 작가 등 다양한 작가들의 소설을 통해 장르와 경계를 허물며 이야기의 가능성과 재미를 확장한다.
시즌 1 50편에 이어 시즌 2는 더욱 새로운 작가와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시즌 2에는 강화길, 임선우, 단요, 정보라, 김보영, 이미상, 김화진, 정이현, 임솔아, 황정은 작가 등이 함께한다. 또한 시즌 2에는 작가 인터뷰를 수록하여 작품 안팎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1년 50가지 이야기 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펼쳐 보일 예정이다.
위픽 시리즈 소개
위픽은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시리즈입니다.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 작은 조각이 당신의 세계를 넓혀줄 새로운 한 조각이 되기를, 작은 조각 하나하나가 모여 당신의 이야기가 되기를, 당신의 가슴에 깊이 새겨질 한 조각의 문학이 되기를 꿈꿉니다.
작가 소개
천희란
2015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영의 기원》 《우리에게 다시 사랑이》, 경장편소설 《자동 피아노》 《K의 장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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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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