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인간과 인간 사이의 균열에서 흥건하게 흐르는 피를 보았다.
#오해와 이해 사이를 빗겨 가며 증오의 침묵이 폭력으로 변질하다.
#인간으로서의 윤리적 도의를 저버리면서까지 끝내 살인의 악마로 타락하다.
“신이시여, 나의 죄를 용서할 수 있겠나이까.”
“너와 나 사이의 거리는 인간과 신의 거리를 초월한다.”
“윤리적 인간이기 이전에 나는 뜨거운 심장을 가진 사람이었다.”
고해실의 악마는 내 눈에 비친 당신이었을까 아니면 나 자신이었을까. 고해실의 신부는 자신의 애인을 살해한 죄에 대해 고백하는 한 남자를 만나게 되고 그를 마주하여 그 신부는 신의 사제이기 전에 인간으로서의 칼날을 뽑아 든다. 과연 신부는 증오로 이글거리는 뜨거운 칼날을 눈앞에 보이는 살인마에게 내리꽂을 결단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신의 말에 의하면 원수까지도 사랑하라고 하는데 인간은 그런 성스러운 구절 앞에 한없이 나약한 벌거벗은 존재에 불과하다. 여전히 낙원을 잃어버리고 난 이후로도 인간은 여전히 더욱 방황하며 자신의 야만적 본능이 주는 탐욕에 무참히도 굴복하고 만다. 이 책은 인간의 악을 향해 물음을 던지며 인간이 저지르는 죄의 실상 아래 숨겨진 수많은 갈래의 그림자를 집요하게 탐구해간다.
이 책이 말하고 있는 인간의 참상이란 선과 악이란 이분법으로 가를 수 없는, 여러 갈래 복잡한 수수께끼의 파노라마와도 같다. 인간 사이의 관계란 단순히 혈연이나 사회적 신분의 차이로만 가늠할 수 없이 얽히고설킨 채 묶여있어 가히 그 절대적 길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기 그지없다. 애증과 원한은 단단한 사슬처럼 인간 내면에 박혀 쉽게 빼낼 수 없는 징표로 자리 잡아 인간의 영혼을 잠식하고 만다. 오 신이시여, 자비와 구원을 외치는 인간의 절규가 들리지 않습니까. 애타게 신을 향해 부르짖으며 빌어보아도 공허한 외침만 울릴 뿐 당신의 고해실은 오로지 당신을 속박하는 또 다른 감옥이 되고야 만다. <고해실의 악마> 속 다채로운 단편들은 인간의 극악무도한 죄를 비추어 저마다의 고해실에 갇힌 악마를 들추어낸다. 그 단편들을 통해 마주하게 되는 그 악마의 실체가 어쩌면 당신 자신과도 그렇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 그 좁은 괴리 틈새로 스며드는 스산한 공포와 전율을 당신도 느낄 것이다.
신을 향해 구원을 바라며 절규하는 당신의 모습 속에 악마를 보았다.
인간 본성의 지평선을 바라보며 요동치는 감정의 파노라마를 느껴 보다.
나의 고백은 어쩌면 나만을 위한 사악하고 어리석은 악마의 탐욕이 아닌가.
내 눈에 비친 당신이 악마인가 당신 눈에 비친 내가 악마인가.
이 책 <고해실의 악마>를 관통하는 주제는 인간의 죄악과 구원이다. 인간의 악은 저마다 개별적인 이유에서 각자만의 타당한 사연이 있고 그 이유에 의해 저마다 구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인간이기에 끊임없이 갈등하고 저마다 고해실의 문을 두드리며 자위한다. 타인의 죄는 한없이 무겁지만, 나의 죄는 복잡하고 섬세하며 그렇기에 무엇보다 타당하다. 인간이 저마다 고해실의 문을 두드리는 사연은 제각각이지만 그 이유는 단 하나다. 자신의 무거운 죄 안에서 저마다 절대자의 시선 아래 가볍게 구원을 청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타인을 향해 한없이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상 그 타락한 마음은 어디까지나 자신에게 관대한 것이 인간이란 존재다. 하늘을 향해 애타는 고백을 토로하곤 하지만 그 답답한 심정의 뿌리를 거슬러 내려가다 보면 당신이 떠올리던 악마의 모습과 닮은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인간은 죄를 저지르지만 신은 아무런 심판을 내리지 않는다.
<고해실의 악마> 속 수많은 악인이 저지르는 악행은 각자의 삶 안에서 용인할 수 있는 정당방위일 뿐이다. 그들의 죄는 사법제도의 판결을 떠나 하늘 아래 조금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그것이다. 그 죄를 통해 인간은 삶의 반경을 확장하여 더욱더 악의 합리화에 대한 여지를 넓혀나간다. 인간의 악은 자신의 이유 안에 용해되어 아무런 형체를 띠지 않는 삶 그 자체로 남을 뿐이다. 아무런 죄책감도, 아무런 슬픔도 없이 무자비하게 일으키는 살해는 인간이 악이라는 영원한 수수께끼 같은 구렁텅이를 한없이 깊게 파고 들어가게 하는 계기로 작용하게 된다. 그런 인간의 악이 당연한 게 될수록 인간은 자신의 정체성 안에 슬그머니 자연스러운 일부로 받아들인다. 저마다의 고해실 안에서 각자의 이유로 절망하지만 사실 그 절망의 끝을 따라가다 보면 오로지 자신만이 구원받겠다는 저마다의 이기심이 작용할 뿐이다. 그런 인간의 참혹한 악의 절규 가운데, 신은 아무런 심판을 내리지 않는다.
당신은 과연 악마의 그림자로부터 영원히 자유로운 존재인가.
<고해실의 악마> 속 끔찍한 살해 행위가 과연 당신과 무관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당신은 살인을 저지를 가능성이 단 한 방울도 존재하지 않는 깨끗한 영혼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 그 고해실에서 마주했던 악마의 존재가 당신과 완전히 대척점을 이루는 존재라고 확신할 수 있는가. 아무것도 그것을 장담할 수 없다. 당신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선과 악의 편 어디에도 확실히 설 수 없고 고통스러운 구원의 외침 가운데 홀로 몸부림치는 고독한 나그네일 뿐이다. 이 소설집 <고해실의 악마>는 바로 인간의 죄악에 대해 경중을 떠나 깊이 살펴봄으로써 악마의 모습이라고 당신이 쉽게 치부했던 그 면모가 어쩌면 당신 안에도 존재할 수 있다는 스산한 여운을 남긴다. 어떤 절대적 구원이란 인간이 만들어낸 환상일 뿐이고 고해실이란 장소는 환상을 위한 자위 공간일지도 모른다는, 쓸쓸함이 이 소설집 전반을 드리우는 가장 큰 공포일 것이다.
작가 소개
최필원
전문 번역가 겸 출판 기획자로, 150권 이상의 영미권 문학 작품을 번역했으며, 김영사의 《모중석 스릴러 클럽》, 웅진씽크빅의 《메두사 컬렉션》, 책세상의 《메피스토 클럽》, 에버리치홀딩스의 《이스케이프》, 오픈하우스의 《버티고》 등 장르문학 브랜드를 기획했다.
옮긴 책으로는 존 그리샴의 《브로커》와 《최후의 배심원》, 척 팔라닉의 《파이트 클럽》과 《서바이버》를 비롯 해 로버트 러들럼의 《본 아이덴티티》, 제프리 디버의 《소녀의 무덤》, 할런 코벤의 《단 한 번의 시선》, 마이클 로보텀의 《미안하다고 말해》, 시드니 셀던의 《프리마 프로젝트》, 마크 그리니의 《그레이맨》 등이 있으며, 이언 랜킨, 로버트 크레이스, 모 헤이더, 카린 포숨, 마이클 코리타, 제임스 패터슨, 데니스 르헤인 등이 그의 손을 거쳐 국내에 소개됐다.
번역 작업 중 짬을 내어 쓴 장편 소설 《베니스 블루》가 한국 인터넷 문학상에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단편 소설 《고해》와 《시스터즈》로 캐나다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 콩트 부문에서 각각 입상했고, 단편 소설 《바그다드》로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초 단편 소설 《새 식구》와 《인스턴트 메시지》로 계간 미스터리 미니 픽션 컨테스트에 당선했다.
《비의 교향곡 No. 9》, 《아네모네》, 《이카루스 다운》 등 장편 소설과 《고해실의 악마》, 《기적을 부르는 소녀》 등 단편 소설집을 발표했다.
현재 단풍국에 거주하는 그는 번역 작업에 매진하며 틈틈이 신작 소설 《재스퍼》와 《마계촌》을 집필 중이다.
목 차
시스터즈
바그다드
인스턴트 메시지
고해_첫 번째 고해
두 번째 고해
마지막 고해
고해실의 악마
새 식구
작가의 여자
아들의 취미
비명
간호사
어떤 복수
태동
설전(雪戰)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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