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한 그루의 맹그로브 나무 같았던 아버지의 삶
모죽의 뿌리 같았던 어머니의 눈물
그리고, 웅크리고 있는 유년의 여자아이의 시간
볕 좋은 날 맑은 바람에 풀어내는 그 이야기들
2020년 제주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서정애 작가의 첫 수필집이다.
41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는 동안 삶의 고비가 올 때마다 사진과 글 속으로 숨어들었다.
이십여 년간 까닭 없는 두통에 시달리다 마흔 고개를 넘으면서 답답한 아파트를 떠나 도심 가까운 시골 마을에 자리 잡았고, 쉰 문턱을 넘으면서는 버팀목이 없는 오이 넝쿨 같은 자신을 바라보며 상담 공부에 뛰어들었다. 《양철북》의 오스카처럼 제대로 자라지 못한 유년의 ‘나’, 늘 우기여서 고스란히 비를 맞는 날이 많았던 유년의 ‘나’를 그렇게 마주하며 마음을 쏟아냈다.
틈틈이 글을 쓰고 다듬으며, 네 살 난 딸을 시댁에 맡기고 행상을 나가야 했던 어머니의 시간은 슬픔의 뼈대였음을(〈모죽〉), 젊은 날 아버지는 척박한 곳에 뿌리를 내리고 끈질기게 삶을 이어온 한 그루 맹그로브 나무였음을(〈맹그로브 숲을 읽다〉) 깨닫는다. 할머니의 지난했던 삶은 손녀의 글을 통해 박하향과 물색 치마저고리로 살아나고(〈동고비〉), 숫돌처럼 굽은 할아버지의 조용하게 무딘 것들을 품어낸 삶(〈할아버지의 숫돌〉)은 그리움으로 남았다.
일제강점기의 파란만장한 삶을 지나온 부모님 세대와 그 윗세대의 삶, 교사, 엄마, 아내, 자식으로서, 그리고 한 개인으로서 단단해져온 작가의 삶을 담은 글을 읽다 보면 한 편의 영화인 듯 소설인 듯 빠져들게 된다. 함축미 있는 문장과 운율이 흐르는 글을 읽는 즐거움이 상당하다. 풀등, 곁꾼, 자드락길, 이내, 윤슬 등 아름답고 귀한 우리 단어들을 알게 되는 지혜는 덤이다.
책에는 신춘문예 등단작 〈붉은사슴이 사는 동굴〉을 비롯해 공무원 문예대전 수상작 〈곁꾼〉 〈돌꽃〉 등 수상작 8편을 비롯해 오랫동안 써온 글 43편을 수록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서정애
달성 현풍 오산동(말뫼)에서 태어났다. 섶다리를 건너 등하교하며 보리깜부기를 따먹거나 밀을 훑어 껌을 만들어 먹으며 유년을 보냈다. 대구교육대학교 졸업, 대구가톨릭대학교 상담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위기가정 아이들의 지속적인 학교상담과, 수석교사로서 수업 컨설팅 공로로 2020년 대한민국스승상을 수상했다. 41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2011년 『포항문학』 신인상, 『수필문학』 천료, 2020년 『제주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초등학교 동기인 남편과 《결혼 후 10년》 《지금 그대로 사랑합니다》 《인생은 소풍처럼》을 공저했다. 햇살 문학회 동화 공저 《호미곶 돌문어》 《거인 숭숭이》가 있다.
공무원 문예상, 교원문학상, 우하수필문학상을 수상했다.
목 차
추천의 글 (안성수: 문학평론가, 제주대 명예교수)
작가의 말
1장 붉은사슴이 사는 동굴
붉은사슴이 사는 동굴 (2020년 제주일보 신춘문예 등단)
속긋을 긋다 (2020년 우하수필 문학상 최우수상)
수탉, 스머프
해로
풀등
두레박 (한국교육신문 주최 2012 교원수기 공모 금상)
할아버지의 숫돌
비 그림자
곁꾼 (2013년 공무원 문예대전 은상)
밑술과 덧술
2장 그녀가 가만히 팔짱을 낀다. 곁점처럼
돌꽃 (2019년 공무원 문예대전 동상)
풋바심
꽃자리
모살뜸
백구
삼 이웃 ( 2011년 포항문학 신인상)
곁점
동고비
쿠킹 클래스, 올리바
하얀 방 검은 방
3장 자작나무 사이로
모죽 (2020년 우하수필문학상 우수상)
정원을 연주하다
사량지 둘레
앵무조개의 시간
세상에 둘도 없는 보각
슴베와 자루
장독대 (2011년 수필문학 천료)
모둠밥
옛집, 유년의 기억
자작나무 사이로
겨울, 배풍등
4장 맹그로브 숲을, 읽다
빛, 찰나를 담다
돌채를 짓다
나비물
정원사 새의 둥지 가꾸기
방패연
별 내리는 마을의 모노로그
심지
비보호 좌회전
맷돌 호박
맹그로브 숲을 읽다
와디
다른 세상의 달
맺음말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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