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만약 자신이 그날 자정 전에 죽을 것을 알았다면
그는 그때 술을 마셨을까? 나라면 당연히 마셨을 테지만.”
앨리스의 몸이 작아지게 만들었던
‘나를 마셔요’ 약병이 끔찍한 죽음을 불러온다!
주인공 닥 스토거는 지역 주간지 《캐멀 시티 클라리온》의 편집인이다. 매일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이 동네에서 화끈한 특종 기사를 내는 것이 닥의 소원. 하지만 내일 아침 발간될 주간지에도 역시나 심심한 기사들뿐이다. 그런데 여느 때처럼 조판 작업을 마친 뒤 친구와 술잔을 기울이던 닥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닥, 난리났어. 완전 살인이야!” 뒤이어 정체불명의 남자가 닥을 폐허로 초대하고, 잔혹한 갱단이 그의 뒤를 쫓는다. 소원과 죽음이 함께 닥쳐온 밤, 과연 닥은 이 밤을 살아남아 주간지에 사건들을 실을 수 있을까?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시리즈에서 39번째로 출간되는 『재버워크의 밤』은 단편소설의 명수 프레드릭 브라운의 대표적인 미스터리 장편소설이다. 주로 SF와 미스터리 장르에서 활동한 브라운은 낮에는 신문 인쇄공으로, 밤에는 펄프 픽션 소설가로 일하면서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그의 수많은 작품 중 『재버워크의 밤』은 앨리스 이야기의 열렬한 팬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범죄소설로, 마틴 가드너의 『주석 달린 앨리스』에서 ‘앨리스’의 팬이라면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소설이라고 격찬한 작품이기도 하다. 앨리스 이야기처럼 아이러니한 상황들이 속도감 있게 펼쳐져 읽기를 멈출 수 없는 재미가 이어지고, 흩어진 미스터리를 말끔하게 매듭짓는 결말부가 인상적인 수작이다.
앨리스 이야기의 ‘광팬’이 살인으로 얼룩진 이상한 나라에 떨어지다
『재버워크의 밤』은 작가 프레드릭 브라운의 독특한 상상력과 유머 감각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이 작품은 루이스 캐럴의 시 「재버워키」에서 영감을 받았다. 「재버워키」는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편인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시로, 캐럴 특유의 기괴하고 상징적인 언어로 괴물 재버워크와의 싸움을 묘사하고 있다. 브라운은 이 시에 담긴 초현실적이고 불가해한 분위기를 자기만의 색깔로 『재버워크의 밤』에 녹여냈다.
루이스 캐럴의 광팬인 주인공 닥 스토거는 「재버워키」를 줄줄 외울 수도 있는 사람으로, 급작스럽고 잔혹한 사건들을 맞닥뜨리고는 루이스 캐럴의 세계관을 해석하듯 어떻게든 상황을 헤쳐나가려 애쓴다. 작품 속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사건들은 ‘앨리스’ 이야기 속의 환상적인 세계를 반영하듯 아이러니하게 전개되고,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독자들은 현실에 존재할 리 없는 괴물 재버워크가 정말 나타난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품게 된다. 이처럼 브라운은 캐럴의 작품 속 상징적이고 불합리한 세계를 반영하여, 독자들이 현실과 허구의 경계에서 혼란을 느끼도록 만든다. 특히 각 장의 첫머리에 자리한 앨리스 이야기의 인용구들은 주인공이 겪는 미스터리한 사건들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비상식적이고 불가해한 상황이 기묘한 긴장감을 형성하듯, 앨리스 이야기는 이 작품에서 단순한 문학적 참조를 넘어 서스펜스와 긴장감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브라운은 캐럴이 만든 비현실적 세계와 자신의 미스터리 플롯을 결합해, 독자가 불가해한 환상의 세계가 작동하는 원리를 고민하게 만들면서 동시에 현실 세계의 논리적 사건들을 추적하게 한다.
한편 작품이 시작하는 순간부터 술잔을 기울이고, 또 끊임없이 ‘한 잔’ 타령을 하는 주인공은 ‘믿을 수 없는 화자’로서 작품의 서스펜스를 한층 강화한다. 독자들은 주인공이 서술하고 있는 광경이 정말로 현실인지 환상인지, 아니면 술주정인지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야기는 중심을 잃지 않고 결말로 힘있게 나아간다. 혼란을 가중하는 것처럼 보였던 사건들이 어떠한 패턴을 지녔는지는 주인공 닥 스토거만이 눈치챌 수 있다. 가장 탐정 같지 않은 허풍선이, 주정뱅이, 몽상가 같은 인물이지만 결말부에 이르러서는 깔끔하고 논리적인 추론을 내놓는다. 탐정소설에서 발견할 수 있는 ‘탐정의 해설’ 파트가 이 작품에서도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데, 작가의 위트와 스토리텔링 솜씨가 어우러져 마지막까지 즐거운 독서를 담보한다.
초기 장르소설계에서 프레드릭 브라운은 빛바래지 않는 경이로운 상상력과 대담한 필력으로 오랫동안 기억되어왔다. 장르문학의 대부 스티븐 킹은 저서 『죽음의 무도』(조재형 옮김, 황금가지, 2010)에서 프레드릭 브라운의 단편집 『악몽과 기젠스탁(Nightmares and Geezenstacks)』(국내에는 『아레나』(고호관 옮김, 서커스, 2016)로 출간되었다)을 언급하며 특히 중요한 작품으로 꼽기도 했다. 하드보일드의 거장 중 하나인 미키 스필레인은 “프레드릭 브라운은 모든 시대를 통틀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라고 공언했으며, SF의 대부 필립 K. 딕은 “프레드릭 브라운의 「웨이버리」(『아마겟돈』(조호근 옮김, 서커스, 2016) 수록)는 지금까지 등장한 모든 SF 단편 중에서 비할 데 없이 중요한 작품이다. 반드시 이 단편을 읽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앨프리드 히치콕, 기예르모 델 토로, 코니 윌리스, 닐 게이먼 등 유수의 장르 소설 작가들이 여전히 그에게 찬사를 보내고 있다.
엘릭시르의‘미스터리 책장’ 시리즈
프레드릭 브라운의 『재버워크의 밤』은 ‘미스터리 책장’시리즈를 통해 39번째로 출간되는 작품이다.
2012년 첫 출간된 ‘미스터리 책장’은 전 세계 미스터리 거장의 주옥같은 명작을 담은 미스터리 소설 전집이다. 이전까지 일서 중역과 축약본으로밖에 읽을 수 없었던 전설의 미스터리, 미처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작품들을 믿을 수 있는 전문 번역가의 번역과 멋진 장정으로 새롭게 선보였다. 본격 미스터리, 하드보일드, 서스펜스, 스릴러, 유머 미스터리 등 다양한 장르와 다채로운 걸작을 국내 독자에게 소개할 수 있도록 힘써왔다.
2022년에 10주년을 맞은‘미스터리 책장’은 새로운 판형과 디자인으로 리부트되었다. 엘릭시르는 미스터리 초심자부터 장르 문법에 익숙한 마니아까지 각자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골라 펼쳐볼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다채로운 미스터리 걸작을 국내 독자에게 소개해나갈 예정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프레드릭 브라운
1906년 10월 29일 미국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에서 태어나 낮에는 신문 인쇄공으로, 밤에는 펄프 픽션 소설가로 일하면서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주로 SF와 미스터리 장르에서 활동한 브라운은 특히 단편소설의 명수로 「기젠스탁」(1943), 「아레나」(1944), 「웨이버리」(1945) 등은 현재까지도 최고의 걸작 SF 단편으로 회자되곤 한다. 초기 장르소설계에서 프레드릭 브라운은 빛바래지 않는 경이로운 상상력과 대담한 필력으로 오랫동안 기억되어왔으며, 앨프리드 히치콕, 기예르모 델 토로, 스티븐 킹, 코니 윌리스, 닐 게이먼 등 여러 작가와 창작자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브라운의 소설은 짧고 간결한 문장으로 긴장감과 흥미를 유지하면서도 독자를 놀라게 하는 반전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 불합리한 상황과 놀라운 결말을 결합해 독자에게 충격과 재미를 선사하는 솜씨가 뛰어나다. 또한 브라운의 독특한 유머 감각은 그의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력 요소다.
옮긴이 : 최세민
대학에서 생물학과 영어영문학을 공부하고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했다. 다수의 소설, 만화, 논픽션 단행본과 〈리그 오브 레전드〉 외 각종 게임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이십여 년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한영 번역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안젤라 애커만, 베카 푸글리시의 『캐릭터 직업 사전』, 팸 존슨 베넷의 『고양이처럼 생각하기』, 로버트 A. 하인라인의 『조던의 아이들』 등이 있다.
목 차
009 … 작품을 읽기 전에 | 최세민
015 … 재버워크의 밤
341 … 작가 정보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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