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1. 존 롤스와 영미 정치철학의 부흥
“1944년 12월, 필리핀 레이테섬에서 제32사단 제128보병연대 F중대 병사들은 진지를 구축했다. 리몬 마을 바로 외곽에 주둔한 이들은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능선을 점령하려 했다. 일본군의 격렬한 저항에 맞서 진지를 사수하는 것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루터교 목사이기도 한 한 중위가 중대원들에게 간단한 설교를 통해 격려의 말을 전했다. 중위는 하나님께서 미군의 총알을 일본군에게 향하게 하시고, 동시에 우리를 일본군으로부터 보호해 주신다고 동료 병사들을 안심시켰다.”
이 말은 F중대에 있던 다른 병사들은 몰라도, 적어도 그곳에 있는 한 명의 젊은 병사에게는 아무런 위안도 되지 못했다. 오히려 그를 격분하게 했다. 그는 하나님의 뜻이 실제로 무엇이든 간에, 그것은 우리가 가진 가장 기본적인 정의 관념에 부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공의로운 신이라면 정의롭고 공평해야 할 것이었다.
전쟁이 끝나고, 군에서 제대한 그 병사는 이런 질문을 가지고 대학원에 들어가게 되고, 1950년대부터 정의란 무엇인지에 대한 일련의 논문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존 롤스라는 이름의 이 자유주의 분석철학자는, 마침내 1971년 『정의론』을 출판했다. 롤스는 이 책에서 개인들의 ‘기본적 자유’와 시민들 사이의 ‘평등’이 공정성 개념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사회는 불평등이 가장 취약한 사람에게 가장 많은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는 ‘차이의 원칙’이 적용되는 경우에만 혜택과 부담의 평등한 분배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정의로운 사회’는 책임, 노동, 고난, 공동체가 생산한 부의 공정한 분배에 의해 지배되어야 하며, 이 같은 분배의 공정성은 가상의 개인이 자신이 속한 사회의 계층 구조에서 어디에 위치할지 알 수 없는 ‘무지의 베일’ 뒤에서 결정될 수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그것은 간단히 말하자면, 공평하게 케이크 조각을 나누는 것과 비슷했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이 먹고 싶은 케이크 조각을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다. 자유롭게 가져가는 케이크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분배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케이크 조각을 가장 나중에 가져가야 하는 가장 불우한 사람이 케이크 조각을 잘라야 한다.
“이 책 『정의의 그늘 아래에서』는 20세기 후반 영미권 자유주의 정치철학의 변모를 다룬 책이다. 이 책에서는 존 롤스가 쓴 『정의론』의 기원을 다룬다. 그리고 ‘자유주의적 평등주의’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자유주의 정치철학이 탄생하는 가운데 『정의론』이 어떻게 수용되었고, 견고한 위상을 갖게 되었으며, 정전이 되었는지를 탐구한다. 이 책은 또한 사회적 조건과 정치철학 사이의 변화하는 관계에 관한 책이기도 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서 특정한 형태의 자유주의 정치철학이 어떻게 등장했는지, 그리고 전후 복지국가 체제에 금이 가면서 그 철학이 어떻게 변모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의 내용을 이룬다. 『정의의 그늘 아래에서』를 쓰면서, 나는 롤스의 이론과 신롤스주의 정치철학이 부상한 역사를 정리하는 작업이 사상이 가진 이념적·정치적 힘, 이론과 실천 사이의 관계, 시간의 흐름에 따른 사상의 변화에 관한 다양한 질문을 제기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 한국어판 서문 중에서
2. 지성사적 관점에서 살펴본 존 롤스와 그의 시대
지성사란 특정한 텍스트를 작성한 저자가 해당 텍스트를 저술하는 것이 어떤 의미였는지 그 지적 배경과 맥락, 의도를 규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나아가, 이 같은 저자의 의도가 그 텍스트를 읽는 동료 연구자들은 물론 그 사회에서 어떻게 이해되고 받아들여졌는지를 설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원초적 입장’, ‘무지의 베일’, ‘정의의 두 가지 원칙’ 등과 같이 일견 고도로 추상적이고 복잡한 『정의론』의 철학 체계는 현실 세계를 지나치게 추상화함으로써 현실과 동떨어져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사실 이 같은 논의는 한편으로는 롤스의 생애 첫 30년 동안의 대부분을 형성한 참혹한 경험에 대한 직접적인 반응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예컨대, 그는 어린 시절 자신으로부터 옮은 질병으로 두 명의 형제가 사망하는 일을 겪는다. 또 군 복무 시절에는 부상당한 동료 병사에게 헌혈을 해 주기 위해 임무에 빠진 적이 있는데, 그를 대신해 임무를 수행하던 병사가 매복에 당해 사망하기도 했다. 이 같은 비극적 사건들은 훗날 운과 공정성의 문제에 대한 그의 관심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다른 한편으로, 롤스의 『정의론』은 전쟁의 트라우마를 가지고 학계에 다시 돌아온 롤스가 마주해야 했던 1950년대와 1960년대의 시대적 산물이기도 하다. 특히, 전후 시기는 미국 국내적으로는 짐 크로 시대에 대한 투쟁이 시작되고 있었으며, 해외에서는 베트남전쟁으로 대변되는 사회적 격변의 시기였다. 특히 이 시기 민권운동과 베트남 파병 및 징집 문제는 정부가 국민에게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크기와 그 정당성을 둘러싼 문제를 제기했다. 이 같은 문제를 두고 롤스 외에도, 로널드 드워킨, 한나 피트킨, 마이클 왈저, 조엘 파인버그, 브라이언 배리 등의 철학자들이 대거 논쟁에 참여하는데, 이를 통해 이른바 공공 문제 철학이 대두하게 된다. 그리고 바로 이 같은 사회적 상황과 학계의 움직임이 1971년 롤스의 『정의론』이 등장해 학계와 대중들에게 수용되는 지적 분위기와 맥락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렇다면, 당시 이들이 벌인 논쟁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 것인가. 『정의의 그늘 아래에서』는 단순히 당시의 지적 풍경과 논쟁의 내용을 정리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당시에 벌어졌던 다양한 논변에 대한 평가도 아우르고 있다. 예컨대, 카트리나 포레스터는 이들이 벌인 논쟁을 요령 있게 정리해 보여 주면서도, 수많은 “철학자들이 정치에 어느 때보다도 깊숙이 관여했던 순간에, 그들의 이론은 탈정치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고 평가한다(본문, 196, 197쪽 ). 즉, “ 공공 도덕 및 공공 윤리 논의는 극적인 선택을 내리는 권력을 가진 개인들에게” 관심을 집중함으로써 그들이 행동하는 사회적·정치적·경제적 맥락을 방기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특히, 포레스터는 시민 불복종에 대한 롤스의 견해가 그의 사고에 “현상 유지 편향의 요소”를 반영했다고 날카롭게 꼬집는다.
“불복종이 정당화된다면, 그 까닭은 ‘사회생활의 관행’에서 정의의 원칙들이 위반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롤스는 원칙들을 적용하는 데 중대한 제한을 두기도 했으며, 불복종이 정당화되는 데 필요한 조건을 제시했다. ‘어떤 이가 통상의 정치적 저항에 직면해서도 해소되지 않는 고의적 부정의에 오랜 기간 노출되었을 때, 해당 부정의가 평등한 시민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했을 때, 그리고 유사한 상황에서 유사한 방식으로 저항할 경우 초래될 결과가 받아들일 만할 때’에야 불복종이 정당화된다. 이에 더해 또 다른 제한도 있었다. 오직 ‘시민권의 지위를 규정하는 평등한 자유의 침해’에 대한 저항, 사실상 억압받는 소수자나 종교 단체의 자유를 위한 저항이어야만 불복종이 정당화된다는 것이었다. 부당한 조세정책을 이유로 한 불복종은 정당화되기 어려웠다. 경제적 자유나 직장에서의 자유를 옹호하기 위해 일어난 불복종이나 빈곤, 불평등, 억압과 각종 구조적 불이익 등 사회적·경제적 부정의의 이름으로 발생한 불복종도 마찬가지였다. 불복종에 대한 이 같은 관점은 경제적 정의를 문제 삼는 저항이 사회 안정을 침해하며 정당치 못하다는 함의를 주었다.”
- 본문 중에서
이처럼, 이 책은 롤스의 『정의론』이 등장하게 된 사회적·정치적·경제적 맥락과 이를 둘러싼 당대 정치철학자들의 치열한 논쟁을 섬세하게 잘 정리해 주면서도, 당대의 논쟁이 가진 한계와 문제점들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드러내고 있다. 2장과 3장이 짐 크로 시대, 베트남 파병, 정의로운 전쟁, 시민 불복종 문제를 둘러싼 당대의 논쟁을 다루며, 『정의론』이 장차 수용될 지적·사회적 분위기를 맥락화하고 있다면, 4장에서는 1971년 『정의론』 출간 이후 정전으로 자리 잡은 롤스의 틀을 재구성하고 재고하려는 좌우의 도전에 응전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독특하면서도 새로운 형태의 평등주의가 등장했는지 살핀다. 5장과 6장에서는 우리의 시선을 시공간적으로 확대해, 탈식민화의 맥락에서 제기되는 세계 정의의 문제(5장)와 기후 위기를 비롯한 미래 세대를 위한 정의의 문제(6장)를 다룬다. 7장에서는 시장, 선택, 책임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신좌파와 신우파의 도전을 살피며, 롤스의 이론과 영미 자유주의 정치철학자들이 어떻게 대응했고 그 한계는 무엇인지 살핀다. 마지막 8장에서는 결론적으로 영미 정치철학의 한계에 주목하며,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이해하기 위해 롤스 이래의 자유주의적 사유의 적실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의적이면서도 강력한 주장을 펼친다.
3. 패러다임이 된 정의론
포레스터가 강력하게 지적하고 있는 한 가지 논점은 롤스의 『정의론』이 비록 1971년에 출간되기는 했지만, 롤스의 철학과 이를 계승한 현대 영미 정치철학은 기본적으로 1940, 50년대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전후 시기는 성장과 번영에 대한 낙관주의, 그리고 복지국가라는 전후 합의에서 출발했으며, 롤스는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에서 『정의론』의 기본 개념들을 벼리고 다듬었다. 하지만, 정작 『정의론』이 출간되고, 자유주의적 평등주의가 영미권 학계에서 지배적 위치를 확고히 하던 1970년대 초에는 이미 이 같은 전후 사회의 조건들은 해체되며 새로운 문제들, 예컨대 스태그플레이션과 케인스주의적 합의의 붕괴가 나타나고 있었다. 이 같은 상황은 비단 1970년대에만 국한되었던 것이 아니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는 정치의 우경화, 복지국가의 지속적인 해체, 공공 기능의 민영화, 세계화의 확산이 전개되면서 전후 합의의 유산은 철저히 붕괴되어 사라지고 있었다. 결국 이 같은 추세로 말미암아 롤스 등이 주장한 재분배적 자유주의 평등주의는 점점 더 현실적인 가능성이 사라졌다.
간단히 말하자면, 케인스주의적 복지국가 시대를 배경으로 등장해 이를 정당화하려 했던 롤스의 『정의론』은 그 출간 직후부터 자신이 건설하고자 목표로 삼았던 사회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사회와 대면해야 했다. 따라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창출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론』은 출간과 동시에 하나의 강력한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았고, 이에 따라 이후 영미 정치철학의 논의들은 현재까지도 롤스의 정의론이라는 그늘 아래에서 전개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자유주의 정치철학의 역사를 하나의 ‘유령 이야기’로, 그 이론이 묘사했던 조건들이자 그 이론이 등장할 수 있던 조건들이 사라진 후에도 롤스의 이론이 ‘유령처럼’ 살아남았다고 이해한다. (…) 정치가 오른쪽으로 이동함에 따라 롤스 이론의 위상은 좌파 자유주의를 대표하는 것으로, 20세기 중반을 지나 살아남은 위대한 이론으로서 공고해졌다.”
- 한국어판 서문 중에서
“그렇게 롤스의 이론은 지속적으로 도전받고 발전해 나갔다. 그 결과, 롤스의 존재는 - 혹은 적어도 그의 사상은 - 유령과도 같이 철학적 논쟁을 계속 배회했으며, 추종자뿐만 아니라 비판자에게조차도 영원한 논박의 대상으로 남았다. 경합 민주주의 이론이 점차 영향력을 확대한 1990년대에도 이런 경향이 지속되었다. 이제 유수의 명문 대학에서 정치철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롤스주의 또는 그와 유사한 여러 대안 이론에 무조건 정통해야 했다.”
- 본문 중에서
어떤 문제들이 발생했을까. 말 그대로 패러다임은 정상 과학을 뜻한다. 그것은 어떤 문제를 다룰 것인지, 또 어떻게 다룰 것인지를 규정한다. 대안적인 주장들은 롤스의 정의 이론이라는 패러다임의 기본 가정과 전제에 맞지 않기에 불필요하거나 기각되어야 할 것으로 여겨졌다. 예컨대,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는 브라이언 배리의 재분배론 같은 대안적 비전들은 사장되었다. 롤스와 롤스주의를 따른 철학자들이 인종주의에 관한 당대의 논의에서 제한적인 주장을 개진하는 데 그쳤던 것, 적극적 평등 실현 조치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보였던 것, 차등의 원칙에서 국내적·지구적 차원에서의 급진적 재분배 가능성을 보았던 베이츠가 종속이론과 자유주의적 발전 경제학 사이에서 결국 후자에 가까워진 것 등이 그 예다.
이 점에서 『정의의 그늘 아래에서』는 어떻게 『정의론』이 1970년대 이후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자리를 잡았고, 이후 오늘날까지 사회의 변화와 이에 따라 제기된 주요한 쟁점들이 어떻게 정의론을 중심으로 영미 정치철학계에서 진행될 수밖에 없었으며, 지난 50여 년간 수많은 정치철학자들은 어떻게 롤스의 정의 이론을 받아들였고, 도전했으며, 수정하려 했고, 그 한계에서 벗어나려 했는지를 살피고 있다.
5. 정의론의 그림자: 롤스의 유령
“20세기의 마지막 10년 동안 자유주의 사상은 확장되고 논쟁을 불러일으켰으며, 수많은 도덕적·정치적 상황과 도전에 적용되었다. 자유주의적 평등주의는 도덕적·정치적 합의에 기초한 이론으로 정의되었다. 그것은 합의에 이를 수 있는 도덕 인격 간 관계라는 이상에 의존하는, 비역사적이고 제도적이며 개별화하는 이론이었다. 자유주의적 평등주의는 분배와 소유권의 문제를 압도적으로 중시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유주의적 평등주의의 가정을 둘러싼 논의는 점점 폐쇄적이게 되었다. 롤스 사상의 구성 요소는 사상과 연계될 수 있는 정치의 종류를 극도로 제한했다. 과거사 청산과 같은 주장은 거부되었고, 미래에 대한 생각은 받아들여졌지만 특정한 종류의 추상적이고 도덕적인 미래만 허용되었다. 더 높은 차원의 추상화와 복잡성을 향한 자유주의 정치철학의 논리는 정치철학자가 인구과잉을 둘러싼 문제와 같은 도전적인 철학적 문제에 직면했을 때 현재의 관점에서 수용할 수 있는 미래의 결정이란 무엇인지 고민하는 데 집중하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하지만 이는 역사적 부정의와 배상 문제와 같이 정치철학자가 붙잡고 씨름할 만한, [인구과잉 문제] 못지않게 지적으로 흥미롭지만 좀 더 정치적인 다른 문제들을 무시한 결과였다. 자유주의적 평등주의의 역사에는 가지 않은 길들이 많다. 롤스가 제시한 이론의 개념적 구조는 종종 철학자들의 [제한된] 선택을 정당화하고 자유주의가 온전히 보존되는 기제를 제공했다.”
- 본문 중에서
결국, 카트리나 포레스터가 이 책에서 궁극적으로 이야기하려는 것은 영미 분석적 자유주의 정치철학의 현재적 유효성일 것이다.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역시 롤스와 자유주의 정치철학에서 다시 복원해야 할 문제의식이나, 계승해야 할 해법도 있다. 다만, 우리는 또한 기존의 자유주의 정치철학 패러다임이 간과해 왔거나 배제해 왔던 진정한 현실적 문제들에 주목해야 하고, 이에 대한 실질적인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예컨대, 난민 문제, 인종적 불의와 배상 문제, 젠더 불평등, 동물권, 장애 문제, 기후 정의, 환경 정의, 비국가 행위자의 지배 등을 다루는 데 기존의 자유주의 정치철학의 분석 틀은 한계가 있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출발점을 벼리고 모색하며 찾아 나서는 것이다. 변화하는 현실과 마주해, 대화하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던 정치철학의 바로 그 역사처럼 말이다.
“오늘날 정치철학자들은 익숙한 학문 분야인 법학과 경제학뿐만 아니라 사회 이론, 역사학, 그리고 현실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갈등을 들여다봄으로써, 롤스가 그랬던 것처럼 새롭게 출발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이전에 제기하지 않았던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 국가의 새로운 특성, 자본주의에서의 행위 주체성, 젠더화된 권력과 인종 불평등과 같은 - 롤스의 이론화 작업이 마무리된 시점 이후에 벌어진 여러 사회적·정치적 변화들에 주목해야 한다. 자유주의적 평등주의의 등장 이후, 국가는 그 역할과 역량을 확장하는 동시에 사유화되었다. 자본주의와 일의 특성은 변화해 왔고 앞으로도 극적이고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계속 변화할 것이다. 최소 수혜자의 특성도 변화했다. 우리는 이제 이들의 구성에 대해 재고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들의 위상을 재분배 정책의 수혜자에서 변혁의 주체로 재고해야 할 것이다. 무책임한 금융기관,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의 등장, 기술 변화, 기후 위기 속에서 급진주의 사회운동과 새로운 과두제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정치의 의미 그 자체가 변하고 있다. 자유주의 정치철학자들은 이런 변화에 대처할 때 유용한 도구 몇 가지를 분명히 가지고 있지만, 우리 시대의 문제는 새로운 사고 틀을 요구한다. 아마도 이제는 20세기 후반부를 지배한 철학적 자유주의를 유일하고 자명한 교리보다는 활용 가능한 여러 이론 가운데 하나로 간주하고, 롤스의 사상을 정치사상의 역사 속에 존재하는 하나의 장으로 이해할 때가 온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유용한 과거’인 동시에 여타 정치 이론과 마찬가지로 그 시대의 산물로서 말이다.”
- 본문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카트리나 포레스터(Katrina Forrester)
하버드 대학교 정치학과 및 사회과학위원회 소속 존 L. 러브 부교수이다. 케임브리지 대학교 역사학과에서 박사 학위(2013)를 받았고, 동 대학교 세인트존스 칼리지 박사 후 연구원(2012~14), 런던 퀸 메리 대학교 전임 강사(2014~17), 케임브리지 대학교 퀜틴 스키너 연구원(2023)으로 활동했다. 전후 영미 자유주의와 좌파 정치,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과 정신분석학, 환경 정치, 그리고 일과 자본주의 등을 통해 20세기 정치·사회 사상사와 현대 정치 이론을 연구하고 가르친다.
전후 자유주의와 존 롤스의 『정의론』, 자유주의적 평등주의의 부상 등이 정치철학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다룬 이 책 『정의의 그늘 아래에서』는 포레스터의 첫 번째 저서로, 미국역사가협회 멀 커티 지성사상, 미국지성사학회 연례 도서상, 몬트리올 정치 이론 원고 워크숍상, 국제정치사상학회 데이비드 앤드 일레인 스피츠상(공동 수상)을 받았고, 영국 왕립역사학회 글래드스턴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옮긴이 : 공민우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졸업 후 동 대학원 석사과정에 있다. 주 전공 분야는 20세기 미국 정치경제(‘자본주의의 역사’), 노동, 기업, 그리고 경제 담론의 역사이다. 특히 1970년대 이후 미국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산업의 변화에 관심이 많다. 연구 논문으로 「통일촌 유곡리의 조성과정과 공동체적 협력의 난점들」(공저), 「‘소유와 경영의 분리’ 과정에 대한 고찰: 1907~1929년 미국전신전화회사(AT&T)의 사례를 중심으로」가 있다.
옮긴이 : 박광훈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졸업 후 동 대학원 박사과정에 있다. 학부에서는 정치학과 함께 미국학을 전공했고, 이후 개념사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주 전공 분야는 근현대 한국의 정치사상이고, 20세기 정치사와 지성사, 국가론 및 시민사회론에도 관심이 있다. 연구 논문으로 「동아시아 5개국 제헌 과정의 민주적 정당성 비교」(공저), 「‘자유선거’를 역사화하기: 1945년 이후 한국의 맥락에서」가 있다.
옮긴이 : 오석주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졸업 후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역사학부에서 박사 학위논문을 쓰고 있다. 주 전공 분야는 20세기 미국 대외 관계사, 정치경제, 정치사상사이고, 역사 서술 담론과 정치 담론의 상호 연관성에도 관심이 있다.
목 차
한국의 독자들에게 8
한국어판 추천사 13
들어가는 말 15
1장. 정의의 형성 37
2장. 의무들 97
3장. 전쟁과 책임 149
4장. 새로운 평등주의자들 199
5장. 세계를 향해 나아가다 257
6장. 미래라는 문제 307
7장. 신우파와 좌파 359
8장. 철학의 한계 415
나가는 말 465
감사의 말 479
옮긴이 해제 485
주 506
찾아보기 622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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