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기록과 기억 사이에서 피어난 인간 존엄의 서사
춘원 이광수의 한국 최초 역사소설, 2026년 감각으로 완벽 복원
1928년 11월부터 1929년 12월까지 동아일보 연재
“임금이란 무엇인가, 사람의 의리는 어디까지인가”
역사적 실록과 문학적 상상력의 만남
이 소설은 단종의 탄생부터 시작된다. 세종대왕의 기쁨 속에 태어났으나 하루 만에 어머니를 여의고 ‘동냥젖’을 먹으며 자라야 했던 어린 원손의 모습은 앞으로 닥칠 비극을 예견하게 한다. 열두 살의 어린 나이에 보위에 올라 권력의 차가운 칼날 앞에 서야 했던 소년 임금의 고독과 책임감이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충신과 권신, 숙부와 조카가 얽히는 궁중의 역학은 단순한 역사적 기록을 넘어 한 편의 정치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특히 수양대군과 김종서, 황보인 등 실존 인물들의 갈등 구도는 빠른 장면 전환과 긴장감 있는 대화로 재구성돼 극적 몰입도를 높였다. 궁궐 안팎의 공기, 등불 아래에서 오가는 밀담, 눈 내리는 밤의 대비 등 시각적 이미지가 강조되며, 사건은 마치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처럼 생생하게 다가온다.
단종의 눈물, 오늘의 질문이 되다
역사의 공백을 메우는 문학적 상상력을 펼친 편저자 이상배는 기록이 생략한 ‘인간적인 순간’에 집중한다. 수양대군의 야욕과 한명회의 살생부가 조선을 피로 물들일 때, 단종은 친누나 경혜공주의 집에서 어린 궁녀들과 윷놀이를 하며 잠시나마 평범한 아이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그 평온함은 수양대군의 난입으로 산산조각 나고, 결국 영월로의 유배와 죽음이라는 비극적 수순을 밟게 된다.
이후 ‘엄흥도’의 등장은 이 소설에 감동을 더한다. 중앙 권력을 쥔 대신도, 역사의 전면에 기록된 인물도 아니었던 영월의 호장 엄흥도는 ‘시신을 수습하는 자는 삼족을 멸한다’는 서슬 퍼런 엄명 속에서도 세 아들과 함께 단종의 시신을 거둔다. 편저자는 이를 통해 권력의 기록은 분명할지라도, 한 평민이 내린 결단은 그보다 더 오래 기억으로 남는다는 진리를 전한다.
편저자는 “역사소설의 장중한 서사가 사건과 인물이 교차하는 드라마적 구조로 재편되면서 읽는 재미를 배가했다.”라고 하였다. 무게감 있는 역사 서사가 현실처럼 숨 가쁘게 이어지고, 매 장면이 다음 장을 재촉하는 방식으로 구성돼 ‘책장을 넘기는 재미’를 살렸다는 것이다.
이번 판본은 고전 역사소설의 ‘무게’를 유지하되, 장면 전환과 문장 호흡을 조정해 젊은 독자의 몰입을 끌어올린 편집형 재구성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비극적 왕의 운명을 따라가는 장중한 서사가 사건 중심으로 속도를 얻으며, 정치와 인간 심리의 갈등이 한층 선명해졌다는 것이다.
어린 임금의 비극을 통해 권력과 의리, 선택의 문제를 다시 묻는 이 작품은, 오늘의 독자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광수
1892. 3. 4. 평북 정주 출생. 호는 춘원(春園). 소작농 가정에서 태어나 열한 살 때 부모를 잃고 고아로 자람.
1905. 일본 메이지 중학부에서 공부하면서 소년회(少年會)를 조직해 《소년》 지 발행.
1910. 귀국해 오산학교에서 교편을 잡음.
1915. 다시 일본에 가 와세다대학 철학과에 입학.
1917. 한국 최초의 근대 장편소설 『무정』을 〈매일신보〉에 연재.
1919. 도쿄 유학생들의 2·8독립선언서를 작성한 후 이를 전달하기 위해 상하이로 건너갔으며, 도산 안창호를 만나 민족독립운동에 공감하고 여운형이 조직한 신한청년당에 가담.
1921. 귀국. 1910년 중매로 결혼한 백혜순과 이혼하고 1918년 결핵 치료에 도움을 준 의사 허영숙과 결혼.
1928-1929. 〈동아일보〉에 『단종애사』 연재.
1937. 수양동우회 사건으로 투옥되었다가 병보석으로 석방
1950. 한국전쟁 때 납북되었다가 자강도 만포시에서 병사.
『개척자』 『선도자』 『재생』 『마의태자』 『단종애사』 『군상』 『흙』 『무정』 『유정』 『이순신』 『그 여자의 일생』 『이차돈의 사』 『그의 자서전』 『사랑』 『원효대사』 등 60여 편의 소설과 시, 수필, 평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을 발표했다.
편저 : 이상배
《월간문학》 신인상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편집인으로 오랫동안 글을 써 오며, 전통과 역사, 인물을 중심으로 성인·청소년·어린이를 아우르는 다양한 책을 펴냈다. 중국의 삼국지 배경 지역을 취재하여 쓴 《구비 삼국지》(전 12권)를 비롯해 《아리랑》 《윤동주》 《명상은 불어오는 바람처럼》 《푸하하하 나 도깨비야》 《부엌새 아저씨》 《눈물꽃》 등 150여 권의 저서를 펴냈다. 이 소설은 역사 인물과 사건을 탐구해 온 작가의 편저 작업이다. 현재 햇볕이 잘 드는 작은 집필실에서 역사소설 집필에 전념하고 있다. 대한민국문학상, 이주홍문학상, 윤석중문학상, 문협동리문학상, 방정환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목 차
1장 비운의 씨앗
2장 바람 앞의 등불
3장 세 가지, 세 사람
4장 어린 하늘 어두워지다
5장 수양, 날개 달다
6장 활 위를 떠난 살이 다시 돌아오는 법은 없다
7장 달빛에 비친 편지
8장 계유정난, 그 피바람
9장 바람 속의 이름
10장 옥쇄의 그림자
11장 이 몸이 죽어 가서 무엇이 될꼬
12장 세상에 없는 역모
13장 고운 임 여의옵고
14장 마마, 늦었습니다. 추우시죠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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