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대신 해주는 사과 따위, 개나 주세요!”
남의 잘못을 대신 사과하는 남자와 ‘사과 대행 서비스’를 찾는 사람들
과연 용서를 비는 마음도 대행이 가능할까?
★ 세계문학상 수상 고요한 소설가 신작 장편소설
★ “무거운 질문을 경쾌하게 풀어내고, 명랑한 분위기 속에서도 심오한 주제를 조율해내는 고요한의 시선은 이제 한껏 무르익었다.” _박혜진 문학평론가 추천
제18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고요한 소설가의 신작 장편소설 『대신 사과해드립니다』가 자음과모음 ‘뉴어덜트 새소설’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이 청춘 남녀의 방황과 그 뒤에 깔린 죽음과 애도를 경쾌하면서도 묵직한 시선으로 그렸다면, 이번 신작은 진정한 사과와 용서에 대해 묻는다.
작품을 먼저 읽은 박혜진 문학평론가는 “무거운 질문을 경쾌하게 풀어내고, 명랑한 분위기 속에서도 심오한 주제를 조율해내는 고요한의 시선이 한껏 무르익었다”며 “소설을 덮고 나면 마음에 이상하리치만치 생생한 온기가 느껴질 것이다”라고 말한다.
사과가 어려운 사람들, 그리고
사과받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사과 대행 서비스’
주인공 ‘서 사장’이 ‘사과 대행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1년 전 어머니의 죽음 때문이었다. “우리 딸과 결혼하려면 교인이 되라”던 여자 친구 어머니의 말에, 서 사장은 성당을 다니는 제 어머니를 속이고 대형 교회에 딸린 재단에서 웃음 전도사로 일했다. 그날도 웃음 강연차 제주도에 내려가 있던 참이었는데 누나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가 계단에서 쓰러지셨어.
강연장에는 백여 명의 성도가 서 사장을 기다리고 있고, 잘만 하면 강연 후에 잡혀 있는 주최 측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다른 교회 강연도 여러 건 들어올 수 있었다. 그렇게 병원에 누워 자신을 찾는다는 어머니를 뒤로 하고 강대상에 올라 사람들을 웃겼다. 예정보다 30분 늦게 강연을 마쳤을 때, 누나에게 부재중 전화가 여섯 통이나 와 있었다.
―엄마 돌아가셨어.
장례식이 끝난 뒤 서 사장은 웃음 전도사를 그만두었다. 어머니가 죽어가는 순간에 성도들을 웃기고 있었다는 생각만 하면 마음이 아팠다. 전화를 받고 바로 왔다면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봤을 텐데 그놈의 강연이 뭐라고. 서 사장은 어머니를 속이고 교회에 나가 웃음 전도사로 일한 걸 사과하고 싶었지만 이젠 사과를 받아줄 어머니가 없었다.
“대신 해주는 것도 정도가 있지.
대신 사람을 죽여달라고 하면 죽여줄 거야?”
서 사장의 동업자는 고려인이자 어머니의 친구였던 ‘쏘냐’다. 이혼한 아내에게 대신 사과해달라는 의뢰를 마치고 돌아와 인스타그램에 사과 내용을 올리고 있을 때 어머니의 장례미사를 주관한 신부님에게 전화가 왔다. 의뢰 내용은 친구를 죽이고 구치소에 들어간 수용자를 대신해 사과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서 사장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건이라 망설였지만 신부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수락한다.
―살인자의 사과를 대신 해달라고? 그걸 어떻게 우리가 해? 난 못 해.
쏘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맘에 드는 것만 골라 할 순 없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죗값을 받아야 할 살인자를 위해 사과를 해달라는 게 말이 돼? 대신 해주는 것도 정도가 있지. 대신 사람을 죽여달라고 하면 죽여줄 거야?
_본문 중에서
한편, 남의 잘못을 대신 사과하러 다니는 서 사장에게도 사과받고 싶은 사람이 있다. 바로 어머니를 죽음에 이르게 한 범인. 서 사장의 어머니는 현관문을 열고 나오다 계단에 놓인 옥수수를 밟고 굴러 돌아가셨다. 분명한 사고였지만 서 사장은 옥수수를 가져다 놓은 사람이 누구인지 찾기 위해 알 만한 동네 사람들에게 범인을 아냐고 묻고 다닌다.
‘대리 사과’를 통해 건네고 싶었던 질문
진정한 사과와 용서, 그 끝에 도달하는 구원에 대하여
신부님의 의뢰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구치소에 수감된 남자를 찾아간 서 사장. 남자는 자신은 억울하다며 고의로 친구를 죽이지 않았다고, 브레이크가 고장 난 걸 모르고 운전대를 잡은 것뿐이라며 친구의 죽음이 사고임을 주장했다. 서 사장과 쏘냐는 남자를 만난 후 죽은 친구의 할아버지를 찾아가지만, 멀쩡한 손자를 하루아침에 잃은 할아버지는 당연히 남자를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하물며 대리 사과라니.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사람이 목숨을 잃은 사건을 이렇게 쉽게 사과하고 용서할 수는 없다.
많은 사과가 그렇듯, 서 사장의 사과 대행 역시 쉽지 않다. 시원한 웃음보단 씁쓸한 끝맛만 남는 사과 대행 서비스를 통해 작가가 건네고 싶었던 질문은 무엇일까. 과연 이 대리 사과는 진정한 용서를 넘어 구원에 도달할 수 있을까? 이번 가을 고요한 소설가의 『대신 사과해드립니다』와 함께 사과 여행을 떠나 보자.
‘뉴어덜트 새소설’은
한국문학의 가장 참신하고 첨예한 작가들의
시선을 담는 자음과모음의 소설 시리즈로,
스타일리시하고 감각적인 작품을 엄선해 선보입니다.
작가 소개
고요한
2016년 『문학사상』과 『작가세계』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번역문학 전문저널 『애심토트(Asymptote)』에 단편소설 「종이비행기」가 번역?소개되었다. 2022년 『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으로 제18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사랑이 스테이크라니』, 장편소설 『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 『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 『내 남편을 팝니다』가 있다.
목 차
대신 사과해드립니다
추천의 말_ 박혜진 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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