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부족함 속에 여유를!
제목에 딱 들어맞는 재미나고 독특한 일러스트가 이 책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다. 노란 방바닥에 팬티만 입고 기분 좋은 표정으로 뒹굴 거리고 있는 청년이 있다. KO펀치를 맞은 권투선수처럼 엉덩이를 세운 채 바닥에 엎어져있는데 포정은 너무나 편안해 보인다. 그의 등 위로는 고양이 한 마리가 낮잠에서 깬 모양인지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있고, 방바닥에는 어젯밤에 먹었을 법한 맥주 한 병과 오징어가 뜯지도 않고 놓여 있다.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어떤 이의 방해도 없이 늘어져있는 모습이라니... 이건 누가 보더라도 논팽이의 전형적인 모습이리라.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붙은 부제목도 ‘야매 득도 에세이’!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의 저자 하완은 그럭저럭 다니던 편집 회사를 그만 둔 백수다. 물론 완전한 백수라기보다는 디자인을 전공한 덕으로 일러 프리랜서를 하는, 약간의 수입이 있는, 복 받은 백수라고 해야 옳겠다. 그는 규칙과 질서에 얽매인 회사를 때려치우면서 열심히 노력해 성공해야한다는 정형화된 사회 목표에 괜한 딴지를 건다. 보이지도 않는 미래를 위해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하고, 상사 눈치를 보며 출퇴근 시간에 얽매여 있어야하는 조직의 허울을 벗어버렸다. 직장을 다니고 돈을 벌고, 미래를 준비하기 싫어서라기보다 그렇게 살아야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 정확한 답이겠다. 하완은 그렇게 자발적 백수가 되었고,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팬티 차림으로 방바닥을 뒹굴며 글을 썼다.
열심히 살아야하는 목적보다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찾으려는 그가 당차 보이기도 하고 용기 있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책의 페이지를 넘기면서 드는 생각하나는... “그래서, 그래서 어쩌겠다는 거지?”하는 생각이 가시질 않았다. 아무 일도 없이, 뚜렷한 방향이나 목적 없이, 톱니바퀴 같은 세상에서 한 발짝 떨어져 세상을 관조해보는 것은 좋지만, 구체적인 대안이나 해결책은 없다. 물론 이런 무대책의 대책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자 핵심이겠지만, 돌아올 곳이 있어 떠나는 해외여행과는 달리 일상탈출 이상의 의미는 찾기 어려울 것 같다. 퇴사나 여행, 자유는 현재로 회귀할 중심점이 있어야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을 텐데, 이 책에서는 바람에 밀려 해수욕장 안전선을 넘는 튜브처럼 자꾸만 수평선 쪽으로 떠내려가는 느낌이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 장인 ‘하마터면 불행할 뻔했다’를 보면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명확해진다. 바로 자족! 열심히 살아가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불만을 갖지는 않을 것. 돈은 많이 못 벌겠지만 부족한 만큼 아껴서 생활하는 것, 지나친 욕심을 버리고 현실에 만족하면서 자족하며 살겠다는 것이다!
실업자로 살아가는 그가 어쩌면 정말 득도를 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을 ‘뜻밖의 무소유’라 겸손해 했지만, 거친 세상에 휘말리거나 더럽히지 않고 오롯하게 살아가는 모습에서 젊음의 강인함을 느낀다. 자신을 마주하며 하루하루를 생활하는 하완 님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