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켈러 인 러브

▣ 출판사서평

대중의 폭력에 희생된,
역사가 숨기고 싶어 한 헬렌 켈러의 진짜 이야기

아버지는 내게 서커스의 동물처럼 구경거리가 될 것을 강요했다
애니 선생님은 내가 완벽하게 정상인이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어머니는 나 같은 여자는 절대 가정을 가져서는 안 되며 하나님이 특별한 소명을 내게 주었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피터를 만난 후 더 이상 성자이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들이 기대했거나 바랐던 헬렌 켈러가 아니었다

이 여인은 누구인가

한 소녀가 있다. 생후 19개월 때 병마와 싸우다 눈과 귀가 먼 이 비극의 소녀는 훌륭한 스승을 만나 장애를 뛰어넘고 래드클리프 대학에 입학,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대중은 소녀가 이루어낸 기적에 환호했고, 소녀의 부모는 그녀의 명성에 기대기 시작했다. 소녀는 장애인의 몸으로 미 대륙을 횡단하며 강연 수익과 후원금으로 가족과 스승을 부양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삼중고의 장애를 떨치고 일어난 인간승리의 표본이었으나, 대중은 그녀에게 환호하는 한편, 그녀가 사회·정치적 발언을 할 권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또한 가족들은 물론 스승까지 그녀에게 어떤 남자도 접근하지 못하게 했고, 그녀를 제외한 그 누구도 그것이 부당한 처사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기적을 행한 성녀이기 이전에 눈과 귀가 먼 벙어리였기에.
과연 이 여인은 누구인가? 당신은 이미 이 여인을 알고 있다.

살아 있는 성녀인가, 대중의 폭력에 희생된 여성인가
역사가 숨기고 싶어 한 헬렌 켈러의 진짜 이야기

눈과 귀가 먼 벙어리 소녀. 위대한 스승을 만나 삼중고의 장애를 극복하고 래드클리프 대학에 진학한 이 소녀의 이야기는 전 세계인의 마음에 희망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여기에 그간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 래드클리프 대학 졸업 이후 그녀의 삶은 어땠을까. 로지 술탄의 소설 『헬렌 켈러 인 러브』에는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서른일곱 살의 헬렌이 그려져 있다.
헬렌 켈러는 우리가 예상한 것처럼 마냥 행복하지는 않았다. 헬렌은 폭스트릿을 즐겨 추고, 밍크코트와 마티니를 즐겼으며,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서슴없이 피력하는 사회 운동가로 성장했다. 그녀는 장애를 떨쳐낸 여성으로서 정상인과 다름없는 모습을 대중에게 끊임없이 연출해야만 했고, 강연 수익과 후원금으로 생계를 꾸려나가야 했다. 또한 대중은 물론 그녀의 가족마저 그녀가 장애와 관련된 이야기 외에 다른 발언을 할 권리도, 누군가의 여인이 될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다. 대중은 장애인 헬렌 켈러와 그녀의 스승이 행한 기적에만 관심이 있을 뿐, 기적을 행하지 않는 장애인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이것이 지난 100여 년 동안, 헬렌 켈러의 진짜 삶이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다.

『헬렌 켈러 인 러브』는 ‘살아 있는 성녀’로 남아야 했던 헬렌 켈러와 그의 연인 피터 페이건과의 벼락같은 사랑을 통해 역사가 감추려 한 헬렌 켈러의 삶 전반을 가감 없이,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앤 설리번과의 갈등, 부모님의 반대, 대중의 지나친 관심, 사회 운동가로서의 활약과 장애 여성으로서 받는 차별 대우 등, 이 모든 복합적인 이유로 헬렌과 피터는 결국 파경을 맞는다. 헬렌 켈러의 서신과 사진, 각종 기사 등의 고증을 거쳐 재탄생된 이 이야기를 통해 독자는 헬렌 켈러가 결국은 장애를 뛰어넘지 못한 비운의 여성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극적으로 장애를 극복한 유년 시절의 헬렌 켈러를 알고 있다면 이제 지난 100여 년 동안 외면해온 헬렌의 진짜 삶을 마주해보자. 그녀에게 행한 대중의 폭력을 이어가지 않기 위해, ‘희망의 별’이라 불린 헬렌 켈러가 장애가 아닌 대중과 처절하게 싸워온, 위대하고도 고독한 인물이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헌신’이라는 이름 아래 강요된 억압된 삶
그리고, 스캔들로 남을 수밖에 없었던 사랑

『헬렌 켈러 인 러브』에 등장하는 헬렌 켈러의 연인, 피터 페이건은 실존 인물이다. 그는 앤 설리번의 건강이 악화되었을 때 앤을 대신할 비서로 고용되었다. 당시 헬렌은 서른일곱 살이었고, 피터는 스물아홉 살이었다. 둘은 벼락같은 사랑에 빠졌고, 결혼을 약속한 일도, 야반도주를 계획한 일도, 앤 설리번과 켈러 집안사람들의 반대에 부딪혀 헤어진 일도 모두 사실이었다. 헬렌의 주위 사람들이 그토록 그녀의 결혼을 반대한 이유는 무엇일까.

헬렌의 어머니와 앤 설리번은 헬렌을 위해 헌신했다. 그중에서도 앤 설리번은 헬렌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일생을 바친, 그야말로 위대한 스승이었다. 하지만 앤 설리번은 질투와 고독을 안고 있는 인간일 뿐, 성녀는 아니었다. 앤은 헬렌에게 모든 것을 쏟아 붓는 한편, 그녀가 완벽하게 정상인이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헬렌이 자신의 곁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게 했고, 헬렌에게 접근하는 남자들을 밀어냈으며, 그 외에도 자신의 말을 어길 시에는 하루 종일 통역을 거부함으로써 그녀를 고독 속에 가둬두었다. 앤에게 헬렌은 ‘자신의 일생을 바쳐 만들어낸 기적’이자 ‘자신의 삶을 포기하게 한 장애인 소녀’였다. 그녀에게 헬렌은 그야말로 애증의 대상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앤은 절대 헬렌을 놔주지 않았다.
헬렌의 어머니는 헬렌을 길들인 앤 설리번에게 질투를 느꼈으며, 헬렌을 ‘불쌍한 장애인’으로 생각했다. 따라서 늘 헬렌을 통제하며 정상인으로 보이게 하려 노력했고, 그럼으로써 장애인 딸을 둔 자신의 마음을 위로했다. 이렇듯 헬렌을 향한 주변 사람들의 ‘헌신’은 한편으로는 ‘강압’이기도 했다. 헬렌은 그 답답한 삶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고, 누군가와 결혼하고 싶어 했다.

“사람들은 내가 시각과 청각을 되찾고 싶어 할 거라 생각했지만 내가 바란 것은 그게 아니었다. 내가 바란 것은 그저 나를 변호해주고 나를 데리고 다니는 사람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며 그들을 기쁘게 해야만 하는 이 저주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헬렌의 새로운 비서로 임명된 피터 페이건은 헬렌을 장애 여성이 아닌 동등한 입장에서 봐주었다. 하지만 헬렌은 끝내 그 ‘저주’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결국 피터를 잃을 수밖에 없었다. ‘사랑’이 아닌 ‘스캔들’이라는 오명을 안고서.
헬렌과 그 주변 사람들은 그들이 만들어낸 ‘기적’ 덕분에 대중의 관심을 얻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기적’의 덫에 걸려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고독했다. 이 이야기는 피터 페이건과의 사랑을 주제로 했지만 실제로는 헬렌을 중심으로 한 사람들의 얽히고설킨 감정을 여실히 드러낸 파격적인 소설이다.

▣ 작가 소개

저 : 로지 술탄
Rosie Sultan
고다드 대학에서 미술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버지니아 센터에서 크리에이티브 아트 부문 연구원을 지냈고 보스턴 대학과 매사추세츠 대학, 서퍽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가르쳐왔다. 현재 매사추세츠 주 브루클린에서 남편,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역 : 황소연
연세대학교 의류환경학과를 졸업하고 출판 기획 및 영어를 한국어로, 한국어를 영어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서머싯 몸의 『인생의 베일』, 『더티 잡』, 『찌꺼기』, 『파랑 피』, 『점퍼 3』,『말리와 나』, 『믿음의 엔진』, 『안녕하세요 나는 당신입니다』, 『호오포노포노의 비밀』,『베타』『피터 님블과 마법의 눈』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