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1999년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 수상
* 일본 사회의 경직성을 고발한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
이 소설은 한 벨기에 여성이 일본 회사에 취직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일본에 대한 나름의 동경을 가지고 있던 이 여성은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면서 일본 회사라는 조직이 가지는 비인간적인 모순들에 눈을 뜨게 된다. 회의실에서 그녀가 차를 따르며 일본어로 인사를 건넨 것이 일본인에 대한 모욕적인 행위라고 지적받게 되고 그녀의 보고서가 완벽했음에도 불구하고 내용에 대한 검토도 없이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완전히 무시당하게 된다.
그녀의 업무는 그녀의 탁월한 외국어 능력, 사안에 대한 분석력에 상관없이 매일 똑같은 서류의 수십 일에 걸친 복사, 숫자들을 다시 베껴 적는 것으로 점점 단순하고 효용 가치가 없는 일로 대체되고 결국 화장실 청소로 전락하게 된다. 그녀가 겪는 모멸감과 잔인성은 그녀의 내면을 황폐화시킨다. 그러나 그녀만의 내적 독백은 유머러스하고 명랑하며 도발적이고 찬란하기까지 하다. 이 소설의 매력은 바로 이런 반어적인 구조에 있다. 날이 감에 따라 외부적인 상황이 비천해질수록 그런 모욕에 맞서는 그녀 내면의 무사태평한 태도, 익살맞은 내레이션은 더욱 고조되며 빛을 발하는 것이다.
엄격한 위계질서하에서 개인의 능력보다는 무조건적인 명령에 일률적으로 따라야 하는 상황, 외국인에 대한 노예와도 같은 대우, 서양인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주종에 가까운 복종 관계, 비효율적인 절차와 형식 등이 풍자적인 시선과 철저하게 절제된 문체로 마치 복수하듯이 냉정하게 묘사되고 있다. 부조리에 대한 무자비할 정도의 시니컬한 야유가 압권이다.
현실을 현실보다 더욱 치열하게 그려낸 수작으로 수직적이고 획일화된 사회의 중압감을 피아노 선율 같은 세밀하고 가벼운 터치로 승화시켰다. 작가만의 명징한 통찰력, 감정을 전혀 섞지 않는 차가운 문체가 글의 재미를 더욱 높인다.
작가 소개
저 : 아멜리 노통브
Amelie Nothomb
특유의 뛰어난 독창성과 신랄한 문체, 매년 가을이면 어김없이 신작을 내놓는 왕성한 창작력으로 수많은 독자들을 거느린 벨기에 출신의 작가. 검은 옷, 모자, 긴 머리와 빨간 입술이 그녀의 트레이드마크다. 1967년 일본 고베에서 태어났으며 외교관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일본, 중국, 미국, 방글라데시, 보르네오, 라오스 등지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다. 스물다섯 살에 발표한 첫 소설 『살인자의 건강법』(1992)이 10만 부가 넘게 팔리며 천재의 탄생이라는 비평계의 찬사를 받았다. 이후 『시간의 옷』(1996)과 『배고픔의 자서전』(2004)이 공쿠르상 후보에 오르며 작가로서의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 노통브는 자신에게 있어 글쓰기는 임신처럼 아주 내밀한 일이며, 자신의 작품들은 살아 있는 아이와 같이 생명력을 지녔다고 말한다.
노통브의 다른 작품들로는 『사랑의 파괴』(1993), 『불쏘시개』(1994), 『오후 네시』(1995, 파리 프르미에르상), 『시간의 옷』(1996), 『공격』(1997), 『머큐리』(1998), 『두려움과 떨림』(1999, 프랑스 학술원 소설 대상), 『배고픔의 자서전』(2004), 『아버지 죽이기』(2011) 등이 있다. 그녀는 알랭 푸르니에상, 샤르돈상, 보카시옹상, 독일 서적상, 르네팔레상 등 수많은 상을 수상했다.
역 : 전미연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불과를 졸업했다. 파리 3대학 통번역대학원(ESIT) 번역 과정을 수료했고, 오타와 통번역대학(STI) 박사 과정을 마쳤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현재는 미국에 거주하며 번역에 전념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기욤 뮈소의 『그 후에』, 『사랑하기 때문에』,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피용』, 로맹 사르두의 『최후의 알리바이』, 『크리스마스 1초전』, 『크리스마스를 구해줘』, 아멜리 노통브의 『두려움과 떨림』, 『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 『배고픔의 자서전』, 엠마뉘엘 카레르의 『겨울 아이』, 『콧수염』, 폴 콕스의 『예술의 역사』 등이 있다. 『작은 철학자 시리즈』의 어린이 철학책을 여러 권 번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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