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내 마음의 소리를 만나다
살아갈수록 무엇인가가 아쉽고 그리워진다. 세상도 많이 변하고 그 동안 만났던 사람들도 많이 먼 길을 떠나갔다. 무엇보다도 아쉬운 것은 그 옛날 순수했던 아이는 어디로 가고 사납고 험악한 짐승의 모습을 한 나의 모습에 회한이 남는다. 내 안에 있는 짐승이 으르렁거릴수록 자꾸만 옛날이 그립다. 그러다가 내 안의 짐승이 몸부림치는 소리를 듣는다. 그것은 내 안의 짐승이 순해지고 싶어서일 것이다. 보다 착해지고 싶어서일 것이다. 순진하고 착했던 까까머리 소년시절로 되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어른이 되어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고 싶은 마음으로 내 마음 깊은 곳의 시기와 질투, 증오와 분노, 원망과 지칠줄 모르는 탐욕을 내쫓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그 옛날에 들었던 소리들을 불러내어야 한다. 그 동안 문명이 낳은 자동차 소리, 앰블런스 소리, 포크레인 소리, 아파트 현장에서 쇠말뚝박는 소리, 드릴 돌아가는 소리, 전쟁터에서 들려오는 포탄과 총소리 등 인간이 만든 수많은 소리로 사나워진 나를 정화시켜야 한다. 유년에 나를 키웠던 수많은 소리들을 불러내어야 하는 것이다.
내 기억 속의 바람 소리, 새 소리, 물 소리, 눈 내리는 소리, 비 오는 소리, 나뭇잎 팔랑거리는 소리들은 모두가 자연의 소리들이었다. 태초에 조물주가 만들어낸 소리들인 것이다. 이 자연의 소리로 모든 생명들이 순리에 알맞게 생명을 낳고 살다가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순환의 연속이다. 그런데 인간이 만든 소리들은 거의가 탐욕이 깃들어 있다. 중장비가 내는 소리는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야 할 자연을 훼손할 때 내는 소리이며 살육의 현장에서 내는 소리 또한 누군가의 증오와 탐욕이 내재된 소리이다.
태초에 하느님이 이 세상을 창조하실 때 “빛이 있으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소리를 통해 빛이 생겨났고, “물 한가운데 창공이 생겨 물과 물 사이가 갈라져라” 하자 그대로 되었다는 성경의 창세기 말씀처럼 소리를 통해 무엇인가가 존재한다. 그러므로 소리는 존재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소리를 통해 존재는 드러내는 것이니 내가 기억하는, 내 마음 속의 소리들이 나의 존재를 증거하고 규명한다.
그렇지만 소리를 매제로 하는 음성 언어는 발설하면 사라지고 만다. 물론 소리를 녹음해 두면 다시 들을 수 있지만, 그러나 소리는 한 번 내뱉으면 일단 허공에 사라지고 만다. 그럼에도 소리가 주는 울림(느낌과 의미)은 듣는 사람의 머릿속에 남는다.
이러한 소리의 근원은 고요이다. 기독교에서는 하느님이 이 세상을 만들기 전에 오늘날처럼 우주도 없고 생명체도 없었다. 그러나 하느님이 우주를 만들자 수많은 행성들이 굉음을 내면 운행을 시작하였다. 고요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리가 나는 것이다. 그리하여 소리로 인하여 자신의 존재를 규명하게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사람도 태어나자마자 맨 처음 하는 일은 우는 일이다. 마치 “나 여기 있소!” 하며 새로운 생명의 존재를 밝힌다. 생명은 숨을 쉬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사람이 살아있다는 것은 숨을 쉬기 때문이다. ‘소리’라는 말도 ‘숨’이라는 말에서 생겨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소리가 숨에서 생겨나기 때문이다. 악기도 소리를 내지 않으면 죽은 사물이다. 숨을 쉴 때, 즉 소리를 낼 때 악기도 생명을 갖는다. 물도 흘러갈 때 소리를 낸다. 물은 고여 있으면 썩기 마련인데, 흘러갈 때 소리를 내며 존재를 드러낸다.
그러므로 살아있는 폭포는 굉음을 내며 생명의 노래를 부른다. 소리꾼이 폭포 아래에서 목에서 피가 나도록 소리를 지를 때 언젠가는 득음의 경지에 이를 수가 있다. 처음에는 아무리 소리를 내질러도 폭포소리만 들릴 뿐 자신의 소리를 듣지 못하다가도 마침내 거대한 폭포를 이겨내고 자신이 원하는 소리를 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폭포 앞에서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고요해진다. 그리고 마침내 폭포소리에서 우주가 운행하는 소리, 지구가 돌아가는 소리, 바람 소리, 파도 소리, 새가 지저귀는 소리, 꽃이 피고 지는 소리들이 들린다. 그러므로 모든 소리의 어머니는 폭포가 아닐까. 소리의 어머니인 폭포를 이겨낼 때 자연의 순리와 인간의 삶이 담겨있는 소리를 담아낼 수 있을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소리는 소통의 수단이다. 바람은 나뭇잎을 팔랑거려 자신의 메시지를 보내고, 아기는 울음소리로 배고픔을 말한다. 만약에 소리가 없다면 참새는 짹짹거리며 뭐라고 말하지 못할 것이고 물소리가 없다면 물은 흐르지 못할 것이다. 특히 만물 중에서 가장 다양한 소리를 내는 인간의 언어는 무용지물이 되어 세상은 암흑천지처럼 죽음이 되고 말 것이다.
이에 반해 세상이 거대한 소리로 가득 찬다면 지옥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럴 때는 소리를 소리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소리가 소리를 잡아먹어 결국 아무 소리를 듣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자연은 꼭 필요한 소리만을 낸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다양한 소리를 내는 인간도 자연이 말하는 문장을 인간의 언어로 찾지 못하는 것이 많을 것이다. 자연의 소리는 인간의 상상력으로 형상화시킬 수 없는 문장이기 때문이다.
소리는 진실될 때 더욱 아름답다. 그래서 감동적인 소리는 관중을 압도하며 무대를 가득 채운다. 기도소리도 간절할 때 절대자와 소통이 가능해진다. 요란한 옷을 입고 낭송하는 시낭송가의 소리는 소통을 방해한다. 시를 낭송하는 마음이 소리의 뿌리에 가 닿았을 때 오히려 시인이 쓴 시보다 감동적이다.
소리도 민족마다 지역마다 다르다. 역사와 전통이 다르고 삶의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판소리, 샹숑, 칸쇼네, 아프리카 음악, 라틴음악, 그리고 진도아리랑과 정선아리랑의 깊이와 넓이가 다를 수밖에 없다. 깊은 산중과 고개를 넘어가며 살아온 강원도 사람들의 삶, 떠돌이로 유장하며 살아온 짚시들의 삶이 소리 속에 투사되어 민족마다 지역마다 음악이 다른 것이다. 그러므로 그 민족과 지역의 독특한 정서와 사상이 깊이 배어 있다.
뿐만 아니라 사람마다 살아온 과정과 방법이 다르므로 그 소리도 각기 다르다. 어린 날 종으로 팔려가 기막힌 삶을 살았던 공옥진이 내는 소리는 저 밑바닥에서 가슴을 치게 하는 한스러운 소리이며, 따스하고 행복한 유년을 살아온 사람의 소리는 꽃처럼 햇살처럼 환하다.
내가 유년에 들어온 소리들은 나만의 소리를 내게 한다. 세상에 나와 헛된 꿈을 꾸며 온갖 궂은 소리를 들으면서도 자꾸만 유년의 소리가 아쉽고 그리운 것은 바로 내 생명의 자양분이 되어준 어머니 뱃속에서 듣던 소리를 닮았기 때문이다.
‘내 마음의 소리’들은 나를 키운 소리들이다. 그 배경은 대부분 1960년대이다. 그때만 해도 가난에 허덕였지만 순박한 시골 인심이 넘쳐났다. 수천 년 내려온 우리 민족의 공동체적인 삶의 숨결과 미풍양속이 거의 고스란히 남아있던 시대이다. 오늘날은 그 옛날에 비해 배고픈 사람도 없고, 집집마다 자동차가 있고, 좋은 집에서 호의호식하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유년을 보낸 1960년대를 그리워하는 것은 그 시절에 울던 종달새 소리, 뻐꾸기 소리, 닭 우는 소리, 제비 지저귀는 소리와 아랫목에 술 익는 소리, 상여소리, 다듬이 소리, 풍금 소리, 그리고 두레박 물 긷는 소리, 엿장수 가위질 소리, 쟁기질 소리, 대장간 망치질 소리와 보리피리 소리, 대숲의 바람 소리, 갈대 부딪치는 소리, 눈 내리는 소리를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소리들은 대부분 자연의 소리이거나 인간이 내는 맑고 순수하고 아름다운 소리들로 오늘날 많이 사라져 버렸다. 대신 그 자리에 욕망이 넘치는 문명의 소리가 채워져 마음을 아프게 한다.
옛날에 함께 했던 것들이 시대의 흐름 속에서 세월의 뒤안길로 사라졌거나, 멸종 위기에 처해 보기 힘들어져 버렸다. 그러므로 만날 수 없는 소리들이 많아졌지만 아직도 내 마음 속에는 그것들이 남아 나를 일깨운다. 다시금 그 소리들을 불러 잠든 내 영혼들을 기쁘게 깨우고자 한다.
2015년 새봄에, 저자 강 경 호
▣ 작가 소개
저자 : 강경호
시인, 문학평론가, 미술평론가. 문학박사로 1997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언제나 그리운 메아리』, 『알타미라동굴에 벽화를 그리는 사람』, 『함부로 성호를 긋다』, 『휘파람을 부는 개』가 있으며, 연구서 『최석두 시 연구』, 문학평론집 『휴머니즘 구현의 미학』, 미술평론집 『영혼과 형식』, 『미술과 문학의 만남』 이 있다. 또한 소리를 주제로 한 에세이집 『내 마음의 소리』와 기행 에세이집 『다시, 화순에 가고 싶다』, 『역사와 생명의 고을, 무안』, 『화순 누정기행』, 『화순 설화 기행』이 있다.
한국시인협회 젊은시인상을 수상하였다.
▣ 주요 목차
| 내 마음의 소리 -차례 |
|책을 펴내며 | 내 마음의 소리를 만나다
1부 우물에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우물에 두레박 물 긷는 소리
대보름날의 환호, 불깡통 돌리는 소리
생의 첫 이정표가 되어준 학교 종소리
방물장수가 두드리는 방구소리
영혼을 담금질하는 대장간 망치질 소리
어머니의 키질 소리
아이들 부르는 엿장수 가위질 소리
아버지의 새끼 꼬는 소리
슬금슬금 박을 타는 흥부네 톱질소리
영혼을 일깨우는 괘종소리
생명의 전답을 일구는 쟁기질 소리
산사에서 들려오는 맑은 쇠북종소리
아버지의 장작 패는 소리
둠벙에서 물 푸는 소리
아버지의 도리깨질 소리
고소하게 쏟아지던 참깨 터는 소리
듣기만 해도 배부르는 탈곡기 소리
온 동네를 들썩이게 하는 농악패 소리
생의 무게로 돌고도는 맷돌소리
한여름밤 모기를 쫓던 모깃불 타는 소리
책보자기 속에서 달그덕 거리던 소리
질퍽거리는 내 유년을 지나가는 소달구지 바퀴 소리
2부 감꽃 떨어지는 소리
봄이 오는 소리
생명의 씨앗, 봄비 내리는 소리
감꽃 떨어지는 소리
푸른 종소리 나던 도라지꽃 피는 소리
가슴속에 메아리치는 보리피리 소리
연방죽에 내리는 소나기 소리
갯벌에 물 들어오는 소리
마음 속에서 샘솟는 옹달샘 물소리
무궁화 꽃 피는 소리, 지는 소리
대숲에서 부는 바람 소리
징검다리 아래를 흐르는 물소리
폭염을 쫓아내던 참매미 우는 소리
영혼을 관통하는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영원 속으로 잠기는 별똥별 소리
삶의 형식을 사색하는 낙엽 밟는 소리
사람의 길을 일깨우는 낙엽이 지는 소리
갈대 부딪히는 소리
겨울날의 경이, 눈 내리는 소리
눈 속에서 피어 내는 민춘란 꽃피우는 소리
시디신 고집으로 봄을 알리는 매화꽃 피는 소리
3부 초가지붕 너머에서 들려오는 뻐꾸기 소리
봄을 알리던 종달새 지저귀는 소리
가는 봄을 목놓아 우는 뻐꾸기
새벽을 깨우던 닭 우는 소리
산을 무너져 내리게 하던 장끼 우는 소리
부지런한 꿀벌 잉잉대는 소리
새벽 잠을 깨우던 참새 지저귀는 소리
사각사각 누에 뽕잎 먹던 소리
봉숭아 씨방 터지던 소리
복을 전해주던 흥부네 제비소리
꾀꼬리 우는 소리
곡절한 사연으로 울던 산비둘기 소리
저녁이면 찾아와 서럽게 울던 소쩍새 소리
어둠 속의 파수꾼, 개 짖는 소리
항해의 길잡이 갈매기 우는 소리
가을밤 풀벌레 우는 소리
겨울 밤하늘 길을 밝혀주던 기러기 소리
4부 어머니의 도마질 소리
우체부 자전거 바퀴 돌아가는 소리
아련한 서정의 변주, 풍금소리
생기 발양한 아이들 노는 소리
아랫목에서 술 익는 소리
아궁이에 불 때는 소리
생명성을 일깨우던 갓난아이 울음소리
비오는 날 부침개 지지던 소리
마음의 양식을 일구던 글 읽는 소리
마음을 울리던 상여소리
교회당에서 들려오는 찬송가 소리
유년의 가슴을 때리던 다듬이 소리
마른 논에 물 들어가는 소리
가장 순결한 언어 이전의 언어, 휘파람 소리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깨달음을 전해주는 품바타령 소리
외롭고 쓸쓸한 시절을 위로해 준 하모니카 소리
추운 줄도 모르고 지치던 썰매 타는 소리
일용할 양식을 쏟아내던 방앗간 소리
뜨거운 밥을 차리던 어머니의 도마질 소리
누룽지 익던 가마솥 들끓는 소리
운동회장 만국기 펄럭이는 소리
한가위 달빛아래 강강수월래 소리
한가위 때 동네 콩쿠르 노랫소리
화이트 크리스마스에 울려퍼지는 캐롤송
겨울밤 문풍지 우는 소리
내 마음의 소리를 만나다
살아갈수록 무엇인가가 아쉽고 그리워진다. 세상도 많이 변하고 그 동안 만났던 사람들도 많이 먼 길을 떠나갔다. 무엇보다도 아쉬운 것은 그 옛날 순수했던 아이는 어디로 가고 사납고 험악한 짐승의 모습을 한 나의 모습에 회한이 남는다. 내 안에 있는 짐승이 으르렁거릴수록 자꾸만 옛날이 그립다. 그러다가 내 안의 짐승이 몸부림치는 소리를 듣는다. 그것은 내 안의 짐승이 순해지고 싶어서일 것이다. 보다 착해지고 싶어서일 것이다. 순진하고 착했던 까까머리 소년시절로 되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어른이 되어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고 싶은 마음으로 내 마음 깊은 곳의 시기와 질투, 증오와 분노, 원망과 지칠줄 모르는 탐욕을 내쫓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그 옛날에 들었던 소리들을 불러내어야 한다. 그 동안 문명이 낳은 자동차 소리, 앰블런스 소리, 포크레인 소리, 아파트 현장에서 쇠말뚝박는 소리, 드릴 돌아가는 소리, 전쟁터에서 들려오는 포탄과 총소리 등 인간이 만든 수많은 소리로 사나워진 나를 정화시켜야 한다. 유년에 나를 키웠던 수많은 소리들을 불러내어야 하는 것이다.
내 기억 속의 바람 소리, 새 소리, 물 소리, 눈 내리는 소리, 비 오는 소리, 나뭇잎 팔랑거리는 소리들은 모두가 자연의 소리들이었다. 태초에 조물주가 만들어낸 소리들인 것이다. 이 자연의 소리로 모든 생명들이 순리에 알맞게 생명을 낳고 살다가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순환의 연속이다. 그런데 인간이 만든 소리들은 거의가 탐욕이 깃들어 있다. 중장비가 내는 소리는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야 할 자연을 훼손할 때 내는 소리이며 살육의 현장에서 내는 소리 또한 누군가의 증오와 탐욕이 내재된 소리이다.
태초에 하느님이 이 세상을 창조하실 때 “빛이 있으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소리를 통해 빛이 생겨났고, “물 한가운데 창공이 생겨 물과 물 사이가 갈라져라” 하자 그대로 되었다는 성경의 창세기 말씀처럼 소리를 통해 무엇인가가 존재한다. 그러므로 소리는 존재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소리를 통해 존재는 드러내는 것이니 내가 기억하는, 내 마음 속의 소리들이 나의 존재를 증거하고 규명한다.
그렇지만 소리를 매제로 하는 음성 언어는 발설하면 사라지고 만다. 물론 소리를 녹음해 두면 다시 들을 수 있지만, 그러나 소리는 한 번 내뱉으면 일단 허공에 사라지고 만다. 그럼에도 소리가 주는 울림(느낌과 의미)은 듣는 사람의 머릿속에 남는다.
이러한 소리의 근원은 고요이다. 기독교에서는 하느님이 이 세상을 만들기 전에 오늘날처럼 우주도 없고 생명체도 없었다. 그러나 하느님이 우주를 만들자 수많은 행성들이 굉음을 내면 운행을 시작하였다. 고요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리가 나는 것이다. 그리하여 소리로 인하여 자신의 존재를 규명하게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사람도 태어나자마자 맨 처음 하는 일은 우는 일이다. 마치 “나 여기 있소!” 하며 새로운 생명의 존재를 밝힌다. 생명은 숨을 쉬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사람이 살아있다는 것은 숨을 쉬기 때문이다. ‘소리’라는 말도 ‘숨’이라는 말에서 생겨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소리가 숨에서 생겨나기 때문이다. 악기도 소리를 내지 않으면 죽은 사물이다. 숨을 쉴 때, 즉 소리를 낼 때 악기도 생명을 갖는다. 물도 흘러갈 때 소리를 낸다. 물은 고여 있으면 썩기 마련인데, 흘러갈 때 소리를 내며 존재를 드러낸다.
그러므로 살아있는 폭포는 굉음을 내며 생명의 노래를 부른다. 소리꾼이 폭포 아래에서 목에서 피가 나도록 소리를 지를 때 언젠가는 득음의 경지에 이를 수가 있다. 처음에는 아무리 소리를 내질러도 폭포소리만 들릴 뿐 자신의 소리를 듣지 못하다가도 마침내 거대한 폭포를 이겨내고 자신이 원하는 소리를 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폭포 앞에서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고요해진다. 그리고 마침내 폭포소리에서 우주가 운행하는 소리, 지구가 돌아가는 소리, 바람 소리, 파도 소리, 새가 지저귀는 소리, 꽃이 피고 지는 소리들이 들린다. 그러므로 모든 소리의 어머니는 폭포가 아닐까. 소리의 어머니인 폭포를 이겨낼 때 자연의 순리와 인간의 삶이 담겨있는 소리를 담아낼 수 있을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소리는 소통의 수단이다. 바람은 나뭇잎을 팔랑거려 자신의 메시지를 보내고, 아기는 울음소리로 배고픔을 말한다. 만약에 소리가 없다면 참새는 짹짹거리며 뭐라고 말하지 못할 것이고 물소리가 없다면 물은 흐르지 못할 것이다. 특히 만물 중에서 가장 다양한 소리를 내는 인간의 언어는 무용지물이 되어 세상은 암흑천지처럼 죽음이 되고 말 것이다.
이에 반해 세상이 거대한 소리로 가득 찬다면 지옥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럴 때는 소리를 소리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소리가 소리를 잡아먹어 결국 아무 소리를 듣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자연은 꼭 필요한 소리만을 낸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다양한 소리를 내는 인간도 자연이 말하는 문장을 인간의 언어로 찾지 못하는 것이 많을 것이다. 자연의 소리는 인간의 상상력으로 형상화시킬 수 없는 문장이기 때문이다.
소리는 진실될 때 더욱 아름답다. 그래서 감동적인 소리는 관중을 압도하며 무대를 가득 채운다. 기도소리도 간절할 때 절대자와 소통이 가능해진다. 요란한 옷을 입고 낭송하는 시낭송가의 소리는 소통을 방해한다. 시를 낭송하는 마음이 소리의 뿌리에 가 닿았을 때 오히려 시인이 쓴 시보다 감동적이다.
소리도 민족마다 지역마다 다르다. 역사와 전통이 다르고 삶의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판소리, 샹숑, 칸쇼네, 아프리카 음악, 라틴음악, 그리고 진도아리랑과 정선아리랑의 깊이와 넓이가 다를 수밖에 없다. 깊은 산중과 고개를 넘어가며 살아온 강원도 사람들의 삶, 떠돌이로 유장하며 살아온 짚시들의 삶이 소리 속에 투사되어 민족마다 지역마다 음악이 다른 것이다. 그러므로 그 민족과 지역의 독특한 정서와 사상이 깊이 배어 있다.
뿐만 아니라 사람마다 살아온 과정과 방법이 다르므로 그 소리도 각기 다르다. 어린 날 종으로 팔려가 기막힌 삶을 살았던 공옥진이 내는 소리는 저 밑바닥에서 가슴을 치게 하는 한스러운 소리이며, 따스하고 행복한 유년을 살아온 사람의 소리는 꽃처럼 햇살처럼 환하다.
내가 유년에 들어온 소리들은 나만의 소리를 내게 한다. 세상에 나와 헛된 꿈을 꾸며 온갖 궂은 소리를 들으면서도 자꾸만 유년의 소리가 아쉽고 그리운 것은 바로 내 생명의 자양분이 되어준 어머니 뱃속에서 듣던 소리를 닮았기 때문이다.
‘내 마음의 소리’들은 나를 키운 소리들이다. 그 배경은 대부분 1960년대이다. 그때만 해도 가난에 허덕였지만 순박한 시골 인심이 넘쳐났다. 수천 년 내려온 우리 민족의 공동체적인 삶의 숨결과 미풍양속이 거의 고스란히 남아있던 시대이다. 오늘날은 그 옛날에 비해 배고픈 사람도 없고, 집집마다 자동차가 있고, 좋은 집에서 호의호식하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유년을 보낸 1960년대를 그리워하는 것은 그 시절에 울던 종달새 소리, 뻐꾸기 소리, 닭 우는 소리, 제비 지저귀는 소리와 아랫목에 술 익는 소리, 상여소리, 다듬이 소리, 풍금 소리, 그리고 두레박 물 긷는 소리, 엿장수 가위질 소리, 쟁기질 소리, 대장간 망치질 소리와 보리피리 소리, 대숲의 바람 소리, 갈대 부딪치는 소리, 눈 내리는 소리를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소리들은 대부분 자연의 소리이거나 인간이 내는 맑고 순수하고 아름다운 소리들로 오늘날 많이 사라져 버렸다. 대신 그 자리에 욕망이 넘치는 문명의 소리가 채워져 마음을 아프게 한다.
옛날에 함께 했던 것들이 시대의 흐름 속에서 세월의 뒤안길로 사라졌거나, 멸종 위기에 처해 보기 힘들어져 버렸다. 그러므로 만날 수 없는 소리들이 많아졌지만 아직도 내 마음 속에는 그것들이 남아 나를 일깨운다. 다시금 그 소리들을 불러 잠든 내 영혼들을 기쁘게 깨우고자 한다.
2015년 새봄에, 저자 강 경 호
▣ 작가 소개
저자 : 강경호
시인, 문학평론가, 미술평론가. 문학박사로 1997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언제나 그리운 메아리』, 『알타미라동굴에 벽화를 그리는 사람』, 『함부로 성호를 긋다』, 『휘파람을 부는 개』가 있으며, 연구서 『최석두 시 연구』, 문학평론집 『휴머니즘 구현의 미학』, 미술평론집 『영혼과 형식』, 『미술과 문학의 만남』 이 있다. 또한 소리를 주제로 한 에세이집 『내 마음의 소리』와 기행 에세이집 『다시, 화순에 가고 싶다』, 『역사와 생명의 고을, 무안』, 『화순 누정기행』, 『화순 설화 기행』이 있다.
한국시인협회 젊은시인상을 수상하였다.
▣ 주요 목차
| 내 마음의 소리 -차례 |
|책을 펴내며 | 내 마음의 소리를 만나다
1부 우물에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우물에 두레박 물 긷는 소리
대보름날의 환호, 불깡통 돌리는 소리
생의 첫 이정표가 되어준 학교 종소리
방물장수가 두드리는 방구소리
영혼을 담금질하는 대장간 망치질 소리
어머니의 키질 소리
아이들 부르는 엿장수 가위질 소리
아버지의 새끼 꼬는 소리
슬금슬금 박을 타는 흥부네 톱질소리
영혼을 일깨우는 괘종소리
생명의 전답을 일구는 쟁기질 소리
산사에서 들려오는 맑은 쇠북종소리
아버지의 장작 패는 소리
둠벙에서 물 푸는 소리
아버지의 도리깨질 소리
고소하게 쏟아지던 참깨 터는 소리
듣기만 해도 배부르는 탈곡기 소리
온 동네를 들썩이게 하는 농악패 소리
생의 무게로 돌고도는 맷돌소리
한여름밤 모기를 쫓던 모깃불 타는 소리
책보자기 속에서 달그덕 거리던 소리
질퍽거리는 내 유년을 지나가는 소달구지 바퀴 소리
2부 감꽃 떨어지는 소리
봄이 오는 소리
생명의 씨앗, 봄비 내리는 소리
감꽃 떨어지는 소리
푸른 종소리 나던 도라지꽃 피는 소리
가슴속에 메아리치는 보리피리 소리
연방죽에 내리는 소나기 소리
갯벌에 물 들어오는 소리
마음 속에서 샘솟는 옹달샘 물소리
무궁화 꽃 피는 소리, 지는 소리
대숲에서 부는 바람 소리
징검다리 아래를 흐르는 물소리
폭염을 쫓아내던 참매미 우는 소리
영혼을 관통하는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영원 속으로 잠기는 별똥별 소리
삶의 형식을 사색하는 낙엽 밟는 소리
사람의 길을 일깨우는 낙엽이 지는 소리
갈대 부딪히는 소리
겨울날의 경이, 눈 내리는 소리
눈 속에서 피어 내는 민춘란 꽃피우는 소리
시디신 고집으로 봄을 알리는 매화꽃 피는 소리
3부 초가지붕 너머에서 들려오는 뻐꾸기 소리
봄을 알리던 종달새 지저귀는 소리
가는 봄을 목놓아 우는 뻐꾸기
새벽을 깨우던 닭 우는 소리
산을 무너져 내리게 하던 장끼 우는 소리
부지런한 꿀벌 잉잉대는 소리
새벽 잠을 깨우던 참새 지저귀는 소리
사각사각 누에 뽕잎 먹던 소리
봉숭아 씨방 터지던 소리
복을 전해주던 흥부네 제비소리
꾀꼬리 우는 소리
곡절한 사연으로 울던 산비둘기 소리
저녁이면 찾아와 서럽게 울던 소쩍새 소리
어둠 속의 파수꾼, 개 짖는 소리
항해의 길잡이 갈매기 우는 소리
가을밤 풀벌레 우는 소리
겨울 밤하늘 길을 밝혀주던 기러기 소리
4부 어머니의 도마질 소리
우체부 자전거 바퀴 돌아가는 소리
아련한 서정의 변주, 풍금소리
생기 발양한 아이들 노는 소리
아랫목에서 술 익는 소리
아궁이에 불 때는 소리
생명성을 일깨우던 갓난아이 울음소리
비오는 날 부침개 지지던 소리
마음의 양식을 일구던 글 읽는 소리
마음을 울리던 상여소리
교회당에서 들려오는 찬송가 소리
유년의 가슴을 때리던 다듬이 소리
마른 논에 물 들어가는 소리
가장 순결한 언어 이전의 언어, 휘파람 소리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깨달음을 전해주는 품바타령 소리
외롭고 쓸쓸한 시절을 위로해 준 하모니카 소리
추운 줄도 모르고 지치던 썰매 타는 소리
일용할 양식을 쏟아내던 방앗간 소리
뜨거운 밥을 차리던 어머니의 도마질 소리
누룽지 익던 가마솥 들끓는 소리
운동회장 만국기 펄럭이는 소리
한가위 달빛아래 강강수월래 소리
한가위 때 동네 콩쿠르 노랫소리
화이트 크리스마스에 울려퍼지는 캐롤송
겨울밤 문풍지 우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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