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
아직 내 속에 있을까 아니면 사라졌을까?”
호기심 많은 아이처럼
대단히 시적인, 엉뚱한 상상력의 소유자 네루다의
웃기고, 초현실적이며, 신비로운 질문의 시 74편!
파블로 네루다의 새 시집 한 권을 여기 내놓는다. 물론 파블로 네루다의 새 시집 번역은 최고의 시인이자 네루다 전문가 100인에게 주는 네루다 메달을 받은 바 있는 정현종 선생께서 맡았다. 그러니 번역에 토를 달 오지랖 따윈 제쳐두고 일단 읽어나가는 게 도리렷다. 제목부터 보시라. 호기심 만발이지 않는가. 『질문의 책』이라니, 시의 제목이 번호로만 붙어 있는 이 기묘한 목차라니.
파블로 네루다의 『질문의 책』은 1974년에 출간된 시인의 후기작 중 하나다. 1973년 9월 시인이 세상을 떠나기 불과 몇 달 전에 마무리된 이 시집은, 파란만장한 역사적 소용돌이 속 한데 뜨겁게 휘몰렸던 그가 칠십 노인의 펜으로 그릴 수 있는 온갖 물음표들은 죄다 넣은 듯 모두 300개가 넘는 질문들에 둘러싸여 있다. 말하자면 물음표가 우산처럼 둥둥 떠 있는 형국이랄까. 비가 오는 것도 아니고, 또 양산처럼 그걸 붙잡아 볕을 가릴 요량도 아닌데 물음에 물음을 더하는 우리들의 궁금증이 끝도 없음을 대변하듯 아무거나 골라잡아 그 질문의 속셈을 파악해보자니 대략 이런 식이다.
왜 사람들은 헬리콥터들이
햇빛에서 꿀을 빨도록 가르치지 않지? ―「1」 부분
연기는 구름과 이야기하나? ―「4」 부분
버려진 자전거는 어떻게
그 자유를 얻었을까? ―「15」 부분
사랑, 그와 그녀의 사랑,
그게 가버렸다면, 그것들은 어디로 갔지? ―「22」 부분
태양과 오렌지 사이의
왕복 거리는 얼마나 될까? ―「29」 부분
우리는 친절을 배우나
아니면 친절의 탈을 배우나? ―「64」 부분
쉽다고들 하시겠다. 짧다고들 하시겠다. 맞다. 분명 맞는데, 74편의 시 편편이 그리 만만치 않은 내공의 소유자임을 알게 되는 건 한 번 읽었을 때보다 두 번, 두 번 읽었을 때보다 세 번, 이렇듯 거듭 읽어나감을 경험하고 난 뒤의 일일 것이다. 단어들의 조합이, 문장들의 연결이 지극히 단순하다고는 하나 그것들이 모여 응집된 사유의 깊이와 넓이가 어느 순간 우리의 짐작을 가볍게 넘어버리기 때문이다. 빤하다면 빤하기 그지없는 시인과의 꼬리잡기에서 이렇듯 백번백패를 경험할 수밖에 없는 건 일찌감치 우리가 저마다 손에 쥐고 있던 상상력이라는 무기를 버려버린 탓이다. 그렇다면 시인의 저력은 우리가 떠나와 뒤도 돌아보지 않았던 상상력의 마당에 풍성히 잔디를 깔아 아이들을 뛰놀게 했던 보살핌의 보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닐까. 말년의 그가 매일매일 청년의 정신으로 촉이 살아 있는 시의 열매를 틔울 수 있었던 연유를 굳이 찾아보자면 말이다.
실은 모든 뛰어난 예술작품은 꼭 물음표를 붙이지 않더라도 물음표와 감탄사의 숲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예술을 감상(체험)하는 것은 질문과 경이의 숲을 헤매는 일이라고 해도 좋을 터이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어떤 감화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목적마저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네루다의 시들은 그만의 예리한 직관과 그만의 풍부한 직감으로 평범하고 일상적인 만물에 나날이 새 옷을 입히는 역할에 그 충실을 다하고 있다. 그때마다 쓴 자와 읽는 자 사이에 동시다발적으로 운동이 이뤄지는데, 일체의 강요도 일말의 부응도 없이 다만 오늘 예 있음을 느끼게 하는 파장의 힘은 결국 우리의 살아 있음마저 확인케 하니 그것이 어쩌면 ‘무아’와 한 종이 아닐는지.
▣ 작가 소개
저 : 파블로 네루다
파블로 네루다는 철도노동자인 아버지 호세 델 카르멘 레예스와 어머니 로사 바소알토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그가 태어난 지 한 달도 되기 전에 죽었으며, 2년 뒤 가족은 남부의 ''새로운 땅''으로 이주해 테무코에 자리잡았다. 아버지는 그곳에서 재혼했으며, 네루다는 계모를 친어머니처럼 사랑하였다. 뒤에 그는 그 당시를 회고하여 "조국의 개척지인 ''머나먼 서부''에서 나는 삶과 대지, 시, 비 속에서 태어났다"고 썼다.
그는 1910년 테무코 남자국민학교에 들어가 1920년 중등과정을 마쳤다. 10세에 시를 쓰기 시작했는데, 그 일부는 나중에 학생잡지에 실렸으며 처음에는 아버지의 노여움을 사지 않으려고 가명을 썼다. 1920년부터 파블로 네루다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했으며, 1946년에는 법적으로 이름을 바꿨다. 12세 때 칠레의 저명한 시인 가브리엘라 미스트랄을 만나 위대한 고전작가들에 대해 눈을 뜨게 되었다. 이들은 그가 진로를 선택하고 정치적으로 성장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그는 전투적 무정부주의자가 되어, 표트르 크로포트킨의 ''무정부주의적 공산주의''에 대한 탁월한 이론가 장 그라브의 저서를 번역했다.
파블로 네루다는 자신의 시와 정치 사상을 통해 동시대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한 작가였다. 그는 고국인 칠레에서 국가적 영웅으로 칭송받았고, 폭 넓은 일반 독자층으로부터 평범한 삶의 찬양자이자 국민적 정체성의 창시자로서 존경받았다. 그래서 산티아고의 어느 판자촌에서는 그의 이름을 따라 마을명을 정하고, 그의 시집 제목을 따라 비포장도로명을 붙이기도 했다.
칠레 밖에서 볼 때도 네루다는 시대를 통틀어 가장 많이 번역되는 시인으로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소설에서 그랬듯이 그 지역의 특징적인 목소리이자 전세계적인 영감과 영향력의 원천으로서 라틴아메리카 시에 크게 기여했다. 네루다는 무려 2천 페이지 이상의 30권이 넘는 책을 출판하며 시적 발전을 이룩했는데, 그 발전은 20세기의 개인적 방랑과 시적 표현의 역사를 잘 반영해준다. 다른 어떤 시인도 그만큼 재주가 많거나 다차원적이지는 못했다.
네루다는 격렬한 주관적 연애 서정시에서부터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와 정치를 다룬 서사시까지, 또 일상적인 사물들에 대한 오드 즉 송시에 이르기까지, 세상의 모든 현상을 탐구와 의미의 강력한 형태로 외관상 굴절시켰다. 1971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시집으로는 『지상의 거처ⅠㆍⅡㆍⅢ』 『모두의 노래』 『단순한 것들을 기리는 노래』 『이슬라 네그라 비망록』 『충만한 힘』 등이 있다.
역 : 정현종
물질화된 사회 속에서 매몰되어 가는 인간의 순수한 영혼에 대해 노래하며, 아픈 사람의 외로움을 따뜻하게 위로하는 시인.
1939년 12월 17일 서울시 용산구에서 3남 1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3세 때 아버지의 근무지를 따라 경기도 고양군 신도면으로 이사 가서 청소년기를 이곳에서 보냈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문학과 음악/발레/철학 등에 심취하였다. 1959년 연세대학교 철학과에 입학하였으며, 재학 시절 대학신문인 『연세춘추』에 발표한 시가 연세대 국문과 박두진 교수의 눈에 띄어 1984년 5월 『현대문학』의 추천을 받았다. 1965년 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해 3월과 8월에 각각 「독무」와 「여름과 겨울의 노래」로 『현대문학』에서 3회 추천을 완료하고 문단에 등단하였다.
1966년에는 황동규·박이도·김화영·김주연·김현 등과 함께 동인지 『사계』를 결성하여 활동하였다. 1970∼1973년 서울신문 문화부 기자로, 1975∼1977년에는 중앙일보 월간부에서 일하였으며, 1977년 신문사를 퇴직한 뒤 서울예술전문대학 문예창작과 교수로 부임해서 시 창작 강의를 하였다. 1982년부터 연세대학교 국문과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2005년에 정년퇴임하였다.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시단에 오르고, 1972년 첫 시집 『사물의 꿈』을 출간한 이후 지금까지 쉬임없는 창작열과 언제나 자신의 시세계를 갱신하는 열정으로 꾸준한 작품활동을 하였다. 초기의 시는 관념적인 특징을 지니면서 사물의 존재 의의를 그려내는 데 치중한 반면, 1980년대 이후로는 구체적인 생명 현상에 대한 공감을 다룬 시를 발표하였다. 2008년 내놓은 아홉 번째 시집 『광휘의 속삭임』 역시 사물의 바깥에서 사물을 해석하고 그에 대한 복잡한 의미의 얼개를 부여하는 대신, 사물들과 한 몸으로 움직이는 시를 갈망하게 된 시인의 태도에, 사물의 있음 그 자체, 움직임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시적 화자의 자세에 저절로 주목하게 되는 작품집이다.
1990년 「사람으로 붐비는 앎은 슬픔이니」 외 6편의 시로 제3회 연암문학상을 수상하였고, 1992년 「한 꽃송이」로 제4회 이산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또 1995년 「내 어깨 위의 호랑이」로 제40회 현대문학상, 1996년 「세상의 나무들」로 제4회 대산문학상, 2001년 「견딜 수 없네」로 제1회 미당문학상 시 부문을 수상하였으며. 『사물의 꿈』 『나는 별아저씨』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한 꽃송이』 『세상의 나무들』 『갈증이며 샘물인』 등의 시집과 『고통의 축제』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사람으로 붐비는 앎은 슬픔이니』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이슬』 등의 시선집을 상자했다. 그는 또한 독특한 시론과 탁월한 산문을 모은 『날자, 우울한 영혼이여』 『숨과 꿈』 『생명의 황홀』 등을 펴냈으며, 시 번역에도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여 예이츠, 네루다, 로르카의 시선집을 번역 출간했다.
▣ 주요 목차
1
2
3
4
(…)
73
74
옮긴이의 말 | 홀연히 ‘처음’의 시간 속에
(*시 제목은 ‘1’부터 ‘74’까지 숫자로 이루어짐)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
아직 내 속에 있을까 아니면 사라졌을까?”
호기심 많은 아이처럼
대단히 시적인, 엉뚱한 상상력의 소유자 네루다의
웃기고, 초현실적이며, 신비로운 질문의 시 74편!
파블로 네루다의 새 시집 한 권을 여기 내놓는다. 물론 파블로 네루다의 새 시집 번역은 최고의 시인이자 네루다 전문가 100인에게 주는 네루다 메달을 받은 바 있는 정현종 선생께서 맡았다. 그러니 번역에 토를 달 오지랖 따윈 제쳐두고 일단 읽어나가는 게 도리렷다. 제목부터 보시라. 호기심 만발이지 않는가. 『질문의 책』이라니, 시의 제목이 번호로만 붙어 있는 이 기묘한 목차라니.
파블로 네루다의 『질문의 책』은 1974년에 출간된 시인의 후기작 중 하나다. 1973년 9월 시인이 세상을 떠나기 불과 몇 달 전에 마무리된 이 시집은, 파란만장한 역사적 소용돌이 속 한데 뜨겁게 휘몰렸던 그가 칠십 노인의 펜으로 그릴 수 있는 온갖 물음표들은 죄다 넣은 듯 모두 300개가 넘는 질문들에 둘러싸여 있다. 말하자면 물음표가 우산처럼 둥둥 떠 있는 형국이랄까. 비가 오는 것도 아니고, 또 양산처럼 그걸 붙잡아 볕을 가릴 요량도 아닌데 물음에 물음을 더하는 우리들의 궁금증이 끝도 없음을 대변하듯 아무거나 골라잡아 그 질문의 속셈을 파악해보자니 대략 이런 식이다.
왜 사람들은 헬리콥터들이
햇빛에서 꿀을 빨도록 가르치지 않지? ―「1」 부분
연기는 구름과 이야기하나? ―「4」 부분
버려진 자전거는 어떻게
그 자유를 얻었을까? ―「15」 부분
사랑, 그와 그녀의 사랑,
그게 가버렸다면, 그것들은 어디로 갔지? ―「22」 부분
태양과 오렌지 사이의
왕복 거리는 얼마나 될까? ―「29」 부분
우리는 친절을 배우나
아니면 친절의 탈을 배우나? ―「64」 부분
쉽다고들 하시겠다. 짧다고들 하시겠다. 맞다. 분명 맞는데, 74편의 시 편편이 그리 만만치 않은 내공의 소유자임을 알게 되는 건 한 번 읽었을 때보다 두 번, 두 번 읽었을 때보다 세 번, 이렇듯 거듭 읽어나감을 경험하고 난 뒤의 일일 것이다. 단어들의 조합이, 문장들의 연결이 지극히 단순하다고는 하나 그것들이 모여 응집된 사유의 깊이와 넓이가 어느 순간 우리의 짐작을 가볍게 넘어버리기 때문이다. 빤하다면 빤하기 그지없는 시인과의 꼬리잡기에서 이렇듯 백번백패를 경험할 수밖에 없는 건 일찌감치 우리가 저마다 손에 쥐고 있던 상상력이라는 무기를 버려버린 탓이다. 그렇다면 시인의 저력은 우리가 떠나와 뒤도 돌아보지 않았던 상상력의 마당에 풍성히 잔디를 깔아 아이들을 뛰놀게 했던 보살핌의 보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닐까. 말년의 그가 매일매일 청년의 정신으로 촉이 살아 있는 시의 열매를 틔울 수 있었던 연유를 굳이 찾아보자면 말이다.
실은 모든 뛰어난 예술작품은 꼭 물음표를 붙이지 않더라도 물음표와 감탄사의 숲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예술을 감상(체험)하는 것은 질문과 경이의 숲을 헤매는 일이라고 해도 좋을 터이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어떤 감화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목적마저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네루다의 시들은 그만의 예리한 직관과 그만의 풍부한 직감으로 평범하고 일상적인 만물에 나날이 새 옷을 입히는 역할에 그 충실을 다하고 있다. 그때마다 쓴 자와 읽는 자 사이에 동시다발적으로 운동이 이뤄지는데, 일체의 강요도 일말의 부응도 없이 다만 오늘 예 있음을 느끼게 하는 파장의 힘은 결국 우리의 살아 있음마저 확인케 하니 그것이 어쩌면 ‘무아’와 한 종이 아닐는지.
▣ 작가 소개
저 : 파블로 네루다
파블로 네루다는 철도노동자인 아버지 호세 델 카르멘 레예스와 어머니 로사 바소알토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그가 태어난 지 한 달도 되기 전에 죽었으며, 2년 뒤 가족은 남부의 ''새로운 땅''으로 이주해 테무코에 자리잡았다. 아버지는 그곳에서 재혼했으며, 네루다는 계모를 친어머니처럼 사랑하였다. 뒤에 그는 그 당시를 회고하여 "조국의 개척지인 ''머나먼 서부''에서 나는 삶과 대지, 시, 비 속에서 태어났다"고 썼다.
그는 1910년 테무코 남자국민학교에 들어가 1920년 중등과정을 마쳤다. 10세에 시를 쓰기 시작했는데, 그 일부는 나중에 학생잡지에 실렸으며 처음에는 아버지의 노여움을 사지 않으려고 가명을 썼다. 1920년부터 파블로 네루다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했으며, 1946년에는 법적으로 이름을 바꿨다. 12세 때 칠레의 저명한 시인 가브리엘라 미스트랄을 만나 위대한 고전작가들에 대해 눈을 뜨게 되었다. 이들은 그가 진로를 선택하고 정치적으로 성장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그는 전투적 무정부주의자가 되어, 표트르 크로포트킨의 ''무정부주의적 공산주의''에 대한 탁월한 이론가 장 그라브의 저서를 번역했다.
파블로 네루다는 자신의 시와 정치 사상을 통해 동시대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한 작가였다. 그는 고국인 칠레에서 국가적 영웅으로 칭송받았고, 폭 넓은 일반 독자층으로부터 평범한 삶의 찬양자이자 국민적 정체성의 창시자로서 존경받았다. 그래서 산티아고의 어느 판자촌에서는 그의 이름을 따라 마을명을 정하고, 그의 시집 제목을 따라 비포장도로명을 붙이기도 했다.
칠레 밖에서 볼 때도 네루다는 시대를 통틀어 가장 많이 번역되는 시인으로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소설에서 그랬듯이 그 지역의 특징적인 목소리이자 전세계적인 영감과 영향력의 원천으로서 라틴아메리카 시에 크게 기여했다. 네루다는 무려 2천 페이지 이상의 30권이 넘는 책을 출판하며 시적 발전을 이룩했는데, 그 발전은 20세기의 개인적 방랑과 시적 표현의 역사를 잘 반영해준다. 다른 어떤 시인도 그만큼 재주가 많거나 다차원적이지는 못했다.
네루다는 격렬한 주관적 연애 서정시에서부터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와 정치를 다룬 서사시까지, 또 일상적인 사물들에 대한 오드 즉 송시에 이르기까지, 세상의 모든 현상을 탐구와 의미의 강력한 형태로 외관상 굴절시켰다. 1971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시집으로는 『지상의 거처ⅠㆍⅡㆍⅢ』 『모두의 노래』 『단순한 것들을 기리는 노래』 『이슬라 네그라 비망록』 『충만한 힘』 등이 있다.
역 : 정현종
물질화된 사회 속에서 매몰되어 가는 인간의 순수한 영혼에 대해 노래하며, 아픈 사람의 외로움을 따뜻하게 위로하는 시인.
1939년 12월 17일 서울시 용산구에서 3남 1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3세 때 아버지의 근무지를 따라 경기도 고양군 신도면으로 이사 가서 청소년기를 이곳에서 보냈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문학과 음악/발레/철학 등에 심취하였다. 1959년 연세대학교 철학과에 입학하였으며, 재학 시절 대학신문인 『연세춘추』에 발표한 시가 연세대 국문과 박두진 교수의 눈에 띄어 1984년 5월 『현대문학』의 추천을 받았다. 1965년 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해 3월과 8월에 각각 「독무」와 「여름과 겨울의 노래」로 『현대문학』에서 3회 추천을 완료하고 문단에 등단하였다.
1966년에는 황동규·박이도·김화영·김주연·김현 등과 함께 동인지 『사계』를 결성하여 활동하였다. 1970∼1973년 서울신문 문화부 기자로, 1975∼1977년에는 중앙일보 월간부에서 일하였으며, 1977년 신문사를 퇴직한 뒤 서울예술전문대학 문예창작과 교수로 부임해서 시 창작 강의를 하였다. 1982년부터 연세대학교 국문과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2005년에 정년퇴임하였다.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시단에 오르고, 1972년 첫 시집 『사물의 꿈』을 출간한 이후 지금까지 쉬임없는 창작열과 언제나 자신의 시세계를 갱신하는 열정으로 꾸준한 작품활동을 하였다. 초기의 시는 관념적인 특징을 지니면서 사물의 존재 의의를 그려내는 데 치중한 반면, 1980년대 이후로는 구체적인 생명 현상에 대한 공감을 다룬 시를 발표하였다. 2008년 내놓은 아홉 번째 시집 『광휘의 속삭임』 역시 사물의 바깥에서 사물을 해석하고 그에 대한 복잡한 의미의 얼개를 부여하는 대신, 사물들과 한 몸으로 움직이는 시를 갈망하게 된 시인의 태도에, 사물의 있음 그 자체, 움직임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시적 화자의 자세에 저절로 주목하게 되는 작품집이다.
1990년 「사람으로 붐비는 앎은 슬픔이니」 외 6편의 시로 제3회 연암문학상을 수상하였고, 1992년 「한 꽃송이」로 제4회 이산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또 1995년 「내 어깨 위의 호랑이」로 제40회 현대문학상, 1996년 「세상의 나무들」로 제4회 대산문학상, 2001년 「견딜 수 없네」로 제1회 미당문학상 시 부문을 수상하였으며. 『사물의 꿈』 『나는 별아저씨』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한 꽃송이』 『세상의 나무들』 『갈증이며 샘물인』 등의 시집과 『고통의 축제』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사람으로 붐비는 앎은 슬픔이니』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이슬』 등의 시선집을 상자했다. 그는 또한 독특한 시론과 탁월한 산문을 모은 『날자, 우울한 영혼이여』 『숨과 꿈』 『생명의 황홀』 등을 펴냈으며, 시 번역에도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여 예이츠, 네루다, 로르카의 시선집을 번역 출간했다.
▣ 주요 목차
1
2
3
4
(…)
73
74
옮긴이의 말 | 홀연히 ‘처음’의 시간 속에
(*시 제목은 ‘1’부터 ‘74’까지 숫자로 이루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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