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사시사철’ 길러낸 생각과 마음이 만들어내는 깊은 울림
흙과 땀, 치열한 사유로 일구어낸 매일 매일의 기록
소설집『미궁의 눈』과 장편소설『즐거운 읍내』등을 통해 이 시대 민중 서사를 날카로운 시각과 깊이로 보여준 소설가 최용탁, 그가 첫 산문집 『사시사철』을 펴냈다. 이 산문집은 농사꾼이기도 한 작가가 느끼는 농촌의 현실과 주변 이웃, 그리고 삶과 자연에 대한 이야기 등이 솔직하고 담백하게 담겨 있다. 한국 사회와 농촌 현실을 대하는 작가의 시선은 더없이 날카롭고 뜨겁다. 하지만 그 뜨거움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기 보다는 깊은 사유와 주변을 널리 헤아릴 줄 아는 따뜻함으로 보여주고 있다.
봄과 여름, 가을에는 농사를 짓고 과수원을 관리한다. 참깨를 털고 고추를 따고 복숭아를 수확한다. 낙엽을 쓸고 감자를 캔다. 그러다 농사일이 뜸해지는 겨울이 되면 혼자만의 공간으로 들어가 밤새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주변에 널린 술안주들을 곁들여 술 한잔을 기울이다가 ‘별이 총총’ 뜬 밤하늘을 한참이나 바라보기도 한다.
농사일을 할 때에도, 사색에 잠겨 있을 때에도 있는 그대로를 글로 옮겨 적었다. 글이라는 ‘가장 큰 무기’를 지닌 작가이니까. 막걸리 한 되에 인생이 담기고 콩과 고추, 참깨 농사를 지으며 인생을 배웠다. 주변 이웃들과 어울리며 소통의 가능성을 깨닫고 작금의 현실에 대해 날카로운 독설을 내뿜는다. 도시와는 한 발짝 거리를 둔 『사시사철』의 글들은 느리지만 진중하게 흐르며 이 시대 민중의 삶을 관통한다.
어중뜨기 농사꾼에다 말류 소설가로 살면서 그나마 책 읽기조차 멀리하니 세상의 속내를 살필 눈이 있을 리 없다. 다만 내가 살아가는 농촌이라는 터전이 단말마의 고비에 처해 있다는 것, 어쩌면 인간의 건강성과 흙에 대한 추억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마지막 인사를 우리에게 보내고 있다는 절박함이 조금이라도 전해졌으면 좋겠다.
우리가 사는 지구와 더불어 우리는 언젠가 우주의 한 입자로 흩어질 운명이다. 근원적으로 우리는 우주 앞에서 겸손해야 하리라. 다만 겸손의 내용만은 인간이 가꾸어온 정신에 있을 터, 그것은 ‘아름다운 연대’가 아닐까.
-「작가의 말」중에서
‘사시사철’ 길러낸 생각과 마음이 만들어내는 깊은 울림
흙과 땀, 치열한 사유로 일구어낸 매일 매일의 기록
소설집『미궁의 눈』과 장편소설『즐거운 읍내』등을 통해 이 시대 민중 서사를 날카로운 시각과 깊이로 보여준 소설가 최용탁, 그가 첫 산문집 『사시사철』을 펴냈다. 이 산문집은 농사꾼이기도 한 작가가 느끼는 농촌의 현실과 주변 이웃, 그리고 삶과 자연에 대한 이야기 등이 솔직하고 담백하게 담겨 있다. 한국 사회와 농촌 현실을 대하는 작가의 시선은 더없이 날카롭고 뜨겁다. 하지만 그 뜨거움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기 보다는 깊은 사유와 주변을 널리 헤아릴 줄 아는 따뜻함으로 보여주고 있다.
봄과 여름, 가을에는 농사를 짓고 과수원을 관리한다. 참깨를 털고 고추를 따고 복숭아를 수확한다. 낙엽을 쓸고 감자를 캔다. 그러다 농사일이 뜸해지는 겨울이 되면 혼자만의 공간으로 들어가 밤새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주변에 널린 술안주들을 곁들여 술 한잔을 기울이다가 ‘별이 총총’ 뜬 밤하늘을 한참이나 바라보기도 한다.
농사일을 할 때에도, 사색에 잠겨 있을 때에도 있는 그대로를 글로 옮겨 적었다. 글이라는 ‘가장 큰 무기’를 지닌 작가이니까. 막걸리 한 되에 인생이 담기고 콩과 고추, 참깨 농사를 지으며 인생을 배웠다. 주변 이웃들과 어울리며 소통의 가능성을 깨닫고 작금의 현실에 대해 날카로운 독설을 내뿜는다. 도시와는 한 발짝 거리를 둔 『사시사철』의 글들은 느리지만 진중하게 흐르며 이 시대와 민중의 삶을 관통한다.
이 시대의 민중과 삶을 들여다보는 작가 최용탁의 ‘사시사철’ 노랫가락
『사시사철』에 담긴 64편의 이야기들은 짧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다. 한미 FTA, 농촌의 어려운 현실, 사라져가는 삶의 풍경들에 이르기까지. 농사꾼이기도 한 작가는 허황된 이야기 대신 지금 이 땅에서 우리가 잊어선 안 되는 것들을 오랫동안, 똑바로 응시하고 있다. 갈수록 자본화되고 도시에 집중되고 있는 한국 사회, 요즘 같은 때에 농촌에서 농사일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원두막에 앉아 있자니 아내가 쟁반을 받쳐 들고 올라온다. 낮부터 술이냐고 지청구 한마디를 할 만한데 저나 내나 요즘 속이 제 속이 아닌 것을 알다 보니 별말 없이 내려놓고 간다. 첫 잔을 그득 따라 단숨에 비우자 막혔던 것이 내려가는 듯 온몸이 다 시원하다. 쌉싸래한 취나물 향기를 음미하며 다시 한 잔을 따르니 취기는 기분 좋게 퍼져나가는데 마음은 무거워진다.
-「막걸리 한 되」(13쪽) 중에서
사정을 잘 들여다보면 해가 채 지기 전에 술을 먹는 작가의 심정을 헤아릴 수 있다. 기후 상황에 따라 흉작 피해를 입기도 하고, 설령 수확한다 해도 1년 내내 밤낮 없이 정성껏 기른 자식 같은 결과물들이 제값을 받지 못하는 일도 생긴다. 희로애락, 즐거운 일과 슬픈 일 그리고 극복해야 할 일들이 반복되고 순환하면서 삶은 흐르고 또 흐른다.
한편으로 『사시사철』의 이야기들은 오래된 풍경과 삶을 추억하는 개인의 기록이다. 월악산과 남한강 사이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작가는 고향이 충주댐 수몰 지구가 되면서 한동안 고향을 떠나 있었다. 젊은 날을 떠돌다가 서른 넘어 충주로 돌아와 농사지으며 글을 쓰는 작가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마음속에 있던 오래된 고향 풍경들과 작금의 풍경들을 모두 소환해낸다. 그 속에는 우리네 민중의 소중한 기록들이 담겨 있다. 개인의 기록이 곧 민중의 기록이라고 하지 않던가. 『사시사철』은 그렇게 다양한 모습의 삶으로 이루어진 역사의 일부분을 들려주는 기록인 셈이다.
글의 말미로 가면서 노년의 학생은 점차 울먹이기 시작했다. 손주가 쓴 편지를 처음으로 더듬거리며 읽던 날의 감격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듣는 학생들도 여기저기서 훌쩍였다. 글을 깨우쳐준 젊은 선생님에 대한 감사로 끝을 맺자, 예쁘고 씩씩한 선생님이 뛰어가 부둥켜안고 함께 눈물을 흘렸다. 실로 오랜만에 보는 코끝 찡한 장면이었다.
오랜만에 독자를 만나러 갔다가 오히려 큰 감동을 받고 돌아왔다. 역시 감동은 가난하고 서러운 민중의 기억 속에 있었다.
-「어떤 감동」(192~193쪽) 중에서
『사시사철』의 시선은 시종일관 낮지만 위대한 민중들에게 머문다. 이 글을 쓴 작가처럼 특별할 것 없지만 언제나 묵묵하게 이 땅을 지켜온 사람들이다. 그들이 살아낸 삶이 역사책에 일일이 기록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작가들이 그 보이지 않는 이들의 소중함을 기록한다. 같이 울고 웃는다.
『사시사철』은 작가가 몸으로 직접 부딪치며 느끼고 체험한 이야기들을 일기의 형식으로 들려주고 있다. 멀리서 보면 살가운 말투로는 들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조금만 더 가까이 귀 기울여보시라. 민중과 그들의 삶이 만들어내는 깊은 울림은 읽는 이들의 가슴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고 오랫동안 머물 것이다. 그가 그랬듯, 이 삶과 땅, 자연을 섬겼던 이들이 그랬듯 말이다. 그의 이야기는 따뜻하지만은 않다. 그렇다고 시종일관 독설만 내뿜는 것도 아니다. 우리들의 인생이 그렇듯, 산문집『사시사철』은 희로애락을 담아 지금 우리 앞에 당도해 있다.
▣ 작가 소개
저 : 최용탁
1965년 충북 충주에서 태어나 2006년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펴낸 책으로는 소설집 『미궁의 눈』(2007), 평전 『역사를 딛고 선 고무신-계훈제』(2008), 동화집 『이상한 동화』(2008) 등이 있다. 현재 충주에서 농사를 지으며 창작 활동을 하고 있으며 ‘리얼리스트100’ 회원이다.
▣ 주요 목차
작가의 말
첫 번째 이야기
막걸리 한 되
막걸리 한 되 ㆍ 투표하는 날 ㆍ 콩의 전쟁 ㆍ 두 농부 꿀벌 이야기 ㆍ 쇠파리에 쏘인 날 ㆍ 선거도 재미있다 ㆍ 여름 나기 ㆍ 고추 농사 유감 ㆍ 부끄러운 쌀 ㆍ 농약 치는 인간 ㆍ 추석 생각 ㆍ 논이 떠나갔다 ㆍ 광해루
두 번째 이야기
배우고 때로 익히기
고모 생각 ㆍ 뒤떨어지다 ㆍ 마늘 이야기 ㆍ 기쁘다, 겨울이 오셨네 ㆍ 낙엽은 힘이 세다 ㆍ 사냥 ㆍ 가출 새해에 비는 소원 ㆍ 축생지옥도 ㆍ 슬픈 해적들 ㆍ 전정을 하며 ㆍ 애수 ㆍ 졸업식 풍경 ㆍ 이른 봄날 ㆍ 배우고 때로 익히기
세 번째 이야기
꽃과 씨
봄날의 하루 ㆍ 지옥의 향기 ㆍ 초상집 풍경 ㆍ 소연네 이야기 ㆍ 종가 ㆍ 꽃과 씨 ㆍ 뒷산에서 ㆍ 사과나무에게 ㆍ 사다리를 생각함 ㆍ 도원에 이는 티끌 ㆍ 비오는 날의 넋두리 ㆍ 감자 캐는 날 ㆍ 은행나무 두 그루 ㆍ 아우를 위하여
네 번째 이야기
처서 어름
아버지의 새 ㆍ 어떤 감동 ㆍ 처서 어름 ㆍ 가슴 아픈 이웃 ㆍ 참깨를 털며 ㆍ 부음 ㆍ 주고받기 ㆍ 조짐들 ㆍ 늦가을 풍경 ㆍ 아픈 날 ㆍ 가장의 무게 ㆍ 김장 유감 ㆍ 편지 ㆍ 신문과 복숭아나무 ㆍ 산이 사라지면
다섯 번째 이야기
흘러라, 네 온갖 서러움
내 마음속 남한강 ㆍ 내 마음의 청벽 ㆍ 나는 술꾼이로소이다
흘러라, 네 온갖 서러움 ㆍ 유럽의 기억 ㆍ 오막살이 집 한 채
‘사시사철’ 길러낸 생각과 마음이 만들어내는 깊은 울림
흙과 땀, 치열한 사유로 일구어낸 매일 매일의 기록
소설집『미궁의 눈』과 장편소설『즐거운 읍내』등을 통해 이 시대 민중 서사를 날카로운 시각과 깊이로 보여준 소설가 최용탁, 그가 첫 산문집 『사시사철』을 펴냈다. 이 산문집은 농사꾼이기도 한 작가가 느끼는 농촌의 현실과 주변 이웃, 그리고 삶과 자연에 대한 이야기 등이 솔직하고 담백하게 담겨 있다. 한국 사회와 농촌 현실을 대하는 작가의 시선은 더없이 날카롭고 뜨겁다. 하지만 그 뜨거움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기 보다는 깊은 사유와 주변을 널리 헤아릴 줄 아는 따뜻함으로 보여주고 있다.
봄과 여름, 가을에는 농사를 짓고 과수원을 관리한다. 참깨를 털고 고추를 따고 복숭아를 수확한다. 낙엽을 쓸고 감자를 캔다. 그러다 농사일이 뜸해지는 겨울이 되면 혼자만의 공간으로 들어가 밤새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주변에 널린 술안주들을 곁들여 술 한잔을 기울이다가 ‘별이 총총’ 뜬 밤하늘을 한참이나 바라보기도 한다.
농사일을 할 때에도, 사색에 잠겨 있을 때에도 있는 그대로를 글로 옮겨 적었다. 글이라는 ‘가장 큰 무기’를 지닌 작가이니까. 막걸리 한 되에 인생이 담기고 콩과 고추, 참깨 농사를 지으며 인생을 배웠다. 주변 이웃들과 어울리며 소통의 가능성을 깨닫고 작금의 현실에 대해 날카로운 독설을 내뿜는다. 도시와는 한 발짝 거리를 둔 『사시사철』의 글들은 느리지만 진중하게 흐르며 이 시대 민중의 삶을 관통한다.
어중뜨기 농사꾼에다 말류 소설가로 살면서 그나마 책 읽기조차 멀리하니 세상의 속내를 살필 눈이 있을 리 없다. 다만 내가 살아가는 농촌이라는 터전이 단말마의 고비에 처해 있다는 것, 어쩌면 인간의 건강성과 흙에 대한 추억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마지막 인사를 우리에게 보내고 있다는 절박함이 조금이라도 전해졌으면 좋겠다.
우리가 사는 지구와 더불어 우리는 언젠가 우주의 한 입자로 흩어질 운명이다. 근원적으로 우리는 우주 앞에서 겸손해야 하리라. 다만 겸손의 내용만은 인간이 가꾸어온 정신에 있을 터, 그것은 ‘아름다운 연대’가 아닐까.
-「작가의 말」중에서
‘사시사철’ 길러낸 생각과 마음이 만들어내는 깊은 울림
흙과 땀, 치열한 사유로 일구어낸 매일 매일의 기록
소설집『미궁의 눈』과 장편소설『즐거운 읍내』등을 통해 이 시대 민중 서사를 날카로운 시각과 깊이로 보여준 소설가 최용탁, 그가 첫 산문집 『사시사철』을 펴냈다. 이 산문집은 농사꾼이기도 한 작가가 느끼는 농촌의 현실과 주변 이웃, 그리고 삶과 자연에 대한 이야기 등이 솔직하고 담백하게 담겨 있다. 한국 사회와 농촌 현실을 대하는 작가의 시선은 더없이 날카롭고 뜨겁다. 하지만 그 뜨거움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기 보다는 깊은 사유와 주변을 널리 헤아릴 줄 아는 따뜻함으로 보여주고 있다.
봄과 여름, 가을에는 농사를 짓고 과수원을 관리한다. 참깨를 털고 고추를 따고 복숭아를 수확한다. 낙엽을 쓸고 감자를 캔다. 그러다 농사일이 뜸해지는 겨울이 되면 혼자만의 공간으로 들어가 밤새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주변에 널린 술안주들을 곁들여 술 한잔을 기울이다가 ‘별이 총총’ 뜬 밤하늘을 한참이나 바라보기도 한다.
농사일을 할 때에도, 사색에 잠겨 있을 때에도 있는 그대로를 글로 옮겨 적었다. 글이라는 ‘가장 큰 무기’를 지닌 작가이니까. 막걸리 한 되에 인생이 담기고 콩과 고추, 참깨 농사를 지으며 인생을 배웠다. 주변 이웃들과 어울리며 소통의 가능성을 깨닫고 작금의 현실에 대해 날카로운 독설을 내뿜는다. 도시와는 한 발짝 거리를 둔 『사시사철』의 글들은 느리지만 진중하게 흐르며 이 시대와 민중의 삶을 관통한다.
이 시대의 민중과 삶을 들여다보는 작가 최용탁의 ‘사시사철’ 노랫가락
『사시사철』에 담긴 64편의 이야기들은 짧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다. 한미 FTA, 농촌의 어려운 현실, 사라져가는 삶의 풍경들에 이르기까지. 농사꾼이기도 한 작가는 허황된 이야기 대신 지금 이 땅에서 우리가 잊어선 안 되는 것들을 오랫동안, 똑바로 응시하고 있다. 갈수록 자본화되고 도시에 집중되고 있는 한국 사회, 요즘 같은 때에 농촌에서 농사일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원두막에 앉아 있자니 아내가 쟁반을 받쳐 들고 올라온다. 낮부터 술이냐고 지청구 한마디를 할 만한데 저나 내나 요즘 속이 제 속이 아닌 것을 알다 보니 별말 없이 내려놓고 간다. 첫 잔을 그득 따라 단숨에 비우자 막혔던 것이 내려가는 듯 온몸이 다 시원하다. 쌉싸래한 취나물 향기를 음미하며 다시 한 잔을 따르니 취기는 기분 좋게 퍼져나가는데 마음은 무거워진다.
-「막걸리 한 되」(13쪽) 중에서
사정을 잘 들여다보면 해가 채 지기 전에 술을 먹는 작가의 심정을 헤아릴 수 있다. 기후 상황에 따라 흉작 피해를 입기도 하고, 설령 수확한다 해도 1년 내내 밤낮 없이 정성껏 기른 자식 같은 결과물들이 제값을 받지 못하는 일도 생긴다. 희로애락, 즐거운 일과 슬픈 일 그리고 극복해야 할 일들이 반복되고 순환하면서 삶은 흐르고 또 흐른다.
한편으로 『사시사철』의 이야기들은 오래된 풍경과 삶을 추억하는 개인의 기록이다. 월악산과 남한강 사이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작가는 고향이 충주댐 수몰 지구가 되면서 한동안 고향을 떠나 있었다. 젊은 날을 떠돌다가 서른 넘어 충주로 돌아와 농사지으며 글을 쓰는 작가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마음속에 있던 오래된 고향 풍경들과 작금의 풍경들을 모두 소환해낸다. 그 속에는 우리네 민중의 소중한 기록들이 담겨 있다. 개인의 기록이 곧 민중의 기록이라고 하지 않던가. 『사시사철』은 그렇게 다양한 모습의 삶으로 이루어진 역사의 일부분을 들려주는 기록인 셈이다.
글의 말미로 가면서 노년의 학생은 점차 울먹이기 시작했다. 손주가 쓴 편지를 처음으로 더듬거리며 읽던 날의 감격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듣는 학생들도 여기저기서 훌쩍였다. 글을 깨우쳐준 젊은 선생님에 대한 감사로 끝을 맺자, 예쁘고 씩씩한 선생님이 뛰어가 부둥켜안고 함께 눈물을 흘렸다. 실로 오랜만에 보는 코끝 찡한 장면이었다.
오랜만에 독자를 만나러 갔다가 오히려 큰 감동을 받고 돌아왔다. 역시 감동은 가난하고 서러운 민중의 기억 속에 있었다.
-「어떤 감동」(192~193쪽) 중에서
『사시사철』의 시선은 시종일관 낮지만 위대한 민중들에게 머문다. 이 글을 쓴 작가처럼 특별할 것 없지만 언제나 묵묵하게 이 땅을 지켜온 사람들이다. 그들이 살아낸 삶이 역사책에 일일이 기록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작가들이 그 보이지 않는 이들의 소중함을 기록한다. 같이 울고 웃는다.
『사시사철』은 작가가 몸으로 직접 부딪치며 느끼고 체험한 이야기들을 일기의 형식으로 들려주고 있다. 멀리서 보면 살가운 말투로는 들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조금만 더 가까이 귀 기울여보시라. 민중과 그들의 삶이 만들어내는 깊은 울림은 읽는 이들의 가슴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고 오랫동안 머물 것이다. 그가 그랬듯, 이 삶과 땅, 자연을 섬겼던 이들이 그랬듯 말이다. 그의 이야기는 따뜻하지만은 않다. 그렇다고 시종일관 독설만 내뿜는 것도 아니다. 우리들의 인생이 그렇듯, 산문집『사시사철』은 희로애락을 담아 지금 우리 앞에 당도해 있다.
▣ 작가 소개
저 : 최용탁
1965년 충북 충주에서 태어나 2006년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펴낸 책으로는 소설집 『미궁의 눈』(2007), 평전 『역사를 딛고 선 고무신-계훈제』(2008), 동화집 『이상한 동화』(2008) 등이 있다. 현재 충주에서 농사를 지으며 창작 활동을 하고 있으며 ‘리얼리스트100’ 회원이다.
▣ 주요 목차
작가의 말
첫 번째 이야기
막걸리 한 되
막걸리 한 되 ㆍ 투표하는 날 ㆍ 콩의 전쟁 ㆍ 두 농부 꿀벌 이야기 ㆍ 쇠파리에 쏘인 날 ㆍ 선거도 재미있다 ㆍ 여름 나기 ㆍ 고추 농사 유감 ㆍ 부끄러운 쌀 ㆍ 농약 치는 인간 ㆍ 추석 생각 ㆍ 논이 떠나갔다 ㆍ 광해루
두 번째 이야기
배우고 때로 익히기
고모 생각 ㆍ 뒤떨어지다 ㆍ 마늘 이야기 ㆍ 기쁘다, 겨울이 오셨네 ㆍ 낙엽은 힘이 세다 ㆍ 사냥 ㆍ 가출 새해에 비는 소원 ㆍ 축생지옥도 ㆍ 슬픈 해적들 ㆍ 전정을 하며 ㆍ 애수 ㆍ 졸업식 풍경 ㆍ 이른 봄날 ㆍ 배우고 때로 익히기
세 번째 이야기
꽃과 씨
봄날의 하루 ㆍ 지옥의 향기 ㆍ 초상집 풍경 ㆍ 소연네 이야기 ㆍ 종가 ㆍ 꽃과 씨 ㆍ 뒷산에서 ㆍ 사과나무에게 ㆍ 사다리를 생각함 ㆍ 도원에 이는 티끌 ㆍ 비오는 날의 넋두리 ㆍ 감자 캐는 날 ㆍ 은행나무 두 그루 ㆍ 아우를 위하여
네 번째 이야기
처서 어름
아버지의 새 ㆍ 어떤 감동 ㆍ 처서 어름 ㆍ 가슴 아픈 이웃 ㆍ 참깨를 털며 ㆍ 부음 ㆍ 주고받기 ㆍ 조짐들 ㆍ 늦가을 풍경 ㆍ 아픈 날 ㆍ 가장의 무게 ㆍ 김장 유감 ㆍ 편지 ㆍ 신문과 복숭아나무 ㆍ 산이 사라지면
다섯 번째 이야기
흘러라, 네 온갖 서러움
내 마음속 남한강 ㆍ 내 마음의 청벽 ㆍ 나는 술꾼이로소이다
흘러라, 네 온갖 서러움 ㆍ 유럽의 기억 ㆍ 오막살이 집 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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