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1. 착한 애벌레의 마음으로 꿈꾸는 생명과 평화의‘나비 문명’
“우리 모두 이렇게 이파리를 먹어치우면 분명 나무가 죽어버릴 텐데….”
“너는 곧 나비가 될 거야. 나비가 되면 누구도 잎을 먹지 않는단다.
꽃에 있는 꿀을 찾게 되지. 꿀의 달콤함에 취해 춤도 춘단다. 그러면 꽃이 열매를 맺지.”
‘걷는 사람’ 마사키 다카시의 생태?평화 에세이《나비 문명》은 나뭇잎을 먹어야 살 수 있음에도 나무를 걱정하는 애벌레와 그런 애벌레를 품어 안는 나무의 대화로 시작한다. 파괴하고 단절시키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근원이 되고 서로의 생명이 되어 순환하는 자연의 이치. 애벌레가 나비가 되어 날아오르듯 인간중심주의에서 자연중심주의로, 국가주의에서 지구시민의식으로 한 차원 넘어서는 근원적 변화. 인간의 존재 기반인 자연의 품으로 그라운딩(회귀)하기. 일본이 헌법 9조를 지킴으로써 전 세계로 확산되는 비폭력·평화의 날갯짓……. 이 책이 애벌레와 나무의 마음을 빌려 전하는 ‘나비 문명’, 새로운 사유?문명의 모습이다.
2.‘걷는 사람’마사키 다카시 ― 치유와 평화의 순례 길을 걷다
일본의 생태?평화 운동가인 마사키 다카시는 이론이 아니라 삶의 여정에서 이러한 변화를 체득하고 또 몸을 움직여 그 변화를 실천해왔다. 1980년부터 규슈 산속에서 차 농사를 짓던 그는 아내의 암 투병을 계기로 역시 병들고 지쳐 있는 자연의 상처에 눈을 뜨고, 치유를 기원하며 나무를 심기 시작한다. 숲을 가꾸는 과정에서 인간과 자연의 경계가 무의미해지면서 자신이 곧 자연 자체가 되는 인식의 전환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는 일본 헌법 9조(평화헌법)라는 사회 현실에 대한 관심으로 옮아가게 된다. 자민당 등의 주장대로 헌법 9조가 개정되어 일본이 군대를 보유하게 되면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고, 전쟁은 자연과 모든 생명을 파괴하게 되리라는 위협 앞에서 그는 ‘평화를 위해 나는 걷는 일은 할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2007년 일본 땅을 걷기 시작한다. 그의 생각에 공감하는 젊은이들이 참여하면서 한 사람의 걸음은 많은 사람들이 3개월여를 함께하는 공동의 순례가 되었고, ‘워크나인walk9’(일본 헌법 9조를 지키는 걷기 운동)이라는 이름과 조직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이 순례는 2009년 ‘워크나인-한국 순례’로 이어진다. 이번에도 ‘한국에 가서 사죄하지 않고는 헌법 9조도 평화도 이야기할 수 없다’는 절박감이 그를 움직였다. 일제 강점기 강제로 끌려온 14,000여 명의 조선인이 오키나와 전투에서 비참한 죽음을 맞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희생자들의 고통과 비탄이 그의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걸어서 사람들과 만나고 바다와 만나고 산하와 만나 나무와 돌, 작은 새와 물고기……에게 인사하고 사죄하고 귀 기울이자’는 마음으로 바다를 건넌 그는 한일 두 나라 젊은이들과 함께 땅끝마을에서 임진각 DMZ까지 100일 동안 한국 땅을 걸었다.
몸과 마음이 이끄는 대로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고 일본과 한국 땅을 걸으며 치유와 평화의 순례 길을 걸어온 마사키 다카시의 궤적은 자연과 인간을 분리하는 근대 서구의 세계관에서 자연과 인간을 하나로 인식하는 동양/인디언의 세계관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며, 특정 국가의 국민이라는 정체성 대신 초록별 지구의 시민이라는 자각을 통해 전쟁에서 벗어나 평화로 가는 길과 닿아 있다. 이러한 사유의 전환과 더불어 자연과 하나 되는 감각의 기쁨, 한국과 일본 워크나인 순례의 여정, 평화 헌법 수호, 한일 관계의 뿌리와 두 나라의 화해를 이야기하는 이 책은, 그의 발걸음이 젊은이들을 감응시켜 연대의 순례로 이어졌듯이, ‘나 자신인 자연을 위해, 나 자신과 모든 생명의 평화를 위해’ 내가 심을 나무는 어디에 있는지, 내가 걸을 길은 어디로 나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3. 그라운딩(회귀), 원주민의 사유로 침몰하는 문명의 배에서 내리다
마사키는 나무를 심고 나서 자신에게 일어난 가장 커다란 변화가 ‘자연과 하나가 되어 있다는 감각, 자연으로 돌아가 안기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병든 자연을 생각하며 나무를 심은 그를 ‘산 어머니’가 기꺼이 안아주고 무릎 위에서 놀게 해주었다는 것이다. 이 경험을 마사키는 “인간과 자연의 경계를 넘어 산 쪽으로 그라운딩(회귀)”했다고 표현한다. 자연에서 떨어져 나온 현대인이 자신의 존재 기반(그라운드)인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이 그라운딩이야말로 삶의 기쁨을 충만하게 하는 비결이며, 위기에 처한 지구와 인류의 생존을 지속 가능하게 할 열쇠라는 것이 마사키의 전언이다.
숲과 바다와 길 위에서 이러한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하는 마사키는 이러한 생각의 근원을 자연과 인간을 하나로 보는 동양의 일원론적 세계관, 자연과의 일체감 속에서 튼박하고 가난하고 따뜻하게 살아가는 원주민의 삶, 그리고 고통의 원인을 마음 깊은 곳에서 찾는 불교의 사유에서 찾는다. 이는 이원론에 바탕을 둔 서양 문명과 인간 중심주의가 전쟁과 환경 문제로 근원적인 위기에 처해 있는 지금, 다른 사고방식과 다른 문명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전기를 끄고 쓰레기를 줄이는 접근도 필요하지만, 그런 물리적인 대증 요법을 넘어서는 의식의 전환이 이루어질 때 파멸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현대 문명이 침몰하는 배에서 스스로 내리는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생태 생태 소리치는 대신 그저 생태로 있는 삶, 대자연의 뭇 생명들처럼 활기 넘치는 본연의 삶. 그것이 산 어머니의 품에서 나무를 심으며 살아가는 ‘걷는 사람’ 마사키 다카시가 조용히 걸어가고 있는 길이다.
4.‘백제의 카르마’를 넘어, 국가주의를 넘어 지구 시민의 정체성으로
자기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다르게 생각하기, 생명과 평화의 관점에서 생각하기라는 지은이의 방식은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관계에 대한 사유에서도 새로운 지평을 보여준다. 첫 한국 여행 당시 동아시아 역사를 한반도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을 경험한 마사키는 사료와 학자들의 연구 성과를 참고하며 두 나라의 역사와 관계를 성찰한다. 그가 보기에 한국인과 일본인의 뿌리는 하나이다. 가야에서 건너온 천황가를 중심으로 야마토 조정이 형성되고, 7세기 신라에서 도망쳐 온 백제계 세력이 더해져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일본이라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마사키에 따르면, 일본을 세운 사람들에게는 자신들을 한반도에서 쫓아낸 신흥 세력을 상대로 한 본가의식이나 원한과 분노가 강했을 것이며, 자신들의 뿌리가 한반도에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기에《니혼쇼키》나《고지키》의 기록을 통해 임나일본부설이나 귀화인설처럼 한반도의 역사를 왜곡했다. 이것이 국학의 기초가 되고, 다시 황국사관과 메이지 유신 사상으로 연결되었으며 지금까지도 일본 국민에게 교육되고 있다.
“한일 문제는 남북 문제와 마찬가지로 한민족끼리의 싸움입니다. 우리는 2,000년도 더 된 오래된 싸움을 아직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라고 말하는 마사키는 이 카르마를 해소하기 위해 최근에 잘못을 저지른 일본이 먼저 사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전쟁을 목적으로 하는 군사력을 보유할 수 없다고 천명한 일본 헌법 9조를 지켜내는 것이 주변 국가, 나아가 전 세계를 향한 사과이자 새로운 문명을 여는 첫걸음이라고 말한다. 과거사 청산이나 평화 실현은 낡은 국가주의 아래서는 불가능한 만큼, 이는 국가 정체성으로부터의 탈피이기도 하다. “일본인으로 살 것인가 지구인으로 살 것인가? 일본인이라면 무기를 갖겠지요. 지구인이라면 무기를 버리겠지요.” 마사키의 말처럼 평화를 원하는 이들의 국가는 한국이나 일본이 아니라 지구이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국가라는 카펫 아래 있는 지구 시민의 정체성이다.
▣ 작가 소개
저 : 마사키 다카시
Masaki Dakasi,まさきたかし, マサキタカシ,正木高志
철학자이자 농부이며 환경·생태·평화 운동가이다. 1945년생으로 도쿄교육대학 문학부 사학과를 졸업했다. 1960년대 중반 인도를 돌아다니며 철학을 공부했다. 1980년부터 규슈 산속에서 차 농사를 짓고 있다. 19990~91년에는 미국 몬태나 주립대학에 초빙되어 환경윤리학을 강의했다. 지금은 차를 재배하면서 농사와 환경 문제에 대해 글을 쓰고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2000년부터 산에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는 활동을 꾸려왔다. 숲 가꾸는 사람들의 모임 ''숲의 목소리'' 대표이기도 하다. 더불어 2007년에 일본 헌법 9조와 평화를 지키기 위한 워크나인walk 9 평화 순례를 시작해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2009년에는 ''워크나인 한국 순례''에 올라 일본이 준 고통에 대한 사죄와 한국과 일본 젊은이들의 우정을 기원하며 100일동안 한국 땅을 걸었다. 이때 인연을 맺은 한국의 생명평화 공동체 모임 ''생명평화결사''의 평생 교사로 참여하고 있다. 『스프링필드』, 『나무를 심자』, 『출아메리카기』, 『하늘을 나는 부처』 등의 책을 냈다.
역자 : 김경옥
1962년 부산에서 태어났고 역시 부산에서 5년여 동안 도덕 교사로 아이들을 만났다. 지금은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는 교육을 여는'' 격월간지 「민들레」의 주간으로 일하면서 나누고 싶은 글이 있으면 짬짬이 번역해 소개하기도 한다. 옮긴 책으로 『아기는 뱃속의 일을 기억하고 있다』, 『열네 살의 철학』이 있다.
▣ 주요 목차
한국어판을 내면서
프롤로그
제1부 그라운딩(회귀)
나무를 심었더니 신비로운 기쁨이
워크나인-매듭짓기 순례
열쇠는 어디서 잃어버렸을까
하와이안 르네상스
제2부 하나인 지구를 향해
일본인, 지구인으로 새로 태어나다
신들의 위기
왜 외면해왔을까
백제의 카르마
다시 9조로 돌아가서
에필로그
지은이 인터뷰-걸림 없이 흔들림 없이 초록별 지구를 걷는 순례자
옮긴이의 말-선한 누에들 나비 되어 춤출 날을 꿈꾸며
1. 착한 애벌레의 마음으로 꿈꾸는 생명과 평화의‘나비 문명’
“우리 모두 이렇게 이파리를 먹어치우면 분명 나무가 죽어버릴 텐데….”
“너는 곧 나비가 될 거야. 나비가 되면 누구도 잎을 먹지 않는단다.
꽃에 있는 꿀을 찾게 되지. 꿀의 달콤함에 취해 춤도 춘단다. 그러면 꽃이 열매를 맺지.”
‘걷는 사람’ 마사키 다카시의 생태?평화 에세이《나비 문명》은 나뭇잎을 먹어야 살 수 있음에도 나무를 걱정하는 애벌레와 그런 애벌레를 품어 안는 나무의 대화로 시작한다. 파괴하고 단절시키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근원이 되고 서로의 생명이 되어 순환하는 자연의 이치. 애벌레가 나비가 되어 날아오르듯 인간중심주의에서 자연중심주의로, 국가주의에서 지구시민의식으로 한 차원 넘어서는 근원적 변화. 인간의 존재 기반인 자연의 품으로 그라운딩(회귀)하기. 일본이 헌법 9조를 지킴으로써 전 세계로 확산되는 비폭력·평화의 날갯짓……. 이 책이 애벌레와 나무의 마음을 빌려 전하는 ‘나비 문명’, 새로운 사유?문명의 모습이다.
2.‘걷는 사람’마사키 다카시 ― 치유와 평화의 순례 길을 걷다
일본의 생태?평화 운동가인 마사키 다카시는 이론이 아니라 삶의 여정에서 이러한 변화를 체득하고 또 몸을 움직여 그 변화를 실천해왔다. 1980년부터 규슈 산속에서 차 농사를 짓던 그는 아내의 암 투병을 계기로 역시 병들고 지쳐 있는 자연의 상처에 눈을 뜨고, 치유를 기원하며 나무를 심기 시작한다. 숲을 가꾸는 과정에서 인간과 자연의 경계가 무의미해지면서 자신이 곧 자연 자체가 되는 인식의 전환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는 일본 헌법 9조(평화헌법)라는 사회 현실에 대한 관심으로 옮아가게 된다. 자민당 등의 주장대로 헌법 9조가 개정되어 일본이 군대를 보유하게 되면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고, 전쟁은 자연과 모든 생명을 파괴하게 되리라는 위협 앞에서 그는 ‘평화를 위해 나는 걷는 일은 할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2007년 일본 땅을 걷기 시작한다. 그의 생각에 공감하는 젊은이들이 참여하면서 한 사람의 걸음은 많은 사람들이 3개월여를 함께하는 공동의 순례가 되었고, ‘워크나인walk9’(일본 헌법 9조를 지키는 걷기 운동)이라는 이름과 조직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이 순례는 2009년 ‘워크나인-한국 순례’로 이어진다. 이번에도 ‘한국에 가서 사죄하지 않고는 헌법 9조도 평화도 이야기할 수 없다’는 절박감이 그를 움직였다. 일제 강점기 강제로 끌려온 14,000여 명의 조선인이 오키나와 전투에서 비참한 죽음을 맞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희생자들의 고통과 비탄이 그의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걸어서 사람들과 만나고 바다와 만나고 산하와 만나 나무와 돌, 작은 새와 물고기……에게 인사하고 사죄하고 귀 기울이자’는 마음으로 바다를 건넌 그는 한일 두 나라 젊은이들과 함께 땅끝마을에서 임진각 DMZ까지 100일 동안 한국 땅을 걸었다.
몸과 마음이 이끄는 대로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고 일본과 한국 땅을 걸으며 치유와 평화의 순례 길을 걸어온 마사키 다카시의 궤적은 자연과 인간을 분리하는 근대 서구의 세계관에서 자연과 인간을 하나로 인식하는 동양/인디언의 세계관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며, 특정 국가의 국민이라는 정체성 대신 초록별 지구의 시민이라는 자각을 통해 전쟁에서 벗어나 평화로 가는 길과 닿아 있다. 이러한 사유의 전환과 더불어 자연과 하나 되는 감각의 기쁨, 한국과 일본 워크나인 순례의 여정, 평화 헌법 수호, 한일 관계의 뿌리와 두 나라의 화해를 이야기하는 이 책은, 그의 발걸음이 젊은이들을 감응시켜 연대의 순례로 이어졌듯이, ‘나 자신인 자연을 위해, 나 자신과 모든 생명의 평화를 위해’ 내가 심을 나무는 어디에 있는지, 내가 걸을 길은 어디로 나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3. 그라운딩(회귀), 원주민의 사유로 침몰하는 문명의 배에서 내리다
마사키는 나무를 심고 나서 자신에게 일어난 가장 커다란 변화가 ‘자연과 하나가 되어 있다는 감각, 자연으로 돌아가 안기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병든 자연을 생각하며 나무를 심은 그를 ‘산 어머니’가 기꺼이 안아주고 무릎 위에서 놀게 해주었다는 것이다. 이 경험을 마사키는 “인간과 자연의 경계를 넘어 산 쪽으로 그라운딩(회귀)”했다고 표현한다. 자연에서 떨어져 나온 현대인이 자신의 존재 기반(그라운드)인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이 그라운딩이야말로 삶의 기쁨을 충만하게 하는 비결이며, 위기에 처한 지구와 인류의 생존을 지속 가능하게 할 열쇠라는 것이 마사키의 전언이다.
숲과 바다와 길 위에서 이러한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하는 마사키는 이러한 생각의 근원을 자연과 인간을 하나로 보는 동양의 일원론적 세계관, 자연과의 일체감 속에서 튼박하고 가난하고 따뜻하게 살아가는 원주민의 삶, 그리고 고통의 원인을 마음 깊은 곳에서 찾는 불교의 사유에서 찾는다. 이는 이원론에 바탕을 둔 서양 문명과 인간 중심주의가 전쟁과 환경 문제로 근원적인 위기에 처해 있는 지금, 다른 사고방식과 다른 문명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전기를 끄고 쓰레기를 줄이는 접근도 필요하지만, 그런 물리적인 대증 요법을 넘어서는 의식의 전환이 이루어질 때 파멸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현대 문명이 침몰하는 배에서 스스로 내리는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생태 생태 소리치는 대신 그저 생태로 있는 삶, 대자연의 뭇 생명들처럼 활기 넘치는 본연의 삶. 그것이 산 어머니의 품에서 나무를 심으며 살아가는 ‘걷는 사람’ 마사키 다카시가 조용히 걸어가고 있는 길이다.
4.‘백제의 카르마’를 넘어, 국가주의를 넘어 지구 시민의 정체성으로
자기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다르게 생각하기, 생명과 평화의 관점에서 생각하기라는 지은이의 방식은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관계에 대한 사유에서도 새로운 지평을 보여준다. 첫 한국 여행 당시 동아시아 역사를 한반도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을 경험한 마사키는 사료와 학자들의 연구 성과를 참고하며 두 나라의 역사와 관계를 성찰한다. 그가 보기에 한국인과 일본인의 뿌리는 하나이다. 가야에서 건너온 천황가를 중심으로 야마토 조정이 형성되고, 7세기 신라에서 도망쳐 온 백제계 세력이 더해져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일본이라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마사키에 따르면, 일본을 세운 사람들에게는 자신들을 한반도에서 쫓아낸 신흥 세력을 상대로 한 본가의식이나 원한과 분노가 강했을 것이며, 자신들의 뿌리가 한반도에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기에《니혼쇼키》나《고지키》의 기록을 통해 임나일본부설이나 귀화인설처럼 한반도의 역사를 왜곡했다. 이것이 국학의 기초가 되고, 다시 황국사관과 메이지 유신 사상으로 연결되었으며 지금까지도 일본 국민에게 교육되고 있다.
“한일 문제는 남북 문제와 마찬가지로 한민족끼리의 싸움입니다. 우리는 2,000년도 더 된 오래된 싸움을 아직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라고 말하는 마사키는 이 카르마를 해소하기 위해 최근에 잘못을 저지른 일본이 먼저 사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전쟁을 목적으로 하는 군사력을 보유할 수 없다고 천명한 일본 헌법 9조를 지켜내는 것이 주변 국가, 나아가 전 세계를 향한 사과이자 새로운 문명을 여는 첫걸음이라고 말한다. 과거사 청산이나 평화 실현은 낡은 국가주의 아래서는 불가능한 만큼, 이는 국가 정체성으로부터의 탈피이기도 하다. “일본인으로 살 것인가 지구인으로 살 것인가? 일본인이라면 무기를 갖겠지요. 지구인이라면 무기를 버리겠지요.” 마사키의 말처럼 평화를 원하는 이들의 국가는 한국이나 일본이 아니라 지구이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국가라는 카펫 아래 있는 지구 시민의 정체성이다.
▣ 작가 소개
저 : 마사키 다카시
Masaki Dakasi,まさきたかし, マサキタカシ,正木高志
철학자이자 농부이며 환경·생태·평화 운동가이다. 1945년생으로 도쿄교육대학 문학부 사학과를 졸업했다. 1960년대 중반 인도를 돌아다니며 철학을 공부했다. 1980년부터 규슈 산속에서 차 농사를 짓고 있다. 19990~91년에는 미국 몬태나 주립대학에 초빙되어 환경윤리학을 강의했다. 지금은 차를 재배하면서 농사와 환경 문제에 대해 글을 쓰고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2000년부터 산에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는 활동을 꾸려왔다. 숲 가꾸는 사람들의 모임 ''숲의 목소리'' 대표이기도 하다. 더불어 2007년에 일본 헌법 9조와 평화를 지키기 위한 워크나인walk 9 평화 순례를 시작해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2009년에는 ''워크나인 한국 순례''에 올라 일본이 준 고통에 대한 사죄와 한국과 일본 젊은이들의 우정을 기원하며 100일동안 한국 땅을 걸었다. 이때 인연을 맺은 한국의 생명평화 공동체 모임 ''생명평화결사''의 평생 교사로 참여하고 있다. 『스프링필드』, 『나무를 심자』, 『출아메리카기』, 『하늘을 나는 부처』 등의 책을 냈다.
역자 : 김경옥
1962년 부산에서 태어났고 역시 부산에서 5년여 동안 도덕 교사로 아이들을 만났다. 지금은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는 교육을 여는'' 격월간지 「민들레」의 주간으로 일하면서 나누고 싶은 글이 있으면 짬짬이 번역해 소개하기도 한다. 옮긴 책으로 『아기는 뱃속의 일을 기억하고 있다』, 『열네 살의 철학』이 있다.
▣ 주요 목차
한국어판을 내면서
프롤로그
제1부 그라운딩(회귀)
나무를 심었더니 신비로운 기쁨이
워크나인-매듭짓기 순례
열쇠는 어디서 잃어버렸을까
하와이안 르네상스
제2부 하나인 지구를 향해
일본인, 지구인으로 새로 태어나다
신들의 위기
왜 외면해왔을까
백제의 카르마
다시 9조로 돌아가서
에필로그
지은이 인터뷰-걸림 없이 흔들림 없이 초록별 지구를 걷는 순례자
옮긴이의 말-선한 누에들 나비 되어 춤출 날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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