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의 끈을 풀다

어릴 적 여름밤이면 마당가에 쑥 대궁 모깃불을 피우고 멍석 위에 누워서 별 하나 나 하나를 세다가 잠들곤 했습니다.

그런 밤에는 하늘 가득 환한 금을 그으면서 떨어지는 별똥별의 신비에 몸을 떨었습니다.

언제부턴가 나도 몰래 그곳을 가보고 싶어졌습니다.

객지로 나와 살면서, 언젠가는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믿었습니다.

어쩌면 도화지의 손쉬운 살기에 길들여진 내가 스스로 그곳을 외면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토록 메마르고 공허한 춧날이 될 줄은 꿈에도 모르고 말입니다. 어쨌든 이제는 낙원에서 쫓겨난 실향의 원죄인가 합니다.

그렇게 알면서도 못내 서운하고 안타깝습니다.

우리들이 글을 쓰는 것도 다 그런 소이인가 합니다.

저마다의 오솔길에서 나만의 옹달샘 물을 길어 올리는 작업이라 할 수필이 더욱 그렇습니다.

- 머리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