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조금은 헐렁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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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송광용
출판사항행성비, 발행일:2020/05/25
형태사항p.253 46판:19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64711055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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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우리에게 진짜 소중한 것들은, 의외로 헐렁하다”
- 우리를 키워낸 수많은 헛발질과 비효율적인 것들에 대하여

《마음이 조금은 헐렁한 사람》은 마음을 걷는 산책자가 우리에게 내어주는 아늑한 빈방 같은 에세이다. 이제 막 중년의 문턱에 들어선,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초등학교 교사로 살아가는 저자는 조금은 허술하고, 헐렁하고, 빈 듯해 보이는 것들에 눈과 귀를 기울이고 그의 소중한 일상을 너그러이 베푼다.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기꺼이 여유롭고 단정한 빈방을 내어주는 마음, ‘성공한 사람’보다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헐렁한 삶을 지향하는 저자의 성장과 농담, 그리고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굳이 쓸모 있지 않으면 어떤가,
낡고 쓸모없는 것들의 가치와 아름다움

 우리는 살면서 계속 무언가를 채우려고만 한다. 남에게 자랑할 만한 넓은 집이나 많은 돈 같은 것들로. 시간에 한해서도 마찬가지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안절부절못하기 일쑤다.
이 책의 저자는 비어 있는 것, 결핍된 것, 그리 합리적이거나 효율적이지 못한 것의 가치를 새로 발견하고자 한다. 별스럽지 않아 보이는 것도 누군가에게는 둘도 없이 소중한 무엇이 될 수 있음을 간파하고, 평범함의 비범함을 끄집어낸다. 그는 그런 자신을 ‘마음이 조금은 헐렁한 사람’이라고 부른다. 쓸모없는 것들의 무용함을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굳이 쓸모를 증명하려 하지 않는다. ‘효율’이 미덕인 시대에 ‘더하기’보다는 ‘빼는’ 삶,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인’ 삶을 권한다.
저자는 자신의 서랍과 기억 속에 고이 넣어둔 ‘그 시절의’ 낡은 것들, 퀴퀴한 헌책방이나 DVD 감상실처럼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80~90년대의 문화를 두루 소환한다. 여기엔 인터넷이 없었던 시절 서로의 손을 붙잡았던 방식, 젊은 시절엔 마음껏 누렸던 웃음이나 침묵 같은 것들도 포함된다.

여전히 아이 같고픈 마음,
그리고 진정한 성장에 대하여

 저자 송광용은 ‘내 몫만큼만 어른이 되고 싶은’ 40대 남성이다. 남성 지인과 술이 아니라 밀크티를 앞에 놓고 카페에서 대화를 나누고, 주말이면 아기 띠를 하고 서점을 찾는 저자의 감성에서 뭔가 색다른 면모를 발견할 수도 있다. 이 책에선 그런 그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문득문득 새롭게 깨닫게 된 것과 그 과정을 묵묵히 겪어내는 마음의 풍경을 그린다.
흔히 누군가 나이를 먹으면 막연히 ‘성장’한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는 지나온 세월을 반추하며 반짝임을 잃고 권태로워지는 일상, 나잇값이라는 이름으로 용인되기보다는 용인되지 못하는 것들이 점점 많아지는 나날들 속에서 세상과 사람들을 바라보는 이해의 폭은 오히려 넓어짐을 느낀다. 어쩌면 그에게 진정한 ‘성장’이란 위로 뻗어 올라가는 가지가 아니라 옆으로 넓어지는 나이테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아이들을 키우고 가르치며
 작고 하찮아 보이는 것들로부터 배우는 삶

 다섯 살과 세 살배기 아이를 둔 아버지이자 초등학교 교사인 저자의 글에는 유독 자신이 키우고 가르치는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그가 보내는 하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교육’과 ‘육아’는 일이기도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한밤중에 자지 않고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와 씨름하고, 이따금 어린 학생이 교실 바닥에 별안간 게워놓은 토사물을 치우는 수고를 감수하며 좌충우돌하는 매일이지만, 아직 작고 미성숙한 존재처럼 보이는 그들에게서 그는 삶의 태도를 배운다.
그의 ‘헐렁함’엔 조금은 더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서라는, 뜻밖이지만 분명한 목적이 깔려 있다. 일부러라도 헐렁해지기 위해 저자는 마음속 거울을 매일 닦고, 빈방을 수시로 청소한다. 그가 마련하는 여유롭고 단정한 마음의 방은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을 초대하는 공간이다. 여기서 ‘헐렁함’은 다른 존재를 향한 ‘부드러움’과 ‘너그러움’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에 따르면 단지 ‘그 사람이기 때문에’ 계산하지 않고 아낌없이 베푸는 마음, 이런 비합리와 비효율로 점철된 수많은 헛발질을, 우리는 ‘사랑’이라고 부른다.

농담이 건재한 일상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삶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고,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저자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는 대신, 산책이나 고양이와 함께하는 데 시간을 할애하는 그의 일상은 어딘가 낭비되는 듯 보이지만, 그러한 공간이 타성에 젖은 마음가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는 오히려 일상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이러한 ‘헐렁함’을 말로도 실천한다.
그는 유독 농담을 좋아한다. 이따금 싱겁고, 허술한 우스갯소리로 미소를 띠게 하면서도 중간중간 옷깃을 여미게 하는 책 속 단상들은, 잰걸음으로 삶의 속도를 재촉하는 우리의 발걸음을 자꾸만 돌려세운다. 그는 자신과 배우 공유의 패션 간극을 철학적으로 고찰하는가 하면, 글쓰기의 대가를 막힌 혈을 뚫는 무림의 고수에 빗대기도 한다. 그가 툭툭 던지는 ‘농담(弄談)’은, 그렇게 삶에 ‘농담(濃淡)’을 부여한다.

목적과 당위가 지배하는 현실로부터
 나를 지키는 읽기와 쓰기

 우리의 현실을 가득 채우고 있는 ‘~을 위해서’라는 목적과 ‘~해야만 한다’는 당위를 떨쳐내게 해주는 방편으로 저자는 읽기와 쓰기를 택했다. 따뜻하고 다정하며, 순하고 정갈해서 마치 유기농 식품 같은 그의 글은 밥벌이와 육아에 치여 ‘극한 상황’이라고 표현되는 일상에서도 글쓰기라는 끈을 놓지 않은 덕분에 백지로, 빈 모니터로 차례차례 옮겨지고 있다. 그에게 글쓰기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컨베이어 벨트에서 일하는 제조공의 노동’이자 한편으로는 ‘음란서생’처럼, 아무도 모르는 마음속 다락방에서 남몰래 누리는 은밀한 기쁨이기도 하다.
보통의 우리처럼 정작 시간이 주어지면 TV 예능 프로그램과 유튜브에 정신을 뺏기곤 하는 그의 읽기와 쓰기는 조금은 헐렁하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 발걸음이 서점으로 향하고, 손에서 펜을 놓아본 적이 없는 그에게, 읽기와 쓰기는 분명 습관 이상의 의식(儀式)이다. 그래서 오늘도 그는 쓴다. 보험 회사 직원으로서의 임무를 마치면 글을 쓰러 황금 소로의 작은 집으로 달려갔던 프란츠 카프카처럼, “영감을 찾는 사람은 아마추어이고, 우리는 그냥 일어나서 일을 하러 간다.”고 말한 필립 로스처럼.

작가 소개

송광용
울산에서 나고 자랐다. 남학생들은 죄다 공대에 들어가던 시절, 따라 들어갔다가 내 길이 아니다 싶어 나왔다. ‘국어’가 붙은 학과에선 실컷 글을 쓸 수 있을 거라 믿고 청주교대 국어교육과에 들어갔다. 생각보다 글은 많이 못 쓰고 내내 가르치는 마음만 배웠다.
초등학교 교사가 되어 낮엔 아이들을 가르치고 밤을 갈아 글을 쓴다. 직접 쓴 동화를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걸 좋아한다. 에세이 쓰는 소설가나 동화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에세이집을 먼저 출간하게 되었다. 이렇게 된 이상, 이야기 쓰는 에세이스트가 되어보려고 한다.
인생에서 한 명의 소울메이트를 찾기 어렵다. 글을 통해서는 그와 비슷한 온기와 공감이 자주 오간다고 믿는다. 읽는 이에게 ‘이거 좋은걸?’, ‘음, 그렇지.’ 하는 느낌을 주고 싶다.
자신과 타인이 머물 수 있는, 잘 정돈되고 헐렁한 마음을 지향한다.

 

목 차

저자의 말_빈방 하나 갖자는 마음으로

1장 조금 헐렁한 마음

 뺄셈의 부드러움에 대하여
 삶의 이야기를 설계하는 일
 꿈을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할까
 울타리 밖의 괴물
 공존을 가르쳐주는 동물
 캐럴 댄버스가 일으킨 각성
 차이를 만드는 사람
 그저 산책을 합니다
 지긋지긋한 ‘교육’이라는 말
 누군가의 진짜가 드러날 때
 헛일을 함께해주는 이

2장 조금 헐렁한 시간

 헌책방을 운영하는 외삼촌이 있다면
 변해버린 나를 발견한다는 것
 그 많던 선배는 어디로 갔을까
 그 시절의 낡은 무기
 삶의 표준에 대하여
8월에 부는 바람 속에서
 서로의 상처가 안도감으로 변하는 순간
 볼펜이 뭐라고
 웃는 게 쉬웠는데
 호텔왕 게임이 가르쳐준 것
 교실 바닥을 쓸며
 내 몫만큼만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3장 조금 헐렁한 웃음

 어느 시골 교사의 명과 암
 나와 배우 공유의 패션 간극에 대한 철학적 고찰
 나의 합리적인 소비 생활
 첫인상을 믿지 마세요
 그녀는 내게 맑다고 말했다
 두 남자의 어느 저녁
 설거지를 할 땐 준비가 필요하다
 가오나시의 습격
 아이들은 나의 선생님
 축제가 끝난 도시

4장 조금은 헐렁한 읽기와 쓰기

 올드 타운 호텔에서
 밤 10시의 공기 속으로
 삶이 만족스럽냐는 질문에 대해
 독서가 P씨의 사정
 글쓰기의 절대 고수
 극한 글쓰기
 책과 나
 아기 띠를 하고 서점에 간다는 것
 글쓰기에 관한 어떤 메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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