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언어물리학으로 지어 올린 시의 집 한 채
박인식의 네 번째 시집 『언어물리학개론』이 출간되었다. 첫 시집에서부터 꾸준히 탐색해온 자신만의 언어물리학으로 지어 올린 “시의 집 / 한 채”(「시인의 말」)다. 소설가이자 시인으로, 산악 전문 잡지 『사람과 산』을 창간하고 무수한 산을 오르내린 산악인으로, 또 미술평론가로 다채로운 삶을 살아온 시인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시인이 이야기하는 언어물리학은 “모든 목숨”이 “존재에서 의미로 넘어가며 알게 모르게 익”(「시인의 말」)힌 것이다. 모든 시집이 다른 모든 시집을 품고 있지만, 첫 시집 『겨울모기』에서는 한글 자모를 해체하고 재조합하며 언어물리학의 항해를 시작한 문인으로서의, 두 번째 시집 『러빙 고흐 버닝 고흐』에서는 미술평론가로서의, 세 번째 시집 『인수봉, 바위하다』에서는 산악인으로서의 자아가 전면에 드러난다면, 이번 시집은 하나의 존재로 태어나 자신만의 의미를 획득한 인간 박인식의 시집이라고 할 수 있다.
전작 『인수봉, 바위하다』에서 인수봉 사진과 함께 등반의 수직적 이미지를 주조해낸 시인은 이번 작품들에 한층 너르고 순환적인 이미지를 담아냈다. 그리하여 우주와 시공간 그리고 그보다 더 좁으면서도 깊숙한 우리 바로 곁의 일상까지 외연을 넓혔다. 그의 일상을 담은 시에서도 우주를 볼 수 있는 까닭은 설거지 접시들을 “생의 둥근 받침대들”(〈설거지〉)로 삼아 흔히 먹는 계란프라이에서도 “동그란 노랑으로 부화한 / 난생설화 / 한 알”(〈계란을 부치다가〉)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이는 평생을 방랑하며 살던 시인이 제자리에 머무르며 크고 작은 동심원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방랑길의 나를 / 기다리는 아이들이 / 머무르지 못하는 내 생애 앞에”서 “이제야 간신히 / 어디로도 떠나고 싶지 않”(〈구석에서 울다〉)아진 시인은 “여태 / 걸어온 길들은 안개 바다에 잠겨 / 길을 걷지 못하고 다만 떠오르”(〈산의 둥근부력〉)고 있지만, 엄마의 밥상을 차리기 위하여 "계란을 부치다가"도 고통과 사랑을 버무린 언어의 밥상을 차려(이경호, 해설)준다. 시인의 발은 묶이었지만 시인의 언어는 더 멀리 간다.
작가 소개
1951년 경북 청도에서 태어났다.
나무에게 사사한 언어물리학으로 글을 쓴다.
목 차
시인의 말
1부
해변의 모래
등나무
낙엽장
연필로 쓰던 사랑
공중으로 떨어지다, 공중전화
증모산 풍경
시멘트 블록 골목길과 비
화분에 물 주는 버릇
골목 끝
어느 활자중독자의 무인도 표류기
이날은 정말 있었을까
2부
언어물리학개론 - 차리다
언어물리학개론 - 꽃과 단풍
언어물리학개론 - 물구나무서기
언어물리학개론 - 정면
언어물리학개론 - 타임머신
언어물리학개론 - 고도는
언어물리학개론 - 타임머신도 세상을 뜨는구나
언어물리학개론 - 우주에 대하여
언어물리학개론 - 상대성이론
언어물리학개론 - 수평선 둥글게 마는 방법
언어물리학개론 - 고요와 돌멩이
언어물리학개론 - 나비효과 또는 잠자리효과
언어물리학개론 - 광화사
언어물리학개론 - 늘그막
언어물리학개론 - 잃어버린 역사를 찾아서
언어물리학개론 - 실존에 대하여
언어물리학개론 - 시간에 대하여
언어물리학개론 - 사주
3부
싸리나무
자작나무
나무의 꿈
나무에게 배우다
세상의 모든 나무들은
봄박물관 다녀온 그대의 편지
벚나무 가지에
지난 늦가을의 나름 특별한 까닭
호박의 열반
나무가 없다면 바람은
단풍의 부탁
수박과 칼
내 글씨는
4부
설거지
계란을 부치다가
누구든 한 번쯤 망명객이 되어
진주성에서의 죽음
계란프라이조차
완벽한 식사
인왕산 밤길
구석에서 울다
용서처럼 흐르고 싶으나
어느 늦가을 저녁
두족류가 되었네
5부
가을나비
목소리의 사랑
창 밖
항적운
달
밤하늘
산의 둥근부력
꼬막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고양이앞발매듭
강물은
해설 언어물리학의 사랑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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