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무언가를 가꾸는 과정을 즐기는 사람이 나눠주는 식물 육아 일기
《식물일기》는 조경학을 전공한 평범한 주부가 인도네시아에서 식물을 키우며 아이와 함께 길고 긴 팬데믹 기간의 실내 생활을 이겨낸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이다. 숲 체험과 환경교육에 관심이 많은 저자이기에 단순히 식물을 잘 키우는 비법을 알려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 우리가 지켜가야 할 지속가능한 환경에 대한 애정과 관심도 담고 있다. 아이와 함께 식물을 이용한 다채로운 미술 놀이와 산책을 자주 하고, 불편한 자연에서 여러 밤을 지내며 적당히 거리를 둔 만큼 잘 자라는 것은 식물 뿐만 아니라 아이도 그렇다고 알려준다. 저자는 식물을 키우며 자주 웃었다고 말한다. 이 소박하고 단정한 식물 일기를 읽은 모든 이들에게 초록빛 여유와 수고로운 느림을 선사하는 웃음이다. 식물을 키우고 싶지만 죽일까 봐 망설였던 이들에게 생산적인 실패를 권하는 책이기도 하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자연처럼 많이 죽여봐야 잘 키울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오랜 경험을 통해 보여준다.
돌봄에 인색하지 않은 사람이 되기 위해
오늘도 수고로운 식물 생활을 합니다
어디선가 정원가는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작은 새싹을 심으면서 나무가 될 모습을 상상하는 사람들이라고 말이다.
누나는 그런 의미에서 정원가가 맞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 모두가 잠재적 정원가일지도 모르겠다. ”
_권영일 드라마 감독
지는 꽃이 슬퍼 보여서 꽃나무를 키우지 않던 저자가 마흔 살이 지나 지는 꽃과 갓 피어오르는 이파리를 똑같이 아끼게 되었다고 말하는 에세이. 《식물일기》는 여름 나라인 인도네시아에서 평범한 주부가 식물과 아이를 키우며 길고 긴 팬데믹 기간을 견디며 전보다 더 단단한 삶의 뿌리를 내린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녀는 이십 대엔 학부과정에서 꽃과 식물을 공부하고 삼십 대 땐 대학원과정에서 환경과 조경을 공부했다. 졸업 후엔 숲 체험과 환경교육, 공간의 중요성을 알리는 일들을 했는데, 결혼 후 남편을 따라 인도네시아로 어린 아이를 데리고 이주하면서 주부로서만 살아왔다. 자연을 벗 삼아, 아이와 산책을 하고 동남아시아 곳곳을 여행하는 재미로 살던 그녀는 ‘코로나’라는 역병을 맞아 집 안에 갇혀 지내며 생긴 심각한 향수병과 우울감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의 전공을 살려 식물을 본격적으로 키우게 된다. 사진을 찍고 글을 남기는 것에 남다른 감각이 있던 그녀가 차곡차곡 소셜미디어에 쌓은 식물 일기는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 엄마라는 이름표 옆에 ‘작가’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여준, 애정을 갖고 바라본 수십 개의 식물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아이에게도 자신만의 나무를 키울 수 있게 도우며-식물에게 이름을 반드시 지어 준다- 생명을 책임감 있게 돌보는 기쁨과 어려움을 경험하게 도와주는 그녀는 천상 육아형 정원가이다.
무언가를 가꾸는 과정을 즐기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면 충분하다
나무가 숲이 되듯이, 느리지만 완벽하게 유지하는 인생의 거리두기
뿌리를 덮은 흙을 탁탁 다지며 식물에게 필요한 물, 바람, 햇빛을 챙겨주고 가까이 다가가 그들의 생김새를 구석구석 살피며 답답한 하루하루를 버틴 저자의 모습에서 함께 코로나 시대를 건넌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전 세계 모두가 다같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집에 갇혀 하나라도 손으로 무언가를 하려고 애썼던 그 모습 말이다. 어떤 이는 달고나 커피를 만들고 어떤 이는 옷을 만들고 어떤 이는 팬데믹 격리 일기를 썼다. ‘식물하는 엄마’로서 그녀는 하루 세 끼 꼬박꼬박 챙겨 먹으며 반복되는 집안일의 연속이었던 하루를 돌아보니 결국 식물을 보살피는 행위가 자신을 보살피는 일임을 깨닫게 되었다. 돌봄에 인색하지 않았던 시간이 키운 식물 친구들을 하나하나 포장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일을 통해 내면의 그릇이 무한정으로 커졌음을 동시에 느꼈다. 책에는 그렇게 배려와 공생의 법칙으로 자신의 생명력을 유지한 식물과 하루가 다르게 성장한 아이의 에너지가 동시에 담겨있다. 조경전문가답게 전문적으로 쉽게 키울 수 있거나 키우는 재미가 쏠쏠한 식물의 종류, 식물 퇴비, 천연 살충제 만드는 법, 물주기 단기속성 5단계, 언제나 알쏭달쏭한 분갈이법 등 식물 키우기 안내서로서의 면모도 놓치지 않고 있다.
이 소박하고 따뜻한 식물 일기를 읽고 나면, 때론 무언가를 가꾸는 과정을 즐기는 것만으로 충분할 때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조용하고 연약해보이는 새싹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나무가 되고 나아가 우리의 숨과 삶을 유지시켜주는 숲이 되는 자연의 지혜는 삶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목도 잘 가누지 못했던 아이가 방전되지 않은 자동차처럼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자연의 시간을 따라 식물을 관찰하고 식물이 자라나는 소리를 듣고, 희생과 인내가 매순간 필요하지만 언젠가는 독립해서 부모 곁을 떠날 아이의 사랑스러움을 쫓으며 끊임없이 기록한 이 생생한 식물 육아 일기는 함께 어려운 시기를 지나온 우리 모두에게 소중한 졸업 선물이 될 것이다. 지난 삼 년간 적당한 거리두기를 통해 우리의 나이테가 아주 촘촘하고 곱게 다져졌음을 믿게 하는 책이다.
“식물 일기를 쓰며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사소한 이야기도 책이 될 수 있을까?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사소한 하루하루의 소중함, 평범한 일상이 모여 한 권의 책이 되고 나아가 삶이 된다는 사실을! 삼 년 동안 매일 아침 식물들을 바라보며 물을 주고 아이를 키우며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나의 이야기가 곧 당신의 이야기임을 알기 때문입니다.”_ ‘에필로그’ 중에서
“이 책은 꾸준하고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육아와 식물 키우기가 얼마나 닮아있는지 알려주고, 나아가 무언가를 키우면서 자기를 돌아보고 함께 성장하는 기쁨을 누리게 도와준다. 그녀가 쉽고 재미있게 전달해주는 식물 키우기 팁들을 따라 비가 오는 날이면, 빗물을 받아다가 용케 살아남은 나의 가여운 식물들에게 비오듯이 졸졸 따라준다.”_’편집자 노트’ 중에서
작가 소개
권영경
다 큰 식물보다 어린 묘목 또는 씨앗을 심고 점점 커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멈춤과 실패, 기다림의 순간을 더 자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아이를 키울 때처럼 말이죠. 육아를 하면서 자꾸 실패하고 아이의 성장이 제 기준에서 더디다고 느껴질 때, 아이의 귀여움을 뒤적입니다. 아이의 반짝이는 순간과 엉뚱한 귀여움에 무조건 항복하고 다시 아이를 바라보면 그저 지금의 모습을 인정하고 사랑하게 됩니다. 세상의 모든 어린 존재들에게 귀찮음이 아닌 귀여움을 찾는 마음으로 솔리를 키우고 식물을 보살피고 식물 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십 대엔 서울시립대학에서 꽃과 식물을 공부했습니다. 삼십 대땐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환경과 조경을 공부했고 졸업 후엔 숲 체험과 환경교육, 공간의 중요성을 알리는 일들을 했습니다. 사십 대인 지금은 야생 식물이 넘쳐나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아이와 식물을 키우며 살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달라지는 아이와 식물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들의 진심에 귀 기울이고 그 이야기를 사진과 글로 기록하는 일을 계속 해 나갈 생각입니다.
목 차
프롤로그: 저는 식물하는 엄마입니다
Chapter 1. 오늘도 수고로운 일을 시작합니다
당신은 이름 대로 살고 있습니까? | 뿌리에 진심인 편입니다 | 취미는 식물 | 오후 세 시, 창문을 열어요 | 저는 애매한 사람이에요 | 우리 공기값은 하고 살아요 | 버섯이 버젓이 | 돌봄에 인색하지 않은 사람 | 숫자 3과 삶 | 당신은 과습입니다 | 제 수명 다 할 때까지
Chapter 2. 너는 나의 봄이다: 아이와 식물 그리고 나
봄이 왔나 봄 | 아이와 연결되는 시간 | 산책의 발견: 사계절 낭만수집 | 누가 내 얼굴에 색종이를 뿌렸나 | 주먹 쥐고 손을 펴서 손뼉 치고 | 여행자의 나무 |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 | 너는 나의 봄이다 | 씨앗은 어떻게 기다려야 하는지 안다 | 스스로 문을 열고 나온 것은 걱정할 것 없다 | 요정을 믿어 보아요 | 비밀친구: 그들의 말에 귀 기울여보아요
Chapter 3. 꽃은 지지만 다시 필 것이다
잡초라고 누가 그러던가요 | 지렁이 선생님은 위대하다 | 시선이 머무는 곳엔 항상 빛이 있다 | 꽃은 지지만 다시 필 것이다 | 식물의 경고 | 경험값은 식물로 드립니다 | 말의 지우개 | 말의 기운 | 흡연 대신 흡입을 해요 | 당신은 자연에 들른 손님입니다 | 다시 처음으로
Chapter 4. 나무가 숲이 되는 것처럼 : 느리지만 완벽하게
엄마라는 이름의 꽃 | 나의 이름을 되찾다 | 식물생활의 길 | 좀 가벼워지세요 | 배려와 공생의 법칙 | 뜨거운 책임감에 관하여 | 이름처럼 살고 있습니까? | 안전 거리를 유지하세요 |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어서 | 지금 우리의 나이테는 촘촘하다
에필로그: 거리두기가 살린 우리의 단단한 삶
편집자 노트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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