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김영숙 시인의 시 세계를 고요하게 바라본다. 인간의 숲에서 목수국이 피고 새가 운다. 생은 다정하게 때로는 아프게 꽃으로 와서 꽃으로 가는 중이다. 사람의 정원에서는 늘 사람에게 진실한 사람이 집을 짓고 집을 부순다. 매 순간 모양을 바꾸는 구름과 바람과 바다 앞에서도 시인의 손길은 스스로 길을 내는 새처럼 지극한 사랑으로 시를 빚는다. 시집 『왜가리의 슬픔을 읽는 저녁』에 담긴 그의 문장을 읽는 동안 파도가 치고 눈보라가 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극에는 인간사의 선명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버려지고 아픈 시간의 손목을 어루만지는 연금술이 새와 봄을 불러내고 있다. 부서진 시간 속에서 발밑 통증을 느끼며 아름다운 시간을 걸어가는 시인의 모습이 보인다. “절벽과 동백나무를 품고/ 밤마다 몸살을 앓던 어머니의 계단”(「동백바다」)을 지나 시인은 눈부신 바다 앞에 서 있다. 넓고 깊은 바다 앞에서 노을빛 같은 고백을 드러내고 있다. 기억과 공간의 갈피가 수많은 꽃처럼 접혔다 펴지는 시간, 바다의 깊이를 가늠하듯 독자들의 마음속에도 매화가 필 것이다. 서정의 흔적이 희미해지는 시사(詩史)의 흐름에 그의 이름이 각인되는 순간이다.
- 최서진(시인)
작가 소개
김영숙
충남 천안 출생.
2007년 계간 『시선』 신인상 「독거노인」 외 4편 당선.
한국문인협회 안산지부 회장 역임.
시집 『너무나 깊은 골목』『왜가리의 슬픔을 읽는 저녁』
2021년 한반도문학대상(시부문) 수상.
목 차
1부
폴의 정원 18
동백 바다 20
왜가리의 슬픔을 읽는 저녁 22
아름다운 고백을 보여 드립니다 24
음악 같은 흰 눈이 내린다 26
한밤의 고속도로 28
허기에 대한 철학적 질문 30
도마 옆 매화 핀다 32
발 없는 새 34
바닥사과가 돌아오는 저녁 38
그날의 문장은 어디로 갔을까 40
매화마른 장미 다발에 보름달이 차오를 때 44
낮은음자리로 파도칠 때 46
2부
다정한 애인 51
바람 소리 587번지 52
모란이 오는 저녁 54
분홍의 안과 밖 56
1961년산 슈발블랑처럼 58
라일락 향기 번지는 골목 60
유리창은 보호벽입니까 62
전국이 회색빛이다 64
생일 66
검은 무늬는 언제 새겼을까 68
행려의 시간 70
시간의 방식 71
떠나면 다시 올 수 있는가 72
목련 어머니 74
3부
어머니의 빈 의자 75
비명이 있었다 78
지나가는 비 80
바닷가 서어나무 82
저녁의 수련 1 83
길 위에 모든 어제가 꿈꾸듯이 빛난다 84
나비 모양으로 출렁이는 꽃 86
백발의 느티나무에게 88
휘몰아치는 강물을 사랑한 적 있다 90
소금 창고 92
저녁의 수련 2 94
왼쪽으로 하현달 95
가끔은, 침묵 96
구름의 간격 98
색이 물들다 100
맨발을 만지며 101
4부
진주 발자국 105
내 안에는 여전히 눈 내리는 골목길이 있다 106
타이타닉 107
코스모스 108
장미의 자화상 110
진주 목걸이 112
아주 가까이에 늪 114
우산의 문장 116
나비 퍼즐 118
감이 익어가는 시간 119
명암이 풀어지는 마당 120
나의 마트료시카 122
너에게로 간다는 것은 124
비로소 건널 수 있는 시간 125
코스모스 전언 126
■ 해설 | 조동범(시인) 129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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