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을 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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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이혜숙
출판사항글항아리, 발행일:2023/12/29
형태사항p.319 46판:20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69091947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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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먹어본 사람의 행복, 안 먹어본 사람의 불행

음식은 기억이 되고 기억은 글이 된다

70년간 혓바닥을 맴돈 음식들

먹어본 사람은 행복하고, 안 먹어본 사람은 불행할까? 사람의 행불행을 먹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일흔이 넘은 작가 이혜숙은 이 책에서 먹는 걸로 생애 감정을 판가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계절을 그냥 보내지 않고 늘 먹으면서 흘려보낸다. 프루스트가 홍차에 적셔 맛봤던 마들렌 같은 건 먹지 못해도, 파 뽑아다가 파숙지 해 먹고 열무로 여름을 나고 겨울철에는 보리와 곁들여 홍어애국을 맛본다. 저자는 사계절을 칠십 번 이상 먹은 경력의 소유자다. 먹은 것은 위장으로도 가지만 머리로도 간다. 먹은 음식이 쌓여서 글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음식은 기억이다. 작가는 할머니도 음식으로 기억하고, 엄마의 살아생전을 묘사할 때도 음식을 반찬 삼아 한다. 기억력이 거울처럼 정확한 것은 삼시 세끼 만들어 먹던 시대였고, 시골에서는 밭에서 직접 뽑아다 반찬을 만들었기에 농사일의 결과물이 늘 눈앞 밥상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또 저자의 혀는 노래를 부르기보다 맛을 감별하는 데 더 발달되어 있기도 하다.

글쓰기는 문체가 중요하다. 구조와 쌍벽을 이룰 만큼.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디킨스의 소설 『황폐한 집』의 줄거리가 평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문체를 보세요! 중요한 건 내용보다 문체예요”라고 강조한다. 이 책에도 나보코프의 말을 적용할 수 있다. 무엇을 어떻게 만들어 먹었느냐보다 한 손으로는 음식을 만들고, 다른 한 손으로 글을 써온 작가의 문체가 책에 생명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기억력은 글쓰기의 가장 밑바탕이 된다. 관찰력은 이야기 감이 될 만한 인물의 생김새, 말버릇, 대화, 사고의 틀까지 모두 기억해야만 생생할 수 있다. 저자는 과거의 대화를 이야기의 구조로 얽어 머릿속에 비축하는 데 소질이 있고, 대화의 꼬투리에 매달리는 새침함이나 여운 같은 뒷감정까지 수집할 줄 안다. 즉 들리는 대화와 들리지 않는 속내가 모두 마음속에 쌓인다.

그는 마치 끊임없이 이야기를 지어내는 소설가처럼 배 속엔 먹었던 음식들이, 혓바닥에는 그 재료의 향기가, 머릿속에는 음식을 둘러싼 사람들의 대화가 끊임없이 맴돌고 있다. 그리고 그 세 가지 감각이 합쳐져 그만의 독특한 문체와 이야기가 펼쳐진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혜숙

1953년 전남 함평에서 태어났다.

너무 선명해지는 기억에 뒷덜미를 잡혀 살다가 글로 써 지우는 방법을 택했다. 저서로 『쓰지 않으면 죽을 거 같아서』가 있다. 날마다 즐거운 글쓰기를 하며 소설로 진입했다.

목 차

들어가며


1장 봄

씨 고구마 | 엄마의 지비쑥 | 파김치 | 엄마의 노랑내 | 먹을거리 | 동골댁의 봄 | 삼밭의 연가 | 홍어애국 | 그 아저씨네 집 | 이른 봄 삼밭은 | 독새기라도 먹자 | 묵덕장 | 할머니가 소복시키던 날 | 칠게젓 | 열무지 | 비 오네 | 꽃도 예쁘고 맛도 좋은 유채와 자운영 | 어버이날의 엄마들 | 우렁 | 죽상어가 생각나는 봄 | 누에


2장 여름

병어조림 | 불동김치 | 보리 주면 외 안 줄까 | 묵은 김치 콩나물국 | 새우젓 종지기 속의 새끼 복어 | 멸치젓 | 깡냉이 | 된장 | 수박 한 통 때문에 | 나이 먹은 감나무


3장 가을

오이나물 | 가을마당 | 내가 좋아하는 깨랑 | 가장 즐겁던 놀이터 노적가리 | 여름과 가을 겨울 | 만드리 | 팔월 보름 아침나절에 핀 꽃까지는 붉은 고추 | 쌀 이야기 | 사과 | 아무튼 고구마순 | 모시 | 늦가을 해를 넘기는 쓸쓸함을 달래주는 국 | 살림살이 | 호박 | 물천어 지짐 | 싱건지 | 아, 당고모의 푸진 가을


4장 겨울

배추 먹어라 | 뭘 해 먹이냐고 | 봉산댁 | 가물치 | 홍어 | 상처로 만든 구두정과 | 마른자리 | 고구마 굽기 | 생강들 사요 | 고구마 | 요리라는 것 | 눈 오는 날이네 | 눈 오는 날의 싱건지 | 물막음과 싱건지 | 구워도 먹고 지져도 먹는 곶감 | 먹을 것으로 울던 | 굴이 있는 상 | 조청 | 농한기 | 더 바쁘던 명절


5장 70년간 혀를 맴도는 기억

고사 머리 | 생체 실험해서 알려준 오리고기 | 경상도 갱시기, 우리 동네 김치죽 | 먹는 것과 주부 | 엄마의 마실 | 반찬의 진리 | 술 먹을 때 좋고 아프기도 하고 후회도 되는 | 진정한 밥상 | 엄마의 밥상 | 오다마 | 장조림의 변천 | 시루 밑받침과 또아리 | 밥물 | 사랑스럽던 나뭇잎 그릇 | 엄마의 돌확 | 너 오는 길에 맹감도 없더냐 | 우리의 돼야지 고기 | 조기 | 가마솥 | 모파상 | 내장탕 | 밥 좀 같이 먹자 | 곡식을 키우는 계절 | 비지찌개 | 보쌈이거나 닭발볶음 | 고추조림 | 쌀밥 | 생선구이는 간이 간간해야 | 가정 초 | 다짐과 격려가 되었던 우리 집 고기 | 엄마의 정재 | 번데기 | 시골 쥐 서울 쥐


나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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