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1. 저녁이 있는 삶, “듣기만 해도 눈물이 난다.”
그런데, 어떻게.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구호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성공회대 조효제 교수는 “천편일률적이고 진부하고 엄숙주의에다 도덕주의로 범벅이 되곤 했던 정치 구호가 비로소 인간의 숨결을 찾은 듯하다. 직관적으로 가슴에 와 닿으면서 시적인 울림이 있는, 독특한 발상이다.”라며 “적어도 경제, 복지 이슈만 놓고 보면 이번 대선은 ''저녁이 없는 삶''이냐 ''저녁이 있는 삶''이냐의 구도로 진행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내다봤다("한국일보" 12/06/27).
또한 한 일간지 칼럼은 “그저 그런 이미지의 정치인이었는데 ‘저녁이 있는 삶’은 애잔하다 못해 적어도 그가 어떤 정치인인지 구글링하게 만들었다.”라는 세간의 반응을 전달하기도 했다("경향신문" 12/06/28).
"한겨레" 백기철 논설위원도 이렇게 썼다. “저녁이 있는 삶이란 말을 했을 때 대번에 그 말뜻을 알아들었다. 아, 내가 저녁에 때때로 안양천변을 여유롭게 걸을 수 있는 삶을 말하는구나, 이렇게 말이다. 저녁이 있는 삶이 별건가. 단출한 저녁식사 뒤 부부가 손잡고 동네 공원을 거닐거나, 아이들과 함께 자전거 타거나 배드민턴 치는 것, 동네 호프에서 이웃과 가볍게 맥주 한잔 하는 것 등이 아니겠는가”("한겨레" 12/06/26).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런 ‘목가적인 구호’ 내지는 ‘구호의 상상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문제 제기도 있다.
2. 답은 ‘진보적 자유주의’의 기초 위에 세운
‘공동체 시장경제’다.
이 책은 이런 기대와 우려에 대한 꽤 성실한 대답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의 1부는 ‘저녁이 있는 삶’의 이론적 기초를 다룬다. 이념적으로는 ‘진보적 자유주의’의 새로운 길이며, 내용적으로는 ① 정의, ② 복지, ③ 진보적 성장의 가치를 묶는 ‘공동체 시장경제론’이라는 것이다. 이 책이 진보적 자유주의를 표방하고 나선 것에 대해 최장집 교수는 이렇게 평가했다.
“그간 우리나라 야당의 역사를 보면 도대체 그들의 이념은 무엇일까 하는 문제가 늘 의문 사항으로 남아 있었다. 민족주의와 민주주의를 앞세웠지만, 과연 그들이 자유주의자였는지는 불확실했다. 분명 열정과 투쟁을 앞세우고 선과 악의 이분법을 즐겨 동원한다는 점에서 정치 행태의 측면에서는 자유주의와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책의 내용이라는 측면에서는 자유주의가 아닌 적도 별로 없었다. 야당이 정부가 되었을 때 그들의 정책은 자유주의 혹은 그것의 보수적 버전으로서 신자유주의와 다른 것이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야당은 ‘주저하는 자유주의자’ 혹은 ‘행태는 유사 운동권이면서 내용은 보수적 자유주의’였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반면에 이 책에서 저자는 자유주의의 진보적 가치를 말한다. 자유와 평등, 인권의 가치를 중시하고, 거기에 덧붙여 정의와 공정함, 공동체를 강조한다. 자유주의의 적극적 측면에 더 초점을 맞춤으로써 진보적 토대와 사회적 권리를 확대.강화하겠다는 분명한 뜻으로 읽힌다. 실제로는 주저하는 자유주의 혹은 보수적 자유주의의 내용을 가지면서 겉으로만 진보성을 과시하는, 그간 야당이 보여 준 전형적 패턴으로부터 벗어나겠다는 의지로도 보인다”(본문, 8-9쪽).
그렇다면 ‘공동체 시장경제’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기본적인 개념 구도는 다음 도표에 잘 집약되어 있고, 책의 2부(“정의.복지.진보적 성장을 위한 실천 방안”)는 각각의 가치에 맞는 세부 목표와 정책 과제를 자세히 다룬다.
공동체 시장경제론에 대해 고려대 장하성 교수는 이렇게 평가했다.
“"저녁이 있는 삶"에서 자신이 제시하고 있는 경제정책들을 단순하게 국민을 더 잘살게 하는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주는 방안으로만 보지 않는다. 그런 경제정책들을 우리 사회가 기득권을 깨고 계층을 넘어선 사회적 통합을 이루는 방안으로 보고 있으며, 정의로운 경제를 통해서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방안으로 보고 있다”(본문 35쪽).
그러면서 그 목표는 “우리나라가 더욱더 정의롭고 공정하고 그리고 공평한 사회가 될 것”(본문 38쪽)에서 찾는 것이라 해석했다.
3. 더 이상 ‘미국의 길’이 아니다.
이제 ‘유럽의 길’을 말해야 한다.
최장집 교수는 이 책이 강한 인상을 주는 이유 가운데 하나를 “우리가 지향해야 할 대안 사회로 ‘유럽의 길’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찾고 있다. 그러면서 “역대 우리나라 유력 정치인 가운데 ‘미국의 길’이 아니라는 것을 이토록 분명히 말한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본문 7쪽).라고 덧붙였다.
최근 복지국가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졌고 그에 비례해 유럽의 경험을 강조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정치인들과 지식인들 내지 언론들도 그런 가치의 중요성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여전히 대부분은 미국적 범위 안에 있다. 일자리를 말하면서도, 그래도 노동 유연성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대기업의 전횡을 비판하면서도, 그래도 자유 시장 원리를 침해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서민을 강조하면서도, 그래도 도덕적 해이는 안 된다고 말한다. 따라서 ‘더 이상 미국의 길이 아니고 유럽의 길이다.’를 말하는 이 책이 특별한 느낌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3부는 바로 “유럽의 길”을 말한다. 저자는 “새로운 국가 발전 전략의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유럽으로 정책 여행을 다녀왔다. 네덜란드에서는 “노동”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고 해결하려 했는지를 살폈다. 스웨덴에서는 “복지”가 왜 성장과 함께 갈 수 있는 발전모델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고 한다. 핀란드에서 본 “교육”은 아이들이 자유롭게 공부하면서 세계 최고의 교육 강국이 될 수 있는 길이었다. 영국에서 본 “의료”는 복지국가의 틀 안에서 공적 의료체계가 가진 장점을 살리면서 비효율을 줄여갈 수 있는 방법이었다. 스페인에서는 “협동조합”을 보았는데, 그것은 사회적 기업과 함께 시장경제의 활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치기업의 성공 모델이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최근 유럽 정책 여행을 계기로 유럽형 복지국가와 미국형 자본주의 모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양단간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어렵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유럽 복지국가도 결국 시장주의다. 중요한 것은 핵심 가치가 무엇인가이다. 유럽 모델의 핵심 가치는 사람과 공동체를 중심으로 함께 협동해서 잘살자는 통합의 사회, 복지 공동체의 사회였다. 나는 유럽형 복지 공동체를 기본 모델로 우리 현실에 맞게 창조적으로 보완해 가는 것이 우리가 갈 길이라 생각하며, 공동체 시장경제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본문 88쪽).
4. ‘저녁이 있는 삶’은
함께 사는 사회를 위한 ‘국민 행복 복원 프로젝트’다
이 책에서 저자는 ‘저녁이 있는 삶’이란 단순히 노동단축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분법적 구도를 반대하는 가치라고 말한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고 대화하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식의 이분법, 내가 잘살기 위해선 누군가는 못살아야 한다는 이분법, 내가 옳기 위해서 누군가는 반드시 틀려야 한다는 이분법이 그것이다. 한 인터뷰에서 저자는 이렇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다고 한다.
“저녁이 있는 삶을 돌려 드리겠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경제, 사람이 중심이 되는 복지를 말하는 거다.
산업화다 민주화다 하면서 모두가 힘차게 달려왔는데,
그 혜택을 누릴 수 없다면 누가 다시 뛸 수 있겠는가.
단순히 노동시간 단축만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함께 잘살고, 함께 행복할 수 없는 길이라면
일을 줄인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그것은 올바른 선택이 될 수 없다.
저녁이 있는 삶이 상징하는 것은 결국 민생경제다.
민생경제를 한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우리는 거기서 출발한다”(본문 39쪽).
그러면서 자신이 말하는 저녁이 있는 삶은 지난 60년의 대한민국 근대화를 반성적으로 성찰하면서 내린 결론이라고 한다. 저자는 이렇게 적고 있다.
“우리는 정말 열심히 살았다. 산업화를 위해 헌신했고 범국민적 항쟁이라는 말에 걸맞게 민주화를 위해서도 최선을 다했다. 가장 길게 일하는 나라라는 오명을 들어가면서도 일하고 또 일했다. 외환 위기 때는 금도 모았고, 악정에 맞서 촛불도 들었고, 더 이상 비정규직이 희생되지 않는 사회를 위해 희망버스도 탔다. 그럼에도 우리들의 삶이 여전히 고단하고 희망을 찾기 어려운 형편이라면 뭔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것이다. …… 우리는 정당하게 쉬어야 한다. 그게 정의로운 일이다. 정시 퇴근제가 지켜져야 한다. 더 이상 휴가 가는 것이 회사 눈치 보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휴가는 일하는 자의 권리다. 8시간 일하고 그 뒤에는 가족.이웃.연인.친구와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음악도 듣고, 하고 싶은 공부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늦게까지 일해야 하는 부모를 기다리다 지쳐 잠든 어린아이들에게도 행복한 저녁이 있어야 한다. 야간 학습을 하고 늦게까지 학원에 잡혀 있어야 하는 학생들의 삶에도 저녁이 있어야 한다. 낮에 공부하고 심야에 졸린 눈을 연신 비벼야 하는 아르바이트 학생들도, 낮에 일하는 것도 모자라 밤늦게까지 대리 운전을 해야 버틸 수 있는 가장도 저녁이 있는 삶을 꿈꿀 수 있어야 한다. …… 저녁이 있는 삶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경제, 그럴 수 있는 사회를 말한다. 내가 만들고자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사회를 상징하는 말이다. …… 저녁이 있는 삶을 말하고 민생 대통령이 되겠다는 선언만으로 이루어질 미래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서 출발한다. 다다를 목표가 있어야 나그네는 지치지 않는다. 함께 꿈꿀 미래가 있고, 우리가 그 꿈을 믿고 나선다면 이루지 못할 것은 없다. 나는 당신의 따뜻한 저녁 밥상에 조용히 불을 밝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정말 그런 정치인이 되고 싶다”(본문 96-100쪽).
▣ 작가 소개
저자 : 손학규
1947년 경기 시흥 출생. 경기 중.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인하대학교,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지냈다. 반독재 민주화 운동과 인권 운동에 젊음을 바쳤으며,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장을 역임했다. 제14, 15, 16, 18대 국회의원과 보건복지부 장관, 민선 3기 경기도지사, 민주당 대표를 지냈다. 두 번에 걸쳐 민주당 대표를 맡은 동안에 야권 대통합을 이루어 현재의 민주통합당을 만들었다. 지은 책으로는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2006), 『진보적 자유주의의 길』(2000), 『경기 2002 새로운 희망의 중심지』(1998), 『한국 정치와 개혁』(1993), Authoritarianism and Opposition in South Korea(London & New York, 1989)이 있다. 또한 2006년 1백 일간의 민심 대장정을 기록한 책으로 『길 위에서 민심을 만나다: 손학규의 민심대장정, 그 땀의 기록』(강훈식.이근섭 엮음, 고현주.이길남 사진)이 있다.
▣ 주요 목차
추천사|(최장집)이 책에 주목하는 몇 가지 특별한 이유에 관하여
추천사|(장하성)정의롭고 공정하고 공평한 사회를 위한 손학규의 실천론
서문|나는 왜 이 책을 썼나
1부|진보적 자유주의와 공동체 시장경제
1.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가
2. 시대 변화와 새로운 사회경제 패러다임의 필요성
3. 진보적 자유주의의 새로운 정립을 위하여
4. 21세기형 진보적 자유주의와 공동체 시장경제
5.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2부|정의.복지.진보적 성장을 위한 실천 방안
1장 경제민주화와 사회정의
1. 경제민주화의 지향
2. 경제민주화를 위한 재벌 개혁
3.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
4. 노동시장과 노사 관계의 민주화
5. 금융 민주화
6. 협동조합
2장 사람 중심의 함께 가는 복지
1. 대한민국 공동체의 붕괴
2. 민생경제와 복지
3. 함께 가는 복지
4.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가 함께 가는 복지
5. 복지와 고용이 함께 가는 복지
6. 사람 중심의 재정
7. 남은 문제들
3장 이제 ‘진보적 성장’이다
1. 진보와 성장
2. 균형 성장
3. 혁신 성장
4. 평화 성장
5. 완전고용 국가를 향하여
3부|유럽에서 우리 사회의 미래를 생각하다
1. 유럽 정책 여행을 가다
2. 네덜란드에서 본 노동
3. 스웨덴에서 본 복지
4. 핀란드에서 본 교육
5. 영국에서 본 의료
6. 스페인에서 본 협동조합
에필로그|서민 살리는 민생정치를 꿈꾸며
1. 저녁이 있는 삶, “듣기만 해도 눈물이 난다.”
그런데, 어떻게.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구호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성공회대 조효제 교수는 “천편일률적이고 진부하고 엄숙주의에다 도덕주의로 범벅이 되곤 했던 정치 구호가 비로소 인간의 숨결을 찾은 듯하다. 직관적으로 가슴에 와 닿으면서 시적인 울림이 있는, 독특한 발상이다.”라며 “적어도 경제, 복지 이슈만 놓고 보면 이번 대선은 ''저녁이 없는 삶''이냐 ''저녁이 있는 삶''이냐의 구도로 진행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내다봤다("한국일보" 12/06/27).
또한 한 일간지 칼럼은 “그저 그런 이미지의 정치인이었는데 ‘저녁이 있는 삶’은 애잔하다 못해 적어도 그가 어떤 정치인인지 구글링하게 만들었다.”라는 세간의 반응을 전달하기도 했다("경향신문" 12/06/28).
"한겨레" 백기철 논설위원도 이렇게 썼다. “저녁이 있는 삶이란 말을 했을 때 대번에 그 말뜻을 알아들었다. 아, 내가 저녁에 때때로 안양천변을 여유롭게 걸을 수 있는 삶을 말하는구나, 이렇게 말이다. 저녁이 있는 삶이 별건가. 단출한 저녁식사 뒤 부부가 손잡고 동네 공원을 거닐거나, 아이들과 함께 자전거 타거나 배드민턴 치는 것, 동네 호프에서 이웃과 가볍게 맥주 한잔 하는 것 등이 아니겠는가”("한겨레" 12/06/26).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런 ‘목가적인 구호’ 내지는 ‘구호의 상상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문제 제기도 있다.
2. 답은 ‘진보적 자유주의’의 기초 위에 세운
‘공동체 시장경제’다.
이 책은 이런 기대와 우려에 대한 꽤 성실한 대답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의 1부는 ‘저녁이 있는 삶’의 이론적 기초를 다룬다. 이념적으로는 ‘진보적 자유주의’의 새로운 길이며, 내용적으로는 ① 정의, ② 복지, ③ 진보적 성장의 가치를 묶는 ‘공동체 시장경제론’이라는 것이다. 이 책이 진보적 자유주의를 표방하고 나선 것에 대해 최장집 교수는 이렇게 평가했다.
“그간 우리나라 야당의 역사를 보면 도대체 그들의 이념은 무엇일까 하는 문제가 늘 의문 사항으로 남아 있었다. 민족주의와 민주주의를 앞세웠지만, 과연 그들이 자유주의자였는지는 불확실했다. 분명 열정과 투쟁을 앞세우고 선과 악의 이분법을 즐겨 동원한다는 점에서 정치 행태의 측면에서는 자유주의와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책의 내용이라는 측면에서는 자유주의가 아닌 적도 별로 없었다. 야당이 정부가 되었을 때 그들의 정책은 자유주의 혹은 그것의 보수적 버전으로서 신자유주의와 다른 것이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야당은 ‘주저하는 자유주의자’ 혹은 ‘행태는 유사 운동권이면서 내용은 보수적 자유주의’였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반면에 이 책에서 저자는 자유주의의 진보적 가치를 말한다. 자유와 평등, 인권의 가치를 중시하고, 거기에 덧붙여 정의와 공정함, 공동체를 강조한다. 자유주의의 적극적 측면에 더 초점을 맞춤으로써 진보적 토대와 사회적 권리를 확대.강화하겠다는 분명한 뜻으로 읽힌다. 실제로는 주저하는 자유주의 혹은 보수적 자유주의의 내용을 가지면서 겉으로만 진보성을 과시하는, 그간 야당이 보여 준 전형적 패턴으로부터 벗어나겠다는 의지로도 보인다”(본문, 8-9쪽).
그렇다면 ‘공동체 시장경제’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기본적인 개념 구도는 다음 도표에 잘 집약되어 있고, 책의 2부(“정의.복지.진보적 성장을 위한 실천 방안”)는 각각의 가치에 맞는 세부 목표와 정책 과제를 자세히 다룬다.
공동체 시장경제론에 대해 고려대 장하성 교수는 이렇게 평가했다.
“"저녁이 있는 삶"에서 자신이 제시하고 있는 경제정책들을 단순하게 국민을 더 잘살게 하는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주는 방안으로만 보지 않는다. 그런 경제정책들을 우리 사회가 기득권을 깨고 계층을 넘어선 사회적 통합을 이루는 방안으로 보고 있으며, 정의로운 경제를 통해서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방안으로 보고 있다”(본문 35쪽).
그러면서 그 목표는 “우리나라가 더욱더 정의롭고 공정하고 그리고 공평한 사회가 될 것”(본문 38쪽)에서 찾는 것이라 해석했다.
3. 더 이상 ‘미국의 길’이 아니다.
이제 ‘유럽의 길’을 말해야 한다.
최장집 교수는 이 책이 강한 인상을 주는 이유 가운데 하나를 “우리가 지향해야 할 대안 사회로 ‘유럽의 길’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찾고 있다. 그러면서 “역대 우리나라 유력 정치인 가운데 ‘미국의 길’이 아니라는 것을 이토록 분명히 말한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본문 7쪽).라고 덧붙였다.
최근 복지국가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졌고 그에 비례해 유럽의 경험을 강조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정치인들과 지식인들 내지 언론들도 그런 가치의 중요성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여전히 대부분은 미국적 범위 안에 있다. 일자리를 말하면서도, 그래도 노동 유연성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대기업의 전횡을 비판하면서도, 그래도 자유 시장 원리를 침해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서민을 강조하면서도, 그래도 도덕적 해이는 안 된다고 말한다. 따라서 ‘더 이상 미국의 길이 아니고 유럽의 길이다.’를 말하는 이 책이 특별한 느낌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3부는 바로 “유럽의 길”을 말한다. 저자는 “새로운 국가 발전 전략의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유럽으로 정책 여행을 다녀왔다. 네덜란드에서는 “노동”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고 해결하려 했는지를 살폈다. 스웨덴에서는 “복지”가 왜 성장과 함께 갈 수 있는 발전모델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고 한다. 핀란드에서 본 “교육”은 아이들이 자유롭게 공부하면서 세계 최고의 교육 강국이 될 수 있는 길이었다. 영국에서 본 “의료”는 복지국가의 틀 안에서 공적 의료체계가 가진 장점을 살리면서 비효율을 줄여갈 수 있는 방법이었다. 스페인에서는 “협동조합”을 보았는데, 그것은 사회적 기업과 함께 시장경제의 활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치기업의 성공 모델이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최근 유럽 정책 여행을 계기로 유럽형 복지국가와 미국형 자본주의 모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양단간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어렵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유럽 복지국가도 결국 시장주의다. 중요한 것은 핵심 가치가 무엇인가이다. 유럽 모델의 핵심 가치는 사람과 공동체를 중심으로 함께 협동해서 잘살자는 통합의 사회, 복지 공동체의 사회였다. 나는 유럽형 복지 공동체를 기본 모델로 우리 현실에 맞게 창조적으로 보완해 가는 것이 우리가 갈 길이라 생각하며, 공동체 시장경제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본문 88쪽).
4. ‘저녁이 있는 삶’은
함께 사는 사회를 위한 ‘국민 행복 복원 프로젝트’다
이 책에서 저자는 ‘저녁이 있는 삶’이란 단순히 노동단축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분법적 구도를 반대하는 가치라고 말한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고 대화하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식의 이분법, 내가 잘살기 위해선 누군가는 못살아야 한다는 이분법, 내가 옳기 위해서 누군가는 반드시 틀려야 한다는 이분법이 그것이다. 한 인터뷰에서 저자는 이렇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다고 한다.
“저녁이 있는 삶을 돌려 드리겠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경제, 사람이 중심이 되는 복지를 말하는 거다.
산업화다 민주화다 하면서 모두가 힘차게 달려왔는데,
그 혜택을 누릴 수 없다면 누가 다시 뛸 수 있겠는가.
단순히 노동시간 단축만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함께 잘살고, 함께 행복할 수 없는 길이라면
일을 줄인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그것은 올바른 선택이 될 수 없다.
저녁이 있는 삶이 상징하는 것은 결국 민생경제다.
민생경제를 한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우리는 거기서 출발한다”(본문 39쪽).
그러면서 자신이 말하는 저녁이 있는 삶은 지난 60년의 대한민국 근대화를 반성적으로 성찰하면서 내린 결론이라고 한다. 저자는 이렇게 적고 있다.
“우리는 정말 열심히 살았다. 산업화를 위해 헌신했고 범국민적 항쟁이라는 말에 걸맞게 민주화를 위해서도 최선을 다했다. 가장 길게 일하는 나라라는 오명을 들어가면서도 일하고 또 일했다. 외환 위기 때는 금도 모았고, 악정에 맞서 촛불도 들었고, 더 이상 비정규직이 희생되지 않는 사회를 위해 희망버스도 탔다. 그럼에도 우리들의 삶이 여전히 고단하고 희망을 찾기 어려운 형편이라면 뭔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것이다. …… 우리는 정당하게 쉬어야 한다. 그게 정의로운 일이다. 정시 퇴근제가 지켜져야 한다. 더 이상 휴가 가는 것이 회사 눈치 보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휴가는 일하는 자의 권리다. 8시간 일하고 그 뒤에는 가족.이웃.연인.친구와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음악도 듣고, 하고 싶은 공부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늦게까지 일해야 하는 부모를 기다리다 지쳐 잠든 어린아이들에게도 행복한 저녁이 있어야 한다. 야간 학습을 하고 늦게까지 학원에 잡혀 있어야 하는 학생들의 삶에도 저녁이 있어야 한다. 낮에 공부하고 심야에 졸린 눈을 연신 비벼야 하는 아르바이트 학생들도, 낮에 일하는 것도 모자라 밤늦게까지 대리 운전을 해야 버틸 수 있는 가장도 저녁이 있는 삶을 꿈꿀 수 있어야 한다. …… 저녁이 있는 삶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경제, 그럴 수 있는 사회를 말한다. 내가 만들고자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사회를 상징하는 말이다. …… 저녁이 있는 삶을 말하고 민생 대통령이 되겠다는 선언만으로 이루어질 미래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서 출발한다. 다다를 목표가 있어야 나그네는 지치지 않는다. 함께 꿈꿀 미래가 있고, 우리가 그 꿈을 믿고 나선다면 이루지 못할 것은 없다. 나는 당신의 따뜻한 저녁 밥상에 조용히 불을 밝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정말 그런 정치인이 되고 싶다”(본문 96-100쪽).
▣ 작가 소개
저자 : 손학규
1947년 경기 시흥 출생. 경기 중.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인하대학교,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지냈다. 반독재 민주화 운동과 인권 운동에 젊음을 바쳤으며,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장을 역임했다. 제14, 15, 16, 18대 국회의원과 보건복지부 장관, 민선 3기 경기도지사, 민주당 대표를 지냈다. 두 번에 걸쳐 민주당 대표를 맡은 동안에 야권 대통합을 이루어 현재의 민주통합당을 만들었다. 지은 책으로는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2006), 『진보적 자유주의의 길』(2000), 『경기 2002 새로운 희망의 중심지』(1998), 『한국 정치와 개혁』(1993), Authoritarianism and Opposition in South Korea(London & New York, 1989)이 있다. 또한 2006년 1백 일간의 민심 대장정을 기록한 책으로 『길 위에서 민심을 만나다: 손학규의 민심대장정, 그 땀의 기록』(강훈식.이근섭 엮음, 고현주.이길남 사진)이 있다.
▣ 주요 목차
추천사|(최장집)이 책에 주목하는 몇 가지 특별한 이유에 관하여
추천사|(장하성)정의롭고 공정하고 공평한 사회를 위한 손학규의 실천론
서문|나는 왜 이 책을 썼나
1부|진보적 자유주의와 공동체 시장경제
1.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가
2. 시대 변화와 새로운 사회경제 패러다임의 필요성
3. 진보적 자유주의의 새로운 정립을 위하여
4. 21세기형 진보적 자유주의와 공동체 시장경제
5.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2부|정의.복지.진보적 성장을 위한 실천 방안
1장 경제민주화와 사회정의
1. 경제민주화의 지향
2. 경제민주화를 위한 재벌 개혁
3.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
4. 노동시장과 노사 관계의 민주화
5. 금융 민주화
6. 협동조합
2장 사람 중심의 함께 가는 복지
1. 대한민국 공동체의 붕괴
2. 민생경제와 복지
3. 함께 가는 복지
4.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가 함께 가는 복지
5. 복지와 고용이 함께 가는 복지
6. 사람 중심의 재정
7. 남은 문제들
3장 이제 ‘진보적 성장’이다
1. 진보와 성장
2. 균형 성장
3. 혁신 성장
4. 평화 성장
5. 완전고용 국가를 향하여
3부|유럽에서 우리 사회의 미래를 생각하다
1. 유럽 정책 여행을 가다
2. 네덜란드에서 본 노동
3. 스웨덴에서 본 복지
4. 핀란드에서 본 교육
5. 영국에서 본 의료
6. 스페인에서 본 협동조합
에필로그|서민 살리는 민생정치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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