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국내에서는 사람이 죽거나 말거나, 자살을 하거나 말거나 fta만 체결하면 우리나라가 잘 살게 된다는 주술사들의 통상독재 시대는 이제 막을 내려야 한다. 그게 우리가 대선에 올려야할 주제이고 질문이다.”
“2012년 대선은 아마도 토건이 시험대에 올라가는 순간이 될 것이다. 이것은 큰 싸움이다. 작게는 한국 경제의 명운이 걸려 있고, 크게는 동북아 경제가 걸려 있는 싸움이기도 하다. 한국의 상황에서 복지냐 아니냐, 이건 오히려 이념적이지만 토건에 비하면 작은 싸움일 수도 있다.” - 본문 중에서
지난 3월 한미 fta 발효에 저항하면서 삭발을 하고, 15만 부 이상 판매된 - 지금도 독자들이 꾸준히 찾고 있는 - 『88만원 세대』 절판 선언을 하면서, 우석훈 박사가 내기로 했던 책 『fta 한 스푼-그리고 질문 하나』가 나왔다.
한때 한미 fta 반대 여론이 70%에 달하기도 했으나, 2012년 총선을 거치면서 한미 fta는 의제들이 경쟁하는 연단에서 사라졌다. 2012년 대선 때 이 문제가 의제로 부각될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높지 않아 보인다. 우석훈의 삭발이 ‘고요해진 전쟁터’ 한미 fta를 향한 ‘단독 선전포고’이고, 『88만원 세대』의 절판이 ‘교전 행위’였다면 『fta 한 스푼-그리고 질문 하나』의 출간은 ‘확전’이다.
그는 이 책에서 △통상 독재의 주 집행부서인 통상교섭본부의 해체와 △‘동시 다발적 fta 전략의 폐지’ △장기적으로는 노무현 컨센서스의 해체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일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번 대선에서 우리 국민들이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에게 “당신의 통상정책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꼭 하자고 제안한다. “fta에 대한 지식보다 중요한 건 질문이다.”
한미 fta는 삼성이 밀어붙인 거다?
『fta 한 스푼-그리고 질문 하나』는 3개의 장으로 구성됐다. 1장에서는 fta가 한국에서 추진되는 여러 정황들에 대해서 개괄적으로 살펴보았으며, 2장에서는 저자가 왜 한미 fta를 공포라고 생각하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될지 분석했다. 3장에서는 한미 fta, 동시 다발적 fta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fta를 넘어서 ‘통상전략’ 자체에 대한 성찰적 검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1장에서 저자는 한미 fta 추진 배경을 음모론과 내인론, 두 경로로 파헤친다. 노무현 정부 시절 갑작스런 한미 fta 추진은 측근들도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됐으며, 그 배경은 아직도 일종의 미스테리로 남아 있다. 먼저 저자가 “자신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음모론으로 이를 설명하면서 ‘삼성 음모론’을 언급해 흥미롭다.
“이건희의 ‘샌드위치 위기론’과 결합해서 한미 fta를 동력 중 하나는 당시 삼성에서 강력하게 주장하던 금융허브론이었다. … 여기에 삼성의 의료 부문 강화 혹은 물 민영화 주장 등이 결합되면서 … 삼성이 한미 fta를 자신들의 그룹 전략으로 보았고, 그래서 참여정부에게 진간접적으로 한미 fta 추진을 종용했다는 정황 정도는 추정해볼 수 있게 된다.
여기에 결국 협상을 건의하고 추진한 당사자(김현종)가 삼성전자의 해외법무 사장으로 갔으니, 당사자나 삼성 혹은 주변의 인사들이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는 이상, “삼성이 한 거다”는 음모론은 그 자체로 완결된 고리를 갖는다.” (본문 중에서)
노무현 정부의 fta를 선의로 분석해보면
저자는 이어 ‘내인론’의 접근법으로 한미fta 협상 개시의 배경을 따져본다. 여기서도 예의 삼성이 등장한다. 참여정부 초기에 한국 경제 지향점의 참고 대상으로 이른바 스웨덴 모델과 네덜란드 모델이 언급된 적이 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그룹의 핵심 인사들과 함께 그 즈음 스웨덴을 방문해 그 나라의 재벌 ‘발렌베리’ 모델을 살펴본 적이 있다. 하지만 삼성은 까다로운 유산 승계와 도덕 기준에 따라 이 모델을 선호하지 않았다. 이후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이 주장했던 네덜란드 모델도 사회적 파급력을 갖지 못했다. 이에 따라 그 다음에 제시된 것이 ‘미국 모델’이다.
“‘개방이냐 아니냐.’ 그렇게 얘기하던 찬성론자들의 얘기는, 단순히 시장을 열고 닫는, 그런 의미가 아니라 개화된 미국 경제의 운용방식과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받아들일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였다고 보는 것이 이치에 맞는다. 이 정도가 가장 선의로 이해한 노무현 시대의 한미 fta 추진에 관한 내인론이다.” (본문 중에서)
저자는 이어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서 한미 fta를 날치기까지 동원해서 통과시킨 것의 배경도 정치, 경제, 외교 분야 등 3개 측면을 음모론적 시각에서 흥미롭게 분석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 날치기의 배경
우석훈이 한미 fta의 시작과 통과의 전 과정을 설명하면서 ‘워싱턴 컨센서스’와 유사한 개념으로 ‘노무현 컨센서스’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그가 말하는 노무현 컨센선스의 정의는 이렇다.
“여당, 야당의 구분과는 상관없이 fta를 중심으로 정치인, 관료, 재계에 이르기까지, 한국 지배층들이 포괄적으로 가지고 있던 한미 fta에 대한 거대한 합의 같은 게 존재한다. 이걸 노무현 컨센서스라고 부르기로 하자.” (본문 중에서)
우석훈은 노무현 컨센서스 동맹군으로 참여정부 당시 여당, 지금은 야당에 속한 인사들을 세 부류로 나눈다. “스스로 바보임을 자청하거나, 자신의 신념을 강조하며 통상파라는 입장을 가지거나 혹은 어정쩡한 입장에서 비겁함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바보 그룹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해, 당시 국회 fta 특위 위원장을 맡았던 송영길 현 인천시장, 후에 스스로 잘못은 고백은 했지만 정동영 전 의원과 참여정부 시절 대부분 여권 인사들이 포함됐다. 신념파는 나중에 ‘전향’한 정세균, 박지원 의원이 들어가 있으며, 김진표 의원을 비롯한 통상파들이 해당된다. 비겁파는 소위 ‘착한 fta와 나쁜 fta’를 구별하면서 일관성을 잃은 한명숙 전 총리가 대표적 인물이다. 저자는 시급하지도 않고, 한국 경제에 이롭지도 않은 게 분명한 한미 fta가 왜 이렇게 갑작스럽고, 신속하게 처리됐는지에 대해 여러 가지 사실과 자신의 추론을 통해 1장에서 그 전모를 밝히고 있다.
봉준호의 괴물과 한미 fta 괴수가 다른 점은?
저자는 당초 이 책의 제목을 ‘모든 공포의 총합’으로 하려 했다. 그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은 괴수영화로는 특이하게 괴물의 모습이 영화 전반부에 나타나지만, 대부분의 괴수영화는 괴물이 영화 중반부 이후에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면서, 한미 fta의 괴수적 성격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2장의 제목이 ‘고질라는 언제 등장하는가’라고 정해진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다. 고질라는 ‘모든 공포를 총합’한 것의 상징이다.
그는 한미 fta 효과와 관련해서 특정 분야에 대한 이익과 손실을 따지는 것은 필요하긴 하지만 큰 의미는 없다고 주장한다. 주로 한국의 외교통상부가 이런 접근을 하고 있는데, 이런 방식이 “우리 앞에 이미 등장하기 시작한 고질라의 모습”을 보지 못하게 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지금부터 나는 독자 여러분들에게 다시 현미경으로 아주 좁게 들여다보게 만든 화각을 뒤로 빼서, 광각의 스크린으로, 아주 원거리에서 한미 fta라는 영화를 재구성해보려고 한다.”며 자신이 재구성한 영화에 등장하는 괴물 fta의 모습을 드러내주고 있다.
그는 무엇보다 한미 fta는 물론 한-EU fta도 우리에게 경제적으로 유리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는 말한다.
“무슨 엄청난 컴퓨터의 도움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무지막지하게 통상 전문가가 되어야 알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어쩌면 이건 안데르센 동화에 나오는 ‘벌거벗은 임금님’과 같은 얘기이다. 경제학과 학부 1학년 아니 그게 좀 무리하다면 학부 3학년이면, 한미 fta가 경제적으로 유리하게 되기가 어렵다는 것은 금방 알 수 있다.” (본문 중에서)
저자는 기본적인 경제 이론과 구체적인 수치 등을 언급하면서, 미장원과 골목 상권이 한미 fta와 어떤 관계를 맺으며 불리한 상황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지 설명하면서, 자신의 논거를 풀어나가고 있다.
괴수가 숨어 있는 곳, ISD
저자는 특히 한미 fta 내용 가운데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에 대해 이는 “1% vs 99% 사회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라며 이 조항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말한다.
“한미 fta라는 극장에서, 찬성 측이나 반대 측이나, 만약 여기에 괴수가 숨어 있다면, 그 본체는 ISD일 것이라는 데에는 모두 동의할 것이다. ISD가 특별한 것은, 이 뒤에는 90년대 이후에 세계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축으로 떠오른 다국적기업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ISD는 다국적기업에 의한, 다국적기업만을 위한 그런 제도이다. 생산 분야든, 금융 분야든, 일국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기업이나 우리가 시민으로 부르는 개개인은 이 제도를 통해서 이득 볼 일은 거의 없다.” (본문 중에서)
한미 fta는 총체적으로 봤을 때 우리에게 손해라는 점이 이 책을 통해 밝혀진다. 그리고 그 피해자들은 다층적이고 중층적이다. 어떤 사람은 직접 피해를 받고, 어떤 사람은 그 피해자로 인해서 간접 피해를 받게 된다. 이 책에서는 “국익에 도움이 된다.”라는 주장이 실체도 없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현실과 다른 신기루를 걷어내고 나면, 우리는 한미 fta를 통해서 우리 모두 사실은 직간접적인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불편한 진실’을 만나게 된다.
저자는 한국 경제 내의 약자들에 관한 얘기로 들어가면, 그곳이 바로 한미 fta라는 괴수들이 신나게 뛰어노는 놀이터라며, 이런 약자를 위한 국가는 없다는 점을 고발한다. 저자는 특히 한미 fta 피해 그룹은 청년, 소상공인, 농업 종사자 그리고 재앙적 의료비 피해자들이라는 점을 밝히고, 관련 논의를 상세하게 진행하고 있다.
기상천외한 통상전략
3장의 제목은 ‘fta 한 스푼, 팩스 한 장’이다. “우리는 fta, 아니 통상에 대해서 충분히 알고 있는가? 눈을 조금 키워서 아주 긴 시간으로 한 번 생각해보자. 딱 ‘한 스푼’만큼, 독자 여러분들이 무역 혹은 통상에 대해서 생각해보시기를 바란다.”
정부, 특히 외교통상부와 이를 받아쓰는 주요 언론사들의 프레임을 벗어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 스푼’만큼의 비판적 사고와 질문이다. 의도적 오독과 비판적 읽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저자는 이 장에서 미국과의 fta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앞서 우리나라의 통상정책의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비판의 핵심은 정책 자체가 부재하다는 점이다. 미국이나 일본, 중국 등 개별적 국가 혹은 지역과의 통상 정책이나 전략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무조건 많은 fta, 다다익선, 이게 우리의 기본 통상전략이 되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사회적 논의도 국민적 합의도 없이 어영부영, 은근슬쩍 결정됐다고 꼬집는다.
이는 한국이 특정 국가들과의 fta가 어떤 폐해를 가져올지, 어떤 실익을 줄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채 ‘동시다발적 fta 추진이라는 기상천외한 통상전략’을 추진하는 국가가 돼버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명박 정부의 통상정책이라는 것은 fta가 알파요 오메가라는 비판이다. 자신이 fta 반대론자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 저자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어느 정파가 권력을 잡든, 여당이든 야당이든, 통상 정책 또는 통상 전략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한미 fta 폐지 불가론 근거 비판
하지만 저자의 전망은 비관적이다. 저자는 ISD를 ‘국제 표준 약관’ 정도로 이해했던 박근혜 진영에서, 다른 건 몰라도 통상 부문에서 별도로 자신의 정책을 가지고 있지는 않고, 앞으로도 그렇게 전격적인 ‘박근혜식 통상 정책’이 나올 가능성도 그렇게 높아 보이지도 않는다고 평가한다.
야권도 마찬가지다. 야권의 통상파들은 여권의 입장과 다르지 않으며, 착한 fta, 나쁜 fta처럼 존재하지 않는 허상을 만들어내는 쪽은 여당에 질질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한미 fta에 대해 ‘한 스푼’ 더 생각을 한다면 ‘팩스 한 장’으로 그것을 종료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미 fta 개정은 양쪽 당사자의 합의가 있어야 되지만, 종료는 한쪽의 의사만으로 성립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기후변화협약의 이행 계획에 해당하는 교토 의정서를 클린턴 이후 집권한 부시 행정부에서 성명서 한 장으로 폐기해버린 적이 있다고 저자는 상기시켜준다.
“서정적으로 표현하면, ‘팩스 한 장’으로 우리는 한미 fta를 종료시킬 수 있다. 물론 그 전제는 노무현 컨센서스를 극복하고, 최소한 앞으로의 한국 통상에 관한 방향이 어떻게 되어야 한다는 데에 어느 정도는 국민적 합의가 생겨나고, 그리고도 그 내용에 대통령이 동의하는 경우이다. 민중의 정부 혹은 시민의 정부가 전격적으로 출범하는 경우 외에는 상상하기 어렵다.”
우석훈은 한미 fta 폐기에 대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의 근거를 비판하고 있다. 그는 미국의 무역 보복이 가능하지 않은 이유, 조약이 파기될 경우 국제적 신뢰도가 저하된다며 이를 가지고 협박하는 주장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를 무역 환경과 구체적 사례를 들어가면서 설명한다. 그는 “단기적으로 청와대와 백악관의 사이 관계가 경직”되는 것은 감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오히려 문제는 대한민국 국내 노무현 컨센서스 그룹의 반발이라고 지적한다.
1년 후 재평가 통해 폐기 여부 결정
하지만 저자는 한미 fta의 즉각적 폐기 주장에서 한 발 양보한 제안을 내놓는다. 한미 fta 발효 이후 1년 동안의 재평가 기간을 거친 이후 폐기 여부를 결정하자는 것이다. ‘국민 투표급’ 절차를 거쳐 이를 확정하자는 얘기.
저자는 한EU, 한미, 이런 거대 경제권과의 fta를 했으면, 상식적으로 조금 시간을 가지고 효과를 살펴보면서 중간평가 등 효과 분석을 하고, 기존의 전략을 점검하거나 수정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제 한미 fta를 했으니, 나머지 것들은 더 빨리 속도를 내서, 더 먼저 하자고 한다며, 이건 경제도 아니고, 외교도 아니고, 그냥 이념일 뿐이라고 힐난한다. 저자는 “이 정도면 종교적 수준이다. 역사가 보여주는 건, 이렇게 극단적인 통상주의자들이 경제를 이끌고 나갔던 나라들은 다 망했다는 사실이다.”라고 경고한다.
그는 이에 앞서 fta 피해자는 과소 대표되고, 통상파 정치권력은 과잉된 상황에서 치러지는 이번 대선에서 동시 다발적 fta 추진 전략 폐기를 공약으로 내놓은 후보를 지지할 것이며, 이런 후보가 민주통합이나 야권 연대 세력에서 나타나지 않을 경우 진보 진영 후보를 지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눈에 띄는 것은 외교통상부의 통상교섭본부(본부장 장관급)을 해체 수준의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보고, 국내 경제와 연관성 속에서 통상 문제를 바라보지 않고, fta 체결을 성과로 삼고 있는 외교통상부로부터 교섭본부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석훈은 통상교섭본부를 과거 상공부인 지식경제부로 재편하든지, 청와대 직속이나 국회 소속으로 배치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저자는 대선까지는 아직은 시간이 있으며, 역동적인 대한민국에서는 순식간에 fta가 들불처럼 타올랐던 것처럼 또 다른 흐름으로의 전환 역시 빠른 속도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숨기지 않으면서, “그게 한국에서 살아가는 골치 아픈 일이기도 하지만, 또한 이 나라의 매력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통상교섭본부는 지식경제부, 청와대, 또는 국회로
“우리가 결국 박정희, 전또깡으로 이어지는 그 군부독재도 극복한 나라 아닌가? 모든 경제적 문제가 한꺼번에 밀려왔던 토건과 통상독재 그리고 금융관료의 문제, 결국은 하나씩 극복해서 우리도 선진국이 되는 순간이 올 수 있다는 믿음을 아직 버릴 필요는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에서 정말로 시민이라는 존재가 하나의 흐름으로 등장해야 하고, 그들이 fta에 대해서 ‘한 스푼’만큼의 질문을 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저자는 거듭 강조한다.
그리고 그가 이 책의 전편을 통해 강조하고자 했던 메시지 가운데 하나는 이런 것이다.
“한미 fta는 미국도 한국도 승자가 아니다. 시민으로 규정되는 사람들은 한국이든 미국이든 패배하게 된다. 이긴 것은 국적과 상관없이 다국적 기업들이다.”
그래서 참여정부에게 진간접적으로 한미 fta 추진을 종용했다는 정황 정도는 추정해볼 수 있게 된다. 여기에 결국 협상을 건의하고 추진한 당사자(김현종)가 삼성전자의 해외법무 사장으로 갔으니, 당사자나 삼성 혹은 주변의 인사들이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는 이상, “삼성이 한 거다”는 음모론은 그 자체로 완결된 고리를 갖는다.” (본문 중에서)
저자는 이어 ‘내인론’의 접근법으로 한미FTA 협상 개시의 배경을 따져본다. 여기서도 예의 삼성이 등장한다. 참여정부 초기에 한국 경제 지향점의 참고 대상으로 이른바 스웨덴 모델과 네덜란드 모델이 언급된 적이 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그룹의 핵심 인사들과 함께 그 즈음 스웨덴을 방문해 그 나라의 재벌 ‘발렌베리’ 모델을 살펴본 적이 있다. 하지만 삼성은 까다로운 유산 승계와 도덕 기준에 따라 이 모델을 선호하지 않았다. 이후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이 주장했던 네덜란드 모델도 사회적 파급력을 갖지 못했다. 이에 따라 그 다음에 제시된 것이 ‘미국 모델’이다.
“‘개방이냐 아니냐.’ 그렇게 얘기하던 찬성론자들의 얘기는, 단순히 시장을 열고 닫는, 그런 의미가 아니라 개화된 미국 경제의 운용방식과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받아들일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였다고 보는 것이 이치에 맞는다. 이 정도가 가장 선의로 이해한 노무현 시대의 한미 fta 추진에 관한 내인론이다.” (본문 중에서)
저자는 이어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서 한미 FTA를 날치기까지 동원해서 통과시킨 것의 배경도 정치, 경제, 외교 분야 등 3개 측면을 음모론적 시각에서 흥미롭게 분석하고 있다. 우석훈이 한미 FTA의 시작과 통과의 전 과정을 설명하면서 ‘워싱턴 컨센서스’와 유사한 개념으로 ‘노무현 컨센서스’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그가 말하는 노무현 컨센선스의 정의는 이렇다.
“여당, 야당의 구분과는 상관없이 fta를 중심으로 정치인, 관료, 재계에 이르기까지, 한국 지배층들이 포괄적으로 가지고 있던 한미 fta에 대한 거대한 합의 같은 게 존재한다. 이걸 노무현 컨센서스라고 부르기로 하자.” (본문 중에서)
우석훈은 노무현 컨센서스 동맹군으로 참여정부 당시 여당, 지금은 야당에 속한 인사들을 세 부류로 나눈다. “스스로 바보임을 자청하거나, 자신의 신념을 강조하며 통상파라는 입장을 가지거나 혹은 어정쩡한 입장에서 비겁함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바보 그룹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해, 당시 국회 FTA 특위 위원장을 맡았던 송영길 현 인천시장, 후에 스스로 잘못은 고백은 했지만 정동영 전 의원과 참여정부 시절 대부분 여권 인사들이 포함됐다. 신념파는 나중에 ‘전향’한 정세균, 박지원 의원이 들어가 있으며, 김진표 의원을 비롯한 통상파들이 해당된다. 비겁파는 소위 ‘착한 FTA와 나쁜 FTA’를 구별하면서 일관성을 잃은 한명숙 전 총리가 대표적 인물이다.
저자는 시급하지도 않고, 한국 경제에 이롭지도 않은 게 분명한 한미 FTA가 왜 이렇게 갑작스럽고, 신속하게 처리됐는지에 대해 여러 가지 사실과 자신의 추론을 통해 1장에서 그 전모를 밝히고 있다.
저자는 당초 이 책의 제목을 ‘모든 공포의 총합’으로 하려 했다. 그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은 괴수영화로는 특이하게 괴물의 모습이 영화 전반부에 나타나지만, 대부분의 괴수영화는 괴물이 영화 중반부 이후에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면서, 한미 FTA의 괴수적 성격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2장의 제목이 ‘고질라는 언제 등장하는가’라고 정해진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다. 고질라는 ‘모든 공포를 총합’한 것의 상징이다.
그는 한미 FTA 효과와 관련해서 특정 분야에 대한 이익과 손실을 따지는 것은 필요하긴 하지만 큰 의미는 없다고 주장한다. 주로 한국의 외교통상부가 이런 접근을 하고 있는데,(이걸 받아쓰는 언론도 포함된다) 이런 방식이 “우리 앞에 이미 등장하기 시작한 고질라의 모습”을 보지 못하게 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지금부터 나는 독자 여러분들에게 다시 현미경으로 아주 좁게 들여다보게 만든 화각을 뒤로 빼서, 광각의 스크린으로, 아주 원거리에서 한미 fta라는 영화를 재구성해보려고 한다.”며 자신이 재구성한 영화에 등장하는 괴물 FTA의 모습을 드러내주고 있다. 그는 무엇보다 한미 FTA는 물론 한-EU FTA도 우리에게 경제적으로 유리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는 말한다.
“무슨 엄청난 컴퓨터의 도움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무지막지하게 통상 전문가가 되어야 알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어쩌면 이건 안데르센 동화에 나오는 ‘벌거벗은 임금님’과 같은 얘기이다. 경제학과 학부 1학년 아니 그게 좀 무리하다면 학부 3학년이면, 한미 fta가 경제적으로 유리하게 되기가 어렵다는 것은 금방 알 수 있다.” (본문 중에서)
저자는 기본적인 경제 이론과 구체적인 수치 등을 언급하면서, 미장원과 골목 상권이 한미 FTA와 어떤 관계를 맺으며 불리한 상황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지 설명하면서, 자신의 논거를 풀어나가고 있다. 저자는 특히 한미 FTA 내용 가운데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에 대해 이는 “1% vs 99% 사회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라며 이 조항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말한다.
“한미 fta라는 극장에서, 찬성 측이나 반대 측이나, 만약 여기에 괴수가 숨어 있다면, 그 본체는 ISD일 것이라는 데에는 모두 동의할 것이다. ISD가 특별한 것은, 이 뒤에는 90년대 이후에 세계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축으로 떠오른 다국적기업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ISD는 다국적기업에 의한, 다국적기업만을 위한 그런 제도이다. 생산 분야든, 금융 분야든, 일국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기업이나 우리가 시민으로 부르는 개개인은 이 제도를 통해서 이득 볼 일은 거의 없다.” (본문 중에서)
한미 FTA는 총체적으로 봤을 때 우리에게 손해라는 점이 이 책을 통해 밝혀진다. 그리고 그 피해자들은 다층적이고 중층적이다. 어떤 사람은 직접 피해를 받고, 어떤 사람은 그 피해자로 인해서 간접 피해를 받게 된다. 이 책에서는 “국익에 도움이 된다.”라는 주장이 실체도 없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현실과 다른 신기루를 걷어내고 나면, 우리는 한미 FTA를 통해서 우리 모두 사실은 직간접적인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불편한 진실’을 만나게 된다.
저자는 한국 경제 내의 약자들에 관한 얘기로 들어가면, 그곳이 바로 한미 FTA라는 괴수들이 신나게 뛰어노는 놀이터라며, 이런 약자를 위한 국가는 없다는 점을 고발한다. 저자는 특히 한미 FTA 피해 그룹은 청년, 소상공인, 농업 종사자 그리고 재앙적 의료비 피해자들이라는 점을 밝히고, 관련 논의를 상세하게 진행하고 있다.
3장의 제목은 ‘FTA 한 스푼, 팩스 한 장’이다. “우리는 fta, 아니 통상에 대해서 충분히 알고 있는가? 눈을 조금 키워서 아주 긴 시간으로 한 번 생각해보자. 딱 ‘한 스푼’만큼, 독자 여러분들이 무역 혹은 통상에 대해서 생각해보시기를 바란다.”
정부, 특히 외교통상부와 이를 앵무새처럼 받아쓰는 주요 언론사들의 프레임을 벗어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 스푼’만큼의 비판적 사고다. 의도적 오독과 비판적 읽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한미 FTA는 물론 ‘동시 다발’ FTA만이 한국 경제의 나아갈 길이며, 경제 영토를 확장하는 일이라고 되풀이 강조하고 있는 노무현 컨센서스 동맹 세력의 담론은 사실상 몇 백 년 전에 횡행했던, 경제학 이전의 이론인 ‘중상주의’에 불과하다며, 이는 이른바 ‘국부’와는 무관한 것이라는 점을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우석훈은 말한다.
“기기묘묘하게 수 세기 전의 주장 그리고 역사적으로 이미 경제학에서 폐기된 주장(중상주의)들이 지금 한국에서는 경제학 중의 경제학 자리에 올라가 있는 것이다. 쇄국이냐 개방이냐, 그게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 중상주의이냐 탈 중상주의이냐, 그게 이론적 핵심이 아닌가? 지나친 국가주의와 국민경제에 대한 무비판적 신봉 그리고 달러에 대한 화폐 물신론 같은 게 결합되면서, 지금 우리는 생산이란 과연 무엇인가 혁신이란 어디에서 오는가, 수요와 구매력은 무엇인가, 이런 경제학의 기본에 관한 것들을 완전히 잊고 있던 것 아닌가?”
저자는 이 장에서 미국과의 FTA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앞서 우리 나라의 통상정책의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비판의 핵심은 정책 자체가 부재하다는 점이다. 미국이나 일본, 중국 등 개별적 국가 혹은 지역과의 통상 정책이나 전략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무조건 많이, 다다익선, 이게 우리의 기본 통상전략이 되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사회적 논의도 국민적 합의도 없이 어영부영, 은근슬쩍 결정됐다고 꼬집는다. 이는 한국이 특정 국가들과의 FTA가 어떤 폐해를 가져올지, 어떤 실익을 줄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채 ‘동시다발적 FTA 추진이라는 기상천외한 통상전략’을 추진하는 국가가 돼버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명박 정부의 통상정책이라는 것은 FTA가 알파요 오메가라는 비판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과거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을 진행하면서, 미국과 같은 힘이 엄청 센 나라들과 1 대 1로 협상을 하면 우리가 불리할 수밖에 없으므로, 앞으로는 다자간 협상 자리에 적극 참여해서, ‘국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세워야한다고 강조한 적이 있다. 한데 이제는 다자간 협상틀인 도하 개발 라운드는 놔두고 한미 FTA를 서둘러 체결했다. 그 사이에 한국의 국력이 눈부시게 커졌거나, 미국의 힘이 엄청나게 쪼그라들기라도 했나. 정부는 이에 대한 설명이 없다.
자신이 FTA 반대론자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 저자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어느 정파가 권력을 잡든, 여당이든 야당이든, 통상 정책 또는 통상 전략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저자의 전망은 비관적이다. 저자는 ISD를 ‘국제 표준 약관’ 정도로 이해했던 박근혜 진영에서, 다른 건 몰라도 통상 부문에서 별도로 자신의 정책을 가지고 있지는 않고, 앞으로도 그렇게 전격적인 ‘박근혜식 통상 정책’이 나올 가능성도 그렇게 높아 보이지도 않는다고 평가한다. 야권도 마찬가지다. 야권의 통상파들은 여권의 입장과 다르지 않으며, 착한 FTA, 나쁜 FTA처럼 존재하지 않는 허상을 만들어내는 쪽은 여당에 질질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한미 FTA에 대해 ‘한 스푼’ 더 생각을 한다면 ‘팩스 한 장’으로 그것을 종료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미 FTA 개정은 양쪽 당사자의 합의가 있어야 되지만, 종료는 한쪽의 의사만으로 성립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기후변화협약의 이행 계획에 해당하는 교토 의정서를 클린턴 이후 집권한 부시 행정부에서 성명서 한 장으로 폐기해버린 적이 있다고 저자는 상기시켜준다. 한미FTA, 동시다발 FTA, 그리고 통상정책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고, 대선에서 이를 가능하게 하자는 게 ‘교전 중’인 우석훈이 이 책을 통해 던지는 메시지다. 그는 말한다.
“서정적으로 표현하면, ‘팩스 한 장’으로 우리는 한미 fta를 종료시킬 수 있다. 물론 그 전제는 노무현 컨센서스를 극복하고, 최소한 앞으로의 한국 통상에 관한 방향이 어떻게 되어야 한다는 데에 어느 정도는 국민적 합의가 생겨나고, 그리고도 그 내용에 대통령이 동의하는 경우이다. 민중의 정부 혹은 시민의 정부가 전격적으로 출범하는 경우 외에는 상상하기 어렵다.”
저자는 한EU, 한미, 이런 거대 경제권과의 FTA를 했으면, 상식적으로 조금 시간을 가지고 효과를 살펴보면서 중간평가 등 효과 분석을 하고, 기존의 전략을 점검하거나 수정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제 한미 FTA를 했으니, 나머지 것들은 더 빨리 속도를 내서, 더 먼저 하자고 한다며, 이건 경제도 아니고, 외교도 아니고, 그냥 이념일 뿐이라고 힐난한다. 저자는 “이 정도면 종교적 수준이다. 역사가 보여주는 건, 이렇게 극단적인 통상주의자들이 경제를 이끌고 나갔던 나라들은 다 망했다는 사실이다.”라고 경고한다.
저자는 대선까지는 아직은 시간이 있으며, 역동적인 대한민국에서는 순식간에 FTA가 들불처럼 타올랐던 것처럼 또 다른 흐름으로의 전환 역시 빠른 속도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숨기지 않으면서, “그게 한국에서 살아가는 골치 아픈 일이기도 하지만, 또한 이 나라의 매력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또 말한다.
“우리가 결국 박정희, 전또깡으로 이어지는 그 군부독재도 극복한 나라 아닌가? 모든 경제적 문제가 한꺼번에 밀려왔던 토건과 통상독재 그리고 금융관료의 문제, 결국은 하나씩 극복해서 우리도 선진국이 되는 순간이 올 수 있다는 믿음을 아직 버릴 필요는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에서 정말로 시민이라는 존재가 하나의 흐름으로 등장해야 하고, 그들이 FTA에 대해서 ‘한 스푼’만큼의 질문을 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저자는 거듭 강조한다.
▣ 작가 소개
저 : 우석훈
禹晳熏
한국생태경제연구회, 초록정치연대 등 그가 주로 활동하는 단체들을 살펴보면 그가 어떤 경향을 가진 사람이었는가를 잘 알 수 있다. 그는 주로 환경과 경제 이 두가지 주제에 주목한 글을 저술해왔는데, ''녹색평론''을 통하여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을 위한다는 명목 아래 생태계와 농촌을 파괴하는 노무현 정부의 건설경기 부양정책을 근본적으로 비판했다. 욕심을 버리면 행복해 진다는 평소의 생각을 실천하여 자유로운 개인으로서의 삶을 선택. 어떤 정파나 집단의 이해에도 구속당하지 않고, 경제와 사회, 문화의 영역을 넘나들며 누구보다 왕성한 글쓰기를 지속해 오고 있다.
우석훈은 생태경제학 전공이라는 특이한 학문적 배경을 갖고 있다. 또한 우리가 흔히 환경만의 문제라고 치부하는 것들과 경제적인 이슈들을 결합시켜 주의를 환기시킨다. 『아픈 아이들의 세대 - 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에서는 미세먼지 등 대도시의 환경재난으로 인하여 기형아들이 탄생하고, 이는 단순한 대도시로서 당연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다. 그는 앞으로 5년간 벌어질 서울시의 33개 뉴타운과 지역균형 특수공사와 1000여개의 재개발 공사라는 명확하고 수치적인 경제적 현상들을 통하여 환경이 악화될 수 밖에 없음을 지목하고 있다.
그는 결국 환경과 경제라는 측면에서 한국 사회의 미래에 대한 의문과 나아가야 할 방안에 대해서 고민하는 작가이다. 일련의 환경 관련 저서들에서 그는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환경 문제들이 미칠 영향에 대하여 다시 한번 고민해보도록 만들고 있으며, 최근에 출판한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에서는 FTA라는 폭풍을 맞이할 한국인의 미래에 대한 경고와 우려를 보내고 있다.
그의 사유의 기초를 이루는 것은 모든 살아있는 것들이 겪는 고통에 대한 연민이다. 비정규직과 청년실업 문제 등 젊은 세대가 마주친 당면한 불안한 삶과 빈곤의 문제에 대해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강의하고 인터뷰하는 등 20대 당사자 운동의 방향과 연대 가능성을 고민하고 있다.
인생의 4분의 1을 독일ㆍ프랑스ㆍ영국ㆍ스위스 에서 지냈고, 유엔 기후변화협약의 정책분과 의장과 기술이전분과 이사를 마지막으로 국제협상과 공직에서 은퇴했다. 그 시절에 만들어낸 작품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이한동 총리 때의 「기후변화협약 2차 종합대책」이다. 이후 ‘명랑주의’를 삶의 신조로 택하고 나서 비로소 인생의 행복을 찾았다. 2012년 현재는 성공회대 외래교수와 타이거 픽처스 자문을 맡고 있다. 늘 자신을 ‘C급 경제학자’라고 소개한다.
지은 책으로는『88만원 세대』외에도,『조직의 재발견』,『촌놈들의 제국주의』,『괴물의 탄생』,『생태요괴전』,『생태페다고지』,『디버블링』,『나와 너의 사회과학』,『문화로 먹고살기』,『1인분 인생』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1장. 내부의 힘인가, 외부의 힘인가
-삼성으로 간 김현종을 믿기가 어렵다
-10월 30일까지 해온나!
-노무현 정부의 한미 fta 추진 1 - 음모론
-노무현 정부의 한미 fta 추진 2 - 내인론
-이명박 정부의 한미 fta 추진
*구체제의 연장 시도 - 경제적 음모론
*반MB 세력의 분열 - 정치적 음모론
*한중일 헤게모니의 재구성 - 외교적 음모론
-노무현 컨센서스 - 바보, 신념, 비겁함
*바보
*신념, 통상파
*비겁함
2장. 고질라는 언제 등장하는가?
-고질라는 언제 등장하는가?
*fta, 하거나 말거나…
*미장센과 미필적 고의
*외교부의 한건주의, 이상한 카드 게임
*미국과의 ISD, 생각하지 못한 게 있다.
*ISD 일반에 대한 정부 입장, 누구 돈이 누구에게 가는가
*모든 공포의 총합
*한미 fta의 4대 피해 집단
청년
소상공인
농업
의료비 카타스트로프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 : 소통을 넘어 공감으로
3장. fta 한 스푼, 팩스 한 장
-머컨털리즘의 귀환
-다음 정권의 통상 정책은 무엇인가
-노무현 컨센서스의 복귀
*일본 플러스 알파인가, 일본 마이너스 알파인가
-운명의 팩스 한 장?
-통상 거버넌스
“국내에서는 사람이 죽거나 말거나, 자살을 하거나 말거나 fta만 체결하면 우리나라가 잘 살게 된다는 주술사들의 통상독재 시대는 이제 막을 내려야 한다. 그게 우리가 대선에 올려야할 주제이고 질문이다.”
“2012년 대선은 아마도 토건이 시험대에 올라가는 순간이 될 것이다. 이것은 큰 싸움이다. 작게는 한국 경제의 명운이 걸려 있고, 크게는 동북아 경제가 걸려 있는 싸움이기도 하다. 한국의 상황에서 복지냐 아니냐, 이건 오히려 이념적이지만 토건에 비하면 작은 싸움일 수도 있다.” - 본문 중에서
지난 3월 한미 fta 발효에 저항하면서 삭발을 하고, 15만 부 이상 판매된 - 지금도 독자들이 꾸준히 찾고 있는 - 『88만원 세대』 절판 선언을 하면서, 우석훈 박사가 내기로 했던 책 『fta 한 스푼-그리고 질문 하나』가 나왔다.
한때 한미 fta 반대 여론이 70%에 달하기도 했으나, 2012년 총선을 거치면서 한미 fta는 의제들이 경쟁하는 연단에서 사라졌다. 2012년 대선 때 이 문제가 의제로 부각될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높지 않아 보인다. 우석훈의 삭발이 ‘고요해진 전쟁터’ 한미 fta를 향한 ‘단독 선전포고’이고, 『88만원 세대』의 절판이 ‘교전 행위’였다면 『fta 한 스푼-그리고 질문 하나』의 출간은 ‘확전’이다.
그는 이 책에서 △통상 독재의 주 집행부서인 통상교섭본부의 해체와 △‘동시 다발적 fta 전략의 폐지’ △장기적으로는 노무현 컨센서스의 해체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일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번 대선에서 우리 국민들이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에게 “당신의 통상정책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꼭 하자고 제안한다. “fta에 대한 지식보다 중요한 건 질문이다.”
한미 fta는 삼성이 밀어붙인 거다?
『fta 한 스푼-그리고 질문 하나』는 3개의 장으로 구성됐다. 1장에서는 fta가 한국에서 추진되는 여러 정황들에 대해서 개괄적으로 살펴보았으며, 2장에서는 저자가 왜 한미 fta를 공포라고 생각하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될지 분석했다. 3장에서는 한미 fta, 동시 다발적 fta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fta를 넘어서 ‘통상전략’ 자체에 대한 성찰적 검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1장에서 저자는 한미 fta 추진 배경을 음모론과 내인론, 두 경로로 파헤친다. 노무현 정부 시절 갑작스런 한미 fta 추진은 측근들도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됐으며, 그 배경은 아직도 일종의 미스테리로 남아 있다. 먼저 저자가 “자신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음모론으로 이를 설명하면서 ‘삼성 음모론’을 언급해 흥미롭다.
“이건희의 ‘샌드위치 위기론’과 결합해서 한미 fta를 동력 중 하나는 당시 삼성에서 강력하게 주장하던 금융허브론이었다. … 여기에 삼성의 의료 부문 강화 혹은 물 민영화 주장 등이 결합되면서 … 삼성이 한미 fta를 자신들의 그룹 전략으로 보았고, 그래서 참여정부에게 진간접적으로 한미 fta 추진을 종용했다는 정황 정도는 추정해볼 수 있게 된다.
여기에 결국 협상을 건의하고 추진한 당사자(김현종)가 삼성전자의 해외법무 사장으로 갔으니, 당사자나 삼성 혹은 주변의 인사들이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는 이상, “삼성이 한 거다”는 음모론은 그 자체로 완결된 고리를 갖는다.” (본문 중에서)
노무현 정부의 fta를 선의로 분석해보면
저자는 이어 ‘내인론’의 접근법으로 한미fta 협상 개시의 배경을 따져본다. 여기서도 예의 삼성이 등장한다. 참여정부 초기에 한국 경제 지향점의 참고 대상으로 이른바 스웨덴 모델과 네덜란드 모델이 언급된 적이 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그룹의 핵심 인사들과 함께 그 즈음 스웨덴을 방문해 그 나라의 재벌 ‘발렌베리’ 모델을 살펴본 적이 있다. 하지만 삼성은 까다로운 유산 승계와 도덕 기준에 따라 이 모델을 선호하지 않았다. 이후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이 주장했던 네덜란드 모델도 사회적 파급력을 갖지 못했다. 이에 따라 그 다음에 제시된 것이 ‘미국 모델’이다.
“‘개방이냐 아니냐.’ 그렇게 얘기하던 찬성론자들의 얘기는, 단순히 시장을 열고 닫는, 그런 의미가 아니라 개화된 미국 경제의 운용방식과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받아들일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였다고 보는 것이 이치에 맞는다. 이 정도가 가장 선의로 이해한 노무현 시대의 한미 fta 추진에 관한 내인론이다.” (본문 중에서)
저자는 이어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서 한미 fta를 날치기까지 동원해서 통과시킨 것의 배경도 정치, 경제, 외교 분야 등 3개 측면을 음모론적 시각에서 흥미롭게 분석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 날치기의 배경
우석훈이 한미 fta의 시작과 통과의 전 과정을 설명하면서 ‘워싱턴 컨센서스’와 유사한 개념으로 ‘노무현 컨센서스’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그가 말하는 노무현 컨센선스의 정의는 이렇다.
“여당, 야당의 구분과는 상관없이 fta를 중심으로 정치인, 관료, 재계에 이르기까지, 한국 지배층들이 포괄적으로 가지고 있던 한미 fta에 대한 거대한 합의 같은 게 존재한다. 이걸 노무현 컨센서스라고 부르기로 하자.” (본문 중에서)
우석훈은 노무현 컨센서스 동맹군으로 참여정부 당시 여당, 지금은 야당에 속한 인사들을 세 부류로 나눈다. “스스로 바보임을 자청하거나, 자신의 신념을 강조하며 통상파라는 입장을 가지거나 혹은 어정쩡한 입장에서 비겁함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바보 그룹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해, 당시 국회 fta 특위 위원장을 맡았던 송영길 현 인천시장, 후에 스스로 잘못은 고백은 했지만 정동영 전 의원과 참여정부 시절 대부분 여권 인사들이 포함됐다. 신념파는 나중에 ‘전향’한 정세균, 박지원 의원이 들어가 있으며, 김진표 의원을 비롯한 통상파들이 해당된다. 비겁파는 소위 ‘착한 fta와 나쁜 fta’를 구별하면서 일관성을 잃은 한명숙 전 총리가 대표적 인물이다. 저자는 시급하지도 않고, 한국 경제에 이롭지도 않은 게 분명한 한미 fta가 왜 이렇게 갑작스럽고, 신속하게 처리됐는지에 대해 여러 가지 사실과 자신의 추론을 통해 1장에서 그 전모를 밝히고 있다.
봉준호의 괴물과 한미 fta 괴수가 다른 점은?
저자는 당초 이 책의 제목을 ‘모든 공포의 총합’으로 하려 했다. 그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은 괴수영화로는 특이하게 괴물의 모습이 영화 전반부에 나타나지만, 대부분의 괴수영화는 괴물이 영화 중반부 이후에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면서, 한미 fta의 괴수적 성격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2장의 제목이 ‘고질라는 언제 등장하는가’라고 정해진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다. 고질라는 ‘모든 공포를 총합’한 것의 상징이다.
그는 한미 fta 효과와 관련해서 특정 분야에 대한 이익과 손실을 따지는 것은 필요하긴 하지만 큰 의미는 없다고 주장한다. 주로 한국의 외교통상부가 이런 접근을 하고 있는데, 이런 방식이 “우리 앞에 이미 등장하기 시작한 고질라의 모습”을 보지 못하게 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지금부터 나는 독자 여러분들에게 다시 현미경으로 아주 좁게 들여다보게 만든 화각을 뒤로 빼서, 광각의 스크린으로, 아주 원거리에서 한미 fta라는 영화를 재구성해보려고 한다.”며 자신이 재구성한 영화에 등장하는 괴물 fta의 모습을 드러내주고 있다.
그는 무엇보다 한미 fta는 물론 한-EU fta도 우리에게 경제적으로 유리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는 말한다.
“무슨 엄청난 컴퓨터의 도움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무지막지하게 통상 전문가가 되어야 알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어쩌면 이건 안데르센 동화에 나오는 ‘벌거벗은 임금님’과 같은 얘기이다. 경제학과 학부 1학년 아니 그게 좀 무리하다면 학부 3학년이면, 한미 fta가 경제적으로 유리하게 되기가 어렵다는 것은 금방 알 수 있다.” (본문 중에서)
저자는 기본적인 경제 이론과 구체적인 수치 등을 언급하면서, 미장원과 골목 상권이 한미 fta와 어떤 관계를 맺으며 불리한 상황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지 설명하면서, 자신의 논거를 풀어나가고 있다.
괴수가 숨어 있는 곳, ISD
저자는 특히 한미 fta 내용 가운데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에 대해 이는 “1% vs 99% 사회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라며 이 조항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말한다.
“한미 fta라는 극장에서, 찬성 측이나 반대 측이나, 만약 여기에 괴수가 숨어 있다면, 그 본체는 ISD일 것이라는 데에는 모두 동의할 것이다. ISD가 특별한 것은, 이 뒤에는 90년대 이후에 세계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축으로 떠오른 다국적기업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ISD는 다국적기업에 의한, 다국적기업만을 위한 그런 제도이다. 생산 분야든, 금융 분야든, 일국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기업이나 우리가 시민으로 부르는 개개인은 이 제도를 통해서 이득 볼 일은 거의 없다.” (본문 중에서)
한미 fta는 총체적으로 봤을 때 우리에게 손해라는 점이 이 책을 통해 밝혀진다. 그리고 그 피해자들은 다층적이고 중층적이다. 어떤 사람은 직접 피해를 받고, 어떤 사람은 그 피해자로 인해서 간접 피해를 받게 된다. 이 책에서는 “국익에 도움이 된다.”라는 주장이 실체도 없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현실과 다른 신기루를 걷어내고 나면, 우리는 한미 fta를 통해서 우리 모두 사실은 직간접적인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불편한 진실’을 만나게 된다.
저자는 한국 경제 내의 약자들에 관한 얘기로 들어가면, 그곳이 바로 한미 fta라는 괴수들이 신나게 뛰어노는 놀이터라며, 이런 약자를 위한 국가는 없다는 점을 고발한다. 저자는 특히 한미 fta 피해 그룹은 청년, 소상공인, 농업 종사자 그리고 재앙적 의료비 피해자들이라는 점을 밝히고, 관련 논의를 상세하게 진행하고 있다.
기상천외한 통상전략
3장의 제목은 ‘fta 한 스푼, 팩스 한 장’이다. “우리는 fta, 아니 통상에 대해서 충분히 알고 있는가? 눈을 조금 키워서 아주 긴 시간으로 한 번 생각해보자. 딱 ‘한 스푼’만큼, 독자 여러분들이 무역 혹은 통상에 대해서 생각해보시기를 바란다.”
정부, 특히 외교통상부와 이를 받아쓰는 주요 언론사들의 프레임을 벗어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 스푼’만큼의 비판적 사고와 질문이다. 의도적 오독과 비판적 읽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저자는 이 장에서 미국과의 fta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앞서 우리나라의 통상정책의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비판의 핵심은 정책 자체가 부재하다는 점이다. 미국이나 일본, 중국 등 개별적 국가 혹은 지역과의 통상 정책이나 전략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무조건 많은 fta, 다다익선, 이게 우리의 기본 통상전략이 되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사회적 논의도 국민적 합의도 없이 어영부영, 은근슬쩍 결정됐다고 꼬집는다.
이는 한국이 특정 국가들과의 fta가 어떤 폐해를 가져올지, 어떤 실익을 줄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채 ‘동시다발적 fta 추진이라는 기상천외한 통상전략’을 추진하는 국가가 돼버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명박 정부의 통상정책이라는 것은 fta가 알파요 오메가라는 비판이다. 자신이 fta 반대론자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 저자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어느 정파가 권력을 잡든, 여당이든 야당이든, 통상 정책 또는 통상 전략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한미 fta 폐지 불가론 근거 비판
하지만 저자의 전망은 비관적이다. 저자는 ISD를 ‘국제 표준 약관’ 정도로 이해했던 박근혜 진영에서, 다른 건 몰라도 통상 부문에서 별도로 자신의 정책을 가지고 있지는 않고, 앞으로도 그렇게 전격적인 ‘박근혜식 통상 정책’이 나올 가능성도 그렇게 높아 보이지도 않는다고 평가한다.
야권도 마찬가지다. 야권의 통상파들은 여권의 입장과 다르지 않으며, 착한 fta, 나쁜 fta처럼 존재하지 않는 허상을 만들어내는 쪽은 여당에 질질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한미 fta에 대해 ‘한 스푼’ 더 생각을 한다면 ‘팩스 한 장’으로 그것을 종료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미 fta 개정은 양쪽 당사자의 합의가 있어야 되지만, 종료는 한쪽의 의사만으로 성립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기후변화협약의 이행 계획에 해당하는 교토 의정서를 클린턴 이후 집권한 부시 행정부에서 성명서 한 장으로 폐기해버린 적이 있다고 저자는 상기시켜준다.
“서정적으로 표현하면, ‘팩스 한 장’으로 우리는 한미 fta를 종료시킬 수 있다. 물론 그 전제는 노무현 컨센서스를 극복하고, 최소한 앞으로의 한국 통상에 관한 방향이 어떻게 되어야 한다는 데에 어느 정도는 국민적 합의가 생겨나고, 그리고도 그 내용에 대통령이 동의하는 경우이다. 민중의 정부 혹은 시민의 정부가 전격적으로 출범하는 경우 외에는 상상하기 어렵다.”
우석훈은 한미 fta 폐기에 대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의 근거를 비판하고 있다. 그는 미국의 무역 보복이 가능하지 않은 이유, 조약이 파기될 경우 국제적 신뢰도가 저하된다며 이를 가지고 협박하는 주장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를 무역 환경과 구체적 사례를 들어가면서 설명한다. 그는 “단기적으로 청와대와 백악관의 사이 관계가 경직”되는 것은 감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오히려 문제는 대한민국 국내 노무현 컨센서스 그룹의 반발이라고 지적한다.
1년 후 재평가 통해 폐기 여부 결정
하지만 저자는 한미 fta의 즉각적 폐기 주장에서 한 발 양보한 제안을 내놓는다. 한미 fta 발효 이후 1년 동안의 재평가 기간을 거친 이후 폐기 여부를 결정하자는 것이다. ‘국민 투표급’ 절차를 거쳐 이를 확정하자는 얘기.
저자는 한EU, 한미, 이런 거대 경제권과의 fta를 했으면, 상식적으로 조금 시간을 가지고 효과를 살펴보면서 중간평가 등 효과 분석을 하고, 기존의 전략을 점검하거나 수정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제 한미 fta를 했으니, 나머지 것들은 더 빨리 속도를 내서, 더 먼저 하자고 한다며, 이건 경제도 아니고, 외교도 아니고, 그냥 이념일 뿐이라고 힐난한다. 저자는 “이 정도면 종교적 수준이다. 역사가 보여주는 건, 이렇게 극단적인 통상주의자들이 경제를 이끌고 나갔던 나라들은 다 망했다는 사실이다.”라고 경고한다.
그는 이에 앞서 fta 피해자는 과소 대표되고, 통상파 정치권력은 과잉된 상황에서 치러지는 이번 대선에서 동시 다발적 fta 추진 전략 폐기를 공약으로 내놓은 후보를 지지할 것이며, 이런 후보가 민주통합이나 야권 연대 세력에서 나타나지 않을 경우 진보 진영 후보를 지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눈에 띄는 것은 외교통상부의 통상교섭본부(본부장 장관급)을 해체 수준의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보고, 국내 경제와 연관성 속에서 통상 문제를 바라보지 않고, fta 체결을 성과로 삼고 있는 외교통상부로부터 교섭본부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석훈은 통상교섭본부를 과거 상공부인 지식경제부로 재편하든지, 청와대 직속이나 국회 소속으로 배치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저자는 대선까지는 아직은 시간이 있으며, 역동적인 대한민국에서는 순식간에 fta가 들불처럼 타올랐던 것처럼 또 다른 흐름으로의 전환 역시 빠른 속도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숨기지 않으면서, “그게 한국에서 살아가는 골치 아픈 일이기도 하지만, 또한 이 나라의 매력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통상교섭본부는 지식경제부, 청와대, 또는 국회로
“우리가 결국 박정희, 전또깡으로 이어지는 그 군부독재도 극복한 나라 아닌가? 모든 경제적 문제가 한꺼번에 밀려왔던 토건과 통상독재 그리고 금융관료의 문제, 결국은 하나씩 극복해서 우리도 선진국이 되는 순간이 올 수 있다는 믿음을 아직 버릴 필요는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에서 정말로 시민이라는 존재가 하나의 흐름으로 등장해야 하고, 그들이 fta에 대해서 ‘한 스푼’만큼의 질문을 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저자는 거듭 강조한다.
그리고 그가 이 책의 전편을 통해 강조하고자 했던 메시지 가운데 하나는 이런 것이다.
“한미 fta는 미국도 한국도 승자가 아니다. 시민으로 규정되는 사람들은 한국이든 미국이든 패배하게 된다. 이긴 것은 국적과 상관없이 다국적 기업들이다.”
그래서 참여정부에게 진간접적으로 한미 fta 추진을 종용했다는 정황 정도는 추정해볼 수 있게 된다. 여기에 결국 협상을 건의하고 추진한 당사자(김현종)가 삼성전자의 해외법무 사장으로 갔으니, 당사자나 삼성 혹은 주변의 인사들이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는 이상, “삼성이 한 거다”는 음모론은 그 자체로 완결된 고리를 갖는다.” (본문 중에서)
저자는 이어 ‘내인론’의 접근법으로 한미FTA 협상 개시의 배경을 따져본다. 여기서도 예의 삼성이 등장한다. 참여정부 초기에 한국 경제 지향점의 참고 대상으로 이른바 스웨덴 모델과 네덜란드 모델이 언급된 적이 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그룹의 핵심 인사들과 함께 그 즈음 스웨덴을 방문해 그 나라의 재벌 ‘발렌베리’ 모델을 살펴본 적이 있다. 하지만 삼성은 까다로운 유산 승계와 도덕 기준에 따라 이 모델을 선호하지 않았다. 이후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이 주장했던 네덜란드 모델도 사회적 파급력을 갖지 못했다. 이에 따라 그 다음에 제시된 것이 ‘미국 모델’이다.
“‘개방이냐 아니냐.’ 그렇게 얘기하던 찬성론자들의 얘기는, 단순히 시장을 열고 닫는, 그런 의미가 아니라 개화된 미국 경제의 운용방식과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받아들일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였다고 보는 것이 이치에 맞는다. 이 정도가 가장 선의로 이해한 노무현 시대의 한미 fta 추진에 관한 내인론이다.” (본문 중에서)
저자는 이어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서 한미 FTA를 날치기까지 동원해서 통과시킨 것의 배경도 정치, 경제, 외교 분야 등 3개 측면을 음모론적 시각에서 흥미롭게 분석하고 있다. 우석훈이 한미 FTA의 시작과 통과의 전 과정을 설명하면서 ‘워싱턴 컨센서스’와 유사한 개념으로 ‘노무현 컨센서스’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그가 말하는 노무현 컨센선스의 정의는 이렇다.
“여당, 야당의 구분과는 상관없이 fta를 중심으로 정치인, 관료, 재계에 이르기까지, 한국 지배층들이 포괄적으로 가지고 있던 한미 fta에 대한 거대한 합의 같은 게 존재한다. 이걸 노무현 컨센서스라고 부르기로 하자.” (본문 중에서)
우석훈은 노무현 컨센서스 동맹군으로 참여정부 당시 여당, 지금은 야당에 속한 인사들을 세 부류로 나눈다. “스스로 바보임을 자청하거나, 자신의 신념을 강조하며 통상파라는 입장을 가지거나 혹은 어정쩡한 입장에서 비겁함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바보 그룹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해, 당시 국회 FTA 특위 위원장을 맡았던 송영길 현 인천시장, 후에 스스로 잘못은 고백은 했지만 정동영 전 의원과 참여정부 시절 대부분 여권 인사들이 포함됐다. 신념파는 나중에 ‘전향’한 정세균, 박지원 의원이 들어가 있으며, 김진표 의원을 비롯한 통상파들이 해당된다. 비겁파는 소위 ‘착한 FTA와 나쁜 FTA’를 구별하면서 일관성을 잃은 한명숙 전 총리가 대표적 인물이다.
저자는 시급하지도 않고, 한국 경제에 이롭지도 않은 게 분명한 한미 FTA가 왜 이렇게 갑작스럽고, 신속하게 처리됐는지에 대해 여러 가지 사실과 자신의 추론을 통해 1장에서 그 전모를 밝히고 있다.
저자는 당초 이 책의 제목을 ‘모든 공포의 총합’으로 하려 했다. 그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은 괴수영화로는 특이하게 괴물의 모습이 영화 전반부에 나타나지만, 대부분의 괴수영화는 괴물이 영화 중반부 이후에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면서, 한미 FTA의 괴수적 성격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2장의 제목이 ‘고질라는 언제 등장하는가’라고 정해진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다. 고질라는 ‘모든 공포를 총합’한 것의 상징이다.
그는 한미 FTA 효과와 관련해서 특정 분야에 대한 이익과 손실을 따지는 것은 필요하긴 하지만 큰 의미는 없다고 주장한다. 주로 한국의 외교통상부가 이런 접근을 하고 있는데,(이걸 받아쓰는 언론도 포함된다) 이런 방식이 “우리 앞에 이미 등장하기 시작한 고질라의 모습”을 보지 못하게 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지금부터 나는 독자 여러분들에게 다시 현미경으로 아주 좁게 들여다보게 만든 화각을 뒤로 빼서, 광각의 스크린으로, 아주 원거리에서 한미 fta라는 영화를 재구성해보려고 한다.”며 자신이 재구성한 영화에 등장하는 괴물 FTA의 모습을 드러내주고 있다. 그는 무엇보다 한미 FTA는 물론 한-EU FTA도 우리에게 경제적으로 유리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는 말한다.
“무슨 엄청난 컴퓨터의 도움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무지막지하게 통상 전문가가 되어야 알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어쩌면 이건 안데르센 동화에 나오는 ‘벌거벗은 임금님’과 같은 얘기이다. 경제학과 학부 1학년 아니 그게 좀 무리하다면 학부 3학년이면, 한미 fta가 경제적으로 유리하게 되기가 어렵다는 것은 금방 알 수 있다.” (본문 중에서)
저자는 기본적인 경제 이론과 구체적인 수치 등을 언급하면서, 미장원과 골목 상권이 한미 FTA와 어떤 관계를 맺으며 불리한 상황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지 설명하면서, 자신의 논거를 풀어나가고 있다. 저자는 특히 한미 FTA 내용 가운데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에 대해 이는 “1% vs 99% 사회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라며 이 조항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말한다.
“한미 fta라는 극장에서, 찬성 측이나 반대 측이나, 만약 여기에 괴수가 숨어 있다면, 그 본체는 ISD일 것이라는 데에는 모두 동의할 것이다. ISD가 특별한 것은, 이 뒤에는 90년대 이후에 세계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축으로 떠오른 다국적기업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ISD는 다국적기업에 의한, 다국적기업만을 위한 그런 제도이다. 생산 분야든, 금융 분야든, 일국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기업이나 우리가 시민으로 부르는 개개인은 이 제도를 통해서 이득 볼 일은 거의 없다.” (본문 중에서)
한미 FTA는 총체적으로 봤을 때 우리에게 손해라는 점이 이 책을 통해 밝혀진다. 그리고 그 피해자들은 다층적이고 중층적이다. 어떤 사람은 직접 피해를 받고, 어떤 사람은 그 피해자로 인해서 간접 피해를 받게 된다. 이 책에서는 “국익에 도움이 된다.”라는 주장이 실체도 없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현실과 다른 신기루를 걷어내고 나면, 우리는 한미 FTA를 통해서 우리 모두 사실은 직간접적인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불편한 진실’을 만나게 된다.
저자는 한국 경제 내의 약자들에 관한 얘기로 들어가면, 그곳이 바로 한미 FTA라는 괴수들이 신나게 뛰어노는 놀이터라며, 이런 약자를 위한 국가는 없다는 점을 고발한다. 저자는 특히 한미 FTA 피해 그룹은 청년, 소상공인, 농업 종사자 그리고 재앙적 의료비 피해자들이라는 점을 밝히고, 관련 논의를 상세하게 진행하고 있다.
3장의 제목은 ‘FTA 한 스푼, 팩스 한 장’이다. “우리는 fta, 아니 통상에 대해서 충분히 알고 있는가? 눈을 조금 키워서 아주 긴 시간으로 한 번 생각해보자. 딱 ‘한 스푼’만큼, 독자 여러분들이 무역 혹은 통상에 대해서 생각해보시기를 바란다.”
정부, 특히 외교통상부와 이를 앵무새처럼 받아쓰는 주요 언론사들의 프레임을 벗어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 스푼’만큼의 비판적 사고다. 의도적 오독과 비판적 읽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한미 FTA는 물론 ‘동시 다발’ FTA만이 한국 경제의 나아갈 길이며, 경제 영토를 확장하는 일이라고 되풀이 강조하고 있는 노무현 컨센서스 동맹 세력의 담론은 사실상 몇 백 년 전에 횡행했던, 경제학 이전의 이론인 ‘중상주의’에 불과하다며, 이는 이른바 ‘국부’와는 무관한 것이라는 점을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우석훈은 말한다.
“기기묘묘하게 수 세기 전의 주장 그리고 역사적으로 이미 경제학에서 폐기된 주장(중상주의)들이 지금 한국에서는 경제학 중의 경제학 자리에 올라가 있는 것이다. 쇄국이냐 개방이냐, 그게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 중상주의이냐 탈 중상주의이냐, 그게 이론적 핵심이 아닌가? 지나친 국가주의와 국민경제에 대한 무비판적 신봉 그리고 달러에 대한 화폐 물신론 같은 게 결합되면서, 지금 우리는 생산이란 과연 무엇인가 혁신이란 어디에서 오는가, 수요와 구매력은 무엇인가, 이런 경제학의 기본에 관한 것들을 완전히 잊고 있던 것 아닌가?”
저자는 이 장에서 미국과의 FTA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앞서 우리 나라의 통상정책의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비판의 핵심은 정책 자체가 부재하다는 점이다. 미국이나 일본, 중국 등 개별적 국가 혹은 지역과의 통상 정책이나 전략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무조건 많이, 다다익선, 이게 우리의 기본 통상전략이 되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사회적 논의도 국민적 합의도 없이 어영부영, 은근슬쩍 결정됐다고 꼬집는다. 이는 한국이 특정 국가들과의 FTA가 어떤 폐해를 가져올지, 어떤 실익을 줄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채 ‘동시다발적 FTA 추진이라는 기상천외한 통상전략’을 추진하는 국가가 돼버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명박 정부의 통상정책이라는 것은 FTA가 알파요 오메가라는 비판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과거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을 진행하면서, 미국과 같은 힘이 엄청 센 나라들과 1 대 1로 협상을 하면 우리가 불리할 수밖에 없으므로, 앞으로는 다자간 협상 자리에 적극 참여해서, ‘국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세워야한다고 강조한 적이 있다. 한데 이제는 다자간 협상틀인 도하 개발 라운드는 놔두고 한미 FTA를 서둘러 체결했다. 그 사이에 한국의 국력이 눈부시게 커졌거나, 미국의 힘이 엄청나게 쪼그라들기라도 했나. 정부는 이에 대한 설명이 없다.
자신이 FTA 반대론자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 저자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어느 정파가 권력을 잡든, 여당이든 야당이든, 통상 정책 또는 통상 전략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저자의 전망은 비관적이다. 저자는 ISD를 ‘국제 표준 약관’ 정도로 이해했던 박근혜 진영에서, 다른 건 몰라도 통상 부문에서 별도로 자신의 정책을 가지고 있지는 않고, 앞으로도 그렇게 전격적인 ‘박근혜식 통상 정책’이 나올 가능성도 그렇게 높아 보이지도 않는다고 평가한다. 야권도 마찬가지다. 야권의 통상파들은 여권의 입장과 다르지 않으며, 착한 FTA, 나쁜 FTA처럼 존재하지 않는 허상을 만들어내는 쪽은 여당에 질질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한미 FTA에 대해 ‘한 스푼’ 더 생각을 한다면 ‘팩스 한 장’으로 그것을 종료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미 FTA 개정은 양쪽 당사자의 합의가 있어야 되지만, 종료는 한쪽의 의사만으로 성립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기후변화협약의 이행 계획에 해당하는 교토 의정서를 클린턴 이후 집권한 부시 행정부에서 성명서 한 장으로 폐기해버린 적이 있다고 저자는 상기시켜준다. 한미FTA, 동시다발 FTA, 그리고 통상정책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고, 대선에서 이를 가능하게 하자는 게 ‘교전 중’인 우석훈이 이 책을 통해 던지는 메시지다. 그는 말한다.
“서정적으로 표현하면, ‘팩스 한 장’으로 우리는 한미 fta를 종료시킬 수 있다. 물론 그 전제는 노무현 컨센서스를 극복하고, 최소한 앞으로의 한국 통상에 관한 방향이 어떻게 되어야 한다는 데에 어느 정도는 국민적 합의가 생겨나고, 그리고도 그 내용에 대통령이 동의하는 경우이다. 민중의 정부 혹은 시민의 정부가 전격적으로 출범하는 경우 외에는 상상하기 어렵다.”
저자는 한EU, 한미, 이런 거대 경제권과의 FTA를 했으면, 상식적으로 조금 시간을 가지고 효과를 살펴보면서 중간평가 등 효과 분석을 하고, 기존의 전략을 점검하거나 수정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제 한미 FTA를 했으니, 나머지 것들은 더 빨리 속도를 내서, 더 먼저 하자고 한다며, 이건 경제도 아니고, 외교도 아니고, 그냥 이념일 뿐이라고 힐난한다. 저자는 “이 정도면 종교적 수준이다. 역사가 보여주는 건, 이렇게 극단적인 통상주의자들이 경제를 이끌고 나갔던 나라들은 다 망했다는 사실이다.”라고 경고한다.
저자는 대선까지는 아직은 시간이 있으며, 역동적인 대한민국에서는 순식간에 FTA가 들불처럼 타올랐던 것처럼 또 다른 흐름으로의 전환 역시 빠른 속도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숨기지 않으면서, “그게 한국에서 살아가는 골치 아픈 일이기도 하지만, 또한 이 나라의 매력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또 말한다.
“우리가 결국 박정희, 전또깡으로 이어지는 그 군부독재도 극복한 나라 아닌가? 모든 경제적 문제가 한꺼번에 밀려왔던 토건과 통상독재 그리고 금융관료의 문제, 결국은 하나씩 극복해서 우리도 선진국이 되는 순간이 올 수 있다는 믿음을 아직 버릴 필요는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에서 정말로 시민이라는 존재가 하나의 흐름으로 등장해야 하고, 그들이 FTA에 대해서 ‘한 스푼’만큼의 질문을 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저자는 거듭 강조한다.
▣ 작가 소개
저 : 우석훈
禹晳熏
한국생태경제연구회, 초록정치연대 등 그가 주로 활동하는 단체들을 살펴보면 그가 어떤 경향을 가진 사람이었는가를 잘 알 수 있다. 그는 주로 환경과 경제 이 두가지 주제에 주목한 글을 저술해왔는데, ''녹색평론''을 통하여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을 위한다는 명목 아래 생태계와 농촌을 파괴하는 노무현 정부의 건설경기 부양정책을 근본적으로 비판했다. 욕심을 버리면 행복해 진다는 평소의 생각을 실천하여 자유로운 개인으로서의 삶을 선택. 어떤 정파나 집단의 이해에도 구속당하지 않고, 경제와 사회, 문화의 영역을 넘나들며 누구보다 왕성한 글쓰기를 지속해 오고 있다.
우석훈은 생태경제학 전공이라는 특이한 학문적 배경을 갖고 있다. 또한 우리가 흔히 환경만의 문제라고 치부하는 것들과 경제적인 이슈들을 결합시켜 주의를 환기시킨다. 『아픈 아이들의 세대 - 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에서는 미세먼지 등 대도시의 환경재난으로 인하여 기형아들이 탄생하고, 이는 단순한 대도시로서 당연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다. 그는 앞으로 5년간 벌어질 서울시의 33개 뉴타운과 지역균형 특수공사와 1000여개의 재개발 공사라는 명확하고 수치적인 경제적 현상들을 통하여 환경이 악화될 수 밖에 없음을 지목하고 있다.
그는 결국 환경과 경제라는 측면에서 한국 사회의 미래에 대한 의문과 나아가야 할 방안에 대해서 고민하는 작가이다. 일련의 환경 관련 저서들에서 그는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환경 문제들이 미칠 영향에 대하여 다시 한번 고민해보도록 만들고 있으며, 최근에 출판한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에서는 FTA라는 폭풍을 맞이할 한국인의 미래에 대한 경고와 우려를 보내고 있다.
그의 사유의 기초를 이루는 것은 모든 살아있는 것들이 겪는 고통에 대한 연민이다. 비정규직과 청년실업 문제 등 젊은 세대가 마주친 당면한 불안한 삶과 빈곤의 문제에 대해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강의하고 인터뷰하는 등 20대 당사자 운동의 방향과 연대 가능성을 고민하고 있다.
인생의 4분의 1을 독일ㆍ프랑스ㆍ영국ㆍ스위스 에서 지냈고, 유엔 기후변화협약의 정책분과 의장과 기술이전분과 이사를 마지막으로 국제협상과 공직에서 은퇴했다. 그 시절에 만들어낸 작품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이한동 총리 때의 「기후변화협약 2차 종합대책」이다. 이후 ‘명랑주의’를 삶의 신조로 택하고 나서 비로소 인생의 행복을 찾았다. 2012년 현재는 성공회대 외래교수와 타이거 픽처스 자문을 맡고 있다. 늘 자신을 ‘C급 경제학자’라고 소개한다.
지은 책으로는『88만원 세대』외에도,『조직의 재발견』,『촌놈들의 제국주의』,『괴물의 탄생』,『생태요괴전』,『생태페다고지』,『디버블링』,『나와 너의 사회과학』,『문화로 먹고살기』,『1인분 인생』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1장. 내부의 힘인가, 외부의 힘인가
-삼성으로 간 김현종을 믿기가 어렵다
-10월 30일까지 해온나!
-노무현 정부의 한미 fta 추진 1 - 음모론
-노무현 정부의 한미 fta 추진 2 - 내인론
-이명박 정부의 한미 fta 추진
*구체제의 연장 시도 - 경제적 음모론
*반MB 세력의 분열 - 정치적 음모론
*한중일 헤게모니의 재구성 - 외교적 음모론
-노무현 컨센서스 - 바보, 신념, 비겁함
*바보
*신념, 통상파
*비겁함
2장. 고질라는 언제 등장하는가?
-고질라는 언제 등장하는가?
*fta, 하거나 말거나…
*미장센과 미필적 고의
*외교부의 한건주의, 이상한 카드 게임
*미국과의 ISD, 생각하지 못한 게 있다.
*ISD 일반에 대한 정부 입장, 누구 돈이 누구에게 가는가
*모든 공포의 총합
*한미 fta의 4대 피해 집단
청년
소상공인
농업
의료비 카타스트로프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 : 소통을 넘어 공감으로
3장. fta 한 스푼, 팩스 한 장
-머컨털리즘의 귀환
-다음 정권의 통상 정책은 무엇인가
-노무현 컨센서스의 복귀
*일본 플러스 알파인가, 일본 마이너스 알파인가
-운명의 팩스 한 장?
-통상 거버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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