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에코노믹 -도덕성이 생존의 열쇠이다-

고객평점
저자그리고리 야블린스키
출판사항말글빛냄, 발행일:2012/05/15
형태사항p.275 국판:22
매장위치사회과학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92114769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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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책임과 윤리의 전면적인 붕괴가 가져온 세계 경제 위기,
과연 숨은 진짜 원인은 무엇이고,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러시아 최고의 경제학자 그리고리 야블린스키가
분석한 세계 경제 위기의 숨은 원인과 미래의 전망과 예측

레알에코노믹(Realeconomik)이란:
탈법과 부패, 심지어는 폭력을 정치적?경제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관행 등이 팽배해 있는 분위기를 말하며, 근본 요소는 힘의 경제와 비도덕성으로 이루어졌다. 저자인 그리고리 야블린스키가 명명했으며 ‘레알폴리틱’과 유사한 용어로 쓰고 있다. ‘레알폴리틱’은 현실의 권력 관계에 부합하는 실용적인 정치로 행세하고 있지만 사실은 냉소주의와 강압 정치, 초 도덕성 같은 마키아벨리식 원칙들로 이뤄진 정치를 뜻하는 경멸적인 용어이다.

불안을 야기한 경제 정책 및 경제에 대한 사고방식이 공동선과 경제적 안정성보다 기득권에 더 크게 좌우되었다는 사실. 정직하고 책임 있는 접근보다 잘못된 전제, 그리고 불편한 경제 현실에 대한 의도적 무시에 기반을 두고 정책이 결정되었고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정책 수행자들이 오히려 명망과 승진, 높은 연봉, 다양한 특전 등으로 보상받고 개인적인 리스크와 책임을 회피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러한 정책 결정 방식이 바로 레알에코노믹의 토대이며, 기회만 있으면 엄격한 윤리적 규범의 틀에서 벗어나 행동하려는 성향이 바로 레알에코노믹의 특징이다. 금융 부문의 안정성을 해치는 리스크가 쌓여가고 있는데도 금융 당국이 적절한 반응을 할 수 없는 상황을 조성한 주범이 바로 레알에코노믹이다. 최근 국내에서 일어난 저축은행 사주의 부도덕한 행태는 레알에코노믹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책의 기본 전제는 대불황의 성격이 결코 경제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데 있다. 심지어는 경제적인 요인이 주된 요인조차도 안 된다는 사실이다. 대불황은 일부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정부 당국이나 최고위 경영자들의 무사안일주의나 무책임에서 비롯된 결과도 아니다. 근본 원인은 더 심층적인 곳에 있다. 개인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 도덕적 지침, 공적 통제 등을 통괄하는 사회의 일반적인 규칙들이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사항이며 경제 활동에도 더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도 현대 시장 자본주의에서 어떤 사회 내의 도덕 원칙은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국민 경제든 세계 경제든, 공공도덕과 기업 윤리를 세우려는 집중적인 노력 없이 효과적인 경제를 만들려는 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공공 도덕이 무너지고 기업 윤리가 부패하면, 경제를 활성화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다.

경제위기의 숨은 원인

* 냉전의 종식과 소련의 붕괴가 가져온 도덕 원칙의 실종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체제 경쟁, 특히 서구 자본주의와 소련식 공산주의의 대결은 그에 따른 군비 지출이 모든 분야의 객관적인 규제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것은 사회 내부에 긴장을 조성했고 경제 정책을 비롯한 정부 정책의 약점과 위험을 강조하는 비판가들의 주장을 경청하게 만들었다. 또한 냉전은 서방 세계의 지도자들로 하여금 공정한 세계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몇 가지 원칙을 고수하게 만들었다. 인권 존중, 국제 관계에서의 경제적?정치적 자유, 가난 구제, 경제 개발 촉진, 조합주의 국가의 부당한 개입으로부터 서구의 경제 체제를 보호하기 등이 그런 원칙들이었다. 그러나 냉전이 끝나고 소련의 붕괴 이후에는 한때 이렇게 공언되고 지지받았던 원칙들은 깨끗이 수정되거나 완전히 잊히고 말았다. 일단 군사적 위험이 사라지자, 다른 모든 위험-자본주의 체제를 뒷받침하고 시장 메커니즘의 원활한 기능에 필수적인 가치들이 쇠락하는 위험도 포함해서―도 진지한 주목의 대상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20세기 후반에는 부국과 빈국의 격차가 비정상적인 현상이고 선진국은 어느 정도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즉, 제3세계를 안정시키고 난민 유입을 막고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하지만 주로 도덕적 배려에 입각해서 이러한 간격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통상적인 생각이었다. 특히 엘리트 지식인들에게는 경제적?사회적?정치적 진보의 이념이 무엇보다 우선시되었기 때문에, 많은 나라들에서 심각하고 우울한 빈곤 상태가 지속되는 것은 인간성의 타락을 의미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었다. 실제로 이 시기에는 주로 유엔의 후원 하에 다양한 국제적 개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고, 국제 금융기관도 능력의 한도 내에서 도움을 아끼지 않았으며, 선진국 정부도 개발도상국에 대한 원조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었다. 수십 년에 걸친 힘겨운 노력 끝에 선진국 시장은 마침내 개발도상국 상품에 개방되었고 개발도상국은 먼 장래에는 경제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 그러나 지난 20년 내지 25년 동안 상황은 근본적으로 변했다. 비참한 경제 상황에 대한 선진국의 온정적인 태도는 냉혹한 무관심 혹은 노골적인 불만으로 바뀌었다. 선진국의 발언도 개발도상국들이 이제는 원조가 아니라 시장 메커니즘에 의존해서 경제 효율성을 높이고 번영을 구가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 산업자본주의에서 신경제로의 이동
가장 현저한 현상은 산업 자본주의에서 ‘탈산업’ 경제 혹은 ‘신경제’로의 이행이다. 이와 같은 구조 변화는 전통적인 산업 부문과 대비되는 금융 부문 및 금융 서비스 분야의 급속한 성장을 뒤따르고 있으며, 소비자의 기본적인 욕구나 경제 발전에 필요한 수요를 충당하는 산업보다 소비자 심리 및 소비자 성향의 조작에 기반을 둔 산업이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는 데 있다. 경제 위기와 세계 경제의 장기적 변화 사이의 상관성을 검토하면, 경제 구조 변화가 공공 도덕에 확고한 영향을 미쳤고 이는 거꾸로 경제 붕괴가 발생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는 선진국 경제의 성격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변화는 조만간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다. 그리고 이 변화를 이끌어내는 주동인은 서비스 부문의 팽창이다. 여기에는 민간 부분과 공공 부분을 통틀어 온갖 유형의 서비스 산업이 포함되지만, 처음 시작은 기업 비즈니스 서비스였다. 이러한 변화는 선진국 경제에서 특정 자원, 특히 단순 노동력과 토지 비용이 상승한 데서 연유했다. 이러한 비용을 삭감해야 했기 때문에 자원 집약적 산업은 그러한 자원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는 저개발 국가로 이전되어야 했다. 중국과 남서 아시아가 ‘세계의 공장’으로 바뀐 것이 이미 기정사실화되었고 인도와 일부 남아메리카 나라들이 세계의 산업 지대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지난 20년 동안 선진국에서 ‘신생 산업 경제’로 대량 생산 시스템이 이동한 것은 세계 경제 및 그 구조와 발전 논리를 변화시킨 중요한 계기였다.

* 신용경제의 폐해와 소비문화
지난 몇 십 년 동안 선진국 경제의 주요 변화가 가져온 결과 중 하나가 과도한 신용 증식이며, 신용 증식 역시 그 나름의 결과를 낳았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주된 역할을 했음은 물론이다. 빌린 자금으로 생활하는 습관은 연방 정부에서 지방 자치체에 이르는 국가 부문 뿐 아니라 일반 국민 사이에도 널리 퍼졌고, 2008년에는 부채 총액이 거의 13조 달러에 이르렀다. 동시에 소비자 신용 경제의 호황은 다른 선진국들에서도 거의 모든 경제 활동 인구에게 영향을 미쳤다. 가계 부문에서는 수세기 동안 유럽의 전통에 의해 형성된 저축 문화가 소비문화로 대체되었다.

은행 시스템을 붕괴 직전까지 몰고 간 미국의 부동산 거품은 사실 은행이 채무자에 대한 자격 요건을 점진적으로 완화한 과정의 논리적 결과일 뿐이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가계 수입, 신용 및 부동산 규모의 안정적 성장에 기인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높아지는 부도 가능성도 전반적인 신용 증식을 늦추지 못했다. 은행은 담보물을 팔아치우는 방식으로 상당한 손실을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어딘가에 발생할 수밖에 없는 손실은 은행 부문에 쌓여 있는 대출 자료들 속에 심각한 문제로 남아 있게 되었다.
‘가상화’된 경제에서 탈산업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자본 흐름의 투명성이 약화되던 시기에 선진국에서 저축률이 감소한 것은, 소비자 대출의 전례 없는 팽창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동시에 그 팽창이 낳은 결과이기도 하다. 이러한 과정은 병렬적으로 전개되면서 서로가 서로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였다.
신용 경제는 어느 정도 신화적인 성격을 띠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심각한 압박 없이 지금 모든 것을 구입하고 나중에 값을 치를 수 있는 가능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더 현실화될 상황에 이르렀다. 사람들은 활기찬 경제생활을 새로 시작하면서 온통 신용 대부를 통해 자기 집을 마련하고 그 집을 새로 단장하고 높은 수준의 소비를 즐겼다. 그리고 부채는 가계 수입이 꽤 높아져서 부채 상환 부담이 전반적인 물가 및 수입 상승에 비해 양호한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예상되는 시기에 갚겠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기대감은 채무자가 예금자 덕분에 생활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개인 가처분 소득의 증가는 대중들의 소비를 자극했다. 개인 소득이 확연히 증가한다는 것은 지속적인 호황의 신호라고 믿은 대중들이 저축에 대한 열의를 잃었기 때문이다. 개인 소득의 증가는 또한 소비자 신용에 대한 가계의 접근성을 높였고 이것 역시 저축에 대한 동기를 약화시켰다.

* 금융부문의 비도덕성
경제 구조는 금융 부문에 유리한 쪽으로 이제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확실하게 변해 왔다. 이러한 변화는 다른 부문의 생산에서 다양한 지적 요소들에 소요되는 비용을 증가시켰다. 이를테면 생산 활동에서 지식이 차지하는 중요성이라든가 점점 더 전문화가 요구되는 경제 행위자 간의 복잡한 연결망이 차지하는 비중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러한 객관적이고 자연적인 힘 곁에서 우리는 이러한 부문들의 기업 활동이 점점 더 불투명해지고 관련자들이 그릇되고 기만적인 행위들을 더 많이 저지르게 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경제 위기가 진행되는 도중에도 자신들이 저지른 부당한 행동이 대중에게 알려진 사람들 중에 어느 한 명도 공개적인 노출이나 대중의 비난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실제로 언론이 그들의 추문을 다룬 후에도 어떤 비난도 나오지 않았다. 사회적 고립의 위험성을 공허한 객담 정도로 치부하는 사기범을 용인하는 사회라면, 그 사회의 도덕적 태도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또한 이러한 부문들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유리한 위치를 이용해서 고객들로부터 과거 세대들의 창조물인 지적 재산에 대한 저작권 사용료를 챙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그들은 공격적이고 위압적인 광고 뿐 아니라 신비로운 ‘혁신’이라는 단어로 포장된 뻔뻔스러운 속임수를 통해 공공연히 소비자 심리를 조작한다. 이 모든 행위들은 정치인들의 수동성과 지적 엘리트 그룹의 공공연한 협조 덕분에 가능해졌다.

* 대중들의 의식 변화와 도덕성 상실
만약 상기에서 기술한 것처럼 21세기 탈산업 사회의 세계화 시대에 국제 관계를 비롯한 모든 정치 분야가 도덕 원칙과 가치를 저버린 것이라면, 세계 경제는 언제나 아무 증상도 보이지 않은 채 위기를 향해 움직일 것이다. 주기적으로 위기는 발생할 것이고 어쩌면 더 파괴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다. 제일 우려되는 상황은 정치적?경제적 포스트모더니즘의 은근한 팽창이다. 대중들은 더 이상 정치와 경제에서 의미를 찾지 않고, 가상적인 ‘신경제’가 풍부하게 제공하는 점점 더 새로워지는 인공물에 탐닉할 뿐이다. 오늘날의 유럽과 미국은 외부의 압력에 대항하여 자신들의 이익과 이상을 지키려는 필사적인 노력을 통해 발전해 왔다. 한편으로는 이성과 현실에 대한 섬세한 인식과 이성에 기초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명예와 존엄, 도덕성의 개념에 대한 오랜 이해에 바탕을 둔 이러한 노력이 가장 훌륭한 형태의 유럽 문명을 창조한 원동력이었다. 이러한 개념들이 대중의 의식에서 지워질 때, 대중이 주입된 욕구와 브랜드와 상징물의 가상 세계에 탐닉할 때, 우리가 돈의 출처와 일부 사람들이 막대한 수익을 얻는 방식에 대해 묻기를 꺼려할 때, 그 문명은 위기에 빠진다.

정치인과 경제인 역시 대중과 똑같은 생각과 심리, 편견을 가진 ‘평범한 사람들’이다. 대중의 의식이 타락하면, 결국 정치와 경제도 타락하고, 사회는 부패하고 진보의 가능성은 사라질 것이다. 행정 명령으로 도덕성을 경제에 도입해서는 안 되지만, 사람들은 도덕성이 모든 경제 활동에 필수적인 요소임을 깨달아야 한다. 경제와 정치 분야에서 도덕성의 입지를 세우는 어떤 특별 규정을 마련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도덕성이 필요하다는 의식이 널리 확산되면, 도를 넘는 행위를 용인하는 분위기가 사라지고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서서히 바뀔 것이다. 중요한 결정이든 사소한 결정이든, 법이 관련돼 있든 아니든, 담당자들이 어떤 결정을 받아들일 때는 경제와 정치에는 도덕성이 필요하다는 사실, 도덕성이야말로 효율성의 근간이라는 사실을 언제나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미래의 위기를 피하기 위해서는 양적 규범의 준수 여부만 감시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손쉽게 돈을 벌 가능성이 보이면 인간의 상상력은 언제나 형식적 제약을 우회하는 길을 찾아낸다. 행동의 실체에 대해 더 엄격한 요구 조건을 부과할 때, 우리가 모두 도덕적 기준에 입각해서 행동할 때, 그래서 의심스러운 행위가 경제 영역에 나타나지 않을 때에만, 비로소 도덕적 퇴보를 막을 수 있다.

* 미래의 전망과 예측
서방 세계와 지식인들은 새로운 현실을 단번에 파악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지 못한 채 그저 낡은 경제 정책을 답습하려 할 것이고, 게다가 레알에코노믹식 사고방식의 비도덕적 교리에 휘둘려 오판을 반복할 것이다. 교육과 경영, 경제적 사고가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많은 사람들이 낡은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기대는 비현실적이다. 한동안 사태를 그대로 지켜보는 것만이 문제의 심각성을 덜 느끼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관성적인 태도는 결국 십여 년 후의 심각한 정치적 위기로 이어질 것이다. 장기적인 경제 부진은 정치 제도와 권력의 균형 상태를 위기로 몰아넣을 것이다.

국제 관계에도 별다른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외교에서는 윤리 원칙을 무시하는 경향, 고상한 목표와 도덕적 의무에 따라 ?외 정책을 수립하기를 바라는 대중의 여론을 무시하는 경향이 지속되고 있다. 세계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는 주요 국제 분쟁은 점점 더 원칙이 아니라 이익을 둘러싼 갈등이 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이 조만간 역전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낡은 갈등을 해결하려는 야심만만한 시도들은 모두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데 실패했다. 미국 정부가 대외 정책을 바꿀 것이라는 희망도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뀌고 있다. 유로존의 재정 위기 상황에서 볼 수 있듯, 공통의 가치에 기반을 둔 국제 연대는 강력한 협력 활동을 이끌어낼 만큼 견고하지 못하다.

금융 부문의 전반적인 상황 역시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호황을 뒷받침했던 중산층 소비자의 열기로 지탱되었던 건전한 수준으로는 다시 회복되지 않을 것이다. 투기와 지대추구 행위는 여전히 만연하겠지만, 우리가 대불황 이전에 목격했던 역동적으로 뜨겁게 팽창하던 금융 흐름을 이끌어낼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할 것이다. 사람들을 현혹하는 무익한 짓을 한다고 널리 비난받았던 신용 평가 시스템도 그대로 남아 있고, 이미 많은 돈을 잃게 한 ‘금융 전문가’의 조언을 맹목적으로 추종한 기관투자자들도 그대로 남아 있다. 지금이야말로 증권 시장에서 막대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잡을 때라고 떠드는 목소리도 여전히 들리고 있다. 모두 똑같은 인간, 똑같은 방법, 똑같은 전략이다. 차이점이라곤 최악의 시기는 넘겼고 이제는 비교적 안정된 번영의 시기로 접어들었다는 일반적인 믿음뿐이다.

정치 지도자와 경영인들이 자본주의 체제의 더 깊은 추락을 막고 상황을 개선시키고 싶다면, 책임 의식을 갖고 단호한 정치적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리고 윤리 원칙에 입각한 정책만이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가장 실용적인 방안임을 깨달아야 한다. 이러한 과제를 달성하는 것은 무척 힘겨운 일이다. 향후 5년 동안은 자본주의 경제가 지난 30년 동안 우리가 목격했던 것보다 훨씬 더 엄격한 시험을 받는 시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전문적인 지식과 결합한 윤리 정책은 냉소주의를 물리치고 서구 문명의 가치를 경제 및 사회 발전의 원동력으로 되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가장 훌륭하고 가장 안전한 미래 투자가 될 것이다.

*도덕성이 생존의 열쇠이다
경제 시스템에서 윤리적 제약을 없애면, 시스템은 타락하고 결국 완전히 무너지게 된다. 기술 혁신에 이어 비도덕적 행위가 만연하게 되면, 시스템은 당연히 붕괴한다. 인간의 마음을 좌지우지하는 능력을 소유한 대기업들이 인간의 욕망과 태도를 변화시켜 자사 제품의 이상적인 소비자를 양산할 때, 그들은 자본주의에서 그 핵심 요소를 제거하고 자본주의적 활력과 사회적 효율성의 원천을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생산성이나 효율성, 공정 경쟁 같은 시장 경제의 핵심 개념을 내용과 형식 모두 송두리째 수정함으로써 자본주의의 타락을 유도하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 경제의 토대를 이루고 시장 경제의 원활한 기능을 뒷받침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생산 기술이 아니라 신뢰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의 발전 논리는 온갖 유형의 ‘혁신’을 장려한다. 그것은 비용 대비 수익으로만 이해되는 효율성은 높일지 모른다. 그러나 구성원 간의 신뢰를 훼손하고 경제 체제의 투명성을 약화시켜 이해할 수 없고 무책임한 경제 시스템을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다. ‘신경제’의 이점이 무엇이든, 그것이 신경제의 해악을 상회할 리는 없다. 시스템의 근간, 즉 신뢰를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뢰는 공공 도덕에 의존하는 요소다. 따라서 생산, 교환, 저축, 투자와 같은 모든 기본적인 경제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도덕성이다.

▣ 작가 소개

저 : 그리고리 야블린스키
Grigory Yavlinsky
자유 시장경제를 지지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우크라이나 태생의 러시아 경제학자로 러시아 부총리를 지냈다. 현재는 모스크바 대학교의 고등 경제학부 교수이자 러시아 통합민주당(야블로코) 당수이다. 1990년 러시아 부총리 재직 당시 러시아의 시장 경제 이행에 관한 500일 계획(500 Days Programme)을 입안했다. 두 차례(1996년과 2000년)에 걸쳐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으며, 2012년 3월 러시아 대통령 선거에 출마코자 했으나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야블린스키의 야블로코당이 제출한 지지자 서명 가운데 25% 이상이 원본을 복사하거나 가짜로 꾸민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야블린스키의 대선 후보 등록을 취소했다. 이때 푸틴의 1차 투표에서의 과반수 득표를 위한 음모설이라는 의혹이 제기 되었다.

역 : 임재서
서울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국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는 출판 기획과 번역에 주력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일 년 동안의 과부』 『현대 사상가들과의 대화』 『Icon 스티브 잡스』 『크라카토아』 『지식인』 『위키드 3』 『사랑의 문화사』 『차이의 존중』 등이 있다.

역자 : 안토니나 W. 부이스
역자 안토니나 W. 부이스는 유명 러시아어 번역가, 60권이 넘는 책을 번역했다. 주요 역서로는 〈Andrei Sakharov〉, 〈Maya Plisetskaya〉와 〈Dmitri Shotakovich〉 등이 있다.

작가 소개

목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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