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이 책은 서론을 포함하여 총 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프롤로그에서는 일본의 경제발전에 있어서 그 역할을 주목받아 온 정부와 기업가로 대표되는 민간의 관계에 대해서 서술하고, 경제현상에 있어서 인간이 갖는 전략적 중요성을 재확인한 뒤, 기업자 사학의 계보에 대한 마르크스, 슘페터, 하버드대학 기업자사 연구센터의 그간 연구 성과를 소개하고 있다.
1장 ‘에도에서 메이지로’에서는 쿠즈네츠의 근대경제성장론과 거셴크론의 ‘상대적 후진성의 유리함’을 이용하여 에도시대의 경제성장과 개항 이후의 경제변동에 대해 서술했다. 1853년 페리 제독의 내항과 1854년의 미일화친조약, 그리고 1858년의 미일수호통상조약의 체결 이후 일본의 정치, 경제, 사회의 다양한 측면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검토했다. 조약 교섭 과정에서 막부의 권위가 실추되었고, 불평등조약의 체결로 화폐제도의 혼란과 인플레이션의 발생을 경험했다. 대외무역이 본격화하면서 소득이나 부의 재분배가 일어났으며, 면사 및 면직물 수입과 생사 수출에 따른 산업구조의 변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무역의 개시는 유통구조에도 영향을 미쳐 요코하마나 고베와 같은 개항장 중심의 유통루트와 외국상인과 거래하는 새로운 상인층을 출현시켰다. 또한 메이지유신기의 각종 경제정책을 화폐금융제도와 식산흥업정책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2장 ‘미쓰이·스미토모·고니이케의 위기와 타개’에서는 에도기의 유력 대상가인 미쓰이, 스미토모, 고노이케의 사례를 들어 어떤 상가가 살아남아 근대 기업가와 재벌로 성장할 수 있었고, 반대로 어떤 상가가 막말·메이지기라는 격동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몰락했는지를 보여주었다. 미쓰이가의 미노무라 리자에몽三野村利左衛門과 스미토모의 히로세 사이헤이廣瀨宰平는 전자의 사례였고, 고노이케의 사례는 후자에 속한다.
3장 ‘정상들의 시대’에서는 역사적 범주로서의 정상政商에 대해 정리하고, 그 구체적인 사례를 들었다. 보통 정상이라는 개념은, 정치가나 정부 고위관료들과의 유착을 통해 경제활동의 특권을 얻거나 정책을 자신의 이익에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하여 부를 축적한 사업가나 기업을 가리킨다. 국가와 시대를 막론하고 기업이 정부의 경제정책과 무관할 수는 없다. 특히 메이지기 일본과 같이 ‘위로부터의 개혁’을 정부가 설계하고 추진하는 상황에서 각 산업분야의 최전선에서 활약하던 전통적 대상인이나, 맨손으로 시작해 정부의 식산흥업정책에 편승하여 근대적 기업가로 성장한 기업가들의 경우 정상으로서의 성격이 강했다.
4장 ‘회사제도·재벌과 고용경영자’에서는 서양 회사제도의 도입과 그에 따른 제도적 정비, 그리고 상법 시행 이후 급속하게 보급된 회사 중에서 주식회사의 비중이 오랫동안 절대적이었음을 보이고 메이지기 회사들의 특징을 검토했다. 특히 메이지기의 주식회사에는 적극적인 기업 경영에 나서기보다 대금업자적 성격의 자본가들의 집합소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따라서 다수의 주주를 모으기 위해 사회적 신용이 높은 명망가를 임원으로 내세워야 했고, 그들에게 높은 배당을 보장하여 일정한 수익률을 보장해야 했다. 당연히 그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또한 시부사와 에이이치로 대표되는 재계 리더형 기업가들이 기업 프로모터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점도 큰 특징이었다. 그리고 이것을 가능하게 한 수단이 4분의 1 불입으로 회사 설립이 가능했던 주식분할불입제와 은행의 주식담보금융이었다. 러일전쟁 이후부터 각 기업에서 주식을 집중하여 실질적 경영자로 자리 잡은 기업가와 전문경영자의 등장이 두드러졌다. 특히 1930년 당시 대기업 154사 중 135사가 전문경영자를 이사(취체역)로 두었고, 그 중 41사가 이사회의 절반 이상을 전문경영자가 차지했다.
5장 ‘대중 본위 사업의 시대’에서는 주로 대중들의 일상생활과 연관이 있는 기업가들이 소개되었다. 그 선구자에 해당하는 기업가가 고바야시 이치조小林一三이다. 그는 1907년 미노오아리마전기궤도箕面有馬電氣軌道를 설립하고 그 연선에 주택지를 개발하고 판매함으로써 도시화와 사철문화를 이끌었다. 주택지 개발과 함께 레저시설을 만들었고, 오늘날에도 유명한 다카라즈카가극단?塚歌劇團을 조직하여 대중문화를 선도했다. 고바야시는 또한 1929년에 이미 터미널 백화점의 원형인 한큐백화점을 설립하여 이후 출현하게 되는 도큐東急, 세이부西武, 도부東武 등에도 영향을 주었다. 이른바 사철 경영의 원형을 만든 것이다. 혼다 소이치로本田宗一郞는, 전후 영세기업으로 출발했으면서도 모터바이크, 소형 오토바이의 개발, 오토바이 세계시장에서의 브랜드 확립, 경자동차로의 진출, 미국 머스키법Muskie Act을 충족시킨 CVCC엔진의 개발, 젊은 취향의 승용차 시장의 개척 등등, 차례차례 혁신적인 기업자활동을 전개했다. 이를 통해 혼다는 공업대국 일본의 약진을 상징하는 기업으로서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는 가전붐의 연출자이면서 독자적인 경영사상과 근로관으로 ‘경영의 신’으로 불렸고, 오늘날 가장 인기 있는 경영자이기도 하다. 향후 전기사업이 유망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전기 관련 사업에 뛰어들어 개량 소켓, 어태치먼트 플러그, 자전거나 가정용 램프, 라디오, 텔레비전 등의 개발과 개량에 힘썼다. 네덜란드 필립스사와의 합자는 마쓰시타의 시장 점유율을 키울 수 있는 계기였다. 수돗물과 같이 저렴한 가격으로 무진장 제공해야 한다는 ‘수도철학’을 주장하면서도 적정이윤을 ‘사회로의 봉사에 대한 보수’라고 하여 정가판매론을 주장하며 품질 유지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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