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스토리텔링 유전자의 탄생과 인간의 진화
예술과 문화는 그저 장식에 불과한 사회적 부산물인가, 아니면 인간 진화의 산물인가? 세계적인 영문학자 브라이언 보이드는 ‘이야기’야말로 진화에 매우 중요한 ‘적응’이었다고 말한다. 문화와 예술의 진화론을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예술이 개인과 사회의 생존을 가능하게 한 필수 요소이며, 이는 인류 문명의 여명기에서 현대사회에 이르기까지 변함없는 사실이었음을 강조한다. 인간의 본능이라 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 어떻게 인간 문명을 진화로 이끌었는지 살펴보면서 우리 시대 예술과 문화의 위상을 다시금 확인하고 있다.
인간은 이야기의 마법에 걸려 있다. 이야기는 인간 문화의 보편이다. 누구나 이야기를 만들고 듣고 퍼뜨리고, 이야기에 매혹된다. 이야기는 우리가 아는 세계와 모르는 세계, 알려진 세계와 미지의 세계를 결합시켜 인지와 상상에 대한 우리의 갈망을 자극하고 충족시킨다. 스토리텔링이 지닌 마법의 비밀들은 어떤 진화론적 기초를 갖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은 문예론적 접근법을 넘어 새로운 각도에서 이야기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넓히고 이야기 현상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 지평을 열어젖힌다.
-도정일(문학평론가,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대학장)
이 책은 통찰력과 박식함, 그리고 철저히 근원적인 작업을 담았다. 특히 픽션에 대한 인간의 열정을 해명함으로써 인문학과 과학의 결합이 이 두 학문 분야를 훨씬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스티븐 핑커(하버드 대학교 언어심리학, 진화심리학 교수)
브라이언 보이드는 사회학과 생물학, 그리고 예술사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동원하여 적응적인 인간 행동으로서의 예술이라는 흥미로운 주제를 풀어낸다. 아마도 현대문학 이론에서 최초의 작업일 것이다. 기념비적인 업적이다.
-데이비드 보드웰(위스콘신-매디슨 대학교 영화학 교수)
흔히 절대 빈곤이 제거된 이후에야 문화나 예술을 찾게 된다고 말한다. 우선 먹고살아야 문화든 뭐든 즐길 여유가 생길 게 아닌가? 그런데 과연 실제로 그럴까? 답은 간단하다. 문화적 행동은 생존에 도움을 준다. 사회의 진화와 발전을 단계적으로 구분하고, 문화를 진화의 상위 단계에 올라간 뒤에야 필요한 요소로 보는 견해는 언뜻 문화를 고급하게 여기는 듯하지만 실은 문화가 사회적 생존과 발전의 부산물이나 부속물에 불과하다고 여기는 천박한 사고다.
-남경태, [옮긴이의 말] 중에서
진화론이 예술마저 설명할 수 있을까?
-진화론적 시각으로 본 예술의 의미
《이야기의 기원(On the Origin of Stories)》은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On the Origin of Species)》의 학문적 방법론을 차용하여 인간 진화의 관점에서 문학과 예술을 재평가하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 브라이언 보이드는 예술 무용론 혹은 잉여 생산에 의한 정신적 부산물이라고 보았던 기존의 예술 기원론을 비판하면서, 예술은 인간의 생존기능에 부합하도록 진화에 의해 끊임없이 설계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저자는 사회학과 생물학, 예술사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동원하여 인간 종은 생물학적으로 지금 여기를 넘어 지속적으로 사고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현실과 무관한 허구의 이야기를 말하고 들으려는 본능, 즉 스토리텔링 본능을 가지고 있음을 밝혀낸다.
인간의 스토리텔링 충동과 능력은 인간으로 하여금 조건과 현실의 제약에 더 유연하게 대처하도록 만들며, 동시에 유사한 환경과 조건을 지속·발전시키도록 만든다. 특히 사건이나 이야기를 구성하고 이해하도록 만들며 동시에 사회적 정보를 포함하는 ‘픽션’은 인간과 예술의 진화에 대한 가장 단적인 증거로 볼 수 있다. 저자는 초기 문명의 단순한 형태에서부터 인간의 능력과 성향이 어떻게 서서히 발전했는지, 그리고 인간의 초사회성이라는 대규모 진화적 이행을 통해 예술과 문학의 형식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면밀히 추적해낸다. 문화 연구에서 간과했던 문화와 예술의 의미를 재평가하고 더 나아가 심원한 인간 존재 자체에 주목하려는 의도에서다.
진화비평으로 읽는 호메로스와 닥터 수스
- 이야기 기술과 창조성의 발달
이 책의 1편에서는 이야기, 나아가 문학과 예술 전반이 인류 문명과 사회의 진화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보여준다. 진화라는 프레임을 통해 인간의 본성, 인간 속성으로서의 예술, 예술 양식으로서의 픽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마치 새끼사자가 동료와 깨물고 쫓는 놀이를 통해 사냥을 배워나가듯이 놀이는 진화 과정에서 ‘적응’의 이점을 지닌다. 마찬가지로 인간은 예술을 인지능력을 발달시키기 위한 가장 적합한 놀이로서 향유한다. 경쟁과 협력, 그리고 특히 타인의 관심을 공유하고 가르치려는 인간 특유의 성향은 인지적 ‘예술 놀이’를 지속하게 한다. 인간은 주어진 환경을 그냥 받아들이는 대신 스스로 선택하고 변화시키면서 거기서 나온 기술을 다듬고 재조합하여 창의성을 축적해나가면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자연주의적 관점에서 언어를 사용한 스토리텔링 즉 픽션은 인간의 정신, 욕구와 의도뿐만 아니라 믿음의 측면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종의 ‘적응’이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자유롭게 과거의 경험을 재조합하면서 미래를 상상하거나 모의실험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소설의 생물학적 적응적 기능임과 동시에, 나아가 예술 전반과 종교가 인간의 존속에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의 2편에서는 1편의 이론을 기반으로 호메로스의 고전과 닥터 수스의 현대 동화를 분석한다. 서로 대조되는 두 가지 사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와 닥터 수스의 《호튼이 듣고 있어!》를 통해 문학에 대한 우리의 이해와 감상을 심화한다. 3,000년에 가까운 시차를 둔 두 작품은 대중을 위한 스토리텔링이 진화한 역사적 과정의 처음과 끝에 해당한다. 먼저 《오디세이아》에 관해서는 관심, 지능, 협력에 초점을 맞추어, 우리가 당연시하고 넘어가는 스토리텔링 장치들이 3,000년 전 인간의 사고와 예술을 토대로 어떠한 발달을 이룩해왔는지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역사, 문헌, 문화와 관련된 학문들을 입체적으로 고찰하면서 동시에 역사 지식의 문제와 인간 본성의 보편적 측면이 지니는 필연적 연관성을 보여준다. 《호튼이 듣고 있어!》는 이야기의 개별적 기원에 해당하는 분석인데, 저자는 이 작품을 전통과 종교보다 혁신과 창조성을 바탕으로 하는 세계의 산물로서 파악하고 있다. 매체에 따른 작품의 차이, 작업 과정과 목적의식, 그리고 저자가 마주한 상황들의 풍부한 상호관계를 보여주면서 창조성이 다윈의 기계처럼 변이와 선택의 반복된 주기를 통해 작동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 작가 소개
저 : 브라이언 보이드
Brian Boyd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호메로스에서부터 현대문학, 아동문학, 평전, 만화, 드라마, 에세이, 영화 등 다양한 주제와 장르를 넘나들며 그 원형을 밝히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작품 등 러시아 문학에 관한 연구로도 명성이 높다. 지은 책으로는 《스토킹 나보코프Stalking Nabokov》 《블라디미르 나보코프Vladimir Nabokov》 《왜 가사는 지속되는가Why Lyrics Last》 등이 있고, 함께 지은 책으로는 《진화, 문학, 그리고 영화Evolution, Literature, and Film》 등이 있다.
역 : 남경태
남상일(필명)
1961년에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80년대 중반부터 사회과학출판 운동에 뒤어든 그는 그는 ''남상일''이라는 필명으로 『제국주의론』, 『공산당 선언』, 『포이어바흐와 독일 고전 철학의 종말』 등 사회과학의 원전들을 번역하는 데 주력했다.
저자에게는 그야말로 ‘종합 지식인’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학술계에서 지식의 크로스오버와 퓨전을 전문으로 하는 이는 찾아보기 힘든데, 저자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인문학의 재료들을 구슬을 꿰듯 잘 엮어, 독자에게 쉽고 친숙하게 다가간다. 특히 인문학의 바탕을 이루는 역사와 철학을 한 저자가 일관성을 가지고 서술해 내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인데, 그는 생각의 역사인 철학사와 현실의 역사인 세계사를 흐름이 보이도록 풀어 썼다. 한 분야에 머무르지 않고 인문 지식 생태계의 전반을 넘나드는 그의 글쓰기와, 일반 교양독자들과 인문학을 매개로 소통하는 그의 능력은 책 곳곳에서 발견된다.
우스개말로 ‘종합 지식인’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지은이는 『종횡무진 동양사』를 발간할 때부터 세계사의 전체적 개요를 대중에게 쉽게 전달하겠다는 무모한(?) 욕심을 키웠다. 그래서 1999년에는 688쪽의 ‘짧은’ 분량으로 서양사를 총정리한 『종횡무진 서양사』를 썼으며, 이듬해에는 영국의 저명한 문필가인 줄리어스 노리치가 쓴 『종횡무진 동로마사』를 번역해서 동양과 서양의 중간지대에 위치한 동유럽과 중동의 중세사를 독자들에게 제시했다.
『종횡무진 한국사』 상·하권은 그 마무리에 해당하는 역작이다. 한국사가 포함되어 있는 만큼, 아마 세계사의 전 부문을 이렇게 한 사람이 일관적인 관점으로 종합 집필한 경우는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할 것이다. 『종횡무진 한국사』는 역사 분야를 마무리하는 작업이며, 앞으로는 그동안 정리한 현실의 역사에다 지성의 역사를 배합하여 일반 대중이 소화할 수 있는 참신한 철학사를 꾸미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한다. 어쩌면 현대 물리학에서 말하는 ‘대통일이론(GUT)’이 인문학 분야에서는 지은이와 같은 크로스오버와 퓨전 지식인에게서 이루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타박타박 세계사''라는 프로그램을 MBC표준FM에서 진행하기도 했다.
『개념어 사전』(2006년 12월 발행)는 저자가 인문학적 관점에서 풀어낸 철학, 역사, 과학, 시사 등에 걸친 개념어를 객관적이 아니라 주관적이고 편향적이며, 여느 사전처럼 고루하지 않게 서술하고 있다. 인문학의 거의 모든 분야를 종횡무진 누비고 다니는 작가의 폭넓은 지적·직업적 편력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저서로는 『종횡무진 한국사』,『종횡무진 동양사』,『종횡무진 서양사』,『개념어 사전』,『철학-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남경태의 스토리 철학 18』 등이 있고, 역서로는 『CHINA_중국의 70가지 경이』,『고대 세계의 70가지 미스터리』,『우리 세계의 70가지 경이로운 건축물』,『비잔티움 연대기』,『트로이, 잊혀진 신화』,『사람의 역사』,『세상을 바꾼 문자, 알파벳』,『살육과 문명』,『페다고지』,『기후, 문명의 지도를 바꾸다』,『시간의 발견』,『교양인을 위한 바이블 키워드』,『명화의 비밀』,『그림으로 본 음식의 문화사』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5) 차례
옮긴이의 말 문명과 문화의 진화론
들어가며 진화론이 예술마저 설명할 수 있을까?
제1편 진화론으로 읽는 인간과 예술
1부 진화와 자연
1. 인간 본성은 있는가?
2. 살아남으려면 적응하라
3. 지능은 왜 진화하는가?
4. 집단에서 살아남기
2부 진화와 예술
5. 예술의 생물학적 뿌리
6. 생존을 위한 인지놀이
7. 선택적 관심에 의한 예술
8. 창조성을 창조하도록 진화하다
3부 진화와 픽션
9. 왜 우리는 허구에 매료될까?
10. 사건의 이해와 재구성
11. 이야기에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
12. 픽션을 향한 인간의 본능
13. 놀이와 예술을 통해 진화하다
제2편 호메로스에서 닥터 수스까지, 이야기의 기원들
4부 이야기의 역사적 기원, 《오디세이아》
14. 관심 끌기 (1) 자연스러운 유형-인물과 플롯
15. 관심 끌기 (2) 개방적 유형-구성의 역설
16. 지능의 진화 (1) 지금 여기
17. 지능의 진화 (2) 지금 여기를 넘어
18. 협력의 진화 (1) 경계의 확장
19. 협력의 진화 (2) 무임승차에 대한 징벌
5부 이야기의 개별적 기원, 《호턴이 듣고 있어!》
20. 문제와 해법의 진화론
21. 설명의 수준-보편, 지역, 개인
22. 설명의 수준-다시 개성으로
23. 설명의 수준-구체성
24. 작가의 의도를 넘어선 의미
맺음말 돌이켜보기와 내다보기-왜 진화비평인가?
발문 진화비평, 문학비평의 지평을 넓히다.
주
스토리텔링 유전자의 탄생과 인간의 진화
예술과 문화는 그저 장식에 불과한 사회적 부산물인가, 아니면 인간 진화의 산물인가? 세계적인 영문학자 브라이언 보이드는 ‘이야기’야말로 진화에 매우 중요한 ‘적응’이었다고 말한다. 문화와 예술의 진화론을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예술이 개인과 사회의 생존을 가능하게 한 필수 요소이며, 이는 인류 문명의 여명기에서 현대사회에 이르기까지 변함없는 사실이었음을 강조한다. 인간의 본능이라 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 어떻게 인간 문명을 진화로 이끌었는지 살펴보면서 우리 시대 예술과 문화의 위상을 다시금 확인하고 있다.
인간은 이야기의 마법에 걸려 있다. 이야기는 인간 문화의 보편이다. 누구나 이야기를 만들고 듣고 퍼뜨리고, 이야기에 매혹된다. 이야기는 우리가 아는 세계와 모르는 세계, 알려진 세계와 미지의 세계를 결합시켜 인지와 상상에 대한 우리의 갈망을 자극하고 충족시킨다. 스토리텔링이 지닌 마법의 비밀들은 어떤 진화론적 기초를 갖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은 문예론적 접근법을 넘어 새로운 각도에서 이야기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넓히고 이야기 현상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 지평을 열어젖힌다.
-도정일(문학평론가,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대학장)
이 책은 통찰력과 박식함, 그리고 철저히 근원적인 작업을 담았다. 특히 픽션에 대한 인간의 열정을 해명함으로써 인문학과 과학의 결합이 이 두 학문 분야를 훨씬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스티븐 핑커(하버드 대학교 언어심리학, 진화심리학 교수)
브라이언 보이드는 사회학과 생물학, 그리고 예술사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동원하여 적응적인 인간 행동으로서의 예술이라는 흥미로운 주제를 풀어낸다. 아마도 현대문학 이론에서 최초의 작업일 것이다. 기념비적인 업적이다.
-데이비드 보드웰(위스콘신-매디슨 대학교 영화학 교수)
흔히 절대 빈곤이 제거된 이후에야 문화나 예술을 찾게 된다고 말한다. 우선 먹고살아야 문화든 뭐든 즐길 여유가 생길 게 아닌가? 그런데 과연 실제로 그럴까? 답은 간단하다. 문화적 행동은 생존에 도움을 준다. 사회의 진화와 발전을 단계적으로 구분하고, 문화를 진화의 상위 단계에 올라간 뒤에야 필요한 요소로 보는 견해는 언뜻 문화를 고급하게 여기는 듯하지만 실은 문화가 사회적 생존과 발전의 부산물이나 부속물에 불과하다고 여기는 천박한 사고다.
-남경태, [옮긴이의 말] 중에서
진화론이 예술마저 설명할 수 있을까?
-진화론적 시각으로 본 예술의 의미
《이야기의 기원(On the Origin of Stories)》은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On the Origin of Species)》의 학문적 방법론을 차용하여 인간 진화의 관점에서 문학과 예술을 재평가하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 브라이언 보이드는 예술 무용론 혹은 잉여 생산에 의한 정신적 부산물이라고 보았던 기존의 예술 기원론을 비판하면서, 예술은 인간의 생존기능에 부합하도록 진화에 의해 끊임없이 설계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저자는 사회학과 생물학, 예술사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동원하여 인간 종은 생물학적으로 지금 여기를 넘어 지속적으로 사고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현실과 무관한 허구의 이야기를 말하고 들으려는 본능, 즉 스토리텔링 본능을 가지고 있음을 밝혀낸다.
인간의 스토리텔링 충동과 능력은 인간으로 하여금 조건과 현실의 제약에 더 유연하게 대처하도록 만들며, 동시에 유사한 환경과 조건을 지속·발전시키도록 만든다. 특히 사건이나 이야기를 구성하고 이해하도록 만들며 동시에 사회적 정보를 포함하는 ‘픽션’은 인간과 예술의 진화에 대한 가장 단적인 증거로 볼 수 있다. 저자는 초기 문명의 단순한 형태에서부터 인간의 능력과 성향이 어떻게 서서히 발전했는지, 그리고 인간의 초사회성이라는 대규모 진화적 이행을 통해 예술과 문학의 형식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면밀히 추적해낸다. 문화 연구에서 간과했던 문화와 예술의 의미를 재평가하고 더 나아가 심원한 인간 존재 자체에 주목하려는 의도에서다.
진화비평으로 읽는 호메로스와 닥터 수스
- 이야기 기술과 창조성의 발달
이 책의 1편에서는 이야기, 나아가 문학과 예술 전반이 인류 문명과 사회의 진화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보여준다. 진화라는 프레임을 통해 인간의 본성, 인간 속성으로서의 예술, 예술 양식으로서의 픽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마치 새끼사자가 동료와 깨물고 쫓는 놀이를 통해 사냥을 배워나가듯이 놀이는 진화 과정에서 ‘적응’의 이점을 지닌다. 마찬가지로 인간은 예술을 인지능력을 발달시키기 위한 가장 적합한 놀이로서 향유한다. 경쟁과 협력, 그리고 특히 타인의 관심을 공유하고 가르치려는 인간 특유의 성향은 인지적 ‘예술 놀이’를 지속하게 한다. 인간은 주어진 환경을 그냥 받아들이는 대신 스스로 선택하고 변화시키면서 거기서 나온 기술을 다듬고 재조합하여 창의성을 축적해나가면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자연주의적 관점에서 언어를 사용한 스토리텔링 즉 픽션은 인간의 정신, 욕구와 의도뿐만 아니라 믿음의 측면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종의 ‘적응’이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자유롭게 과거의 경험을 재조합하면서 미래를 상상하거나 모의실험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소설의 생물학적 적응적 기능임과 동시에, 나아가 예술 전반과 종교가 인간의 존속에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의 2편에서는 1편의 이론을 기반으로 호메로스의 고전과 닥터 수스의 현대 동화를 분석한다. 서로 대조되는 두 가지 사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와 닥터 수스의 《호튼이 듣고 있어!》를 통해 문학에 대한 우리의 이해와 감상을 심화한다. 3,000년에 가까운 시차를 둔 두 작품은 대중을 위한 스토리텔링이 진화한 역사적 과정의 처음과 끝에 해당한다. 먼저 《오디세이아》에 관해서는 관심, 지능, 협력에 초점을 맞추어, 우리가 당연시하고 넘어가는 스토리텔링 장치들이 3,000년 전 인간의 사고와 예술을 토대로 어떠한 발달을 이룩해왔는지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역사, 문헌, 문화와 관련된 학문들을 입체적으로 고찰하면서 동시에 역사 지식의 문제와 인간 본성의 보편적 측면이 지니는 필연적 연관성을 보여준다. 《호튼이 듣고 있어!》는 이야기의 개별적 기원에 해당하는 분석인데, 저자는 이 작품을 전통과 종교보다 혁신과 창조성을 바탕으로 하는 세계의 산물로서 파악하고 있다. 매체에 따른 작품의 차이, 작업 과정과 목적의식, 그리고 저자가 마주한 상황들의 풍부한 상호관계를 보여주면서 창조성이 다윈의 기계처럼 변이와 선택의 반복된 주기를 통해 작동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 작가 소개
저 : 브라이언 보이드
Brian Boyd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호메로스에서부터 현대문학, 아동문학, 평전, 만화, 드라마, 에세이, 영화 등 다양한 주제와 장르를 넘나들며 그 원형을 밝히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작품 등 러시아 문학에 관한 연구로도 명성이 높다. 지은 책으로는 《스토킹 나보코프Stalking Nabokov》 《블라디미르 나보코프Vladimir Nabokov》 《왜 가사는 지속되는가Why Lyrics Last》 등이 있고, 함께 지은 책으로는 《진화, 문학, 그리고 영화Evolution, Literature, and Film》 등이 있다.
역 : 남경태
남상일(필명)
1961년에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80년대 중반부터 사회과학출판 운동에 뒤어든 그는 그는 ''남상일''이라는 필명으로 『제국주의론』, 『공산당 선언』, 『포이어바흐와 독일 고전 철학의 종말』 등 사회과학의 원전들을 번역하는 데 주력했다.
저자에게는 그야말로 ‘종합 지식인’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학술계에서 지식의 크로스오버와 퓨전을 전문으로 하는 이는 찾아보기 힘든데, 저자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인문학의 재료들을 구슬을 꿰듯 잘 엮어, 독자에게 쉽고 친숙하게 다가간다. 특히 인문학의 바탕을 이루는 역사와 철학을 한 저자가 일관성을 가지고 서술해 내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인데, 그는 생각의 역사인 철학사와 현실의 역사인 세계사를 흐름이 보이도록 풀어 썼다. 한 분야에 머무르지 않고 인문 지식 생태계의 전반을 넘나드는 그의 글쓰기와, 일반 교양독자들과 인문학을 매개로 소통하는 그의 능력은 책 곳곳에서 발견된다.
우스개말로 ‘종합 지식인’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지은이는 『종횡무진 동양사』를 발간할 때부터 세계사의 전체적 개요를 대중에게 쉽게 전달하겠다는 무모한(?) 욕심을 키웠다. 그래서 1999년에는 688쪽의 ‘짧은’ 분량으로 서양사를 총정리한 『종횡무진 서양사』를 썼으며, 이듬해에는 영국의 저명한 문필가인 줄리어스 노리치가 쓴 『종횡무진 동로마사』를 번역해서 동양과 서양의 중간지대에 위치한 동유럽과 중동의 중세사를 독자들에게 제시했다.
『종횡무진 한국사』 상·하권은 그 마무리에 해당하는 역작이다. 한국사가 포함되어 있는 만큼, 아마 세계사의 전 부문을 이렇게 한 사람이 일관적인 관점으로 종합 집필한 경우는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할 것이다. 『종횡무진 한국사』는 역사 분야를 마무리하는 작업이며, 앞으로는 그동안 정리한 현실의 역사에다 지성의 역사를 배합하여 일반 대중이 소화할 수 있는 참신한 철학사를 꾸미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한다. 어쩌면 현대 물리학에서 말하는 ‘대통일이론(GUT)’이 인문학 분야에서는 지은이와 같은 크로스오버와 퓨전 지식인에게서 이루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타박타박 세계사''라는 프로그램을 MBC표준FM에서 진행하기도 했다.
『개념어 사전』(2006년 12월 발행)는 저자가 인문학적 관점에서 풀어낸 철학, 역사, 과학, 시사 등에 걸친 개념어를 객관적이 아니라 주관적이고 편향적이며, 여느 사전처럼 고루하지 않게 서술하고 있다. 인문학의 거의 모든 분야를 종횡무진 누비고 다니는 작가의 폭넓은 지적·직업적 편력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저서로는 『종횡무진 한국사』,『종횡무진 동양사』,『종횡무진 서양사』,『개념어 사전』,『철학-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남경태의 스토리 철학 18』 등이 있고, 역서로는 『CHINA_중국의 70가지 경이』,『고대 세계의 70가지 미스터리』,『우리 세계의 70가지 경이로운 건축물』,『비잔티움 연대기』,『트로이, 잊혀진 신화』,『사람의 역사』,『세상을 바꾼 문자, 알파벳』,『살육과 문명』,『페다고지』,『기후, 문명의 지도를 바꾸다』,『시간의 발견』,『교양인을 위한 바이블 키워드』,『명화의 비밀』,『그림으로 본 음식의 문화사』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5) 차례
옮긴이의 말 문명과 문화의 진화론
들어가며 진화론이 예술마저 설명할 수 있을까?
제1편 진화론으로 읽는 인간과 예술
1부 진화와 자연
1. 인간 본성은 있는가?
2. 살아남으려면 적응하라
3. 지능은 왜 진화하는가?
4. 집단에서 살아남기
2부 진화와 예술
5. 예술의 생물학적 뿌리
6. 생존을 위한 인지놀이
7. 선택적 관심에 의한 예술
8. 창조성을 창조하도록 진화하다
3부 진화와 픽션
9. 왜 우리는 허구에 매료될까?
10. 사건의 이해와 재구성
11. 이야기에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
12. 픽션을 향한 인간의 본능
13. 놀이와 예술을 통해 진화하다
제2편 호메로스에서 닥터 수스까지, 이야기의 기원들
4부 이야기의 역사적 기원, 《오디세이아》
14. 관심 끌기 (1) 자연스러운 유형-인물과 플롯
15. 관심 끌기 (2) 개방적 유형-구성의 역설
16. 지능의 진화 (1) 지금 여기
17. 지능의 진화 (2) 지금 여기를 넘어
18. 협력의 진화 (1) 경계의 확장
19. 협력의 진화 (2) 무임승차에 대한 징벌
5부 이야기의 개별적 기원, 《호턴이 듣고 있어!》
20. 문제와 해법의 진화론
21. 설명의 수준-보편, 지역, 개인
22. 설명의 수준-다시 개성으로
23. 설명의 수준-구체성
24. 작가의 의도를 넘어선 의미
맺음말 돌이켜보기와 내다보기-왜 진화비평인가?
발문 진화비평, 문학비평의 지평을 넓히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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