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요네하라 마리의 생전 마지막 작품 『유머의 공식』
동서고금의 유머를 분석, 원리를 밝히다
법정에서 판결을 받은 피고가 판사에게 묻는다.
“어떻게 된 거죠? 제가 저번에 이웃 사람을 ‘돼지’라고 욕했을 때 명예훼손과 모욕죄로 벌금 200프랑을 선고받았거든요. 이번에도 똑같이 이웃 사람을 ‘돼지’라 욕했고 죄명도 같은데 왜 이번에는 벌금이 500프랑이죠?”
“얼마 전 돼지고기 가격이 인상되어서요.”
-182쪽, 「돼지고기 가격」
남을 웃기는 사람이 되기란 쉽지 않다. 사실 유머야말로 인간이 지성과 감성을 총동원해 구사해야 하는 언어 예술이기 때문이다. 만일 유머의 구조와 원리를 낱낱이 파헤쳐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나아가 이를 응용해볼 수 있게끔 돕는 책이 있다면 어떨까. 단순한 유머 모음집이 아닌 일종의 ‘자습서’ 말이다. 남을 웃기기도 쉽지 않은데, 하물며 그 생리와 방법을 제시하기란 여간한 일이 아닐 터. 그러나 우리에게는, 요네하라 마리가 있다.
일본의 러시아어 동시통역사로 활약했으며 작가로도 왕성히 활동한 요네하라 마리(1950~2006)의 열여섯 번째 번역서이자 그가 생전에 출간한 마지막 책이 마음산책에서 개정되어 나왔다. 그필력 못지않게 호쾌하고 위트 어린 입담으로도 정평이 나 있는 요네하라 마리. 독특한 이력 속에서 배양된 자유로운 정신과 하루에 일곱 권의 책을 읽어치우며 쌓아올린 방대한 지식도 이에 한몫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요네하라 마리는 웃기다. 그것도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웃긴다. 때로는 은은한 미소를 짓게 하는가 하면 때로는 포복절도하게 만든다. 특유의 독설과 음담패설 또한 그만의 유머와 맛깔나게 버무려 전달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요약하자면 유머는 요네하라 마리의 무기이자 요네하라 마리 그 자체인 셈이다.
그런 그가, 동서고금의 갖은 유머들을 분석하고 연구한 끝에 그 안에 흐르는 열한 가지의 원리, 즉 유머의 공식을 밝혀 책으로 엮었다. 소재는 각기 다르다 해도 남을 웃기는 유머에는 공통 요소가 있기 마련. 『유머의 공식』은 어떻게 하면 듣거나 읽는 사람들이 재미있어하거나 웃음을 터뜨리는 유머를 쓸 수 있는지에 대해 요네하라 마리가 연구한 결과물의 총체다. 더군다나 이 열한 가지 원리에 더해 상세한 유머와 각 원리를 바탕으로 독자가 직접 풀어볼 수 있는 응용문제까지 친절히 마련해두었다. 웃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일단 이 책을 펼쳐 가볍게 읽으며 굳은 머리를 풀어보자.
유머의 핵심은 반전,
반전의 핵심은 연출
『유머의 공식』은 앞서 말했듯 열한 가지 유머의 공식을 열한 장에 나누어 명쾌하게 제시한다. 먼저 첫 번째 장에서는 “모든 걸작 유머는 사기꾼의 수법과 똑같”음을 밝히며 “원래 사기 행위는 인간의 욕심이나 상식, 권위를 따르는 사고 습관을 뒤집는 범죄이기 때문에 (…) 그 수법을 이야기한 것만으로 유머가 된다”라고 요네하라 마리는 이야기한다. 이를테면 다음 유머가 그렇다.
새로 부임한 선생님은 모이샤라는 소년이 반 친구들에게 ‘멍청이 모이샤’라며 놀림을 받는 게 조금 신경 쓰였다.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학생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본다.
“그게요, 선생님. 걔는 정말 멍청하거든요. 크기가 작은 10센트 동전과 커다란 5센트 동전을 보여주면서 갖고 싶은 걸 가지라고 하면, 꼭 5센트짜리를 골라요.”
이렇게 말한 학생은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 모이샤에게 고르라고 했다. 모이샤는 언제나처럼 5센트 동전을 골랐다. 놀란 선생님이 그 이유를 물었더니 모이샤는 대답했다.
“이게 크잖아요.”
방과 후, 선생님은 모이샤를 불렀다.
“5센트는 크기만 클 뿐 10센트 쪽이 더 많은 걸 살 수 있다는 걸 정말 모르니?”
“그런 건 저도 알아요.”
“그럼 왜 5센트 동전을 고르는 거니?”
“제가 10센트를 고르면 녀석들이 저한테 돈을 안 줄 테니까요.”
-22~23쪽, 「멍청이 모이샤」
웃음을 터뜨리게 하려면 예상을 뒤집는 반전일수록 좋음을 강조한 뒤, 이야기는 이제 어떻게 하면 반전을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으로 전개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반전은 마지막에 와야 하며 또한 이 반전은 “찾아내 연출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밋밋한 이야기라 할지라도 구성을 알맞게 바꾸고 『유머의 공식』에서 짚어주는 대로 몇 가지 요소를 덧붙이거나 빼면 듣는 이를 빨려들게 만드는 유머를 쓸 수 있다. 즉 유머의 핵심은 반전, 반전의 핵심은 연출인 것이다.
여기서 또 다른 사실을 알 수 있다. 반전은 무無에서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찾아내 연출하는 것이다. “사람은 여자로 태어나지 않는다. 여자로 만들어진다”라는 보부아르의 유명한 말을 흉내 내서 “처음부터 반전 따위는 없다. 반전으로 만드는 것이다”라고 할 수 있겠다.
-36쪽에서
이어서 ‘침묵은 금’이나 ‘유머는 위기를 타고’ ‘권위는 유머의 방목장’ 등의 장에서는 요네하라 마리만이 구사할 수 있는 유머의 정수를 보여준다. “시모네타 도지”라는 아호에 걸맞게 ‘저질스러운 것’ ‘야한 것’은 물론이고 문학과 종교, 정치 영역도 종횡무진으로 넘나든다. 따라서 독자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언뜻 금기라 여겨지는 것들까지 유머의 소재로 거침없이 사용하는 ‘마리 스타일’ 유머를 마음껏 음미할 수 있다. 게다가 그가 일러주는 공식만 적절히 사용하면 독자 또한 자칫 미풍양속을 해칠지 모르는 이야기를 훌륭한 유머로 만들 수 있다.
톰바(이탈리아에서 아주 유명한 스키 선수)의 식사는 지속력을 낳는 파스타 중심이다. 그는 이탈리아 최대의 파스타 업체인 바릴라의 홍보 모델도 하고 있다. 수년 전, 일본에서 저널리스트를 초청하여 그가 만든 파스타를 선보이며 인터뷰를 하는 이벤트가 이탈리아현지에서 열렸다. 그때 먹은 수제 파스타 소스가 얼마나 맛있던지!
다양한 근력 트레이닝과 식사 메뉴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데, 그가 “잠깐 팔 좀 만져보세요”라는 말을 했다. 저널리스트와 같이 쭈뼛쭈뼛 만졌더니 강철처럼 단단하다. 이번에는 “여기도 만져보
세요” 하며 허벅지를 가리킨다. 그의 단련된 근육은, 인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단단했다. 모두 “역시 굉장해” 하며 감탄하는데 그는 씩 웃으며 말했다.
“더 단단한 데도 있어요.”
내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당황해하는데 그는 속삭였다.
“뼈예요.”
-160~161쪽, 「단단한 곳」
마리 스타일의 유머가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은, 단순히 웃기는 데에만 목적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유머의 공식』에서 그는 일본 안팎의 여러 정치적 문제에 대해 소신 있게 발언하며 일본 내에서는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서도 가차 없는 냉철한 평가를 던진다. 그러면서도 여기에 유머를 섞거나 심지어 정치인들의 발언 속에서 유머의 구조를 찾아내 보여준다.(덕분에 우리는 그들을 보며 마음껏 웃을 수 있다!) 우리를 분노하게 만드는 정치적 상황을 통쾌하게 날려버리는 힘을, 요네하라는 유머에서 길어 올린 셈이다.
러시아를 통치하는 데 지친 푸틴 대통령은 저세상에 있는 스탈린에게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했다. 스탈린이 말한다.
“푸틴, 효과적으로 통치하려면 두 가지를 해야 하오. 첫째, 각료들을 모두 총살할 것. 둘째, 크렘린을 초록색으로 다시 칠할 것.”
“잠시만요.”
푸틴이 묻는다.
“왜 크렘린을 다시 초록색으로 칠해야 하는 겁니까?”
“푸틴, 역시 내 짐작대로요. 첫 번째에서는 나와 자네의 의견이 일치했나 본데.”
-152쪽, 「푸틴과 스탈린」
“유머는 아스피린처럼 아픔을 달래준다”(커트 보니것)
암과 싸우며 출간한 최후의 책, 그곳에도 웃음이……
『유머의 공식』은 “마음의 색채와 음영의 폭이 넓었던”(요네하라 마리의 스승, 도쿠나가 하루미) 요네하라 마리가 투병 생활을 하며 생전에 출간한 마지막 책이기도 하다. 그는 난소암으로 지난 2006년에 세상을 떠났는데(향년 56세), 당시의 상황을 「에필로그」에서 짧고 담담히 전하고 있다.
원고를 수정하기 시작해서 순조롭게 진행되던 무렵, 20년 동안 요양을 하시던 어머니의 용태가 급변했다. 동시에 나는 극심한 복통으로 어머니와 같은 병원에 입원했다가 난소낭종이라는 진단이 떨어져 적출 수술을 받았다. 어머니가 위독하시다는 걸 알게 된 이튿날, 적출한 내 난소는 악성종양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돌아가신 어머니와 함께 퇴원한 나는 살아갈 기력과 에너지를 잃었고 집필 의욕도 바닥이 났다. 게다가 수술 후 1년 4개월이 지난 지금, 암은 왼쪽 서혜부 림프절로 전이가 된 상태다.
-「에필로그」에서
“질병이나 뜻하지 않은 사고, 사람을 잃거나 배신당한 슬픔, 분함, 불합리한 차별, 불공정함, 화가 나는 악한 정치, 단순한 타이밍의 차이 등 사람들은 궁지에 몰리면 시야가 좁아져 자신을 한층 몰아붙이게 된다. 괴로울 때야말로 자신과 불행의 원인을 떼어놓고서 웃어넘기고 싶은 법이다. 그리고 그럴 때 유머라는 문학 장르(라고 해버리자!!)의 방법론은 크게 도움이 될 터이다”라고 말하며 유머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요네하라 마리. 어쩌면, 그를 마지막까지 지탱하게 해준 것 중 하나는 웃음의 힘이 아니었을까. 책이 불러일으키는 여러 감정 중 그가 “가장 높이 평가하는 것은 웃음”이었고, “웃게 해주는 작가야말로 최고의 작가”였으므로. 요네하라 마리가 최고의 작가 중 한 사람인 이유 또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에필로그」에는 저자가 이 원고를 수정할 때의 당시 상황이 기술되어 있다. 어머니의 용태 악화, 저자의 악성종양, 그리고 전이……. 그러한 상황에서 ‘웃음’에 관한 원고를 마주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면 정말이지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기분에 빠져든다. 도저히 웃음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야말로, 웃음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때가 아닐까. 아마 저자는 그 점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유머의 집대성과 같은 이 책의 완성을 위해 더욱 열정을 쏟아붓지 않았을까 싶다. 그 강인한 정신력이 놀랍고, 이 책이 한층 대단해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옮긴이의 말」에서
▣ 작가 소개
저 : 요네하라 마리
Mari Yonehara,よねはら まり,米原万里
고종석은 『여자들』에서 요네하라 마리를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그녀의 책들이 보여주는 다감함, 날렵함, 섬세함, 유머감각 따위는, 여느 문필가가 쉽게 다다를 수 없는 경지에 있다. 나는 요네하라 마리의 충성스러운 독자다. 생전에 한 번 만나봤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숭배자이기도 하다.”
1950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러시아어 동시통역가, 에세이스트, 소설가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1960~64년에 프라하의 소비에트 학교에서 수학했다. 도쿄외국어대학 러시아어학과를 졸업하고 도쿄대학 대학원 러시아어·러시아문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1980년에 설립된 러시아통역협회에서 초대사무국장을 맡았고, 95~97년에는 회장에 역임했다. 1992년 <일본여성방송인간담회SJ상>을 수상한 이래, 95년 『헤픈 미녀냐, 정숙한 추녀냐』로 제46회 <요미우리 문학상>, 1997년 『마녀의 한 다스』로 제13회 <고단샤 에세이상>, 2002년 『프라하의 소녀시대』로 제33회 <오야 소이치 논픽션상>, 2003년 『올리가 몰리소브나의 반어법』으로 제13회 <분카무라 두마고상>을 수상했다. 2006년 5월 25일 향년 56세에 난소암으로 별세했다.
『프라하의 소녀시대』『마녀의 한 다스』『대단한 책』『미녀냐 추녀냐』『올가의 반어법』『인간 수컷은 필요 없어』『미식견문록』『문화편력기』『발명 마니아』『팬티 인문학』『교양노트』『차이와 사이』『러시아 통신』『속담 인류학』 『언어 감각 기르기』등이 국내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역 : 김윤수
동덕여자대학교 일어일문학과와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3의 마법』『공룡계곡의 소녀들』,『초식남이 세상을 바꾼다』, 『인간수컷은 필요 없어』,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수달』, 『그녀, 영어 동시통역사 되다』, 『올가의 반어법』, 『에도의 여행자들』, 『미일동맹』(공역), 『미녀냐 추녀나』,『날아라 로켓파크』,『완전한 수장룡의 날』『한밤중의 베이커리』등이 있다.
▣ 주요 목차
사기 수법
비극과 희극은 종이 한 장 차이
동물과 아이한테는 이기지 못한다
상대방의 장기를 가로채서 반격하기
나무를 보여주고 나서 숲 보여주기
신은 3을 좋아해
과장과 왜소화
유머는 위기를 타고
침묵은 금
악마는 세밀한 부분에 깃든다
권위는 웃음의 방목장
귀를 기울이게 해야 진정한 유머
에필로그
옮긴이의 말
요네하라 마리의 생전 마지막 작품 『유머의 공식』
동서고금의 유머를 분석, 원리를 밝히다
법정에서 판결을 받은 피고가 판사에게 묻는다.
“어떻게 된 거죠? 제가 저번에 이웃 사람을 ‘돼지’라고 욕했을 때 명예훼손과 모욕죄로 벌금 200프랑을 선고받았거든요. 이번에도 똑같이 이웃 사람을 ‘돼지’라 욕했고 죄명도 같은데 왜 이번에는 벌금이 500프랑이죠?”
“얼마 전 돼지고기 가격이 인상되어서요.”
-182쪽, 「돼지고기 가격」
남을 웃기는 사람이 되기란 쉽지 않다. 사실 유머야말로 인간이 지성과 감성을 총동원해 구사해야 하는 언어 예술이기 때문이다. 만일 유머의 구조와 원리를 낱낱이 파헤쳐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나아가 이를 응용해볼 수 있게끔 돕는 책이 있다면 어떨까. 단순한 유머 모음집이 아닌 일종의 ‘자습서’ 말이다. 남을 웃기기도 쉽지 않은데, 하물며 그 생리와 방법을 제시하기란 여간한 일이 아닐 터. 그러나 우리에게는, 요네하라 마리가 있다.
일본의 러시아어 동시통역사로 활약했으며 작가로도 왕성히 활동한 요네하라 마리(1950~2006)의 열여섯 번째 번역서이자 그가 생전에 출간한 마지막 책이 마음산책에서 개정되어 나왔다. 그필력 못지않게 호쾌하고 위트 어린 입담으로도 정평이 나 있는 요네하라 마리. 독특한 이력 속에서 배양된 자유로운 정신과 하루에 일곱 권의 책을 읽어치우며 쌓아올린 방대한 지식도 이에 한몫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요네하라 마리는 웃기다. 그것도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웃긴다. 때로는 은은한 미소를 짓게 하는가 하면 때로는 포복절도하게 만든다. 특유의 독설과 음담패설 또한 그만의 유머와 맛깔나게 버무려 전달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요약하자면 유머는 요네하라 마리의 무기이자 요네하라 마리 그 자체인 셈이다.
그런 그가, 동서고금의 갖은 유머들을 분석하고 연구한 끝에 그 안에 흐르는 열한 가지의 원리, 즉 유머의 공식을 밝혀 책으로 엮었다. 소재는 각기 다르다 해도 남을 웃기는 유머에는 공통 요소가 있기 마련. 『유머의 공식』은 어떻게 하면 듣거나 읽는 사람들이 재미있어하거나 웃음을 터뜨리는 유머를 쓸 수 있는지에 대해 요네하라 마리가 연구한 결과물의 총체다. 더군다나 이 열한 가지 원리에 더해 상세한 유머와 각 원리를 바탕으로 독자가 직접 풀어볼 수 있는 응용문제까지 친절히 마련해두었다. 웃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일단 이 책을 펼쳐 가볍게 읽으며 굳은 머리를 풀어보자.
유머의 핵심은 반전,
반전의 핵심은 연출
『유머의 공식』은 앞서 말했듯 열한 가지 유머의 공식을 열한 장에 나누어 명쾌하게 제시한다. 먼저 첫 번째 장에서는 “모든 걸작 유머는 사기꾼의 수법과 똑같”음을 밝히며 “원래 사기 행위는 인간의 욕심이나 상식, 권위를 따르는 사고 습관을 뒤집는 범죄이기 때문에 (…) 그 수법을 이야기한 것만으로 유머가 된다”라고 요네하라 마리는 이야기한다. 이를테면 다음 유머가 그렇다.
새로 부임한 선생님은 모이샤라는 소년이 반 친구들에게 ‘멍청이 모이샤’라며 놀림을 받는 게 조금 신경 쓰였다.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학생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본다.
“그게요, 선생님. 걔는 정말 멍청하거든요. 크기가 작은 10센트 동전과 커다란 5센트 동전을 보여주면서 갖고 싶은 걸 가지라고 하면, 꼭 5센트짜리를 골라요.”
이렇게 말한 학생은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 모이샤에게 고르라고 했다. 모이샤는 언제나처럼 5센트 동전을 골랐다. 놀란 선생님이 그 이유를 물었더니 모이샤는 대답했다.
“이게 크잖아요.”
방과 후, 선생님은 모이샤를 불렀다.
“5센트는 크기만 클 뿐 10센트 쪽이 더 많은 걸 살 수 있다는 걸 정말 모르니?”
“그런 건 저도 알아요.”
“그럼 왜 5센트 동전을 고르는 거니?”
“제가 10센트를 고르면 녀석들이 저한테 돈을 안 줄 테니까요.”
-22~23쪽, 「멍청이 모이샤」
웃음을 터뜨리게 하려면 예상을 뒤집는 반전일수록 좋음을 강조한 뒤, 이야기는 이제 어떻게 하면 반전을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으로 전개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반전은 마지막에 와야 하며 또한 이 반전은 “찾아내 연출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밋밋한 이야기라 할지라도 구성을 알맞게 바꾸고 『유머의 공식』에서 짚어주는 대로 몇 가지 요소를 덧붙이거나 빼면 듣는 이를 빨려들게 만드는 유머를 쓸 수 있다. 즉 유머의 핵심은 반전, 반전의 핵심은 연출인 것이다.
여기서 또 다른 사실을 알 수 있다. 반전은 무無에서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찾아내 연출하는 것이다. “사람은 여자로 태어나지 않는다. 여자로 만들어진다”라는 보부아르의 유명한 말을 흉내 내서 “처음부터 반전 따위는 없다. 반전으로 만드는 것이다”라고 할 수 있겠다.
-36쪽에서
이어서 ‘침묵은 금’이나 ‘유머는 위기를 타고’ ‘권위는 유머의 방목장’ 등의 장에서는 요네하라 마리만이 구사할 수 있는 유머의 정수를 보여준다. “시모네타 도지”라는 아호에 걸맞게 ‘저질스러운 것’ ‘야한 것’은 물론이고 문학과 종교, 정치 영역도 종횡무진으로 넘나든다. 따라서 독자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언뜻 금기라 여겨지는 것들까지 유머의 소재로 거침없이 사용하는 ‘마리 스타일’ 유머를 마음껏 음미할 수 있다. 게다가 그가 일러주는 공식만 적절히 사용하면 독자 또한 자칫 미풍양속을 해칠지 모르는 이야기를 훌륭한 유머로 만들 수 있다.
톰바(이탈리아에서 아주 유명한 스키 선수)의 식사는 지속력을 낳는 파스타 중심이다. 그는 이탈리아 최대의 파스타 업체인 바릴라의 홍보 모델도 하고 있다. 수년 전, 일본에서 저널리스트를 초청하여 그가 만든 파스타를 선보이며 인터뷰를 하는 이벤트가 이탈리아현지에서 열렸다. 그때 먹은 수제 파스타 소스가 얼마나 맛있던지!
다양한 근력 트레이닝과 식사 메뉴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데, 그가 “잠깐 팔 좀 만져보세요”라는 말을 했다. 저널리스트와 같이 쭈뼛쭈뼛 만졌더니 강철처럼 단단하다. 이번에는 “여기도 만져보
세요” 하며 허벅지를 가리킨다. 그의 단련된 근육은, 인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단단했다. 모두 “역시 굉장해” 하며 감탄하는데 그는 씩 웃으며 말했다.
“더 단단한 데도 있어요.”
내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당황해하는데 그는 속삭였다.
“뼈예요.”
-160~161쪽, 「단단한 곳」
마리 스타일의 유머가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은, 단순히 웃기는 데에만 목적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유머의 공식』에서 그는 일본 안팎의 여러 정치적 문제에 대해 소신 있게 발언하며 일본 내에서는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서도 가차 없는 냉철한 평가를 던진다. 그러면서도 여기에 유머를 섞거나 심지어 정치인들의 발언 속에서 유머의 구조를 찾아내 보여준다.(덕분에 우리는 그들을 보며 마음껏 웃을 수 있다!) 우리를 분노하게 만드는 정치적 상황을 통쾌하게 날려버리는 힘을, 요네하라는 유머에서 길어 올린 셈이다.
러시아를 통치하는 데 지친 푸틴 대통령은 저세상에 있는 스탈린에게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했다. 스탈린이 말한다.
“푸틴, 효과적으로 통치하려면 두 가지를 해야 하오. 첫째, 각료들을 모두 총살할 것. 둘째, 크렘린을 초록색으로 다시 칠할 것.”
“잠시만요.”
푸틴이 묻는다.
“왜 크렘린을 다시 초록색으로 칠해야 하는 겁니까?”
“푸틴, 역시 내 짐작대로요. 첫 번째에서는 나와 자네의 의견이 일치했나 본데.”
-152쪽, 「푸틴과 스탈린」
“유머는 아스피린처럼 아픔을 달래준다”(커트 보니것)
암과 싸우며 출간한 최후의 책, 그곳에도 웃음이……
『유머의 공식』은 “마음의 색채와 음영의 폭이 넓었던”(요네하라 마리의 스승, 도쿠나가 하루미) 요네하라 마리가 투병 생활을 하며 생전에 출간한 마지막 책이기도 하다. 그는 난소암으로 지난 2006년에 세상을 떠났는데(향년 56세), 당시의 상황을 「에필로그」에서 짧고 담담히 전하고 있다.
원고를 수정하기 시작해서 순조롭게 진행되던 무렵, 20년 동안 요양을 하시던 어머니의 용태가 급변했다. 동시에 나는 극심한 복통으로 어머니와 같은 병원에 입원했다가 난소낭종이라는 진단이 떨어져 적출 수술을 받았다. 어머니가 위독하시다는 걸 알게 된 이튿날, 적출한 내 난소는 악성종양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돌아가신 어머니와 함께 퇴원한 나는 살아갈 기력과 에너지를 잃었고 집필 의욕도 바닥이 났다. 게다가 수술 후 1년 4개월이 지난 지금, 암은 왼쪽 서혜부 림프절로 전이가 된 상태다.
-「에필로그」에서
“질병이나 뜻하지 않은 사고, 사람을 잃거나 배신당한 슬픔, 분함, 불합리한 차별, 불공정함, 화가 나는 악한 정치, 단순한 타이밍의 차이 등 사람들은 궁지에 몰리면 시야가 좁아져 자신을 한층 몰아붙이게 된다. 괴로울 때야말로 자신과 불행의 원인을 떼어놓고서 웃어넘기고 싶은 법이다. 그리고 그럴 때 유머라는 문학 장르(라고 해버리자!!)의 방법론은 크게 도움이 될 터이다”라고 말하며 유머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요네하라 마리. 어쩌면, 그를 마지막까지 지탱하게 해준 것 중 하나는 웃음의 힘이 아니었을까. 책이 불러일으키는 여러 감정 중 그가 “가장 높이 평가하는 것은 웃음”이었고, “웃게 해주는 작가야말로 최고의 작가”였으므로. 요네하라 마리가 최고의 작가 중 한 사람인 이유 또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에필로그」에는 저자가 이 원고를 수정할 때의 당시 상황이 기술되어 있다. 어머니의 용태 악화, 저자의 악성종양, 그리고 전이……. 그러한 상황에서 ‘웃음’에 관한 원고를 마주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면 정말이지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기분에 빠져든다. 도저히 웃음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야말로, 웃음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때가 아닐까. 아마 저자는 그 점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유머의 집대성과 같은 이 책의 완성을 위해 더욱 열정을 쏟아붓지 않았을까 싶다. 그 강인한 정신력이 놀랍고, 이 책이 한층 대단해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옮긴이의 말」에서
▣ 작가 소개
저 : 요네하라 마리
Mari Yonehara,よねはら まり,米原万里
고종석은 『여자들』에서 요네하라 마리를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그녀의 책들이 보여주는 다감함, 날렵함, 섬세함, 유머감각 따위는, 여느 문필가가 쉽게 다다를 수 없는 경지에 있다. 나는 요네하라 마리의 충성스러운 독자다. 생전에 한 번 만나봤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숭배자이기도 하다.”
1950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러시아어 동시통역가, 에세이스트, 소설가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1960~64년에 프라하의 소비에트 학교에서 수학했다. 도쿄외국어대학 러시아어학과를 졸업하고 도쿄대학 대학원 러시아어·러시아문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1980년에 설립된 러시아통역협회에서 초대사무국장을 맡았고, 95~97년에는 회장에 역임했다. 1992년 <일본여성방송인간담회SJ상>을 수상한 이래, 95년 『헤픈 미녀냐, 정숙한 추녀냐』로 제46회 <요미우리 문학상>, 1997년 『마녀의 한 다스』로 제13회 <고단샤 에세이상>, 2002년 『프라하의 소녀시대』로 제33회 <오야 소이치 논픽션상>, 2003년 『올리가 몰리소브나의 반어법』으로 제13회 <분카무라 두마고상>을 수상했다. 2006년 5월 25일 향년 56세에 난소암으로 별세했다.
『프라하의 소녀시대』『마녀의 한 다스』『대단한 책』『미녀냐 추녀냐』『올가의 반어법』『인간 수컷은 필요 없어』『미식견문록』『문화편력기』『발명 마니아』『팬티 인문학』『교양노트』『차이와 사이』『러시아 통신』『속담 인류학』 『언어 감각 기르기』등이 국내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역 : 김윤수
동덕여자대학교 일어일문학과와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3의 마법』『공룡계곡의 소녀들』,『초식남이 세상을 바꾼다』, 『인간수컷은 필요 없어』,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수달』, 『그녀, 영어 동시통역사 되다』, 『올가의 반어법』, 『에도의 여행자들』, 『미일동맹』(공역), 『미녀냐 추녀나』,『날아라 로켓파크』,『완전한 수장룡의 날』『한밤중의 베이커리』등이 있다.
▣ 주요 목차
사기 수법
비극과 희극은 종이 한 장 차이
동물과 아이한테는 이기지 못한다
상대방의 장기를 가로채서 반격하기
나무를 보여주고 나서 숲 보여주기
신은 3을 좋아해
과장과 왜소화
유머는 위기를 타고
침묵은 금
악마는 세밀한 부분에 깃든다
권위는 웃음의 방목장
귀를 기울이게 해야 진정한 유머
에필로그
옮긴이의 말
01. 반품기한
- 단순 변심인 경우 : 상품 수령 후 7일 이내 신청
- 상품 불량/오배송인 경우 : 상품 수령 후 3개월 이내, 혹은 그 사실을 알게 된 이후 30일 이내 반품 신청 가능
02. 반품 배송비
반품사유 | 반품 배송비 부담자 |
---|---|
단순변심 | 고객 부담이며, 최초 배송비를 포함해 왕복 배송비가 발생합니다. 또한, 도서/산간지역이거나 설치 상품을 반품하는 경우에는 배송비가 추가될 수 있습니다. |
고객 부담이 아닙니다. |
03. 배송상태에 따른 환불안내
진행 상태 | 결제완료 | 상품준비중 | 배송지시/배송중/배송완료 |
---|---|---|---|
어떤 상태 | 주문 내역 확인 전 | 상품 발송 준비 중 | 상품이 택배사로 이미 발송 됨 |
환불 | 즉시환불 | 구매취소 의사전달 → 발송중지 → 환불 | 반품회수 → 반품상품 확인 → 환불 |
04. 취소방법
- 결제완료 또는 배송상품은 1:1 문의에 취소신청해 주셔야 합니다.
- 특정 상품의 경우 취소 수수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05. 환불시점
결제수단 | 환불시점 | 환불방법 |
---|---|---|
신용카드 | 취소완료 후, 3~5일 내 카드사 승인취소(영업일 기준) | 신용카드 승인취소 |
계좌이체 |
실시간 계좌이체 또는 무통장입금 취소완료 후, 입력하신 환불계좌로 1~2일 내 환불금액 입금(영업일 기준) |
계좌입금 |
휴대폰 결제 |
당일 구매내역 취소시 취소 완료 후, 6시간 이내 승인취소 전월 구매내역 취소시 취소 완료 후, 1~2일 내 환불계좌로 입금(영업일 기준) |
당일취소 : 휴대폰 결제 승인취소 익월취소 : 계좌입금 |
포인트 | 취소 완료 후, 당일 포인트 적립 | 환불 포인트 적립 |
06. 취소반품 불가 사유
- 단순변심으로 인한 반품 시, 배송 완료 후 7일이 지나면 취소/반품 신청이 접수되지 않습니다.
- 주문/제작 상품의 경우, 상품의 제작이 이미 진행된 경우에는 취소가 불가합니다.
- 구성품을 분실하였거나 취급 부주의로 인한 파손/고장/오염된 경우에는 취소/반품이 제한됩니다.
- 제조사의 사정 (신모델 출시 등) 및 부품 가격변동 등에 의해 가격이 변동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반품 및 가격보상은 불가합니다.
- 뷰티 상품 이용 시 트러블(알러지, 붉은 반점, 가려움, 따가움)이 발생하는 경우 진료 확인서 및 소견서 등을 증빙하면 환불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 제반 비용은 고객님께서 부담하셔야 합니다.
- 각 상품별로 아래와 같은 사유로 취소/반품이 제한 될 수 있습니다.
상품군 | 취소/반품 불가사유 |
---|---|
의류/잡화/수입명품 | 상품의 택(TAG) 제거/라벨 및 상품 훼손으로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된 경우 |
계절상품/식품/화장품 | 고객님의 사용, 시간경과, 일부 소비에 의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가전/설치상품 | 전자제품 특성 상, 정품 스티커가 제거되었거나 설치 또는 사용 이후에 단순변심인 경우, 액정화면이 부착된 상품의 전원을 켠 경우 (상품불량으로 인한 교환/반품은 AS센터의 불량 판정을 받아야 합니다.) |
자동차용품 | 상품을 개봉하여 장착한 이후 단순변심의 경우 |
CD/DVD/GAME/BOOK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의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 |
상품의 시리얼 넘버 유출로 내장된 소프트웨어의 가치가 감소한 경우 | |
노트북, 테스크탑 PC 등 | 홀로그램 등을 분리, 분실, 훼손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하여 재판매가 불가할 경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