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가만히 있지 않겠다’며 의로운 생각으로 써내려간 우리 이웃들의 진솔한 글
강경숙, 고경은, 김건기, 김금옥, 김금희, 김대술, 김동수, 김미경?공동영, 김상섭, 김수인, 김승기, 김용분, 김원, 김인곤, 김정완, 노선정, 노세극, 류정형, 문세경, 박상현, 박상미, 박종성, 박진서, 박태향, 배미영, 서한나, 송영례, 신원경, 신현청, 심정아, 오수정, 오준혁?이승준?조호진, 유복희, 유영후, 윤예린, 이옥현, 이동칠, 이선국, 이승주, 이예은, 이재랑, 임유, 임재희, 장상원, 장슬기, 장윤서, 장현권, 전선미, 전세은, 전우승, 정동황, 정문순, 정일신, 조수연, 조은혜, 조재현, 조형식, 최현경, 현소은(총 59작, 강경숙 외 61인)
세월호 참사의 충격이 온 나라를 뒤덮고 있던 2014년 5월9일, 백발의 노신사가 한겨레신문사를 찾아왔다. 가슴에는 노란 리본이 달려있었다. 올해 나이 82살의 창간주주 독자 이영구씨. 6·25 참전용사인 그는 참사를 목격하며 국가적 침몰 위기를 느꼈다고 했다. 길 잃은 대한민국의 좌표를 찾는 글쓰기 공모전을 하자며 1000만원을 선뜻 내놓았다.
그렇게 해서 이 글이 모였다.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과 또래인 고 2 학생은 ‘진짜 어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20대 청년은 손가락으로만 분노를 표출하지 않겠다고, 영웅을 기다리지 않고 직접 행동하겠다고 했다. 교사와 학생들, 그리고 많은 어른들이 경쟁보다 연대를, 물질보다 가치를 가르치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고단하게 살아온 50대 주부는 독서를 통해 생각을 가다듬고 공동체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며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세월호 참사를 접하고 때론 울고 가슴 치며 깊은 성찰을 통해 나온 저마다의 제언이었다.
우리 이웃들은 ‘세월호 이후’를 고민했지만 현실은 책과 멀다. 300여명이 왜 그리 허망하게 죽어갔는지, 국가는 도대체 뭘 한 건지, 진상규명을 요구하지만 이뤄진 건 없다. 목숨 걸고 단식하는 유족들 앞에서 고열량의 피자와 치킨으로 ‘폭식 투쟁’을 하며 초코바를 뿌린다. 측은지심에 수오지심마저 잃은 인면수심에 우리는 분노하고 절망한다.
세월호 참사가 아직 끝나지 않은 이 세상에서 《0416》은 어쩌면 시대를 앞서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반갑다. 우리 곁에 짐승보다는 사람이 더 많이 살고 있다는 사실은, 야만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작은 위로가 될 것이다.
관련기사
“한국 사회의 길 함께 찾자” 82살 창간 독자의 ‘품격 제안’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42094.html
[알림] ‘한국사회의 길을 묻다’ 에세이 공모 마감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44754.html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다짐
2014년 4월16일 아침. 세월호는 전남 진도 앞바다에 있었다. TV에 비친 세월호는 기울어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뒤집혔다. 세월호가 300여 명을 삼킨 채 가라앉는 상황에서 정부는 단 한 명의 목숨도 제 손으로 구해내지 못했다. 우리 눈으로 똑똑히 목격한 사실이다. 그날 국가는 없었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한국 사회의 길을 묻다’ 에세이 공모는 지난 5월30일 한겨레신문 알림을 시작으로, 6월2일부터 29일까지 원고를 접수했다. 접수 일정을 맞추지 못해 늦게 전자우편을 주신 분들의 원고도 최대한 받았다. 꽃다운 아이들의 죽음에 눈물 흘리고 분노하며 가슴과 머리로 쓴 200편의 글이 도착했다. ‘가만히 있지 않겠다.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착하고 의로운 생각으로 적어내려간 우리 이웃의 진솔한 글이었다. 92살 전직 교사는 떨리는 손으로 볼펜을 꾹꾹 눌러가며 작성한 원고를 우편으로 보내왔다. ‘고장난 대한민국’을 안타까워하는 외국 동포의 글도 전자우편으로 당도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고민하며 매무새를 가다듬은 글, 또래의 죽음에 가슴 아파하며 써내려간 중·고생들의 글도 있었다. 분량의 한계 때문에 부득이하게 심사를 해야 했고 최종적으로 59편의 글을 추려냈다. 많은 분들의 옥고를 한 권에 다 싣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 - 《한겨레》 ‘한국 사회의 길을 묻다’ 기획편집팀
■ 감사의 글
《한겨레》의 ‘한국 사회의 길을 묻다’ 에세이 공모가 알려진 후 많은 분이 응모해주셨고 이제 책으로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200편의 원고를 모두 읽어보았습니다. 그 감상이 남다를 수밖에 없음을 밝히면서 뜨겁게 고마웠던 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무엇보다 행복했습니다. 나라를 사랑하고 미래를 위해 고뇌하는 분이 많다는 사실에서 말입니다. 처음 제안할 때만 해도 《한겨레》에서 받아주기나 할까 걱정했던 사람으로서 예상외의 호응과 함께 이것이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나왔다는 사실 자체를 저는 기적에 가까운 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6·25 참전으로 배움이 짧아 모르는 것이 많은 제게 여러분의 글은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몰랐던 것을 알게 해주신 것, 막연하게 알고 있던 것을 확실하게 알게 해주신 것, 그리고 그것을 믿음으로 만들어주신 것, 정말 고맙습니다.
보내주신 글을 보면서 자주 읽는 것을 멈추고 생각에 잠기며 가슴 뭉클해짐을 느꼈습니다. 여러분의 글이 표현 방식은 각기 달랐지만 모두가 우리 일상에서 길을 찾는 노력으로 그 내용이 모여 있는 것이 하나의 공통점이었습니다. 크든 작든 내 힘으로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 얼마나 값지고 소중한 일입니까?
아주 작은 몸짓이 위대한 역사를 이룰 수 있다는 ‘나비효과’를 생각합니다. 저의 작은 제안이 여러분의 참여로 한 권의 책이 되고 그 내용이 많은 사람의 실천으로 이어지면서 우리 사회의 새로운 길을 만들어나간다면, 앞으로 10년 후 우리의 미래는 지금과 사뭇 다른 모습이지 않겠습니까? 그것이 지금 저의 희망이고 꿈입니다. 다시 한번 여러분께 고맙다는 말씀을 정중히 드립니다. - 이영구 《한겨레》 창간주주 독자
■ 추천의 글
사람은 어디까지 잔인할 수 있는가? 반대로 사람은 어디까지 비참을 견뎌낼 수 있는가? 인간과 인간의 경계는 어디쯤일까를 생각해보게 하는 나날이다. 2014년 4월16일 이후 난 어떻게 할지를 몰랐다. 세월호가 맹골수도에서 가라앉던 날, 처음에는 전원 구조 소식에 가슴을 쓸어내렸다가 다시 단 한 명도 구하지 않았음을 알게 된 그때부터 시쳇말로 멘붕 상태에 빠졌다. ‘어떻게 하지’를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반복하면서 매일매일을 울면서 살았다. 그러다가 뭐라도 해야겠다고 맘먹고 시작한 게 세월호 유가족들 곁에 서는 일이었다.
4월16일은 304개의 세계가 사라진 날이다. 세월호 참사로 통칭되지만 각자의 인생은 다르고 꿈도 달랐다. 그중의 대부분은 가만히 있으라는 말에 순종하던, 채 피지도 못한 착한 아이들이었다. 그들의 휴대전화에 있던 동영상 파일에서는 두려움과 고통이 그대로 배어 나온다. 얼마나 무섭고 끔찍했을까. 그런 아이들을 포함해 3백 명 넘는 목숨을 죽인 살인 사건이었다. 유가족들은 지금도 묻고 있다. ‘졸지에 세상을 떠난 그 아이들이 왜 죽어야 했는지, 구조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한다. 지금도 현관문을 열고 돌아올 것 같고, 무심결에 밥상에 아이의 수저까지 놓다가는 망연자실해서 밥상머리에서 울고야 마는 그런 유가족들에게 이 정부와 정치권이 대하는 태도, 그리고 막말을 해대는 인간들을 보라.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그날 없었고, 그날 이후로도 없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같이 울고, 슬퍼하고, 분노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유가족들을 찾아가 말없이 곁에서 울었고, 그들과 같이 걸었고, 유가족이 되어 단식농성에 동참했다. 원인 제공자들, 책임자들은 발뺌하기에 바쁜데 자신이 잘못한 것이라는 죄책감과 깨달음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한 사람들이 유가족들에게 용기를 주고 있다. 그들은 4월16일 이후는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에 그런 사람들의 글을 모았다. 세월호에 공감하는 이들의 다짐도 있고, 세월호로부터 이 사회의 대안을 찾으려는 이들의 글도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여기 묶였다. 공명하는 사람들의,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나의 목소리고 이웃의 목소리다. 이 책으로 공감할 줄 아는 사람들이 더 늘어간다면 세월호 피해자들에게 빚진 마음을 조금은 덜어내고 희망을 말할 수도 있겠다. 이 책은 그런 바람과 함께 읽어야 한다. 우리 모두는 세월호의 승객들이므로. - 박래군 인권중심 사람 소장/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
▣ 작가 소개
강경숙은 쓰레기 적게 내려고 애쓰며 산다. 《국제신문》 《경상일보》 신춘문예 동화로 등단했다.
고경은은 책과 육체노동의 가치는 높게 평가하나 배금주의와 불의를 싫어한다.
김건기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후손에게 물려주고 싶은, 자랑스런 조상이 되고 싶은 청년!
김금옥은 나는 걷는다.
김금희는 마음을 담은 말들이 모여 서로에게 울림이 될 수 있기를.
김대술은 노숙인들과 함께, 하늘과 땅이 말하려는 길 찾는 시인, 사제.
김동수는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살림누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김미경·공동영은 함께 배우고 실천하는 교사와 학생.
김상섭은 영혼 없이 훈련된 무능으로 살아가지 않으려 경계하며 살고자 노력하는 한 40대 후반.
김수인은 기자를 꿈꾸는 고3.
김승기는 문사철을 아우르는 인문독서 동아리 전주신흥고등학교 사제동행독서동아리 호모쿵푸스 회원.
김용분은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럽게, 부드럽게, 천천히, 멈춤 없이 가고 싶은 사람.
김원은 죽음을 넘어 살림의 길을 고민하는 직장인.
김인곤은 시민에 의한 민주적 통제가 실현되는 나라를 열망하는 민주주의자.
김정완은 진보가 희망임을 믿는 인... 문 사회 분야 블로거이자 직장인.
노선정은 몸은 독일 베를린에, 마음은 한국에서 살고 있는 통·번역자.
노세극은 공생의 가치를 추구하는 안산 시민.
류정형은 산 밑에서 농사 짓는 게 꿈입니다. 아내, 쌍둥이 아들과 곧 모험을 떠납니다.
문세경은 여성노동자 글쓰기 모임 회원, 가난한 사람들의 즐거운 글쓰기를 돕고 싶은 꿈이 있다.
박상현은 교육의 민주화를 생각하는 경희사이버대 교수.
박성미는 영화 만드는 사람.
박종성은 충남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박진서는 이상과 현실 그리고 욕망 사이에서 아직도 헤매고 있는 소시민 .
박태향은 울산 학성고 국어 교사. 학생들과 함께 억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배미영은 대학 강사이며 번역가.
서한나는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송영례는 이웃의 아픔을 나누며, 공감하며, 인간 중심의 복지를 꿈꾸는 사회복지사.
신원경은 낭만적 대화 꿈꾸는 미친 백수.
신현청은 진실과 상식이 통하는 함께 사는 세상을 소망하는 보통 사람.
심정아는 비밀로 가득 찬 세상을 일상의 소중함으로 살아내고 싶은 중년.
오수정은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4학년.
오준혁·이승준·조호진은 수능이 다가와도 너그러운 고3들.
유복희는 이야기와 질문, 꿈과 시간, 나무와 사랑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
유영후는 친구들과 함께 더 나은 내일을 상상하고픈 고1.
윤예린은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고등학생.
이옥현은 무지갯빛 사랑으로 물들여가는 파랑채집가.
이동칠은 세월호 피해 학생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아빠.
이선국은 과연 침묵은 금일까요?
이승주는 한국 사회의 길을 찾고 싶은 기자 지망생.
이예은은 행복한 세상에서 살고 싶은 청년.
이재랑은 우리를 위하는 것이 아닌 바로 우리의 정치를 꿈꾸는 청년 노동당원.
임유는 올바름에 대해 고민하는 학생.
임재희는 더 나은 4월16일을 확신하는 취업 준비생.
장상원은 풀꽃처럼 가벼워지고 싶은 사람.
장슬기는 당장의 한걸음.
장윤서는 서문여고 2학년.
장헌권은 매주 세월호 재판을 보러 오시는 유가족을 마중하고 배웅하는 시인 목사.
전선미는 시간의 양보다 질을 믿는 사람.
전세은은 너무 평범한 서울 시민.
전우승은 내일이 기대되는 사회를 꿈꾸는 청년.
정동황은 문학과 철학을 사랑하는 신림동 주민.
정문순은 문학평론가. 세월호 희생자들을 어미 마음으로 영원히 품고 싶은 사람.
정일신은 ‘친정’(親庭)이라는, 여리고 고운 장소를 품으려 애만 쓰고 있는 사람입니다.
조수연은 진실하고 따뜻한 세상 속에 살기를 소망하는 한 여고생.
조은혜는 행복을 만나러 다니는 큰 그릇 대학생.
조재현은 민주경제의 길을 찾고 있는 경제학도.
조형식은 언제나 가벼운 하늘을 사모(思慕)하는 시인.
최연경은 잃어버린 희망을 찾기 위해 투표하러 가는 힘 없는 서민.
현소은은 빠릿빠릿하지 못한 취업 준비생
‘가만히 있지 않겠다’며 의로운 생각으로 써내려간 우리 이웃들의 진솔한 글
강경숙, 고경은, 김건기, 김금옥, 김금희, 김대술, 김동수, 김미경?공동영, 김상섭, 김수인, 김승기, 김용분, 김원, 김인곤, 김정완, 노선정, 노세극, 류정형, 문세경, 박상현, 박상미, 박종성, 박진서, 박태향, 배미영, 서한나, 송영례, 신원경, 신현청, 심정아, 오수정, 오준혁?이승준?조호진, 유복희, 유영후, 윤예린, 이옥현, 이동칠, 이선국, 이승주, 이예은, 이재랑, 임유, 임재희, 장상원, 장슬기, 장윤서, 장현권, 전선미, 전세은, 전우승, 정동황, 정문순, 정일신, 조수연, 조은혜, 조재현, 조형식, 최현경, 현소은(총 59작, 강경숙 외 61인)
세월호 참사의 충격이 온 나라를 뒤덮고 있던 2014년 5월9일, 백발의 노신사가 한겨레신문사를 찾아왔다. 가슴에는 노란 리본이 달려있었다. 올해 나이 82살의 창간주주 독자 이영구씨. 6·25 참전용사인 그는 참사를 목격하며 국가적 침몰 위기를 느꼈다고 했다. 길 잃은 대한민국의 좌표를 찾는 글쓰기 공모전을 하자며 1000만원을 선뜻 내놓았다.
그렇게 해서 이 글이 모였다.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과 또래인 고 2 학생은 ‘진짜 어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20대 청년은 손가락으로만 분노를 표출하지 않겠다고, 영웅을 기다리지 않고 직접 행동하겠다고 했다. 교사와 학생들, 그리고 많은 어른들이 경쟁보다 연대를, 물질보다 가치를 가르치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고단하게 살아온 50대 주부는 독서를 통해 생각을 가다듬고 공동체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며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세월호 참사를 접하고 때론 울고 가슴 치며 깊은 성찰을 통해 나온 저마다의 제언이었다.
우리 이웃들은 ‘세월호 이후’를 고민했지만 현실은 책과 멀다. 300여명이 왜 그리 허망하게 죽어갔는지, 국가는 도대체 뭘 한 건지, 진상규명을 요구하지만 이뤄진 건 없다. 목숨 걸고 단식하는 유족들 앞에서 고열량의 피자와 치킨으로 ‘폭식 투쟁’을 하며 초코바를 뿌린다. 측은지심에 수오지심마저 잃은 인면수심에 우리는 분노하고 절망한다.
세월호 참사가 아직 끝나지 않은 이 세상에서 《0416》은 어쩌면 시대를 앞서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반갑다. 우리 곁에 짐승보다는 사람이 더 많이 살고 있다는 사실은, 야만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작은 위로가 될 것이다.
관련기사
“한국 사회의 길 함께 찾자” 82살 창간 독자의 ‘품격 제안’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42094.html
[알림] ‘한국사회의 길을 묻다’ 에세이 공모 마감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44754.html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다짐
2014년 4월16일 아침. 세월호는 전남 진도 앞바다에 있었다. TV에 비친 세월호는 기울어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뒤집혔다. 세월호가 300여 명을 삼킨 채 가라앉는 상황에서 정부는 단 한 명의 목숨도 제 손으로 구해내지 못했다. 우리 눈으로 똑똑히 목격한 사실이다. 그날 국가는 없었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한국 사회의 길을 묻다’ 에세이 공모는 지난 5월30일 한겨레신문 알림을 시작으로, 6월2일부터 29일까지 원고를 접수했다. 접수 일정을 맞추지 못해 늦게 전자우편을 주신 분들의 원고도 최대한 받았다. 꽃다운 아이들의 죽음에 눈물 흘리고 분노하며 가슴과 머리로 쓴 200편의 글이 도착했다. ‘가만히 있지 않겠다.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착하고 의로운 생각으로 적어내려간 우리 이웃의 진솔한 글이었다. 92살 전직 교사는 떨리는 손으로 볼펜을 꾹꾹 눌러가며 작성한 원고를 우편으로 보내왔다. ‘고장난 대한민국’을 안타까워하는 외국 동포의 글도 전자우편으로 당도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고민하며 매무새를 가다듬은 글, 또래의 죽음에 가슴 아파하며 써내려간 중·고생들의 글도 있었다. 분량의 한계 때문에 부득이하게 심사를 해야 했고 최종적으로 59편의 글을 추려냈다. 많은 분들의 옥고를 한 권에 다 싣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 - 《한겨레》 ‘한국 사회의 길을 묻다’ 기획편집팀
■ 감사의 글
《한겨레》의 ‘한국 사회의 길을 묻다’ 에세이 공모가 알려진 후 많은 분이 응모해주셨고 이제 책으로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200편의 원고를 모두 읽어보았습니다. 그 감상이 남다를 수밖에 없음을 밝히면서 뜨겁게 고마웠던 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무엇보다 행복했습니다. 나라를 사랑하고 미래를 위해 고뇌하는 분이 많다는 사실에서 말입니다. 처음 제안할 때만 해도 《한겨레》에서 받아주기나 할까 걱정했던 사람으로서 예상외의 호응과 함께 이것이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나왔다는 사실 자체를 저는 기적에 가까운 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6·25 참전으로 배움이 짧아 모르는 것이 많은 제게 여러분의 글은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몰랐던 것을 알게 해주신 것, 막연하게 알고 있던 것을 확실하게 알게 해주신 것, 그리고 그것을 믿음으로 만들어주신 것, 정말 고맙습니다.
보내주신 글을 보면서 자주 읽는 것을 멈추고 생각에 잠기며 가슴 뭉클해짐을 느꼈습니다. 여러분의 글이 표현 방식은 각기 달랐지만 모두가 우리 일상에서 길을 찾는 노력으로 그 내용이 모여 있는 것이 하나의 공통점이었습니다. 크든 작든 내 힘으로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 얼마나 값지고 소중한 일입니까?
아주 작은 몸짓이 위대한 역사를 이룰 수 있다는 ‘나비효과’를 생각합니다. 저의 작은 제안이 여러분의 참여로 한 권의 책이 되고 그 내용이 많은 사람의 실천으로 이어지면서 우리 사회의 새로운 길을 만들어나간다면, 앞으로 10년 후 우리의 미래는 지금과 사뭇 다른 모습이지 않겠습니까? 그것이 지금 저의 희망이고 꿈입니다. 다시 한번 여러분께 고맙다는 말씀을 정중히 드립니다. - 이영구 《한겨레》 창간주주 독자
■ 추천의 글
사람은 어디까지 잔인할 수 있는가? 반대로 사람은 어디까지 비참을 견뎌낼 수 있는가? 인간과 인간의 경계는 어디쯤일까를 생각해보게 하는 나날이다. 2014년 4월16일 이후 난 어떻게 할지를 몰랐다. 세월호가 맹골수도에서 가라앉던 날, 처음에는 전원 구조 소식에 가슴을 쓸어내렸다가 다시 단 한 명도 구하지 않았음을 알게 된 그때부터 시쳇말로 멘붕 상태에 빠졌다. ‘어떻게 하지’를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반복하면서 매일매일을 울면서 살았다. 그러다가 뭐라도 해야겠다고 맘먹고 시작한 게 세월호 유가족들 곁에 서는 일이었다.
4월16일은 304개의 세계가 사라진 날이다. 세월호 참사로 통칭되지만 각자의 인생은 다르고 꿈도 달랐다. 그중의 대부분은 가만히 있으라는 말에 순종하던, 채 피지도 못한 착한 아이들이었다. 그들의 휴대전화에 있던 동영상 파일에서는 두려움과 고통이 그대로 배어 나온다. 얼마나 무섭고 끔찍했을까. 그런 아이들을 포함해 3백 명 넘는 목숨을 죽인 살인 사건이었다. 유가족들은 지금도 묻고 있다. ‘졸지에 세상을 떠난 그 아이들이 왜 죽어야 했는지, 구조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한다. 지금도 현관문을 열고 돌아올 것 같고, 무심결에 밥상에 아이의 수저까지 놓다가는 망연자실해서 밥상머리에서 울고야 마는 그런 유가족들에게 이 정부와 정치권이 대하는 태도, 그리고 막말을 해대는 인간들을 보라.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그날 없었고, 그날 이후로도 없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같이 울고, 슬퍼하고, 분노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유가족들을 찾아가 말없이 곁에서 울었고, 그들과 같이 걸었고, 유가족이 되어 단식농성에 동참했다. 원인 제공자들, 책임자들은 발뺌하기에 바쁜데 자신이 잘못한 것이라는 죄책감과 깨달음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한 사람들이 유가족들에게 용기를 주고 있다. 그들은 4월16일 이후는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에 그런 사람들의 글을 모았다. 세월호에 공감하는 이들의 다짐도 있고, 세월호로부터 이 사회의 대안을 찾으려는 이들의 글도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여기 묶였다. 공명하는 사람들의,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나의 목소리고 이웃의 목소리다. 이 책으로 공감할 줄 아는 사람들이 더 늘어간다면 세월호 피해자들에게 빚진 마음을 조금은 덜어내고 희망을 말할 수도 있겠다. 이 책은 그런 바람과 함께 읽어야 한다. 우리 모두는 세월호의 승객들이므로. - 박래군 인권중심 사람 소장/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
▣ 작가 소개
강경숙은 쓰레기 적게 내려고 애쓰며 산다. 《국제신문》 《경상일보》 신춘문예 동화로 등단했다.
고경은은 책과 육체노동의 가치는 높게 평가하나 배금주의와 불의를 싫어한다.
김건기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후손에게 물려주고 싶은, 자랑스런 조상이 되고 싶은 청년!
김금옥은 나는 걷는다.
김금희는 마음을 담은 말들이 모여 서로에게 울림이 될 수 있기를.
김대술은 노숙인들과 함께, 하늘과 땅이 말하려는 길 찾는 시인, 사제.
김동수는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살림누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김미경·공동영은 함께 배우고 실천하는 교사와 학생.
김상섭은 영혼 없이 훈련된 무능으로 살아가지 않으려 경계하며 살고자 노력하는 한 40대 후반.
김수인은 기자를 꿈꾸는 고3.
김승기는 문사철을 아우르는 인문독서 동아리 전주신흥고등학교 사제동행독서동아리 호모쿵푸스 회원.
김용분은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럽게, 부드럽게, 천천히, 멈춤 없이 가고 싶은 사람.
김원은 죽음을 넘어 살림의 길을 고민하는 직장인.
김인곤은 시민에 의한 민주적 통제가 실현되는 나라를 열망하는 민주주의자.
김정완은 진보가 희망임을 믿는 인... 문 사회 분야 블로거이자 직장인.
노선정은 몸은 독일 베를린에, 마음은 한국에서 살고 있는 통·번역자.
노세극은 공생의 가치를 추구하는 안산 시민.
류정형은 산 밑에서 농사 짓는 게 꿈입니다. 아내, 쌍둥이 아들과 곧 모험을 떠납니다.
문세경은 여성노동자 글쓰기 모임 회원, 가난한 사람들의 즐거운 글쓰기를 돕고 싶은 꿈이 있다.
박상현은 교육의 민주화를 생각하는 경희사이버대 교수.
박성미는 영화 만드는 사람.
박종성은 충남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박진서는 이상과 현실 그리고 욕망 사이에서 아직도 헤매고 있는 소시민 .
박태향은 울산 학성고 국어 교사. 학생들과 함께 억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배미영은 대학 강사이며 번역가.
서한나는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송영례는 이웃의 아픔을 나누며, 공감하며, 인간 중심의 복지를 꿈꾸는 사회복지사.
신원경은 낭만적 대화 꿈꾸는 미친 백수.
신현청은 진실과 상식이 통하는 함께 사는 세상을 소망하는 보통 사람.
심정아는 비밀로 가득 찬 세상을 일상의 소중함으로 살아내고 싶은 중년.
오수정은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4학년.
오준혁·이승준·조호진은 수능이 다가와도 너그러운 고3들.
유복희는 이야기와 질문, 꿈과 시간, 나무와 사랑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
유영후는 친구들과 함께 더 나은 내일을 상상하고픈 고1.
윤예린은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고등학생.
이옥현은 무지갯빛 사랑으로 물들여가는 파랑채집가.
이동칠은 세월호 피해 학생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아빠.
이선국은 과연 침묵은 금일까요?
이승주는 한국 사회의 길을 찾고 싶은 기자 지망생.
이예은은 행복한 세상에서 살고 싶은 청년.
이재랑은 우리를 위하는 것이 아닌 바로 우리의 정치를 꿈꾸는 청년 노동당원.
임유는 올바름에 대해 고민하는 학생.
임재희는 더 나은 4월16일을 확신하는 취업 준비생.
장상원은 풀꽃처럼 가벼워지고 싶은 사람.
장슬기는 당장의 한걸음.
장윤서는 서문여고 2학년.
장헌권은 매주 세월호 재판을 보러 오시는 유가족을 마중하고 배웅하는 시인 목사.
전선미는 시간의 양보다 질을 믿는 사람.
전세은은 너무 평범한 서울 시민.
전우승은 내일이 기대되는 사회를 꿈꾸는 청년.
정동황은 문학과 철학을 사랑하는 신림동 주민.
정문순은 문학평론가. 세월호 희생자들을 어미 마음으로 영원히 품고 싶은 사람.
정일신은 ‘친정’(親庭)이라는, 여리고 고운 장소를 품으려 애만 쓰고 있는 사람입니다.
조수연은 진실하고 따뜻한 세상 속에 살기를 소망하는 한 여고생.
조은혜는 행복을 만나러 다니는 큰 그릇 대학생.
조재현은 민주경제의 길을 찾고 있는 경제학도.
조형식은 언제나 가벼운 하늘을 사모(思慕)하는 시인.
최연경은 잃어버린 희망을 찾기 위해 투표하러 가는 힘 없는 서민.
현소은은 빠릿빠릿하지 못한 취업 준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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