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우리는 현재 심각한 경제 위기 속에서 살고 있다. 고작 10년 동안 여러 차례의 세계 경제 위기를 겪었을 뿐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그 위기의 연장선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또 다른 붕괴 조짐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듯하다. 헤지 펀드 매니저 조지 소로스가 “슈퍼 거품은 30년 전부터 점점 부풀고 있고, 거의 터질 지경에 이르렀다”고 언급한 것처럼 말이다. 특히 지난 10년간의 위기로 거품에 작은 구멍이 뚫리긴 했지만 금융계에 내재한 뜨거운 공기는 아직 거품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았다. 그리하여 우리는 지금까지 어느 정도 신뢰하던 경제 전문가조차 믿지 않게 되었을 뿐 아니라 결국 자본주의 위기에 관해 언급하게 되었다.
이 책도 이러한 위기를 규명하고자 고대 로마 시대부터 유로 위기에 이르기까지 자본주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재미있고도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자 한다. 특히 현재 일어나고 있는 금융계의 소란에 대해서는 그 어느 책보다도 적나라하고 명료하다. 이를 위해 저자는 위기가 발생하지 않는 자본주의의 작동 방식을 살펴보는 것을 통해 이 위기를 더 쉽게 이해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자본주의란 무엇인가? 그리고 자본이란? 마지막으로 시장이란? 저자는 이 책의 전반을 관통하는 이러한 세 가지에 대한 개념을 먼저 간단하게 정의한다. 자본주의란 나중에 더 많은 자본을 소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요컨대 수익을 올리기 위한 목적으로 자본을 투입하는 것을 말한다. 나아가 기하급수적 성장을 목표로 하는 과정이다. 이에 비해 시장 경제에는 이러한 맥락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시장에서는 동일한 가치를 지닌 것들을 거래한다. 이처럼 동일한 가치를 가진 재화를 교환하는 기능으로는 도저히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돈과 자본의 차이는 무엇일까? 돈은 최소한 4000년 전부터 존재했다. 인류 최초의 문서를 작성한 사람들은 메소포타미아인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문학 작품을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빚을 표시하기 위해 문서를 작성했다. 이와 달리 자본은 최근에 생겨났다. 현대적 자본은 1760년경 영국 북서부 지방에서 비롯되었다. 직물 공장을 운영하던 공장주들이 베틀과 방적 공장을 기계화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린 때였다. 즉 이 기계로부터 완전히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역사상 최초로 기술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했고, 이로써 부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수천 년 동안 지속적으로 정체를 거듭하던 경제는 마침내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시대의 도래로 폭발적 성장을 경험했다. 따라서 자본주의에서 ‘자본’이란 단순한 돈이 아닌 효율적인 생산 과정이자 기술의 진보를 의미한다. 그것은 바로 혁명이었다.
그렇다면 왜 산업화는 영국에서 시작되었을까? 영국 사람들은 기술적으로 그다지 앞서 있지 않았으며, 고대 로마인들의 수준보다 더 나을 게 없었다. 증기 기관은 아르키메데스 이후 잘 알려져 있던 원칙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그렇다면 영국에 남다른 게 있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신자유주의 세계상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요컨대 당시 영국의 임금은 세계에서 가장 높았고, 이 때문에 노동을 기계로 대체하는 것이 역사상 최초로 이득이 되었다.
영국의 경험은 아직도 유효하다. 다시 말해, 자본주의는 실질 임금이 상승하는 한 안정적으로 발전한다. 많은 기업가들이 믿고 싶지 않겠지만 낮은 임금이 아니라 높은 임금이 성장을 촉진하고 회사를 부자로 만들어준다.
지금까지가 서두다. 하지만 책의 분량이 분량인 만큼 살짝만 이 책의 내용을 다루자. 저자가 제시하는, 즉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왜 우리는 ‘시장 경제’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왜 대기업이 지배를 하고 있는가
?왜 세계화가 전혀 위험하지 않은가
?왜 돈이 부족한 적은 한 번도 없었는가
?왜 인플레이션의 위험이 없는가
?왜 파생 상품이 이미 옛날부터 있어왔는가
?왜 1929년의 대공황으로부터 아직도 배울 게 있는가
?왜 월스트리트는 너무도 막강해졌는가
?왜 유로 위기는 사실상 쉽게 해결할 수도 있는가
그런데 일반적인 상식과 거리가 있는 항목들이 눈에 띈다. 예를 들어 현재 우리나라 상황을 보면 딱 들어맞는 말이긴 하지만 “왜 인플레이션의 위험이 없는가” 같은 항목은 언뜻 이해가 안 된다.
일단 역사적인 사실에서 출발하자. 기하급수적 성장이 일어난 것을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수천 년 동안 1인당 경제적 성과가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 21쪽의 그래프를 참고하면 중세 초기부터 1000년경까지는 1인당 평균 소득이 떨어졌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거의 정체 상태에 머물다가 19세기 초반부터 수직 성장한다. 그 결과 오늘날 모든 서유럽 사람들은 자신들의 조상보다 약 20배는 더 잘 살고 있다. 이는 그 이전 어떤 시대에도 돈도 있고, 시장도 있었지만 돈이 자본화하거나 자본가가 되지 못 했다는 사실을 잘 알려준다. 이렇게 한 가지 사실을 말할 수도 있다. 즉 신용 대부는 있었지만 요즘처럼 ‘설비투자 대부금’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고(자세한 내용은 2~5장 참조).
그렇다면 왜 영국에서 자본주의 혁명이 일어났을까? 물론 이에 정확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사회경제적 배경을 규명해야 하겠지만 여기에서는 한 가지만 살펴도 될 것 같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영국 노동자들의 임금이 다른 경쟁 국가들의 노동자들보다 훨씬 높았다. 경쟁하기 위해서는 이를 극복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것은 사람 대신 기계를 투입하는 것뿐이었다. 노동력이 비쌀 때라야 기술적 혁신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생산성이 올라가고 경제 성장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2부에서는 “자본에 대한 세 가지 오류”를 설명하고 있는데 다른 두 가지 사항은 이미 익숙한 내용(자본주의는 시장 경제가 아니다, 세계화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이다. 그래서 여기서는 다른 책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자본주의는 국가와 적대적이지 않다”와 관련해서만 간단하게 살펴보자.
자본주의의 초기 형태가 이뤄지던 시기에는 자본주의자들이 늘 정치적 힘도 갖고 있었다. 브로델은 “자본주의는 국가와 동일해졌을 때, 국가였을 때에 한해서 승리를 거두었다”고 말했다. 즉 정치적 권력과 경제적 이익은 분리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 전체가 자본주의 이익에 의해 통치된 것은 18세기가 되어서였다. 그 이전에는 유럽의 각 국가가 통일되지 않았다고 해도 무방하다. 영국이 그 출발이었다. 이처럼 짤막하게나마 역사를 되돌아보아도 자본주의는 국가와 맞서 발생하지 않았으며, 늘 국가의 도움을 향유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19세기의 산업화로 현대 자본주의가 탄생하면서 국가의 역할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즉 경제 성장은 이루어졌으나 급속한 기술 발전이 예상치 못한 사회적 결과를 초래하는 바람에 국가가 나서서 이를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나아가 중요한 기술 개발 역시 국가가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결코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점들은 현대 사회에서도 볼 수 있다. 국가 예산에서 차지하는 연구 개발비만 보아도 알 수 있으며, 위기가 있을 때마다 국가가 개입해 해결하는 모습을 우리는 수없이 목격하곤 한다. 이러한 측면은 최근의 신자유의주적 기본 시각과는 딴판이다. 그들은 무엇보다 국가가 가능한 한 경제에서 손을 떼야만 경제 성장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제 결론을 내릴 때가 되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국가는 어느 곳에나 존재하며, 국가의 지속적 개입이 없다면 자본주의는 결코 작동하지 못한다.
이 책의 중심은 4부로, 20세기를 주로 다룬다. 20세기에 일어난 자본주의의 위기를 통해 그 위기의 본질을 탐구한다. 경제 위기는 한 사회가 부유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뭔가가 넘쳐나야만 경기가 정기적으로 무너질 수 있다. 즉 현대 경제는 침체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는 것이다. 단순하게 일직선으로 성장하거나 높은 정상에 오래 머무르는 것은 자본주의에서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변동은 인간이 사회적 존재이며 무리를 지어 행동하는 경향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경기 위기는 혼자서 생기는 경우는 드물다. 경기 위기의 상부에 앉아 있는 금융 위기가 재난을 불러일으킨다. 금융 위기 직전 일정한 기간 동안에는 호황과 더불어 지나친 투기 열풍도 분다. 금융 위기는 은행에서 은행으로 그 이후에는 아무리 건전하다 하더라도 회사에서 회사로 옮겨간다. 즉 금융 위기는 모두를 휩쓸어간다는 데 있다. ‘지불 능력’과 ‘유동성’을 더 이상 구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와 매출 같은 실물 경제의 붕괴도 초래한다. 마지막으로 국가가 개입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한다. 이러한 과정을 우리는 수없이 목격하지 않았던가? 1857년의 금융 위기에서도 1929년의 경제 위기에서도 우리는 그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위기의 기본적인 특징을 염두에 두고 이 책 16장과 17장에서 거론하는 현대 위기의 시작과 특징을 살펴봐야 한다. 현대 위기의 시작, 즉 조지 소로스가 말한 “슈퍼 거품”의 탄생이다. 그것은 바로 닉슨 행정부의 브레턴우즈 협정의 파괴와 마거릿 대처와 로널드 레이건의 등장이었다. 따라서 달러화의 가치가 떨어지고 석유 가격의 폭등이 이어졌다. 특히 통화주의자이며 화폐량의 신성한 작용을 믿은 폴 볼커는 화폐량을 제한하고 연방의 기준 금리를 20퍼센트까지 올려버렸다. 다시 말해 날뛰는 인플레이션에 갑자기 화폐량이 정체하자 이자는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이는 유가증권 투기업자들에게 황금의 시대가 열리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볼커의 발표 이전까지 채권은 투자자들이 주식 시장에서 투기를 하지 않을 때 저축액을 넣어두는 보수적인 투자처였으나 그 이후 채권은 투기의 대상이 되었다. 여기에 월스트리트가 움직였다. 이자가 오르자 미국에 있는 모든 저축 은행이 파산으로 잇달았다. 그리하여 미국 은행들은 ‘기한 변환’을 실시했다. 단기간 고객이 맡겨둔 예금액을 장기 모지기로 대부해준 것이다. 이때 미국 의회는 저축 은행의 대대적인 파산을 막기 위해 저축 은행이 이자로 인한 손실을 상쇄할 수 있도록 무엇에든 투기를 할 수 있게끔 허락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경험이 없던 저축 은행들은 월스트리트에 있는 투자 은행들이 절실히 필요했다. 이게 시작이었다. 투자 은행들은 하룻밤 사이에 자신들에게 폐쇄돼 있던 거대한 시장을 정복한 것이다. 1980년 미국의 모기지는 12조 달러에 달했다. 저축 은행이 갖고 있던 어마어마한 재산이 월스트리트로 넘어간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 경제 위기 시작의 기본적인 줄거리다. 여기서 더 큰 문제는 금융증권화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모기지는 문서 다발이 되었고, 부동산은 동산의 성격을 지닌 유가증권이 되어 전 세계로 유포될 수 있었다. 게다가 다른 한 가지 충격적인 사실은 미국에서는 은행이 채권을 처분하자마자 그에 대한 책임이 없어졌다는 사실이다. 이로써 엄청난 문제가 발생했다. 미국의 저축 은행들이 자신의 대부를 월스트리트에 싸게 팔아버리자, 월스트리트에서는 이 저당권을 증서로 채권을 발행했으며, 마지막에는 이 채권을 결국 저축 은행이 되샀다. 여기에 불을 붙인 것은 의회가 저축 은행에 거의 모든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락했으며, 여기에 정크 본드도 구입할 수 있게 허용했다는 사실이다. 이후에 이 정크 본드에 대한 수요의 폭발적인 인기로 쓰레기 같은 채권이 계속 만들어졌다. 그러자 수많은 기업 사냥꾼도 탄생했다.
더 큰 문제는 새로운 탐욕 문화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이었다. 파생 상품의 등장도 이러한 분위기에서 태어났다. 주식 시장에서 파생 상품의 거래를 허락하자마자 모든 것이 가능해졌다. 선물 계약이 이루어진 것이다. 국민 경제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고 오로지 투기에 불과함에도 말이다. 파생 상품이 문제인 것은 실물 경제에 영향을 끼치는 것인데 특히 주가의 변동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파생 상품의 매출이 하늘 높은 줄 모를 수밖에. 따라서 투자 은행은 파생 상품을 팔고 수수료만 챙긴다.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는 것을 팔면서 국민의 세금을 챙긴다. 투자 은행들이 파생 상품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2010년 미국 경제적 성과의 8퍼센트 이상이었다. 이처럼 투자 은행은 이 세상에서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시장을 조작할 수 있는 유일한 업계이다. 이런 점은 ‘금융 시장’이 실제 시장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우리는 이러한 투기 문화의 결과인 1987년 1월의 위기를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230쪽 이하 참조).
미국의 보호 아래 1980년부터 새로운 게임 질서가 형성되었다. 이때부터 부는 서류상,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컴퓨터의 바이트로만 존재한다. 한 사회의 진정한 부는 사회가 매년 생산해내는 상품과 서비스에 존재하지만 이런 신용 대부로 자금을 확보한 “슈퍼 거품”이 자산을 급격하게 부풀리는 동안 경제적 성과는 다만 천천히 증가할 뿐이다.
그 이후에 수많은 위기가 도래했지만 작은 위기들은 주변부인 라틴아메리카나 아시아에서 일어났다. 반면 월스트리트는 늘 눈이 부시도록 잘 돌아갔다. 하지만 드디어 올 것이 오고 말았다. 2000년은 그야말로 최초의 전환점이었다. 이때부터 “슈퍼 거품”이 너무나 커다랗게 부풀어 올라 더 이상 팽창하지 못하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 새천년에는 7년 동안 두 번의 붕괴가 일어났다(233쪽 이하 참조). 2000년의 ‘닷컴 거품’과 2007년의 ‘서브프라임 위기(싼 이자와 부동산 거품, 새로운 기법의 금융 증군화가 원인)’. 서브프라임 위기 때 가장 많은 피해를 본 사람은 집주인들과 일반 국민이었다. 너무 적은 자기 자본을 보유한 은행들은 손실을 감당하기 어려웠고, 따라서 지극히 적은 손실만 입었다. 그럼에도 잘 절차만 밟았어도 그렇게 큰 사태로는 번지지 않았을 테지만, 2008년 9월 15일 미국의 투자 은행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절차가 세계적인 위기를 가져왔다(245쪽 이하 참조). 경험 없는 미숙한 사람들에 의해 한 작은 은행이 파산 시험 대상에 오른 것이다. 리먼은 매우 작은 회사로서 결산액이 겨우 6910억 달러였다. 이 파산이 문제인 것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이른바 ‘뱅크 런’이 일어났다는 사실인데, 이번에는 일반 고객만이 아니라 은행과 펀드들도 은행으로 몰려갔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국제적으로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이 위기가 소용돌이 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뱅크 런’은 실물 경제를 무너뜨리기 탓에 더 위험하다. 돈을 소유한 사람만 손해를 보는 게 아니라 근로자들도 손해를 본다. 은행을 파산으로 모는 대신 은행을 구하는 게 사회적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
이처럼 이제 세계화 속의 자본주의는 늘 위험하다. 그것을 위험하게 만든 것은 그것을 창조해낸 사람들이다. 이 책에서는 계속해서 유로화의 위기가 어떻게 서브프라임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일어났는지를 자세히 분석하고 있다. 이제 한 곳의 위기가 한 곳의 위기도 아니고 주변부에서 일어나는 위기도 아니다(255쪽 이하 참조). 중심부와 주변부가 따로 없다. 그래서 문제는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의 탐욕적 문화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100년 전 사람들보다 그리고 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8세기와는 비교할 필요도 없이 풍요로운 삶을 누리면서도 늘 새로운 부를 찾아 나선다. 성장이 줄어드는 것을 과연 우리는 참을 수 있을까? 끊임없이 끓어오르는 욕망을 과연 감내할 수 있을까? 물론 자본주의가 사라지면 다른 체제가 대체할 테지만 우리는 그래도 끊임없는 불안 속에서 계속 새로운 형태의 탐욕을 꿈꾸지 않을까?
▣ 작가 소개
저자 : 울리케 헤르만(Ulrike Herrmann)
독일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로 1964년 함부르크에서 태어났다. 베를린 자유대학교에서 경제사와 철학을 공부했다. 〈타게스차이퉁(taz)>의 비즈니스 통신원으로 일했으며, 텔레비전과 라디오 토론에도 자주 참여했다. 그의 책은 주로 사회와 경제 정책 문제를 다룬다. 이 책에서도 경제가 우리 삶을 어떤 형태로 만들며, 왜 경제에 모든 것을 맡겨놓아서는 안 되는지를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지은 책으로 《만세, 우리가 지불해야 한다. 중산층의 자기기만(Hurra, wir durfen zahlen. Der Selbstbetrug der Mittelschicht)》이 있다.
역자 : 이미옥
경북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독일 괴팅겐 대학교에서 독문학 석사 학위를, 경북대학교에서 독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인문, 경제경영, 에세이 등 다양한 분야의 출판 기획과 번역 일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사소할 질문에 과학으로 답하다》 《가족의 영광》 《직장생활을 디자인하라》 《일상을 바꾼 발명품의 매혹적인 이야기》 《왜 음식물의 절반이 버려지는데 누군가는 굶어 죽는가》 《히든 챔피언》 《공감의 심리학》 《기막힌 말솜씨》 《하루를 살아도 행복하게》 《불안한 세상에서 유쾌하게 살아남기》 《학교를 칭찬하라》 《성장의 광기》를 비롯해서 70여 권이 있다.
▣ 주요 목차
머리말: 자본의 승리
1부 자본의 등장
01 성장이라는 기적: 부가 세상 안으로 들어왔을 때
02 고대 로마인도 돈을 좋아했다 . 하지만 자본가가 되지는 않았다
03 우연일까?: 중국의 황제 국가가 경제 성장을 체험하지 못한 이유
04 하필이면 영국에서: 자본주의는 그야말로 자본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발생했다
05 표절 원칙: 만회하려는 독일인의 사냥
2부 자본에 관한 세 가지 오류
06 자본주의는 시장 경제가 아니다
07 자본주의는 국가와 적대적이지 않다
08 세계화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3부 자본 vs. 돈
09 돈은 수수께끼다 . 아울러 자본과 동일하지 않다
10 금? 아뇨, 필요 없어요!
11 채무와 이자? 예, 좋아요!
12 인플레이션에 대한 칭찬: 왜 화폐의 가치는 하락해야 할까
13 돈이 돈을 낳는다: 사람들은 어떻게 투기를 하는지 늘 알고 있었다
4부 자본의 위기
14 위기가 일어난 후는 위기가 일어나기 전이다: 어떻게 현대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어려움에 처하는가
15 자본주의의 종말이 다가오는 것처럼 보였다: 1929년부터 시작된 세계 경제 위기
16 겉으로 보면 신자유주의자들이 승리한 것처럼 보인다: 1973년부터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17 2007년부터의 금융 위기: 은행 하나의 파산은 전혀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었다
18 전례 없는 위기: 유로 위기
19 돈은 먹을 수 없다: 독일인은 자신의 자산을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
전망: 자본의 몰락
감사의 글
주
참고문헌
우리는 현재 심각한 경제 위기 속에서 살고 있다. 고작 10년 동안 여러 차례의 세계 경제 위기를 겪었을 뿐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그 위기의 연장선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또 다른 붕괴 조짐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듯하다. 헤지 펀드 매니저 조지 소로스가 “슈퍼 거품은 30년 전부터 점점 부풀고 있고, 거의 터질 지경에 이르렀다”고 언급한 것처럼 말이다. 특히 지난 10년간의 위기로 거품에 작은 구멍이 뚫리긴 했지만 금융계에 내재한 뜨거운 공기는 아직 거품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았다. 그리하여 우리는 지금까지 어느 정도 신뢰하던 경제 전문가조차 믿지 않게 되었을 뿐 아니라 결국 자본주의 위기에 관해 언급하게 되었다.
이 책도 이러한 위기를 규명하고자 고대 로마 시대부터 유로 위기에 이르기까지 자본주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재미있고도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자 한다. 특히 현재 일어나고 있는 금융계의 소란에 대해서는 그 어느 책보다도 적나라하고 명료하다. 이를 위해 저자는 위기가 발생하지 않는 자본주의의 작동 방식을 살펴보는 것을 통해 이 위기를 더 쉽게 이해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자본주의란 무엇인가? 그리고 자본이란? 마지막으로 시장이란? 저자는 이 책의 전반을 관통하는 이러한 세 가지에 대한 개념을 먼저 간단하게 정의한다. 자본주의란 나중에 더 많은 자본을 소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요컨대 수익을 올리기 위한 목적으로 자본을 투입하는 것을 말한다. 나아가 기하급수적 성장을 목표로 하는 과정이다. 이에 비해 시장 경제에는 이러한 맥락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시장에서는 동일한 가치를 지닌 것들을 거래한다. 이처럼 동일한 가치를 가진 재화를 교환하는 기능으로는 도저히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돈과 자본의 차이는 무엇일까? 돈은 최소한 4000년 전부터 존재했다. 인류 최초의 문서를 작성한 사람들은 메소포타미아인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문학 작품을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빚을 표시하기 위해 문서를 작성했다. 이와 달리 자본은 최근에 생겨났다. 현대적 자본은 1760년경 영국 북서부 지방에서 비롯되었다. 직물 공장을 운영하던 공장주들이 베틀과 방적 공장을 기계화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린 때였다. 즉 이 기계로부터 완전히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역사상 최초로 기술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했고, 이로써 부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수천 년 동안 지속적으로 정체를 거듭하던 경제는 마침내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시대의 도래로 폭발적 성장을 경험했다. 따라서 자본주의에서 ‘자본’이란 단순한 돈이 아닌 효율적인 생산 과정이자 기술의 진보를 의미한다. 그것은 바로 혁명이었다.
그렇다면 왜 산업화는 영국에서 시작되었을까? 영국 사람들은 기술적으로 그다지 앞서 있지 않았으며, 고대 로마인들의 수준보다 더 나을 게 없었다. 증기 기관은 아르키메데스 이후 잘 알려져 있던 원칙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그렇다면 영국에 남다른 게 있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신자유주의 세계상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요컨대 당시 영국의 임금은 세계에서 가장 높았고, 이 때문에 노동을 기계로 대체하는 것이 역사상 최초로 이득이 되었다.
영국의 경험은 아직도 유효하다. 다시 말해, 자본주의는 실질 임금이 상승하는 한 안정적으로 발전한다. 많은 기업가들이 믿고 싶지 않겠지만 낮은 임금이 아니라 높은 임금이 성장을 촉진하고 회사를 부자로 만들어준다.
지금까지가 서두다. 하지만 책의 분량이 분량인 만큼 살짝만 이 책의 내용을 다루자. 저자가 제시하는, 즉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왜 우리는 ‘시장 경제’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왜 대기업이 지배를 하고 있는가
?왜 세계화가 전혀 위험하지 않은가
?왜 돈이 부족한 적은 한 번도 없었는가
?왜 인플레이션의 위험이 없는가
?왜 파생 상품이 이미 옛날부터 있어왔는가
?왜 1929년의 대공황으로부터 아직도 배울 게 있는가
?왜 월스트리트는 너무도 막강해졌는가
?왜 유로 위기는 사실상 쉽게 해결할 수도 있는가
그런데 일반적인 상식과 거리가 있는 항목들이 눈에 띈다. 예를 들어 현재 우리나라 상황을 보면 딱 들어맞는 말이긴 하지만 “왜 인플레이션의 위험이 없는가” 같은 항목은 언뜻 이해가 안 된다.
일단 역사적인 사실에서 출발하자. 기하급수적 성장이 일어난 것을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수천 년 동안 1인당 경제적 성과가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 21쪽의 그래프를 참고하면 중세 초기부터 1000년경까지는 1인당 평균 소득이 떨어졌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거의 정체 상태에 머물다가 19세기 초반부터 수직 성장한다. 그 결과 오늘날 모든 서유럽 사람들은 자신들의 조상보다 약 20배는 더 잘 살고 있다. 이는 그 이전 어떤 시대에도 돈도 있고, 시장도 있었지만 돈이 자본화하거나 자본가가 되지 못 했다는 사실을 잘 알려준다. 이렇게 한 가지 사실을 말할 수도 있다. 즉 신용 대부는 있었지만 요즘처럼 ‘설비투자 대부금’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고(자세한 내용은 2~5장 참조).
그렇다면 왜 영국에서 자본주의 혁명이 일어났을까? 물론 이에 정확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사회경제적 배경을 규명해야 하겠지만 여기에서는 한 가지만 살펴도 될 것 같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영국 노동자들의 임금이 다른 경쟁 국가들의 노동자들보다 훨씬 높았다. 경쟁하기 위해서는 이를 극복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것은 사람 대신 기계를 투입하는 것뿐이었다. 노동력이 비쌀 때라야 기술적 혁신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생산성이 올라가고 경제 성장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2부에서는 “자본에 대한 세 가지 오류”를 설명하고 있는데 다른 두 가지 사항은 이미 익숙한 내용(자본주의는 시장 경제가 아니다, 세계화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이다. 그래서 여기서는 다른 책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자본주의는 국가와 적대적이지 않다”와 관련해서만 간단하게 살펴보자.
자본주의의 초기 형태가 이뤄지던 시기에는 자본주의자들이 늘 정치적 힘도 갖고 있었다. 브로델은 “자본주의는 국가와 동일해졌을 때, 국가였을 때에 한해서 승리를 거두었다”고 말했다. 즉 정치적 권력과 경제적 이익은 분리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 전체가 자본주의 이익에 의해 통치된 것은 18세기가 되어서였다. 그 이전에는 유럽의 각 국가가 통일되지 않았다고 해도 무방하다. 영국이 그 출발이었다. 이처럼 짤막하게나마 역사를 되돌아보아도 자본주의는 국가와 맞서 발생하지 않았으며, 늘 국가의 도움을 향유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19세기의 산업화로 현대 자본주의가 탄생하면서 국가의 역할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즉 경제 성장은 이루어졌으나 급속한 기술 발전이 예상치 못한 사회적 결과를 초래하는 바람에 국가가 나서서 이를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나아가 중요한 기술 개발 역시 국가가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결코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점들은 현대 사회에서도 볼 수 있다. 국가 예산에서 차지하는 연구 개발비만 보아도 알 수 있으며, 위기가 있을 때마다 국가가 개입해 해결하는 모습을 우리는 수없이 목격하곤 한다. 이러한 측면은 최근의 신자유의주적 기본 시각과는 딴판이다. 그들은 무엇보다 국가가 가능한 한 경제에서 손을 떼야만 경제 성장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제 결론을 내릴 때가 되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국가는 어느 곳에나 존재하며, 국가의 지속적 개입이 없다면 자본주의는 결코 작동하지 못한다.
이 책의 중심은 4부로, 20세기를 주로 다룬다. 20세기에 일어난 자본주의의 위기를 통해 그 위기의 본질을 탐구한다. 경제 위기는 한 사회가 부유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뭔가가 넘쳐나야만 경기가 정기적으로 무너질 수 있다. 즉 현대 경제는 침체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는 것이다. 단순하게 일직선으로 성장하거나 높은 정상에 오래 머무르는 것은 자본주의에서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변동은 인간이 사회적 존재이며 무리를 지어 행동하는 경향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경기 위기는 혼자서 생기는 경우는 드물다. 경기 위기의 상부에 앉아 있는 금융 위기가 재난을 불러일으킨다. 금융 위기 직전 일정한 기간 동안에는 호황과 더불어 지나친 투기 열풍도 분다. 금융 위기는 은행에서 은행으로 그 이후에는 아무리 건전하다 하더라도 회사에서 회사로 옮겨간다. 즉 금융 위기는 모두를 휩쓸어간다는 데 있다. ‘지불 능력’과 ‘유동성’을 더 이상 구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와 매출 같은 실물 경제의 붕괴도 초래한다. 마지막으로 국가가 개입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한다. 이러한 과정을 우리는 수없이 목격하지 않았던가? 1857년의 금융 위기에서도 1929년의 경제 위기에서도 우리는 그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위기의 기본적인 특징을 염두에 두고 이 책 16장과 17장에서 거론하는 현대 위기의 시작과 특징을 살펴봐야 한다. 현대 위기의 시작, 즉 조지 소로스가 말한 “슈퍼 거품”의 탄생이다. 그것은 바로 닉슨 행정부의 브레턴우즈 협정의 파괴와 마거릿 대처와 로널드 레이건의 등장이었다. 따라서 달러화의 가치가 떨어지고 석유 가격의 폭등이 이어졌다. 특히 통화주의자이며 화폐량의 신성한 작용을 믿은 폴 볼커는 화폐량을 제한하고 연방의 기준 금리를 20퍼센트까지 올려버렸다. 다시 말해 날뛰는 인플레이션에 갑자기 화폐량이 정체하자 이자는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이는 유가증권 투기업자들에게 황금의 시대가 열리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볼커의 발표 이전까지 채권은 투자자들이 주식 시장에서 투기를 하지 않을 때 저축액을 넣어두는 보수적인 투자처였으나 그 이후 채권은 투기의 대상이 되었다. 여기에 월스트리트가 움직였다. 이자가 오르자 미국에 있는 모든 저축 은행이 파산으로 잇달았다. 그리하여 미국 은행들은 ‘기한 변환’을 실시했다. 단기간 고객이 맡겨둔 예금액을 장기 모지기로 대부해준 것이다. 이때 미국 의회는 저축 은행의 대대적인 파산을 막기 위해 저축 은행이 이자로 인한 손실을 상쇄할 수 있도록 무엇에든 투기를 할 수 있게끔 허락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경험이 없던 저축 은행들은 월스트리트에 있는 투자 은행들이 절실히 필요했다. 이게 시작이었다. 투자 은행들은 하룻밤 사이에 자신들에게 폐쇄돼 있던 거대한 시장을 정복한 것이다. 1980년 미국의 모기지는 12조 달러에 달했다. 저축 은행이 갖고 있던 어마어마한 재산이 월스트리트로 넘어간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 경제 위기 시작의 기본적인 줄거리다. 여기서 더 큰 문제는 금융증권화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모기지는 문서 다발이 되었고, 부동산은 동산의 성격을 지닌 유가증권이 되어 전 세계로 유포될 수 있었다. 게다가 다른 한 가지 충격적인 사실은 미국에서는 은행이 채권을 처분하자마자 그에 대한 책임이 없어졌다는 사실이다. 이로써 엄청난 문제가 발생했다. 미국의 저축 은행들이 자신의 대부를 월스트리트에 싸게 팔아버리자, 월스트리트에서는 이 저당권을 증서로 채권을 발행했으며, 마지막에는 이 채권을 결국 저축 은행이 되샀다. 여기에 불을 붙인 것은 의회가 저축 은행에 거의 모든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락했으며, 여기에 정크 본드도 구입할 수 있게 허용했다는 사실이다. 이후에 이 정크 본드에 대한 수요의 폭발적인 인기로 쓰레기 같은 채권이 계속 만들어졌다. 그러자 수많은 기업 사냥꾼도 탄생했다.
더 큰 문제는 새로운 탐욕 문화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이었다. 파생 상품의 등장도 이러한 분위기에서 태어났다. 주식 시장에서 파생 상품의 거래를 허락하자마자 모든 것이 가능해졌다. 선물 계약이 이루어진 것이다. 국민 경제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고 오로지 투기에 불과함에도 말이다. 파생 상품이 문제인 것은 실물 경제에 영향을 끼치는 것인데 특히 주가의 변동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파생 상품의 매출이 하늘 높은 줄 모를 수밖에. 따라서 투자 은행은 파생 상품을 팔고 수수료만 챙긴다.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는 것을 팔면서 국민의 세금을 챙긴다. 투자 은행들이 파생 상품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2010년 미국 경제적 성과의 8퍼센트 이상이었다. 이처럼 투자 은행은 이 세상에서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시장을 조작할 수 있는 유일한 업계이다. 이런 점은 ‘금융 시장’이 실제 시장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우리는 이러한 투기 문화의 결과인 1987년 1월의 위기를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230쪽 이하 참조).
미국의 보호 아래 1980년부터 새로운 게임 질서가 형성되었다. 이때부터 부는 서류상,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컴퓨터의 바이트로만 존재한다. 한 사회의 진정한 부는 사회가 매년 생산해내는 상품과 서비스에 존재하지만 이런 신용 대부로 자금을 확보한 “슈퍼 거품”이 자산을 급격하게 부풀리는 동안 경제적 성과는 다만 천천히 증가할 뿐이다.
그 이후에 수많은 위기가 도래했지만 작은 위기들은 주변부인 라틴아메리카나 아시아에서 일어났다. 반면 월스트리트는 늘 눈이 부시도록 잘 돌아갔다. 하지만 드디어 올 것이 오고 말았다. 2000년은 그야말로 최초의 전환점이었다. 이때부터 “슈퍼 거품”이 너무나 커다랗게 부풀어 올라 더 이상 팽창하지 못하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 새천년에는 7년 동안 두 번의 붕괴가 일어났다(233쪽 이하 참조). 2000년의 ‘닷컴 거품’과 2007년의 ‘서브프라임 위기(싼 이자와 부동산 거품, 새로운 기법의 금융 증군화가 원인)’. 서브프라임 위기 때 가장 많은 피해를 본 사람은 집주인들과 일반 국민이었다. 너무 적은 자기 자본을 보유한 은행들은 손실을 감당하기 어려웠고, 따라서 지극히 적은 손실만 입었다. 그럼에도 잘 절차만 밟았어도 그렇게 큰 사태로는 번지지 않았을 테지만, 2008년 9월 15일 미국의 투자 은행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절차가 세계적인 위기를 가져왔다(245쪽 이하 참조). 경험 없는 미숙한 사람들에 의해 한 작은 은행이 파산 시험 대상에 오른 것이다. 리먼은 매우 작은 회사로서 결산액이 겨우 6910억 달러였다. 이 파산이 문제인 것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이른바 ‘뱅크 런’이 일어났다는 사실인데, 이번에는 일반 고객만이 아니라 은행과 펀드들도 은행으로 몰려갔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국제적으로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이 위기가 소용돌이 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뱅크 런’은 실물 경제를 무너뜨리기 탓에 더 위험하다. 돈을 소유한 사람만 손해를 보는 게 아니라 근로자들도 손해를 본다. 은행을 파산으로 모는 대신 은행을 구하는 게 사회적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
이처럼 이제 세계화 속의 자본주의는 늘 위험하다. 그것을 위험하게 만든 것은 그것을 창조해낸 사람들이다. 이 책에서는 계속해서 유로화의 위기가 어떻게 서브프라임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일어났는지를 자세히 분석하고 있다. 이제 한 곳의 위기가 한 곳의 위기도 아니고 주변부에서 일어나는 위기도 아니다(255쪽 이하 참조). 중심부와 주변부가 따로 없다. 그래서 문제는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의 탐욕적 문화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100년 전 사람들보다 그리고 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8세기와는 비교할 필요도 없이 풍요로운 삶을 누리면서도 늘 새로운 부를 찾아 나선다. 성장이 줄어드는 것을 과연 우리는 참을 수 있을까? 끊임없이 끓어오르는 욕망을 과연 감내할 수 있을까? 물론 자본주의가 사라지면 다른 체제가 대체할 테지만 우리는 그래도 끊임없는 불안 속에서 계속 새로운 형태의 탐욕을 꿈꾸지 않을까?
▣ 작가 소개
저자 : 울리케 헤르만(Ulrike Herrmann)
독일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로 1964년 함부르크에서 태어났다. 베를린 자유대학교에서 경제사와 철학을 공부했다. 〈타게스차이퉁(taz)>의 비즈니스 통신원으로 일했으며, 텔레비전과 라디오 토론에도 자주 참여했다. 그의 책은 주로 사회와 경제 정책 문제를 다룬다. 이 책에서도 경제가 우리 삶을 어떤 형태로 만들며, 왜 경제에 모든 것을 맡겨놓아서는 안 되는지를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지은 책으로 《만세, 우리가 지불해야 한다. 중산층의 자기기만(Hurra, wir durfen zahlen. Der Selbstbetrug der Mittelschicht)》이 있다.
역자 : 이미옥
경북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독일 괴팅겐 대학교에서 독문학 석사 학위를, 경북대학교에서 독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인문, 경제경영, 에세이 등 다양한 분야의 출판 기획과 번역 일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사소할 질문에 과학으로 답하다》 《가족의 영광》 《직장생활을 디자인하라》 《일상을 바꾼 발명품의 매혹적인 이야기》 《왜 음식물의 절반이 버려지는데 누군가는 굶어 죽는가》 《히든 챔피언》 《공감의 심리학》 《기막힌 말솜씨》 《하루를 살아도 행복하게》 《불안한 세상에서 유쾌하게 살아남기》 《학교를 칭찬하라》 《성장의 광기》를 비롯해서 70여 권이 있다.
▣ 주요 목차
머리말: 자본의 승리
1부 자본의 등장
01 성장이라는 기적: 부가 세상 안으로 들어왔을 때
02 고대 로마인도 돈을 좋아했다 . 하지만 자본가가 되지는 않았다
03 우연일까?: 중국의 황제 국가가 경제 성장을 체험하지 못한 이유
04 하필이면 영국에서: 자본주의는 그야말로 자본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발생했다
05 표절 원칙: 만회하려는 독일인의 사냥
2부 자본에 관한 세 가지 오류
06 자본주의는 시장 경제가 아니다
07 자본주의는 국가와 적대적이지 않다
08 세계화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3부 자본 vs. 돈
09 돈은 수수께끼다 . 아울러 자본과 동일하지 않다
10 금? 아뇨, 필요 없어요!
11 채무와 이자? 예, 좋아요!
12 인플레이션에 대한 칭찬: 왜 화폐의 가치는 하락해야 할까
13 돈이 돈을 낳는다: 사람들은 어떻게 투기를 하는지 늘 알고 있었다
4부 자본의 위기
14 위기가 일어난 후는 위기가 일어나기 전이다: 어떻게 현대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어려움에 처하는가
15 자본주의의 종말이 다가오는 것처럼 보였다: 1929년부터 시작된 세계 경제 위기
16 겉으로 보면 신자유주의자들이 승리한 것처럼 보인다: 1973년부터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17 2007년부터의 금융 위기: 은행 하나의 파산은 전혀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었다
18 전례 없는 위기: 유로 위기
19 돈은 먹을 수 없다: 독일인은 자신의 자산을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
전망: 자본의 몰락
감사의 글
주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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