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2011년 8월, 아르센 벵거 감독이 이끄는 아스널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에서 8 대 2라는 충격적인 스코어로 대패한다. 누구도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의 오랜 명문 구단인 아스널의 추락을 예상치 못했다. 15년째 아스널을 이끌고 있던 벵거 역시 마찬가지였다. 벵거는 “거의 배가 난파하는 충격”이었다고 당시의 심정을 고백한다. 팬들과 언론, 심지어 구단 내부에서조차 비난의 목소리가 빗발쳤다. 벵거는 ‘난파한 ’ 아스널을 어떻게 구해냈을까?
당신의 심장도 뛰게 한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명장들의 그라운드 리더십
축구의 세계는 전쟁과 같다. 감독들은 거의 매일 자신의 지도력에 대한 검증과 도전, 칭송과 조롱에 직면한다. 선수들은 물론이고, 구단주, 팬, 일반 대중, 언론, 그리고 요즘엔 에이전트까지 나서서 감독에 대해 왈가왈부한다. 이러한 열성적인 관심 덕분에 축구가 현재의 인기를 유지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감독들에게는 엄청난 부담이자 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맨유에게 ‘가르마 스코어’로 패배한 벵거 역시 아스널에 부임한 이후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한다. 특히 오랜 시간 자신을 지지해왔던 팬들의 비난은 그에게도 커다란 상처가 됐다. 그러나 벵거는 바로 이러한 때가 감독이 “지도력을 발휘해야 하는 순간”이라고 말한다. 팀이 위기에 빠져 있을 때 “지도자가 당황하지 않고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더 큰 수렁으로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벵거는 제일 먼저 선수들에게 이틀간의 휴가를 주는 것으로 재건 작업을 시작했다. 이미 낙담한 선수들에게 경기에 대해 상기시키면서 “기름을 부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었다. 오히려 이러한 때에 “감독으로서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를 일관되게 추구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벵거는 경기에 이기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하지만, 이 일을 하면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도 항상 생각하는 감독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태를 해석하고 동요하지 않는 것.’ 벵거가 위기를 극복하고 오랜 시간 생존할 수 있었던 까닭은 이러한 자신만의 가치를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벵거는 또한 선수들 간의 ‘감정 공유’를 중요시하는 대표적인 감독이다. 벵거는 “세상 사람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스포츠가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령 프랑스 출신인 벵거가 선수 시절에 함께 뛰던 러시아 선수에게 멋진 패스를 받았던 경험을 예로 들 수 있다. 분명 벵거가 그 선수에게 어떤 패스를 말로 요구한 것이 아님에도 똑같은 감정을 공유했기에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는 것이다. 축구가 환상적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서로 말 한마디 하지 않아도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명장들 특유의 인화력과 리더십의 비밀을 현장감 있는 언어로 들려준다. 리더십 전문가이자 맨체스터 시티의 광팬인 저자 마이크 카슨은 프리미어 리그 감독협회(LMA)의 전폭적인 후원을 받아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명장들의 지극히 사적이고 인간적인 부분에까지 접근해 이들의 리더십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철저하게 밝혀낸다. 아울러 생생한 목소리로 정리한 수많은 감독들의 인터뷰, 칼럼, 대화 등을 통해 겉으로 보이는 축구가 아닌 ‘진짜 축구’의 이면까지 살펴보는 재미를 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의 클럽과
당신의 기업을 경영하는 일은 다르지 않다
위대한 감독들이 공개하는 필승 전략!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거대한 제국을 27년이나 이끈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확고한 자기 철학을 가지고 있다. 팀의 공통된 가치를 저버리는 선수가 있을 경우 그것이 데이비드 베컴이라 할지라도 머리카락이 휘날릴 정도로 ‘헤어드라이어’를 가동한 것이다. 2000년에도 금요일 훈련에 불참했다는 이유로 리즈와의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베컴을 선발 명단에서 제외시킨 적이 있다. 다만 퍼거슨은 “베컴 주위를 둘러싼 눈길과 관심 때문에 그를 경기에서 제외시킨 내 결정이 약간은 과장되게 보이는 면이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퍼거슨은 또한 비밀을 유지하는 것이 선수들의 평안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보았다. “라커룸 안에서 있었던 일은 라커룸 안에서 끝낸다는 클럽 체계가 세워져야” 선수들과의 신뢰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퍼거슨이 서른두 살에 처음 감독을 맡았을 때부터 지켜온 원칙이다.
알렉스 매클리시와 퍼거슨과의 일화에서도 이러한 원칙은 잘 드러난다. 퍼거슨이 애버딘의 감독이던 시절 매클리시는 레알 마드리드와의 유러피언 컵 위너스 컵 결승전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저지른다. 매클리시가 골키퍼에게 백 패스한 공을 쇄도하던 상대 선수가 빼앗아 득점한 것이다. 전반전이 끝나자 퍼거슨은 라커룸에서 매클리시를 향해 가차 없는 독설을 퍼붓는다. 이에 자극받은 매클리시는 후반전에 좀 더 나은 경기를 펼쳤고, 동료들의 도움에 힘입어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한다. 그러나 결정적인 실수를 범한 매클리시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매클리시는 혼자 샤워실에서 물을 틀어놓고 내일 신문 기사 내용을 상상하며 자책했다. 그런데 그때 샤워실로 들어온 퍼거슨이 매클리시에게 말했다. “자네가 정말 자랑스러워. 오늘 많은 사람이 쓰러지고 무너졌지만 자네는 당당하고 훌륭하게 어려움을 이겨냈어.” 매클리시는 퍼거슨의 위로도 감동적이었지만 “물이 튀어서 감독님 바지가 젖는 걸 보면서 혼자 웃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이처럼 퍼거슨은 다소 직설적이고 투박하지만 선수들에게서 최선을 이끌어내는 법을 알았고, 이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는 뛰어난 리더십을 몸소 보여주었다.
‘스페셜 원’이라는 별명답게 수많은 사람들이 조제 모리뉴를 최고의 감독으로 꼽는다. 현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감독인 로이 호지슨 역시 “여러 상황에 적응하면서 최대의 성공을 이끌어내는 감독 중에 조제 모리뉴가 최고”라고 말한다. 모리뉴는 다소 거만해 보일 정도로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가 달성한 뛰어난 성과를 보면 그를 쉽게 비난하거나 미워할 수 없다. 모리뉴는 이탈리아, 잉글랜드, 포르투갈, 스페인 등 유럽 4개국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모든 축구 감독들의 염원인 트레블도 달성했다. 모리뉴는 자신의 성공 비결로 자기 분야에 대한 방대한 지식과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꼽는다. 모리뉴는 축구를 ‘스포츠 과학’이 아닌 ‘인간 과학’이라고까지 이야기한다. 물론 모리뉴에게도 보통의 선수를 넘어서는 특별한 인재를 다루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모리뉴는 오히려 “제일 힘든 상황은 그런 인재가 전혀 없는 경우”라고 말한다. 즉 특별한 인재를 보통의 선수들에 조화시키는 일보다 보통의 선수 모두를 특별한 인재로 이끄는 것이 모리뉴 리더십의 핵심인 것이다.
천재 선수를 다루는 모리뉴의 솜씨는 첼시로 부임한 첫 해에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 당시 마흔한 살이었던 모리뉴는 젊은 선수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천재 선수들과 “정을 쌓으며 그들을 구단과 단단하게 결속”시키는 친화력을 발휘한다. 첼시는 그해 리그 컵과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아울러 모리뉴는 “선수들을 깊이 이해하면 이해할수록 그들을 잘 지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모리뉴는 선수들이 “그분이 감독님이야. 그러니까 존경해야지”라고 말하는 것보다 “그분을 존경해. 그분이 우리 감독님이야”라고 말하기를 원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완전히 공감했을 때에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선수로서의 재능이 없음을 알고 일찌감치 보비 로브슨 감독의 통역관으로 일하며 감독의 꿈을 키워온 이야기, 모든 사람이 비즈니스석을 타고 갈 때는 자신도 비즈니스석을 타지만, 자리가 부족할 경우에는 선수들에게 비즈니스석을 양보하고 자신은 이코노미석을 이용한다는 원칙 또한 귀감이 된다.
‘피땀 어린 노력’의 가치를 믿는 로베르토 만치니, 모든 사람이 ‘저를 소중한 사람으로 대해주세요’라는 문구를 이마에 새기고 다니므로 이것을 읽고 이해해야 한다는 브렌던 로저스, 실력 있는 프로들은 절대 혼자 일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을 도와줄 ‘리더십 팀’의 조직을 강조하는 샘 앨러다이스, ‘우승 DNA’는 누구나 가질 수 있다고 믿는 월터 스미스 등 지도자에게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또 다른 일화들도 가득하다.
명장들의 육성으로 전하는 스타 선수들의 맨 얼굴!
코칭스태프와 선수들만의 공간인 라커룸을 들여다보다
천재적인 선수들은 대개 어느 정도 이기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2013 발롱도르를 수상한 ‘축구 천재’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역시 골을 넣은 뒤 혼자 저만치 뛰어가 다른 선수들에게 자신을 경배하라는 듯한 세리모니를 펼쳐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 역시 “재능이 특출하면서도 이기적이지 않은 선수를 본 적이 거의 없”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선수도 한 명 있다고 말한다. 바로 AC 밀란의 ‘카카’다.
박지성의 퀸스 파크 레인저스(QPR) 시절 동료였던 아델 타랍 역시 이기적인 플레이로 유명하다. 닐 워녹이 퀸스 파크 레인저스의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코치들은 제일 먼저 워녹에게 타랍 때문에 옷을 벗게 될지도 모른다고 충고한다. 그러나 워녹은 예순둘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천부적인 선수를 만났다고 말한다. 그리고 타랍의 재능을 온전히 끌어내기 위해 타랍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최대한의 기회를 주기로 결정한다. 다른 선수들의 이해를 구한 뒤 타랍을 주장으로 임명하고 경기에 꾸준히 출장시킨 것이다. 무모한 도박 같았던 워녹의 판단은 타랍의 맹활약으로 보답받는다. 그해 타랍은 챔피언십 ‘올해의 선수’로 선정되었다.
맨체스터 시티에서 뛰었던 카를로스 테베스 역시 천재성을 가진 선수다. 그러나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과의 불화로 문제를 겪었고, 시즌 도중 자신의 고국인 아르헨티나로 돌아가버린다. 만치니는 어렵사리 팀에 복귀한 테베스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그에게 다시금 의욕을 불어넣기 위해 같은 아르헨티나 출신의 세르히오 아게로를 테베스와 함께 투 톱으로 기용하는 용병술을 발휘한다. 만치니는 “역사적으로 고난의 세월을 겪었기 때문에” 아르헨티나 출신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강인하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조국의 동료이자 또 다른 천재 선수인 아게로와의 플레이는 테베스의 승부욕을 고취시키는 데 효과가 있었고, 맨시티는 그해 우승을 차지했다.
그 밖에도 맨유의 전설 보비 찰턴이 후에 또 다른 전설이 될 열네 살의 라이언 긱스를 알아본 일화, 로이 호지슨 감독이 스위스 국가대표팀 감독 시절 느꼈던 축구협회의 진보적 사고의 중요성, 밀월의 선수였던 믹 매카시가 하루아침에 감독으로 역할이 바뀐 이야기, 아주 개방적인 존 테리와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의 프랭크 램파드에 대한 이야기, 선덜랜드 시절의 지동원이 맨시티전에서 극적인 결승 골을 넣었던 상황에 대한 묘사 또한 재미있다.
『승부의 신』은 축구를 통해 리더십을 조명한 이른바 ‘풋볼 리더십’에 대한 최초의 책이다. 아울러 코칭스태프와 선수들만의 공간인 라커룸 안으로 녹음기를 들이민 용기 있고 발칙한 축구의 맨 얼굴이기도 하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을 관전하기에 앞서 경기의 결과를 좌우할 ‘승부의 신’들을 먼저 만나보는 귀한 경험이 될 것이다.
▣ 작가 소개
저 : 마이크 카슨
Mike Carson,마이크 칼슨
세계 최고의 컨설팅 회사인 매킨지 앤 컴퍼니(McKinsey&Company)에서 일했다. 현재는 경영과 의식 개혁을 전문으로 하는 애버킨(Aberkyn) 컨설팅 회사를 창업해 스포츠 경영 및 인재 개발, 리더십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맨체스터 시티의 광팬이다. 마이크 카슨은 프리미어 리그 감독협회(League Managers Association)의 후원을 받아 축구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감독들의 지극히 사적이고 인간적인 부분에까지 접근했다. 위대한 감독들의 발언을 세세한 수준까지 발굴해 조사하고, 이것이 어떻게 리더십의 형태로 진화하는지 또 이들의 리더십이 어떻게 선수를 변화시키는지 뜨거운 열정과 치밀한 추진력으로 보여준다. 이제껏 알려지지 않았던 명장들의 속마음과 코칭스태프와 선수들만의 신성한 공간이었던 라커룸에서의 이야기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유일한 책이다.
역 : 김인수
미국 웨스턴일리노이대학교 경영대학원과 제주대학교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했다. LG 트윈스에서 외국인 선수 관리 및 해외 업무를 담당했고, 2002년 월드컵 당시 제주월드컵경기장 언론 담당관으로 일했다. 현재 바른 번역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당근과 채찍》 《강한 팀의 조건》 《도핑과의 전쟁》《승자의 본질》 등이 있다.
역 : 이주만
서강대학 대학원 영어영문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번역가들의 모임인 (주)바른번역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펩 과르디올라』, 『리퀴드 리더십』,『복잡한 문제 끔하게 정리하기』,『케인스를 위한 변명』, 『화폐의 심리학』, 『돈에 관한 모든 것』, 『그라운드스웰』, 『인재쟁탈전』,『CSI는 하이힐을 신지 않는다』, 『 법은 왜 부조리한가』, 『E.R Evolution』, 『인게이지 로이드 칸의 아주 작은 집』등이 있다.
▣ 주요 목차
추천의 글
머리말
제1부 감독의 역할
제1장 모든 이들의 경기(로이 호지슨)
제2부 승리를 위한 환경 조성하기
제2장 일대일의 예술(카를로 안첼로티)
제3장 경기장의 이면(아르센 벵거)
제4장 뛰어난 실력과 최고의 기량을 갖춘 팀 구축하기(샘 앨러다이스)
제3부 성과 이끌어내기
제5장 훌륭한 선수의 조건(로베르토 만치니)
제6장 초특급 선수 다루기(조제 모리뉴)
제4부 그들만의 리더십
제7장 압박에 굴복하지 않고 지도자로 살아가는 법(브렌던 로저스)
제8장 더 큰 그림을 그려보라(해리 레드냅)
제5부 위대한 도전
제9장 지속적인 성공을 창출하라(알렉스 퍼거슨)
제10장 위기와 회생(월터 스미스)
제11장 승리와 좌절(믹 매카시)
후기
2011년 8월, 아르센 벵거 감독이 이끄는 아스널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에서 8 대 2라는 충격적인 스코어로 대패한다. 누구도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의 오랜 명문 구단인 아스널의 추락을 예상치 못했다. 15년째 아스널을 이끌고 있던 벵거 역시 마찬가지였다. 벵거는 “거의 배가 난파하는 충격”이었다고 당시의 심정을 고백한다. 팬들과 언론, 심지어 구단 내부에서조차 비난의 목소리가 빗발쳤다. 벵거는 ‘난파한 ’ 아스널을 어떻게 구해냈을까?
당신의 심장도 뛰게 한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명장들의 그라운드 리더십
축구의 세계는 전쟁과 같다. 감독들은 거의 매일 자신의 지도력에 대한 검증과 도전, 칭송과 조롱에 직면한다. 선수들은 물론이고, 구단주, 팬, 일반 대중, 언론, 그리고 요즘엔 에이전트까지 나서서 감독에 대해 왈가왈부한다. 이러한 열성적인 관심 덕분에 축구가 현재의 인기를 유지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감독들에게는 엄청난 부담이자 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맨유에게 ‘가르마 스코어’로 패배한 벵거 역시 아스널에 부임한 이후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한다. 특히 오랜 시간 자신을 지지해왔던 팬들의 비난은 그에게도 커다란 상처가 됐다. 그러나 벵거는 바로 이러한 때가 감독이 “지도력을 발휘해야 하는 순간”이라고 말한다. 팀이 위기에 빠져 있을 때 “지도자가 당황하지 않고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더 큰 수렁으로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벵거는 제일 먼저 선수들에게 이틀간의 휴가를 주는 것으로 재건 작업을 시작했다. 이미 낙담한 선수들에게 경기에 대해 상기시키면서 “기름을 부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었다. 오히려 이러한 때에 “감독으로서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를 일관되게 추구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벵거는 경기에 이기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하지만, 이 일을 하면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도 항상 생각하는 감독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태를 해석하고 동요하지 않는 것.’ 벵거가 위기를 극복하고 오랜 시간 생존할 수 있었던 까닭은 이러한 자신만의 가치를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벵거는 또한 선수들 간의 ‘감정 공유’를 중요시하는 대표적인 감독이다. 벵거는 “세상 사람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스포츠가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령 프랑스 출신인 벵거가 선수 시절에 함께 뛰던 러시아 선수에게 멋진 패스를 받았던 경험을 예로 들 수 있다. 분명 벵거가 그 선수에게 어떤 패스를 말로 요구한 것이 아님에도 똑같은 감정을 공유했기에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는 것이다. 축구가 환상적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서로 말 한마디 하지 않아도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명장들 특유의 인화력과 리더십의 비밀을 현장감 있는 언어로 들려준다. 리더십 전문가이자 맨체스터 시티의 광팬인 저자 마이크 카슨은 프리미어 리그 감독협회(LMA)의 전폭적인 후원을 받아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명장들의 지극히 사적이고 인간적인 부분에까지 접근해 이들의 리더십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철저하게 밝혀낸다. 아울러 생생한 목소리로 정리한 수많은 감독들의 인터뷰, 칼럼, 대화 등을 통해 겉으로 보이는 축구가 아닌 ‘진짜 축구’의 이면까지 살펴보는 재미를 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의 클럽과
당신의 기업을 경영하는 일은 다르지 않다
위대한 감독들이 공개하는 필승 전략!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거대한 제국을 27년이나 이끈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확고한 자기 철학을 가지고 있다. 팀의 공통된 가치를 저버리는 선수가 있을 경우 그것이 데이비드 베컴이라 할지라도 머리카락이 휘날릴 정도로 ‘헤어드라이어’를 가동한 것이다. 2000년에도 금요일 훈련에 불참했다는 이유로 리즈와의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베컴을 선발 명단에서 제외시킨 적이 있다. 다만 퍼거슨은 “베컴 주위를 둘러싼 눈길과 관심 때문에 그를 경기에서 제외시킨 내 결정이 약간은 과장되게 보이는 면이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퍼거슨은 또한 비밀을 유지하는 것이 선수들의 평안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보았다. “라커룸 안에서 있었던 일은 라커룸 안에서 끝낸다는 클럽 체계가 세워져야” 선수들과의 신뢰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퍼거슨이 서른두 살에 처음 감독을 맡았을 때부터 지켜온 원칙이다.
알렉스 매클리시와 퍼거슨과의 일화에서도 이러한 원칙은 잘 드러난다. 퍼거슨이 애버딘의 감독이던 시절 매클리시는 레알 마드리드와의 유러피언 컵 위너스 컵 결승전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저지른다. 매클리시가 골키퍼에게 백 패스한 공을 쇄도하던 상대 선수가 빼앗아 득점한 것이다. 전반전이 끝나자 퍼거슨은 라커룸에서 매클리시를 향해 가차 없는 독설을 퍼붓는다. 이에 자극받은 매클리시는 후반전에 좀 더 나은 경기를 펼쳤고, 동료들의 도움에 힘입어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한다. 그러나 결정적인 실수를 범한 매클리시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매클리시는 혼자 샤워실에서 물을 틀어놓고 내일 신문 기사 내용을 상상하며 자책했다. 그런데 그때 샤워실로 들어온 퍼거슨이 매클리시에게 말했다. “자네가 정말 자랑스러워. 오늘 많은 사람이 쓰러지고 무너졌지만 자네는 당당하고 훌륭하게 어려움을 이겨냈어.” 매클리시는 퍼거슨의 위로도 감동적이었지만 “물이 튀어서 감독님 바지가 젖는 걸 보면서 혼자 웃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이처럼 퍼거슨은 다소 직설적이고 투박하지만 선수들에게서 최선을 이끌어내는 법을 알았고, 이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는 뛰어난 리더십을 몸소 보여주었다.
‘스페셜 원’이라는 별명답게 수많은 사람들이 조제 모리뉴를 최고의 감독으로 꼽는다. 현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감독인 로이 호지슨 역시 “여러 상황에 적응하면서 최대의 성공을 이끌어내는 감독 중에 조제 모리뉴가 최고”라고 말한다. 모리뉴는 다소 거만해 보일 정도로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가 달성한 뛰어난 성과를 보면 그를 쉽게 비난하거나 미워할 수 없다. 모리뉴는 이탈리아, 잉글랜드, 포르투갈, 스페인 등 유럽 4개국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모든 축구 감독들의 염원인 트레블도 달성했다. 모리뉴는 자신의 성공 비결로 자기 분야에 대한 방대한 지식과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꼽는다. 모리뉴는 축구를 ‘스포츠 과학’이 아닌 ‘인간 과학’이라고까지 이야기한다. 물론 모리뉴에게도 보통의 선수를 넘어서는 특별한 인재를 다루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모리뉴는 오히려 “제일 힘든 상황은 그런 인재가 전혀 없는 경우”라고 말한다. 즉 특별한 인재를 보통의 선수들에 조화시키는 일보다 보통의 선수 모두를 특별한 인재로 이끄는 것이 모리뉴 리더십의 핵심인 것이다.
천재 선수를 다루는 모리뉴의 솜씨는 첼시로 부임한 첫 해에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 당시 마흔한 살이었던 모리뉴는 젊은 선수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천재 선수들과 “정을 쌓으며 그들을 구단과 단단하게 결속”시키는 친화력을 발휘한다. 첼시는 그해 리그 컵과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아울러 모리뉴는 “선수들을 깊이 이해하면 이해할수록 그들을 잘 지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모리뉴는 선수들이 “그분이 감독님이야. 그러니까 존경해야지”라고 말하는 것보다 “그분을 존경해. 그분이 우리 감독님이야”라고 말하기를 원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완전히 공감했을 때에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선수로서의 재능이 없음을 알고 일찌감치 보비 로브슨 감독의 통역관으로 일하며 감독의 꿈을 키워온 이야기, 모든 사람이 비즈니스석을 타고 갈 때는 자신도 비즈니스석을 타지만, 자리가 부족할 경우에는 선수들에게 비즈니스석을 양보하고 자신은 이코노미석을 이용한다는 원칙 또한 귀감이 된다.
‘피땀 어린 노력’의 가치를 믿는 로베르토 만치니, 모든 사람이 ‘저를 소중한 사람으로 대해주세요’라는 문구를 이마에 새기고 다니므로 이것을 읽고 이해해야 한다는 브렌던 로저스, 실력 있는 프로들은 절대 혼자 일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을 도와줄 ‘리더십 팀’의 조직을 강조하는 샘 앨러다이스, ‘우승 DNA’는 누구나 가질 수 있다고 믿는 월터 스미스 등 지도자에게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또 다른 일화들도 가득하다.
명장들의 육성으로 전하는 스타 선수들의 맨 얼굴!
코칭스태프와 선수들만의 공간인 라커룸을 들여다보다
천재적인 선수들은 대개 어느 정도 이기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2013 발롱도르를 수상한 ‘축구 천재’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역시 골을 넣은 뒤 혼자 저만치 뛰어가 다른 선수들에게 자신을 경배하라는 듯한 세리모니를 펼쳐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 역시 “재능이 특출하면서도 이기적이지 않은 선수를 본 적이 거의 없”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선수도 한 명 있다고 말한다. 바로 AC 밀란의 ‘카카’다.
박지성의 퀸스 파크 레인저스(QPR) 시절 동료였던 아델 타랍 역시 이기적인 플레이로 유명하다. 닐 워녹이 퀸스 파크 레인저스의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코치들은 제일 먼저 워녹에게 타랍 때문에 옷을 벗게 될지도 모른다고 충고한다. 그러나 워녹은 예순둘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천부적인 선수를 만났다고 말한다. 그리고 타랍의 재능을 온전히 끌어내기 위해 타랍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최대한의 기회를 주기로 결정한다. 다른 선수들의 이해를 구한 뒤 타랍을 주장으로 임명하고 경기에 꾸준히 출장시킨 것이다. 무모한 도박 같았던 워녹의 판단은 타랍의 맹활약으로 보답받는다. 그해 타랍은 챔피언십 ‘올해의 선수’로 선정되었다.
맨체스터 시티에서 뛰었던 카를로스 테베스 역시 천재성을 가진 선수다. 그러나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과의 불화로 문제를 겪었고, 시즌 도중 자신의 고국인 아르헨티나로 돌아가버린다. 만치니는 어렵사리 팀에 복귀한 테베스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그에게 다시금 의욕을 불어넣기 위해 같은 아르헨티나 출신의 세르히오 아게로를 테베스와 함께 투 톱으로 기용하는 용병술을 발휘한다. 만치니는 “역사적으로 고난의 세월을 겪었기 때문에” 아르헨티나 출신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강인하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조국의 동료이자 또 다른 천재 선수인 아게로와의 플레이는 테베스의 승부욕을 고취시키는 데 효과가 있었고, 맨시티는 그해 우승을 차지했다.
그 밖에도 맨유의 전설 보비 찰턴이 후에 또 다른 전설이 될 열네 살의 라이언 긱스를 알아본 일화, 로이 호지슨 감독이 스위스 국가대표팀 감독 시절 느꼈던 축구협회의 진보적 사고의 중요성, 밀월의 선수였던 믹 매카시가 하루아침에 감독으로 역할이 바뀐 이야기, 아주 개방적인 존 테리와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의 프랭크 램파드에 대한 이야기, 선덜랜드 시절의 지동원이 맨시티전에서 극적인 결승 골을 넣었던 상황에 대한 묘사 또한 재미있다.
『승부의 신』은 축구를 통해 리더십을 조명한 이른바 ‘풋볼 리더십’에 대한 최초의 책이다. 아울러 코칭스태프와 선수들만의 공간인 라커룸 안으로 녹음기를 들이민 용기 있고 발칙한 축구의 맨 얼굴이기도 하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을 관전하기에 앞서 경기의 결과를 좌우할 ‘승부의 신’들을 먼저 만나보는 귀한 경험이 될 것이다.
▣ 작가 소개
저 : 마이크 카슨
Mike Carson,마이크 칼슨
세계 최고의 컨설팅 회사인 매킨지 앤 컴퍼니(McKinsey&Company)에서 일했다. 현재는 경영과 의식 개혁을 전문으로 하는 애버킨(Aberkyn) 컨설팅 회사를 창업해 스포츠 경영 및 인재 개발, 리더십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맨체스터 시티의 광팬이다. 마이크 카슨은 프리미어 리그 감독협회(League Managers Association)의 후원을 받아 축구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감독들의 지극히 사적이고 인간적인 부분에까지 접근했다. 위대한 감독들의 발언을 세세한 수준까지 발굴해 조사하고, 이것이 어떻게 리더십의 형태로 진화하는지 또 이들의 리더십이 어떻게 선수를 변화시키는지 뜨거운 열정과 치밀한 추진력으로 보여준다. 이제껏 알려지지 않았던 명장들의 속마음과 코칭스태프와 선수들만의 신성한 공간이었던 라커룸에서의 이야기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유일한 책이다.
역 : 김인수
미국 웨스턴일리노이대학교 경영대학원과 제주대학교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했다. LG 트윈스에서 외국인 선수 관리 및 해외 업무를 담당했고, 2002년 월드컵 당시 제주월드컵경기장 언론 담당관으로 일했다. 현재 바른 번역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당근과 채찍》 《강한 팀의 조건》 《도핑과의 전쟁》《승자의 본질》 등이 있다.
역 : 이주만
서강대학 대학원 영어영문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번역가들의 모임인 (주)바른번역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펩 과르디올라』, 『리퀴드 리더십』,『복잡한 문제 끔하게 정리하기』,『케인스를 위한 변명』, 『화폐의 심리학』, 『돈에 관한 모든 것』, 『그라운드스웰』, 『인재쟁탈전』,『CSI는 하이힐을 신지 않는다』, 『 법은 왜 부조리한가』, 『E.R Evolution』, 『인게이지 로이드 칸의 아주 작은 집』등이 있다.
▣ 주요 목차
추천의 글
머리말
제1부 감독의 역할
제1장 모든 이들의 경기(로이 호지슨)
제2부 승리를 위한 환경 조성하기
제2장 일대일의 예술(카를로 안첼로티)
제3장 경기장의 이면(아르센 벵거)
제4장 뛰어난 실력과 최고의 기량을 갖춘 팀 구축하기(샘 앨러다이스)
제3부 성과 이끌어내기
제5장 훌륭한 선수의 조건(로베르토 만치니)
제6장 초특급 선수 다루기(조제 모리뉴)
제4부 그들만의 리더십
제7장 압박에 굴복하지 않고 지도자로 살아가는 법(브렌던 로저스)
제8장 더 큰 그림을 그려보라(해리 레드냅)
제5부 위대한 도전
제9장 지속적인 성공을 창출하라(알렉스 퍼거슨)
제10장 위기와 회생(월터 스미스)
제11장 승리와 좌절(믹 매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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