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계급이라는 불편한 진실
우리가 인생에서 성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명석한 두뇌? 피나는 노력? 두 가지 모두 아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가장 결정적인 것은 ‘부모를 고르는 능력’이다. 어떤 부모에게서 태어나느냐는 인생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부자 부모를 둔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자신의 계급적 특권을 지킬 수 있도록 좋은 교육을 받고 인맥과 노하우를 물려받는다. 반면 가난한 집 아이들은 맨몸으로 노력하다 결국 현실에 좌절하고 만다. 만화가 최규석의 『울기엔 좀 애매한』에는 부모를 제대로 고르지 못해 루저가 된 아이들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포트폴리오를 강사한테 부탁해 대학 수시에 붙은 친구를 보고 “돈도 재능”이라는 말밖에 할 수 없는 주인공 원빈의 모습은 출발선조차 다를 수밖에 없는 계급 사회의 이면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가난한 사람들만이 계급에 속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인기를 끈 드라마 [아내의 자격]은 강남의 사교육 현장을 배경으로 계급 특권에 집착하는 상층 계급의 욕망과 행태를 적나라하고 비판적으로 묘사했다. 계급 사다리의 상층에 위치한 상류층조차도 계급의 굴레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계급이라는 불편한 진실은 우리가 왜 어떻게 살고 있고, 무엇을 욕망하고 무엇에 좌절하는지를 해명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계급에 사로잡힌 사람들
계급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분열되어 있다. 계급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계급이 가져오는 잔혹한 현실에서 눈을 돌려버리는 사람도 있다. 이 책은 계급이 누구에게나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러한 현실을 직시할 때에만 계급이 가져오는 불평등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아무런 선입견 없이 계급을 바라보도록 하기 위해 이 책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에게서 계급을 발견하기 위해 이 책의 저자들은 미국 사회 구석구석을 찾아 헤맸다. 아메리칸드림을 좇아 미국으로 넘어왔지만 불안정한 현실에 내몰리며 최하층계급을 형성하고 있는 멕시코 이민자들, 심장마비가 닥쳐 생사를 헤맨 서로 다른 계급의 뉴요커를 만났고, 출신 계급이 다른 부부가 결혼 생활에서 마주치는 문제들, 계급 상승에 성공했으나 중간계급의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안절부절못하는 한 변호사의 이야기 등은 계급 문제가 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문제임을 드러내준다. 그들 외에도 저자들은 계급에 사로잡힌 다양한 계급의 사람들을 만났다. 공장에서 해고되고 난 후 중간계급에서 하층계급으로 주저앉을까봐 걱정하는 40대 가장의 모습은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이고 부모님의 모습이기도 하다. 상처받고 좌절하고 힘들어 하는 이들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계급의 맨 얼굴을 발견하게 된다.
1% vs 99%, 불평등은 사회적 재해다!
불행하게도, 불평등은 점점 심각해져가고 있다. 2011년 월가를 점령한 시위대의 등장은 미국의 불평등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다다랐음을 말해주는 증거이다. 미국의 상위 1퍼센트는 전체 소득의 17.7퍼센트를 독차지한다. 상층계급의 소득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중간계급과 하층계급의 소득은 거의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러한 현상이 갈수록 심해진다는 점이다. 시간이 갈수록 상위 1퍼센트와 하위 99퍼센트의 소득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사회불평등은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질 것이다.
한국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동국대 김낙년 교수는 2012년 5월, 한국의 상위 1퍼센트가 총 개인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98년의 6.97퍼센트에서 2010년 11.5퍼센트로 65퍼센트나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불과 10년 사이에 한국의 소득불평등이 가파르게 악화되었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같은 기간 중 상위 0.1퍼센트의 소득은 130퍼센트, 최상위 0.01퍼센트는 182퍼센트나 증가했다. 즉 부자일수록 더 빨리, 더 큰 부자가 되었다는 말이다.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자살과 정신질환, 범죄가 증대한다.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는 얼마 전 한 신문 칼럼에서 불평등을 사회적 재해로 규정하며 치료 대상으로 보았다.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계급 사회의 현실을 직시하는 데서 시작된다.
『뉴욕타임스』가 보여주는 탐사보도의 모범 답안
이 책은 미국을 대표하는 언론사인 『뉴욕타임스』가 1년의 취재기간을 거쳐 ‘계급이 문제다(Class Matters)’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기획기사를 모은 책이다. 미국 사회를 관통하는 문제를 심층적으로 보도한 역사를 가진 신문답게 이 책 또한 정밀한 문제 설정과 대담한 해석, 사소한 것까지 놓치지 않는 꼼꼼함이 돋보인다. 계급의 초상을 제대로 담기 위해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하층계급부터 상층계급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자료를 수집했다. 또한 개개의 삶을 뛰어넘어 ‘구조화되어 있는 계급’을 보여주기 위해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미국 국세청과 통계청의 방대한 자료 또한 분석해 계급에 접근하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 블로그와 트위터 등 1인 미디어와 인터넷 매체의 등장으로 신문의 위기라는 말이 나오는 지금, 미국 사회의 내부를 밀도 높게 분석해낸 [뉴욕타임스]의 성과는 언론만이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입증해내고 있다.
깨어진 아메리칸드림, 드러난 계급의 맨 얼굴
사람들은 미국을 기회의 나라라고 부른다. 수많은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부를 거머쥐었지만 이러한 성공 신화는 이제 더 이상 찾기 힘들어졌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아메리칸드림을 받쳐왔던 상층계급으로의 사회이동은 점차 둔화되거나 작동을 아예 멈췄기 때문이다. 이제 계급은 그 어느 때보다도 미국인의 일상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신분 세습을 대체했다고 믿어져왔던 ‘능력에 의한 성공’ 또한 계급에 기반 한다. 재산과 교육, 연줄을 가진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기반과 능력을 물려준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의 연구에 따르면 20세기 초에 태어난 형제들보다 20세기 후반에 태어난 형제들의 소득이 더 비슷했다. 습성, 기술, 유전자, 연줄, 돈 등 아이들이 부모에게서 무엇을 물려받았든지 간에 그 대물림이 오늘날 더 중요해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계급에 대한 가장 진솔한 고백, 계급은 모든 것을 결정한다
이 책에 실린 미국 사회의 계급 구조는 개인적인 것에서부터 공적인 영역까지, 또는 탄생에서 죽음까지 모든 것을 망라한다. 가령 심장마비와 같은 질병은 부자나 가난한 사람을 가리지 않고 찾아오지만 병을 치료하는 방식은 철저하게 계급의 위치에 의해 결정된다. 이 책에서는 상층중간계급인 진 밀과 중간계급인 윌 윌슨, 하층계급인 이와 고라가 심장마비에 걸린 후 이를 치료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계급 간 격차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가난할 사람일수록 안전하고 신속한 치료와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대학 중퇴자들의 모습에서도 계급의 영향력이 강하게 나타난다. 앤디 블레빈스는 노동계급의 아들로 태어나 대학에 입학하지만 대학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퇴한다. 많은 노동계급의 아이들이 대학을 중퇴하고 있으며 이는 대학 졸업장을 중시하지 않았던 노동계급의 분위기와 비싼 등록금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미국의 제조업이 호경기였을 땐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좋은 직장을 가질 수 있었고 중간계급의 삶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대학 학위가 없는 사람들은 점차 더 저임금과 불안정한 직종으로 내몰리고 있다. 앤디의 이야기는 벼랑 끝으로 밀려나는 하층계급 젊은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계급의 문화적 격차를 극복할 수 있는가
하층계급 구성원이 중간계급으로 올라서게 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이 책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델라 메이 저스티스는 최하층에서 출발해 변호사라는 중간계급의 지위에 올라선다. 그러나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중간계급이었던 사람들과의 문화적 격차에 언제나 당황해하며 자신감을 잃는다. 저스티스는 매번 중간계급의 생활방식을 새롭게 배우고 있다. 상층계급 아내와 결혼한 노동계급 남편인 댄 크로토도 일상생활의 사소한 문제에서 드러나는 계급 간 생활 방식의 차이에서 오는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저스티스와 크로토의 사례처럼 단순히 소득 수준의 격차만이 계급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계급 간 격차를 명확하게 하는 것은 소득 차이와 함께 문화적 차이이다. 문화적 차이는 어떤 음식을 먹는지, 어떤 교양을 익혔는지, 상대방에게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어떤 제스처를 사용하는지 등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 나타난다. 계급은 단순하지 않고 복잡하게 구조화되어 있다.
상층계급, 그들만의 새로운 구별 짓기
무엇이 양극화를 더 심하게 하는가? 이 책은 점점 더 자신들만의 성을 쌓는 부자들의 모습 또한 자세하게 서술한다. 1971년과 2001년 사이 미국 상위 1퍼센트의 소득은 139퍼센트 올랐다. 반면 소득 상위 40~60퍼센트는 17퍼센트 상승했고, 최하위 20퍼센트는 겨우 9퍼센트만 상승하는 데 그쳤다. 마치 날개를 단 듯한 부자들의 소득 증대는 무분별한 소비 행태로 나타난다. 부자들의 휴양지인 낸터컷 섬에는 매년 누가 얼마나 더 비싼 땅을 구입해 초호화 주택을 세우는지가 관심거리가 된다. 과거에 비해 부자들은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쓴다. 새롭게 억만장자의 자리에 오른 부자들은 자신들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제트기를 산다. 계급 사다리의 최상층에 있는 초부자들뿐 아니라 연소득 10~30만 달러 정도를 버는 젊은 부유층들도 외부인의 침입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자신들만의 마을을 만들고 그 속에서 생활한다. 상층계급의 이러한 구별 짓기는 계급 간 장벽이 점점 더 강고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앤절라 휘티커, 계급 상승의 영웅담
10대 때 이미 아버지가 서로 다른 다섯 아이를 낳은 흑인 여성 앤절라 휘티커의 인생 역정은 미국 계급의 현실을 보여주는 지표이자 쉽게 일어나지 않는 계급 상승을 이룬 영웅담으로 소개되고 있다. 아버지 얼굴도 보지 못한 채 하층계급의 어머니 밑에서 자란 앤절라 휘티커는 10대 때 첫 아이를 낳은 후 시카고 빈민가의 위험하고 불안한 삶에 내동댕이쳐져 살아가고 있었다. 그녀의 아이들은 10대 때 벌써 마약거래에 뛰어들어 다리에 총을 맞기도 하고 물건을 훔치기도 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하층계급에서 탈출하겠다고 마음먹은 앤절라 휘티커는 10년 동안 초인 같은 노력 끝에 결국 중간계급으로 올라서는 데 성공한다. 생계를 위해 일과 학업을 병행하면서 힘들게 간호사 자격증을 따낸 앤절라 휘티커는 그야말로 현대판 계급 상승의 영웅담을 보여준다. 『뉴욕타임스』는 앤절라 휘티커의 신분 상승기를 행운과 초인적인 노력이 결합된 현대판 영웅담으로 묘사하며 계급 사회의 현실에 대해 냉혹한 진단을 내린다.
▣ 작가 소개
저자 : 뉴욕타임즈
『뉴욕타임스』는 미국 사회를 관통하는 여러 문제에 대해 특별취재팀을 구성해 심층적으로 보도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93년에는 빈곤이 아이들의 삶을 어떻게 비틀어버리는지를 다룬 ‘그늘 속의 어린이들’을, 2000년에는 인종 문제를 다룬 ‘미국에서 인종은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보도해 많은 찬사를 받았다. 『당신의 계급 사다리는 안전합니까?』는 이러한 『뉴욕타임스』의 전통을 잇는 기획물이다. 계급 문제가 미국인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밝혀내기 위해 『뉴욕타임스』의 기자들이 미국 사회 전역으로 흩어져 하층계급에서 상층계급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수많은 자료들을 검토했다. 『당신의 계급 사다리는 안전합니까?』는 교육, 의료, 소비, 주거, 결혼 등 인간 생애의 다양한 측면에 나타나는 계급 문제를 발견하며 우리 사회에 대한 새롭고도 놀라운 이야기들을 전한다.
역 자 소 개
김종목 : 경향신문 기자이다.
김재중 : 경향신문 기자이다.
손제민 : 경향신문 기자이다.
▣ 주요 목차
서문
1. 계급으로 갈라진 사람들
2. 병은 평등하게, 회복은 불평등하게
3. 다른 계급과의 결혼이라는 모험
4. 계급 상승, 그러나 불안은 계속된다
5. 하나님의 이름으로 계급 사다리를 오르다
6. 노동계급의 대학 중퇴자들
7. 중간계급으로의 복귀를 거부당하는 고졸 출신들
8. 바다를 건너는 사람들, 더 이상의 아메리칸드림은 없다
9. 소비의 향연, 새로운 구별 짓기
10. 화이트칼라 유목민, 그들만의 분리된 세상
11. 부자들의 섬 낸터컷의 갈등
12. 0.1퍼센트 초부유층의 나라
13. 대중문화 속에 그려진 계급의 초상
14. 앤절라 휘티커의 신분 상승기
부록:『뉴욕타임스』의 계급 여론조사
보론: 불평등을 이해하는 방법-신광영(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옮긴이의 글
계급이라는 불편한 진실
우리가 인생에서 성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명석한 두뇌? 피나는 노력? 두 가지 모두 아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가장 결정적인 것은 ‘부모를 고르는 능력’이다. 어떤 부모에게서 태어나느냐는 인생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부자 부모를 둔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자신의 계급적 특권을 지킬 수 있도록 좋은 교육을 받고 인맥과 노하우를 물려받는다. 반면 가난한 집 아이들은 맨몸으로 노력하다 결국 현실에 좌절하고 만다. 만화가 최규석의 『울기엔 좀 애매한』에는 부모를 제대로 고르지 못해 루저가 된 아이들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포트폴리오를 강사한테 부탁해 대학 수시에 붙은 친구를 보고 “돈도 재능”이라는 말밖에 할 수 없는 주인공 원빈의 모습은 출발선조차 다를 수밖에 없는 계급 사회의 이면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가난한 사람들만이 계급에 속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인기를 끈 드라마 [아내의 자격]은 강남의 사교육 현장을 배경으로 계급 특권에 집착하는 상층 계급의 욕망과 행태를 적나라하고 비판적으로 묘사했다. 계급 사다리의 상층에 위치한 상류층조차도 계급의 굴레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계급이라는 불편한 진실은 우리가 왜 어떻게 살고 있고, 무엇을 욕망하고 무엇에 좌절하는지를 해명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계급에 사로잡힌 사람들
계급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분열되어 있다. 계급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계급이 가져오는 잔혹한 현실에서 눈을 돌려버리는 사람도 있다. 이 책은 계급이 누구에게나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러한 현실을 직시할 때에만 계급이 가져오는 불평등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아무런 선입견 없이 계급을 바라보도록 하기 위해 이 책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에게서 계급을 발견하기 위해 이 책의 저자들은 미국 사회 구석구석을 찾아 헤맸다. 아메리칸드림을 좇아 미국으로 넘어왔지만 불안정한 현실에 내몰리며 최하층계급을 형성하고 있는 멕시코 이민자들, 심장마비가 닥쳐 생사를 헤맨 서로 다른 계급의 뉴요커를 만났고, 출신 계급이 다른 부부가 결혼 생활에서 마주치는 문제들, 계급 상승에 성공했으나 중간계급의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안절부절못하는 한 변호사의 이야기 등은 계급 문제가 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문제임을 드러내준다. 그들 외에도 저자들은 계급에 사로잡힌 다양한 계급의 사람들을 만났다. 공장에서 해고되고 난 후 중간계급에서 하층계급으로 주저앉을까봐 걱정하는 40대 가장의 모습은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이고 부모님의 모습이기도 하다. 상처받고 좌절하고 힘들어 하는 이들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계급의 맨 얼굴을 발견하게 된다.
1% vs 99%, 불평등은 사회적 재해다!
불행하게도, 불평등은 점점 심각해져가고 있다. 2011년 월가를 점령한 시위대의 등장은 미국의 불평등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다다랐음을 말해주는 증거이다. 미국의 상위 1퍼센트는 전체 소득의 17.7퍼센트를 독차지한다. 상층계급의 소득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중간계급과 하층계급의 소득은 거의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러한 현상이 갈수록 심해진다는 점이다. 시간이 갈수록 상위 1퍼센트와 하위 99퍼센트의 소득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사회불평등은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질 것이다.
한국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동국대 김낙년 교수는 2012년 5월, 한국의 상위 1퍼센트가 총 개인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98년의 6.97퍼센트에서 2010년 11.5퍼센트로 65퍼센트나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불과 10년 사이에 한국의 소득불평등이 가파르게 악화되었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같은 기간 중 상위 0.1퍼센트의 소득은 130퍼센트, 최상위 0.01퍼센트는 182퍼센트나 증가했다. 즉 부자일수록 더 빨리, 더 큰 부자가 되었다는 말이다.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자살과 정신질환, 범죄가 증대한다.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는 얼마 전 한 신문 칼럼에서 불평등을 사회적 재해로 규정하며 치료 대상으로 보았다.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계급 사회의 현실을 직시하는 데서 시작된다.
『뉴욕타임스』가 보여주는 탐사보도의 모범 답안
이 책은 미국을 대표하는 언론사인 『뉴욕타임스』가 1년의 취재기간을 거쳐 ‘계급이 문제다(Class Matters)’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기획기사를 모은 책이다. 미국 사회를 관통하는 문제를 심층적으로 보도한 역사를 가진 신문답게 이 책 또한 정밀한 문제 설정과 대담한 해석, 사소한 것까지 놓치지 않는 꼼꼼함이 돋보인다. 계급의 초상을 제대로 담기 위해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하층계급부터 상층계급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자료를 수집했다. 또한 개개의 삶을 뛰어넘어 ‘구조화되어 있는 계급’을 보여주기 위해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미국 국세청과 통계청의 방대한 자료 또한 분석해 계급에 접근하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 블로그와 트위터 등 1인 미디어와 인터넷 매체의 등장으로 신문의 위기라는 말이 나오는 지금, 미국 사회의 내부를 밀도 높게 분석해낸 [뉴욕타임스]의 성과는 언론만이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입증해내고 있다.
깨어진 아메리칸드림, 드러난 계급의 맨 얼굴
사람들은 미국을 기회의 나라라고 부른다. 수많은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부를 거머쥐었지만 이러한 성공 신화는 이제 더 이상 찾기 힘들어졌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아메리칸드림을 받쳐왔던 상층계급으로의 사회이동은 점차 둔화되거나 작동을 아예 멈췄기 때문이다. 이제 계급은 그 어느 때보다도 미국인의 일상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신분 세습을 대체했다고 믿어져왔던 ‘능력에 의한 성공’ 또한 계급에 기반 한다. 재산과 교육, 연줄을 가진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기반과 능력을 물려준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의 연구에 따르면 20세기 초에 태어난 형제들보다 20세기 후반에 태어난 형제들의 소득이 더 비슷했다. 습성, 기술, 유전자, 연줄, 돈 등 아이들이 부모에게서 무엇을 물려받았든지 간에 그 대물림이 오늘날 더 중요해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계급에 대한 가장 진솔한 고백, 계급은 모든 것을 결정한다
이 책에 실린 미국 사회의 계급 구조는 개인적인 것에서부터 공적인 영역까지, 또는 탄생에서 죽음까지 모든 것을 망라한다. 가령 심장마비와 같은 질병은 부자나 가난한 사람을 가리지 않고 찾아오지만 병을 치료하는 방식은 철저하게 계급의 위치에 의해 결정된다. 이 책에서는 상층중간계급인 진 밀과 중간계급인 윌 윌슨, 하층계급인 이와 고라가 심장마비에 걸린 후 이를 치료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계급 간 격차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가난할 사람일수록 안전하고 신속한 치료와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대학 중퇴자들의 모습에서도 계급의 영향력이 강하게 나타난다. 앤디 블레빈스는 노동계급의 아들로 태어나 대학에 입학하지만 대학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퇴한다. 많은 노동계급의 아이들이 대학을 중퇴하고 있으며 이는 대학 졸업장을 중시하지 않았던 노동계급의 분위기와 비싼 등록금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미국의 제조업이 호경기였을 땐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좋은 직장을 가질 수 있었고 중간계급의 삶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대학 학위가 없는 사람들은 점차 더 저임금과 불안정한 직종으로 내몰리고 있다. 앤디의 이야기는 벼랑 끝으로 밀려나는 하층계급 젊은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계급의 문화적 격차를 극복할 수 있는가
하층계급 구성원이 중간계급으로 올라서게 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이 책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델라 메이 저스티스는 최하층에서 출발해 변호사라는 중간계급의 지위에 올라선다. 그러나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중간계급이었던 사람들과의 문화적 격차에 언제나 당황해하며 자신감을 잃는다. 저스티스는 매번 중간계급의 생활방식을 새롭게 배우고 있다. 상층계급 아내와 결혼한 노동계급 남편인 댄 크로토도 일상생활의 사소한 문제에서 드러나는 계급 간 생활 방식의 차이에서 오는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저스티스와 크로토의 사례처럼 단순히 소득 수준의 격차만이 계급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계급 간 격차를 명확하게 하는 것은 소득 차이와 함께 문화적 차이이다. 문화적 차이는 어떤 음식을 먹는지, 어떤 교양을 익혔는지, 상대방에게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어떤 제스처를 사용하는지 등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 나타난다. 계급은 단순하지 않고 복잡하게 구조화되어 있다.
상층계급, 그들만의 새로운 구별 짓기
무엇이 양극화를 더 심하게 하는가? 이 책은 점점 더 자신들만의 성을 쌓는 부자들의 모습 또한 자세하게 서술한다. 1971년과 2001년 사이 미국 상위 1퍼센트의 소득은 139퍼센트 올랐다. 반면 소득 상위 40~60퍼센트는 17퍼센트 상승했고, 최하위 20퍼센트는 겨우 9퍼센트만 상승하는 데 그쳤다. 마치 날개를 단 듯한 부자들의 소득 증대는 무분별한 소비 행태로 나타난다. 부자들의 휴양지인 낸터컷 섬에는 매년 누가 얼마나 더 비싼 땅을 구입해 초호화 주택을 세우는지가 관심거리가 된다. 과거에 비해 부자들은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쓴다. 새롭게 억만장자의 자리에 오른 부자들은 자신들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제트기를 산다. 계급 사다리의 최상층에 있는 초부자들뿐 아니라 연소득 10~30만 달러 정도를 버는 젊은 부유층들도 외부인의 침입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자신들만의 마을을 만들고 그 속에서 생활한다. 상층계급의 이러한 구별 짓기는 계급 간 장벽이 점점 더 강고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앤절라 휘티커, 계급 상승의 영웅담
10대 때 이미 아버지가 서로 다른 다섯 아이를 낳은 흑인 여성 앤절라 휘티커의 인생 역정은 미국 계급의 현실을 보여주는 지표이자 쉽게 일어나지 않는 계급 상승을 이룬 영웅담으로 소개되고 있다. 아버지 얼굴도 보지 못한 채 하층계급의 어머니 밑에서 자란 앤절라 휘티커는 10대 때 첫 아이를 낳은 후 시카고 빈민가의 위험하고 불안한 삶에 내동댕이쳐져 살아가고 있었다. 그녀의 아이들은 10대 때 벌써 마약거래에 뛰어들어 다리에 총을 맞기도 하고 물건을 훔치기도 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하층계급에서 탈출하겠다고 마음먹은 앤절라 휘티커는 10년 동안 초인 같은 노력 끝에 결국 중간계급으로 올라서는 데 성공한다. 생계를 위해 일과 학업을 병행하면서 힘들게 간호사 자격증을 따낸 앤절라 휘티커는 그야말로 현대판 계급 상승의 영웅담을 보여준다. 『뉴욕타임스』는 앤절라 휘티커의 신분 상승기를 행운과 초인적인 노력이 결합된 현대판 영웅담으로 묘사하며 계급 사회의 현실에 대해 냉혹한 진단을 내린다.
▣ 작가 소개
저자 : 뉴욕타임즈
『뉴욕타임스』는 미국 사회를 관통하는 여러 문제에 대해 특별취재팀을 구성해 심층적으로 보도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93년에는 빈곤이 아이들의 삶을 어떻게 비틀어버리는지를 다룬 ‘그늘 속의 어린이들’을, 2000년에는 인종 문제를 다룬 ‘미국에서 인종은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보도해 많은 찬사를 받았다. 『당신의 계급 사다리는 안전합니까?』는 이러한 『뉴욕타임스』의 전통을 잇는 기획물이다. 계급 문제가 미국인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밝혀내기 위해 『뉴욕타임스』의 기자들이 미국 사회 전역으로 흩어져 하층계급에서 상층계급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수많은 자료들을 검토했다. 『당신의 계급 사다리는 안전합니까?』는 교육, 의료, 소비, 주거, 결혼 등 인간 생애의 다양한 측면에 나타나는 계급 문제를 발견하며 우리 사회에 대한 새롭고도 놀라운 이야기들을 전한다.
역 자 소 개
김종목 : 경향신문 기자이다.
김재중 : 경향신문 기자이다.
손제민 : 경향신문 기자이다.
▣ 주요 목차
서문
1. 계급으로 갈라진 사람들
2. 병은 평등하게, 회복은 불평등하게
3. 다른 계급과의 결혼이라는 모험
4. 계급 상승, 그러나 불안은 계속된다
5. 하나님의 이름으로 계급 사다리를 오르다
6. 노동계급의 대학 중퇴자들
7. 중간계급으로의 복귀를 거부당하는 고졸 출신들
8. 바다를 건너는 사람들, 더 이상의 아메리칸드림은 없다
9. 소비의 향연, 새로운 구별 짓기
10. 화이트칼라 유목민, 그들만의 분리된 세상
11. 부자들의 섬 낸터컷의 갈등
12. 0.1퍼센트 초부유층의 나라
13. 대중문화 속에 그려진 계급의 초상
14. 앤절라 휘티커의 신분 상승기
부록:『뉴욕타임스』의 계급 여론조사
보론: 불평등을 이해하는 방법-신광영(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옮긴이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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