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주요 목차
1부 살구꽃이 피었어
2부 개구리랑 같이 학교로 갔다
3부 어린 모들이 떡하니 버티고 있다
4부 나는 혼자 놀았다
▣ 신문 서평
아이들의 ‘삶 공부’ 함께 읽어요
충혈된 눈 가만히 열어서 식염수 한방울 떨어뜨리는 것, 잠시 눈감고 호흡을 고른 뒤 더 맑아진 눈으로 세상을 찬찬히 바라보는 것. 시를 쓰고 읽는 일이란 대개 그러하다.
〈개구리랑 같이 학교로 갔다〉를 펴낸 이승희 선생은 그 일을 “삶을 가꾸는 공부”라고 말한다. ‘삶 공부’를 담임선생님한테 배운 경남 밀양 상동초등학교 어린이들은 시와 그림을 곧잘 엮어냈다. 이 반 저 반 구분없이 한데 어울려 5, 6학년을 보낸 어린이 20명이 121편의 시와 31점의 그림을 이 책에 담았다.
“감나무에 / 뻘건 홍시 하나가 / 지 혼자 외롭게 / 달려 있다 / 조금 있으니 / 새가 날아와 / 그 감 쪼아 먹는다 / 감은 / 지 몸뚱이 / 새한테 내준다.”(새와 감) 시리도록 푸른 겨울 하늘에 붉은 점 하나 찍고, 그 점 쪼아먹는 까치에게 눈길 한번 주면서, 시골 소년은 자신의 삶을 잘 공부했다.
시와 머리를 맞댄 그림들도 감탄을 자아낸다. 펜으로 그려낸 시골의 풍경과 정물과 인물에는 아이들의 삶이 그대로 묻어 있다. ‘수세미’라는 제목의 그림에는 덩굴로 자라 무성한 잎을 늘어뜨린 생명의 힘이 잘 담겨 있다. 성긴 그 잎맥을 일일이 손으로 그리면서, 아이는 생명의 고단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떠올렸을 터이다.
주방에서 쓰는 수세미만 아는 도시의 아이들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삶 공부의 깊이다. 어느 때부턴가 아이들의 시를 모아 책으로 내는 일이 많아졌다. 이 책도 그 가운데 하나다. 여느 책들과 다른 ‘특별한 매력’은 꾸미지 않은 풋풋함 속에서도 번뜩이는 실력이 드러난다는 점이다. 시를 쓰고 그림 그리는 공부가 꽤 오랜 세월 숙성됐음을 짐작케 한다. 아이들이 삶 공부 참 열심히 했나 보다. 그들은 오늘도 자전거 페달 위에 붙은 개구리랑 같이 학교로 간다. 전학년, 상동초등학교 어린이 글·그림. 이승희 엮음. -보리/7000원.[2004.12.11 한겨레 안수찬 기자]
1부 살구꽃이 피었어
2부 개구리랑 같이 학교로 갔다
3부 어린 모들이 떡하니 버티고 있다
4부 나는 혼자 놀았다
▣ 신문 서평
아이들의 ‘삶 공부’ 함께 읽어요
충혈된 눈 가만히 열어서 식염수 한방울 떨어뜨리는 것, 잠시 눈감고 호흡을 고른 뒤 더 맑아진 눈으로 세상을 찬찬히 바라보는 것. 시를 쓰고 읽는 일이란 대개 그러하다.
〈개구리랑 같이 학교로 갔다〉를 펴낸 이승희 선생은 그 일을 “삶을 가꾸는 공부”라고 말한다. ‘삶 공부’를 담임선생님한테 배운 경남 밀양 상동초등학교 어린이들은 시와 그림을 곧잘 엮어냈다. 이 반 저 반 구분없이 한데 어울려 5, 6학년을 보낸 어린이 20명이 121편의 시와 31점의 그림을 이 책에 담았다.
“감나무에 / 뻘건 홍시 하나가 / 지 혼자 외롭게 / 달려 있다 / 조금 있으니 / 새가 날아와 / 그 감 쪼아 먹는다 / 감은 / 지 몸뚱이 / 새한테 내준다.”(새와 감) 시리도록 푸른 겨울 하늘에 붉은 점 하나 찍고, 그 점 쪼아먹는 까치에게 눈길 한번 주면서, 시골 소년은 자신의 삶을 잘 공부했다.
시와 머리를 맞댄 그림들도 감탄을 자아낸다. 펜으로 그려낸 시골의 풍경과 정물과 인물에는 아이들의 삶이 그대로 묻어 있다. ‘수세미’라는 제목의 그림에는 덩굴로 자라 무성한 잎을 늘어뜨린 생명의 힘이 잘 담겨 있다. 성긴 그 잎맥을 일일이 손으로 그리면서, 아이는 생명의 고단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떠올렸을 터이다.
주방에서 쓰는 수세미만 아는 도시의 아이들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삶 공부의 깊이다. 어느 때부턴가 아이들의 시를 모아 책으로 내는 일이 많아졌다. 이 책도 그 가운데 하나다. 여느 책들과 다른 ‘특별한 매력’은 꾸미지 않은 풋풋함 속에서도 번뜩이는 실력이 드러난다는 점이다. 시를 쓰고 그림 그리는 공부가 꽤 오랜 세월 숙성됐음을 짐작케 한다. 아이들이 삶 공부 참 열심히 했나 보다. 그들은 오늘도 자전거 페달 위에 붙은 개구리랑 같이 학교로 간다. 전학년, 상동초등학교 어린이 글·그림. 이승희 엮음. -보리/7000원.[2004.12.11 한겨레 안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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