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주의의 시대경험 (2014.7)

고객평점
저자후지따 쇼오조오
출판사항창비, 발행일:2014/07/30
형태사항p.401 국판:23
매장위치사회과학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36483418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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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현대 일본의 마지막 사상가’(아사히신문)라 불리는 후지따 쇼오조오는 1998년 『전체주의의 시대경험』을 통해 처음 한국에 소개되었다. 이 책은 후지따가 1960년부터 1994년까지 35년간 여러 매체와 사회운동의 현장에서 발표한 글을 비롯해 미발표 원고까지를 재일조선인 학자 이순애 선생이 선별해 한권의 선집으로 엮은 것이다. 이번 개정판에는 개정판 서문은 물론 새 해설을 더해 후지따 쇼오조오의 삶과 사상을 다시금 재조명해보았다.
20세기가 낳은 전체주의의 영향 아래 안락만을 극도로 추구하고 모든 불쾌감의 근원을 무차별적으로 말살해버리는 생활양식 탓에 정작 약자를 위한 공공제도는 부재하고, 고도성장만이 강요되는 현 시대에서 겪는 절망과 몰락을 살아낸 후지따 쇼오조오는 이 책을 통해 그러한 패배의 경험에서 다시 일어서서 시작하는 법을 직접 보여주었다.

절망이 불러오는 몰락을 살아낸 ‘현대 일본의 마지막 사상가’

‘현대 일본의 마지막 사상가’ ‘일본 사상계의 이단아’라 불리는 후지따 쇼오조오는 1927년 에히메(愛媛)현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소학교 임시직 교사였고, 어머니는 산파였다. 후지따는 형 둘과 누나 둘을 둔 막내였는데, 태평양전쟁으로 두 형을 모두 잃었다. 패전의 분위기 속에서 십대시절을 보낸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초오류우(潮流)』라는 잡지에서 일본 정치사상사의 거목인 마루야마 마사오(丸山眞男)의 「군국지배자의 정신형태」를 읽고는 토오꾜오대학에 진학해 ‘마루야마 쎄미나’에 들어가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일본 군국주의와 파시즘의 근본을 이루는 ‘천황제’의 ‘정신구조’에 메스를 가한 마루야마의 비판적 지성에 매료되었던 것이다.
1950년 후지따는 토오꾜오대학 법학부에 입학하지만 고대하던 ‘마루야마 쎄미나’에는 3학년 이상만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에 1952년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이내 마루야마 쎄미나에 입단하게 되고, 마루야마의 직계 제자로서 정치사상사 방법론 등을 학습하게 된다. 1953년 가을 결핵이 재발한 마루야마 마사오를 대신해 『정치학사전』의 ‘천황제’ 항목을 집필하게 되는데, 이를 계기로 후지따는 학자로서 또 사상가로서 출발점에 서게 된다.
이후 후지따는 호오세이(法政)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군국주의와 파시즘이 장악해버린 전전(戰前)·전후(戰後)의 천황제국가 체제, 사회주의자들의 전향(轉向)에 대한 분석과 민주화운동의 경험을 되살리는 작업에 몰두하게 된다. 1960년 반(反)안보투쟁에 직접 참여하며 “전후 15년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라는 평가를 내렸던 그였지만, 이후 일본사회의 ‘고도경제성장’ 시대를 맞아 ‘절망’을 겪고, 70년대에 들어서는 일본을 “나아갈 길이 완전히 막혀버린 사회”, 80년대에는 “혈색은 좋으나 죽어 있는 사회”라고 평하기에 이른다. 즉 안보투쟁 후 1960년대의 ‘고도경제성장’ 시대부터 후지따는 ‘절망’의 시대에 들어간다. ‘전후’ 일본사회의 재생 가능성에 걸었던 희망이 깨지자 그는 깊은 절망으로 빠져들지만, 종국에는 그러한 절망이 불러오는 몰락을 살아냄으로써 ‘몰락의 경험’을 바탕으로 근원적인 ‘재생’의 방도를 모색하기에 이른다.
2003년 5월, 7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그는 이러한 패배 경험으로부터 재출발할 수 있는 정신적인 힘을 이 책에 실린 여러 글을 통해 직접 보여주었다. 생의 마지막까지 이어진 이 긴 투쟁에서 후지따는 자신의 자화상을 동상도 비석도 될 수 없지만 길 가는 사람에게 방향을 알려줄 수 있는 어느 모퉁이에 놓인 ‘길가의 돌멩이’로 그렸다. 즉 패배를 경험한 자로서 그곳에서부터 재출발을 할 모든 이들에게 방향을 알려줄 그런 돌멩이로 말이다.


절망에 맞서야 하는 시대 그리고『전체주의의 시대경험』

앞서 말했듯 후지따 쇼오조오는 1998년 『전체주의의 시대경험』(창작과비평사)을 통해 처음 한국에 소개되었다. 후지따가 1960년부터 1994년까지 35년간『사상의 과학(思想の科學)』 『세까이(世界)』 『미스즈(みすず)』 등 여러 매체와 사회운동의 현장에서 발표한 글과 미발표 원고를 재일조선인 학자인 이순애가 선별해 한권의 선집으로 엮은 것이다. 그러면서 함께 담지 못한 글들이 속간되기를 간절히 바랬는데, 그 바람대로 15년이 훌쩍 흐르는 사이 “사상사 연구의 성과를 넘어서 전후 일본이 후세에 남긴 지적재산”이라 평가받는 후지따의 주요 저작들이 추가로 국내에 번역·출판되었다. 이에 이번에 개정판을 내며 초판의 내용 중 후속 번역과 중복되는 6편의 글은 제외되었지만(개정판 서문 참조), 이순애의 개정판 서문과 김항(연세대 국학연구원 HK교수)의 해설이 추가되어 여전히 읽고 또 읽을 수밖에 없는 후지따의 삶과 사상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전체주의의 시대경험』에서 후지따는 20세기가 낳은 전체주의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며, 이는 ‘전쟁’ ‘정치지배’ ‘생활양식’ 등 크게 세가지 상으로 나타난다고 분류했다. 앞의 두가지는 폭력적인 전체주의의 양상으로 이해되기 쉬우나 ‘생활양식’상의 전체주의는 경제를 중시하는 것이고 하등 해로울 것이 없는 평화적인 것으로 오해되기 쉬워 오히려 더욱 경계해야 함을 일깨운다. 이러한 지적은 책의 제1부 중 「‘안락’을 향한 전체주의」「전체주의의 시대경험」「현대 일본의 정신」에서 주요하게 논의된다.

“모든 불쾌감의 근원을 무차별적으로 말살하려 드는 현대사회는 이렇게 하여 ‘안락에의 예속’을 낳고, 안락 상실에 대한 불안을 낳고, 분절된 찰나적 향수의 무한 연쇄를 낳고, 그 결과 ‘기쁨’이라는 감정의 전형적인 부분을 상실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기쁨’이 사물의 성취에 이르기까지의 우여곡절을 극복하는 데서 생기는 감정인 이상, 그것의 소멸은 단지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극복과정이 필연적으로 내포하는 일정한 ‘인내’, 갖가지 ‘궁리’ 그리고 우여곡절을 뛰어넘은 ‘지속’ 등과 같은 몇가지 덕목을 한꺼번에 잃게 된다.”(51면)

제2부와 제3부에서는 권력과의 거리감을 상실하고, 현실을 맹목적으로 추종하게 된 지식인의 ‘지적 퇴폐’ 등 고도성장이 진전됨에 따라 정신적 부패 또한 급속하게 이루어짐을 비판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1960년 『중앙공론』에 발표된 소설에 분개한 우익청년이 중앙공론사의 사장인 시마나까의 저택을 습격해 인명을 살상한 ‘시마나까 사건’과 이듬해 중앙공론사가 『사상의 과학』 ‘천황제 특집호’를 폐기해버린 일명 ‘사상의 과학 사건’ 등을 비판하며 일필휘지로 쓴 두 편의 글이 각각 「당사자 우위의 원리」 「자유로부터의 도망을 비판함」이다. 이밖에도 1965년 일본정부가 진행한 한일협정(이를 통해 일본자본이 한국에 진출하게 된다) 반대운동에 참여하며 이에 관한 일련의 사태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심의’에 대하여」와 베트남전 반전시위 집회에서 맺음말로 발표했던 「보편적 도리에 따르는 정신」등이 실려 있다.
제4부와 제5부에서는 호오세이대학 교수직을 사퇴한 1971년에서부터 다시 복귀하기까지 9년 동안 ‘유랑’의 시간을 보내던 때에 발표한 작품들과 그때의 경험을 통해 절망을 마주하고 이제 재출발할 수 있는 의지를 다지는 글이 주요하게 실려 있다.「자유를 생각함」에서는 홍수처럼 밀려드는 사람의 물결 속에서 타인을 밀어제치면서 행해지는 자기주장의 경쟁을 에너지로 삼아 매진하는 ‘고도성장’을 정면에서 다룬다. 이 글을 시작으로 1970년대 후반부터 후지따는 ‘경험’의 철학에 대해 말하기 시작하는데,「경험이라는 책」과「소나무에게 들어라」등을 관통하는 주제가 바로 ‘경험의 상실’(이라는 ‘절망적’ 사태의 도래)이라 할 수 있다.
후지따에 따르면 인간의 경험이란 사물 또는 사태와의 상호교섭이다. 세계와 정신의 응답관계라고 말해도 좋다. 거기에는 이질적인 타자나 미지의 사태와의 우연한 ‘만남’의 요소가 반드시 필요하나 지금 이 사회는 앞서 「‘안락’을 향한 전체주의」에서 언급되었듯 개인이 자신의 행동과 운명에 관해 주도권을 쥔다는 의미에서의 ‘자유’를 결정적으로 상실했다는 점에서 ‘전체주의’가 극한의 형태로 횡행하고 있음을 증명해낼 수 있는 것이다.

“노인이나 병자에 대한 배려도 예외적으로 행해질 따름이다. 인권 대신에 ‘에너지’의 긍정이 그곳의 ‘원리’가 된 듯하다. 인권을 확보해야 할 공공제도의 부재, ‘성급한’ 고도성장 사회의 강제, 밑에서부터 자주적으로 자유로운 질서를 형성하는 능력의 전통적 결여 등등의 결함이 한 덩어리가 되어 노출되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그 무대를 장식하는 모양새는 ‘새로운 것’일지라도 거기에 흐르면서 이를 지탱하는 제도, 행동양식, 정신구조 등은 결코 새롭지 않다.”(252면)

후지따가 이러한 글을 쓸 수밖에 없었던 전후 일본사회와 2014년 지금의 우리 사회가 전혀 다른 모습이라 말할 수 없으리라. 그렇기에 “지금 우리에게 부과된 임무는 절망과의 투쟁이다!”라는 후지따 쇼오조오의 외침이, 그가 몸소 보여준 패배 경험으로부터 재출발이 지금의 우리가 이 책을 읽는 이유일 것이다.

▣ 작가 소개

후지따 쇼오조오
1927년 에히메(愛媛)현에서 태어났다. 1950년 토오꾜오(東京)대학 법학부에 진학해 마루야마 마사오(丸山眞男)의 문하에서 정치사상사를 공부했다. 대학 졸업 후 호오세이(法政)대학에서 교수로 지내다 1971년부터 9년간 학교를 떠나 육체노동을 하고 원고료에 의존하는 등 ‘유랑’의 시간을 보낸다. 1980년 호오세이대학에 복귀해 1993년까지 재직했다. 2003년 세상을 떠났다. 주요 저서로 『천황제 국가의 지배원리(天皇制國家の支配原理)』 『유신의 정신(維新の精神)』 『전향의 사상사적 연구(轉向の思想史的?究)』 등이 있고, 그의 말년과 사후에 저작과 대화 대부분이 전집과 선집 형태로 간행되었다.

▣ 주요 목차

개정판 서문
초판 서문

제1부 전체주의의 시대경험
『전체주의의 시대경험』 서문
오늘의 경험 저지하는 힘 가운데서
나르시시즘으로부터의 탈각 물질로 가는 길
‘안락’을 향한 전체주의 충실감을 되찾기 위하여
전체주의의 시대경험
현대 일본의 정신

제2부 당사자 우위의 원리
당사자 우위의 원리 테러리즘과 지배자에 대한 항의
자유로부터의 도망을 비판함
‘화’라는 이름에 대한 이야기
불량정신의 찬란함 전시의 ‘비행’에 대하여

제3부 ‘논단’에서의 지적 퇴폐
일본의 두가지 회의
새로운 정치적 주체의 출현
현대에서의 ‘이성’의 회복
원초적 조건
‘논단’에서의 지적 퇴폐
‘심의’에 대하여
보편적 도리에 따르는 정신 ‘10.21 반전파업 지원 국민집회’에서

제4부 웅변과 계산
자유를 생각함(효과의 상쇄) 또는 일본자본주의 분석
흉내내기에 대하여
웅변과 계산
토모모리의 교훈.자발적 은퇴
경험이라는 책
소나무에게 들어라 현대문명에 대한 레퀴엠

제5부 그 자세
그 자세 하나다 키요떼루 전집에 부쳐
김산 서사시 서장에 대하여 그에 대한 하나의 해석
발터 벤야민의 『보들레르』를 읽고 어떤 독서 모임의 기록
맑스주의의 대차대조표

해설
후지따 쇼오조오의 시대와 사상(이이다 타이조오)
인간의 윤리와 수라의 사상(김항)

작가 소개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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