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7 잠의 종말 (2014.11)

고객평점
저자조너선 크레리
출판사항문학동네, 발행일:2014/11/21
형태사항p.215 46판:20
매장위치사회과학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54626439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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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잠을 추방한 테크노자본주의 시대에 관한
가장 날카로운 묵시록

무려 7일 동안 잠을 자지 않고 밤낮으로 활동할 수 있는 동물이 있다. 북미 지역의 철새인 흰정수리북미멧새가 그 주인공. 새는 수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북미 서부의 대륙붕 상공을 이동하는 내내, 낮엔 먹이를 찾고 밤엔 비행을 하면서 그야말로 ‘밤낮없이’ 일한다. 초능력에 가까워 보이는 이런 능력을 만약 인간도 지니게 된다면 어떨까.
이미 그에 관한 연구에 착수한 곳이 있다. 미 국방부와 관련 연구진으로 구성된 과학-군사 복합체다. 최소 7일간 잠을 자지 않고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불면 병사를 만들어내기 위해, 이들은 수년 전부터 막대한 돈을 투입해 흰정수리북미멧새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불면 병사를 만들어내려는 이 연구가 성공한다면, 여느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 성과는 군사 영역을 넘어 민간에도 곧바로 펴져나갈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그저 잠을 자지 않을 뿐 아니라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불면 노동자의 출현을 점쳐볼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불면 소비자’라는 형태로 그 프로토타입이 이미 나와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런 개체 차원의 ‘불면’을 넘어서서, 시대는 이미 ‘잠의 종말’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4/7(Twenty-four seven)’ 체제, 즉 ‘하루 24시간, 주 7일 내내’ 돌아가는 산업과 소비의 시대가 이미 우리 앞에 펼쳐져 있다. 정보통신상의 극단적 테크놀로지 발달에 힘입어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제약 없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고,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잠과 휴식은 불필요한 것이 됐음은 물론, 체제의 안정과 영속을 좀먹는 이단적인 것으로까지 치부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24/7 잠의 종말』은 이처럼 잠과 꿈, 휴식이 유폐된 후기자본주의사회의 살풍경,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더욱 심화된 소외 현상을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24/7의 시간은 비(`)시간이다
지은이 조너선 크레리는 24/7 체제가 폐기하고 있는 ‘시간성’에 주목하며 이야기를 본격화한다. 24/7 체제는 “흐릿하고 굽이진 결을 지닌 인간적 시간의 취약성과 부적절성”을 폐기한다. 기존 인류의 삶에 형성돼 있던 특정한 주기성은 물론, 일시 중지나 가변성의 여지까지 허용하지 않으면서, “중단 없는 접근의 편리함”을 선전한다. 일주일과 개별 요일들, 주말과 휴일, 혹은 계절적 휴지기 등 시간적 분절의 전통은 아직 지속되고 있지만,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소비와 유희의 일상은 이미 그런 분절적 시간의 제약을 무화했다. 24/7의 시간은 곧 비(`)시간인 것이다.
시간성을 상실한 개별 인간들은 주체성과 능동성을 상실해 무력함의 상태에 빠지고, 24/7 체제는 이러한 상태를 지속하고자 통제와 감시와 규제의 단계로 나아간다. 미 공군이 운용중인 정보 수집 체계인 ‘고르곤 응시 작전’은 24/7 체제에 충실하게 표적을 주시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고르곤 응시’로 수집한 정보들을 활용해 무인기 공격과 야간 스텔스 헬기 기습을 감행, 현지인들의 밤시간을 계획적으로 망쳐놓았다. 현지 부족 공동체가 공유하는 잠과 회복의 사이클을 망쳐놓음은 물론, 언제 어디서든 감시당하고 있기에 도피가 불가능하다는 영구적 공포 상태를 심어놓은 것이다.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수용소와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피수감자들에게 적용했던 심리적 기술을, 첨단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기계화된 형태의 테러로 확장해 더 광범위한 인구에 적용한 셈이다.


왜곡되어가는 잠과 휴식, ‘수면 모드’ 혹은 ‘절전 대기’
그런데 시간성 자체를 무화하며 비시간을 구축해가는 24/7 체제에서, 잠이란 그 체제의 전면적인 드라이브에 제동을 거는 일종의 ‘추문’이다. 잠은 그 무용(??하고 수동적인 속성으로 인해, 중단 없는 생산시간/유통/소비를 요구하는 24/7 세계의 요구와 언제나 충돌할 수밖에 없다. “잠은 자본주의가 우리의 시간을 도둑질해가는 것을 비타협적으로 방해”하는 것으로서, “수익성의 거대한 엔진에 연결해 활용하는 게 불가능한 인간적 필요와 막간의 관념을 제기”하고, 이로써 24/7 체제에 대한 “변칙이자 위기의 현장”이 된다.
하지만 이처럼 심각한 ‘저항성’을 지닌 잠도, 24/7 체제 앞에선 그 형태의 왜곡과 변질을 겪을 수밖에 없다. 물론 사람들은 여전히 잠을 자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텐데, 이 잠은 더이상 과거처럼 필연적이거나 자연적인 관념에서의 잠이 아니게 됐다. 그저 생리적인 필요에 의해 가변적으로 ‘관리’되는 기능에 불과한 것이다. 2010년의 한 통계를 보면, 5000만 명 이상의 미국인이 복합제제 수면제를 처방받거나 일반의약품 수면제를 구입했다. 불면의 고통을 덜어주고 수면을 유도한다는 이런 ‘약’이 과연 현대인의 잠을 지켜주는 역할을 할까? 그 반대다. 우리가 돈을 치르고 사는 것은 진짜 잠이 아닌, 잠과 유사한 상태에 이르도록 화학적으로 조절된 생리현상이다. 아울러 수면제 사용의 만연은, 이를 생산하고 판매하여 이윤을 취하는 제약산업의 확대를 돕는 측면도 있다.
이와 관련해, 잠을 자다 말고 일어나 모바일 기기를 손에 쥐고 메시지와 정보를 확인하는 현대인들의 행동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온/오프 모드’에 따라 완전하게 꺼진 상태가 아닌 ‘수면 모드’에 들어갔던 모바일 기기와 동일하게, 인간도 완전한 수면이 아닌 일종의 ‘절전 대기 상태’에 있다가 이처럼 문득 잠을 깨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정보통신의 바다로 뛰어드는 것이다. “그 무엇도 결코 근본적으로 ‘꺼지지’ 않으며, 실제적인 휴식 상태는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로 지은이는 24/7 체제의 잠을 정의한다.


테크노자본주의 시대의 환상, 포획과 통제에 대한 착시
『24/7 잠의 종말』은 계속 변화하는 테크놀로지의 요구를 따라잡는 게 불가능함을 지적하며, 미래학자들이 제시하는 긍정적 미래상을 비판한다. 주요 미래학자들은 젊은 세대가 자신들에게 주어진 테크놀로지 세계에 조화롭게 적응해가고 있고, 이들이 테크놀로지적 역량을 지닌 새로운 패러다임의 당대 인류를 형성할 것이며, 이들의 시대에 혁신은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청사진을 펼쳐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계속해서 변화하는 정보통신 테크놀로지의 속도와 요구 속에서 대다수 사람들은 그에 발맞추지 못하고, 지각적/인지적으로 그것에 소외되고 무력해질 뿐이다.
책은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선도하는 테크노자본주의 시대에 우리가 착각하는 ‘진보’에 대해서도 꼬집는다. 불과 몇 해 전에 시각 디스플레이를 갖춘 휴대전화가 이전의 모든 기술적 성취를 뛰어넘는 대대적인 혁신으로 인정되었는데, 거기서 좀더 나아간 터치 기반의 기기조차도 이젠 제스처 기반 기기들에게 권좌를 내줄 상황이 되었다. 결국 우리가 매번 의미심장한 기술적 혁신과 진보로 느끼는 첨단 정보통신기술의 발전도, 실은 “이전과 다름없이 흔해빠진 연속적 소비, 사회적 고립, 정치적 무능력의 영속화를 수월하게” 하는 일련의 과정일 뿐이다. 지은이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종잡을 수 없이 잇따라 등장하는 소비 제품과 서비스들을 연결해주는 유일하게 일관된 요소는 우리의 시간과 활동이 전자 교환의 범위 내부로 갈수록 단단히 통합된다는 점이다. 어떻게 의사결정 시간을 줄일지, 어떻게 숙고와 사색의 쓸데없는 시간을 없앨지를 연구하는 데 매년 수십억 달러가 들어간다. 바로 이것이 현시대 진보의 형식이다-시간과 경험의 가차없는 포획과 통제.”

24/7 체제에 맞서는 잠의 ‘추문’
잠은 후기자본주의의 24/7 체제 속에서 점점 그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끝내 체제에 저항해 그 명맥을 유지할 일말의 본성을 지니고 있다. 지은이는 24/7 체제와 관련해, 잠의 속성을 이렇게 표현한다. “역설적이지만 잠은 권력이 정치적 저항을 가장 덜 받으면서 작용을 미칠 수 있는 주체성의 표상인 동시에 궁극적으로 도구화하거나 외적으로 통제될 수 없는 상태, 전 지구적 소비사회의 요구를 회피하거나 좌절시키는 상태의 표상이다.” 잠은 그것을 대체하거나 더 나아가 통제하기 위한 모든 과학적 연구와 그 결과물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소멸될 수 없다. “가치 있는 그 어떤 것도 추출될 수 없”는 잠은, 최첨단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24/7 체제를 완성하려 하는 후기자본주의의 정복 선언을 끝까지 유예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이 책의 끝에서 지은이는 다음과 같은 말로, 24/7 체제에 저항할 잠의 ‘추문’을 한번 더 강조한다. “잠의 회복력 있는 불활성은 한때 공동으로 소유되었던 모든 것을 황폐화해온 그 모든 축적·금융화·낭비의 죽음과 같은 성질에 맞대응한다. 이제는 사실상 단 하나의 꿈만 존재하며 그것이 다른 모든 꿈을 지양하는바, 그것은 운명이 다하지 않은 공유된 세계, 억만장자가 없는 세계, 야만이나 포스트휴먼한 것과는 다른 미래를 지닌, 그리고 역사가 파국의 물화된 악몽이 아닌 다른 형태를 취할 수 있는 세계에 대한 꿈이다. 자본주의 없는 미래에 대한 상상이 잠에 대한 꿈으로서-여러 상이한 장소에서, 몽상이나 백일몽을 포함한 여러 다른 상태로-시작될 수 있다. 이 꿈은 급진적 단절로서의 잠, 우리의 전 지구적 현재의 가혹한 무게에 대한 거부로서의 잠, 더 중대한 재생과 시작이 어떠할는지의 윤곽을 언제나, 일상 경험의 가장 평범한 차원에서 미리 그려볼 수 있는 잠에 대한 암시일 것이다.”


영상과 문학의 눈으로 바라본 후기자본주의의 속성과 현실
지은이인 조너선 크레리는 예술을 기반으로 인문학을 연구하는 학자이자 비평가답게, 잠과 꿈, 비전을 다룬 영화와 문학작품들에 관한 논평을 통해 이 책의 시선을 더욱 풍성하게 확장한다. 그가 주목한 작품들은 주로 인간의 꿈과 지각의 문제를 심오하게 뒤틂으로써 실존의 문제를 새로이 들여다본 것, 혹은 테크노자본주의가 심화된 미래사회의 묵시록적 상황을 풍부한 메타포로 재구성해본 것들이다. 타르콥스키의 <솔라리스>, 고다르의 <사랑 예찬>, 마르케의 <전망대>, 히치콕의 <사이코>,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 아케르만의 <동구에서>, 리처드 K. 모건의 『얼터드 카본』, 필립 K. 딕의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 꿈을 꾸는가?』 등이 이에 해당한다.
또한 마르크스, 니체, 프로이트 등 19세기 후반의 사상가들에서 시작해, 벤야민, 사르트르, 아렌트, 메를로퐁티, 들뢰즈와 가타리, 블랑쇼, 아감벤, 제임슨, 기 드보르에 이르는 20세기 전후 사상가들을 차례차례 소환하여 그들의 논의를 되짚어본다. 지은이는 그 가운데 무딘 지점들을 속속 지적하고 보완함으로써, 가장 예민하고 날선 최신 자본주의사회 비평을 작성해간다.

▣ 작가 소개

저자 : 조너선 크레리
컬럼비아 대학교 예술사·고고학부 교수로, 현대예술과 이론학과의 마이어 샤피로 교수(Meyer Schapiro Professor)로 재직중이다. 예술, 인문, 사회과학 분야의 비영리 독립 출판사인 존 북스(Zone Books)의 창립 편집인이기도 하다. 지은 책으로 『관찰자의 기술』 『지각의 중지』 등이 있고, 공동 편집한 책으로 『합체』가 있다.

역자 : 김성호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뉴욕 주립대학교(버펄로)에서 D. H. 로런스 연구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이자 영미문학연구회 대표, 『크리티카』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영문학과 문화이론, 소설미학 분야의 글을 써왔으며, 『처음에는 비극으로, 다음에는 희극으로』 『헤겔, 아이티, 보편사』 『바그너는 위험한가』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 주요 목차

제1장 | 제2장 | 제3장 | 제4장

감사의 말 | 옮긴이의 말 | 찾아보기

작가 소개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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