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프롤로그 나의 비밀전공: 이 장은 저자가 어떻게 욕에 관한 책을 쓰게 되었는지 그 배경을 설명한다. 저자는 20대 5·6공 시절에 장기간 학생운동과 사회운동에 참여하면서 욕의 정치사회학을 공부하고, 그 과정에서 지나친 사명감으로 인하여 자기를 지나치게 욕하는 과정에서 겪은 고통과 그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에서 욕의 인간학을 공부했으며, 약 20년간의 소송변호사 생활을 통하여 욕의 법학을, 30대 후반까지의 유물론자 시절과 30대 후반 이후의 신앙생활을 통해서 욕의 종교학을 공부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어차피 우리의 인생과 세상이 욕으로 가득 차 있다면 우리는 욕을 욕하지 말고, 좋은 욕으로 나쁜 욕을 물리치는 지식을 얻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1부 ‘욕’의 인간학
자기를 욕하는 자유 ? 시니컬의 미학: 이 장에서는 파스칼의 『팡세』와 저자가 힘을 합쳐 인간의 자기 사랑의 허상과 일반적 덕목들에 대한 상식적 선입관들을 시니컬한 시각으로 유쾌하게 무너뜨리고 있다. 사람이 시니컬해지지 않으면 자기의 인생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게 되고, 사람이 자기를 시니컬하게 바라보면 자기 자신을 욕하여 자기로부터 자유로워지는 해방을 경험할 수 있다. 시니컬하면서 진지하고, 진지하면서 시니컬한 사람은 자기 인생에 책임감을 가지면서도 자기 인생에 짓눌리지 않는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기를 욕할 줄 모르는 바보, 자기만 욕하는 바보: 이 장에서는 사람들이 자기를 욕하는 것이 왜 어려운지, 사람들은 왜 자기를 욕하지 않는 바보가 되는지를 분석한다. 우선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톨스토이의 질문을 통해서, 사람이 사는 동기를 ‘먹이로 사는 사람’ ‘자랑과 명예로 사는 사람’ ‘힘으로 사는 사람’ ‘의로움으로 사는 사람’으로 분석한다. ‘자랑과 명예로 사는 사람’의 자랑이 어떻게 욕에 의해서 무너지는지, 서로 싸우는 사람 간에 서로를 밀어붙이는 욕으로 어떻게 두 사람 모두의 정의가 망가지는지를 심도 있게 분석한다. 이후 저자는 힘(권력)으로 사는 사람은 본래 냉정한 현실주의자였으나 권력을 잡은 후 권력에 취하고 권력에 속아서 ‘자기를 욕하기 싫어하는 바보’에서 ‘자기를 욕하지 않는 바보’로, 최종적으로는 ‘자기를 욕할 줄 모르는 바보’로 전락하는 과정을 분석한다. 또한 저자는 상대적인 의로움을 갖는 착한 사람이 대중과 사회로부터 훌륭한 사람이라는 칭찬과 공인을 받은 후 절대적인 의로움에 대한 오만에 빠지게 될 때 다른 모든 사람의 의로움을 빨아들이고 자기를 욕할 줄 모르는 의로운 바보가 된다고 설명한다. 나아가 저자는 남을 욕할 줄 모르고 자기만 욕하는 바보들은 착한 것이 아니고 착한 짓으로 나쁜 짓을 하여 자기도 망치고 남도 망치는 바보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증명한다.
그 후 20년 ?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이 장은 1980년대 5공 독재정권 하에서 학생운동에 치열하게 참여했다가 90년대 동유럽 사회주의 체제가 몰락한 이후 운동을 떠난 사람의 고민과 혼란에 대한 솔직한 자기고백이다. 독재체제의 억압이 어떻게 젊음들을 저항운동으로 몰아넣었는지, 저항운동 과정에서 추구하게 된 유토피아적 이상주의가 역사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퇴색되었는지, 이상주의의 상실은 얼마나 심한 허무감과 방황을 인생에게 주었는지,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딛고 어떻게 새로운 인생의 힘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지에 대한 임상보고를 통해서, 세상의 사람에 대한 욕, 사람의 세상에 대한 욕, 사람의 사람 자신에 대한 욕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세밀히 검토한다.
제2부 ‘욕’의 정치사회학
욕해야 사는 사람 ? 호모욕쿠스: 이 장은 사회정치적 현실에서 욕이 어떻게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지를 분석한다. 먼저 ‘욕의 필수성’에서, 모든 사람은 욕을 하지 않고는 살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다. ‘욕의 존엄성’에서는 세상에는 살 만하다고 느끼는 절반의 사람과 사는 것이 불편하다고 느끼는 절반의 사람이 있다는 점, 양 진영의 사람이 적절히 서로를 욕하고 자기주장을 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민주주의의 가치인지, 그리고 정치적 항의로 욕을 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경험하는 급격한 지위 상승과 존엄성 체험이 사회의 건강을 위해서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를 검토한다. 이어서 ‘욕을 못하게 하다가 욕으로 무너진 체제’로서 동유럽 공산주의와 유신체제를 들고, 사람들에게 욕을 못하게 하는 체제는 그 자체 때문에 사람들의 욕에 의해서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원리를 확인한다. 민주주의 선거제도를 통한 주기적 욕잔치, 재판제도를 통한 욕싸움의 제도화를 검토한 후, 수십 년간 용감한 욕과 비겁한 욕들이 합쳐져 우리나라에서 욕할 자유와 권리를 얻어낸 것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소중한 것인지를 강조한다.
욕으로 흥한 자 욕으로 망한다 ? 티파티와 미국 셧다운 사태 분석: 이 장은 2013년 10월 미국 하원 공화당에 의한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를 분석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욕하는 정치, 증오정치의 정치공학이 오히려 선동된 사람들의 조직화(티파티 운동)를 거치면서, 말이 말탄 자가 되고 말탄 자가 말이 되는 역전을 통하여 얼마나 위험한 무정부주의적·비합리적 정치행위로 빠지고, 미국과 세계경제를 치명적인 위험에 노출시켰는지를 분석한다. 미국 티파티 운동과 기독교 우파 정치운동의 사례를 통해서, 사람의 정치적 행위에는 계급적·계층적인 이익뿐만 아니라, 세상의 선과 악을 심판하는 자의 자리를 차지하고자 하는 인간의 근원적 욕망이 그에 못지않게 작용한다는 점을 발견한다. 욕에는 건강한 욕도 있지만, 다른 사람을 존중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을 해치는 욕, 세상의 심판자가 되어 자기 맘대로 선과 악을 판단하려는 오만한 욕이 있다. 이처럼 사람을 해치고 죽이는 악한 욕들에 대해서는 우리가 우리의 삶과 자유를 지켜내기 위해서 단호히 대항하고 무력화시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욕하고 싸우는 형제들: 인간의 원형 ? 토마스 만의 『요셉과 그 형제들』: 이 장은 독일의 대문호 토마스 만이 그의 노년 전부를 들여 저술한 이 장편소설을 성경 창세기의 요셉과 그 형제들 및 모든 행간을 총동원하여,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모든 세대에 적용할 수 있는 인생의 원형과 사건의 전형들을 구성하고 제시한 세기의 고전 걸작으로 평가한다. 특히 이 소설은 빼어나게 잘난 요셉과 열등감으로 몸부림치는 형제들의 갈등과 그로 인한 폭력의 발생을 상세히, 촘촘히 제시한다. 그럼으로써 확대된 형제들의 싸움인 이 세상 모든 분쟁과 싸움과 욕의 원형과 원리의 깊은 심연에 대한 이해를 제공하고 있는 점에 주목한다.
제3부 ‘욕’과 법학
절대선과 절대악은 없다 ? ‘법적 진실의 상대성이론’과 ‘본전이론’: 법은 사람의 다툼과 욕이 흘러가는 물길이다. 재판은 거리에서 다투던 욕들이 해결을 보지 못했을 때 어떤 욕이 옳은지를 판가름 내달라고 심판관 앞에서 전투를 벌이는 사각의 링, 욕 싸움의 절정판이다. 서로 자신이 옳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두 개의 욕 중에서 어느 것이 옳고 어느 것이 틀린 것인지를 우리는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욕 싸움의 심판관에게는 과연 법적 진실을 판단할 절대적인 능력이 있을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세상과 법정에서 벌어지는 욕 싸움에는 절대적인 법적 진실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하는가? 저자는 구체적으로 많은 소송을 수행하면서 얻은 재판실무의 경험과 분석을 통해서, 재판 속에서 발견되는 법적 진실은 절대적이지 않고 상대적이라는 법적 진실의 상대성이론, 그리고 사람의 모든 분쟁은 당사자 간에 서로 본전이 맞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는 본전이론을 제시한다.
성악설과 변론주의 ? 법이 진실을 찾아가는 법: 법과 재판은 인간을 성선설적으로 이해하지 않고, 성악설적으로 불신하고 의심한다. 여기에서 의심의 대상은 분쟁 당사자인 일반 시민뿐만 아니라 판단자인 법원(법관)까지 포함한다. 법관의 판단능력의 절대성에 대한 의심은, ‘삼세번’의 재판(삼심주의)으로 법관의 오판 가능성을 대비하고, 법적 선악 판단의 주도권을 법관에게서 빼앗아서 연약하고 이기적이고 불완전한 당사자들에게 넘겨주는 성악설적 재판원리를 제도화하였다(변론주의). 변론주의는 절대적인 법적 진실의 선험적 존재를 전제하지 않고, 당사자들의 변론과 상호작용을 통하여 구성하고 형성해가는 ‘상대적 진실’을 추구한다(법이 진실을 찾아가는 법). 저자는 이러한 논의를 전제로 하여 구체적인 재판 과정에서 변호사와 당사자, 그리고 법관 사이에 이루어지는 변론주의의 구체적인 전개와 문제점을 풍부하게 설명한다.
제4부 ‘욕’의 종교학
인간에 대한 욕, 신에 대한 욕 ? 욕의 종교학 시론: 종교는 욕과는 무관하게 깨끗한 비무장지대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환상이다. 종교의 적어도 절반 이상은 욕과 관련되어 있다. 인간은 신을 고약하다 욕하고 신은 인간을 죄인이라 욕한다. 믿는 사람은 믿지 않는 사람을 교만하다 욕하고 믿지 않는 사람은 믿는 사람을 무식하다 욕한다. 이 신은 저 신을 욕하고, 이 신을 믿는 사람은 저 신을 믿는 사람과 욕하며, 자기 신을 위하여 아니면 자기 신념을 위하여 목숨을 걸고 피를 흘리며 싸움을 한다. 이처럼 이 세상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욕을 넘어서, 천상과 지상이, 인간과 신이, 인간의 운명과 신의 의지가, 유한과 무한이, 서로 뒤엉켜 욕하고 겨루며 씨름하는 거대한 욕의 향연으로 가득 차 있다.
신의 인간에 대한 욕은 ‘포기하라’는 것이고, 인간의 신에 대한 욕은 ‘포기하기 싫다’는 것이다. 인간의 실존적 조건에 대한 욕은 ‘힘들다’는 것이고, 인간의 운명에 대한 욕은 ‘죽겠다’는 것이다. 힘들지만 죽겠다고는 하지 않고 견디는 사람들은 신에 투항하지 않는다. 힘들어서 죽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혁명주의는 세상을 뒤엎자고 얘기하고, 물신주의는 탐닉하고 달리라고 유혹하지만, 신은 포기하고 투항하라고 욕한다. ‘사람을 욕할 것인가, 신을 욕할 것인가. 버틸 것인가, 투항할 것인가. 이것이 문제다’라고 저자는 욕의 종교학 시론을 전개한다.
인생의 버거움, 믿음으로 사는 법 ? 변호사의 업무, 직장생활과 믿음: 이 글은 욕의 종교학과 관련한 일종의 사례연구에 해당하는 글로 직장생활과 사회생활에 관한 것이다. 세상(직장)이 인간의 삶에 가하는 욕들이 어떤 내용들이고 어떤 성격의 것들인지, 세상과 직장이 가하는 욕에 대해서 사람이 어떻게 현실주의적이고 냉정하며 지혜롭게 대항하고 맞욕을 하면서 버티어야 하는지, 생활의 구체적인 문제들을 신앙의 원리와 현실적으로 연관시켜 본 시론적 글이다.
부분적으로 좋기도 하고 부분적으로 나쁘기도 한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서, 악하기도 하고 동시에 선하기도 한 사람들이 사는 이 세상에서, 내가 빚을 받을 사람(채권자)인지 빚을 진 사람(채무자)인지 객관적이고 냉정하고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사실은 내가 욕을 먹어야 하는 입장인데, 남이 나를 욕하는 것만 미워하는 것은 바보짓이고, 오히려 나한테 고마울 수도 있는 고객이자 채권자인데 나를 무시한다고 못된 사람이라고 계속 욕만 하는 것은 어리석고도 부당하다.
세상과 직장이 나를 욕하고 시험하면, 그 욕과 시험을 고무판처럼 받아 안아서 뒤로 조금 뺐다가 강력한 반탄력으로 세상과 직장을 욕하고 거꾸로 시험에 빠뜨려야 한다. 기독교의 성경에서 신은 내내 세상과 사람들에게 쉬지 않고 무한하게 다양한 방법으로 욕을 하고 있다. ‘욕의 보고’인 그 내용들을 잘 보고 분석해보면, 사람이 세상의 욕에 눌리지 않고 세상을 대항해서 세상에 욕하며 살며 버틸 수 있는, 욕의 기술과 비급, 무궁무진한 욕의 전략과 전술을 찾아낼 수 있다. 신을 믿는 사람에게나 신을 믿지 않는 사람에게나, 세상을 감당해내고 세상을 대항하는 이 욕의 기술은 매우 유용하고 유익하다.
설국열차에 갇혀버린 인간의 욕과 싸움 ? 노아의 방주인가, 실패한 인간의 방주인가: 잘 만든 영화는 우리에게 단순한 답을 주지 않고 다양한 질문을 하게 만든다. 영화 「설국열차」의 가장 좋은 미덕은 인간 세계의 축소판인 설국열차에 인간과 세계의 모든 문제를 다 집어넣고 나름 진지하게 다루면서도, 관객으로 하여금 각자 자기 나름대로 다양한 답을 찾고 사색할 수 있는 자유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과실을 먹은 것, 즉 인간이 선과 악을 판단하는 자리에 서려고 하는 것이 인간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는 기독교의 교리는 매우 심오하다. 믿음이 없거나 믿음이 있거나, 선과 악을 판단하는 절대적인 자리에 서려고 하고 자기가 선악을 판단할 자리에 있는 것처럼 오만하게 행동하는 모든 사람은 신의 미움과 심판의 대상이 된다. 수백 년 전에 비하여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발전한 21세기 인류의 정보화 기술문명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서 보듯 21세기 현대의 인류가 인간문명의 완전함과 영원성을 주장할 자신감을 거의 상실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선악과를 먹고 끝없이 달려온 인간역사의 한계점에 대한 공감대를 계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이 점에서 화려하고 거룩한 영구엔진을 단 설국열차의 탈선과 실패를 그린 영화 「설국열차」는 기독교의 인간론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에필로그 ? 욕의 힘, 성악설적 전복을 꿈꾸며: 욕에는 큰 힘이 있다. 욕은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사람을 바보와 노예로 만드는 욕의 힘도 크지만 사람을 똑똑하고 자유롭게 만드는 욕의 힘도 크다. 사람을 자유케 만드는 ‘욕의 힘’은 주로 음( `)의 힘, 즉 모든 무거운 것을 가볍게 만들 수 있는 반중력(! ?\)의 힘이다. 내 인생을 지나치게 사랑하는 자기애와 내가 나의 인생에 가져다 붙이려는 이 세상의 모든 가치는 모두 지구의 중력처럼 내 인생을 아래로 끌어당기는 초과 중량이요 나를 허덕거리게 하는 짐들이다. 그러니까 ‘나라는 존재가 대단하다는 생각, 나는 대단해야 한다는 자기애’를 확 욕해버리고, 내 머릿속에 나를 붙잡고 있는 모든 세상적 가치들을 그것이 속물적인 것이든 우아한 것이든 가리지 않고 확 욕해버리면 내 인생의 초과 중량은 사라지고 내 몸과 마음에 붙어 있던 불필요한 액세서리와 짐들도 땅에 떨어져서 나는 마음과 몸이 새처럼 가벼운 사람이 된다. 잘난 사람의 끝없는 자랑질은 그 사람의 인생의 중량감을 엄청나게 증가시켜서 아예 땅을 파고 지구 속으로 뚫고 들어가게 만든다. 우리는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를 구하기 위하여 그에게 꼭 욕을 해주어야 한다.
성선설적 전복주의는 그것의 선한 의도와 그것을 향하여 헌신한 수많은 사람의 열정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본성에 대한 오해와 착각으로 좌초했다. 욕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세상만 욕하고, 인간은(자기는) 욕하지 않았기 때문’에 망한 것이다. 이처럼 성선설적인 전복의 개혁주의가 답이 아니라면 욕학이 제시하는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성악설적 전복( ??의 개혁주의다. 성악설적인 전복의 개혁주의는 욕의 극대화, 즉 세상도 욕하고, 인간도(자기도) 욕하고, 모든 것을 욕하는 것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이것은 세상도 악하고 사람도 악하기 때문이며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도 욕하고 세상도 욕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니컬하지만 진지(래디컬)하게, 진지하지만 시니컬하게, 현실주의적 이상주의자이자 이상주의적 현실주의자로서, 나를 욕하고 남을 욕하고 세상을 욕하고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욕하면서 그 허상과 거품과 똥들을 벗겨버리고, 모든 사람이 다 경쟁체제의 거푸집에서 구워낸 몰개성의 종류물 인생으로 살지 않고, 자기 자신의 고유한 가치를 인정받고 존중받는 특정물 인생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성악설적 전복의 세상을 저자는 비전으로 제시한다.
▣ 작가 소개
저자: 이병주
저자는 본래 우주의 신비를 탐구하던 물리학 소년이었다. 1983년 서울대학교 물리학과에 입학했으나, 5공화국 정권의 폭압에 분개, 학생운동에 참여하면서 물리학을 포기했다. ? 1986년 시국사건으로 10개월간 투옥되고 제적된 후, 고향에 내려가 1991년까지 한겨레신문 지국 운영, 노동야학 교사, 노동운동단체 간사 등 다양한 사회운동을 경험했다. 90년대 초 동유럽 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그동안의 운동방식에 대한 자신감을 잃고, 변호사 자격을 얻어 사회운동을 하려는 생각으로 사법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 법학을 공부하면서 점차 성선설과 사회운동에 대한 신념이 흔들리게 되어, 막상 시험 합격 후에는 인권변호사가 아니라 로펌의 비즈니스변호사로 살게 되었다. 소송변호사로서 수백 건의 민·형사 사건을 수행하면서, 사람들과 기업들 간의 분쟁이 현실 속에서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진지하게 관찰했다. 뒤늦게 복학하여 물리학과를 졸업한 후 하버드 로스쿨에 유학하고 캘리포니아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면서 미국의 재판제도와 정치제도를 연구했다. ? 저자는 청소년기에는 자연과학적 유물론으로 청년기에는 사회과학적 유물론으로 오랫동... 안 진지한 무신론자로서 살았으나, 학생운동과 사회운동을 떠난 후 여러 가지 고민을 거쳐 10여 년 전부터는 교회를 착실하게 다니고 있다. ? 2011년부터 2년간 대한변호사협회 기획이사로서 적극적인 공공활동을 하면서, 선악이 분명치 않은 복잡한 현실 속에서 이상주의적 지향과 현실주의적 냉정을 결합시키는 방법을 모색해 보았다. ? 현재는 미국에서 연수 안식년을 가지면서, 법학과 정치사회학, 인생과 믿음의 문제들을 깊이 결합시키는 과제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프롤로그 나의 비밀전공: 이 장은 저자가 어떻게 욕에 관한 책을 쓰게 되었는지 그 배경을 설명한다. 저자는 20대 5·6공 시절에 장기간 학생운동과 사회운동에 참여하면서 욕의 정치사회학을 공부하고, 그 과정에서 지나친 사명감으로 인하여 자기를 지나치게 욕하는 과정에서 겪은 고통과 그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에서 욕의 인간학을 공부했으며, 약 20년간의 소송변호사 생활을 통하여 욕의 법학을, 30대 후반까지의 유물론자 시절과 30대 후반 이후의 신앙생활을 통해서 욕의 종교학을 공부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어차피 우리의 인생과 세상이 욕으로 가득 차 있다면 우리는 욕을 욕하지 말고, 좋은 욕으로 나쁜 욕을 물리치는 지식을 얻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1부 ‘욕’의 인간학
자기를 욕하는 자유 ? 시니컬의 미학: 이 장에서는 파스칼의 『팡세』와 저자가 힘을 합쳐 인간의 자기 사랑의 허상과 일반적 덕목들에 대한 상식적 선입관들을 시니컬한 시각으로 유쾌하게 무너뜨리고 있다. 사람이 시니컬해지지 않으면 자기의 인생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게 되고, 사람이 자기를 시니컬하게 바라보면 자기 자신을 욕하여 자기로부터 자유로워지는 해방을 경험할 수 있다. 시니컬하면서 진지하고, 진지하면서 시니컬한 사람은 자기 인생에 책임감을 가지면서도 자기 인생에 짓눌리지 않는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기를 욕할 줄 모르는 바보, 자기만 욕하는 바보: 이 장에서는 사람들이 자기를 욕하는 것이 왜 어려운지, 사람들은 왜 자기를 욕하지 않는 바보가 되는지를 분석한다. 우선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톨스토이의 질문을 통해서, 사람이 사는 동기를 ‘먹이로 사는 사람’ ‘자랑과 명예로 사는 사람’ ‘힘으로 사는 사람’ ‘의로움으로 사는 사람’으로 분석한다. ‘자랑과 명예로 사는 사람’의 자랑이 어떻게 욕에 의해서 무너지는지, 서로 싸우는 사람 간에 서로를 밀어붙이는 욕으로 어떻게 두 사람 모두의 정의가 망가지는지를 심도 있게 분석한다. 이후 저자는 힘(권력)으로 사는 사람은 본래 냉정한 현실주의자였으나 권력을 잡은 후 권력에 취하고 권력에 속아서 ‘자기를 욕하기 싫어하는 바보’에서 ‘자기를 욕하지 않는 바보’로, 최종적으로는 ‘자기를 욕할 줄 모르는 바보’로 전락하는 과정을 분석한다. 또한 저자는 상대적인 의로움을 갖는 착한 사람이 대중과 사회로부터 훌륭한 사람이라는 칭찬과 공인을 받은 후 절대적인 의로움에 대한 오만에 빠지게 될 때 다른 모든 사람의 의로움을 빨아들이고 자기를 욕할 줄 모르는 의로운 바보가 된다고 설명한다. 나아가 저자는 남을 욕할 줄 모르고 자기만 욕하는 바보들은 착한 것이 아니고 착한 짓으로 나쁜 짓을 하여 자기도 망치고 남도 망치는 바보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증명한다.
그 후 20년 ?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이 장은 1980년대 5공 독재정권 하에서 학생운동에 치열하게 참여했다가 90년대 동유럽 사회주의 체제가 몰락한 이후 운동을 떠난 사람의 고민과 혼란에 대한 솔직한 자기고백이다. 독재체제의 억압이 어떻게 젊음들을 저항운동으로 몰아넣었는지, 저항운동 과정에서 추구하게 된 유토피아적 이상주의가 역사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퇴색되었는지, 이상주의의 상실은 얼마나 심한 허무감과 방황을 인생에게 주었는지,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딛고 어떻게 새로운 인생의 힘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지에 대한 임상보고를 통해서, 세상의 사람에 대한 욕, 사람의 세상에 대한 욕, 사람의 사람 자신에 대한 욕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세밀히 검토한다.
제2부 ‘욕’의 정치사회학
욕해야 사는 사람 ? 호모욕쿠스: 이 장은 사회정치적 현실에서 욕이 어떻게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지를 분석한다. 먼저 ‘욕의 필수성’에서, 모든 사람은 욕을 하지 않고는 살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다. ‘욕의 존엄성’에서는 세상에는 살 만하다고 느끼는 절반의 사람과 사는 것이 불편하다고 느끼는 절반의 사람이 있다는 점, 양 진영의 사람이 적절히 서로를 욕하고 자기주장을 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민주주의의 가치인지, 그리고 정치적 항의로 욕을 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경험하는 급격한 지위 상승과 존엄성 체험이 사회의 건강을 위해서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를 검토한다. 이어서 ‘욕을 못하게 하다가 욕으로 무너진 체제’로서 동유럽 공산주의와 유신체제를 들고, 사람들에게 욕을 못하게 하는 체제는 그 자체 때문에 사람들의 욕에 의해서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원리를 확인한다. 민주주의 선거제도를 통한 주기적 욕잔치, 재판제도를 통한 욕싸움의 제도화를 검토한 후, 수십 년간 용감한 욕과 비겁한 욕들이 합쳐져 우리나라에서 욕할 자유와 권리를 얻어낸 것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소중한 것인지를 강조한다.
욕으로 흥한 자 욕으로 망한다 ? 티파티와 미국 셧다운 사태 분석: 이 장은 2013년 10월 미국 하원 공화당에 의한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를 분석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욕하는 정치, 증오정치의 정치공학이 오히려 선동된 사람들의 조직화(티파티 운동)를 거치면서, 말이 말탄 자가 되고 말탄 자가 말이 되는 역전을 통하여 얼마나 위험한 무정부주의적·비합리적 정치행위로 빠지고, 미국과 세계경제를 치명적인 위험에 노출시켰는지를 분석한다. 미국 티파티 운동과 기독교 우파 정치운동의 사례를 통해서, 사람의 정치적 행위에는 계급적·계층적인 이익뿐만 아니라, 세상의 선과 악을 심판하는 자의 자리를 차지하고자 하는 인간의 근원적 욕망이 그에 못지않게 작용한다는 점을 발견한다. 욕에는 건강한 욕도 있지만, 다른 사람을 존중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을 해치는 욕, 세상의 심판자가 되어 자기 맘대로 선과 악을 판단하려는 오만한 욕이 있다. 이처럼 사람을 해치고 죽이는 악한 욕들에 대해서는 우리가 우리의 삶과 자유를 지켜내기 위해서 단호히 대항하고 무력화시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욕하고 싸우는 형제들: 인간의 원형 ? 토마스 만의 『요셉과 그 형제들』: 이 장은 독일의 대문호 토마스 만이 그의 노년 전부를 들여 저술한 이 장편소설을 성경 창세기의 요셉과 그 형제들 및 모든 행간을 총동원하여,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모든 세대에 적용할 수 있는 인생의 원형과 사건의 전형들을 구성하고 제시한 세기의 고전 걸작으로 평가한다. 특히 이 소설은 빼어나게 잘난 요셉과 열등감으로 몸부림치는 형제들의 갈등과 그로 인한 폭력의 발생을 상세히, 촘촘히 제시한다. 그럼으로써 확대된 형제들의 싸움인 이 세상 모든 분쟁과 싸움과 욕의 원형과 원리의 깊은 심연에 대한 이해를 제공하고 있는 점에 주목한다.
제3부 ‘욕’과 법학
절대선과 절대악은 없다 ? ‘법적 진실의 상대성이론’과 ‘본전이론’: 법은 사람의 다툼과 욕이 흘러가는 물길이다. 재판은 거리에서 다투던 욕들이 해결을 보지 못했을 때 어떤 욕이 옳은지를 판가름 내달라고 심판관 앞에서 전투를 벌이는 사각의 링, 욕 싸움의 절정판이다. 서로 자신이 옳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두 개의 욕 중에서 어느 것이 옳고 어느 것이 틀린 것인지를 우리는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욕 싸움의 심판관에게는 과연 법적 진실을 판단할 절대적인 능력이 있을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세상과 법정에서 벌어지는 욕 싸움에는 절대적인 법적 진실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하는가? 저자는 구체적으로 많은 소송을 수행하면서 얻은 재판실무의 경험과 분석을 통해서, 재판 속에서 발견되는 법적 진실은 절대적이지 않고 상대적이라는 법적 진실의 상대성이론, 그리고 사람의 모든 분쟁은 당사자 간에 서로 본전이 맞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는 본전이론을 제시한다.
성악설과 변론주의 ? 법이 진실을 찾아가는 법: 법과 재판은 인간을 성선설적으로 이해하지 않고, 성악설적으로 불신하고 의심한다. 여기에서 의심의 대상은 분쟁 당사자인 일반 시민뿐만 아니라 판단자인 법원(법관)까지 포함한다. 법관의 판단능력의 절대성에 대한 의심은, ‘삼세번’의 재판(삼심주의)으로 법관의 오판 가능성을 대비하고, 법적 선악 판단의 주도권을 법관에게서 빼앗아서 연약하고 이기적이고 불완전한 당사자들에게 넘겨주는 성악설적 재판원리를 제도화하였다(변론주의). 변론주의는 절대적인 법적 진실의 선험적 존재를 전제하지 않고, 당사자들의 변론과 상호작용을 통하여 구성하고 형성해가는 ‘상대적 진실’을 추구한다(법이 진실을 찾아가는 법). 저자는 이러한 논의를 전제로 하여 구체적인 재판 과정에서 변호사와 당사자, 그리고 법관 사이에 이루어지는 변론주의의 구체적인 전개와 문제점을 풍부하게 설명한다.
제4부 ‘욕’의 종교학
인간에 대한 욕, 신에 대한 욕 ? 욕의 종교학 시론: 종교는 욕과는 무관하게 깨끗한 비무장지대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환상이다. 종교의 적어도 절반 이상은 욕과 관련되어 있다. 인간은 신을 고약하다 욕하고 신은 인간을 죄인이라 욕한다. 믿는 사람은 믿지 않는 사람을 교만하다 욕하고 믿지 않는 사람은 믿는 사람을 무식하다 욕한다. 이 신은 저 신을 욕하고, 이 신을 믿는 사람은 저 신을 믿는 사람과 욕하며, 자기 신을 위하여 아니면 자기 신념을 위하여 목숨을 걸고 피를 흘리며 싸움을 한다. 이처럼 이 세상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욕을 넘어서, 천상과 지상이, 인간과 신이, 인간의 운명과 신의 의지가, 유한과 무한이, 서로 뒤엉켜 욕하고 겨루며 씨름하는 거대한 욕의 향연으로 가득 차 있다.
신의 인간에 대한 욕은 ‘포기하라’는 것이고, 인간의 신에 대한 욕은 ‘포기하기 싫다’는 것이다. 인간의 실존적 조건에 대한 욕은 ‘힘들다’는 것이고, 인간의 운명에 대한 욕은 ‘죽겠다’는 것이다. 힘들지만 죽겠다고는 하지 않고 견디는 사람들은 신에 투항하지 않는다. 힘들어서 죽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혁명주의는 세상을 뒤엎자고 얘기하고, 물신주의는 탐닉하고 달리라고 유혹하지만, 신은 포기하고 투항하라고 욕한다. ‘사람을 욕할 것인가, 신을 욕할 것인가. 버틸 것인가, 투항할 것인가. 이것이 문제다’라고 저자는 욕의 종교학 시론을 전개한다.
인생의 버거움, 믿음으로 사는 법 ? 변호사의 업무, 직장생활과 믿음: 이 글은 욕의 종교학과 관련한 일종의 사례연구에 해당하는 글로 직장생활과 사회생활에 관한 것이다. 세상(직장)이 인간의 삶에 가하는 욕들이 어떤 내용들이고 어떤 성격의 것들인지, 세상과 직장이 가하는 욕에 대해서 사람이 어떻게 현실주의적이고 냉정하며 지혜롭게 대항하고 맞욕을 하면서 버티어야 하는지, 생활의 구체적인 문제들을 신앙의 원리와 현실적으로 연관시켜 본 시론적 글이다.
부분적으로 좋기도 하고 부분적으로 나쁘기도 한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서, 악하기도 하고 동시에 선하기도 한 사람들이 사는 이 세상에서, 내가 빚을 받을 사람(채권자)인지 빚을 진 사람(채무자)인지 객관적이고 냉정하고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사실은 내가 욕을 먹어야 하는 입장인데, 남이 나를 욕하는 것만 미워하는 것은 바보짓이고, 오히려 나한테 고마울 수도 있는 고객이자 채권자인데 나를 무시한다고 못된 사람이라고 계속 욕만 하는 것은 어리석고도 부당하다.
세상과 직장이 나를 욕하고 시험하면, 그 욕과 시험을 고무판처럼 받아 안아서 뒤로 조금 뺐다가 강력한 반탄력으로 세상과 직장을 욕하고 거꾸로 시험에 빠뜨려야 한다. 기독교의 성경에서 신은 내내 세상과 사람들에게 쉬지 않고 무한하게 다양한 방법으로 욕을 하고 있다. ‘욕의 보고’인 그 내용들을 잘 보고 분석해보면, 사람이 세상의 욕에 눌리지 않고 세상을 대항해서 세상에 욕하며 살며 버틸 수 있는, 욕의 기술과 비급, 무궁무진한 욕의 전략과 전술을 찾아낼 수 있다. 신을 믿는 사람에게나 신을 믿지 않는 사람에게나, 세상을 감당해내고 세상을 대항하는 이 욕의 기술은 매우 유용하고 유익하다.
설국열차에 갇혀버린 인간의 욕과 싸움 ? 노아의 방주인가, 실패한 인간의 방주인가: 잘 만든 영화는 우리에게 단순한 답을 주지 않고 다양한 질문을 하게 만든다. 영화 「설국열차」의 가장 좋은 미덕은 인간 세계의 축소판인 설국열차에 인간과 세계의 모든 문제를 다 집어넣고 나름 진지하게 다루면서도, 관객으로 하여금 각자 자기 나름대로 다양한 답을 찾고 사색할 수 있는 자유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과실을 먹은 것, 즉 인간이 선과 악을 판단하는 자리에 서려고 하는 것이 인간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는 기독교의 교리는 매우 심오하다. 믿음이 없거나 믿음이 있거나, 선과 악을 판단하는 절대적인 자리에 서려고 하고 자기가 선악을 판단할 자리에 있는 것처럼 오만하게 행동하는 모든 사람은 신의 미움과 심판의 대상이 된다. 수백 년 전에 비하여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발전한 21세기 인류의 정보화 기술문명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서 보듯 21세기 현대의 인류가 인간문명의 완전함과 영원성을 주장할 자신감을 거의 상실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선악과를 먹고 끝없이 달려온 인간역사의 한계점에 대한 공감대를 계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이 점에서 화려하고 거룩한 영구엔진을 단 설국열차의 탈선과 실패를 그린 영화 「설국열차」는 기독교의 인간론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에필로그 ? 욕의 힘, 성악설적 전복을 꿈꾸며: 욕에는 큰 힘이 있다. 욕은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사람을 바보와 노예로 만드는 욕의 힘도 크지만 사람을 똑똑하고 자유롭게 만드는 욕의 힘도 크다. 사람을 자유케 만드는 ‘욕의 힘’은 주로 음( `)의 힘, 즉 모든 무거운 것을 가볍게 만들 수 있는 반중력(! ?\)의 힘이다. 내 인생을 지나치게 사랑하는 자기애와 내가 나의 인생에 가져다 붙이려는 이 세상의 모든 가치는 모두 지구의 중력처럼 내 인생을 아래로 끌어당기는 초과 중량이요 나를 허덕거리게 하는 짐들이다. 그러니까 ‘나라는 존재가 대단하다는 생각, 나는 대단해야 한다는 자기애’를 확 욕해버리고, 내 머릿속에 나를 붙잡고 있는 모든 세상적 가치들을 그것이 속물적인 것이든 우아한 것이든 가리지 않고 확 욕해버리면 내 인생의 초과 중량은 사라지고 내 몸과 마음에 붙어 있던 불필요한 액세서리와 짐들도 땅에 떨어져서 나는 마음과 몸이 새처럼 가벼운 사람이 된다. 잘난 사람의 끝없는 자랑질은 그 사람의 인생의 중량감을 엄청나게 증가시켜서 아예 땅을 파고 지구 속으로 뚫고 들어가게 만든다. 우리는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를 구하기 위하여 그에게 꼭 욕을 해주어야 한다.
성선설적 전복주의는 그것의 선한 의도와 그것을 향하여 헌신한 수많은 사람의 열정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본성에 대한 오해와 착각으로 좌초했다. 욕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세상만 욕하고, 인간은(자기는) 욕하지 않았기 때문’에 망한 것이다. 이처럼 성선설적인 전복의 개혁주의가 답이 아니라면 욕학이 제시하는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성악설적 전복( ??의 개혁주의다. 성악설적인 전복의 개혁주의는 욕의 극대화, 즉 세상도 욕하고, 인간도(자기도) 욕하고, 모든 것을 욕하는 것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이것은 세상도 악하고 사람도 악하기 때문이며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도 욕하고 세상도 욕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니컬하지만 진지(래디컬)하게, 진지하지만 시니컬하게, 현실주의적 이상주의자이자 이상주의적 현실주의자로서, 나를 욕하고 남을 욕하고 세상을 욕하고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욕하면서 그 허상과 거품과 똥들을 벗겨버리고, 모든 사람이 다 경쟁체제의 거푸집에서 구워낸 몰개성의 종류물 인생으로 살지 않고, 자기 자신의 고유한 가치를 인정받고 존중받는 특정물 인생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성악설적 전복의 세상을 저자는 비전으로 제시한다.
▣ 작가 소개
저자: 이병주
저자는 본래 우주의 신비를 탐구하던 물리학 소년이었다. 1983년 서울대학교 물리학과에 입학했으나, 5공화국 정권의 폭압에 분개, 학생운동에 참여하면서 물리학을 포기했다. ? 1986년 시국사건으로 10개월간 투옥되고 제적된 후, 고향에 내려가 1991년까지 한겨레신문 지국 운영, 노동야학 교사, 노동운동단체 간사 등 다양한 사회운동을 경험했다. 90년대 초 동유럽 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그동안의 운동방식에 대한 자신감을 잃고, 변호사 자격을 얻어 사회운동을 하려는 생각으로 사법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 법학을 공부하면서 점차 성선설과 사회운동에 대한 신념이 흔들리게 되어, 막상 시험 합격 후에는 인권변호사가 아니라 로펌의 비즈니스변호사로 살게 되었다. 소송변호사로서 수백 건의 민·형사 사건을 수행하면서, 사람들과 기업들 간의 분쟁이 현실 속에서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진지하게 관찰했다. 뒤늦게 복학하여 물리학과를 졸업한 후 하버드 로스쿨에 유학하고 캘리포니아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면서 미국의 재판제도와 정치제도를 연구했다. ? 저자는 청소년기에는 자연과학적 유물론으로 청년기에는 사회과학적 유물론으로 오랫동... 안 진지한 무신론자로서 살았으나, 학생운동과 사회운동을 떠난 후 여러 가지 고민을 거쳐 10여 년 전부터는 교회를 착실하게 다니고 있다. ? 2011년부터 2년간 대한변호사협회 기획이사로서 적극적인 공공활동을 하면서, 선악이 분명치 않은 복잡한 현실 속에서 이상주의적 지향과 현실주의적 냉정을 결합시키는 방법을 모색해 보았다. ? 현재는 미국에서 연수 안식년을 가지면서, 법학과 정치사회학, 인생과 믿음의 문제들을 깊이 결합시키는 과제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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