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프랭크 푸레디, ‘공포 정치’를 말하다
프랭크 푸레디의 『우리는 왜 공포에 빠지는가?: 공포 문화 벗어나기』가 번역?출간되었을 때, 한 일간신문의 기자는 책을 소개하며 그 책이 ‘공포 정치’를 예기하고 있다고 날카롭게 짚어냈다. 프랭크 푸레디는 이 책 『공포 정치: 좌파와 우파를 넘어서』에서 바로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거론하고 해명한다. 이 책은 『우리는 왜 공포에 빠지는가?』의 후속편이라고 할 수 있다.
대체 왜 지금 공포 정치를 거론하는가?
하지만 『우리는 왜 공포에 빠지는가?』를 읽지 않은 독자라면, 당연히 이 책의 제목과 부제 모두에 의아해할 수 있다. 우선 제목과 관련해서는 대체 왜 ‘지금’ 공포 정치를 거론하고 나서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공포 정치라고 하면 먼저 역사적으로 프랑스혁명 이후나 파시즘과 전체주의하의 공포 정치를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좌파와 우파를 넘어서”라는 부제 역시 의문을 가지게 한다. 현재에도 비민주적 국가에서는 여전히 공포 정치가 존재하거나 특정 정치 세력이 공포 정치를 실행한다고 의심받고 있지만, 공포 정치는 (물론 우파들은 반발하지만) 그간 우파의 전유물로 간주되어왔기 때문이다. 이 책은 독자들이 가질 수 있는 이러한 의문을 하나하나 설명해나간다.
공포 정치란 무엇인가?
‘공포 정치’란 사람들의 불안 의식을 하나의 정치적 자원으로 삼아 사람들의 순응을 유도함으로써 목적을 실현하고자 하는 정치라고 규정할 수 있다. 이러한 공포 정치는 근대 시기에 들어서는 스탈린주의나 파시즘, 그리고 제3세계의 독재 정권과 거의 동일시되어왔지만, 오늘날에는 민주국가에서도 테러 공포, 경기 침체 공포, 음식물 공포, 성폭력 공포, 유괴 공포 등을 둘러싸고 정치?경제?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공포 정치의 징후가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공포 정치라는 용어는, 이를테면 9?11 테러 이후 미국에서 부시 정권이 테러 공포를 조장했다거나 우리 사회에서 이명박 정권이 안보 위기를 조장했다는 비평에서 볼 수 있듯이, 여전히 우파 정치에 대한 비판적 분석의 도구로 사용되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공포 정치에는 좌파와 우파의 구분도 없다
하지만 이 책에서 푸레디는 오늘날 공포 정치에는 좌파와 우파의 구분이 없다고 진단한다. 단지 구분이 있다면, 그것은 그들이 무엇을 더 많이 두려워하는가뿐이다. 이를테면 우파는 테러리즘의 위협에 대해 우려하고, 좌파는 몇몇 임박한 환경 재해에 대해 걱정한다. 더 나아가서 우파는 경제성장이 지체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좌파는 더 많은 경제성장이 가져올 폐해를 우려한다. 이렇듯 좌파와 우파는 이제 공포 정치라는 지점에서 수렴되고, 공포 정치가 우리 시대의 정치를 지배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정치 지형에서 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가? 이는 근대성에 대한 하나의 반응이며, 또한 푸레디의 논리에 따르면, 잘못된 대응이다. 익히 알다시피 좌파와 우파의 구분은 근대 세계의 산물이다. 즉 그것은 근대성이 초래할 결과에 대한 서로 다른 예상에 기초한 것이었다. 이성의 시대가 초래하는 것처럼 보인 사회 해체적 징후가 우파로 하여금 과거를 그리워하게 했다면, 이성의 시대가 진보를 낳을 것이라는 기대는 좌파로 하여금 미래에 희망을 걸게 했다. 하지만 그간 근대성의 이름으로 행해져온 잔혹한 행위들과 파괴적 결과들은 우파로 하여금 더 이상 과거를 신뢰할 수 없게 하고, 좌파에게는 미래를 포기하게 함으로써 이들 모두를 ‘현재’에 묶어두는 결과를 초래했다.
공포 보수주의: 공포 정치 시대의 이데올로기
푸레디에 따르면, 현재는 근대성이 낳은 공포가 지배하는 시대이다. 그렇기에 현대의 공포 정치는 과거의 공포 정치와는 달리 공포를 조작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이제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잃은 좌파와 우파에게 공포 정치는 다만 공포를 조장하고 강화하기만 하면 될 뿐인 아주 유용하고 손쉬운 정치적 자원이 되었다. 그 결과 현대 정치를 지배하게 된 것이 바로 ‘공포 보수주의’이다. 공포 보수주의는 과거에 대한 경멸과 미래에 대한 공포의 결합을 특징으로 하는 ‘현재주의’ 이데올로기이며, 이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대안은 없다.’는 에토스이다. 그리고 이것은 푸레디가 보기에 ‘정치의 포기’이다. 왜냐하면 인류 역사상 공포가 존재하지 않은 경우는 없었고, 정치는 이러한 공포에 맞서서 대안을 제시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현실을 바꿀 능력을 아예 포기해버린 정치인들에게 정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은 사람들의 감정을 조작하는 ‘감정 정치’, 즉 공포 정치뿐이다.
공포 정치의 새로운 전략: 공중의 유아화
그러나 이미 계몽의 시대를 거친, 그리고 근대성의 한계를 익히 경험하고 깨달은 시민들을 조작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며, 따라서 오늘날의 공포 정치는 과거의 공포 정치와 같은 논리로 작동할 수 없다. 오늘날의 공포 정치는 새로운 전략을 필요로 한다. 그것은 바로 공포를 배양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공포를 생산한 것이 바로 우리 인간이며 우리 인간은 이러한 공포를 극복하기에는 아주 취약하다는 의식을 배양하는 것이다. 푸레디에 따르면, 이러한 전략이 낳은 것이 바로 인간에 대한 불신, 더 나아가서는 인간에 대한 경멸이며, 이는 인간의 주체성을 쇠퇴시키고 무력감을 심화하고 행위 의식을 약화시킴으로써 운명에 대한 순응주의를 강화하며 ‘공포 문화’를 양산한다. 바로 이 공포 문화는 공포 정치가 만들어낸 것이자 공포 정치의 토대이다.
공포정치 넘어서기: 인본주의의 인간화
이렇듯 공포 정치는 인간 불신과 정치적 상상력 고갈 시대의 정치이다. 여기서 푸레디는 우리에게 공포에 갇혀 있을 것인가 아니면 미래로 나아갈 것인가 하는 중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푸레디에게 그 답은 후자이며,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방법이 바로 그가 주장하는 ‘인본주의의 인간화’이다. 그는 우리 인간이 과거의 잘못으로 인해 움츠러들기보다는 과거의 잘못으로부터 학습하고, 그리하여 역량 강화를 통해 인간 행위를 복원하여 우리가 직면한 위험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러한 그의 주장의 바탕에는 지금까지의 역사의 부정적 경험은 진보의 대가가 아니라 진보의 부족의 결과라는 생각이 깔려 있고, 따라서 그는 현재의 제1의 계몽주의의 장애물을 넘어 인본주의를 인간화하는 제2의 계몽주의 시대를 기다린다.
우리 사회의 공포 정치를 바라보는 길잡이
우리 사회에서도 곳곳에서 공포 정치가 반복되고 있다. 정치인들은 서로를 좌파와 우파로 비난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정체성을 상실한 채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고 못하고 있으며, 사회에 만연한 공포에 대해서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거듭해서 공포를 조장하며 인간 불신의 시대를 이끌어가고 있다. 정치인들이 경쟁하는 것은 누가 먼저 공포를 감지하고 그것을 자신의 어젠다로 삼는가 하는 것뿐이다. 공적 영역에서 어떠한 조치를 취할 능력을 상실한 정치인들이 어떻게 사적 문제를 정치화하며 사적 세계를 식민화하는지에 대해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주는 이 책은 우리 정치의 모습을 이러한 통찰 속에서 바라보게 하는 유용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 작가 소개
저 : 프랭크 푸레디
Frank Furedi
헝가리 출신 사회학자로, 현재 영국 켄트대학교 사회학 교수로 있다. 건강, 아동, 음식, 신기술, 테러 등과 관련한 문제의 위험 및 공포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며, 여러 방송 매체에 출연하고 대중 잡지에 많은 기고를 하는 등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Therapy Culture(2003), Where have All The Intellectuals Gone?(2005[『그 많던 지식인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Culture of Fear Revisited(2006[『우리는 왜 공포에 빠지는가?: 공포 문화 벗어나기』]), Invitation to Terror(2007), Wasted: Why Education Isn’t Educating (2009), On Tolerance: A Defence of Moral Independence(2011) 등이 있다.
역 : 박형신
고려대학교 대학원 사회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고려대학교 인문대학 사회학과 초빙교수를 지냈다. 현재는 고려대학교와 한양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사회이론, 감정사회학, 음식사회학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정치위기의 사회학』, 『현대사회의 구조와 변동』(공저), 『사건으로 한국 사회 읽기』(공저), 『열풍의 한국 사회』(공저) 등이 있고, 역서로 『사회이론의 역사』, 『감정과 사회학』, 『낭만주의 윤리와 근대 소비주의 정신』, 『열정적 정치: 감정과 사회운동』 등이 있다.
역자 : 박형진
고려대학교 대학원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고려대학교와 극동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현재 장애인과 감정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한국의 종교와 사회운동』(공저), 『한국의 복지정치』(공저)가 있고, 역서로 『우리는 왜 공포에 빠지는가?: 공포 문화 벗어나기』가 있다. 「장애인의 권리옹호를 위한 자립생활 지원방안 연구」,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배제와 권리옹호」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 주요 목차
머리말
제1장 정치, 할 말을 잃다
정말로 대안이 없는가?
정치의 고갈
미국은 예외인가?
제2장 비참여 ─ 그리고 그것의 부정
정치적 비참여의 문제
참여인가 비참여인가
비참여적 저항
결론
제3장 좌파와 우파 ─ 이 말들은 어떻게 의미를 잃었는가
왜 그 말들은 의미를 잃었는가
현재에 동결되다
그 말들은 어떻게 의미를 잃었는가
좌파란 무엇인가?
제4장 운명에의 복종
취약한 시민 만들기
행위 패닉
제5장 역사에 대한 순응주의적 반란
변화에 대한 불안
역사적 사고
인간 주체에 대한 폄하
인본주의의 인간화
제6장 민주주의의 우회 ─ 단절된 엘리트들
공중에 대한 경멸
단절된 엘리트들
로비스트 - 활동가의 정치
민주주의의 우회
제7장 공포 정치
공적 담론의 한 표현 수단으로서의 공포 정치
공포의 정치화
정치의 포기
제8장 공중의 유아화
행동 수정
나는 당신의 고통을 느낀다
사상경찰
결론: 인본주의의 인간화
인간임의 인간화
진보인가 공포인가
참고 문헌
옮긴이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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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푸레디, ‘공포 정치’를 말하다
프랭크 푸레디의 『우리는 왜 공포에 빠지는가?: 공포 문화 벗어나기』가 번역?출간되었을 때, 한 일간신문의 기자는 책을 소개하며 그 책이 ‘공포 정치’를 예기하고 있다고 날카롭게 짚어냈다. 프랭크 푸레디는 이 책 『공포 정치: 좌파와 우파를 넘어서』에서 바로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거론하고 해명한다. 이 책은 『우리는 왜 공포에 빠지는가?』의 후속편이라고 할 수 있다.
대체 왜 지금 공포 정치를 거론하는가?
하지만 『우리는 왜 공포에 빠지는가?』를 읽지 않은 독자라면, 당연히 이 책의 제목과 부제 모두에 의아해할 수 있다. 우선 제목과 관련해서는 대체 왜 ‘지금’ 공포 정치를 거론하고 나서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공포 정치라고 하면 먼저 역사적으로 프랑스혁명 이후나 파시즘과 전체주의하의 공포 정치를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좌파와 우파를 넘어서”라는 부제 역시 의문을 가지게 한다. 현재에도 비민주적 국가에서는 여전히 공포 정치가 존재하거나 특정 정치 세력이 공포 정치를 실행한다고 의심받고 있지만, 공포 정치는 (물론 우파들은 반발하지만) 그간 우파의 전유물로 간주되어왔기 때문이다. 이 책은 독자들이 가질 수 있는 이러한 의문을 하나하나 설명해나간다.
공포 정치란 무엇인가?
‘공포 정치’란 사람들의 불안 의식을 하나의 정치적 자원으로 삼아 사람들의 순응을 유도함으로써 목적을 실현하고자 하는 정치라고 규정할 수 있다. 이러한 공포 정치는 근대 시기에 들어서는 스탈린주의나 파시즘, 그리고 제3세계의 독재 정권과 거의 동일시되어왔지만, 오늘날에는 민주국가에서도 테러 공포, 경기 침체 공포, 음식물 공포, 성폭력 공포, 유괴 공포 등을 둘러싸고 정치?경제?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공포 정치의 징후가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공포 정치라는 용어는, 이를테면 9?11 테러 이후 미국에서 부시 정권이 테러 공포를 조장했다거나 우리 사회에서 이명박 정권이 안보 위기를 조장했다는 비평에서 볼 수 있듯이, 여전히 우파 정치에 대한 비판적 분석의 도구로 사용되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공포 정치에는 좌파와 우파의 구분도 없다
하지만 이 책에서 푸레디는 오늘날 공포 정치에는 좌파와 우파의 구분이 없다고 진단한다. 단지 구분이 있다면, 그것은 그들이 무엇을 더 많이 두려워하는가뿐이다. 이를테면 우파는 테러리즘의 위협에 대해 우려하고, 좌파는 몇몇 임박한 환경 재해에 대해 걱정한다. 더 나아가서 우파는 경제성장이 지체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좌파는 더 많은 경제성장이 가져올 폐해를 우려한다. 이렇듯 좌파와 우파는 이제 공포 정치라는 지점에서 수렴되고, 공포 정치가 우리 시대의 정치를 지배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정치 지형에서 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가? 이는 근대성에 대한 하나의 반응이며, 또한 푸레디의 논리에 따르면, 잘못된 대응이다. 익히 알다시피 좌파와 우파의 구분은 근대 세계의 산물이다. 즉 그것은 근대성이 초래할 결과에 대한 서로 다른 예상에 기초한 것이었다. 이성의 시대가 초래하는 것처럼 보인 사회 해체적 징후가 우파로 하여금 과거를 그리워하게 했다면, 이성의 시대가 진보를 낳을 것이라는 기대는 좌파로 하여금 미래에 희망을 걸게 했다. 하지만 그간 근대성의 이름으로 행해져온 잔혹한 행위들과 파괴적 결과들은 우파로 하여금 더 이상 과거를 신뢰할 수 없게 하고, 좌파에게는 미래를 포기하게 함으로써 이들 모두를 ‘현재’에 묶어두는 결과를 초래했다.
공포 보수주의: 공포 정치 시대의 이데올로기
푸레디에 따르면, 현재는 근대성이 낳은 공포가 지배하는 시대이다. 그렇기에 현대의 공포 정치는 과거의 공포 정치와는 달리 공포를 조작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이제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잃은 좌파와 우파에게 공포 정치는 다만 공포를 조장하고 강화하기만 하면 될 뿐인 아주 유용하고 손쉬운 정치적 자원이 되었다. 그 결과 현대 정치를 지배하게 된 것이 바로 ‘공포 보수주의’이다. 공포 보수주의는 과거에 대한 경멸과 미래에 대한 공포의 결합을 특징으로 하는 ‘현재주의’ 이데올로기이며, 이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대안은 없다.’는 에토스이다. 그리고 이것은 푸레디가 보기에 ‘정치의 포기’이다. 왜냐하면 인류 역사상 공포가 존재하지 않은 경우는 없었고, 정치는 이러한 공포에 맞서서 대안을 제시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현실을 바꿀 능력을 아예 포기해버린 정치인들에게 정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은 사람들의 감정을 조작하는 ‘감정 정치’, 즉 공포 정치뿐이다.
공포 정치의 새로운 전략: 공중의 유아화
그러나 이미 계몽의 시대를 거친, 그리고 근대성의 한계를 익히 경험하고 깨달은 시민들을 조작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며, 따라서 오늘날의 공포 정치는 과거의 공포 정치와 같은 논리로 작동할 수 없다. 오늘날의 공포 정치는 새로운 전략을 필요로 한다. 그것은 바로 공포를 배양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공포를 생산한 것이 바로 우리 인간이며 우리 인간은 이러한 공포를 극복하기에는 아주 취약하다는 의식을 배양하는 것이다. 푸레디에 따르면, 이러한 전략이 낳은 것이 바로 인간에 대한 불신, 더 나아가서는 인간에 대한 경멸이며, 이는 인간의 주체성을 쇠퇴시키고 무력감을 심화하고 행위 의식을 약화시킴으로써 운명에 대한 순응주의를 강화하며 ‘공포 문화’를 양산한다. 바로 이 공포 문화는 공포 정치가 만들어낸 것이자 공포 정치의 토대이다.
공포정치 넘어서기: 인본주의의 인간화
이렇듯 공포 정치는 인간 불신과 정치적 상상력 고갈 시대의 정치이다. 여기서 푸레디는 우리에게 공포에 갇혀 있을 것인가 아니면 미래로 나아갈 것인가 하는 중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푸레디에게 그 답은 후자이며,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방법이 바로 그가 주장하는 ‘인본주의의 인간화’이다. 그는 우리 인간이 과거의 잘못으로 인해 움츠러들기보다는 과거의 잘못으로부터 학습하고, 그리하여 역량 강화를 통해 인간 행위를 복원하여 우리가 직면한 위험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러한 그의 주장의 바탕에는 지금까지의 역사의 부정적 경험은 진보의 대가가 아니라 진보의 부족의 결과라는 생각이 깔려 있고, 따라서 그는 현재의 제1의 계몽주의의 장애물을 넘어 인본주의를 인간화하는 제2의 계몽주의 시대를 기다린다.
우리 사회의 공포 정치를 바라보는 길잡이
우리 사회에서도 곳곳에서 공포 정치가 반복되고 있다. 정치인들은 서로를 좌파와 우파로 비난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정체성을 상실한 채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고 못하고 있으며, 사회에 만연한 공포에 대해서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거듭해서 공포를 조장하며 인간 불신의 시대를 이끌어가고 있다. 정치인들이 경쟁하는 것은 누가 먼저 공포를 감지하고 그것을 자신의 어젠다로 삼는가 하는 것뿐이다. 공적 영역에서 어떠한 조치를 취할 능력을 상실한 정치인들이 어떻게 사적 문제를 정치화하며 사적 세계를 식민화하는지에 대해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주는 이 책은 우리 정치의 모습을 이러한 통찰 속에서 바라보게 하는 유용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 작가 소개
저 : 프랭크 푸레디
Frank Furedi
헝가리 출신 사회학자로, 현재 영국 켄트대학교 사회학 교수로 있다. 건강, 아동, 음식, 신기술, 테러 등과 관련한 문제의 위험 및 공포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며, 여러 방송 매체에 출연하고 대중 잡지에 많은 기고를 하는 등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Therapy Culture(2003), Where have All The Intellectuals Gone?(2005[『그 많던 지식인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Culture of Fear Revisited(2006[『우리는 왜 공포에 빠지는가?: 공포 문화 벗어나기』]), Invitation to Terror(2007), Wasted: Why Education Isn’t Educating (2009), On Tolerance: A Defence of Moral Independence(2011) 등이 있다.
역 : 박형신
고려대학교 대학원 사회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고려대학교 인문대학 사회학과 초빙교수를 지냈다. 현재는 고려대학교와 한양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사회이론, 감정사회학, 음식사회학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정치위기의 사회학』, 『현대사회의 구조와 변동』(공저), 『사건으로 한국 사회 읽기』(공저), 『열풍의 한국 사회』(공저) 등이 있고, 역서로 『사회이론의 역사』, 『감정과 사회학』, 『낭만주의 윤리와 근대 소비주의 정신』, 『열정적 정치: 감정과 사회운동』 등이 있다.
역자 : 박형진
고려대학교 대학원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고려대학교와 극동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현재 장애인과 감정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한국의 종교와 사회운동』(공저), 『한국의 복지정치』(공저)가 있고, 역서로 『우리는 왜 공포에 빠지는가?: 공포 문화 벗어나기』가 있다. 「장애인의 권리옹호를 위한 자립생활 지원방안 연구」,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배제와 권리옹호」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 주요 목차
머리말
제1장 정치, 할 말을 잃다
정말로 대안이 없는가?
정치의 고갈
미국은 예외인가?
제2장 비참여 ─ 그리고 그것의 부정
정치적 비참여의 문제
참여인가 비참여인가
비참여적 저항
결론
제3장 좌파와 우파 ─ 이 말들은 어떻게 의미를 잃었는가
왜 그 말들은 의미를 잃었는가
현재에 동결되다
그 말들은 어떻게 의미를 잃었는가
좌파란 무엇인가?
제4장 운명에의 복종
취약한 시민 만들기
행위 패닉
제5장 역사에 대한 순응주의적 반란
변화에 대한 불안
역사적 사고
인간 주체에 대한 폄하
인본주의의 인간화
제6장 민주주의의 우회 ─ 단절된 엘리트들
공중에 대한 경멸
단절된 엘리트들
로비스트 - 활동가의 정치
민주주의의 우회
제7장 공포 정치
공적 담론의 한 표현 수단으로서의 공포 정치
공포의 정치화
정치의 포기
제8장 공중의 유아화
행동 수정
나는 당신의 고통을 느낀다
사상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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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임의 인간화
진보인가 공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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