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 -천안함특종 기자의 3년에 걸친 추적 다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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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김문경
출판사항올, 발행일:2013/03/29
형태사항p.286 국판:23
매장위치사회과학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65881698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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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나?
우리가 진실에 대처하는 방식에 대해 묻는다!

2010년 3월 26일 금요일 21시 22분, 1,200톤급 초계함인 PCC-772가 백령도 근처 해상에서 침몰했다. 바로 전국을 들끓게 했던 ‘천안함의 침몰’ 사건이었다. 선체가 절단된 채 침몰한 천안함은 승조원 46명과 함께 유명을 달리했다. 이 사건의 공식 명칭은 ‘천안함 피격 사건’으로, 2010년 5월 20일 민군합동조사단은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공격에 의해 침몰되었음을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이 발표가 사건의 종결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여러 명의 과학자들이 의문을 제기했고, 인터넷을 중심으로 다수의 국민들이 각종 의혹과 ‘설’을 풀어놓았다. ‘피로파괴설’, ‘좌초설’, ‘기뢰설’, ‘미군 잠수함에 의한 오폭설’ 등. 국방부를 중심으로 한 합조단과 의문을 제기하는 반합조단 간에는 양립할 수 없는 진실에 대한 공방전이 불거졌고,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천안함사건’을 최초 보도했던 저자는 이런 무수한 오해와 왜곡의 숲을 헤치고 3년간의 취재를 바탕으로 진실을 향한 길을 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묻는다. 우리는 과연 이 사건의 진실을 알고 싶은가? 아니면,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진실이라고 여기고 싶은 것인가? 저자는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은 저널리스트의 날카로운 눈으로 진실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진단하고 천천히 ‘천안함사건’의 실체에 접근한다. 그리하여 우리가 놓친 것과 우리가 해야 할 것을 간명하게 제시한다.

의혹과 진실 1
TOD 동영상은 공개한 것이 전부인가, 천안함 침몰 순간을 담은 동영상은 정말 없나?
“아니 눈앞에서 큰 군함이 떠다니는데 왜 계속 동선을 추적하며 녹화를 하지 않았습니까? 녹화를 했다면 침몰 원인을 파악할 수 있지 않았겠습니까? 초병들이 섬광도 봤다는데, 만약 그랬다면 TOD에 잡혔을 수 있지 않았겠습니까? 좀 아쉽네요.”
“오 기자님 잘 아시지 않습니까? 우리 초병들은 이미 아군 함정이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고요, TOD는 적 감시장비입니다. 우리 아군 함정을 계속 팔로우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 걸 갖고 의혹을 제기하는 분들 보면 정말 이해가 안 됩니다.” - 책 속에서 p.65

왜 없다던 TOD가 의혹을 제기할 때마다 계속 나왔을까. 나중에 이정희 의원이 공개하여 드러났지만 여기에는 사건 초기 9시 30분으로 침몰 시각을 발표한 자신들의 잘못을 감추기 위한 것뿐만 아니라 웃지 못할 또 하나의 이유가 숨어 있었다. TOD라는 장비를 들여오기는 했는데 이를 다룰 지식이나 정보는 없었고, 이 때문에 사건 초반 우왕좌왕하면서 관련 화면을 뒤늦게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한마디로 무식한 군대다. - 책 속에서 p.69

홍 해병은 당시 논란을 의식한 듯 기자의 전화를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다. 재판정에 출석할 정도로 제대 후에도 바쁜 발걸음을 이어갔던 박일석 해병이나 김승창 해병과는 달리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3년 전 침몰 순간을 담은 동영상이 있느니 없느니 하며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TOD 논란에 대해 그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가장 궁금했던 게 침몰 순간을 담은 동영상이 있느냐는 것인데요?”
“없어요.”
“네?”
“‘쾅’ 소리를 듣고 상황실에 청음보고를 먼저 했습니다. 저희 초소에서는 쾅 소리는 훈련이 아닌 상황이 아니면 쉽게 듣지를 못합니다. 그날은 훈련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청음보고를 먼저 한 것입니다. TOD는 이후 바로 녹화하기 시작했죠.”
“녹화 시작하면서 천안함이라는 걸 확인했나요?”
“우리는 천안함이라 부르지 않고 PCC라고 부릅니다. 반파된 모습이 TOD에 잡혔죠. 보자마자 천안함인 줄 알았습니다. 녹화를 계속했습니다. 훈련받은 대로요.” -책 속에서 p.72-73

의혹과 진실 2
최초 보도에 따르면, 천안함은 암초가 많은 지역에서 침몰했다. 그렇다면 천안함은 좌초가 아닌가?
“이런 것도 의혹이 되는 줄 몰랐어.”
“뭐가?”
“내가 첫 방송할 때 만든 그래픽인데 좌초 의혹을 주장하는 사람이 긁어다가 의혹을 제기하고 있네.”
“그런데?”
“나에게 침몰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해준 사람도 그 함정이 천안함이라는 사실도 몰랐을 때야. 당연히 자세한 침몰 지점도 파악이 안 됐었던 상태고 말이지. 위치만 불러줬는데 그게 백령도와 대청도 사이라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어. 침몰 장면 화면이 없으니 우리 그래픽팀에게 그림을 그려줄 것을 부탁했고, 그래픽팀은 나의 요구에 맞게 관련 지점을 표시해준 것이었거든.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지점에 암초가 많다나 어쨌다나. 아니 생각해봐. 침몰 지점 방위각이 나온 것도 한참 뒤인데 천안함이 침몰하던 그날 밤 누가 그걸 정확하게 짚었겠어. 그런데 의혹을 갖는 사람들은 제보자가 위치도 모르고 기자에게 침몰 상황을 알려줬겠느냐며 의혹을 제기하는 거지. 돌아버리겠네.” -책 속에서 p134-135

의혹과 진실 3
어뢰추진체는 정말 가짜인가?
최 의원은 막 부산 출장을 다녀온 중이었다. 어뢰추진체를 건졌다는 부산 쌍끌이 어선 관계자를 만나고 온 것이다.
“혹시 그들로부터 다른 얘기를 들은 게 있습니까?”
“선장은 못 만났지만 작업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그러든데, 누가 거기에 놓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현장에서 자기들이 건진 건 분명하다고 하대요.”
최 의원은 오 기자에게 쌍끌이 선원들로부터 들은 말을 그대로 전해주었다. 당연한 얘기여서 기사가 될 상황은 아니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이른바 충분히 초를 칠 수도 있는 발언이었다. 예를 들어 최 의원이 그렇게 뒤지고 다닌 어뢰추진체는 실제로 선원들이 건져 올린 진품이라는 뉘앙스만 전해줘도 어뢰추진체를 둘러싼 의혹이 상당 부분 해소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 책 속에서 .p119

의혹과 진실 4
왜 침몰 당시의 교신일지가 없는 것인가?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삭제된 것은 아닌가?
“해군 함정과 2함대는 필요한 때만 교신하므로 하루 중 교신기록이 없는 시간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사고 당일 이 시간대뿐만 아니라 교신기록이 없는 다른 시간대가 여럿 있고요, 밤 9시 19분께 천안함과 2함대사령부 간에 국제상선통신망을 통해 통신 감도를 확인하는 통상적이고 일상적인 교신은 있었습니다.” - 책 속에서 p.75

천안함이 침몰하기 전부터 그 이후의 모든 상황을 담고 있다며 국회 특위 위원들이 공개를 요구해왔고 해군도 의혹을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결국 열람을 허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교신기록을 본 여야 의원 누구도 그 내용에 대해 문제 삼는 사람은 없었다.
“의원님 교신기록 보셨죠? 특이 사항은 없었습니까?”
“그것 때문에 샅샅이 뒤져봤는데 아무것도 없네요.”
다시 말해 침몰 사고 전후 정상 항로 이탈 등으로 인한 좌초나 다른 내부폭발 등 급히 구조요청을 해야만 하는 긴박한 메시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교신일지상에 의혹을 둘 만한 사항이 없다면 천안함이 1차 좌초 사고를 겪은 뒤 비상상황에서 헤매다가 침몰했을 것이라는 의혹은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불신하는 쪽에서 보면 이 해군 교신기록도 일부 삭제되거나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을 법하겠지만 전체 교신기록을 본 여당은 물론 야당까지 그 어느 누구도 이 교신기록에 대해 더 이상 문제를 삼지 않았다. 교신기록이 조작된 흔적이 있었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었다면 계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됐을 법한데도 말이다. 교신기록에 의문이 없다면 천안함의 행적을 공개해야 의혹이 풀린다는 천안함 항적 논란도 자연스레 소멸될 수밖에 없다. 천안함이 기동하고 있는 동안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다만 기뢰나 어뢰에 의한 폭발일 경우라면 이 교신기록과는 무관하다. 폭발과 함께 침몰이라는 갑작스런 비상상황은 사전 교신 과정에 나올 수 없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 책 속에서 p.75-76

다시 말해 침몰 사고 전후 정상 항로 이탈 등으로 인한 좌초나 다른 내부폭발 등 급히 구조요청을 해야만 하는 긴박한 메시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교신일지상에 의혹을 둘 만한 사항이 없다면 천안함이 1차 좌초 사고를 겪은 뒤 비상상황에서 헤매다가 침몰했을 것이라는 의혹은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 책 속에서 p.76

의혹과 진실 5
천안함 침몰 당시 정말 북한 쪽에서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는가?
천안함사건이 일어난 지 나흘째 되던 날 오필승 기자는 국회 쪽 움직임을 알아보기 위해 민주당 국방위원회 간사인 안규백 의원을 찾아갔다. 청와대가 신중 모드로 접어들면서 언론에서는 연일 추측성 기사가 쏟아지고 있던 때였다. 국방위 야당 간사인 그에게 누군가 다녀갔을 것이라는 짐작 때문이었다. 예상은 적중했다.
“글쎄, 국방부 쪽에서는 북한으로 보고 있는 것 같던데?”
“그래요? 뭐 증거라도 나온 게 있답니까?”
“아니 뭐, 증거라기보다는 북한 잠수함이 기동한 흔적이 있었던 것 같아. 그런데 대수롭지 않게 본 모양이지?”
“국방부에서 다녀갔습니까?”
“응, 그쪽으로 짐작하는 것 같던데 문제는 증거가 없다는 거지. 국방부가 고민하는 건 대북문제라 함부로 얘기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 북한 문제는 팩트를 갖고 얘기해야 하는데 지금은 추측만 있으니 말이지…….” - 책 속에서 p.48-49

Just a week after Kim Yong-nam’s return to Pyongyang, the first serious armed clash took place in the West Sea, alarming Beijing(김영남이 평양에 복귀한 지 일주일이 지난 뒤 서해에서는 베이징을 놀라게 하는 첫 번째 무력충돌이 발생했다).
In subsequent meetings between senior military officers, the two sides reached an agreement that the North must notify China of any military plans against the ROK((과거) 일련의 북중 고위급 장교들 간 만남에서 북한은 한국에 대한 어떤 군사적 계획도 반드시 중국에 알려야 한다는 데 양측이 합의했다).
It is obvious that Pyongyang did not bother to inform Beijing prior to the Cheonan event. Its adventurism put Beijing in an awkward position afterward(분명한 것은 평양이 천안함 사건에 앞서 베이징에 이를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러한 북한의 모험주의는 결국 베이징을 곤란한 상황에 빠트렸다).
오 기자의 관심을 끈 것은 맨 마지막 문장이었다. 이 논문을 쓴 사람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사회과학대학(the School of Social Science at the University of New South Wales)의 중국계 유지(You Ji) 교수로 그는 자신의 논문 주석에서 천안함사건이 일어난 지 1년 가까이 지난 2011년 2월 베이징 내 북한 전문가들로부터 들은 이야기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평양이 천안함사건에 앞서 베이징에 알리지 않았다는 그의 말을 뒤집어 해석해보면 중국 내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는 천안함사건을 일으킨 당사자가 북한이라는 점을 지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책 속에서 p230-231

의혹과 진실 6
그날 밤 또 다른 초계함인 속초함의 레이더에 잡힌 것은 과연 새떼인가?
“기사 잘 봤습니다. 그런데 거의 소설인 것 같네요. 제 생각엔 새떼가 아닌 것 같습니다. 못 잡았으니 그렇게 믿고 싶은 거겠죠.”
“왜요? 그럴 만한 근거라도 있습니까?”
“북한은 백령도 북방 쪽에 해안 동굴 비슷한 진출입로를 갖고 있는 것 아시죠. 만약 북한 반잠수정이 그쪽으로 기동했다면 레이더상에 육지로 올라간 것으로 표시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북한은 서해에 3곳의 잠수함 기지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해함대사령부가 있고, 잠수함을 포함해 6개 전대 420여 척의 함정을 보유하고 있는 평안남도 남포와 황해남도 비파곶, 해주 등이 그곳이다. 황해남도 비파곶은 백령도 북방 장산곶 뒤쪽으로 백령도 6여단 전방 관측소에서 바라보면 돌출된 장산곶만 눈에 들어올 뿐 비파곶은 시선에서 사라진다. 장산곶까지의 거리가 15km 남짓이다. 해주는 연평도 쪽과 가까운 곳이다.
새떼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이 관계자의 말은 반잠수정이 장산곶과 비파곶 어느 지점에 있는 동굴 진출입로로 사라졌다면 새떼처럼 육지에 올라가는 식으로 레이더상에 인식될 수 있을 것이라는 근거에서 알려온 일종의 제보였다.
백령도에서 동남쪽으로, 그러니까 우리 지역에서 보면 연평도 방향으로 50~60km 떨어진 북한의 사곶 8전대에도 잠수함(정) 기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속초함의 발사 각도로 봤을 때 이른바 새떼가 날아간 유력한 지역은 장산곶 방향일 수밖에 없고 국방부도 그렇게 발표를 했다. - 책 속에서 p.149

“새떼라뇨. 당치도 않습니다. 새떼인 걸 봤나요? 새떼가 그렇게 직선으로 날아갑니까?”
2011년 봄 서울 대방동 한 식당. 천안함 침몰 1주기가 지나고 오 기자는 군 관계자와 저녁 식사를 하던 중이었다. 1년이 지났지만 침몰 원인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했다. 이 관계자는 새떼에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새떼가 새떼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게 무슨 얘기인가요? 직선으로 날다뇨?”
“레이더상의 항적을 보면 그날 밤 새떼는 직선으로 날아간 걸로 표시됐습니다. 그냥 일자로 쭉 날아갔어요. 자기들 머리 위로 함포와 벌컨포가 쏟아지는데 소리에 민감한 동물들이 직선으로 날아간다는 게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럴 수도 있지 않나요? 실물로 못 본 건 피차일반인데 그렇게 단정할 수 있습니까?”
“아니죠. 새가 그 먼 거리를 직선으로 날아가는 게 이상하다는 겁니다. 함포가 쏟아졌건 아니건 간에 말이죠. 백령도 주민들한테 한번 여쭤보세요 뭐라고 말씀하시는지.” - 책 속에서 p.153

의혹과 진실 7
북한 반잠수정에 의한 천안함 격침 가능성은 과연 제로인가?
“저는 지금도 새떼라고 생각하질 않습니다. 레이더만 보면 분명 새떼는 아니었습니다.”
“그럼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반잠수정입니다.”
그 국방부 관계자는 지금도 반잠수정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의 말을 듣고 있다 보면 어뢰추진체와 반잠수정을 엮는 것도 그리 무리하게 들리진 않았다.
“제가 알기로는 반잠수정에 있는 경어뢰로는 천안함을 침몰시킬 수 없다고 합니다.”
“폭발 당시 폭음이 두 번 있었다는 생존 승조원들의 증언이 있죠?”
“예.”
“폭발력을 늘린 개량한 경어뢰와 함께 북한 애들이 자체 개발한 고성능 직사화기를 썼을 수 있다는 생각도 합니다.”
“개량한 경어뢰라뇨?”
“최근 부쩍 반잠수정에서 눈에 띄는 모습이 발견됩니다. 반잠수정 양쪽에 달린 어뢰발사관이 그전보다 더 커졌거든요.”
“그렇다면 폭발력도 달라질 수 있겠는데요?”
“그렇다고 봐야겠죠.”
“그런데 직사화기는 좀 헷갈립니다. 천안함의 갈라진 부위에서 발견된 멀쩡한 형광등은 어떻게 설명합니까? 직사화기면 충격이 컸을 텐데요. 그리고 현장에서 발견된 어뢰추진체는요?”
“저는 어뢰추진체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 추진체를 볼 때 사용된 어뢰가 중어뢰였다는 건 우리 기준입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확보한 북한 어뢰는 2~3발 정도에 불과합니다. 민군합동조사단도 아마 중어뢰로 결론을 내리는 데 그 기준을 참조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반잠수정에 달린 어뢰가 경어뢰일 것이라는 것도 우리 생각입니다. 그동안 북한이 경어뢰를 비밀리에 개량했다면 우리 기준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거죠. 그들을 속속들이 잘 모른다고 솔직히 인정할 건 인정합시다. 북한이 우리보다 먼저 로켓을 쏘아 올릴 것이라고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폭발하거나 갈라지면 모든 게 산산이 부서져야 하나요?” - 책 속에서 p264

김 씨는 다시 시동을 걸고 용기포항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필요 없어진 레이더와 어탐기를 끄기 위해 손을 대는 순간 김 씨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어! 이게 뭐지?’
어탐기에는 침선과 다른 뿌연 물체가 흐릿하게 들어왔다. 이곳에서 20년 넘게 낚시해 온 김 씨도 처음 보는 물체였다. 김 씨는 다시 방향을 틀었다. 혹시나 침선을 잘 못 본 건 아닐까하는 생각에서였다. 김 씨는 침선을 훑어 내려갔다. 어탐기 내의 침선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꿋꿋하게 한 자리에서 버티고 있었다. 침선이 침몰한 자리는 움푹 파인 곳이라서 강한 조류에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을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옆으로 다른 물체가 잡히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김 씨에게 오랜 기간 낚시의 즐거움을 일깨워 주었던 그 침선이 아니었다. - 책 속에서 p271-272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야기 천안함, 그 마침표를 향하여

저자가 천안함 침몰을 최초 보도한 지도 3년이 지났다. 그러나 아직도 천안함을 둘러싼 각종 의혹은 명쾌하게 해소되지 못하고 있으며, 여전히 이 사건은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저자의 말대로 천안함사건은 “잘 짜여졌으나 각본은 없었던, 영화로 치면 ‘SF와 스릴러, 컬트’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사건이며, 진실을 밝혀야 할 정부는 “그 논란을 잠재우지 못하고 주연급 배우로 천안함사건의 대미를 장식”했다.
저자는 말한다. ‘천안함사건’은 과학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진실은 과학 이전의 상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그래서 저자는 3년간 천안함을 둘러싼 여러 가지 정황을 포착하고 이 문제를 풀기 위해 현장을 취재하고 군 관계자를 만나고, 백령도 주민을 인터뷰했다. 그리고 정황이 말하는 진실에 따라 결론을 내리는 동시에 동시에 제안한다. 이 무수한 논란을 깨끗이 정리하고 사회적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중립적 입장을 가진 전문가를 중심으로 재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한국 정부가 재조사를 한다면 어떻게 해야 된다고 보십니까?”
“조사요원들을 중립적인 인사들로 꾸렸으면 합니다. 그게 천안함사건의 논란을 풀 핵심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내놓은 결과에 대해 반대할 국민들은 아마 없을 겁니다.”
한 교수는 끝내 자신의 생각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오 기자와 헤어지는 길에 한 교수는 기뢰일 가능성도 열어놓고 봐야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편향된 생각을 접고 조사를 해야 객관적인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오 기자는 혹시 한 교수의 생각이 기뢰에 더 가까이 가지는 않았을까라는 추측도 했지만 한 교수는 말을 아꼈다. 오 기자는 혹시 우리 정부가 재조사를 벌인다면 한무영 교수 같은 사람이 적임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가 이 분야에 전문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한 그의 발언은 정치적 사건이 돼버린 천안함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책 속에서 p.235

▣ 작가 소개

저자 : 김문경
1967년 1월, 충남 예산군에서 태어나 삽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이란어과에서 수학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중동지역학과를 졸업했다. 1987년 2월 해병대에 지원입대하여 1989년 병장 만기 제대까지 김포 2사단에서 근무했다. 병 565기이다. 2011년 10월~2012년 10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소재 듀크대학교에서 비지팅 스칼라(Visiting Scholar)로 아시아안보연구프로그램(Program in Asia Security Study)에 참여했다.
1994년에 YTN에 입사하여 사회부, 정치부, 문화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굿모닝코리아, 뉴스나이트, 뉴스오늘 앵커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현재 YTN 사회1부 사건팀장으로 재직 중이다.
2010년 3월 26일 ‘천안함사건’을 최초 보도했으며, 그 인연으로 사건이 일어난 지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천안함의 진실’을 추적하고 있다. 방송기사로 다 쓰지 못했던 지난 3년 동안의 취재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
천안함사건 특종보도로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과 그해 ‘한국기자상 취재보도 부문상’을 비롯해 방송기자연합회의 ‘이달의 방송기자상’과 한국방송기자클럽의 ‘올해의 방송기자상 특별상’ 등 다수의 기자상을 수...상했다.

▣ 주요 목차

프롤로그
1장 첩보
2장 뿌리칠 수 없는 의혹
3장 추적 - 시즌 1
4장 혼돈
5장 미로를 헤매다
6장 새떼, 북으로 날다
7장 낚을까 낚일까
8장 추적 - 시즌 2
9장 첫 만남
10장 불바다 연평도
11장 과학 혹은 가학
12장 듀크대학교 학군단
13장 다시 백령도로
14장 침묵
15장 마지막 의혹
에필로그

작가 소개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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