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누가 보아도 반칙이 틀림없지만 팔꿈치로 치는 사람이 절묘하게 자기감정을 숨긴 채 마치 달리기 자세를 크게 하는 듯하면서 경쟁자인 옆 사람을 밀쳐낸다면 마치 규칙을 준수하며 달리는 것처럼 보이리라. 그리고 이런 사람이 일등자리를 차지하기는 매우 쉬울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일등’에게 박수를 보낸다. 칭찬을 하고 상을 주고 돈과 권력까지 안겨주는 경우도 흔하다. 그런 식으로 ‘팔꿈치 사회’에서 절묘한 반칙은 교묘히 ‘세탁’되고 만다. - 본문중에서
경쟁은 어떻게 내면화되는가?
우리가 애써 외면한 경쟁의 불편한 진실, 그 맨얼굴을 직시한다
강수돌 교수는 ‘팔꿈치 사회(Ellenbogengesellschaft)’라는 용어를 통해 경쟁사회의 극단적 모습을 설명한다. 원래 이 말은 독일어에서 왔는데, 독일에서 ‘올해의 단어’로 선정된 바 있다. 누가 보아도 반칙이 틀림없지만 옆 사람을 팔꿈치로 치며 앞만 보고 달려가는 ‘팔꿈치 사회’는 어느 사회보다도 치열한 경쟁의 굴레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한국사회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주는 말이다. 저자는 팔꿈치 사회 속에서 경쟁과 분열의 패러다임 안에서 오로지 더 높은 사다리 오르기 게임에 열중하는 이유를 ‘경쟁의 내면화’로 진단한다. 경쟁의 내면화는 자본이 강제하는 생존경쟁을 마치 자신의 삶의 논리인 것처럼 받아들이는 것이다. 경쟁이야말로 인간과 사회 발전의 효과적 방법이라는 지배자의 논리를 그대로 수용하며 경쟁을 합리화하게 된다. 그런 과정 속에서 자신을 ‘강자와 동일시’하는 심리적 기제가 작동하고, 자기소외와 자기배반이 일어난다.
강수돌 교수는 더 나아가 우리 애써 외면해왔던 경쟁의 불편한 진실들을 낱낱이 들추어낸다. ‘경쟁은 필연이 아니라 자본의 필요로 만들어졌다’, ‘경쟁에서는 누구도 영원한 승자가 될 수 없다’, ‘경쟁사회에서 나의 행복은 남의 불행을 전제로 한다’는 점들을 지적한다. 무엇보다 생존경쟁 시스템은 끊임없이 비인간화를 초래한다. 극소수의 존중 받을 사람과 대다수의 무시해도 좋을 사람으로 가른다. 극소수의 존중 받는 이들은 많은 경우 우월감에 젖어 살지만, 이것이 지나치면 타자를 멸시하기 쉽다. 반면 대부분의 존중 받지 못하는 이들은 열등감에 젖어 살면서 자기비하, 자신감과 자존감의 결여, 소극성, 피동성, 나아가 우울증까지 동반할 수 있다. 이런 경쟁사회의 어두운 그늘을 직시하는 건 편치 않지만 우리 사회의 수많은 폐단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피해갈 수 없는 일이다.
경쟁은 과연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우리 사회의 많은 폐단들은 경쟁체제의 파생물들이다
한국사회는 상당히 치열한 경쟁사회다. 특히 입시경쟁은 경쟁사회의 폐단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대학입시가 앞으로 인생을 결정한다고 생각하기에 온 나라가 입시에 혈안이 되어 있고, 특히 학부모의 불안감은 갈수록 가중된다. 학생들은 자신의 행복과 미래를 위해 공부한다고 하지만 정작 행복하지 않다. 입시의 중압감을 못 이겨 성적이 우수한 학생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지경이다. 학교는 배움의 기쁨이 아니라 시험의 공포가 지배하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학생들 사이의 폭력이나 왕따 현상도 결국 이러한 측면과 무관하지 않다. 강수돌 교수는 이 땅의 학부모들에게 생계에 갇힌 경쟁교육보다 꿈을 찾는 상생의 교육이 아이들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해준다는 점을, 그를 위해 두려움을 넘어서야 한다는 점을 간곡히 당부한다.
이런 입시경쟁에 버금가게 취업경쟁도 심각한 문제점을 양산해왔다. 한국사회는 1997년 IMF사태 이후 구조조정이 만연하면서 일자리가 불안정해기 시작했다. 갈수록 실업률이 증대하고 비정규직의 비중도 커져 사람들은 더욱 경쟁을 내면화하고 일중독증에 빠지게 되었다. 최근 수많은 노동자의 죽음도 경쟁력 중심의 구조조정의 폐단에서 비롯되었다. 저자는 삶의 질 중심의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과 분열의 노동현실을 극복하자고 제안한다. 그것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전략, 사회적 자원의 민주적 재분배 등을 골자로 한다.
한국사회의 경쟁구조는 궁극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불행을 전제로 지탱되고 있다. 철벽 같은 사회경제 시스템이 문제의 핵심이지만, 이는 동시에 그 시스템에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적응하고 동조하는 사람의 문제이기도 하다. 저자는 개인의 각성은 물론이거니와 이웃과 함께 사회를 바꾸어야 남을 짓밟아야 하는 ‘팔꿈치 사회’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다.
과연 누구를 위한 경쟁인가?
경쟁은 자본의 지배력을 강화시켜줄 뿐이다
세계시장을 둘러싼 상품경쟁은 어떤 상품이 승리하는가와 무관하게 자본주의 세계체제의 지배를 존속시키는 조건이 된다. 시장경쟁에 참여하는 순간, 그 승패와 무관하게 경쟁의 희생자가 된다. 나아가 그것을 넘어 (우리 모두를 지배하는) 자본의 지배력을 강화시켜주게 된다. 바로 이 점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자본주의 경쟁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것이다.
따라서 경쟁의 문제는 자본의 이해관계와 긴밀하게 연결될 수밖에 없다. 강수돌 교수는 요즘 많이 이야기되는 사회적 책임도 무한 경쟁과 무한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경제의 근본원리 때문에 나온 부산물이라 한다. 돈벌이 경쟁 시스템 속에서 기업들이 아무리 사회적 책임을 수행한다고 선전해도, 마침내 ‘제도화된 무책임’을 부르고 만다는 것이다. 돈벌이 그 자체가 목적이 됨으로써 다른 삶을 수단화, 도구화하고 심지어는 파괴, 착취, 억압한다. 사회책임경영이 아니라 사회적 무책임 경영이 판을 치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서해안 기름유출 사태, 쌍용자동차 사태, 삼성전자 백혈병 사례를 통해 기업의 무책임한 행태를 비판한다.
경쟁 시스템은 일국적 차원을 넘어 전 지구적 자본주의 시스템과도 깊게 연결된다. 저자는 2008년 금융위기는 자본주의 생존경쟁이 만든 거품의 붕괴로, 끊임없이 이윤을 추구하며 살벌한 경쟁을 부추기는 시스템 자체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특히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대의 온갖 자유무역협정은 자본 간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온 세상 사람들을 더욱 경쟁과 분열로 몰고가면서 전체를 효과적으로 지배하려는 자본의 전략이다. 특히 자유무역협정은 선진국이며 개방도상국이며 할 것 없이 전 세계의 민초들을 피폐한 삶으로 이끌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이에 대한 민초들의 저항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강수돌 교수는 이런 민초들의 저항과 더불어 2006년 볼리비아, 쿠바, 베네수엘라가 체결한 민중무역 협정에 주목한다. 이 민중무역은 국가주의에 갇혀 있는 등의 한계가 있지만 제국주의적 불평등 무역이나 초국적 자본에 의한 수탈에 맞서는 하나의 가능성으로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팔꿈치 사회, 일중독 사회, 승자독식 사회를 넘어서
사다리 질서가 아닌 원탁형 질서를 통해 협동의 대안사회를 만들어내자
저자는 경쟁이 발전의 밑거름이라고 믿었던 바를 되짚어야 한다고 한다. 생존경쟁은 단기적으로는 ‘너 죽고 나 살자’ 식의 적대적 경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너도 죽고 나도 죽는’ 공멸의 경쟁이라는 것이다. 이런 깨달음이 학교에서는 물론, 가정과 직장, 그리고 온 사회로 확장되고 공유되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경쟁과 분열이 아닌 연대와 협동의 새로운 원리가 우리 삶을 새롭게 짜는 근본원리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렇게 새로운 원리를 바탕으로 풀뿌리 민초들의 입장에서 사회경제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대학이나 기업이 소수의 기득권 집단을 중심으로 피라미드처럼 수직 계열화된 현실, 다시 말해 ‘사다리 질서’가 아닌 모두가 오손도순 둘러앉아 나누는 ‘원탁형 질서’로 바꾸어야 한다. 이것은 힘센 상부의 소수가 약한 하부의 대다수를 차별하고 착취하는 구조를 타파하고, 상부상조하는 호혜의 살림살이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저자는 원래 사람이 살아가는 원리는 경쟁이 아니라 협동이며, 서로 돕고 나누는 가운데 온갖 역경도 이겨내며 같이 살아온 것이 인류의 생존방식이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 단초로서 ‘오래된 미래’인 북미 원주민, 호주나 남태평양의 원주민들, 히말라야 산맥 주변의 라다크 마을과 같은 전통 공동체 마을, 두레와 품앗이 같은 우애와 호혜의 전통이 있던 우리의 전통마을들을 들고 있다. 오늘날도 스페인의 몬드라곤 협동조합이나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은행(마을은행) 같은, 협력적이고 연대적인 경제방식이야말로 평화와 평등, 자유와 정의를 달성하는 건강한 방식임을 증명하고 있다.
강수돌 교수는 먼저 이런 운동의 출발점은 우리 각자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많은 한계가 있기에 뜻을 같이하는 각양각색의 풀뿌리 모임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그런 모임들을 통해 새로운 사회를 꿈꾸고 토론하고 실험함으로써 경쟁체제를 넘어선 대안사회로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를 불행으로 이끄는 이 경쟁사회를 넘어서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제대로 바라보고, 무엇을 제대로 실천해야 하는가를 제시해준다. 우리 사회의 병폐인 ‘경쟁’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나침반 역할을 함으로써, 한국사회를 근본적으로 치유해줄 수 있는 길을 찾는 데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해줄 것이다.
「1. 삶과 일, 가정에 대한 작은 에세이: ‘빨리빨리’ 문화와 ‘오래오래’ 노동의 뿌리」에서는 한국사회는 어떻게 일중독 사회가 될 수밖에 없었는가를 추적한다. 이런 일중독 사회를 넘어서기 위해 저자는 사유와 노동, 인간과 자연, 경제와 사회의 이분법을 넘어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2. 경쟁 압박은 어떻게 내면화하나?」에서 저자는 먼저 치열한 경쟁사회의 적나라한 모습을 ‘팔꿈치 사회’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사람들은 자본이 강제하는 생존경쟁을 마치 자신의 삶의 논리인 것처럼 굳게 받아들이는데, 저자는 이를 ‘경쟁의 내면화’라 한다. 「3. 경쟁에 대한 오해와 진실」에서 저자는 우리가 애써 외면한 경쟁의 불편한 진실들을 날카롭게 직시하고 있다. 아울러 모든 개인은 처음부터 ‘공동체적 개인’일 수밖에 없으며, 서로 소통하고 단결하면 ‘공동체의 희망’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역설한다. 「4. 경쟁교육의 허와 실: 학교가 가르치지 않은 열 가지」에서는 먼저 학교는 즐거운 배움의 공간이 아니라 첨예한 경쟁의 공간, 시험의 공포만 난무하는 암울한 공간이 되어버렸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이 장에서 특히 이 땅의 학부모들에게 간곡히 당부한다. 아이들을 메마른 생계의 길로 몰아넣기보다 꿈을 길로 이끌라고 그것만이 팔꿈치 사회를 넘어서는 길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5. 돈벌이 경쟁과 제도화된 무책임」에서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CSR)을 거론하지만 적대적 생존경쟁은 ‘제도화된 무책임’을 부르고 만다는 점을 지적한다. 「6. 무엇을 위한 구조조정인가?: 경쟁력 중심 vs. 삶의 질 중심 구조조정」에서는 삶의 질 중심의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과 분열의 노동현실을 극복하자고 제안한다. 「7. 덫에 걸린 신자유주의 세계화: 이윤 동기와 생존경쟁이 만든 거품의 붕괴」에서는 신자유주의의 전 지국적 경쟁 시스템, 자유무역협정이 전 세계 민중의 삶을 얼마나 파탄 지경으로 몰고 갔는지를 이야기하면서 이를 넘어서기 위한 전망으로 민중무역협정 등을 제시한다. 「8.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앙드레 고르와 이반 일리치에서 배우기」에서는 이미 선구적으로 현재의 경쟁 시스템의 한계를 지적하고 대안적 가치를 가꾼 사상적 선배들에 대한 고찰이다. 「9. 아들아, 너랑 살아서 참 기쁘구나!: 경쟁이 아닌 사랑이 인생살이의 핵심이다」는 저자가 아들에게 보내는 진솔한 편지로, 저자 자신의 자녀교육에 대한 실천의 면모를 엿보게 해준다.
▣ 작가 소개
저 : 강수돌
서울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독일 브레멘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강수돌 교수는 ‘돈의 경영’이 아닌 ‘삶의 경영’을 가르치고 실천하는 일에 힘쓰고 있다. 대학 교수인 그는 ‘나의 작은 실천’이 참 행복의 길을 열고 사회도 바꾼다는 믿음에서 2005년 5월부터 2010년 6월까지 5년간 시골 마을의 이장을 지낸 바 있고, 현재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경영학부 교수이다. 학교 근처 서당골에 귀틀집을 짓고. 가족과 텃밭을 일구며 세 명의 아이들을 자연 속에서 키웠고 자연이 주는 즐거움에 흠뻑 빠져 사는 그는, 돈벌이가 아닌 살림살이의 관점에서 사회와 삶을 바라보고 ‘아래로부터의 시각’으로 이웃과 역사를 바라볼 때 희망이 열리고 더불어 행복한 세상도 올 것이라 믿는다.
강수돌 박사는 주로 노동자의 삶의 질과 생활을 규정짓는 생태의 문제와 함께 노동의 조건들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아왔다. 세계화 담론에 대한 문제제기로서 외국인 노동자 -그가 주장하는 이주 노동자 -에 대한 연구 활동도 활발히 진행했다. 그의 이론은 기존의 전통적인 노사관계론 시각을 벗어나있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 경제 수치에 의존해 왔던 노동자의 삶을 적극성과 자기 조직화라는 근거로 새롭게 재구성하고 있는 하나의 다른 시각이다. 노동 과정에서의 노동자의 역할이나 민중 정치의 새로운 방향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면 강수돌 박사의 연구 흔적을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저서로 『노동을 보는 눈』, 『이장이 된 교수, 전원일기를 쓰다』,『내가 만일 대통령이라면』,『나부터 마을혁명』,『살림의 경제학』,『자본을 넘어, 노동을 넘어』,『지구를 구하는 경제책』,『나부터 교육혁명』 등이 있다. 이 책『팔꿈치 사회: 경쟁은 어떻게 내면화되는가』에는 강수돌 교수가 꿈꾸는 행복한 세상에 대한 염원과 혜안이 담겨 있다.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모두를 불행으로 이끄는 이 경쟁사회를 넘어서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제대로 바라보고, 무엇을 제대로 실천해야 하는가? 이런 면에서 이 책이 우리 사회의 병폐인 ‘경쟁’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나침반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
▣ 주요 목차
프롤로그: 우리는 언제쯤 경쟁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1. 삶과 일, 가정에 대한 작은 에세이: ‘빨리빨리’ 문화와 ‘오래오래’ 노동의 뿌리
2. 경쟁 압박은 어떻게 내면화하나?
3. 경쟁에 대한 오해와 진실
4. 경쟁교육의 허와 실: 학교가 가르치지 않은 열 가지
5. 돈벌이 경쟁과 제도화된 무책임
6. 무엇을 위한 구조조정인가?: 경쟁력 중심 vs. 삶의 질 중심 구조조정
7. 덫에 걸린 신자유주의 세계화: 이윤 동기와 생존 경쟁이 만든 거품의 붕괴
8.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앙드레 고르와 이반 일리치에서 배우기
9. 아들아, 너랑 살아서 참 기쁘구나!: 경쟁이 아닌 사랑이 인생살이의 핵심이다
에필로그: 호혜의 경제를 위하여
누가 보아도 반칙이 틀림없지만 팔꿈치로 치는 사람이 절묘하게 자기감정을 숨긴 채 마치 달리기 자세를 크게 하는 듯하면서 경쟁자인 옆 사람을 밀쳐낸다면 마치 규칙을 준수하며 달리는 것처럼 보이리라. 그리고 이런 사람이 일등자리를 차지하기는 매우 쉬울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일등’에게 박수를 보낸다. 칭찬을 하고 상을 주고 돈과 권력까지 안겨주는 경우도 흔하다. 그런 식으로 ‘팔꿈치 사회’에서 절묘한 반칙은 교묘히 ‘세탁’되고 만다. - 본문중에서
경쟁은 어떻게 내면화되는가?
우리가 애써 외면한 경쟁의 불편한 진실, 그 맨얼굴을 직시한다
강수돌 교수는 ‘팔꿈치 사회(Ellenbogengesellschaft)’라는 용어를 통해 경쟁사회의 극단적 모습을 설명한다. 원래 이 말은 독일어에서 왔는데, 독일에서 ‘올해의 단어’로 선정된 바 있다. 누가 보아도 반칙이 틀림없지만 옆 사람을 팔꿈치로 치며 앞만 보고 달려가는 ‘팔꿈치 사회’는 어느 사회보다도 치열한 경쟁의 굴레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한국사회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주는 말이다. 저자는 팔꿈치 사회 속에서 경쟁과 분열의 패러다임 안에서 오로지 더 높은 사다리 오르기 게임에 열중하는 이유를 ‘경쟁의 내면화’로 진단한다. 경쟁의 내면화는 자본이 강제하는 생존경쟁을 마치 자신의 삶의 논리인 것처럼 받아들이는 것이다. 경쟁이야말로 인간과 사회 발전의 효과적 방법이라는 지배자의 논리를 그대로 수용하며 경쟁을 합리화하게 된다. 그런 과정 속에서 자신을 ‘강자와 동일시’하는 심리적 기제가 작동하고, 자기소외와 자기배반이 일어난다.
강수돌 교수는 더 나아가 우리 애써 외면해왔던 경쟁의 불편한 진실들을 낱낱이 들추어낸다. ‘경쟁은 필연이 아니라 자본의 필요로 만들어졌다’, ‘경쟁에서는 누구도 영원한 승자가 될 수 없다’, ‘경쟁사회에서 나의 행복은 남의 불행을 전제로 한다’는 점들을 지적한다. 무엇보다 생존경쟁 시스템은 끊임없이 비인간화를 초래한다. 극소수의 존중 받을 사람과 대다수의 무시해도 좋을 사람으로 가른다. 극소수의 존중 받는 이들은 많은 경우 우월감에 젖어 살지만, 이것이 지나치면 타자를 멸시하기 쉽다. 반면 대부분의 존중 받지 못하는 이들은 열등감에 젖어 살면서 자기비하, 자신감과 자존감의 결여, 소극성, 피동성, 나아가 우울증까지 동반할 수 있다. 이런 경쟁사회의 어두운 그늘을 직시하는 건 편치 않지만 우리 사회의 수많은 폐단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피해갈 수 없는 일이다.
경쟁은 과연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우리 사회의 많은 폐단들은 경쟁체제의 파생물들이다
한국사회는 상당히 치열한 경쟁사회다. 특히 입시경쟁은 경쟁사회의 폐단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대학입시가 앞으로 인생을 결정한다고 생각하기에 온 나라가 입시에 혈안이 되어 있고, 특히 학부모의 불안감은 갈수록 가중된다. 학생들은 자신의 행복과 미래를 위해 공부한다고 하지만 정작 행복하지 않다. 입시의 중압감을 못 이겨 성적이 우수한 학생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지경이다. 학교는 배움의 기쁨이 아니라 시험의 공포가 지배하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학생들 사이의 폭력이나 왕따 현상도 결국 이러한 측면과 무관하지 않다. 강수돌 교수는 이 땅의 학부모들에게 생계에 갇힌 경쟁교육보다 꿈을 찾는 상생의 교육이 아이들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해준다는 점을, 그를 위해 두려움을 넘어서야 한다는 점을 간곡히 당부한다.
이런 입시경쟁에 버금가게 취업경쟁도 심각한 문제점을 양산해왔다. 한국사회는 1997년 IMF사태 이후 구조조정이 만연하면서 일자리가 불안정해기 시작했다. 갈수록 실업률이 증대하고 비정규직의 비중도 커져 사람들은 더욱 경쟁을 내면화하고 일중독증에 빠지게 되었다. 최근 수많은 노동자의 죽음도 경쟁력 중심의 구조조정의 폐단에서 비롯되었다. 저자는 삶의 질 중심의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과 분열의 노동현실을 극복하자고 제안한다. 그것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전략, 사회적 자원의 민주적 재분배 등을 골자로 한다.
한국사회의 경쟁구조는 궁극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불행을 전제로 지탱되고 있다. 철벽 같은 사회경제 시스템이 문제의 핵심이지만, 이는 동시에 그 시스템에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적응하고 동조하는 사람의 문제이기도 하다. 저자는 개인의 각성은 물론이거니와 이웃과 함께 사회를 바꾸어야 남을 짓밟아야 하는 ‘팔꿈치 사회’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다.
과연 누구를 위한 경쟁인가?
경쟁은 자본의 지배력을 강화시켜줄 뿐이다
세계시장을 둘러싼 상품경쟁은 어떤 상품이 승리하는가와 무관하게 자본주의 세계체제의 지배를 존속시키는 조건이 된다. 시장경쟁에 참여하는 순간, 그 승패와 무관하게 경쟁의 희생자가 된다. 나아가 그것을 넘어 (우리 모두를 지배하는) 자본의 지배력을 강화시켜주게 된다. 바로 이 점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자본주의 경쟁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것이다.
따라서 경쟁의 문제는 자본의 이해관계와 긴밀하게 연결될 수밖에 없다. 강수돌 교수는 요즘 많이 이야기되는 사회적 책임도 무한 경쟁과 무한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경제의 근본원리 때문에 나온 부산물이라 한다. 돈벌이 경쟁 시스템 속에서 기업들이 아무리 사회적 책임을 수행한다고 선전해도, 마침내 ‘제도화된 무책임’을 부르고 만다는 것이다. 돈벌이 그 자체가 목적이 됨으로써 다른 삶을 수단화, 도구화하고 심지어는 파괴, 착취, 억압한다. 사회책임경영이 아니라 사회적 무책임 경영이 판을 치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서해안 기름유출 사태, 쌍용자동차 사태, 삼성전자 백혈병 사례를 통해 기업의 무책임한 행태를 비판한다.
경쟁 시스템은 일국적 차원을 넘어 전 지구적 자본주의 시스템과도 깊게 연결된다. 저자는 2008년 금융위기는 자본주의 생존경쟁이 만든 거품의 붕괴로, 끊임없이 이윤을 추구하며 살벌한 경쟁을 부추기는 시스템 자체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특히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대의 온갖 자유무역협정은 자본 간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온 세상 사람들을 더욱 경쟁과 분열로 몰고가면서 전체를 효과적으로 지배하려는 자본의 전략이다. 특히 자유무역협정은 선진국이며 개방도상국이며 할 것 없이 전 세계의 민초들을 피폐한 삶으로 이끌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이에 대한 민초들의 저항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강수돌 교수는 이런 민초들의 저항과 더불어 2006년 볼리비아, 쿠바, 베네수엘라가 체결한 민중무역 협정에 주목한다. 이 민중무역은 국가주의에 갇혀 있는 등의 한계가 있지만 제국주의적 불평등 무역이나 초국적 자본에 의한 수탈에 맞서는 하나의 가능성으로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팔꿈치 사회, 일중독 사회, 승자독식 사회를 넘어서
사다리 질서가 아닌 원탁형 질서를 통해 협동의 대안사회를 만들어내자
저자는 경쟁이 발전의 밑거름이라고 믿었던 바를 되짚어야 한다고 한다. 생존경쟁은 단기적으로는 ‘너 죽고 나 살자’ 식의 적대적 경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너도 죽고 나도 죽는’ 공멸의 경쟁이라는 것이다. 이런 깨달음이 학교에서는 물론, 가정과 직장, 그리고 온 사회로 확장되고 공유되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경쟁과 분열이 아닌 연대와 협동의 새로운 원리가 우리 삶을 새롭게 짜는 근본원리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렇게 새로운 원리를 바탕으로 풀뿌리 민초들의 입장에서 사회경제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대학이나 기업이 소수의 기득권 집단을 중심으로 피라미드처럼 수직 계열화된 현실, 다시 말해 ‘사다리 질서’가 아닌 모두가 오손도순 둘러앉아 나누는 ‘원탁형 질서’로 바꾸어야 한다. 이것은 힘센 상부의 소수가 약한 하부의 대다수를 차별하고 착취하는 구조를 타파하고, 상부상조하는 호혜의 살림살이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저자는 원래 사람이 살아가는 원리는 경쟁이 아니라 협동이며, 서로 돕고 나누는 가운데 온갖 역경도 이겨내며 같이 살아온 것이 인류의 생존방식이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 단초로서 ‘오래된 미래’인 북미 원주민, 호주나 남태평양의 원주민들, 히말라야 산맥 주변의 라다크 마을과 같은 전통 공동체 마을, 두레와 품앗이 같은 우애와 호혜의 전통이 있던 우리의 전통마을들을 들고 있다. 오늘날도 스페인의 몬드라곤 협동조합이나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은행(마을은행) 같은, 협력적이고 연대적인 경제방식이야말로 평화와 평등, 자유와 정의를 달성하는 건강한 방식임을 증명하고 있다.
강수돌 교수는 먼저 이런 운동의 출발점은 우리 각자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많은 한계가 있기에 뜻을 같이하는 각양각색의 풀뿌리 모임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그런 모임들을 통해 새로운 사회를 꿈꾸고 토론하고 실험함으로써 경쟁체제를 넘어선 대안사회로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를 불행으로 이끄는 이 경쟁사회를 넘어서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제대로 바라보고, 무엇을 제대로 실천해야 하는가를 제시해준다. 우리 사회의 병폐인 ‘경쟁’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나침반 역할을 함으로써, 한국사회를 근본적으로 치유해줄 수 있는 길을 찾는 데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해줄 것이다.
「1. 삶과 일, 가정에 대한 작은 에세이: ‘빨리빨리’ 문화와 ‘오래오래’ 노동의 뿌리」에서는 한국사회는 어떻게 일중독 사회가 될 수밖에 없었는가를 추적한다. 이런 일중독 사회를 넘어서기 위해 저자는 사유와 노동, 인간과 자연, 경제와 사회의 이분법을 넘어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2. 경쟁 압박은 어떻게 내면화하나?」에서 저자는 먼저 치열한 경쟁사회의 적나라한 모습을 ‘팔꿈치 사회’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사람들은 자본이 강제하는 생존경쟁을 마치 자신의 삶의 논리인 것처럼 굳게 받아들이는데, 저자는 이를 ‘경쟁의 내면화’라 한다. 「3. 경쟁에 대한 오해와 진실」에서 저자는 우리가 애써 외면한 경쟁의 불편한 진실들을 날카롭게 직시하고 있다. 아울러 모든 개인은 처음부터 ‘공동체적 개인’일 수밖에 없으며, 서로 소통하고 단결하면 ‘공동체의 희망’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역설한다. 「4. 경쟁교육의 허와 실: 학교가 가르치지 않은 열 가지」에서는 먼저 학교는 즐거운 배움의 공간이 아니라 첨예한 경쟁의 공간, 시험의 공포만 난무하는 암울한 공간이 되어버렸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이 장에서 특히 이 땅의 학부모들에게 간곡히 당부한다. 아이들을 메마른 생계의 길로 몰아넣기보다 꿈을 길로 이끌라고 그것만이 팔꿈치 사회를 넘어서는 길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5. 돈벌이 경쟁과 제도화된 무책임」에서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CSR)을 거론하지만 적대적 생존경쟁은 ‘제도화된 무책임’을 부르고 만다는 점을 지적한다. 「6. 무엇을 위한 구조조정인가?: 경쟁력 중심 vs. 삶의 질 중심 구조조정」에서는 삶의 질 중심의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과 분열의 노동현실을 극복하자고 제안한다. 「7. 덫에 걸린 신자유주의 세계화: 이윤 동기와 생존경쟁이 만든 거품의 붕괴」에서는 신자유주의의 전 지국적 경쟁 시스템, 자유무역협정이 전 세계 민중의 삶을 얼마나 파탄 지경으로 몰고 갔는지를 이야기하면서 이를 넘어서기 위한 전망으로 민중무역협정 등을 제시한다. 「8.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앙드레 고르와 이반 일리치에서 배우기」에서는 이미 선구적으로 현재의 경쟁 시스템의 한계를 지적하고 대안적 가치를 가꾼 사상적 선배들에 대한 고찰이다. 「9. 아들아, 너랑 살아서 참 기쁘구나!: 경쟁이 아닌 사랑이 인생살이의 핵심이다」는 저자가 아들에게 보내는 진솔한 편지로, 저자 자신의 자녀교육에 대한 실천의 면모를 엿보게 해준다.
▣ 작가 소개
저 : 강수돌
서울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독일 브레멘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강수돌 교수는 ‘돈의 경영’이 아닌 ‘삶의 경영’을 가르치고 실천하는 일에 힘쓰고 있다. 대학 교수인 그는 ‘나의 작은 실천’이 참 행복의 길을 열고 사회도 바꾼다는 믿음에서 2005년 5월부터 2010년 6월까지 5년간 시골 마을의 이장을 지낸 바 있고, 현재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경영학부 교수이다. 학교 근처 서당골에 귀틀집을 짓고. 가족과 텃밭을 일구며 세 명의 아이들을 자연 속에서 키웠고 자연이 주는 즐거움에 흠뻑 빠져 사는 그는, 돈벌이가 아닌 살림살이의 관점에서 사회와 삶을 바라보고 ‘아래로부터의 시각’으로 이웃과 역사를 바라볼 때 희망이 열리고 더불어 행복한 세상도 올 것이라 믿는다.
강수돌 박사는 주로 노동자의 삶의 질과 생활을 규정짓는 생태의 문제와 함께 노동의 조건들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아왔다. 세계화 담론에 대한 문제제기로서 외국인 노동자 -그가 주장하는 이주 노동자 -에 대한 연구 활동도 활발히 진행했다. 그의 이론은 기존의 전통적인 노사관계론 시각을 벗어나있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 경제 수치에 의존해 왔던 노동자의 삶을 적극성과 자기 조직화라는 근거로 새롭게 재구성하고 있는 하나의 다른 시각이다. 노동 과정에서의 노동자의 역할이나 민중 정치의 새로운 방향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면 강수돌 박사의 연구 흔적을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저서로 『노동을 보는 눈』, 『이장이 된 교수, 전원일기를 쓰다』,『내가 만일 대통령이라면』,『나부터 마을혁명』,『살림의 경제학』,『자본을 넘어, 노동을 넘어』,『지구를 구하는 경제책』,『나부터 교육혁명』 등이 있다. 이 책『팔꿈치 사회: 경쟁은 어떻게 내면화되는가』에는 강수돌 교수가 꿈꾸는 행복한 세상에 대한 염원과 혜안이 담겨 있다.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모두를 불행으로 이끄는 이 경쟁사회를 넘어서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제대로 바라보고, 무엇을 제대로 실천해야 하는가? 이런 면에서 이 책이 우리 사회의 병폐인 ‘경쟁’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나침반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
▣ 주요 목차
프롤로그: 우리는 언제쯤 경쟁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1. 삶과 일, 가정에 대한 작은 에세이: ‘빨리빨리’ 문화와 ‘오래오래’ 노동의 뿌리
2. 경쟁 압박은 어떻게 내면화하나?
3. 경쟁에 대한 오해와 진실
4. 경쟁교육의 허와 실: 학교가 가르치지 않은 열 가지
5. 돈벌이 경쟁과 제도화된 무책임
6. 무엇을 위한 구조조정인가?: 경쟁력 중심 vs. 삶의 질 중심 구조조정
7. 덫에 걸린 신자유주의 세계화: 이윤 동기와 생존 경쟁이 만든 거품의 붕괴
8.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앙드레 고르와 이반 일리치에서 배우기
9. 아들아, 너랑 살아서 참 기쁘구나!: 경쟁이 아닌 사랑이 인생살이의 핵심이다
에필로그: 호혜의 경제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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