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전쟁과 평화를 생각하는 어린이 철학 동화
고정관념이라는 괴물에 사로잡힌 어른들은 몰라요,
어린이 눈높이로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출세, 돈, 권력, 그리고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어른들 세계를
언어유희와 어린이식 역발상으로 신랄하게 꼬집는 풍자 동화
이 책은 일본에서 어린이 대통령이라는 제목으로 2001년 발행되었다가 절판되었는데, 이후 저자는 복간을 바라는 독자 편지를 1,000통이 넘게 받았다고 한다. 1,000명이 넘는 독자들의 목소리가 이 책 만약 여덟 살 어린이가 대통령이 된다면을 되살린 것이다. 이러한 힘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어린이들도 어른들의 세계로만 인식되는 정치, 경제, 사회 이슈에 대해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는 작가의 주제의식이 어린이 독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은 아닐까?
작가 가노 마코토는 ‘출세’ ‘돈’ ‘권력’과 같은 ‘욕망’에 사로잡힌 어른들 세계를 언어유희와 어린이식 역발상으로 유머러스하면서도 신랄하게 꼬집는다.
작품에 등장하는 정치인들과 군인들은 이름부터 우스꽝스럽다.
보수당의 ‘이유있지’ 장관은 지는 것을 싫어하고 보수당에서도 능구렁이 영감으로 통하는데, 언제나 자기만 진실을 안다는 얼굴을 하고 있다. 그래서 상대방이 어떤 비밀 정보를 가지고 있어도 “사실은 말이야, 진실은 말이지…….” 하면서 마치 진실은 따로 있는 것처럼 말하는 버릇이 있다. 이런 ‘이유있지’ 장관이 대통령으로 미는 인물은 ‘일꾸미지’ 의원이다.(18쪽)
공화당 ‘구워삶지’ 장관은 어떤 일로 옥신각신하고 있을 때,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사람에게 다가가 그럴듯한 말을 속닥거리며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데 능수능란한 사람이다. “뜬금없네만…….” 하면서 곧장 대화에 끼어드는 버릇이 있다. 구워삶지 장관 얘기를 듣다 보면 어느 순간 장관의 말이 마치 자신이 전부터 생각해 온 것인 양 착각하게 되는데, 그 비결은 언제나 싱글벙글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구워삶지 장관의 외모에 있다. 실은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는데도 아주 혈색 좋게 붉은색을 띠며 부들부들한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은 표정에 모두 속아 넘어가는 것이다.(19쪽)
이 밖에도 또랑초롱을 찾아내는 데 일조한 르포 작가 ‘밥 찔러스’, 법왕청 장로 ‘민감하지’, 쿠데타를 계획하는 ‘쇠망치’ 참모총장, 또랑초롱에게 군대 폐지 명령을 거두어 달라고 말하는 ‘아마겟돈’ 사령관, 그리고 쿠스타리아와 군사협정을 맺은 ‘아메리어카제국’ 비밀정보국의 ‘교활스’ 국장이 있다.
또랑초롱이 초대 대통령이 되기 전, 귀족원 의원들 중에서 뽑힌 수상들은 모두 자신과 자기 무리에게 이로운 정치만 했던 사람들이다. 국민들 사이에서 이제는 “우리 중에서” “바른 지도자를 바르게 뽑자!”고 하여 평론가와 정치가, 공무원과 학자 들이 왁자지껄하게 거듭 토론을 하지만 결론은 나지 않는다. 쿠스타리아에서도 잘났다는 사람들은 스스로 책임질 말은 하지 않으려는 이상한 습관이 있었기 때문이다.(11쪽) 또한 정치가나 공무원은 ‘무엇보다도 국민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사람, 자애롭고 사사로운 욕심이 없는 사람’은 이 세상에 있을 리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15쪽)
슈퍼컴퓨터 가이아가 대통령을 뽑게 하기로 정했어도 이유있지 장관과 구워���장관은 과학아카데미 기술자를 찾아가 자신이 미는 사람이 대통령에 뽑히게 하려고 몰래 일을 꾸민다.(16~24쪽) 군인들은 겉으로만 군대를 없애는 척하고, 또랑초롱 대통령을 몰아낼 쿠데타를 일으키려 한다.(61~69쪽)
어른들은 ‘적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려면 군대가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실은 전쟁은 ‘경제 정책’이라는 것도 또랑초롱과 이유있지 장관의 대화에서 드러난다. “전쟁이라는 것은 경제 정책이지요. 누군가가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려고 하거나 다른 사람보다 무언가를 더 얻고 싶어 할 때 일어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우리 나라를 공격할 만큼, 우리 나라에서 얻을 만한 게 있나요?” “다행스럽게도 우리 나라에는 석유도 나지 않고, 다른 나라가 탐낼 만한 자원도 없습니다.”(87~88쪽)
언뜻 보면 단순하고 멍청해 보이는 철부지 꼬맹이 또랑초롱은 “누구든 전쟁은 싫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러니까 군대는 필요 없는 것 아닌가요?” “그렇다면 군대를 없애도 괜찮겠네요. 적이라는 것은 지금 어디에도 없으니까요. 여러분, 처음 약속한 대로 정해진 것은 꼭 지켜 주세요.”처럼 평범하면서도 단순한 발상으로 군대를 구조대로 만들고 무기가 아닌 구조 도구를 만들게 함으로써 평화의 길로 어른들을 이끈다.
군대가 없으면 적국이 쳐들어오고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어른들은 말하지만, 이 작품에 등장하는 ‘스위트리아’처럼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는 영세중립국이고, 중남미에 있는 코스타리카는 1948년에 실제로 군대를 폐지했다. 코스타리카는 ‘쿠스타리아’처럼 NGO와 여러 나라들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면서 세계를 주도하는 ‘인권 공헌 국가’의 이미지를 만들어 냈고, 국제사회에서 ‘코스타리카 지지자’를 늘려 나가고 있으며, 이것이 코스타리카에는 하나의 ‘방위력’이 되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어린애가 뭘 하겠느냐고? 군대가 없으면 국민을 보호할 수 없다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전쟁도 각오해야 한다고? 쿠스타리아의 여덟 살 대통령 또랑초롱은 보여 준다. 어린이 눈높이로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면 얼토당토않고 터무니없어 보이는 일들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과 나라들이 있다는 것을! 어른들이 보기에 얼토당토않고 터무니없어 보이는 그 일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어떤 사람이 바른 지도자일까?
국민들을 위하는 대통령은 정말 없는 걸까?
커다란 지구 동쪽 바다 끝, 숲이 울창하고 맑은 물이 흐르는 아름다운 나라 쿠스타리아는 사람들이 모두 부지런하고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부자 나라이다. 그런데 쿠스타리아 국민들은 자기 손으로 직접 수상을 뽑아 본 일이 없다. 지금까지는 귀족원 의원들이 귀족원 의원들 중에서 수상을 뽑아 왔다. 그런 쿠스타리아에 새로운 목소리가 퍼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수상이 된 사람들은 국민 모두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뽑아 준 ‘동료’를 위해서만 일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귀족원 의원이 아니라 일반 사람들 중에서 대통령을 정하자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 중에서는 아무도 대통령 후보로 나서질 않았다. 그게 그럴 수밖에……. 어제까지 채소를 길렀거나 월급쟁이였던 사람이 “그래, 대통령이나 한번 해 볼까!” 하며 쉽게 나설 리가 없으니까. 그래서 과학아카데미가 개발한 슈퍼컴퓨터 ‘가이아’가 초대 대통령을 결정하자는 새로운 방법이 나왔고, 전 국민의 유전자 디엔에이 정보를 포함한 모든 자료를 컴퓨터에 담았다.
슈퍼컴퓨터 가이아가 쿠스타리아 대통령을 뽑는 기준은? 첫째, 그런대로 아는 것이 많고 시야가 넓은 사람. 둘째, 외국인과 대화하는 것을 겁내지 않고 국제적 감각이 있는 사람. 셋째, 무엇보다도 국민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사람. 넷째, 자애롭고 사사로운 욕심이 없는 사람. 사람들은 대부분 새로운 대통령이 누가 될까 잔뜩 기대하고 있었지만, 어리석다며 코웃음 치는 사람도 있었다. 특히 셋째, 넷째 기준에 맞는 그런 사람은 있을 리 없다며. 그들은 주로 정치인과 공무원들이다. 국민들을 위하는 대통령은 정말 없는 걸까?
쿠스타리아 초대 대통령이 된 여덟 살 또랑초롱
어린이 대통령이 펼치는 아슬아슬 국정 운영
귀족원 정치인들은 자신들이 미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게 하려고 뒤에서 몰래 일을 꾸미지만, 쿠스타리아 초대 대통령이 된 사람은 농가에서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여덟 살 어린이 또랑초롱이다. 애송이 꼬맹이가 뭘 하겠느냐며 보수당 의원들은 선거를 다시 하자고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치적으로 보수당보다 세력이 약했던 공화당 의원들은 이것이 자신들에게는 기회라고 여겨 이에 맞선다.
대통령에 취임한 또랑초롱은 정해진 것은 모두에게 알리고, 그러기 위해서 의회는 텔레비전으로 생중계하고, 정해진 것은 모두 지키자고 제안한다. 지금까지 귀족원이 읽어 주는 대로 보도할 수밖에 없었던 매스컴은 크게 반겼지만, 장관을 비롯해 공무원들과 의원들은 당혹스러워한다.
또랑초롱은 여기에 한술 더 떠 어른들이 생각하기에 아주 터무니없는 결정을 내린다. 바로 군대를 없애는 것. 왜냐면 아이든 어른이든 남자든 여자든 전쟁을 싫어하니까. 군대를 없앤다는 발표에 의원들은 긴급하게 회의를 열고 군대가 없어지면 다른 나라가 쳐들어올 것이고, 적국만 좋아할 뿐이라며 또랑초롱에게 따진다. 그렇지만 적이 실체가 없다는 것을 안 또랑초롱은 결정을 바꾸지 않는다. 그러자 급기야 군인들은 또랑초롱을 몰아내고 새로운 대통령을 세우려고 한다.
전쟁은 싫다면서 왜 군대를 없애지 않는 걸까?
군인 말고 구조대원, 무기 말고 구조 도구
쿠데타를 계획하는 군인들과는 별개로 이유있지 장관은 군대가 없어지면 군인들은 물론 무기를 만들던 사람들과 그 가족들의 생계가 위태롭게 될 것이라며 또랑초롱을 설득하려고 한다. 전쟁은 사람들 마음속에서 일어난다고 한 엄마의 말을 떠올린 또랑초롱은 군인들과 무기를 만드는 사람들, 그리고 그 가족들을 위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한다. 또랑초롱은 폭탄이 떨어지고, 사람들이 서로 싸우고, 부상당한 병사들이 신음하고 있는 전쟁 장면과 이 세상에서 전쟁이 사라지게 해 달라고, 싸우려고 하는 마음이 사라지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사람들을 상상한다. 그러고는 사람들에게는 ‘싸우는 마음’보다 ‘평화를 바라고 기도하는 마음’이 더 세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랑초롱은 의원들을 모두 불러 군대를 구조대로 바꾸고, 무기가 아니라 사람이나 동물을 구조하는 도구를 만들겠다고 선언한다. 뜻밖에도 이 선언을 특히 반긴 사람들은 대부분 군대에 있던 사람들과 무기를 만들던 사람들이었다. “잘됐어. 이렇게 되면 죽지 않고 살 수 있어!” “전쟁은 정말 싫어. 여자 친구랑 데이트도 하고 싶고…….” 군인들은 속에 품고 있던 진짜 마음을 털어놓았다. “아빠는 회사에서 무얼 만들어?”라고 아이가 물으면, ‘사람을 죽이는 도구’라고는 차마 말하지 못했던 부모들이 이제는 “어디서든 사람을 도울 수 있는 탈것이야.” “상처 입은 동물을 돕는 도구야.”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군대가 사라진 쿠스타리아는 어떻게 되었을까? 어른들 말대로 다른 나라가 쳐들어왔을까? 이제는 구조대가 된 군인들은, 전에는 무기를 만들던 사람들이 만든 구조 도구를 어깨에 메고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으로 가서 그 어느 때보다도 열심히 자신이 맡은 임무에 최선을 다한다.
세계는 지금 엄청나게 달라지려 하고 있습니다.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는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 마음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랑초롱은 꾸밈없고 티 없이 밝은 어린이다운 마음으로 단지 자신이 바라는 것을 행동으로 옮긴 것뿐이었지만, 나는 무엇인가 위대한 힘을 느꼈습니다.
성서에 있는 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하나님을 볼 것이로다.’
나도 또랑초롱처럼 욕심을 채우려는 마음이나 나쁜 생각이 내안에서 사라지기를 바랍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몸에 달라붙은 무거운 갑옷을 벗어던지고, 내 안에 있는 ‘순수한 어린이’를 찾으려고 합니다.
▣ 작가 소개
글 : 가노 마코토
문학을 공부했어요. 글을 쓰고 옮기는 일을 하면서 한때 어린이환경교육연구소 일을 맡기도 했어요. 이것이 인연이 되어 1992년에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지구 서밋에 참가했어요. 지금은 몸 건강에 관심을 갖고 ‘자기 면역력 강화법 보디 라이트닝Body Lightening'' 활동을 펼치고 있어요. 지은 책으로 『힐링 바이블』 『치유하고 치유받기』 『인생을 바꾸는 힌트』 『참된 나를 찾는 방법』 『아이를 살리는 빛의 날들』 들이 있어요.
그림 : 김잔디
애니메이션을 공부했어요. 영상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지금은 어린이 그림책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괴상한 얼굴과 악당들, 못생기고 재미있는 캐릭터를 자주 그립니다. 요즘은 귀엽고 앙증맞은 그림에 도전하고 있어요. 청소년 소설 《왕땅 실험 생중계》 표지 그림을 그렸어요.
역자 : 채붕
문학을 공부했어요. 방송국에서 라디오 방송 일도 하고, 일본에서 한국어도 가르쳐 보았어요. 이러한 경험이 거름이 되어 우리말과 글에 더 많이 관심을 갖게 되었고, 나이 서른이 넘은 뒤에야 오래도록 즐기면서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일을 찾았어요. 바로 책을 기획하고 편집하고 옮기는 일이에요. 물론 늘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어서 슬프고 언짢고 고통스러운 날도 적지 않지만 아직은 이 매력적인 세계에 폭 빠져 있는 행복한 시시포스랍니다.
▣ 주요 목차
1장 쿠스타리아
2장 가이아
3장 선택된 사람
4장 또랑초롱
5장 첫 약속
6장 슬금슬금 다가오는 쿠데타의 그림자
7장 메이플과 또랑초롱
8장 아마겟돈과 사령관
9장 끝없는 흐름
10장 구조대
11장 세계 어디선가
에필로그 꿈은 거듭되는데
후기 밝은 미래를 그리는 또랑초롱
전쟁과 평화를 생각하는 어린이 철학 동화
고정관념이라는 괴물에 사로잡힌 어른들은 몰라요,
어린이 눈높이로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출세, 돈, 권력, 그리고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어른들 세계를
언어유희와 어린이식 역발상으로 신랄하게 꼬집는 풍자 동화
이 책은 일본에서 어린이 대통령이라는 제목으로 2001년 발행되었다가 절판되었는데, 이후 저자는 복간을 바라는 독자 편지를 1,000통이 넘게 받았다고 한다. 1,000명이 넘는 독자들의 목소리가 이 책 만약 여덟 살 어린이가 대통령이 된다면을 되살린 것이다. 이러한 힘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어린이들도 어른들의 세계로만 인식되는 정치, 경제, 사회 이슈에 대해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는 작가의 주제의식이 어린이 독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은 아닐까?
작가 가노 마코토는 ‘출세’ ‘돈’ ‘권력’과 같은 ‘욕망’에 사로잡힌 어른들 세계를 언어유희와 어린이식 역발상으로 유머러스하면서도 신랄하게 꼬집는다.
작품에 등장하는 정치인들과 군인들은 이름부터 우스꽝스럽다.
보수당의 ‘이유있지’ 장관은 지는 것을 싫어하고 보수당에서도 능구렁이 영감으로 통하는데, 언제나 자기만 진실을 안다는 얼굴을 하고 있다. 그래서 상대방이 어떤 비밀 정보를 가지고 있어도 “사실은 말이야, 진실은 말이지…….” 하면서 마치 진실은 따로 있는 것처럼 말하는 버릇이 있다. 이런 ‘이유있지’ 장관이 대통령으로 미는 인물은 ‘일꾸미지’ 의원이다.(18쪽)
공화당 ‘구워삶지’ 장관은 어떤 일로 옥신각신하고 있을 때,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사람에게 다가가 그럴듯한 말을 속닥거리며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데 능수능란한 사람이다. “뜬금없네만…….” 하면서 곧장 대화에 끼어드는 버릇이 있다. 구워삶지 장관 얘기를 듣다 보면 어느 순간 장관의 말이 마치 자신이 전부터 생각해 온 것인 양 착각하게 되는데, 그 비결은 언제나 싱글벙글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구워삶지 장관의 외모에 있다. 실은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는데도 아주 혈색 좋게 붉은색을 띠며 부들부들한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은 표정에 모두 속아 넘어가는 것이다.(19쪽)
이 밖에도 또랑초롱을 찾아내는 데 일조한 르포 작가 ‘밥 찔러스’, 법왕청 장로 ‘민감하지’, 쿠데타를 계획하는 ‘쇠망치’ 참모총장, 또랑초롱에게 군대 폐지 명령을 거두어 달라고 말하는 ‘아마겟돈’ 사령관, 그리고 쿠스타리아와 군사협정을 맺은 ‘아메리어카제국’ 비밀정보국의 ‘교활스’ 국장이 있다.
또랑초롱이 초대 대통령이 되기 전, 귀족원 의원들 중에서 뽑힌 수상들은 모두 자신과 자기 무리에게 이로운 정치만 했던 사람들이다. 국민들 사이에서 이제는 “우리 중에서” “바른 지도자를 바르게 뽑자!”고 하여 평론가와 정치가, 공무원과 학자 들이 왁자지껄하게 거듭 토론을 하지만 결론은 나지 않는다. 쿠스타리아에서도 잘났다는 사람들은 스스로 책임질 말은 하지 않으려는 이상한 습관이 있었기 때문이다.(11쪽) 또한 정치가나 공무원은 ‘무엇보다도 국민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사람, 자애롭고 사사로운 욕심이 없는 사람’은 이 세상에 있을 리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15쪽)
슈퍼컴퓨터 가이아가 대통령을 뽑게 하기로 정했어도 이유있지 장관과 구워���장관은 과학아카데미 기술자를 찾아가 자신이 미는 사람이 대통령에 뽑히게 하려고 몰래 일을 꾸민다.(16~24쪽) 군인들은 겉으로만 군대를 없애는 척하고, 또랑초롱 대통령을 몰아낼 쿠데타를 일으키려 한다.(61~69쪽)
어른들은 ‘적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려면 군대가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실은 전쟁은 ‘경제 정책’이라는 것도 또랑초롱과 이유있지 장관의 대화에서 드러난다. “전쟁이라는 것은 경제 정책이지요. 누군가가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려고 하거나 다른 사람보다 무언가를 더 얻고 싶어 할 때 일어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우리 나라를 공격할 만큼, 우리 나라에서 얻을 만한 게 있나요?” “다행스럽게도 우리 나라에는 석유도 나지 않고, 다른 나라가 탐낼 만한 자원도 없습니다.”(87~88쪽)
언뜻 보면 단순하고 멍청해 보이는 철부지 꼬맹이 또랑초롱은 “누구든 전쟁은 싫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러니까 군대는 필요 없는 것 아닌가요?” “그렇다면 군대를 없애도 괜찮겠네요. 적이라는 것은 지금 어디에도 없으니까요. 여러분, 처음 약속한 대로 정해진 것은 꼭 지켜 주세요.”처럼 평범하면서도 단순한 발상으로 군대를 구조대로 만들고 무기가 아닌 구조 도구를 만들게 함으로써 평화의 길로 어른들을 이끈다.
군대가 없으면 적국이 쳐들어오고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어른들은 말하지만, 이 작품에 등장하는 ‘스위트리아’처럼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는 영세중립국이고, 중남미에 있는 코스타리카는 1948년에 실제로 군대를 폐지했다. 코스타리카는 ‘쿠스타리아’처럼 NGO와 여러 나라들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면서 세계를 주도하는 ‘인권 공헌 국가’의 이미지를 만들어 냈고, 국제사회에서 ‘코스타리카 지지자’를 늘려 나가고 있으며, 이것이 코스타리카에는 하나의 ‘방위력’이 되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어린애가 뭘 하겠느냐고? 군대가 없으면 국민을 보호할 수 없다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전쟁도 각오해야 한다고? 쿠스타리아의 여덟 살 대통령 또랑초롱은 보여 준다. 어린이 눈높이로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면 얼토당토않고 터무니없어 보이는 일들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과 나라들이 있다는 것을! 어른들이 보기에 얼토당토않고 터무니없어 보이는 그 일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어떤 사람이 바른 지도자일까?
국민들을 위하는 대통령은 정말 없는 걸까?
커다란 지구 동쪽 바다 끝, 숲이 울창하고 맑은 물이 흐르는 아름다운 나라 쿠스타리아는 사람들이 모두 부지런하고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부자 나라이다. 그런데 쿠스타리아 국민들은 자기 손으로 직접 수상을 뽑아 본 일이 없다. 지금까지는 귀족원 의원들이 귀족원 의원들 중에서 수상을 뽑아 왔다. 그런 쿠스타리아에 새로운 목소리가 퍼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수상이 된 사람들은 국민 모두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뽑아 준 ‘동료’를 위해서만 일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귀족원 의원이 아니라 일반 사람들 중에서 대통령을 정하자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 중에서는 아무도 대통령 후보로 나서질 않았다. 그게 그럴 수밖에……. 어제까지 채소를 길렀거나 월급쟁이였던 사람이 “그래, 대통령이나 한번 해 볼까!” 하며 쉽게 나설 리가 없으니까. 그래서 과학아카데미가 개발한 슈퍼컴퓨터 ‘가이아’가 초대 대통령을 결정하자는 새로운 방법이 나왔고, 전 국민의 유전자 디엔에이 정보를 포함한 모든 자료를 컴퓨터에 담았다.
슈퍼컴퓨터 가이아가 쿠스타리아 대통령을 뽑는 기준은? 첫째, 그런대로 아는 것이 많고 시야가 넓은 사람. 둘째, 외국인과 대화하는 것을 겁내지 않고 국제적 감각이 있는 사람. 셋째, 무엇보다도 국민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사람. 넷째, 자애롭고 사사로운 욕심이 없는 사람. 사람들은 대부분 새로운 대통령이 누가 될까 잔뜩 기대하고 있었지만, 어리석다며 코웃음 치는 사람도 있었다. 특히 셋째, 넷째 기준에 맞는 그런 사람은 있을 리 없다며. 그들은 주로 정치인과 공무원들이다. 국민들을 위하는 대통령은 정말 없는 걸까?
쿠스타리아 초대 대통령이 된 여덟 살 또랑초롱
어린이 대통령이 펼치는 아슬아슬 국정 운영
귀족원 정치인들은 자신들이 미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게 하려고 뒤에서 몰래 일을 꾸미지만, 쿠스타리아 초대 대통령이 된 사람은 농가에서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여덟 살 어린이 또랑초롱이다. 애송이 꼬맹이가 뭘 하겠느냐며 보수당 의원들은 선거를 다시 하자고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치적으로 보수당보다 세력이 약했던 공화당 의원들은 이것이 자신들에게는 기회라고 여겨 이에 맞선다.
대통령에 취임한 또랑초롱은 정해진 것은 모두에게 알리고, 그러기 위해서 의회는 텔레비전으로 생중계하고, 정해진 것은 모두 지키자고 제안한다. 지금까지 귀족원이 읽어 주는 대로 보도할 수밖에 없었던 매스컴은 크게 반겼지만, 장관을 비롯해 공무원들과 의원들은 당혹스러워한다.
또랑초롱은 여기에 한술 더 떠 어른들이 생각하기에 아주 터무니없는 결정을 내린다. 바로 군대를 없애는 것. 왜냐면 아이든 어른이든 남자든 여자든 전쟁을 싫어하니까. 군대를 없앤다는 발표에 의원들은 긴급하게 회의를 열고 군대가 없어지면 다른 나라가 쳐들어올 것이고, 적국만 좋아할 뿐이라며 또랑초롱에게 따진다. 그렇지만 적이 실체가 없다는 것을 안 또랑초롱은 결정을 바꾸지 않는다. 그러자 급기야 군인들은 또랑초롱을 몰아내고 새로운 대통령을 세우려고 한다.
전쟁은 싫다면서 왜 군대를 없애지 않는 걸까?
군인 말고 구조대원, 무기 말고 구조 도구
쿠데타를 계획하는 군인들과는 별개로 이유있지 장관은 군대가 없어지면 군인들은 물론 무기를 만들던 사람들과 그 가족들의 생계가 위태롭게 될 것이라며 또랑초롱을 설득하려고 한다. 전쟁은 사람들 마음속에서 일어난다고 한 엄마의 말을 떠올린 또랑초롱은 군인들과 무기를 만드는 사람들, 그리고 그 가족들을 위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한다. 또랑초롱은 폭탄이 떨어지고, 사람들이 서로 싸우고, 부상당한 병사들이 신음하고 있는 전쟁 장면과 이 세상에서 전쟁이 사라지게 해 달라고, 싸우려고 하는 마음이 사라지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사람들을 상상한다. 그러고는 사람들에게는 ‘싸우는 마음’보다 ‘평화를 바라고 기도하는 마음’이 더 세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랑초롱은 의원들을 모두 불러 군대를 구조대로 바꾸고, 무기가 아니라 사람이나 동물을 구조하는 도구를 만들겠다고 선언한다. 뜻밖에도 이 선언을 특히 반긴 사람들은 대부분 군대에 있던 사람들과 무기를 만들던 사람들이었다. “잘됐어. 이렇게 되면 죽지 않고 살 수 있어!” “전쟁은 정말 싫어. 여자 친구랑 데이트도 하고 싶고…….” 군인들은 속에 품고 있던 진짜 마음을 털어놓았다. “아빠는 회사에서 무얼 만들어?”라고 아이가 물으면, ‘사람을 죽이는 도구’라고는 차마 말하지 못했던 부모들이 이제는 “어디서든 사람을 도울 수 있는 탈것이야.” “상처 입은 동물을 돕는 도구야.”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군대가 사라진 쿠스타리아는 어떻게 되었을까? 어른들 말대로 다른 나라가 쳐들어왔을까? 이제는 구조대가 된 군인들은, 전에는 무기를 만들던 사람들이 만든 구조 도구를 어깨에 메고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으로 가서 그 어느 때보다도 열심히 자신이 맡은 임무에 최선을 다한다.
세계는 지금 엄청나게 달라지려 하고 있습니다.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는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 마음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랑초롱은 꾸밈없고 티 없이 밝은 어린이다운 마음으로 단지 자신이 바라는 것을 행동으로 옮긴 것뿐이었지만, 나는 무엇인가 위대한 힘을 느꼈습니다.
성서에 있는 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하나님을 볼 것이로다.’
나도 또랑초롱처럼 욕심을 채우려는 마음이나 나쁜 생각이 내안에서 사라지기를 바랍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몸에 달라붙은 무거운 갑옷을 벗어던지고, 내 안에 있는 ‘순수한 어린이’를 찾으려고 합니다.
▣ 작가 소개
글 : 가노 마코토
문학을 공부했어요. 글을 쓰고 옮기는 일을 하면서 한때 어린이환경교육연구소 일을 맡기도 했어요. 이것이 인연이 되어 1992년에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지구 서밋에 참가했어요. 지금은 몸 건강에 관심을 갖고 ‘자기 면역력 강화법 보디 라이트닝Body Lightening'' 활동을 펼치고 있어요. 지은 책으로 『힐링 바이블』 『치유하고 치유받기』 『인생을 바꾸는 힌트』 『참된 나를 찾는 방법』 『아이를 살리는 빛의 날들』 들이 있어요.
그림 : 김잔디
애니메이션을 공부했어요. 영상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지금은 어린이 그림책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괴상한 얼굴과 악당들, 못생기고 재미있는 캐릭터를 자주 그립니다. 요즘은 귀엽고 앙증맞은 그림에 도전하고 있어요. 청소년 소설 《왕땅 실험 생중계》 표지 그림을 그렸어요.
역자 : 채붕
문학을 공부했어요. 방송국에서 라디오 방송 일도 하고, 일본에서 한국어도 가르쳐 보았어요. 이러한 경험이 거름이 되어 우리말과 글에 더 많이 관심을 갖게 되었고, 나이 서른이 넘은 뒤에야 오래도록 즐기면서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일을 찾았어요. 바로 책을 기획하고 편집하고 옮기는 일이에요. 물론 늘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어서 슬프고 언짢고 고통스러운 날도 적지 않지만 아직은 이 매력적인 세계에 폭 빠져 있는 행복한 시시포스랍니다.
▣ 주요 목차
1장 쿠스타리아
2장 가이아
3장 선택된 사람
4장 또랑초롱
5장 첫 약속
6장 슬금슬금 다가오는 쿠데타의 그림자
7장 메이플과 또랑초롱
8장 아마겟돈과 사령관
9장 끝없는 흐름
10장 구조대
11장 세계 어디선가
에필로그 꿈은 거듭되는데
후기 밝은 미래를 그리는 또랑초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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