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진정한 ‘채움’의 비결은 비움에 있었다
불제자의 세상 귀의, 지율 스님
인간의 소유욕이 빚어낸 비극의 4대강 현장을 지키는 지율 스님. 천성산 싸움 이후 두메산골에서 하루에 5천 원짜리 손수건을 한 장씩 수놓아 팔며 생계를 꾸리다 생명의 신음소리를 듣고 다시 4대강 현장에 나왔다. 스님이 생각하는 무소유는 어떤 질문을 가지고 살아가느냐의 문제다. 24시간 켜진 불 밑에서 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인가? 우리 삶에 무엇이 더 들어와야 하는가? 뭇생명의 터전인 강을 밀어내고 카지노를 세우면 우리는 더 행복해질까? 외등도 없이 두메산골 오두막에서 지내며 바람의 결을 느끼고 햇살을 받으며 있는 그대로의 자연 속에서 행복을 누렸던 스님은 30년째 입고 있는 ‘누더기’ 승복을 걸치고 오늘도 강가를 지킨다.
말씀대로 사는 신앙인, 박기호 신부
자기 무덤조차 갖지 못했던 예수님의 삶을 본받고자 소백산 자락에 ‘산위의마을’ 공동체를 꾸렸다. 진정한 예수님의 제자라면 대량생산에서 대량소비로 이어지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인류를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 현상에 편승해선 안 된다는 것이 박 신부의 지론이다. 지금 당장 ‘호화 여객선’에서 뛰어내려 구명정으로 갈아타야 하는 것이다. 박 신부에게 ‘공동체 운동’은 노아의 방주이며, 구명정으로 갈아타는 일이다. “하느님이 노아를 통해 방주를 준비하게 하셨듯이, 그것을 신앙인의 입장에서는 이 시대의 부르심으로 해석하고 공동체생활로 응답하는 것”이다. 박 신부는 기술문명의 만취 상태에 취해 더욱 불행해진 현대인들에게 공동체가 ‘여기에 피난처가 있다, 여기에 암초가 있다’라고 알려주는 등대의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공동체생활을 하지 않는 도시생활자들은 어떻게 방주를 찾아가야 할까? 박 신부는 자기혁명을 위한 테스트를 주문한다. “맨발로 거리를 걸어본다든지, 음식점에 가서 일정 시간 일을 해주고 남은 밥을 얻어먹는다든지, 노숙인들과 밤을 새워본다든지.”
진보주의자의 진리 실험, 이남곡
60평생을 진보 운동에 헌신한 이남곡 선생은 인류 최고의 로망이 ‘무소유 사회’이며 그것은 인류가 존속하고 진화하는 한 반드시 도래할 시나리오라고 주장한다. 그 주장의 근거로 무엇보다 인류는 이미 1970년대에 그에 필요한 물적 토대를 갖추었다는 점을 역설한다. 인류 전체가 쓰고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총수요를 초과하는 총공급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제 혼자만 잘 살려는 ‘야만’과 더불어 잘 사는 ‘진보’의 기로에서 인류는 고도의 지적능력을 가지고 현명한 길을 선택할 것이라고 믿는다. 물론 무소유 사회는 거저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공자가 70세에 도달했다는 ‘군자’의 모습, 즉 욕심대로 마음을 따라도 법도에 어그러짐이 없는 상태에 보통사람들이 도달해야 한다는 것이 무소유 사회의 전제다. 과연 그게 가능할까? 이남곡 선생의 진리실험을 통해 확인한 바, 21세기말에는 그 모습을 볼 수 있을 듯하다.
‘맨발의 성자’의 제자, 임락경 목사
맨발의 성자 이현필 선생의 제자답게 초등학교 4학년 때 평생 헌옷만 입고 살기로 결심했고, 지금껏 어겨본 적이 없다. 또한 그때 “공무원은 없어도 괜찮고, 목사가 없으면 사람들이 더 잘 사 것 같고, 농부가 없으면 다 죽을 것 같기에 ‘촌놈’이 되기로 작정”했고, 지금껏 손에서 흙을 놓지 않는다. 임 목사의 무소유 철학은 단순하면서도 심오하다. 수천 년 동안 조상들이 해온 대로 친환경 농사를 짓고, 친환경 유기농 음식을 먹는 것. 좋은 음식을 먹으면 병에 걸릴 일이 없고, 병에 걸렸을 때도 음식으로 다스릴 수 있다. 그렇게 살다 “죽을 때 유기농 포도 한 송이 먹으면” 될 텐데, 그렇지 않고 포도당을 꽂은 채 죽으려면 병원비도 벌어야 하고, 높은 학교에 보내서 의사도 만들어야 하니 돈이 무척 많이 필요하다. 그 돈을 벌기 위해 건강을 해치며 일하는 것이 우리 삶의 아이러니다.
영성과 경제의 조화, 칫다다
경제학 박사로 미국식 자본주의를 공부하고 정점의 자리에 올랐지만, 자본주의의 폐해를 목도한 후 전부 버리고 내려와 스승 사카르를 만났다. 사카르는 자본주의 이후의 경제모델 ‘프라우트’를 제창한 인도의 성자다. 하워드 진, 노엄 촘스키 등 인류의 지성들이 주목하는 ‘프라우트’는 영성에 바탕을 둔 경제모델로 인간을 넘어 식물과 동물, 무생명체까지 포함한 우주의 모든 존재를 사랑하고 헌신하는 네오휴머니즘을 추구한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가장 많이 가진 자가 가장 적게 가진 자의 5배 이상을 갖게 되면 그 사회는 불안해진다.’ 그런데 경쟁을 최우선가치로 여기는 지금의 자본주의사회에선 수만 배의 차이도 용인한다. 88만원세대의 출현, 자영업자의 몰락, 미국발 금융위기, 부의 극?적 편중에 따른 실물시장의 축소…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불안은 이� 임계점에 도달한 듯하다. 세계 도처에서 ‘프라우트’ 실험에 나선 칫다다의 ‘아난다마르가’에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비움으로 채운 사랑의 곳간 주인장, 서영남
2003년에 자본금 300만 원을 가지고 차린 무료식당 민들레 국수집은 오늘도 500명의 손님들에게 밥을 대접하는 기적의 행렬을 이어간다. 예수님처럼 내가 가진 것을 모두 내놓은 주인장의 모습이 보통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주인장에게 무소유는 사랑의 다른 이름이다. 나를 위해 쓰고자 하면 수백억 원으로도 모자라고, ‘나는 없다’는 마음으로 남을 위해 쓰고자 하면 300만 원으로도 어마어마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삶을 통해 보여주었다. 주인장은 "가장 보잘것없는 이에게 해준 것이 나에게 해준 것"이라는 예수님의 말씀대로 오늘도 세상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노숙인들을 위해 밥상을 차린다.
▣ 작가 소개
지음 지율
양산 통도사에서 청화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선방에서 지내다 1997년 구족계를 받고 1998년에 수행생활을 시작했다. 2000년에 공부하러 내원사에 왔다가 포클레인이 산을 뚫고 길을 내는 장면을 보고 마치 어린아이가 강간당하고 구타당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그때부터 천성산 지킴이로 나섰다. 2003년 5월부터 네 차례에 걸쳐 무려 242일간 단식을 했지만 천성산 터널은 결국 개통됐다. 그 후 교통편조차 거의 닿지 않은 영덕의 두메에서 살며 하루 5000원짜리 손수건 한 장씩을 수놓아 판 돈 월 15만원으로 무소유적 삶을 살았다. 그러다 2009년 4대강 개발 현장인 낙동강에서 천성산보다 100배, 1000배나 더 많은 생명이 파괴되는 것을 보고 현장을 지키며 생명의 고통을 세상에 전하고 있다.
지음 박기호
한국 가톨릭의 대표적인 현실 참여적 신부이면서 고요한 수도자의 풍모를 지닌 영성가로 꼽힌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대표를 지냈으며 1998년 동료 사제들과 함께 예수살이공동체를 창설해 현실에서 예수처럼 살아가는 운동을 펼치며 젊은이들을 훈련시켜왔다. 무소유로 살며 노동과 기도, 나눔을 실천할 공동체 건설을 추진해오다 2004년 단양 소백산 ‘산위의마을’ 공동체를 일구어 20여명과 함께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지음 이남곡
1945년 전남 함평의 시골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법대 1학년 때 사법시험을 보기 위한 사전 자격시험을 통과했지만 그 후 어두운 시대 상황에 눈을 뜨면서 인생행로가 바뀌었다. 1970년대 중학교 교사로 자원해 8년 동안 초창기 교사운동을 했으며, 1979년 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남민전) 사건에 연루되어 부인 서혜란 씨와 함께 4년간 옥고를 치렀다. 1980년대 법륜 스님의 정토회가 설립한 불교사회연구소 소장으로 초빙돼 ‘새로운 인간과 사회와 새 문명’을 준비했고, 1990년대에 무아집·무소유를 모토로 살아가는 경기도 화성 ‘야마기시 실현지’ 공동체에 입촌해 8년 동안 살면서 끊임없이 인간답게 살아갈 길을 모색했다. 2004년 전북 장수의 산골로 이주해 농사를 짓고 있으며, 그곳에 뜻을 함께하는 이들이 모여들어 ‘장수좋은마을’을 일구었다.
지음 임락경
개신교 목사로, ’맨발의 성자’ 이현필 선생의 제자인 영성수도자이면서 30년째 중증장애인들을 돌보고 있는 사회복지가이자,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는 농부이면서 민간요법으로 아픈 사람들을 치유하는 재야 의사이기도 하다. 17세 때부터 빛고을 동광원에서 이현필 선생의 가르침을 받으며 폐병, 결핵환자들과 15년을 지냈다. 1980년에 강원도 화천에 터를 잡고 중증장애인 등 30여 명을 돌보는 시골교회를 꾸려 지금까지 공동체생활을 하고 있다. 유기농 콩으로 된장과 간장을 만들고, 농사를 지어 생계를 꾸린다.
정농회 회장, 북한강유기농업운동연합 초대회장, 화천군 친환경농업인연합회 초대 회장, 상지대 초빙교수를 지냈으며, 10년째 감리교 제2연수원에서 ‘임락경의 건강교실’을 강의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세상을 쟁기질하는 바보들의 시골집 이야기」「돌파리 잔소리」「촌놈 임락경의 그 시절, 그 노래, 그 사연」「먹기 싫은 음식이 병을 고친다」「흥부처럼 먹어라 그래야 병 안 난다」 등이 있다.
지음 칫다다
경제학 박사 출신 ‘아난다마르가’ 수행자이다.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위티타대와 메릴랜드대에서 공부했다. 귀국 후 산업연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일하던 중 고혈압과 당뇨, 위염 등을 앓다가 아난다마르가를 만나 몸과 정신이 새로워지는 경험을 하고 수행자의 삶을 선택했다. 그때부터 자본주의 이후 새 시대의 경제모델 ‘프라우트’와 스승 사카르의 가르침을 세상에 전하고 있다.
지음 서영남
1954년 부산 범내골에서 태어나 1976년 한국 순교 복자수도회에 입회, 1985년 종신서원을 하고 가톨릭 신학원을 졸업하였다. 수도원에서 25년간 수사 생활을 하다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살기 위해 환속했다. 출소자 공동체 ‘겨자씨의 집’을 만들어 형제들과 지내던 중 2003년 만우절에 노숙자들을 위한 무료식당 ‘민들레 국수집’을 차렸다. 그해 5월에 느슨한 공동체로서 노숙인의 자립을 돕는 ‘민들레의 집’ 활동을 시작했고, 이어서 노숙인들이 잠시나마 편히 쉴 수 있는 ‘민들레 쉼터’를 만들었다. 민들레 쉼터는 2009년 7월에 노숙인의 문화센터 ‘민들레 희망지원센터’로 발전해 국수집 손님들이 스스로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 민들레 국수집 5주년인 2008년 만우절에 어린이들을 위한 ‘민들레 꿈 공부방’을 오픈했으며, 2010년 2월에는 어린이를 위한 무료식당 ‘민들레 꿈 어린이 밥집’을 열었다.
8년째 한결같이 매주 토요일부터 수요일까지 민들레 국수집을 운영하고 있으며, 한 달에 두 차례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아내 베로니카와 딸 모니카와 함께 사형수와 무기수를 비롯한 전국의 교도소 형제들을 방문한다. 2008년 MBC사회봉사대상 본상을, 2011년 국민훈장 석류장을 수상했다.
▣ 주요 목차
서문: 비움으로써 사랑의 곳간을 채우는 우리 시대 현자들-황대권
지율 스님: 나는 소유하고 있다, 햇살과 바람과 구름을
알렉산더 대왕의 두 손을 보라|24시간 켜진 등이 우리를 기쁘게 하는가|우리 삶에 진정 필요한 것은|놓여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뿐|강과 카지노,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자연은 스스로 제자리를 찾아간다|천성산이 나를 약초처럼 쓰는구나|내 이름 석 자가 흔적 없이 사라지기를
황대권이 만난 지율: 집요한 원칙주의를 구도행으로 이어가는 수행자
박기호 신부: 이제 호화 여객선에서 뛰어내려야 할 때
인간은 가장 불완전한 틈새 생활자|무소유의 삶은 비주류의 삶|“돈도 신발도 지팡이도 가져가지 말라”|강은 거꾸로 흐르지 않는다|기계로 인해 퇴화하는 인간들|세 걸음 앞선 삶|내 삶의 주인 되는 첫 번째 조건|시대의 피난처이자 쉼터|공동체에서의 행복은 스스로 발견하는 것|공동체 운동의 키워드는 무소유와 육체노동
황대권이 만난 박기호: 말씀대로 사는 신앙인
이남곡: 21세기 말, 무소유 사회가 도래할 것이다
무소유의 연습이 필요하다|진보를 연찬하라|개별 주체성이 살아 있는 ‘좋은마을’|개인주의를 넘어선 공인주의 세상|야만과 진보, 기로에 선 인류|능력만큼 일하고 능력만큼 쓸 수 있는 사회|자본주의 시장의 인간화|2060년 서울에서 태어난 A군의 성인화 과정|‘노숙인이 되어도 좋다’는 기개가 필요하다
황대권이 만난 이남곡: 진보의 브레인, 혹은 된장의 달인
임락경 목사: 사람은 섞여 살아야 한다
맞선 보고 퇴짜 맞을 바엔 내가 먼저 싫다고 하자|아침 진지는 진시에, 잠은 자시에, 술은 술시에|농자천하지대본|이치를 돌파하는 돌파리|백성의 노래와 농담|사람은 섞여 살아야 한다
황대권이 만난 임락경: 기인 가운데 기인, 보물 가운데 보물
칫다다: 인간에겐 소유권이 없다, 다만 관리권이 있을 뿐
무한한 행복으로 가는 길|자본휴머니즘에서 네오휴머니즘으로|다시 돌아가는 법을 가르친다|모든 존재는 하나의 뿌리에서 나와|“당신 뜻대로 하소서”|프라우트 혁명은 이미 시작되었다
황대권이 만난 칫다다: 자본주의 이후의 ‘이상국가’ 건설자
서영남: 무소유는 사랑의 다른 이름이다
줄탁동시의 마음으로|도로시 데이의 ‘환대의 집’처럼|내게 콩깍지를 씌운 사람들|이웃이 희망이다|함께 꿈꾸고 이뤄낸 1만 원의 기적|가장 약하고 보잘것없는 이가 보물이 되는 곳
황대권이 만난 서영남: 내가 만나본 가장 경이로운 사람
진정한 ‘채움’의 비결은 비움에 있었다
불제자의 세상 귀의, 지율 스님
인간의 소유욕이 빚어낸 비극의 4대강 현장을 지키는 지율 스님. 천성산 싸움 이후 두메산골에서 하루에 5천 원짜리 손수건을 한 장씩 수놓아 팔며 생계를 꾸리다 생명의 신음소리를 듣고 다시 4대강 현장에 나왔다. 스님이 생각하는 무소유는 어떤 질문을 가지고 살아가느냐의 문제다. 24시간 켜진 불 밑에서 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인가? 우리 삶에 무엇이 더 들어와야 하는가? 뭇생명의 터전인 강을 밀어내고 카지노를 세우면 우리는 더 행복해질까? 외등도 없이 두메산골 오두막에서 지내며 바람의 결을 느끼고 햇살을 받으며 있는 그대로의 자연 속에서 행복을 누렸던 스님은 30년째 입고 있는 ‘누더기’ 승복을 걸치고 오늘도 강가를 지킨다.
말씀대로 사는 신앙인, 박기호 신부
자기 무덤조차 갖지 못했던 예수님의 삶을 본받고자 소백산 자락에 ‘산위의마을’ 공동체를 꾸렸다. 진정한 예수님의 제자라면 대량생산에서 대량소비로 이어지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인류를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 현상에 편승해선 안 된다는 것이 박 신부의 지론이다. 지금 당장 ‘호화 여객선’에서 뛰어내려 구명정으로 갈아타야 하는 것이다. 박 신부에게 ‘공동체 운동’은 노아의 방주이며, 구명정으로 갈아타는 일이다. “하느님이 노아를 통해 방주를 준비하게 하셨듯이, 그것을 신앙인의 입장에서는 이 시대의 부르심으로 해석하고 공동체생활로 응답하는 것”이다. 박 신부는 기술문명의 만취 상태에 취해 더욱 불행해진 현대인들에게 공동체가 ‘여기에 피난처가 있다, 여기에 암초가 있다’라고 알려주는 등대의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공동체생활을 하지 않는 도시생활자들은 어떻게 방주를 찾아가야 할까? 박 신부는 자기혁명을 위한 테스트를 주문한다. “맨발로 거리를 걸어본다든지, 음식점에 가서 일정 시간 일을 해주고 남은 밥을 얻어먹는다든지, 노숙인들과 밤을 새워본다든지.”
진보주의자의 진리 실험, 이남곡
60평생을 진보 운동에 헌신한 이남곡 선생은 인류 최고의 로망이 ‘무소유 사회’이며 그것은 인류가 존속하고 진화하는 한 반드시 도래할 시나리오라고 주장한다. 그 주장의 근거로 무엇보다 인류는 이미 1970년대에 그에 필요한 물적 토대를 갖추었다는 점을 역설한다. 인류 전체가 쓰고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총수요를 초과하는 총공급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제 혼자만 잘 살려는 ‘야만’과 더불어 잘 사는 ‘진보’의 기로에서 인류는 고도의 지적능력을 가지고 현명한 길을 선택할 것이라고 믿는다. 물론 무소유 사회는 거저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공자가 70세에 도달했다는 ‘군자’의 모습, 즉 욕심대로 마음을 따라도 법도에 어그러짐이 없는 상태에 보통사람들이 도달해야 한다는 것이 무소유 사회의 전제다. 과연 그게 가능할까? 이남곡 선생의 진리실험을 통해 확인한 바, 21세기말에는 그 모습을 볼 수 있을 듯하다.
‘맨발의 성자’의 제자, 임락경 목사
맨발의 성자 이현필 선생의 제자답게 초등학교 4학년 때 평생 헌옷만 입고 살기로 결심했고, 지금껏 어겨본 적이 없다. 또한 그때 “공무원은 없어도 괜찮고, 목사가 없으면 사람들이 더 잘 사 것 같고, 농부가 없으면 다 죽을 것 같기에 ‘촌놈’이 되기로 작정”했고, 지금껏 손에서 흙을 놓지 않는다. 임 목사의 무소유 철학은 단순하면서도 심오하다. 수천 년 동안 조상들이 해온 대로 친환경 농사를 짓고, 친환경 유기농 음식을 먹는 것. 좋은 음식을 먹으면 병에 걸릴 일이 없고, 병에 걸렸을 때도 음식으로 다스릴 수 있다. 그렇게 살다 “죽을 때 유기농 포도 한 송이 먹으면” 될 텐데, 그렇지 않고 포도당을 꽂은 채 죽으려면 병원비도 벌어야 하고, 높은 학교에 보내서 의사도 만들어야 하니 돈이 무척 많이 필요하다. 그 돈을 벌기 위해 건강을 해치며 일하는 것이 우리 삶의 아이러니다.
영성과 경제의 조화, 칫다다
경제학 박사로 미국식 자본주의를 공부하고 정점의 자리에 올랐지만, 자본주의의 폐해를 목도한 후 전부 버리고 내려와 스승 사카르를 만났다. 사카르는 자본주의 이후의 경제모델 ‘프라우트’를 제창한 인도의 성자다. 하워드 진, 노엄 촘스키 등 인류의 지성들이 주목하는 ‘프라우트’는 영성에 바탕을 둔 경제모델로 인간을 넘어 식물과 동물, 무생명체까지 포함한 우주의 모든 존재를 사랑하고 헌신하는 네오휴머니즘을 추구한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가장 많이 가진 자가 가장 적게 가진 자의 5배 이상을 갖게 되면 그 사회는 불안해진다.’ 그런데 경쟁을 최우선가치로 여기는 지금의 자본주의사회에선 수만 배의 차이도 용인한다. 88만원세대의 출현, 자영업자의 몰락, 미국발 금융위기, 부의 극?적 편중에 따른 실물시장의 축소…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불안은 이� 임계점에 도달한 듯하다. 세계 도처에서 ‘프라우트’ 실험에 나선 칫다다의 ‘아난다마르가’에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비움으로 채운 사랑의 곳간 주인장, 서영남
2003년에 자본금 300만 원을 가지고 차린 무료식당 민들레 국수집은 오늘도 500명의 손님들에게 밥을 대접하는 기적의 행렬을 이어간다. 예수님처럼 내가 가진 것을 모두 내놓은 주인장의 모습이 보통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주인장에게 무소유는 사랑의 다른 이름이다. 나를 위해 쓰고자 하면 수백억 원으로도 모자라고, ‘나는 없다’는 마음으로 남을 위해 쓰고자 하면 300만 원으로도 어마어마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삶을 통해 보여주었다. 주인장은 "가장 보잘것없는 이에게 해준 것이 나에게 해준 것"이라는 예수님의 말씀대로 오늘도 세상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노숙인들을 위해 밥상을 차린다.
▣ 작가 소개
지음 지율
양산 통도사에서 청화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선방에서 지내다 1997년 구족계를 받고 1998년에 수행생활을 시작했다. 2000년에 공부하러 내원사에 왔다가 포클레인이 산을 뚫고 길을 내는 장면을 보고 마치 어린아이가 강간당하고 구타당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그때부터 천성산 지킴이로 나섰다. 2003년 5월부터 네 차례에 걸쳐 무려 242일간 단식을 했지만 천성산 터널은 결국 개통됐다. 그 후 교통편조차 거의 닿지 않은 영덕의 두메에서 살며 하루 5000원짜리 손수건 한 장씩을 수놓아 판 돈 월 15만원으로 무소유적 삶을 살았다. 그러다 2009년 4대강 개발 현장인 낙동강에서 천성산보다 100배, 1000배나 더 많은 생명이 파괴되는 것을 보고 현장을 지키며 생명의 고통을 세상에 전하고 있다.
지음 박기호
한국 가톨릭의 대표적인 현실 참여적 신부이면서 고요한 수도자의 풍모를 지닌 영성가로 꼽힌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대표를 지냈으며 1998년 동료 사제들과 함께 예수살이공동체를 창설해 현실에서 예수처럼 살아가는 운동을 펼치며 젊은이들을 훈련시켜왔다. 무소유로 살며 노동과 기도, 나눔을 실천할 공동체 건설을 추진해오다 2004년 단양 소백산 ‘산위의마을’ 공동체를 일구어 20여명과 함께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지음 이남곡
1945년 전남 함평의 시골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법대 1학년 때 사법시험을 보기 위한 사전 자격시험을 통과했지만 그 후 어두운 시대 상황에 눈을 뜨면서 인생행로가 바뀌었다. 1970년대 중학교 교사로 자원해 8년 동안 초창기 교사운동을 했으며, 1979년 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남민전) 사건에 연루되어 부인 서혜란 씨와 함께 4년간 옥고를 치렀다. 1980년대 법륜 스님의 정토회가 설립한 불교사회연구소 소장으로 초빙돼 ‘새로운 인간과 사회와 새 문명’을 준비했고, 1990년대에 무아집·무소유를 모토로 살아가는 경기도 화성 ‘야마기시 실현지’ 공동체에 입촌해 8년 동안 살면서 끊임없이 인간답게 살아갈 길을 모색했다. 2004년 전북 장수의 산골로 이주해 농사를 짓고 있으며, 그곳에 뜻을 함께하는 이들이 모여들어 ‘장수좋은마을’을 일구었다.
지음 임락경
개신교 목사로, ’맨발의 성자’ 이현필 선생의 제자인 영성수도자이면서 30년째 중증장애인들을 돌보고 있는 사회복지가이자,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는 농부이면서 민간요법으로 아픈 사람들을 치유하는 재야 의사이기도 하다. 17세 때부터 빛고을 동광원에서 이현필 선생의 가르침을 받으며 폐병, 결핵환자들과 15년을 지냈다. 1980년에 강원도 화천에 터를 잡고 중증장애인 등 30여 명을 돌보는 시골교회를 꾸려 지금까지 공동체생활을 하고 있다. 유기농 콩으로 된장과 간장을 만들고, 농사를 지어 생계를 꾸린다.
정농회 회장, 북한강유기농업운동연합 초대회장, 화천군 친환경농업인연합회 초대 회장, 상지대 초빙교수를 지냈으며, 10년째 감리교 제2연수원에서 ‘임락경의 건강교실’을 강의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세상을 쟁기질하는 바보들의 시골집 이야기」「돌파리 잔소리」「촌놈 임락경의 그 시절, 그 노래, 그 사연」「먹기 싫은 음식이 병을 고친다」「흥부처럼 먹어라 그래야 병 안 난다」 등이 있다.
지음 칫다다
경제학 박사 출신 ‘아난다마르가’ 수행자이다.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위티타대와 메릴랜드대에서 공부했다. 귀국 후 산업연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일하던 중 고혈압과 당뇨, 위염 등을 앓다가 아난다마르가를 만나 몸과 정신이 새로워지는 경험을 하고 수행자의 삶을 선택했다. 그때부터 자본주의 이후 새 시대의 경제모델 ‘프라우트’와 스승 사카르의 가르침을 세상에 전하고 있다.
지음 서영남
1954년 부산 범내골에서 태어나 1976년 한국 순교 복자수도회에 입회, 1985년 종신서원을 하고 가톨릭 신학원을 졸업하였다. 수도원에서 25년간 수사 생활을 하다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살기 위해 환속했다. 출소자 공동체 ‘겨자씨의 집’을 만들어 형제들과 지내던 중 2003년 만우절에 노숙자들을 위한 무료식당 ‘민들레 국수집’을 차렸다. 그해 5월에 느슨한 공동체로서 노숙인의 자립을 돕는 ‘민들레의 집’ 활동을 시작했고, 이어서 노숙인들이 잠시나마 편히 쉴 수 있는 ‘민들레 쉼터’를 만들었다. 민들레 쉼터는 2009년 7월에 노숙인의 문화센터 ‘민들레 희망지원센터’로 발전해 국수집 손님들이 스스로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 민들레 국수집 5주년인 2008년 만우절에 어린이들을 위한 ‘민들레 꿈 공부방’을 오픈했으며, 2010년 2월에는 어린이를 위한 무료식당 ‘민들레 꿈 어린이 밥집’을 열었다.
8년째 한결같이 매주 토요일부터 수요일까지 민들레 국수집을 운영하고 있으며, 한 달에 두 차례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아내 베로니카와 딸 모니카와 함께 사형수와 무기수를 비롯한 전국의 교도소 형제들을 방문한다. 2008년 MBC사회봉사대상 본상을, 2011년 국민훈장 석류장을 수상했다.
▣ 주요 목차
서문: 비움으로써 사랑의 곳간을 채우는 우리 시대 현자들-황대권
지율 스님: 나는 소유하고 있다, 햇살과 바람과 구름을
알렉산더 대왕의 두 손을 보라|24시간 켜진 등이 우리를 기쁘게 하는가|우리 삶에 진정 필요한 것은|놓여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뿐|강과 카지노,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자연은 스스로 제자리를 찾아간다|천성산이 나를 약초처럼 쓰는구나|내 이름 석 자가 흔적 없이 사라지기를
황대권이 만난 지율: 집요한 원칙주의를 구도행으로 이어가는 수행자
박기호 신부: 이제 호화 여객선에서 뛰어내려야 할 때
인간은 가장 불완전한 틈새 생활자|무소유의 삶은 비주류의 삶|“돈도 신발도 지팡이도 가져가지 말라”|강은 거꾸로 흐르지 않는다|기계로 인해 퇴화하는 인간들|세 걸음 앞선 삶|내 삶의 주인 되는 첫 번째 조건|시대의 피난처이자 쉼터|공동체에서의 행복은 스스로 발견하는 것|공동체 운동의 키워드는 무소유와 육체노동
황대권이 만난 박기호: 말씀대로 사는 신앙인
이남곡: 21세기 말, 무소유 사회가 도래할 것이다
무소유의 연습이 필요하다|진보를 연찬하라|개별 주체성이 살아 있는 ‘좋은마을’|개인주의를 넘어선 공인주의 세상|야만과 진보, 기로에 선 인류|능력만큼 일하고 능력만큼 쓸 수 있는 사회|자본주의 시장의 인간화|2060년 서울에서 태어난 A군의 성인화 과정|‘노숙인이 되어도 좋다’는 기개가 필요하다
황대권이 만난 이남곡: 진보의 브레인, 혹은 된장의 달인
임락경 목사: 사람은 섞여 살아야 한다
맞선 보고 퇴짜 맞을 바엔 내가 먼저 싫다고 하자|아침 진지는 진시에, 잠은 자시에, 술은 술시에|농자천하지대본|이치를 돌파하는 돌파리|백성의 노래와 농담|사람은 섞여 살아야 한다
황대권이 만난 임락경: 기인 가운데 기인, 보물 가운데 보물
칫다다: 인간에겐 소유권이 없다, 다만 관리권이 있을 뿐
무한한 행복으로 가는 길|자본휴머니즘에서 네오휴머니즘으로|다시 돌아가는 법을 가르친다|모든 존재는 하나의 뿌리에서 나와|“당신 뜻대로 하소서”|프라우트 혁명은 이미 시작되었다
황대권이 만난 칫다다: 자본주의 이후의 ‘이상국가’ 건설자
서영남: 무소유는 사랑의 다른 이름이다
줄탁동시의 마음으로|도로시 데이의 ‘환대의 집’처럼|내게 콩깍지를 씌운 사람들|이웃이 희망이다|함께 꿈꾸고 이뤄낸 1만 원의 기적|가장 약하고 보잘것없는 이가 보물이 되는 곳
황대권이 만난 서영남: 내가 만나본 가장 경이로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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