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독립언론의 전설 에이미 굿맨, 시민 영웅들을 만나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에이미 굿맨의 「데모크라시 나우!」는 거대자본이 언론을 완전히 장악한 미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진보·독립언론으로 평가받는다. 「데모크라시 나우!」는 기업이나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엄격한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광고와 기업 후원, 공공재정에 전혀 의존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시간과 시청률에 얽매이지 않는 심층 인터뷰로 정평이 나 있는 「데모크라시 나우!」의 창립자 겸 진행자인 에이미 굿맨은 이 책에서 정치가, 유력 인사 등이 아니라 자신의 권리와 민주적 가치를 위해 삶의 현장에서 불의에 맞선 시민 영웅들을 만난다. 민주주의와 인권이 삶이라는 구체적 외피를 입는 곳은 정치학 교과서나 국회의사당이 아니라 일상의 생활공간이기 때문이다.
역사는 오늘과 함께 숨 쉰다.
전체 4부 8장로 구성된 이 책은, 시민권과 자유권을 되찾기 위해 투쟁한 역사적 사건들과 부조리한 정치권력에 맞서 정의를 실천한 오늘날의 시민운동을 교차로 보여준다. ‘짐 크로’법을 거부하고 인종분리정책을 철폐시킨 1955년 버스 승차거부 운동은 허리케인에 부서진 집을 되찾기 위해 인종차별주의와 시 당국을 상대로 투쟁하는 뉴올리언스의 주민들과 오버랩된다. 베트남전의 부당성을 고발한 1971년 ‘펜타곤 페이퍼’ 사건은 관타나모 수용소의 참혹한 실상을 고발한 심리학자들로,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를 무너뜨린 1976년 소웨토 항쟁은 반전 연극을 무대에 올리려다 제지당한 윌튼고교 학생들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베트남전 참전에 반대한 병사들과 이라크 파병을 거부한 병사들은 장소만 바뀌었을 뿐, 마치 한 장의 사진처럼 겹친다.
에이미 굿맨은 이를 통해, 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권리는 과거에 누군가가 주저하지 않고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리고 두렵고 망설이게 되는 오늘의 저항이 역사적 연대를 가짐과 동시에 미래를 위한 씨앗이 되리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스스로 권리를 되찾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의 남부 도시 뉴올리언스를 휩쓸고 지나가자 상상하기 힘든 진풍경들이 벌어졌다. 태풍으로 숨진 사람들의 주검을 수습하는 일을 군, 경찰, 지방정부가 모두 수수방관한 것이다. 재난 복구에 민영화가 도입된 것이다. 다국적 장례회사의 자회사이자 부시 대통령에게 거액의 정치자금을 기부한 ‘케니언 장례회사’가 시신 수습에 나섰다. 한 구당 1,300만 원이 넘는 1만 2,500달러!!!(52쪽) 또 대부분 가난한 흑인들인 집을 잃은 이재민들을 크루즈 선박에 수용하는 대가로 ‘카니발 크루즈 라인’이 받은 돈은 1인당 1주일에 1,275달러다. 이 금액은 휴가철 텍사스-카리브해 크루즈 요금인 599달러보다도 비싼 금액이었다. 이 회사 역시 공화당의 주요 자금줄이었다.
자연 재해를 입고도 정부로부터 버림받은 시민들이 선택한 길은 “연대”였다. 뉴올리언스 시민들은 “커먼 그라운드”를 조직해 복구 사업과 구호 작업을 펼쳐 나갔고, 이는 “미국인이 미국인에게 위대한 인도적 노력을 기울였던 순간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나라 역사상 수천 명의 백인이 착취나 압제 이외의 목적으로 흑인 지역에 몰려온 일은 없었거든요. 그런데 그들은 이곳에 와서 정의를 실천했습니다”라는 평가를 받는다.(52쪽)
국익이라는 이름의 폭력
2006년 8월 건축가 자라르는 뉴욕 케네디 공항에서 충격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느닷없이 비행기 탑승을 제지당한 것이다. 현행범도, 마약이나 총기 소지자도 아닌 그가 탑승을 거부당한 이유는 놀랍게도 아랍어 문구가 씌어 있는 티셔츠 때문이었다. 9/11이후 미국에 몰아닥친 어긋난 애국주의와 반아랍 정서가 빚어낸 웃지 못 할 촌극이었다. 「데모크라시 나우!」가 이 사건을 보도한 뒤 시민단체는 이 자라르가 입은 것과 같은 티셔츠 수천 장을 배포했다. 많은 예술가들과 대학생들이 미국 정부의 인종 프로파일링에 저항했다. 저자 에이미 굿맨과 만난 “티셔츠 테러리스트” 자라르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1930~40년대 활동가들이 인권과 자유를 위해 싸우며 어떤 고생을 감내했는지 생각해 보세요. 인종차별 버스를 상대로 승차거부운동을 하느라고 몇 개월씩 걸어서 출근한 사람들, 또는 살해나 고문을 당한 사람들을 생각해 보세요. 제 이라크 생활을 파괴하고 고향을 뜰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던 바로 그 미국의 대외정책이, 미국 땅에 정착한 저의 자유를 이번에는 어떤 식으로 또 한 번 위협하는지, 그 과정을 잘 보여주는 사례를 세상에 제공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미국이 밖에 나가서 벌이는 일과 국내에서 벌어지는 일 사이에 분명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인식했으면 해요. ‘우리’와 ‘저들’은 사실상 하나로 얽혀 있다는 걸 깨달아야 합니다.(84쪽)
주저하지 말고 이의를 제기하라. 그리고 연대하라.
FBI가 ‘국가보안자료요구서’를 내밀며 하트포트 시 도서관 이용자의 정보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도서관과 테러가 무슨 상관이 있을까 하고 의구심이 든 도서관 사서 조지 크리스천은 도서관과 테러가 무슨 상관이 있을까 하고 의아했지만 FBI요원의 다음 말에 더 놀랐다. “이 요구서의 수취인은 FBI가 정보나 기록을 수색?입수했다는 사실을 타인에게 누설해서는 안 된다.” 말하자면 FBI의 불법 행위에 동조하지 않는 것만으로 징역 5년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도서관 사서들은 여기에 굴복하지 않았다. FBI를 상대로 법정 소송에 들어간 것이다. 타인에게 누설하면 안 된다는 조항 때문에 “무명씨”로 소송을 제기해야 했지만 말이다(89쪽). 네 명의 사서는 결국 거대한 공권력에 맞서 미국을 세운 자유의 가치를 지켜낸다. 2007년 9월 뉴욕 연방지방법원은 애국법에 담긴 국가보안자료요구서 관련 조항 전체에 대해 위헌판결을 내렸다. 빅터 마레로 뉴욕 연방지법 판사는 국가보안자료요구서는 “입법에 의한 무단침입에 해당하며 헌법에 규정된 가치를 멋대로 침해하도록 허락하는 불길한 허가증”이라고 판결했다. 국가권력을 상대로 자유와 정의를 지켜낸 그들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영리한 건국의 아버지들이 헌법을 바탕으로 현 체제를 구축했고 이 체제가 우리를잘 보호해 준다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권력자들이란 직무 수행을 하려면 더 큰 권력이 필요하다고 여기게 마련입니다. 저들이 야금야금 자유를 속박해올 때 여기에 저항하지 않으면 우린 자유를 잃게 됩니다. (...) 각 세대마다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투쟁해야 합니다. 안 그러고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면 결국 우리는 모든 권리를 상실하는 결과를 맞을 것입니다.(109쪽)
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에이미 굿맨이 만난 사람들은 모두 미국 시민들이지만, 이런 일은 결코 먼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민주주의는 완성된 것이어서 편하게 누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 결코 아니며, 권력을 쥔 지도자가 시민들에게 선심 쓰듯 선물하는 것도 아니다. 하천 살리기의 이름으로 벌어지는 4대강 개발사업, 재개발로 쫓겨나 테러리스트로 몰리는 평범한 시민들, 정부의 무분별한 개인정보 취득, G20 등 정부행사에 대한 어떤 비판에도 재갈을 물리는 공권력, 촛불을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통행을 제지하는 경찰, 대통령 공약을 실천하라는 대학생들의 시위를 불법으로 몰고 빨갱이라는 분칠을 하는 권력과 언론 등.
분노하고 저항하는 것은 불평불만에 가득 찬 이들의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다. 저자에 따르면 “시위는 애정에서 비롯된 행위다. 시위는 세상이 더 착하고 인간적인 곳으로 바뀔 수 있다는 굳은 신념 없이는 결코 취할 수 없는 행동이다. 불의를 보고 ‘안 된다’고 외치는 것은 궁극적으로 희망을 선언하는 행위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독일 뮌헨대학 학생들은 백장미단이란 비폭력 저항단체를 만들어 나치의 만행을 고발하는 유인물을 만들어 배포했다. 그들의 의도는 독일국민들이 나중에 자기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몰랐다는 말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당신이 느끼는 양심의 가책이다.”
▣ 작가 소개
역 : 노시내
연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조지워싱턴 대학교에서 정책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일본의 재구성』 『다부진 나라 스위스에 가다』(공역) 등이 있다.
저자 : 에이미 굿맨 Amy Goodman
저널리스트, 칼럼니스트이자 전 세계로 방송되는 비영리 풀뿌리 방송 「데모크라시 나우!」의 창립자 겸 진행자이다. 1996년 첫 방송을 시작한 「데모크라시 나우!」는 어떠한 기업광고나 정부 지원 없이 시청자와 재단의 기부로만 이루어지고 있다. 2008년 대안노벨상이라 불리는 ‘바른생활상’(Right Livelihood Award)을 수상했으며, 그 외에도 활발한 탐사보도의 공을 인정받아 각종 저널리즘 상을 수상했다. 진보·독립 언론의 이상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저자 : 데이비드 굿맨 David Goodman
독립 저널리스트이자 저술가로 여러 권의 저서가 있으며 『워싱턴타임스』『LA타임스』『네이션』 등 각종 매체에 기고하고 있다. 에이미 굿맨과 남매지간이다.
▣ 주요 목차
평범한 영웅들께
옮긴이의 글_저항은 애정에서 비롯된다
들어가며_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1부. 분노하고, 조직하고, 저항하라
역사적 전환점: 1955년 몽고메리 버스 승차거부 운동
1. 공권력이 버린 시민, 스스로 권리를 되찾다
2. 아랍어 티셔츠가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3. 도서관 사서라고 전부 책상물림은 아니다
2부. 세상을 조직하는 손, 조작을 꿰뚫는 눈
역사적 전환점: 1971년 펜타곤 페이퍼 사건
4. 뜨거운 것이 싫어
5. 암흑의 핵심에 봉사한 심리학자
3부. 청년이 희망이다
역사적 전환점: 1976년 남아공 소웨토 항쟁
6. 신념을 지키고자 한다면 싸워라
7. 우리와 당신을 나누지 마세요
4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아무것도 하지 말라
역사적 전환점: 미군의 반전운동
8. 나를 지키기 위해 총을 내려놓다
나오며_우리가 기다리던 지도자는 바로 우리 자신이다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7가지 방법
감사의 말
주
독립언론의 전설 에이미 굿맨, 시민 영웅들을 만나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에이미 굿맨의 「데모크라시 나우!」는 거대자본이 언론을 완전히 장악한 미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진보·독립언론으로 평가받는다. 「데모크라시 나우!」는 기업이나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엄격한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광고와 기업 후원, 공공재정에 전혀 의존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시간과 시청률에 얽매이지 않는 심층 인터뷰로 정평이 나 있는 「데모크라시 나우!」의 창립자 겸 진행자인 에이미 굿맨은 이 책에서 정치가, 유력 인사 등이 아니라 자신의 권리와 민주적 가치를 위해 삶의 현장에서 불의에 맞선 시민 영웅들을 만난다. 민주주의와 인권이 삶이라는 구체적 외피를 입는 곳은 정치학 교과서나 국회의사당이 아니라 일상의 생활공간이기 때문이다.
역사는 오늘과 함께 숨 쉰다.
전체 4부 8장로 구성된 이 책은, 시민권과 자유권을 되찾기 위해 투쟁한 역사적 사건들과 부조리한 정치권력에 맞서 정의를 실천한 오늘날의 시민운동을 교차로 보여준다. ‘짐 크로’법을 거부하고 인종분리정책을 철폐시킨 1955년 버스 승차거부 운동은 허리케인에 부서진 집을 되찾기 위해 인종차별주의와 시 당국을 상대로 투쟁하는 뉴올리언스의 주민들과 오버랩된다. 베트남전의 부당성을 고발한 1971년 ‘펜타곤 페이퍼’ 사건은 관타나모 수용소의 참혹한 실상을 고발한 심리학자들로,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를 무너뜨린 1976년 소웨토 항쟁은 반전 연극을 무대에 올리려다 제지당한 윌튼고교 학생들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베트남전 참전에 반대한 병사들과 이라크 파병을 거부한 병사들은 장소만 바뀌었을 뿐, 마치 한 장의 사진처럼 겹친다.
에이미 굿맨은 이를 통해, 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권리는 과거에 누군가가 주저하지 않고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리고 두렵고 망설이게 되는 오늘의 저항이 역사적 연대를 가짐과 동시에 미래를 위한 씨앗이 되리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스스로 권리를 되찾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의 남부 도시 뉴올리언스를 휩쓸고 지나가자 상상하기 힘든 진풍경들이 벌어졌다. 태풍으로 숨진 사람들의 주검을 수습하는 일을 군, 경찰, 지방정부가 모두 수수방관한 것이다. 재난 복구에 민영화가 도입된 것이다. 다국적 장례회사의 자회사이자 부시 대통령에게 거액의 정치자금을 기부한 ‘케니언 장례회사’가 시신 수습에 나섰다. 한 구당 1,300만 원이 넘는 1만 2,500달러!!!(52쪽) 또 대부분 가난한 흑인들인 집을 잃은 이재민들을 크루즈 선박에 수용하는 대가로 ‘카니발 크루즈 라인’이 받은 돈은 1인당 1주일에 1,275달러다. 이 금액은 휴가철 텍사스-카리브해 크루즈 요금인 599달러보다도 비싼 금액이었다. 이 회사 역시 공화당의 주요 자금줄이었다.
자연 재해를 입고도 정부로부터 버림받은 시민들이 선택한 길은 “연대”였다. 뉴올리언스 시민들은 “커먼 그라운드”를 조직해 복구 사업과 구호 작업을 펼쳐 나갔고, 이는 “미국인이 미국인에게 위대한 인도적 노력을 기울였던 순간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나라 역사상 수천 명의 백인이 착취나 압제 이외의 목적으로 흑인 지역에 몰려온 일은 없었거든요. 그런데 그들은 이곳에 와서 정의를 실천했습니다”라는 평가를 받는다.(52쪽)
국익이라는 이름의 폭력
2006년 8월 건축가 자라르는 뉴욕 케네디 공항에서 충격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느닷없이 비행기 탑승을 제지당한 것이다. 현행범도, 마약이나 총기 소지자도 아닌 그가 탑승을 거부당한 이유는 놀랍게도 아랍어 문구가 씌어 있는 티셔츠 때문이었다. 9/11이후 미국에 몰아닥친 어긋난 애국주의와 반아랍 정서가 빚어낸 웃지 못 할 촌극이었다. 「데모크라시 나우!」가 이 사건을 보도한 뒤 시민단체는 이 자라르가 입은 것과 같은 티셔츠 수천 장을 배포했다. 많은 예술가들과 대학생들이 미국 정부의 인종 프로파일링에 저항했다. 저자 에이미 굿맨과 만난 “티셔츠 테러리스트” 자라르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1930~40년대 활동가들이 인권과 자유를 위해 싸우며 어떤 고생을 감내했는지 생각해 보세요. 인종차별 버스를 상대로 승차거부운동을 하느라고 몇 개월씩 걸어서 출근한 사람들, 또는 살해나 고문을 당한 사람들을 생각해 보세요. 제 이라크 생활을 파괴하고 고향을 뜰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던 바로 그 미국의 대외정책이, 미국 땅에 정착한 저의 자유를 이번에는 어떤 식으로 또 한 번 위협하는지, 그 과정을 잘 보여주는 사례를 세상에 제공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미국이 밖에 나가서 벌이는 일과 국내에서 벌어지는 일 사이에 분명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인식했으면 해요. ‘우리’와 ‘저들’은 사실상 하나로 얽혀 있다는 걸 깨달아야 합니다.(84쪽)
주저하지 말고 이의를 제기하라. 그리고 연대하라.
FBI가 ‘국가보안자료요구서’를 내밀며 하트포트 시 도서관 이용자의 정보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도서관과 테러가 무슨 상관이 있을까 하고 의구심이 든 도서관 사서 조지 크리스천은 도서관과 테러가 무슨 상관이 있을까 하고 의아했지만 FBI요원의 다음 말에 더 놀랐다. “이 요구서의 수취인은 FBI가 정보나 기록을 수색?입수했다는 사실을 타인에게 누설해서는 안 된다.” 말하자면 FBI의 불법 행위에 동조하지 않는 것만으로 징역 5년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도서관 사서들은 여기에 굴복하지 않았다. FBI를 상대로 법정 소송에 들어간 것이다. 타인에게 누설하면 안 된다는 조항 때문에 “무명씨”로 소송을 제기해야 했지만 말이다(89쪽). 네 명의 사서는 결국 거대한 공권력에 맞서 미국을 세운 자유의 가치를 지켜낸다. 2007년 9월 뉴욕 연방지방법원은 애국법에 담긴 국가보안자료요구서 관련 조항 전체에 대해 위헌판결을 내렸다. 빅터 마레로 뉴욕 연방지법 판사는 국가보안자료요구서는 “입법에 의한 무단침입에 해당하며 헌법에 규정된 가치를 멋대로 침해하도록 허락하는 불길한 허가증”이라고 판결했다. 국가권력을 상대로 자유와 정의를 지켜낸 그들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영리한 건국의 아버지들이 헌법을 바탕으로 현 체제를 구축했고 이 체제가 우리를잘 보호해 준다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권력자들이란 직무 수행을 하려면 더 큰 권력이 필요하다고 여기게 마련입니다. 저들이 야금야금 자유를 속박해올 때 여기에 저항하지 않으면 우린 자유를 잃게 됩니다. (...) 각 세대마다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투쟁해야 합니다. 안 그러고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면 결국 우리는 모든 권리를 상실하는 결과를 맞을 것입니다.(109쪽)
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에이미 굿맨이 만난 사람들은 모두 미국 시민들이지만, 이런 일은 결코 먼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민주주의는 완성된 것이어서 편하게 누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 결코 아니며, 권력을 쥔 지도자가 시민들에게 선심 쓰듯 선물하는 것도 아니다. 하천 살리기의 이름으로 벌어지는 4대강 개발사업, 재개발로 쫓겨나 테러리스트로 몰리는 평범한 시민들, 정부의 무분별한 개인정보 취득, G20 등 정부행사에 대한 어떤 비판에도 재갈을 물리는 공권력, 촛불을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통행을 제지하는 경찰, 대통령 공약을 실천하라는 대학생들의 시위를 불법으로 몰고 빨갱이라는 분칠을 하는 권력과 언론 등.
분노하고 저항하는 것은 불평불만에 가득 찬 이들의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다. 저자에 따르면 “시위는 애정에서 비롯된 행위다. 시위는 세상이 더 착하고 인간적인 곳으로 바뀔 수 있다는 굳은 신념 없이는 결코 취할 수 없는 행동이다. 불의를 보고 ‘안 된다’고 외치는 것은 궁극적으로 희망을 선언하는 행위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독일 뮌헨대학 학생들은 백장미단이란 비폭력 저항단체를 만들어 나치의 만행을 고발하는 유인물을 만들어 배포했다. 그들의 의도는 독일국민들이 나중에 자기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몰랐다는 말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당신이 느끼는 양심의 가책이다.”
▣ 작가 소개
역 : 노시내
연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조지워싱턴 대학교에서 정책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일본의 재구성』 『다부진 나라 스위스에 가다』(공역) 등이 있다.
저자 : 에이미 굿맨 Amy Goodman
저널리스트, 칼럼니스트이자 전 세계로 방송되는 비영리 풀뿌리 방송 「데모크라시 나우!」의 창립자 겸 진행자이다. 1996년 첫 방송을 시작한 「데모크라시 나우!」는 어떠한 기업광고나 정부 지원 없이 시청자와 재단의 기부로만 이루어지고 있다. 2008년 대안노벨상이라 불리는 ‘바른생활상’(Right Livelihood Award)을 수상했으며, 그 외에도 활발한 탐사보도의 공을 인정받아 각종 저널리즘 상을 수상했다. 진보·독립 언론의 이상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저자 : 데이비드 굿맨 David Goodman
독립 저널리스트이자 저술가로 여러 권의 저서가 있으며 『워싱턴타임스』『LA타임스』『네이션』 등 각종 매체에 기고하고 있다. 에이미 굿맨과 남매지간이다.
▣ 주요 목차
평범한 영웅들께
옮긴이의 글_저항은 애정에서 비롯된다
들어가며_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1부. 분노하고, 조직하고, 저항하라
역사적 전환점: 1955년 몽고메리 버스 승차거부 운동
1. 공권력이 버린 시민, 스스로 권리를 되찾다
2. 아랍어 티셔츠가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3. 도서관 사서라고 전부 책상물림은 아니다
2부. 세상을 조직하는 손, 조작을 꿰뚫는 눈
역사적 전환점: 1971년 펜타곤 페이퍼 사건
4. 뜨거운 것이 싫어
5. 암흑의 핵심에 봉사한 심리학자
3부. 청년이 희망이다
역사적 전환점: 1976년 남아공 소웨토 항쟁
6. 신념을 지키고자 한다면 싸워라
7. 우리와 당신을 나누지 마세요
4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아무것도 하지 말라
역사적 전환점: 미군의 반전운동
8. 나를 지키기 위해 총을 내려놓다
나오며_우리가 기다리던 지도자는 바로 우리 자신이다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7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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