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아시나요? 덕유산, 구천동, 리조트가 아닌 군민들이 살아가는 ‘리얼’ 무주를
무주에 우뚝한 것은 너그럽고 덕이 많다는 덕유산(1,614m)이지만 외지인들은 한때와 일면만을 쇼핑하듯 누리고 갈 뿐, 덕유산과 구천동과 리조트를 품고 있는 너른 산골마을 무주를 잘 모른다. 어느새 여행은 집과 목적지만을 잇는 점선간의 이동일 뿐, 동네의 이력이나 지역민들의 성격, 고이 간직해온 문화와 역사적 내력에 관해서는 무관심했다. 기껏해야 맛집 주방장의 이력을 따지거나 특정 음식의 기원을 헤아려 보는 데서 그치는 단편적인 여행이 거의 전부다.
그러나 사람들이 그저 지나쳐 버리는 지방도로 역시 누군가의 앞마당이며 생업의 터전이고 또 정다운 출퇴근길이기도 하다. <무주에 어디 볼 데가 있습니까>는 우리가 발품 찍는 특정한 명소만이 아니라 그 원경으로 살짝 물러나 있는 마을 역시 꼭 한 번 들여다볼만한 세상임을 넌지시 일러준다.
인구 2만4천여 명의 조그만 군면읍인 무주는 대형마트도 놀이공원도, 고속버스터미널도 기차역도 없지만, 그 수많은 ‘없음’들 사이에서도 저만의 고유한 너나들이를 통해 끈끈한 유대를 만들어내며 ‘불편해도 재미진’ 일상을 구축하고 있다. 오히려 무언가가 없기 때문에 거기에 매료된 사람들도 있어 무주는 부유하진 못하지만 이상하게 넉넉하고 여유로와 묘한 매력이 깃들어 있다.
흙담장을 지키며 살아가는 마을의 사계절 살림, 어수선하지만 정직하게 만든 음식으로 주민들을 호명하는 천변식당의 내력, 50년간 오일장터에 개근한 찐빵할머니의 애틋한 개인사와 이웃 간의 에피소드, 거물 건축가이면서도 돈도 되지 않는 군 단위 지자체에서 10년 간 목욕탕이 있는 면사무소와 버스정류장, 천문대, 꽃피는 운동장을 지은 정기용 선생과 무주의 공공건축물, 덕유산에 매료된 등산객이 겪은 쓸쓸한 이별과 여운 깊은 후일담, 첨단이나 세련과는 거리가 먼 도시에서 축제를 만든 사람들의 뚝심, 추운 산골의 늦게 피는 벚꽃이 전하는 속 깊은 위로, 외눈박이 괴짜 화가 최북의 삶과 애환까지 다채롭게 펼쳐지는 살뜰하면서도 곡진한 무주 사람들의 숨은 이야기가 곰살맞기 그지없다.
사라져가는 풍경과 거기 붙박여 사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절절한 연애편지
못내 수줍어하며 저자의 인터뷰 요청에 어색해 했던 군민들은 그러나 무심한 듯 다정했으며 한편 무뚝뚝한 척 은근히 친절했는데, 그런 산촌민들의 묘한 성정은 [어복식당] 편 이외에도 <<무주에 어디 볼 데가 있습니까>> 갈피갈피마다 드러나고 있다.
막상 당신들은 너무 친근해서 몰랐겠지만 눈앞에 수천 년 간 펼쳐져 있는 이 물씬한 산하(山河, 무주에서는 덕유산과 금강)가 우리 땅에 얼마 남지 않은 천혜의 유산이라는 것을 이 책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도 깨닫게 해준다. 거창하거나 세련돼 보이진 않아도 함초롬한 시골마을의 풍취와 질박한 토박이들의 ‘사는 재미’가 궁금해질 때, <<무주에 어디 볼 데가 있습니까>>를 펼쳐보길 권한다.
사람-장소-시대를 뒤집었다 펼쳤다 하며 입체적으로 제구성한 무주의 진면목
<<무주에 어디 볼 데가 있습니까>>는 그런 오지마을을 내시경하듯 빼곡이 들여다보며 어디에나 있지만 아무데도 없는 것 같은 일하는 사람들의 진솔한 매력과 산촌이란 배경에서 비롯되는 강퍅한 문화를 아울러 돋을새김한다. 장소와 인물과 역사를 골고루 파 들어가는 다채로운 17가지 꼭지, 눈에 확 들어오는 전면 사진으로 반딧불 일렁이는 촌동네의 고혹미를 포착하는 편집 등도 책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라 말하고 싶다.
무진장은 이른바 ‘남한의 지붕’이라 불리는데, 그 지붕 속의 둥지를 튼 제비들처럼 티내지 않고 조용히 살아가는 군민들의 살내음 가득한 이야기를 저자는 기기묘묘 만화경처럼 풀어냈다. 때로는 내부자의 관점에서 때로는 외부자의 시선으로 펼쳤다 뒤집었다 하며 입체적으로 드러나는 산골마을의 살뜰하고 곡진한 생활 속에서 독자들이 패키지 관광이나 일회성 여행으로는 체험하지 못했을 무주의 진면목을 만나게 되길 바란다.
작가 소개
정원선
도시여행자. 낮에는 걷고 밤에는 쓴다. 봄가을에는 쏘다니고 여름겨울에는 공부한다.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몰두하다가 돌연 기침하듯 농담하는 일을 즐긴다. 광복군을 키우던 신흥무관학교를 전신으로 하는 서울의 한 대학교(경희대학교)에서 문학을 전공했다. 특별한 곳은 아니었는데 좋은 선배, 친구, 후배들이 많아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하며 행복한 대학시절을 보냈다. 졸업 후엔 이름을 대면 알만한 대기업, 포털, 대형서점, NGO에서 밤낮없이 일했으나 만족하지 못했다. 하여 틈만 나면 왕복티켓을 끊어 방방곡곡을 누볐다. 빽빽하고 번드르르한 대도시보다는 고즈넉하고 한갓진 소도시의 군면읍을 선호한다. 아무도 없는 산길, 바람이 휘몰아치는 물가, 구름이 발밑에 깔리는 고갯마루에 서 있는 일이 좋다. 그리고 그 기억들을 이야기로 바꿔내는 작업을 사랑한다. 거대담론, 알고리즘, 빅데이터가 흥미를 가지지 않는 소소한 이야기들 가운데서 우리가 왜 살아왔으며, 살아가는지, 살아가려 하는지 밝혀내고 싶다. 무주 책 역시 그 작업의 소산이다. 그러기 위해 누누이 읽고, 쓰고, 찍고, 궁리한다. 왕왕 싸우기도 한다. 1년 이상 지내본 도시에 관해서만 이야기하고, 한 장소의 사계절을 모두 체험하며, 사진은 보정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다행히 현재까지는 모두 지켰다.
- 『잊지 않을게 절대로 잊지 않을게_
세월호참사 3년, 시민을 기록하다』, 해토, 2017 (출판진흥원 창작기금 선정)
- 『제천, 스물두 개의 아스피린』, 해토, 2015
- 『전주 낭독』, 북코리아, 2013 (문광부 우수교양도서 선정)
- 『제주 풍(風)경(景)화(話)』, 더난, 2010
목 차
■ 그럴 리가 없잖여! 지전마을의 옛 담장길
■ 길모퉁이 작은 식당 남대천변 어복식당
■ 풍경의 옹호 무주 곳곳에 드리워진 정기용의 공공건축
■ 인생을 팝니다 무주 5일장
■ 어떤 계약 토속음식 어죽
■ 한 자리만 맴도는 감돌고기 덕유산천德裕山川
■ 마魔의 산 외구천동, 내구천동, 어사길, 백련사, 향적봉
■ 죽어도 좋아 무주 반딧불 축제
■ 천금千金의 국수 반딧불 축제의 숨은 즐거움
■ 시네 콰 논sine qua non 무주산골영화제
■ 놀자, 시간이 없다 초리 꽁꽁놀이 축제
■ 빨강 치마 주름 아래 서창마을, 서창갤러리까페, 적상산, 적상산성, 적상산사고, 안국사
■ 타전打電 봄의 길목
■ 다감한 옛길 부남면 금강벼룻길과 무주읍 뒷섬마을 맘새김길 外
■ 두문 마을의 불꽃 송이 낙화놀이의 요람이자 반남박씨의 세거지
■ 그 사람 눈보라 속으로 돌아가네 그림쟁이 최북의 삶과 예술, 무주군 최북미술관
■ 나오며 ‘그 사람’ 박길춘씨와 고마운 사람들
■ 부록 미처 다 하지 못한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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