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마음가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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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박용하
출판사항달아실, 발행일:2023/01/21
형태사항p.105 46판:20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91668636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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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무한을 향해 유한을 끌고 가는 삶-말/말-삶의 기록

― 박용하 시집 『저녁의 마음가짐』


지난해 10년 만에 여섯 번째 개인 신작 시집 『이 격렬한 유한 속에서』를 펴낸 박용하 시인이 이번에는 불과 1년 만에 신작 시집 『저녁의 마음가짐』을 냈다. 달아실시선 62번째 시집으로 나왔다.


박용하 시인이 불과 1년 만에 다시 신작 시집을 내놓은/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시인의 말을 통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 사람처럼 이 삶의 여름은 지나갔다. 무한정 살 수 없는 삶을 이 시간에 세워 놓고 지나가는 가을 오후의 내 그림자를 재본다. 여전히 삶은 코앞에 있고 비애와 분노는 발바닥 밑에 있다. 그런가 하면 이 세계의 아름다움도 피부에 낭자하다. 다 사랑할 수는 없으리. 다 노래할 수는 없으리. 나는 시를 멈춘 적이 없었다. 시는 나의 언어였고 언어는 나의 일이었다.”


박용하의 이번 시집은 평론가의 해설 대신 시인 자신의 산문을 실었고, 특히 시집에 실린 편수가 38편밖에 되지 않는다. <1부. 삶의 방식>에 12편, <2부. 둔도(鈍刀)의 미학>에 12편, <3부. 나뭇잎 하나 지는 시간>에 14편을 싣고 있다. 일반 시집이 대개 60편에서 70편을 싣는 것과 비교하면 무척 적은 양이라 할 수 있다. 이런 형식적인 면에서도 이번 박용하의 시집은 일반적인 시집과 결을 달리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박용하는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내 시에 빛을 더하고 피를 돌게 할 수 있는 해설을 쓸 평론가가 없는 건 아니나 그들이 쓴다는 보장이 없고 섭외하는 것도 일이고 해서 오래전부터 내 산문이 들어간 시집을 내야겠다 맘먹고 있었다. 이렇게 말하는 게 어떨지 모르겠으나 내 시의 원석은 내 산문 속에 들어 있다고 봐도 된다. 시집 편수는 60여 편으로 묶을 수도 있었다. 편수가 중요한 게 아니고 개별 작품의 힘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언어의 힘(삶의 힘)이 떨어진다고 느낀 작품들을 과감하게 빼다 보니 38편이 되었다. 시집의 질에 연연해도 편수에는 연연해하지 않게 되었다.”


이제 돌아오지 않으리라

그 아름답고 좋았던 시간의 계절은

그 짧고도 길었던 여름밤의 환희는

그때 그 숨소리와 입김, 목소리와 피부의 다정함은


그 좋았고 아름다웠던 시간을 두고

우리는 각자의 미래로 떠나갔다


세상사를 잊게 했던 밀회의 순간을 두고

일상으로 파묻혔다

일상에 항복했다

― 「시간의 계절」 부분


속이는 자들이 날로 커간다

속는 자들도 날로 커간다

그만 속아야지 하는 중에도

갑이 을을 불러내듯

큰 거짓말이 작은 거짓말을 불러낸다


거짓말은 마스크처럼 가까이 있고

마스크 없이도 극성이고


거짓말 앞에서

내가 싫었던 날은

무기로 해결해야 할 일을 말로 해결하려 했던 날


아직도 거짓말을 대하는 기술이 부족하다

거짓말을 대하는 응징의 방법이 저렴하다

― 「거짓말 앞에서」 부분


나는

오랫동안

나의 다른 이름이

폭력이라는 걸 몰랐던 사람


어느 날의 나는

비겁 한 마리

분노 한 폭탄

슬픔 소굴


어느 날의 나는 한없이 부끄러운 마음으로

의자 위에 바위 얼굴로 놓여 있었지


어느 날의 나는 나 말고는 아무도 쳐다보지 않던

내 눈물을 개처럼 핥고 있었지


나는

나를 구한 역무원들의 노래


나는

하늘 말고는 아무도 덮어 주지 않던 죽음

― 「나는」 부분


자유는 늘 가까이 있어. 구강과 성기 근처, 변기만큼이나 신발장만큼이나 건빵 바지에 들어있는 휴대폰이나 개집만큼 가까이 있지.


내 뇌와 입과 행동이 어디서 왔는지, 우리의 언어가 어디서 왔는지, 자유는 묻고 또 묻는다. 화폐만큼 무기만큼 밥 한 끼만큼 가까이 있는 자유.


그대가 자유하다면 부자유하리. 나는 부자유를 먹고 또 먹는다. 나는 부자유를 활강한다.

― 「자유」 부분


말이 우리를 갖고 논다

우리는 갖고 놀지도 못하던 그 말을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갖고 논다

갖고 놀기의 선수들

말 돌리기의 명수들

무죄책의 달인과 무자책의 9단들

그런 그들이 우리를 갖고 논다

우리가 몸 저리며 마음 아꼈던 그 말을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굴린다

그들이 잘 갖고 논다는 국민들과

국민이라는 이름의 신민들과

어불과 성설과 함께

지극히 민주적이지 않은 민주 시민들과

부패 주민들과 함께

나였던 적이 없었던 우리를 부리듯이 국가를 갖고 논다

갖고 놀기의 기계들 앞에서

갖고 놀 말이 없어서

우리는 겨우 글로 만난다

몇 년에 한 번 글로 만난다

그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를 갖고 놀 때

우리는 팔았다

우리의 양심을

우리가 지켜야 할 고통과 노래까지 팔았다


말이 우리를 갖고 논다

심지어 그들의 말이 그들의 얼굴을 갖고 논다

우리는 맘껏 갖고 놀지도 못하던 그 간사한 얼굴을

그들은 가볍게 갖고 논다

갖고 놀다 싫증나면 금방 버린다

갖고 놀다 버리기의 선수들

단물 빨고 빠지기의 명수들

그런 그들이 우리를 갖고 버젓이 농락할 때

우리는 인간이 아니었다

우리는 피부를 뒤집어쓴 부품이었다

그들이 말을 갖고 파티를 열 때

얼굴을 갖고 놀지 못하도록

그들의 심장을 파냈어야 했다

우리가 지은 죄는

그들을 끝까지 의심하지 않은 죄

나 자신을 의심하지 않은 죄

그들이 말을 갖고 한 사회를 유린하려 들 때

우리는 그들이 인간인 줄 알았던 것처럼

우리도 인간인 줄 알았다


말이 죽음을 갖고 논다

우리는 돌 울음

우리는 자라나는 질문

― 「글에 관한 추억」 전문


일상이 무너지면 많은 게 무너진다

거의 다 무너진다

일상 같은 거 그러며 우습게 지내던 날들도 엊그젠데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우리는 오가고

생활이라는 아름답고도 처절한 말과 함께 또 하루를 살아간다

내가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나 없는 세상이 무슨 소용인가

그대가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그대 없는 세상이 또 무슨 소용인가

서 있는 울부짖음과 뛰어가는 환희와 함께

돌아올 수 없는 몸 냄새와 함께 시간이 날아간다

평범이 무너질 때 비범도 함께 무너진다


어진 사람이 사는 곳이 명당이라는데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고 없다

― 「평범한 날들」 전문


시인 심재상은 이번 시집에 대해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인간 박용하, 시인 박용하가 절대로 양보하지 않아 온 것, 절대로 포기하려 하지 않는 것은 무엇보다도 정직함이다. 절제를 용납하지 않는 날것의 언어로 용서할 수 없는 세계 전체와 총체적으로 맞서온 막무가내의 젊은 시절에도 그랬고, 이미 저녁을 예감하는 중년의 나이에 ‘일상’이라는 ‘이 격렬한 유한’과 처절하게 몸싸움하는 요즘에도 그렇다. 치열함도 여전하다. 달라진 것은 언어의 강도가 아니라 시선의 깊이, 성찰의 깊이다. “우리는 돌 울음/ 우리는 자라나는 질문.”

점프컷으로 잘라낼 수도 없고 2배속으로 건너뛸 수도 없는 일상, 리얼타임으로, 몸으로, 온몸으로 살아낼 수 있을 뿐인 일상, 안팎이 없으니(폭력도 거짓말도 이미 그의 일부다) 출구도 없고, 과거도 미래도 없으니(말이 삶을 희롱하고 죽음을 갖고 노는 세상) 끝없이 현재진행형으로 되돌아오는 일상의 매순간, 바로 ‘지금’ 그리고 바로 ‘여기’---이 시집은 ‘절대군주’로 군림하며 우리에게 한없는 슬픔과 회한과 치욕감과 비애를 안겨주는 바로 그 일상, ‘생활이라는 아름답고도 처절한’ 시공간을 지옥처럼 뜨겁고 죽음처럼 강렬한 삶의 용광로로, 그의 시학의 궁극이라고 해도 좋을 ‘유한 속의 무한’이 온전히 구현되는 우주적 자궁으로 바꾸어나가는 실천적인 삶-말/말-삶의 기록이다. 뜨거운 의지적 상승의 힘보다 나직하고 고요한 하강적 역동성이 그의 시들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고, “나무가 불을 물펌프질한다”고 소리 높이 외치던 그가 이제 뛰어내림과 굴러떨어짐을 온몸으로 끌어안고 “나는 부자유를 활강한다”고 담백하게 말할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시간을 떨구며/ 공중을 적시는 밤 빗소리 희다” 같은 열렬하면서도 그윽한 아름다운 시행들이 이 세상에 태어났을 것이다.


시인으로 이 세상에 처음 자신의 시를 들이밀 때부터 지금까지 시인 박용하는 끝끝내 세상과 불화하였고 끝끝내 그럴 것이다. 시인이라는 아트만(Atman)으로서 박용하가 짊어진 숙명이고 업(業, 카르마)인 까닭이다.


누누이 말하지만 유한의 세계를 독보적인 언어로 들이박으면서 무한의 세계로 나아가려는 박용하의 시집을 읽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박용하의 시집을 읽는다는 것은 끝끝내 숨기고 싶은 부끄럽고 추악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그의 시를 끝끝내 읽어야 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작가 소개

박용하

1989년 『문예중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나무들은 폭포처럼 타오른다』(『26세를 위한 여섯 개의 묵시』로 증보하여 재출간), 『바다로 가는 서른세번째 길』, 『영혼의 북쪽』, 『견자』, 『한 남자』,『이 격렬한 유한 속에서』, 『저녁의 마음가짐』이 있다.

목 차

시인의 말


1부. 삶의 방식

사랑의 순간

남아 있는 날들

걸을 수 있을 때까지

해안

거짓말에게

거짓말 앞에서

여름과 가을

시간의 계절

생활의 방식

자유

글에 관한 추억

조용히


2부. 둔도鈍刀의 미학

티타임

지금에게

전언

나는 그때

그곳은 그런 곳이다

나는

5월 23일

저녁

검명劍名


3부. 나뭇잎 하나 지는 시간

영嶺의 동쪽

바다

달의 뒤편

추우야정秋雨夜情

울프 생각

평범한 날들

인간에게

적설

삼월야三月夜

회한

결별

남아 있는 세계

사람에게

춘우야정春雨夜情


시인의 산문 _ 파도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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