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아내와 함께 꽃을 찾고 즐긴 덕에 검사(檢事) 남편은 <꽃은 무죄다>를 쓰고 독자들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부부에게 있어 꽃은 존재 자체로서의 의미를 뛰어 넘었다. 눈 밝은 남편은 아내를 위해 꽃을 찾고, 아내는 그 꽃을 화폭에 담고, 남편은 꽃을 통해 고요하게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세상을 바라본다. 지은이에게 꽃은 젊은 시절 아내에게 떠넘겼던 삶의 무게에 미안함을 전하는 사랑의 전도체이자, 세상의 생태를 관찰하는 매개체이다.
오염된 세상에서 사리에 맞지 않는 주장만 하는 사람들은 지은이가 보기에 속이 텅 비어 실속이 없다는 뜻을 지닌 꽃 ‘박새’와 다르지 않다. 권력에 취한 자와 그 하수인의 성정을 하나로 뭉쳐 놓은 듯한 독초 박새를 보며 ‘꽃개’ 이성윤은 ‘화(火)내지 않는다. 대신 ’화(花)’낼 태세를 가다듬는다.
추사가 유배되어 지내던 제주 거처에는 언제나 바닷바람이 세차게 몰아 닥쳤다. 아내와 내가 찾았던 그날도 몸을 가누기 힘든 바람이 당시 추사의 삶을 돌아보라는 듯 매섭게 날아들었다. 그 바람을 맞으며 나는 여리여리 흔들리면서도 모진 시련을 견뎌 핀 수선화를 고요히 마주해 그 인내를 되새겼다.(262쪽)
지은이는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이 ‘꽃을 가꾸는 마음으로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부부를 이심이체(二心二體)라 말하는 것도 같은 뜻이다. 일심동체(一心同體)라는 말은 획일성과 폭력성을 공공연하게 드러낸다. 동체라는 명분으로 이루어지는 편 가르기와 차별보다 나와 다른 상대를 인정하고 꽃 피기를 기다리는 자세는 ‘꽃을 가꾸는 마음으로 사는 것’에서 비롯된다. 그것은 험한 탄생 과정과 성장을 거친 후에야 얼음 뚫고 꽃 피우는 복수초(福壽草)의 절정을 기다리는 마음가짐이다.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복수초는 유치하게 권력의 칼날을 휘두르며 복수(復讐)하는 자들보다 한 수 위이다. 지은이가 생각하는 복수초는 복과 장수를 비는 꽃이라는 뜻처럼 각양각색의 존재를 이해하고 서로의 복과 장수를 바라는 넓은 마음을 갖추게 하는 꽃이다. 그러므로 ‘꽃을 가꾸는 마음으로 사는 것’은 꽃의 특성을 이해하고 내 삶의 본보기로 삼는 것이다.
빈말이라도 당신이 “천 배 만 배 예쁘지”라며 아내와 함께 하는 ‘꽃개’의 삶을 즐긴다. 그러나 ‘꽃이 사람이고, 사람이 꽃’인 세상은 볼 수 없다. 서양민들레가 토종 민들레를 밀어내고 자리를 차지했듯, 사람 사는 곳 역시 비슷하다. 오염된 산성 토양에서 토종 민들레가 자랄 수 없듯, 타락한 사회는 본분을 지킨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다. 그럼에도 토종 민들레가 멸종되지 않고 산야의 양지에 고고하게 피어나듯, 사명감 높은 검사는 사라지지 않는다. 지은이가 타협하지 않고 본질의 품성을 꿋꿋하게 유지하며 살아가는 토종 민들레를 사랑하는 이유이다.
담쟁이가 내게 속삭이곤 하는 평화의 언어가 있었다.
“나는 이렇게 벽에 붙어 힘겹게 살지만 너도 힘을 냈으면 해. 세상은 더디 가는 것 같지만 그래도 나처럼 조금씩 나아가는 거야.”(119쪽)
검사 이성윤, 그는 무도한 윤석열의 법무검찰과 힘겹게 싸우고 있다. 자신이 책임자로 재직했던 서울중앙지검에 출두당하는 모욕을 겪으면서도 그는 권력에 굴하지 않는다. 역천(逆天)의 무도(無道)함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그 믿음의 뿌리는 야생화에 있다. 검사 이성윤, 비록 몸이 통째로 뜯겨 나갔어도 삶의 흔적을 남기며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담쟁이와 줄기가 꺾여도 기어이 꽃을 피우는 개망초처럼 순리를 따르는 평화 세상을 향해 조금씩 나아간다.
작가 소개
이성윤
야생화에 홀린 저자는 전북 고창에서 가난한 농부의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고향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는 전주에서 다녔다. 장학생으로 선발된 덕택에 서울에서 대학을 다닐 수 있었다. 사법연수원을 23기로 수료, 서울지검 검사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1994년 초임 검사로서 성수대교 붕괴 사건을 수사했고 그 이듬해 삼풍백화점이 무너지자 또다시 수사에 참여했다. 2001년에는 법무부 법무심의관실에서 통합도산법 제정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2부장, 광주지검 특수부장, 대검찰청 반부패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 등을 거쳐 서울중앙지검장과 서울고검장을 역임했다. 지난 정부에서 고검장을 건너뛰고 총장으로 직행했던 윤석열 전 총장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주요 보직을 담당했었다.
‘김학의 출국 금지 관련 수사’를 막았다는 혐의로 기소되어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무도한 자들의 항소로 서울고등법원에서 2심이 진행 중이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윤석열 전 총장 징계와 관련된 사건 자료’를 법무부에 제공했다는 이유로 검찰과 공수처 수사를 받는 중이다. 2023년 9월 조국 전 장관의 북콘서트에서 발언한 ㅤㅉㅏㄻ은 덕담까지 구실이 되어 징계 절차에 돌입했으니 재판 1건, 수사 1건, 징계 3건 도합 5관왕인 셈이다. 지금은 충북 진천에 있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목 차
프롤로그 5
1부 화(和)
꽃개의 연원, 빼앗긴 이름이여 다시 부를 이름이여 | 19
양지꽃, 언 땅을 녹인 애틋한 사랑 | 29
개망초, 미움받을지언정 ‘중꺾마’ | 34
복수초, 복수를 꿈꾸는 인내와 사랑 | 39
박순찬의 장도리 카툰_1 | 44
닻꽃,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45
금강초롱꽃, ‘하나부사’가 웬말이냐 | 52
큰구슬붕이, 꽃개가 찾아낸 참다운 미소 | 57
강아지풀, 심쿵이가 그립다 | 63
멕시코소철, 말없이 곁을 지켜 준 내 동생 소철이를 소개합니다 | 71
닭의장풀, 그리운 나의 어머이 | 77
감나무, 어머니의 새벽 그리고 사랑 | 84
팽나무, 지울 수 없는 팽목항의 기억 | 87
2부 | 통(通)
연꽃, 처염상정의 기적 | 95
꽃마리, 우리들의 작은 이웃 | 100
병아리풀, 낮은 데로 임하소서 | 104
삼백초, 탁월한 협력과 겸손으로 상생하다 | 108
가을벚꽃, 상식을 의심하라 | 113
담쟁이, 뜯긴 자리에 끝끝내 자신을 남겨 | 117
박순찬의 장도리 카툰_2 | 121
민들레, 꿋꿋하고 의젓하게 | 122
인동덩굴꽃과 구절초, 위장하되 위선하지 않는다 | 126
물봉선과 얼레지, 비용과 정성을 아끼지 않는 감동 전략 | 131
꽃을 대하듯 살아 보라 | 135
개나리와 영춘화, 시작과 끝을 생각하며 | 138
낙우송, 어떤 상황에서도 길을 찾는 지혜로 | 142
3부: 순(順)
대추나무, 모름지기 이쯤의 내공은 있어야 | 149
박새, 아! 허망할 왕 노릇이여 | 155
박순찬의 장도리 카툰_3 | 160
히어리, 제 자리를 잡지 못해 방황하는 존재들 | 161
풍년화, 혹한의 시련을 넘어 | 165
목련, 진짜는 어디 가고 무도함만 남아 | 169
노랑망태버섯, 자신조차 품을 수 없는 그 텅 빈 화려함이란 | 174
미선나무, 버려진 우아함에 대하여 | 178
금꿩의다리, 진정한 아웃사이더 | 183
미국실새삼, 작은 영웅들에 기생하는 어둠의 세력 | 188
맹종죽, 풀인가 나무인가 | 196
은행나무, 자신조차 감당 못 하면서 | 201
변산바람꽃, 부족함을 채우는 협력의 생존 전략 | 208
4부: 그리고 희망(望)
노루귀, 짧은 겨울 해를 모아 일어선 아련한 강인함이여 | 213
처녀치마, 내 상처를 어루만져 준 위안과 위로 | 222
석산, 심어진 자리에서 결실을 | 229
느티나무, 위엄과 위안을 한 몸에 품고도 | 236
박순찬의 장도리 카툰_4 | 241
양하와 야고, 가식 없이 허세도 없이 | 242
달맞이꽃, 신뢰가 만든 조화와 상생 | 249
납매, 희망을 전달하는 섣달 매화 | 254
금잔옥대, 유배지에도 꽃은 피어나니 | 259
에필로그 | 265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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