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1989년 『심상』으로 등단한 이후 『나비의 침묵』, 『풍경의 위독』, 『아인슈타인의 달팽이』, 『로깡땡의 일기』 등의 시집을 통해 현대인들의 욕망과 그것을 키우는 미로 같은 자본주의 사회의 혼란스러운 풍경을 세밀하게 그려온 전기철 시인의 새 시집 『누이의 방』이 실천문학사에서 출간되었다.
전기철 시인은 이번 시집 『누이의 방』에서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가진 오래되고 곪은 상처들을 뼈아프게 매만지고 마침내 터트린다. 그래서 그는 살을 파고드는 아픔 너머, 치유의 길을 바라보며 다시 이 희망 없는 세상에 말을 걸고 있다.
희망 없는 세상에서 노래하기
전기철 시인의 두 번째 시집 『풍경의 위독』에 실린 시인의 말을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갈수록 고향은 멀고/도시의 불빛은 가깝다”. 이탈리아의 시인 체사레 파베세가 “살아간다는 것은 고향에서 멀어지는 일”이라고 했듯이 전기철 시집에 등장하는 화자들은 국적이 없고, 한곳에 머물지 못하며, 고향이 없는 사람들 같다.
아무도 나를 읽을 수 없다네.
달로 이민을 가려고
야곱의 사닥다리를 오르며
죽은 자들과 친구 하고
산 자가 그리우면
산 너머
떡갈나무에게 하소연하는
나는 불운의 연습장
고독의 전단지라네.
_ 시 「시인의 영토」 부분
그의 시에 등장하는 화자들은 “수취인 불명의 편지처럼 나는 이 지상에 안주할 곳이 없”(「강물에 써놓은 말들」)거나, “나는 먼 왕조의 위장 간첩”(「굿모닝 충무로」)이다. 그리고 그들은 “생각이 죄가 되는 시대/나는 어둠과 말다툼을”(「외눈박이 거인의 나라」)하거나 “경찰에게 잡히기 전에 빨리 어딘가로 가야겠다, 경찰 말을 알아듣지 못하면 죄가”(「작은 새, 나의 작은 새여」)된다고 말한다. 도대체 이 화자들이 말하는 세상이란 어떤 풍경일까.
노래방에서 밤새 일하는 누이에게
서정시란 몇 푼어치의 위안인가?
아침이면 잠이 오지 않는다며
폐가가 허물어지는 듯한 목소리로 전화를 하는
누이에게 서정시란 무엇인가?
오빠, 나한테 인간이 되라고 하지? 그런 말 하지 마. 나는 종말론자야. 허공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사람에게 내일은 없는 거야. 영혼을 모두 돈에 팔아버렸거든. 밤은 나의 대륙이고 나는 종말의 박물관이야.
나는 홀로 우체통처럼 빨개져서
할 말이라도 있는 것처럼
시부렁대는 시계를 바라보며
서정시 같은 말을 뱉는다.
너에게 시집을 보낼게. 네 밤을 지켜줄 거야.
오빠, 시가 밥 먹여줘? 오빠도 알지. 내 꿈이 투우사라는 거. 커다란 경기장에서 카포테를 들고 서 있는 투우사 말이야. 여자 투우사!
_ 시 「여자 투우사」 부분
전기철 시인이 바라보는 이 사회는 ‘시가 밥을 먹여주지 못하는 사회’이자 한마디 위로의 말이 단지 ‘서정시 같은 말’이 될 뿐이다. 그런 사회에서 서정시를 쓰는 시인의 존재 가치는 사라져버린다. 가장 섬세한 사람의 마음결을 어루만지는 것이 시(서정시)라고 할 때, 그런 시가 아무런 위안이 되지 못하는 세상은 참으로 견디기 힘들고 서글픈 세상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사람의 마음에 가장 큰 평화와 위안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그런데 오빠, 밤마다 야근을 하는 달은 시급이 얼마나 될까?
나 같은 년의 아픔 때문에 지구가 무거워지면 안 되는데……. 그치, 오빠!
그 순간
투우사의 칼이
나의 시
한복판에 박히는 것을 보았다.
_ 시 「여자 투우사」 부분
시 「여자 투우사」에서 밤새 노래방에서 일을 하는 누이의 꿈은 여자 투우사다. 그녀에게 서정시는 한낱 사치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시를 가만히 읽어보면 이 ‘누이’가 불행해 보이는 이유는 그녀가 단지 돈이 없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그보다는 오히려 그녀에게 ‘서정시’라 할 수 있는 ‘꿈(여자 투우사)’이 영영 꿈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꿈을 가진 가난한 자들에게 이 사회는 그저 넓고 넓은, 결코 그곳을 빠져나갈 수 없는 커다란 감옥과 같다.
‘유년의 대륙’과 무용(無用)의 가치
전기철 시인의 이번 시집은 내용이나 형식적인 면에서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불우한 가족사부터 내면의 갈등 그리고 정치 문제까지 실로 광범위한 주제들은 그의 시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 혹은 음악이나 작품들을 통해 그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 시집을 통해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것이 바로 브레히트와 유사한 시적 발상이다. “이 바보 같은 사회에서/서정시는 무슨 소용이 있는가?”(「여자 투우사」)라는 자조는 “나의 시에 운율을 맞춘다면 그것은 내게 거의 오만처럼 생각된다”는 브레히트의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의 절규와 상통한다. 시인의 이와 같은 절규는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과 인간의 이기적인 삶에서 비롯된, 척박한 세상에 내던져진 우리의 자화상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바람이 어둠과 범벅이 되어
헛소문을 퍼뜨리고 다니는 거리에서
떨고 있는
나의 누이, 플라타너스여,
아직 나는
유년의 대륙을 찾지 못해
고독을 어깨에 짊어지고
증오를 직업으로 삼은 채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왜 이렇게
그리움은 쉽게 마모되고
희망은 마약인가.
가진 자들이 사이코패스가 되어 눈을 부라리는
엄혹한 세상에서
나는 저주받은 시나 쓴다.
나의 누이, 플라타너스여,
내 유년의 대륙으로 가고 싶다.
그곳에 가서
쓸모없는 나무가 되고 싶다.
_ 시 「플라타너스」 부분
아일랜드 시인 예이츠를 추모하는 형식으로 쓰인 이 시에서 시인은 그리움의 공간이자 희망이 살아 있는 곳으로 ‘유년의 대륙’을 그리고 있다. 그곳은 때 묻지 않은 곳이라는 점에서 예이츠의 시 「이니스프리의 호도」의 이니스프리와 같은 성격의 공간이기도 하다.
시집의 해설을 쓴 우대식 시인은 “저주받은 시를 쓸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때 묻지 않은 유년의 대륙에 가서 ‘무용지목(無用之木)’이 되고 싶다는 욕망은 그가 투신한 문학의 한 정점을 보여준다”고 했다. 다시 말해 문학의 현실적 무용(無用)이 가장 훌륭한 문학의 쓰임이라는 아이러니에는 문학에 전적으로 투신한 전기철 시인의 욕망과 좌절이 음각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특히 이 시의 마지막 구절, “불평 많은 나의 시를 데리고/이니스프리로 가고 싶다”는 말은 욕망 속에 그의 곤고한 삶과 문학이 감추어져 있기 때문에 더욱 뜻깊다.
자기분열적 징후와 그 형식적 실험
시집의 1부와 2부를 통해 아픈 가족사와 자본주의 사회가 일으키는 인간의 내면적 갈등을 그려온 시인은 제3부에 들어 본격적인 형식적 실험을 통해 정치 문제에 대해 날카롭게 접근하고 있다. 이 시들은 역사를 기술하는 한 방법론을 차용하여 세계의 폭력성을 고발하고 있기도 하다. 시 「약 아이」, 「그리고 아무도 오지 않았다」, 「슬픈 피에로」등의 작품이 그것으로 ‘오바마 모년 혹은 이명박 모년 모월 모일’ 혹은 ‘이명박 모년 모월 모일 모시’와 같이 연대를 기록하는 편년체 수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바마 2년 혹은 이명박 3년 1월 4일 폭설이다
거리는 자동차들의 무덤이다. 서울은 모욕을 당했다. 내 안의 괘종시계가 심장을 두드린다. 웅크린 가난에는 귀가 없다. 미국이 벌이는 전쟁으로 아프간에서는 나무들이 레퀴엠을 연주한다고 한다. 인사동에서 인형을 샀다. 나는 소녀의 슬픈 청동 책 속에 인형을 넣어준다. 너무 많은 손들이 들어와 있어 책이 끙끙 앓는다. 나는 맥주로 머리를 헹궜다.
_ 시 「약 아이」 부분
나를 자꾸 추하게 하는 것은 희망이다.
망령들 위에 세운 자본의 도시여!
묘비처럼 우뚝우뚝 솟은 빌딩이여!
나는 기도하는 손을 갖고 싶다.
약이 없으면 견딜 수가 없어요. 세상은 항상 알약처럼 뱅뱅 돌아요.
아버지를 따라간 유곽에서 관음보살의 손을 본 뒤부터예요. 창녀의 하
얀 손이 아버지를 만지고 있었어요. 나는 그 여자의 손을 보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렸는데 그때, 홀 한쪽에서 본 관음보살의 손, 손들
_ 시 「나사로의 언덕」 부분
시인은 「약 아이」와 같은 시편들을 통해 세계의 경찰국가임을 자임하는 미국이 오히려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분쟁에 개입하고 있다는 사실과 우리 사회에서도 용산참사와 같은 처참한 현실이 “한쪽에서는 끝났다고 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끝나지 않았다고”(「약 아이」)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고발한다.
제3부에 실린 일부 시편들은 형식적으로 ‘이중주’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형식은 한 편의 시를 읽을 때 어느 하나의 시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한다. 시인은 이러한 의도적인 독서 방해를 통해 일종의 시적(사회적) 분열을 그려내며 시적 의미의 영토를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기철 시인의 『누이의 방』을 한마디로 규정하기란 쉽지 않다. 그것은 그의 시적 토대가 되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 노출된 인간성의 자기분열적 징후가 다변화되고 파편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번 시집이 어떤 의미를 획득하는 까닭은 새로운 형식적 실험을 통해 자신만의 치유와 화해의 길을 모색하고 고군분투하는 그 자세 때문이다. 앞으로 그의 시적 행보가 어떤 궤적을 보여줄 것인지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편집자가 꼽은 전기철의 시
여자 투우사
소나 돼지가 반체제 인사라도 되는 듯
날마다 땅에 파묻고 격리시키고
망명자 행세를 하는 개들이 뒷골목을 어슬렁거리는
이 바보 같은 사회에서
서정시는 무슨 소용이 있는가?
노래방에서 밤새 일하는 누이에게
서정시란 몇 푼어치의 위안인가?
아침이면 잠이 오지 않는다며
폐가가 허물어지는 듯한 목소리로 전화를 하는
누이에게 서정시란 무엇인가?
오빠, 나한테 인간이 되라고 하지? 그런 말 하지 마. 나는 종말론자야. 허공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사람에게 내일은 없는 거야. 영혼을 모두 돈에 팔아버렸거든. 밤은 나의 대륙이고 나는 종말의 박물관이야.
나는 홀로 우체통처럼 빨개져서
할 말이라도 있는 것처럼
시부렁대는 시계를 바라보며 서정시 같은 말을 뱉는다.
너에게 시집을 보낼게. 네 밤을 지켜줄 거야.
오빠, 시가 밥 먹여줘? 오빠도 알지. 내 꿈이 투우사라는 거. 커다란 경기장에서 카포테를 들고 서 있는 투우사 말이야. 여자 투우사!
누이는 자신의 대륙에 홀로 서서
그런데 오빠, 밤마다 야근을 하는 달은 시급이 얼마나 될까?
나 같은 년의 아픔 때문에 지구가 무거워지면 안 되는데……. 그치, 오빠!
그 순간
투우사의 칼이
나의 시
한복판에 박히는 것을 보았다.
한여름 밤의 꿈
세상은 마법에 걸렸어요.
이스라엘 사람 유리 겔라가
숟가락을 구부리는 밤
모두들 티브이 앞에서
알라딘의 요술 램프를 쓰다듬듯이
숟가락을
밥 먹는 숟가락의 고개를
부러뜨리는 밤
그 한여름 밤에
나는 알바에서 잘려 행복에 시달리며
동물원으로 표범을 보러 갔어요.
그 한여름 밤에
모두들 숟가락을 부러뜨리는 밤에
동물원의 담을 넘었어요.
먼 아프리카의 꿈을 만나러
한여름 밤에
숟가락을 구부리는
한여름 밤에
세상의 담을 넘었어요.
유리 겔라가 숟가락을 부러뜨리는 밤에
아프리카의 밤을 만나러 갔어요.
숟가락들이 부러지는 밤에
세상의 담을 넘었어요.
어머니는 아직도 배추를 다 팔지 못해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밤에
발해의 말 장수
전쟁이 끝났지만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다.
어머니와 나는 점점 말을 잃어갔다.
어머니는 귀환병들에게 아버지의 소식을 묻지 않았고
담배를 불침번으로 세우고는
세잔의 사과처럼 아무 데나 퍼질러 앉았다.
아버지의 이름 위로 비가 내리고
눈이 내리고
모든 사물들은 우리를 외면했고
새들도 나날이 뻔뻔스러워졌다.
어머니는 외로움과 친구가 됐고
나는 권태를 발명했다.
내 유일한 위로는 밤하늘의 시리우스였는데,
밤이면 시리우스를 데리고 먼 곳까지 갔다가
새벽에야 돌아오곤 했다.
별이 뜨지 않는 밤이 계속되었다.
어느 날 한 상이군인이 마을에 나타났다.
휘파람을 불며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낡은 가방에 넣고 다니는 행상이었다.
어머니와 내가 고요를 머릿속에 채우고
누워 있으면
그 군인의 악기가 울었다.
나는 발해의 말 장수라네.
수많은 전쟁을 지나 국경을 넘은
발해의 말 장수라네.
두만강을 건너 아무르 너머
발해의 말 장수라네.
어머니는 외로움을 안은 채 꼼짝도 않고 누워 있었고
나는 말 장수의 악기가 내 심장을 연주하는 소리를 밤새 들었다.
두려움을 모르면 어른이 되지 않아.
두만강 건너 아무르 너머
말을 달리면
안개 자욱한 초원이 있다네.
외로운 이여,
내 왼쪽 가슴에 난 창문을 열어
청동 말을 타고 가면
꿈꾸는 발해가 있다네.
나는 발해의 말 장수
세상을 건너는 말 장수
神道로 말을 달리는 발해의 말 장수
안개를 데리고 다니는
발해의 말 장수
두려움을 모르면 어른이 되지 않아.
나는 방을 뛰쳐나갔다.
하늘에서 찬란하게 짖고 있는 시리우스가
금세 나를 데리고 먼 발해로 달려갈 것만 같아
두리번거렸지만
발해의 말 장수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휘파람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혼몽한 밤안개 사이로
밤새 짖어대던 시리우스
茶山은 왜 요한을 배반했을까
다산은 왜 신을 배반했을까. 다산초당을 다녀온 후 이 생각이 내 영혼의 영토를 점령했다. 밥을 먹으려면 식칼 냄새가 나고 화장실에 가면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니다’라고 씌어 있어 뒤처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쫓기듯 나온다.
다산, 아니 요한은 왜 유배지에서라도 다시 신을 찾지 않았을까. 바람이 몇 장의 하늘을 걷어낸 계절 속으로 들어가보면 달이 도는 소리인지 지구가 도는 소리인지 시간의 소음이 요란하다.
요한, 아니 다산이 신을 배반한 영혼의 길은 곡선일까 직선일까. 다산의 자취를 따라가면 견고한 성도 있고 초막도 있고 절도 있고 성당도 있는데 다산이 신을 배반한 영혼의 길은 보이지 않는다.
오늘은 꼭 밥 한 그릇 다 비우고 말리라. 낙원동 악기상가 아래 홍명희의 ‘화요회’ 터에서 떠돌고 있는데 배고픈 간판들이 우두커니를 내려다본다. 머릿속에는 세상에서 버려진 것들로 가득하고 거울을 보면 비애로 화장을 한 낯선 얼굴이 빤히 쳐다본다.
허공은 점점 짙게 색칠되는데 인사동과 낙원동 어름에서 불이 켜진 식당은 보이지 않는다. 배고픔을 달랠 곳을 찾지 못한 채 걷고 걷다가 길을 잃고 먼 곳을 바라보니 저만치 어둠 속 다산의 뒷모습이 어렴풋하다.
권태
생각의 뼈다귀를 쌓는 밤. 책이 한 관념론자를 편다. 어머니의 치매가 와 있다. 기억의 밑바닥이 수런거린다. 목구멍에서 침을 핥는 어머니. 방부 처리된 기억의 저편에서 온 어머니, 파랗다. 파란 어머니는 책을 기절시킨다. 관념으로 그을린 밤. 페이지 속으로 들어온 관념론자가 절뚝인다. 책 속에 치매를 쌓는 밤. 관념론자가 어머니의 치매 속에다 글을 쓴다. 치매에 걸린 책. 초침 위에 권태를 쌓는 관념론자의 밤. 파란 밤. 어머니가 목구멍에서 마지막 침을 핥는 밤. 적막이 그을린다.
▣ 작가 소개
저자 : 전기철
1954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1989년 『심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나비의 침묵』, 『풍경의 위독』, 『아인슈타인의 달팽이』, 『로깡땡의 일기』등이 잇다. 현재 숭의여자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 주요 목차
제1부 여자 투우사|한여름 밤의 꿈|발해의 말 장수|플라타너스|키치|풀 하우스|풍금|광주|작은 새, 나의 작은 새여|불행해서 기뻐요|약 아이|부러진 봄|마왕|누이의 방|어느 자해공갈단의 고백|낙원시장 89호 금이네 집|휴전선 편지
제2부 강물에 써놓은 말들|천 개의 도시|죽음과 소녀|법주사의 밤|타르코다르 1|타르코다르 2|시인의 영토|수다쟁이 햄릿|몽유병자|침묵|피튜니아|굿모닝 충무로|여름 가족|그리고 아무도 오지 않았다|茶山은 왜 요한을 배반했을까|눈의 변주곡|권태
제3부 슬픈 피에로|태풍|눈 오는 밤|브레히트를 읽는다|떡갈나무의 나라는 어디쯤 있을까|목련|버스 정류장|외눈박이 거인의 나라|나사로의 언덕|양철 지붕의 재잘거림|르누아르|오랑캐꽃|바그다드 카페|새의 초상화
해설 우대식|시인의 말
1989년 『심상』으로 등단한 이후 『나비의 침묵』, 『풍경의 위독』, 『아인슈타인의 달팽이』, 『로깡땡의 일기』 등의 시집을 통해 현대인들의 욕망과 그것을 키우는 미로 같은 자본주의 사회의 혼란스러운 풍경을 세밀하게 그려온 전기철 시인의 새 시집 『누이의 방』이 실천문학사에서 출간되었다.
전기철 시인은 이번 시집 『누이의 방』에서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가진 오래되고 곪은 상처들을 뼈아프게 매만지고 마침내 터트린다. 그래서 그는 살을 파고드는 아픔 너머, 치유의 길을 바라보며 다시 이 희망 없는 세상에 말을 걸고 있다.
희망 없는 세상에서 노래하기
전기철 시인의 두 번째 시집 『풍경의 위독』에 실린 시인의 말을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갈수록 고향은 멀고/도시의 불빛은 가깝다”. 이탈리아의 시인 체사레 파베세가 “살아간다는 것은 고향에서 멀어지는 일”이라고 했듯이 전기철 시집에 등장하는 화자들은 국적이 없고, 한곳에 머물지 못하며, 고향이 없는 사람들 같다.
아무도 나를 읽을 수 없다네.
달로 이민을 가려고
야곱의 사닥다리를 오르며
죽은 자들과 친구 하고
산 자가 그리우면
산 너머
떡갈나무에게 하소연하는
나는 불운의 연습장
고독의 전단지라네.
_ 시 「시인의 영토」 부분
그의 시에 등장하는 화자들은 “수취인 불명의 편지처럼 나는 이 지상에 안주할 곳이 없”(「강물에 써놓은 말들」)거나, “나는 먼 왕조의 위장 간첩”(「굿모닝 충무로」)이다. 그리고 그들은 “생각이 죄가 되는 시대/나는 어둠과 말다툼을”(「외눈박이 거인의 나라」)하거나 “경찰에게 잡히기 전에 빨리 어딘가로 가야겠다, 경찰 말을 알아듣지 못하면 죄가”(「작은 새, 나의 작은 새여」)된다고 말한다. 도대체 이 화자들이 말하는 세상이란 어떤 풍경일까.
노래방에서 밤새 일하는 누이에게
서정시란 몇 푼어치의 위안인가?
아침이면 잠이 오지 않는다며
폐가가 허물어지는 듯한 목소리로 전화를 하는
누이에게 서정시란 무엇인가?
오빠, 나한테 인간이 되라고 하지? 그런 말 하지 마. 나는 종말론자야. 허공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사람에게 내일은 없는 거야. 영혼을 모두 돈에 팔아버렸거든. 밤은 나의 대륙이고 나는 종말의 박물관이야.
나는 홀로 우체통처럼 빨개져서
할 말이라도 있는 것처럼
시부렁대는 시계를 바라보며
서정시 같은 말을 뱉는다.
너에게 시집을 보낼게. 네 밤을 지켜줄 거야.
오빠, 시가 밥 먹여줘? 오빠도 알지. 내 꿈이 투우사라는 거. 커다란 경기장에서 카포테를 들고 서 있는 투우사 말이야. 여자 투우사!
_ 시 「여자 투우사」 부분
전기철 시인이 바라보는 이 사회는 ‘시가 밥을 먹여주지 못하는 사회’이자 한마디 위로의 말이 단지 ‘서정시 같은 말’이 될 뿐이다. 그런 사회에서 서정시를 쓰는 시인의 존재 가치는 사라져버린다. 가장 섬세한 사람의 마음결을 어루만지는 것이 시(서정시)라고 할 때, 그런 시가 아무런 위안이 되지 못하는 세상은 참으로 견디기 힘들고 서글픈 세상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사람의 마음에 가장 큰 평화와 위안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그런데 오빠, 밤마다 야근을 하는 달은 시급이 얼마나 될까?
나 같은 년의 아픔 때문에 지구가 무거워지면 안 되는데……. 그치, 오빠!
그 순간
투우사의 칼이
나의 시
한복판에 박히는 것을 보았다.
_ 시 「여자 투우사」 부분
시 「여자 투우사」에서 밤새 노래방에서 일을 하는 누이의 꿈은 여자 투우사다. 그녀에게 서정시는 한낱 사치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시를 가만히 읽어보면 이 ‘누이’가 불행해 보이는 이유는 그녀가 단지 돈이 없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그보다는 오히려 그녀에게 ‘서정시’라 할 수 있는 ‘꿈(여자 투우사)’이 영영 꿈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꿈을 가진 가난한 자들에게 이 사회는 그저 넓고 넓은, 결코 그곳을 빠져나갈 수 없는 커다란 감옥과 같다.
‘유년의 대륙’과 무용(無用)의 가치
전기철 시인의 이번 시집은 내용이나 형식적인 면에서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불우한 가족사부터 내면의 갈등 그리고 정치 문제까지 실로 광범위한 주제들은 그의 시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 혹은 음악이나 작품들을 통해 그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 시집을 통해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것이 바로 브레히트와 유사한 시적 발상이다. “이 바보 같은 사회에서/서정시는 무슨 소용이 있는가?”(「여자 투우사」)라는 자조는 “나의 시에 운율을 맞춘다면 그것은 내게 거의 오만처럼 생각된다”는 브레히트의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의 절규와 상통한다. 시인의 이와 같은 절규는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과 인간의 이기적인 삶에서 비롯된, 척박한 세상에 내던져진 우리의 자화상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바람이 어둠과 범벅이 되어
헛소문을 퍼뜨리고 다니는 거리에서
떨고 있는
나의 누이, 플라타너스여,
아직 나는
유년의 대륙을 찾지 못해
고독을 어깨에 짊어지고
증오를 직업으로 삼은 채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왜 이렇게
그리움은 쉽게 마모되고
희망은 마약인가.
가진 자들이 사이코패스가 되어 눈을 부라리는
엄혹한 세상에서
나는 저주받은 시나 쓴다.
나의 누이, 플라타너스여,
내 유년의 대륙으로 가고 싶다.
그곳에 가서
쓸모없는 나무가 되고 싶다.
_ 시 「플라타너스」 부분
아일랜드 시인 예이츠를 추모하는 형식으로 쓰인 이 시에서 시인은 그리움의 공간이자 희망이 살아 있는 곳으로 ‘유년의 대륙’을 그리고 있다. 그곳은 때 묻지 않은 곳이라는 점에서 예이츠의 시 「이니스프리의 호도」의 이니스프리와 같은 성격의 공간이기도 하다.
시집의 해설을 쓴 우대식 시인은 “저주받은 시를 쓸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때 묻지 않은 유년의 대륙에 가서 ‘무용지목(無用之木)’이 되고 싶다는 욕망은 그가 투신한 문학의 한 정점을 보여준다”고 했다. 다시 말해 문학의 현실적 무용(無用)이 가장 훌륭한 문학의 쓰임이라는 아이러니에는 문학에 전적으로 투신한 전기철 시인의 욕망과 좌절이 음각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특히 이 시의 마지막 구절, “불평 많은 나의 시를 데리고/이니스프리로 가고 싶다”는 말은 욕망 속에 그의 곤고한 삶과 문학이 감추어져 있기 때문에 더욱 뜻깊다.
자기분열적 징후와 그 형식적 실험
시집의 1부와 2부를 통해 아픈 가족사와 자본주의 사회가 일으키는 인간의 내면적 갈등을 그려온 시인은 제3부에 들어 본격적인 형식적 실험을 통해 정치 문제에 대해 날카롭게 접근하고 있다. 이 시들은 역사를 기술하는 한 방법론을 차용하여 세계의 폭력성을 고발하고 있기도 하다. 시 「약 아이」, 「그리고 아무도 오지 않았다」, 「슬픈 피에로」등의 작품이 그것으로 ‘오바마 모년 혹은 이명박 모년 모월 모일’ 혹은 ‘이명박 모년 모월 모일 모시’와 같이 연대를 기록하는 편년체 수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바마 2년 혹은 이명박 3년 1월 4일 폭설이다
거리는 자동차들의 무덤이다. 서울은 모욕을 당했다. 내 안의 괘종시계가 심장을 두드린다. 웅크린 가난에는 귀가 없다. 미국이 벌이는 전쟁으로 아프간에서는 나무들이 레퀴엠을 연주한다고 한다. 인사동에서 인형을 샀다. 나는 소녀의 슬픈 청동 책 속에 인형을 넣어준다. 너무 많은 손들이 들어와 있어 책이 끙끙 앓는다. 나는 맥주로 머리를 헹궜다.
_ 시 「약 아이」 부분
나를 자꾸 추하게 하는 것은 희망이다.
망령들 위에 세운 자본의 도시여!
묘비처럼 우뚝우뚝 솟은 빌딩이여!
나는 기도하는 손을 갖고 싶다.
약이 없으면 견딜 수가 없어요. 세상은 항상 알약처럼 뱅뱅 돌아요.
아버지를 따라간 유곽에서 관음보살의 손을 본 뒤부터예요. 창녀의 하
얀 손이 아버지를 만지고 있었어요. 나는 그 여자의 손을 보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렸는데 그때, 홀 한쪽에서 본 관음보살의 손, 손들
_ 시 「나사로의 언덕」 부분
시인은 「약 아이」와 같은 시편들을 통해 세계의 경찰국가임을 자임하는 미국이 오히려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분쟁에 개입하고 있다는 사실과 우리 사회에서도 용산참사와 같은 처참한 현실이 “한쪽에서는 끝났다고 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끝나지 않았다고”(「약 아이」)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고발한다.
제3부에 실린 일부 시편들은 형식적으로 ‘이중주’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형식은 한 편의 시를 읽을 때 어느 하나의 시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한다. 시인은 이러한 의도적인 독서 방해를 통해 일종의 시적(사회적) 분열을 그려내며 시적 의미의 영토를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기철 시인의 『누이의 방』을 한마디로 규정하기란 쉽지 않다. 그것은 그의 시적 토대가 되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 노출된 인간성의 자기분열적 징후가 다변화되고 파편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번 시집이 어떤 의미를 획득하는 까닭은 새로운 형식적 실험을 통해 자신만의 치유와 화해의 길을 모색하고 고군분투하는 그 자세 때문이다. 앞으로 그의 시적 행보가 어떤 궤적을 보여줄 것인지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편집자가 꼽은 전기철의 시
여자 투우사
소나 돼지가 반체제 인사라도 되는 듯
날마다 땅에 파묻고 격리시키고
망명자 행세를 하는 개들이 뒷골목을 어슬렁거리는
이 바보 같은 사회에서
서정시는 무슨 소용이 있는가?
노래방에서 밤새 일하는 누이에게
서정시란 몇 푼어치의 위안인가?
아침이면 잠이 오지 않는다며
폐가가 허물어지는 듯한 목소리로 전화를 하는
누이에게 서정시란 무엇인가?
오빠, 나한테 인간이 되라고 하지? 그런 말 하지 마. 나는 종말론자야. 허공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사람에게 내일은 없는 거야. 영혼을 모두 돈에 팔아버렸거든. 밤은 나의 대륙이고 나는 종말의 박물관이야.
나는 홀로 우체통처럼 빨개져서
할 말이라도 있는 것처럼
시부렁대는 시계를 바라보며 서정시 같은 말을 뱉는다.
너에게 시집을 보낼게. 네 밤을 지켜줄 거야.
오빠, 시가 밥 먹여줘? 오빠도 알지. 내 꿈이 투우사라는 거. 커다란 경기장에서 카포테를 들고 서 있는 투우사 말이야. 여자 투우사!
누이는 자신의 대륙에 홀로 서서
그런데 오빠, 밤마다 야근을 하는 달은 시급이 얼마나 될까?
나 같은 년의 아픔 때문에 지구가 무거워지면 안 되는데……. 그치, 오빠!
그 순간
투우사의 칼이
나의 시
한복판에 박히는 것을 보았다.
한여름 밤의 꿈
세상은 마법에 걸렸어요.
이스라엘 사람 유리 겔라가
숟가락을 구부리는 밤
모두들 티브이 앞에서
알라딘의 요술 램프를 쓰다듬듯이
숟가락을
밥 먹는 숟가락의 고개를
부러뜨리는 밤
그 한여름 밤에
나는 알바에서 잘려 행복에 시달리며
동물원으로 표범을 보러 갔어요.
그 한여름 밤에
모두들 숟가락을 부러뜨리는 밤에
동물원의 담을 넘었어요.
먼 아프리카의 꿈을 만나러
한여름 밤에
숟가락을 구부리는
한여름 밤에
세상의 담을 넘었어요.
유리 겔라가 숟가락을 부러뜨리는 밤에
아프리카의 밤을 만나러 갔어요.
숟가락들이 부러지는 밤에
세상의 담을 넘었어요.
어머니는 아직도 배추를 다 팔지 못해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밤에
발해의 말 장수
전쟁이 끝났지만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다.
어머니와 나는 점점 말을 잃어갔다.
어머니는 귀환병들에게 아버지의 소식을 묻지 않았고
담배를 불침번으로 세우고는
세잔의 사과처럼 아무 데나 퍼질러 앉았다.
아버지의 이름 위로 비가 내리고
눈이 내리고
모든 사물들은 우리를 외면했고
새들도 나날이 뻔뻔스러워졌다.
어머니는 외로움과 친구가 됐고
나는 권태를 발명했다.
내 유일한 위로는 밤하늘의 시리우스였는데,
밤이면 시리우스를 데리고 먼 곳까지 갔다가
새벽에야 돌아오곤 했다.
별이 뜨지 않는 밤이 계속되었다.
어느 날 한 상이군인이 마을에 나타났다.
휘파람을 불며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낡은 가방에 넣고 다니는 행상이었다.
어머니와 내가 고요를 머릿속에 채우고
누워 있으면
그 군인의 악기가 울었다.
나는 발해의 말 장수라네.
수많은 전쟁을 지나 국경을 넘은
발해의 말 장수라네.
두만강을 건너 아무르 너머
발해의 말 장수라네.
어머니는 외로움을 안은 채 꼼짝도 않고 누워 있었고
나는 말 장수의 악기가 내 심장을 연주하는 소리를 밤새 들었다.
두려움을 모르면 어른이 되지 않아.
두만강 건너 아무르 너머
말을 달리면
안개 자욱한 초원이 있다네.
외로운 이여,
내 왼쪽 가슴에 난 창문을 열어
청동 말을 타고 가면
꿈꾸는 발해가 있다네.
나는 발해의 말 장수
세상을 건너는 말 장수
神道로 말을 달리는 발해의 말 장수
안개를 데리고 다니는
발해의 말 장수
두려움을 모르면 어른이 되지 않아.
나는 방을 뛰쳐나갔다.
하늘에서 찬란하게 짖고 있는 시리우스가
금세 나를 데리고 먼 발해로 달려갈 것만 같아
두리번거렸지만
발해의 말 장수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휘파람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혼몽한 밤안개 사이로
밤새 짖어대던 시리우스
茶山은 왜 요한을 배반했을까
다산은 왜 신을 배반했을까. 다산초당을 다녀온 후 이 생각이 내 영혼의 영토를 점령했다. 밥을 먹으려면 식칼 냄새가 나고 화장실에 가면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니다’라고 씌어 있어 뒤처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쫓기듯 나온다.
다산, 아니 요한은 왜 유배지에서라도 다시 신을 찾지 않았을까. 바람이 몇 장의 하늘을 걷어낸 계절 속으로 들어가보면 달이 도는 소리인지 지구가 도는 소리인지 시간의 소음이 요란하다.
요한, 아니 다산이 신을 배반한 영혼의 길은 곡선일까 직선일까. 다산의 자취를 따라가면 견고한 성도 있고 초막도 있고 절도 있고 성당도 있는데 다산이 신을 배반한 영혼의 길은 보이지 않는다.
오늘은 꼭 밥 한 그릇 다 비우고 말리라. 낙원동 악기상가 아래 홍명희의 ‘화요회’ 터에서 떠돌고 있는데 배고픈 간판들이 우두커니를 내려다본다. 머릿속에는 세상에서 버려진 것들로 가득하고 거울을 보면 비애로 화장을 한 낯선 얼굴이 빤히 쳐다본다.
허공은 점점 짙게 색칠되는데 인사동과 낙원동 어름에서 불이 켜진 식당은 보이지 않는다. 배고픔을 달랠 곳을 찾지 못한 채 걷고 걷다가 길을 잃고 먼 곳을 바라보니 저만치 어둠 속 다산의 뒷모습이 어렴풋하다.
권태
생각의 뼈다귀를 쌓는 밤. 책이 한 관념론자를 편다. 어머니의 치매가 와 있다. 기억의 밑바닥이 수런거린다. 목구멍에서 침을 핥는 어머니. 방부 처리된 기억의 저편에서 온 어머니, 파랗다. 파란 어머니는 책을 기절시킨다. 관념으로 그을린 밤. 페이지 속으로 들어온 관념론자가 절뚝인다. 책 속에 치매를 쌓는 밤. 관념론자가 어머니의 치매 속에다 글을 쓴다. 치매에 걸린 책. 초침 위에 권태를 쌓는 관념론자의 밤. 파란 밤. 어머니가 목구멍에서 마지막 침을 핥는 밤. 적막이 그을린다.
▣ 작가 소개
저자 : 전기철
1954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1989년 『심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나비의 침묵』, 『풍경의 위독』, 『아인슈타인의 달팽이』, 『로깡땡의 일기』등이 잇다. 현재 숭의여자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 주요 목차
제1부 여자 투우사|한여름 밤의 꿈|발해의 말 장수|플라타너스|키치|풀 하우스|풍금|광주|작은 새, 나의 작은 새여|불행해서 기뻐요|약 아이|부러진 봄|마왕|누이의 방|어느 자해공갈단의 고백|낙원시장 89호 금이네 집|휴전선 편지
제2부 강물에 써놓은 말들|천 개의 도시|죽음과 소녀|법주사의 밤|타르코다르 1|타르코다르 2|시인의 영토|수다쟁이 햄릿|몽유병자|침묵|피튜니아|굿모닝 충무로|여름 가족|그리고 아무도 오지 않았다|茶山은 왜 요한을 배반했을까|눈의 변주곡|권태
제3부 슬픈 피에로|태풍|눈 오는 밤|브레히트를 읽는다|떡갈나무의 나라는 어디쯤 있을까|목련|버스 정류장|외눈박이 거인의 나라|나사로의 언덕|양철 지붕의 재잘거림|르누아르|오랑캐꽃|바그다드 카페|새의 초상화
해설 우대식|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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